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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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장으로 승진했다. 직책은 그대로 감사팀장이었다. 하지만, 직급으로 나보다 최소한 일곱여덞살은 많은 다른 부장들을 생각해보면… 회사에서도

나름 파격적인 인정을 하긴 한거겠지? 그녀의 용기를 내어준 그날의 고백으로… 나는 본격적으로 일을 착수했다. 처음에는 발뺌하던 경리팀장은 증거를

하나하나 제시하자, 이제는 막나가며 쌍욕을 하고 어떻게 자기에게 이럴수 있냐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내가 모르는 곳에서 그녀의 뺨도 한방 날렸고

보안요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는 듯 하였다.

결국 감사 결과 모든 사실이 인정되자… 회사는 과감한 인사조치를 내려버렸다. 로얄 패밀리에서 나름 지각 변동이 있었던 것이다. 다소 후계자 순위에

멀리 있던 아드님이 부각되고, 그분의 후견인이자… 나를 영문도 모르고 감사팀에 꽂아넣은 임원께서 자기 라인들을 데리고 대거 회사의 요직을 점거했다.

기존에 임원들과 라인들은 대거 숙청되고, 직원들도 부정이 과한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거나 인사 조치를 당하고… 경미한 사람들도 상당히 윤리 교육을 다시

받는 등의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 나는 새로운 임원들에게 좋은 번견으로 여겨지는 듯 하였다. 뭔가 미래에 대한 보장을 많이 약속 받았다.

하지만, 의외로 세상 일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나고 인사조치가 마무리되고… 가장 죄질이 큰 경리 팀장이 받은 징계는 지방 점장 발령이었다.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인사 조치는 내 권한이 아니다. 아마도… 멍청한 로얄들 사이에 내 친구는 좀 봐줘라는 식의 딜이 오갔겠지… 한직이라고 해도

직급도 떨어지지 않은 경미한 처분이지만 경리팀장은 지랄지랄하며 떠났다. 그리고… 그녀는 회사를 더 다닐수 없게 되었다. 내부고발자가 보호받는 건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무리겠지. 나는… 그녀를 도와줄수가 없었다. 솔직히… 그날 이후 그녀를 다시 만날수도 없었다.

그렇게… 회사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킨 큰 사건은 잠잠해져갔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나는 서류박스를 들고 손에 들린 주소를 찾아 동네를 헤맸다. 좁디좁은 골목안의 산동네다. 나는… 상자를 바라보았다. 빈틈없이 공간을 꽉곽 채우고 정리된

그녀의 짐들… 왠지 그녀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가 완료되고 1년이 지나자, 필수 보관 증거를 제외한 압수 자료는 감사실에서 폐기되거나 본인에게

돌려보내졌다. 나는… 그 물건들 속에서 그녀의 소지품 박스를 발견했다. 대충 매직으로 휘갈긴 박스들 속에 유일하게 정확하게 출력물로 좌상단에 정확한

신상까지 적은 박스… 한눈에 그녀임을 알아보았다. 나는 그 물건은 직접 가져다 주겠다고 말하고… 그녀의 옛 인사 카드를 들어 주소를 확인하였다.

결국 도착했을때는… 저녁시간이 다되어 있었다. 나는 작은 주택의 뒷채로 표시된 그녀의 주소를 보고 대문앞에서 망설였다. 하아… 대체 뭐라고 얘기를 하지?

원칙주의자인 나에게… 이건 좀 괴로운 상황이다. 아니, 어쩌면 갑작스럽게 그걸 내가 전해주겠다고 한 것 자체가 튀는 행동이지. 나는 머리속에서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애처로운 모습을 떠올리며… 할말을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씨바… 죽어! 죽어버리라고! 아예!!!”

“아악!!!”

확실히… 그녀의 비명소리다. 나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쯤 열린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왠지 남루한 방에서는 여기저기 그녀의

공간답지 않게 물건들이 어질러져 있었고…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채로 손을 들어 뭔가를 막으려 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한덩치하는 남자가 폭행하려는 듯

주먹을 내려찍으려 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방으로 들어가 그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떨어져!!!”

“뭐… 뭐야 이 자식은!!!”

“팀장님?”

두 사람은 갑자기 난입한 나에게 당황했다. 남자는 분노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며… 한대 맞은 뺨을 어루만지며 내앞에 고압적으로 다가왔다. 우와…

아까는 몰랐는데… 이 친구 뭐가 이렇게 커? 아까전에는 당황해서 한방날렸는데… 실제로 거리에서 만나면 절대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가…

한참을 나를 노려보다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뭐야 이건… 네 놈씨냐?”

“아니야. 그런거 아니야. 이분 예전 직장 상사셔.”

“……”

왠지 모르게… 당장이라도 그녀 앞에 버티고 선 나에게 그의 개념없는 폭력이 날아오리라 생각했는데… 그는 의외로 차분하게 말했다.

“이봐… 놈씨인지… 상사인지… 꺼져. 당장 꺼져. 저거 데리고 내 집에서 꺼지라고!!!”

내가 뭐라 생각할 틈이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내 팔을 잡아 끌며 밖으로 나갔으니깐. 나는 못이기는 척… 하지만 속마음으로는 죽을뻔했다 살았다를

외치며 그녀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죄송해요… 못보일 꼴을 보여드렸네요.”

그녀는… 근처 커피숍에서 자리에 앉아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남자… 친구?”

“네…”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오면 어쩌나도 생각했다. 하지만, 나름 그 상황에서 그녀를 구해냈다는 자신감 덕일까? 나는 그리 그녀의

남자친구와의 조우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다친 것 같은데 정말 병원안가봐도 괜찮겠어?”

그녀는… 나의 말에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평소에는 그렇게 폭력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소심한 편이죠. 근데… 요새, 따로 만나는 여자가 저랑 결별을 요구하나봐요. 그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모양이에요. 저도 마음이 떠난 사람, 자리를 비워주고는 싶은데… 그 집에 보증금에 제 돈도 들어가 있어서 차마 나오질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씁쓸한 이야기다. 나는 한숨을 쉬며 커피를 한잔 들었다. 그리고… 다시 화제를 돌려 물었다.

“그동안… 잘지냈어?”

“네, 그럭저럭이요. 최근에는 직장도 다시 구했어요. 근처에 슈퍼에서 캐셔로 일해요. 아! 그러고 보니… 또 승진하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바로 얼마전에

승진 축하파티에 갔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때는 제가 너무 실례를 했었네요.”

“아… 러브샷… 아냐, 괜찮아. 그것도 사내 성희롱에서 나 보호해주려고 그런거였잖아.”

“아뇨… 그건… 그런게 아니라… 그냥 쳐다볼수가 없어서…”

그렇게 말한 그녀는 왠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모습이 상당히 귀여워 보였다. 아아… 이거 부정할수 없다. 나 이 아가씨한테 꽂힌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왠지 더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내 곁에 둔 박스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당황하며 그것을 받았다.

“아, 뭐 이런걸 직접… 집으로 부쳐주셔도 되는데… 근데 어쩌죠? 지금 당장 짐은 커녕 저도 머물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인데…”

역시… 아깐 그런 상황에서 집에 들어가긴 무리겠지… 그녀가 말했다.

“죄송한데, 조금만 도와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어디 코인락카에라도 맡기고 저는 가까운 찜질방에서…. 아! 지갑을 두고 왔구나… 이걸 어쩌지…”

그녀는 정말로 당황한듯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용기를 내었다.

“갈곳이 따로 없다면… 우리 집에 가지 않을래?”

정적이 일었다. 그녀는 뭔가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팀장님… 집에요?”

“아… 뭐…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고… 당장 갈곳이 없다면…”

아,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그녀는… 왠지 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모님에게 민폐라고 생각되요.”

난처함의 원인이 그거였나? 나는 말했다.

“아… 몰랐었구나. 나 이혼했어. 지금은… 나 혼자 살아.”

으아… 속으로 왠지 바보 같은 소리가 연이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말하면 옳타구나 따라오는 정신나간 여자가 있을리가 없잖… 있었다!

그녀는… 왠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이라고?

“집이… 크네요.”

“뭐…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거라서…”

“그것치고는 요즘 집처럼 세련됐는데요?”

“결혼할 때… 전체적으로 리모델링 했었어.”

그 인테리어는 아내가 담당했었다. 결혼전에 떠오르는 많지 않은 행복한 기억중에 하나였다. 어느새 밤은 깊어 있었다. 나는… 조금 당황스럽게 그녀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여기야. 뭐, 일단은 좀 쉬도록해. 그래도 침대에서 편하게 쉬는게 낫겠지?”

나는 그녀를 침실방으로 안내했다. 그때… 그녀는 왠지 침실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역시… 좀 무리였나? 그녀가 말했다.

“팀장님… 저 어린애 아니에요. 아까 보셨듯이 동거하는 남자 친구도 있었구요. 그래서… 지금 바라시는게 뭔지 저도 잘 알아요.”

“…..”

“그러니깐… 이건 거절하는 뜻이 아니에요. 다만, 장소를 바꿨으면 좋겠어요.”

왠지 모르게 그녀의 시선은 아내가 쓰던 화장대를 향하고 있었다. 이건 일종의… 그녀만의 원칙인걸까?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여기 마당에 별채가 하나 있는데, 거긴 어때? 지금은 나 혼자 쓰고 있는 방인데.”

그녀는… 그말에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채로 옮기고 나서… 그녀는 욕실로 향했다. 나는 물끄러미 욕실을 바라보았다. 욕실 불투명 유리를 통해

보이는 그녀의 실루엣이 보인다. 많이 흥분되는 것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건 상당히 비일상적인 상황이다. 항상 하루하루의 스케줄을 정하고 살아온

나에게… 지금 정인이 있는 여자를… 그것도 열살이나 나이가 차이나는 아이를 안는건 꽤나 배덕적이면서도 불합리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나는 원칙보다는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었다. 그건… 어차피 나랑 비슷한 성향인 그녀에게도 비슷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나왔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내 와이셔츠를 빌린 그녀는… 대단히 관능적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다가와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 키스했다.

그리 길진 않았다. 하지만, 서로 교감하는 체액과 더불어 감정까지 공유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녀를 남겨두고 씻으러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나왔을 때..,

그녀의 와이셔츠는 잘 접혀서 단정하게 테이블위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침대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듯하게 개어진 와이셔츠를 보며

왠지 그녀답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허리에 두른 목욕 타월을 벗어던지고 침대안으로 들어갔다. 이불을 들추자 아까전 아릿하게 보이던 실루엣이 희미한 조명속에서 드러났다. 왠지

모르게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향기도 그렇고… 감정도 그렇고… 나는 그녀를 안고 아까전보다는 긴 키스를 나눴다. 그리고 입술을 떼자… 그녀가 왠지

촉촉한 눈빛으로 물었다.

“저로… 괜찮으시겠어요? 저 그렇게 팀장님이 무리하실 가치는 없는 여자인데요. 보신것 처럼… 처음인 것도 아니고…”

“그쪽이야 말로… 나로 괜찮겠어? 이런 늙은 아저씨랑?”

나의 질문에… 그녀는 왠지 결연하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오히려… 바라고 있어요. 좋아하고 있었어요. 예전부터… 왠지 저와 다르지 않은 느낌으로 좋았어요. 다만…”

“다만?”

“그냥… 하룻밤 상대는 원치 않아요. 곁에 있고 싶어요. 팀장님의… 반려가 되고 싶어요. 팀장님의 아내로서 존중받고 싶어요.”

평소의 나라면… 어느 룸에서 일하는 애들이 남자들 공사할 때 하는 말과 다르지 않은 그 말에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진심이 담긴 것을 보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한 원칙 같은 것일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남자친구도 한눈을 팔지

않거나… 혹은 한눈을 팔더라도 그녀에게 확고하게 결혼 신고등을 통해 있을 공간을 마련해주었다면… 그녀가 떠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이 왠지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강하게 확신을 주었다.

“바라던 바야. 나 역시… 나랑… 결혼해줘.”

내 말에…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뭐예요, 그건…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요. 그렇게 당장 언약을 해달라는 요구는 아니었어요.”

“마음만은… 진심이야. 흔히 회사 내에서 오피스와이프나 두는 그런 놈들이 하는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너와 같이 있고 싶어. 너를 사랑해.”

그녀가… 웃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팔을 내밀어 내 머리를 감싸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내 얼굴을 파묻으며 말했다.

“믿어요…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의 그말은… 지독한 원칙주의자… 나와도 닮은… 그래서,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은 다 믿을수 있어요. 이제… 안아주세요.”

그리고 우리는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직장생활 처음으로 무단 결근을 했다. 하긴… 그러고 보니, 휴가도 제대로 써본적도 없구나. 하지만… 회사를 나갈 기분이 아니었다. 세번째 정사를 마치고

다시 네번째가 되었을 때… 그녀는 힘을 쓴 내 대신 자신이 봉사를 하겠다고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의 애무는 최고였다. 민감한 부위는 물론이고

생각치도 못했던 뼈가 드러난 부분이나, 급소라 생각되는 부분, 그리고 평범한 여자들은 감히 시도하기도 힘든 애널까지 혀로 애무하는 그녀는 나를

최고로 자극시켰고… 나는 그대로 두번을 더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른한 얼굴로 땀으로 흥건해진 몸에 깊은 숨을 쉬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우와… 대단한데. 어디서 배우기라도 한건가?”

“남자친구가 이렇게 해주는 걸 강요해서 무심결에… 아! 죄, 죄송해요… 그런 말은…”

“아니야. 괜찮아. 오히려 나는 더 사랑스러운걸 뭐… 벌써… 출근 시간이 넘어버렸네. 어차피 지금 가도 늦었는데… 오늘은 이대로 쉬어버려야 겠다.

같이 하루종일 보내줄꺼지?”

그러나 나의 말에… 그녀는 조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다시 한번 여쭤볼께요. 괜찮으시겠어요? 정말로… 저로 괜찮으시겠어요? 하룻밤의 상대가 아니라… 정말로… 연인으로?”

“연인이 아니라 아내가 되어달라니깐. 내가 빈말하는 사람처럼 보여?”

“너무… 갑작스럽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오늘은 그냥 침대에 머물수는 없겠네요.”

“응? 어째서…”

“정리를 해야죠. 이곳으로 오기 위한… 정리를…”

어쩌면 그것은 그녀 나름의 원칙인 듯 하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냉장고의 없는 재료를 모아 내게 식사를 준비해주었다. 마치…

익숙한 아내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정리를 하였다. 남자친구와 오랜 통화를 나눴다. 그리고… 결국 그와의 사이를 청산하였다. 그녀는 조금

우울한 무표정이었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왠지 모르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녀의 직장에도 다니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녀는 그날 하나하나 자신의 신변을 정리했다.

그것은 나에게 흥미로운 느낌이었다. 전처와는 정말 반대다. 가진 짐을 챙겨가는 것도 귀찮아, 죄다 냅두고 간 아내… 아직 집안에 그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에 비해, 그녀는 금방 자신의 신변을 정리하고 밤이 될무렵 언새 얼마 되지 않은 옷과 짐까지 택배로 수령해 모든 것을 나에게로 오게 마무리하였다.

나는, 그녀의 수완에 혀를 내두르며 한편으로는… 아내와 헤어질 때 내가 했던 행동과도 닮은 그녀의 모습에서 내 자취를 찾을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낮에 잠시 나가 장을 봐온 그녀는 오랜만에 극상의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나는 오랜만에 생기가 돌아온 부엌과 집안의 온기에 미소지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별채로 향하려 했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은 그곳으로 가길 원치 않았다.

“오늘은… 저기서… 아니, 앞으로도…”

본채의 침실방… 어쩌면 그곳은 그녀에게 공인된 정처만이 들어갈수 있는 성역 같은 느낌인 곳인걸까? 나는 말없이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샤워를 마치고 나에게 다가온 그녀의 샤워 가운을 벗기고 당황하는 그녀를 안아들고 문지방을 넘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속삭였다.

“이렇게 하는 것이… 원칙이겠지?”

그녀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원칙에 마음만 담겨 있다면… 행동은 하기 나름이겠죠.”

그리고 그날밤 우리는 다시 격렬하게 정사를 나누며 사랑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일주일후에… 우리는 남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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