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0/21)

나는 한동안 숙모가 오열하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는 모습이 너무 치열하여 어떻게 할 도리도 없었다.

숙모는 눈물, 콧물, 침까지 쏟아내며 오열을 토하면서 침대를 할퀴어대기도 했다.

저렇게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금방 침대가 흥건히 젖었다.

그런데 숙모가 침대 시트를 물어뜯다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조용해졌다.

눈동자가 뒤집혀 있었다. 실신한 거였다.

겁이 벌컥 났다.

나는 후닥닥 뛰어나가 수건에 물을 묻혀왔다.

그렇게 들어가다가 그걸로는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바가지에 물을 가득 받아왔다.

그 물을 얼굴에다 확 뿌리자 천천히 눈을 떴다.

침대가 다 젖었다.

나는 숙모를 안아 들었다.

방을 나서며 이대로 병원으로 가야 하나 다른 방에다 눕혀야 하나 고민해야 했다.

손 밑이 젖어 왔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많은 물을 뿌린 모양이었다.

그런데 손끝이 뜨뜻했다.

그건 물이 아니었다.

나는 숙모를 거실의 화장실 앞에다 눕혔다.

아침 그 옷을 몸 앞에 대 보이며 좋아라 웃던 원피스가 다 젖어 있었다.

막상 그 앞에다 눕혔지만 난감해졌다.

그대로 안고 가 침대에 뉘고 이불을 덮어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옷을 갈아 입혀주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큰방으로 들어가 갈아 입힐 옷부터 찾아야 했다.

장롱 이곳저곳을 마구 열어보며 옷을 뒤졌다.

옷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보니 아까 침대 위에 있었던 옷에서 찾아야할 것 같았다.

원피스는 옷 입히기가 힘들 것 같았다.

그 중 치마와 블라우스를 각각 하나씩 골랐다.

그리고 팬티도 하나 주워들었다.

그걸 들고 밖으로 나오는 데 깜짝 놀랐다.

숙모가 일어나 앉아 있었던 거였다.

정말 정신이 든 걸까?

앞으로 다가가며 숙모의 눈동자부터 살폈다.

누군가 눈동자를 보면 마친 사람인지 아닌지를 안다고 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혹시 숙모가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였다.

숙모가 다가서는 나를 보고 말하고 있었다.

"네게 못 보일 걸 보인 모..양..이..구..나!"

숙모의 목소리는 작게 들렸지만 분명히 깨어난 목소리였다.

"나는 혹시 어찌 된 줄 알았어요?"

"미..안..해..!"

"괜찮으세요?"

"그..래.. 미안하지만 안..에..다 따뜻한 물 좀 받..아..줄..래..?"

그러며 일어나려 했지만 옆으로 픽 쓰러졌다.

팔을 부축하여 일으키자 겨우 일어섰지만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곧 다시 앉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보일러 스위치를 넣었다.

숙모 옆에 조금 서 있다가 화장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틀어두고 나와선 큰방을 대충 치웠다.

침대가 다 젖어버려서 숙모가 거기서 자긴 틀린 거 같았다.

그래서 작은 동생 방에 재울 량으로 그 방에 들어가 시트를 정리하고 큰방 이불도 그쪽에다 옮겨 깔았다.

욕실로 돌아오자 제법 물이 차 있었다.

너무 뜨겁지나 않을까 손으로 수온을 봐가며 물을 채웠다.

숙모를 일으켜 세웠다.

혹시 쓰러질지도 몰라 원피스를 다 내릴 때까지 부축하고 서 있었다.

숙모는 나를 내칠 힘도 없는 양 순순히 옷을 흘러내렸다.

그 탐스럽던 몸이 말이 아니었다.

등뒤로는 갈비뼈가 튀어나와 있었고, 가늘어진 다릿살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팬티에 손이 내려가는 걸 보며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와서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안에다 귀를 기울이며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물소리가 들리는 걸 확인하고는 소파에 가 앉았다.

아까 마시다 만 술병을 비우고, 고추장 종지에 손가락을 찍었다.

그 손가락을 빨며 빈 술병과 종지를 한 손에다 들고가 주방에다 치우고 돌아왔다.

이제 뭘 해야 하나?

나는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그건 설레임도 아니고, 노심초사 숙모에 대한 걱정도 아니었다.

그저 허우적대는 것에 불과했다.

내가 자야할 방에다 이불을 깔았다.

책 하나 꽂혀있지 않은 책꽂이와 빈 벽이 썰렁하기만 했다.

서둘러 거실로 나왔다.

혹시 안에서 날 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일부러 발자국 소리를 내며 욕실 앞을 실없이 오갔다.

물소리가 가끔씩 들려왔다.

그러다 한동안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 속에서 쓰러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똑똑..

"나 괜..찮..아..!"

나는 소파로 와 앉았다.

이제 기다려야 할 것이다.

숙모가 나올 때까지..

그 전에 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힘이 없을 테니까..

담배를 피워 물었다.

삼촌이 담배를 안 피는 이 집에 재떨이가 있을 리 없었다.

나는 현관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밖의 기온이 제법 차가웠다.

그러나 현관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담배를 다 피울 동안 욕실에선 나를 부르지 않았다.

담배를 밖에다 비벼 끄고 문을 닫았다.

소파로 돌아오던 나는 방향을 바꾸어 욕실 문 앞으로 조심조심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아직도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태 욕조 안에 몸을 담그고 있는 걸까?

소파로 발길을 옮길 때였다.

"얘...!"

나는 후닥닥 소파로 걸어가 거기서 대답을 했다.

"예?"

"날 좀 도..와..줘..?"

나는 욕실 문에다 귀를 대고 "어떻게요?"하고 물었다.

"안으로 들..어..와 날 좀 부..축.. 해..줄..래..?"하는 답이 들렸다.

똑똑..!

나는 당황하여 노크까지 하고 있었다.

힘없는 목소리로 "들..어..오..라..니..까..!"란 말이 들렸을 때에야 문을 열었다.

안에는 수증기가 자욱했다.

숙모는 아직 욕조에 앉아 있었다.

숙모는 일어나려 했지만 제대로 안 되었든 모양일 거라고 생각했다.

숙모의 뽀얀 젖가슴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앞으로 다가가자 까만 불두덩이 물 속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숙모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내가 잡자 천천히 일어섰다.

나는 되도록 시선을 밑으로 안 돌리려 애썼다.

자의적인 행동은 아니었지만 그래야 숙모도 덜 민망하리라 생각한 거였다.

숙모는 손을 번갈아 잡으며 욕조 턱을 넘어섰다.

이제 뭘 해야 하나?

숙모의 손을 놓고 밖에 있는 옷을 들고 와야 하나?

아니면 아까처럼 숙모의 허리를 잡고 부축하여 밖으로 나가야 하나?

숙모는 내 손을 놓고 세면기에 손을 올리고 버티고 섰다.

이제 혼자 할 수 있다는 뜻일까?

"미..안..하..지..만.. 미안하지만 비..누.. 좀.. 집..어..줄..래..?"

나는 비누를 찾으러 한참을 헤맸다.

숙모가 "아, 여..기.. 있..었..구..나..!"고 했을 때에야 계면쩍은 얼굴로 숙모의 눈과 마주쳤다.

비누는 세면기 위에 있었던 거다.

숙모도 무안한 듯 힘 빠진 웃음으로 피식 웃었다.

나도 피식 웃었다.

어쩌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의아하기만 했다.

숙모는 비누를 못 집고 그걸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그토록 힘이 없단 말인가?

내가 비누를 집자 숙모는 힘없이 눈을 감으며 얼굴을 거울 쪽으로 숙였다.

그걸 숙모 손에 넘겨주려던 무안한 내 손만 덩그러이 허공에 떠 있었다.

그 아래로 길다란 숙모의 다리가 늘어져 있었다.

그 다리가 서 있기도 힘든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숙모는 내 처신만을 기다리는 모습 같았다.

숙모는 샤워를 안 하고는 잠이 못 드는 깔끔한 여자라는 걸 나는 안다.

그런 깔끔한 여자가 내 앞에 자신의 하반신을 버린 걸 들켰으니 얼마나 민망했을까?

그럼에도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지경에 달했으니 또 얼마나 처량했을까?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숙모의 그 민망함과 처량함을 벗겨드리고 싶었다.

비누를 잡은 내 손이 움직였다.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위태위태했으므로 내 손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칫 힘주어 밀거나 힘을 가했다간 파싹 하고 쓰러져 모조리 분해되어 하수구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릴 것만 같았다.

아, 내가 그토록 보고파 했고, 몸 달구었던 나신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었건만 내 몸을 달굴 수는 없었다.

비누를 쥔 손이 등에서 허리를 거쳐 토실토실한 엉덩이로 내려갔을 때 숙모의 다리는 더욱 후들거리는 거 같았다.

나는 버스가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듯 속도를 내며 종아리까지 내려갔다.

종아리 살에 잔뜩 힘이 들어 있었다.

아마도 숙모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거 같았다.

수건 걸이에 걸려 있던 거품 수건을 벗겨 들었다.

그걸 따뜻한 욕조 물에 한번 담구었다가 손에다 감았다.

숙모의 다리는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빨리 마쳐줘야 할 거 같았다.

수건을 낀 손에 비누를 칠하고 거품을 미리 냈다.

그리고 그걸로 아까처럼 위에서부터 거품을 내며 문지르기 시작했다.

허리쯤 내려 왔을 때 숙모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게 .......지..마..!"

하도 작은 목소리여서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숙모의 얼굴 쪽으로 얼굴을 내밀자 눈을 뜬 숙모가 "살..살,,!"이라 말했다.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시 뒤로 몸을 돌렸다.

숙모의 엉덩이에 그 수건을 돌릴 때 보니 엉덩이 살도 떨고 있었다.

계곡 안쪽으론 손을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허벅지 뒷살과 안살에선 스치듯이 손을 밀며 거품을 냈다.

순간 숙모의 다리가 삐꺽 했다.

내가 하반신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을지도 모른다.

워낙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내 손이 하필이면 그 부분에 대인 줄은 몰랐다.

손끝에 닿아 오는 물에 젖은 터럭의 감촉..

나는 퍼뜩 손을 땠다.

대신 무릎을 잡아주어야 했다.

그 상태로 무릎 안살과 종아리를 거쳐 뒷발굽까지 문지른 뒤 일어섰다.

샤워 콕을 들고 비누 거품을 씻겨 내려주자 숙모는 "휴...!"하는 숨소리를 토해냈다.

정말 힘든 모양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또 고민해야 했다.

상태로 봐선 도저히 혼자 할 수 없을 듯 했지만 앞부분까지 씻겨드리는 건 곤란할 것 같았다.

그런데 숙모는 발을 자박자박 옮기며 돌아서고 있었다.

어쩌자는 건가 나는 멍청히 선 채 바라보고만 있었다.

숙모는 겨우겨우 몸을 돌려 세면기에다 엉덩이를 대고 버티어 섰다.

덜렁 흘러내린 뽀얀 젖무덤과 아래 까만 숲이 그대로 보였지만 내 시선은 숙모의 헝클어진 머리칼에 가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눈동자는 위쪽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눈 속에는 아랫부분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숙모의 허리가 휘청했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반대쪽 벽에다 샤워 콕으로 따뜻한 물을 뿌리며 데우기 시작했다.

그쪽에다 숙모를 세우기 위해서였다.

벽에 손을 대보며 괜찮다 싶을 때 콕을 멈추고 비누수건으로 말끔히 닦아 내렸다.

또 한번 물을 뿌리고 뒤로 돌아섰다.

숙모는 몸을 휘청거리며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내가 숙모의 팔을 잡자 고개를 들고 눈을 떴다.

그리고 허리를 안 듯이 잡자 내 어깨에다 팔을 둘렀다.

자박자박 움직이는 숙모의 다리는 완전히 풀려 있었다.

겨우 벽에다 숙모를 세웠다.

숙모는 손으로 앞을 가렸으나 곧 힘이 빠져 축 늘어져 내렸고, 다시 그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자신의 부끄러움을 가리려 애쓰고 있었다.

그건 거의 본능적인 반사 행위 같았다.

나는 미리 비누칠을 하지 않고 수건에다 비누를 칠하여 그걸로 숙모의 몸을 닦아 내렸다.

사슴만큼 유난히 긴 목을 문지르고, 쳐져 내린 젖무덤을 문지를 때 숙모의 입에선 "옛날엔 엄마가 늘 씻..겨.. 줬..는..데..!"하는 말을 토하고 있었다.

젖무덤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내 손이 미는 대로 살이 밀리며 덜렁거렸다.

배 쪽으로 손이 내려가자 숙모의 손 두 개가 서로 맞잡으며 두덩을 더욱 가리려 애썼다.

거기를 버려 두고 곧바로 허벅지로 내려갔다.

또 한번 숙모의 몸이 휘청했다.

어쩌면 숙모는 울다 실신하여 몸을 못 가누는 게 아니라 아직도 취기에서 못 벗어나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숙모의 손이 풀리며 검은 언덕이 적나라하게 눈앞에 놓였다.

숙모의 수목은 길었다.

휘청거리는 여윈 몸과는 달리 그곳은 기름져 보였다.

위에서 타고 내려온 비누거품이 그 기름진 수목 사이로 파고들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 거품을 모두 걷어내고 입으로 그곳을 닦아주고 싶었다.

그 밑으론 잘 익은 토마토처럼 토실토실 살이 쪄 있었다.

더 밑 깊숙한 곳을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선 안 될 것 같아서였다.

내 손이 빨라졌다.

무릎과 촛대 능선을 지나 금방 발등에 닿았다.

일어서서 샤워 콕으로 비누 거품을 씻겨 내릴 때 숙모는 "푸! 푸!"하는 소리를 냈다.

물이 얼굴로 튀지도 않았는데 숙모는 물이 얼굴로 기어오르는 환상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샤워 콕을 제자리에 끼우고, 수건으로 숙모의 몸을 닦아주자 "고..마..워..!"란 말을 했다.

숙모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내 손으로 숙모 허리를 두른 채 밖으로 나왔다.

밖은 썰렁했다.

벽에다 숙모를 세워두고 팬티부터 올려주었다.

팬티로 숙모의 치부를 감추어 주었을 때 또 다시 "고..마..워..!"하고 말했다.

그리고 기침을 해댔다.

나는 서둘렀다.

치마를 올려주고, 블라우스도 입혔다.

브레지어까지 챙겨줄 시간이 없었던 거다.

그리고 숙모를 부축하여 미리 자리를 깔아 둔 작은 동생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숙모가 버둥거렸다.

"여기서 주무세요! 큰방은 다 젖었어요."

"젖..어..?"

"네! 침대가 엉망이라고요!"

숙모가 힘을 뺐다.

나는 숙모를 번쩍 안아 들고 침대 위에 뉘였다.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 올려주자 눈을 멀뚱히 뜨고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뭐라 말을 할 듯 할 듯 하면서 말을 못 토해내고 있었다.

입마저 취기가 잡아먹어 버린 것 같았다.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이불 위로 긴 목만이 하얗게 드러나 있었다.

그 긴 목으로 뭘 그리워하는지 마른 침 넘어가는 깔딱임만 가끔씩 꿈적이고 있었다.

사슴 - 노천명 -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 슬픈 모가지를 하고

.. 먼 데 산을 쳐다본다

숙모의 목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벼르고 벼른 말소리가 트였다.

"넌 날 안 버..리..겠..지..?"

그 말을 하려 그리도 애태웠나 보다.

숙모의 눈이 방안을 휘젓다가 한 곳에 머물렀다.

그 눈을 따라가자 빈 책꽂이였다.

텅 비어 버린 책꽂이.. 그걸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이미 예견 된 일이건만 차마 받아들이기는 힘겨운 모양이었다.

고인 눈물이 눈언저리에 웅덩이를 만들며 차츰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이를 어쩌나?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내 눈시울도 뜨거워지고 있었다.

나는 침대 밑에 꿇어앉으며 숙모의 손을 잡았다.

숙모의 손은 파리하게 떨고 있었다.

그 손을 내 볼에다 댔다.

"숙모에겐 아들이 또 하나 있잖아요!"

"그..랬..지.. 그렇게 약..속..했..지..?"

"그래요. 엄마...!!"

숙모의 또 하나의 손이 다가와 내 볼을 더듬었다.

나는 그 두 손을 잡아 볼에다 비비며 말을 했다.

"착한 아들이 될 게요! 저들처럼 배신하지도 않고, 속 썩이지도 않는 착한 아들이 될 게요!"

나는 진심으로 약속하고 있었다.

그 말에 자극을 받은 숙모의 눈물샘은 수맥 찾은 관정처럼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 손이 다가가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자 내 볼에 대어 있던 숙모의 손이 안간힘을 쓰며 내 볼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찔끔 볼을 타고 내리던 내 눈물이 입 언저리로 짠맛을 전해주는 속에, 물 밖을 바라보는 듯한 젖은 각막 너머로 숙모의 가냘픈 사슴 목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가지가 길어서 잔뜩 슬퍼진 짐승의 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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