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19/21)

(21) 나 어떡해

한때 위엄의 대상이었던 숙모가 내 품에 기대어 있다는 게 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건 꿈이 아니라 엄연한 생시라는 걸 확인할수록 여자란 참으로 연약한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너무도 처절한 모습이어서 톡 건드리기만 해도 폭파되어 산산이 흩어져버릴 것만 같다는 게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너 군 갔다 나오면 뭐 할 거니?"

나는 그 물음을 숙모가 하고 있었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옆을 돌아보았다.

고개를 돌려 뒤도 둘러보았다.

"참, 대학 간다고 했지.."

분명히 숙모였다.

숙모가 내 가슴에서 몸을 바로 하고 있었다.

갑자기 옷 한 겹이 벗겨져 나간 듯 가슴이 썰렁했다.

"앞으론 네가 내 아들 해!"

".........................!"

"응...?"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내가 잡고 있던 호도과자 봉지를 뺏어들고 주섬주섬 꺼내 먹었다.

내가 옆으로 얼굴을 돌리자 내 입에도 하나를 넣어 주었다.

목이 턱턱 막혀 왔다.

이미 우유는 모두 바닥난 터였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나는 숙모의 입을 주시했다.

그러나 숙모는 입에 든 과자만 꾸역꾸역 씹으며 뒷말을 잇지 않았다.

숙모도 목이 막히는지 헛기침을 해댔다.

"제가 우유 하나 사올까요?"

숙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곧바로 일어나 뛰듯이 가서 우유 두 개를 사들고 왔다.

돌아오자 숙모는 추운 듯 허리를 웅크리고 있었다.

우유를 내려놓고 윗도리를 벗어서 숙모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가을 잠바를 걸치고 나온 건 잘한 일인 듯 했다.

숙모는 우유 하나를 들고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너도 추울 텐데!"하며 잠바의 반을 내게 내주었다.

그 속에서 숙모는 어깨에 기대어오며 아까 끊었던 말을 이었다.

"만약에.. 내가 네 삼촌과 이혼을 한다해도 넌 내 조카 할거지? 아니, 내 아들...?"

"네, 약속할게요!"

"네 사촌들과 모자의 끈을 끊는다 해도..?"

"네!"

숙모의 손이 내 등을 쓰다듬다가 허리를 둘렀다.

코끝에 전해져오는 숙모의 머리 향이 좋았다.

숙모는 내 어깨에다 볼을 비비며 말했다.

"너 대학 가면 내가 학비 다 대어줄 거야! 먼데로 가면 따라가고... 먼데로 갈거니?"

"아직 몰라요!"

"대학 등록금은 얼마나 될까?"

"그것도 몰라요."

"네가 군에 있을 동안 모으면 충분할 거야!"

숙모는 삼촌과 동생들과의 결별을 기정사실화 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울분을 나를 통해 채우려 하는 것 같았다.

숙모 혼자만의 생각일 테지만 난감한 상황이었다.

뭔가 금은 그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그러시면 엄마가 싫어할 거예요!"

"넌 원래 엄마를 좋아하지 않았잖니?"

"엄마가 이상하게 생각 할거예요!"라 말하려다 급히 말을 바꾼 내용이었다.

그런데 숙모의 말은 "너도 친 엄마가 더 좋은 모양이구나!"하는 말처럼 들렸다.

"제 말은 너무 과분하시면 오히려 제가 부담스럽다는 말씀이에요!"

"그래, 그럴 거야! 원래 아랫사랑은 본능이고, 윗사랑은 선택이라 했으니..."

답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숙모가 쥐고 있던 호도과자를 꺼내 하나를 숙모 입에 넣어 주고, 내 입에도 하나를 넣었다.

그리고 내 앞의 우유에 빨대를 꼽고 먼저 숙모에게 한 모금 빨게 한 뒤 나도 그걸 빨았다.

빨대에 루즈 냄새가 났다.

앞의 화면 속에서는 무대 중앙의 피아노 앞에 앉은 리처드의 모습이 보이고, 그 옆 작은 의자에 앉아 있는 스텔라가 보였다.

끝날 때가 다 된 모양이었다.

드디어 장엄한 <스텔라를 위한 콘체르토>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나는 숙모의 손을 끌며 일어섰다.

"끝나고 나가면 복잡할 거예요?"

"그래, 그러자!"

숙모는 순순히 일어섰다.

앞자리를 보니 여자의 손이 남자의 바지 속에 들어가 있었다.

숙모도 그걸 본 듯 조심조심 따라 나왔다.

밖은 아직 해가 있었다.

시계를 내려다보니 6시가 가까워 있었다.

빨리 가면 막차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숙모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리 점심도 안 먹었지? 밥 먹고 가자!"

내가 시계를 내려본 걸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숙모에게 끌려갔다.

숙모는 그런 집들만 아는지 주택가 구석에 자리한 허름한 양옥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 주인도 아는 모양이었다.

"어, 선미 아냐? 이 총각은 누구야?"

"내 아들!"

"이렇게 큰 아들도 있었니?"

"곧 군에 가! 참, 윤수야 인사해! 엄마 친구야.."

"안녕하세요?"

선미는 숙모의 이름이었다.

학교 다닐 적 부모란에는 삼촌과 숙모의 이름을 적곤 했다.

그리고 학부모를 오라 할 때는 꼭꼭 숙모가 다녔다.

아줌마가 주문을 받고는 나갔다.

"어색하지 않지?"

나는 그 말을 이 집이 허름해서 불편하냐는 말로 알아들었다.

"아뇨, 깔끔하네요!"

"그 말이 아니라 내가 엄마라 하니 어떠냐고?"

"편하신대로 하세요!"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말로 들리는 구나!"

눈을 흘겼다.

나는 벽에 걸린 메뉴판만 훑고 있었다.

숙모가 탁자에 올려진 내 손을 끌고 가 만지작거렸다.

"촌에 가서도 일을 통 안한 모양이구나?"

"자꾸 못 하라해서..."

"그래, 넌 촌 일이 안 맞아! 의사나 판사가 되거라!"

그 말은 숙모의 한을 풀어 달라는 말로 들렸다.

의사가 되면 숙모의 불임을, 판사가 되면 삼촌에게 복수를..

음식이 날라져 오자 숙모는 술을 시켰다.

그리고 종류는 날더러 골라라 했다.

나는 메뉴판을 다시 올려다보며 정종을 시켰다.

정종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소주, 맥주, 양주, 정종.. 중에 찍은 것에 불과했다.

가스렌지 위에는 넓다란 냄비가 올려졌고, 그 안에 미나리와 무 토막이 동동 떠 있었다.

숙모는 그 안에다 포처럼 얇게 뜬 고기의 살점을 하나씩 넣고 있었다.

빨간 살점이 곧 하얗게 변했다.

그걸 꺼내 내 입에 넣어주며 말했다.

"꿩 샤브샤브라는 요리라는데 이 집은 이거 전문이야! 맛있지?"

맛이 괜찮았다.

곧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정종 주전자와 잔을 들여다 놓고 옆에 앉았다.

그러나 곧 일어서며..

"모자간에 정담을 나누는데 난 방해가 되겠지?"

"아냐, 아냐! 같이 한잔하자?"

"그러곤 싶은데 손님이 많아서..."

결국 그녀는 문을 닫아주고 물러갔다.

주전자를 들고 숙모의 잔을 채워주자, 숙모도 내 잔을 채워 주었다.

"우리 건배하자! 뭘로 할까? 너의 즐거운 군 생활을 위하여..? 안 즐겁겠지! 편안한 군 생활..? 그것도 좀.. 우리 모자를 위하여! 이거 어떠니?"

"그래요! 우리 모자를 위하여!!"

"그래, 우리 모자를 위하여!!"

쨍그랑..

잔을 입에 대자 확 하는 열기가 입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입에 떠 넣어주는 익은 살점을 맛있다는 듯 씹었다.

숙모는 거기선 어두워서 몰랐더니 정종 몇 모금에 볼이 발그레하게 변하고 있었다.

"오늘 이 엄마 집에서 자고 갈 거지?"

어쩌면 내가 영화관에서 나오며 시계를 내려다보는 걸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러고도 모른 채 내 팔짱을 끼며 다짜고짜 이리로 끌고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내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거였다.

"지금 가도 너 차 못 타!"

"벌써 7시가 넘었네! 할 수 없죠, 뭐.."

나도 능청을 떨고 있었다.

밥도 먹고 술도 몇 잔 들어가자 오줌이 마려웠다.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며 일어서자 비틀 했다.

그러나 아직은 괜찮아 보였다.

화장실에 들러 허리끈을 풀며 거울을 보자 내 얼굴도 볼그레하게 달아 있었다.

그러나 오줌이 나오지 않았다.

아래를 보니 너무 성나 있는 거였다.

여기서 해결 할 수도 없고..

한참만에야 겨우 몇 줄기 찔끔거리고 바지를 껴 올렸다.

그런데 바지 앞이 불룩하게 솟은 것이 난감했다.

담배를 물고 서성거리다가 너무 기다릴 것 같아 그대로 들어갔다.

숙모가 물수건을 건네며 힐끔 보는 것 같았다.

손을 닦으며 서둘러 눌러 앉았다.

"우리 이거 먹고 나가서 데이트할래?"

"데이트요?"

"그래, 강변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들어가자!"

내가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껏 했던 건 데이트가 아니었던가...?

그 생각은 곧 색다른 경험을 선물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번져가서 몸을 달구고 있었다.

남은 술잔을 비우자 숙모가 먼저 일어섰다.

숙모가 계산을 하는 사이 마당에 나와 기다렸다.

둘이 호들갑스럽게 웃어대더니 신을 신고는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제법 후에야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손을 맞잡고 웃어대며 인사를 했다.

"얘, 아들 기다린다. 빨리 가!"

"그래, 다음에 또 놀러 올게!"

숙모는 나오자마자 팔짱을 꼈다.

벌써 제법 어두워져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강변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내렸다.

숙모는 기분이 좋은 듯 손을 맞잡고 위아래로 크게 흔들며 걸었다.

"다 큰 아들 얻어서 너무 기분 좋다!"

이제 두 동생에 대한 미련도 턴 것 같았다.

어쩌면 일찍이부터 예견된 이별을 준비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담담할지도 모른다.

큰 동생은 올해 중학생이 된 14살이고, 작은 동생은 아직 초등학생인 11살이다.

그런 애들이 여태 키워준 엄마를 하루아침에 버리고, 생모에게 정을 붙일 수 있을까?

거기엔 아마도 삼촌의 강압적인 압력이 가해졌을 것이다.

둘 다 한창 사춘기인데 그걸 고스란히 믿기도 힘들 일이 아니던가?

여태 키워준 엄마가 양 엄마였다니..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숙모가 강변에 설치된 벤치에 나를 앉히고 있었다.

강 너울 위로 펼쳐진 불빛 행렬이 제법 이국적이었다.

나도 여긴 더러 와 봤건만 밤에는 처음인 것 같다.

"넌 안 춥니?"

숙모의 손이 호주머니로 들어와 내 손을 쥐었다.

싸늘했지만 곧 따뜻해졌다.

나는 그 손을 끄집어내고 영화관에서처럼 잠바를 벗어 둘 위에 걸쳤다.

그 속에서 숙모가 허리를 감아왔다.

나도 숙모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숙모의 숨소리가 가슴에 흩어지고 있었다.

어깨를 두른 손끝에 숙모의 머리칼이 감기고 있었다.

그걸 피하려 손을 조금 내렸는데 숙모의 브레지어 끈이 닿이는 것 같았다.

그걸 만져볼 수는 없었다.

숙모는 뭘 생각하는 걸까?

시선은 강 너울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강바람에 치마가 너풀거리자 발을 자꾸 모으고 있었다.

치마 밑으로 파고드는 바람에 제법 한기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밤바람이 제법 차죠?"

그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 숙모가 일어섰다.

순간 내 옷이 떨어지며 바람에 굴러갔다.

나는 뛰어가 그걸 쥐어 들었다.

숙모는 벌써 저쯤 걸어나가고 있었다.

헌데 걷는 모습을 보니 넘어질 듯 비틀대며 걷고 있었다.

취기가 돌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달려가 내가 몸을 잡자 내 손을 뿌리쳤다.

"나 혼자서도 걸을 수 있어! 나 혼자 걸어간다고!!"

"숙모! 아니, 엄마 많이 취했어요!"

"나 혼자서 걸어 갈 거야! 나 혼자 걸을 수 있다고!!"

그 말은 지금 걷고 있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닌 듯 했다.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외치고 있는 거였다.

슬픈 절규였다.

가련한 항거의 목소리였다.

"그래요. 숙모는.. 아니, 엄마는 혼자 일어설 수 있어요!"

아직 엄마란 말이 서툴기만 했다.

숙모는 "맞지? 이 엄마가 할 수 있지?"하며 내 가슴에 쓰러졌다.

나는 거기서부터 숙모를 거의 안다시피 하여 집까지 끌고 왔다.

집에는 예상한대로 캄캄했다.

숙모의 핸드백을 뒤져 찾아낸 열쇠로 문을 열었다.

불을 켜기도 전에 엉금엉금 기어간 숙모는 냉장고를 열고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누워 버렸다.

벌렁 뒤집힌 치마 밑으로 허연 다리가 드러나 있었다.

조금만 더 올리면 팬티도 다 보일 듯 했다.

나는 먼저 숙모를 방에다 눕혀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큰방 문을 열었다.

방안이 엉망이었다.

처음 들어섰을 때 거실에 널브러져 있던 옷은 모두 침대 위에 올려져 있고, 장롱 문도 열려 있었다.

그 안이 훤했다.

혹시 도둑이...?

언뜻 든 생각이었다.

그런데 화장대 거울에 종이 하나가 붙어 있었다.

나는 그걸 뜯었다.

.. 여보 미안하오.

.. 모든 걸 결정했소.

.. 그 얘길 하러 왔더니 어디 나갔군.

.. 다음에 들려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 내 옷부터 챙겨 가오. 나를 용서하오!"

"망할 놈!!"

나는 그걸 찢어버렸다.

그리고 침대 위에 올려진 옷들을 모두 밑으로 내렸다.

그 밑에 가방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아침, 숙모는 아마도 짐을 챙기다가 나를 맞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 가방도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숙모를 안아 들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떴지만 곧 감아버렸다.

나인 줄 알기나 하는 걸까?

숙모는 보기보다 가벼웠다.

침대 위에 누이고 이불까지 덮어주고 거실로 나왔다.

취기가 다 달아나 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부터 했다.

그리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내가 쓰던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책들과 옷들을 모두 가져가고 없었다.

밖으로 나와 작은 놈 방에 들어가 봤다.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이 못된 놈들...!!

숙모가 일어나 이 광경을 본다면 얼마나 놀랄까?

놀랄 정도가 아닐 것이다.

차 오르는 울분에 기절하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까를 생각해 봤으나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 상태인 숙모를 끌고 나가 밖(여관 등지)에서 재울 수도 없고...

털썩 소파에 앉았으나 기분이 영 개판이었다.

삼촌과 동생들에 대한 울분만 차 올랐다.

주방으로 가서 소주병 하나를 찾아들었다.

반쯤 남아 있었다.

필시 숙모가 마시던 것이 분명했다.

안주 할만한 것도 없었다.

어쩜 숙모는 며칠을 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소주병과 냉장고 구석에 든 고추장 종지를 들고 다시 소파로 와 앉았다.

소주병을 불고 새끼손가락에 고추장을 찍어 빨고 있을 때였다.

큰방에서 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후닥닥 뛰어갔다.

숙모가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져 있었다.

팔을 밑으로 넣어 안아들 때 숙모가 눈을 떴다.

"아니, 네가 어쩐 일이야?"

그러며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며 내 얼굴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안아 들었다.

발버둥쳤다.

침대 위에 내려놓자 "아, 그렇지! 여기 우리 집이야?"하고 물었다.

"네, 엄마!"

"엄마? 그럼 넌 준수가 아니니?"

"맞아요. 준수가 맞아요, 숙모!"

"응 그래, 너 준수 맞지?"

"네!"

아직 제 정신이 아닌 듯 했다.

"네 삼촌은? 우리 정수, 민수는...??"

나는 말해줄 수가 없었다.

내가 대답을 안 해주자 버둥거리며 일어서려다 옆을 쓰러지고,

뒤로 쓰러지고, 앞으로 쓰러지고.......

애처로와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내 볼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눈물을 본 모양이었다.

허우적거리는 손으로 침대를 쥐어박으며 울기 시작했다.

그러다 뒤로 벌렁 누워 마치 어린아이처럼 사지를 바동거리며 오열을 토해냈다.

"나는 어떡하라고.. 나는 어떡하라고.. 엄마--! 엄마---! 나 어떡해! 나 어떡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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