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21)

13) 민우 엄마의 횡재수

새 물로 몸을 행궈준 엄마는 수건으로 등을 닦아주고 수건을 건네며 등을 떼밀었다.

그리고 뒤로 나가 뒷문을 통하여 방으로 들어가라고 쫓았다.

나는 벌거벗은 몸으로 뒷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이불이 펴져 있었다.

아마도 미리 깔아둔 모양이었다.

이불 속은 따뜻했다.

물을 데우느라 장작을 뗐으니 당연했다.

나는 그 속에다 몸을 뉘고 엄마를 기다렸다.

알몸으로 쫓아 넣었으니 또 다른 계획을 한 것이 분명했다.

내 몸은 낮에 한번 방출했고, 또 금방 방사를 했건만 다시 달고 있었다.

그야말로 내 몸은 한창 때였다.

하긴 삼촌 집에 있을 때도 평균 일 2회 이상은 자위를 하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불룩해져 있는 그걸 손으로 달래주어야 무사히 식구들이 모인 밥상 앞에 앉을 수 있었고. 저녁에 잘 때도 습관적으로 펄펄 끓는 호르몬을 빼야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있었던 터다.

그리고 술집을 들르거나 승희를 찾을 때도 연달아 두 번을 하곤 하던 나였다.

이윽고 부엌을 정리한 엄마가 부엌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뒷문이 아닌 앞문이었다.

그리고 마루를 올라서서 문을 열었다.

뒤쪽만 보고 있던 나는 엄마에게 놀림을 당한 기분이었다.

방안에 불이 켜졌다.

그때야 나는 짐짓 놀랐다.

엄마의 이불이 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 몸이 더욱 달아오르는 건 당연했다.

그렇게 달아오른 내 모습이 당황하는 표정으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곧 깔 거야! 너무 그렇게 보지마?"

엄마는 벽에 뚫린 벽장(장롱을 들이기 전에는 거기를 이불장으로 썼음) 안에서 뭘 꺼냈다.

그리고 벽에 걸린 거울을 내려 벽에다 세웠다.

무얼까.......?

엄마가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그걸 손에 찍어 바르는 걸로 보아 아마도 화장 크림인 거 같았다.

엄마가 다시 돌아보았을 때 얼굴에는 하얀 크림이 발려져 있었다.

"이거 민우 엄마가 준거야! 나도 이제 도시 여자들처럼 젊어져야겠어!"

엄마는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정말 나는 엄마가 화장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내게 발랐을 분가루나 멀건 로션 정도였다.

"민우 엄마 몇이나 되어 보이데?"

"글쎄.. 서른 둘, 셋...?"

"거봐? 엄마보다 세 살 밖에 안 작은데..."

"그러면.. 서른 일곱...?"

"그래!"

엄마는 크림을 바르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문질러댔다.

그리고 들고 들어온 물수건으로 닦아냈다.

다시 다른 크림을 바르고 토닥토닥 두드렸다.

"얘, 만져봐? 틀리지, 틀려??"

내 손을 끌어다 볼에 대 보였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얼굴을 만져본 적이 없어서 차이를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만족하는 듯 방긋 웃었다.

귀여웠다,

엄마를 귀엽다고 느껴본 적은 한번도 없었던 거 같다.

"너도 발라줄까?"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엄마의 손이 볼에 닿았다.

그리고 엄마가 했던 것처럼 마사지를 했다.

습습한 수건이 지나가고, 다시 향기로운 손이 다가와 향을 묻혔다.

혹시 그 손이 밑으로 내려오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그건 나만의 바램일 뿐이었다.

화장품을 벽장에 넣고 거울도 다시 걸렸다.

치렁치렁 발목까지 덮었던 치마를 벗어 그 옆에다 걸었다.

하얀 고쟁이에 눈이 부셨다.

저것까지 벗으면....?

엄마는 불을 껐다.

이불은 더 깔지 않을 모양이었다.

내 몸끝이 어느새 요동치기 시작했다.

"불만은 없겠지? 네 이불 같이 덮는다고..."

엄마는 애초 이불을 하나 더 깔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았다.

내 팔을 당겨가 그 위에 머리를 얹었다.

은은히 전해져 오는 머릿결 냄새가 좋았다.

"너는 네 아버지와 너무 똑같애.. 몸매하며 몸 냄새까지...."

엄마의 손이 내 가슴을 더듬으며 그렇게 말하는 거였다.

아들이 아버지를 닮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나를 아버지로 느끼고 싶다는 말일까?

아버지처럼...........?

나는 엄마의 손을 밑으로 끌어내리려 했다.

그러나 엄마는 내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이미 끝냈잖아? 자꾸 빼면 못써! 먹고 있는 약효도 쌓일 새 없이 다 빠져버린단 말야..."

그러나 이미 잔뜩 달아버린 몸을 삭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힘으로 누르며 엄마 위로 올라가 버렸다.

엄마는 몇 번 내 가슴을 밀어댔다.

"그래, 그대로 자! 어릴 때도 늘 그렇게 자곤 했으니..."

가슴을 밀어대던 손이 등으로 갔다.

등을 쓸고 다니는 손이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나는 무릎으로 엄마의 다리를 벌렸다.

전날처럼 순순히 다리를 벌려주었다.

벌겋게 단 놈의 꼭대기에 계곡의 구릉이 느껴졌다.

끝에 와 닿는 무명 고쟁이의 보드라운 감촉이 살 못지 않았다.

그곳을 쓸쓸 비비며 쿡쿡 쥐어박았다.

"엄마야 뭐든 안 주고 싶겠니. 하지만...."

더 말은 잇지 않았다.

엄마는 모든 걸 용납할 수 있다는 말 같기도 했다.

엄마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내 등을 꼭 껴안았다.

반대로 다리의 힘은 다 빼버리고 있었다.

내 손이 내려가 엄마의 옷을 젖히면 저항할 것 같지 않은 눈치였다.

그러나 나는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엄마를 슬프게 하는 일은 저지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옆으로 내려가 누운 나를 엄마는 꼭 껴안았다.

"착한 내 아들...!!"

그렇게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른다.

밖에서 수다를 떠는 두 여자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훤히 밝아 있었다.

"형님 이거 다 팔려고요?"

"그래, 하지만 얼마 된다고."

"이걸 다 어떻게 들고 나가요?"

"차 타는 데까지만 들어준다면야..."

내가 문을 열고 나가자 마당에는 뽑아온 파와 여름 배추가 그득했다.

엄마와 함께 그걸 다듬던 아줌마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총각! 오늘 땀 꾀나 흘려야겠네?"

"외삼촌도 도와 줄거니 너무 걱정 마!"

"장날인가 보죠?"

"그렇다구나. 나도 따라가 봐야지!"

"나도 시내 나갈 일이 있는데...?"

엄마의 팬티를 사주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침 차에 맞추어 우린 이른 아침을 먹고, 그것들을 들고나섰다.

그 짐의 반은 지게에 얹어 외삼촌이 지고 나섰고, 우리들 양손에 하나씩 들었다.

그런데 다행일까?

아랫마을에 이르렀을 때 소형 트럭 하나가 우리 앞에 섰다.

아랫마을에 사는 외삼촌의 친구였던 것이다.

나도 얼굴이 익은 사람이었다.

그는 시내에 자재상을 하는데 지금 출근하는 길이라 했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모든 짐은 그 뒤에 실렸다.

외삼촌은 올라가고, 엄마와 아줌마는 트럭에 타고, 나는 버스로 가서 만나기로 했다.

트럭이 떠나고 나는 조금 더 걸어나가 버스를 기다렸다.

곧 버스가 도착했다.

장날이라서인지 버스는 만원이었다.

큰일 날 뻔했다.

그 트럭을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들 짐은커녕 사람도 못 탈 뻔했다.

시골 비포장도로의 만원 버스!

그 버스를 안 타본 사람은 그 광경을 짐작할 수도 없을 것이다.

시내버스에 차장이란 게 없어진지 오래지만 여긴 있다.

마치 짐짝을 싣듯 밖에서 손님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는 사람도 그 차장이고, 구간마다 탄 사람의 차비를 받는 사람도 차장 아가씨다.

콩나물 통에 콩나물 미어져 나오듯 밀려나온 사람 뒤에 내 몸을 밀고 올라서자 차장 아가씨가 나를 손으로 밀고, 또 등으로 밀고, 다음은 가슴으로 밀고 올라서서 문을 잠갔다.

그리고 아가씨는 대수롭지 않은 듯 내 가슴에 자신의 가슴을 붙이고 차표를 끊었다.

아래 허벅지 부분도 맞닿아 있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운전수도 더 이상 태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중간 중간 서지도 않고 계속 달려나가는 거 같았다.

그 속에서 내 물건이 꿈틀댔다.

그녀가 움찔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본의가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그녀가 피식 웃었다.

나는 교묘하게 그녀의 가슴과 허벅지 곡선을 음미했다.

그녀는 그런 일이 다반사여서 그런지 별 표정 변화가 없었다.

드디어 종점에 도착하여 또 한번 그녀가 내 몸을 밀어 제켰다.

문을 열기 위해서지만 그녀의 무릎이 내 무릎 위를 쿡 쳤다.

아마도 복수인 거 같았다.

나는 튕겨 나오듯 버스에서 퉁겨 내렸다.

하마터면 엎어져 밑에 깔린 뻔했다.

장은 종점 앞에서부터 벌어져 있었다.

나는 엄마를 찾으려 목을 빼올리고 훑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등을 쿡 쳤다.

아줌마였다.

사람을 헤치고 그녀를 따라가자 시장 아줌마가 된 엄마가 손님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이제 알았으니 내 볼일을 보고 오겠다 하니까 그녀도 볼일이 있다며 따라 나섰다.

난처한 일이었다.

그녀와 같이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녀 앞에서 엄마의 팬티를 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의 볼일부터 보자고 했다.

그녀는 뜻밖에도 은행으로 발길을 넣었다.

내가 민우에게 듣기론 은행 통장을 그의 아버지에게 모두 뺏긴 채 나온 걸로 알았는데..

그녀는 지갑 속에서 주민등록증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 통장과 도장을 잃어버렸는데 내 통장 재발급 되지요?"

"그럼요. 본인이 맞으시다면..."

아가씨가 주민등록증과 얼굴을 확인했다.

"맞네요. 도장은..?"

"도장도 함께 잃어버렸다 했잖아요."

"아 그랬죠! 그럼 여기에다 사인해 주세요!"

사인을 하여 내밀며 그녀가 말했다.

"여기 돈이 얼마나 있나 확인부터 해주실래요?"

"사천2백 여 만원이 들어 있네요."

"빼 가진 않았네.. 그러면 이 돈 다 빼 주실래요?"

"그래드릴 수야 있지만....?"

"내 통장을 훔쳐간 사람이 좀 그런 사람이라서요."

"네 알았어요. 어떻게 내어 드릴까요?"

"모두 현금으로 주세요!"

뒤에서 지켜보던 나는 엄청난(당시 1980년대로 생각하면 감이 잡힐 것임) 액수의 돈에 입이 벌어졌다.

그녀의 남편이 사업을 하고 있었다지만 그 많은 돈을 그녀가 챙겨 갖고 있었다니...

내어준 돈은 한 가방이었다.

그녀는 그 돈을 챙기자마자 나를 끌고 은행을 나왔다.

나는 그녀를 호위하는 개인 경호원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네 볼일도 있다며?"

"됐어요. 그보다 그 많은 돈 어쩔려구요?"

"네 엄마 통장에 넣어야지!"

"엄마 통장에요?"

"내 이름으로 계속 쓴다면 내가 여기 있는 게 추적 될 거 아냐.."

딴은 맞는 말이었다.

엄마에게 온 그녀는 나보고 거길 지켜라 하고 엄마를 끌고 사라졌다.

정말 모를 여자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가 일러주고 간대로 채소 몇을 팔았다.

그들은 금새 돌아왔다.

엄마도 그녀를 다시 봤다는 표정이었다.

그녀와 엄마가 나란히 서서 채소를 파는 모습을 보며 슬그머니 빠져 나왔다.

내의 전문점은 시장 안에도 있었지만 전에 승희의 브레지어를 샀던 집으로 찾아갔다.

전에 있던 아가씨는 없었고, 엄마 나이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나를 맞았다.

"뭘 사려고요?"

나는 용감하게 말했다.

"팬티와 브레지어를 살 건데요 나이는 아줌마와 비슷하고요, 몸매도 비슷하겠네요!"

"누구 건데요?"

"엄마요!"

"총각 첫 월급 탔나보네?"

나는 머쓱했지만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브레지어가 주르르 걸린 안쪽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거 어때요? 색상도 점잖고, 별로 튀지도 않고.."

그러나 그건 너무 맥이 빠져 보였다.

나의 눈은 저쪽 옆으로 갔다.

"저쪽은 아가씨들 풍인데...?"

"그래도 저쪽 걸로 골라 주세요!"

"총각 엄마 굉장히 세련된 분이신가 보다...!"

"네 좀..."

결국 내 고집대로 그쪽 걸로 골랐다.

팬티와 세트로 두 세트나...

그녀는 그걸 각각 포장하여 봉투에다 담아 주었다.

그걸 들고 나오는 나는 벌써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돌아왔을 때 엄마의 물건은 파장이었다.

내가 도착하자 나머지 것들을 떨이로 싸게 팔고 손을 털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두 시가 넘어 있었다.

낮차는 놓친 듯 했다.

"우리 근사한 점심 사먹고 가요?"

그녀가 사겠다 했다.

우리가 간 곳은 중화요리 전문집이었다.

그녀는 완자요리와 팔보채를 시켰다.

"형님 술 한잔할래요?"

"까짓 한잔하지 뭐! 채소도 잘 팔았고, 이렇게 나오기도 힘드니.."

"그래요, 총각도 같이 해?"

그러며 엄마의 표정을 살폈다.

엄마도 그래라 했다.

요리가 나오고 술이 나왔다.

술은 중국에서 건너온 거라는데 먹기는 순했는데 뒤끝이 제법 독했다.

나는 엄마가 앞에 있어 한 잔밖에 못 마셨지만 둘은 주거니 받거니 병을 비우고 있었다.

술이 적당히 오른 엄마가 그녀에게 물었다.

"동생! 정말 이곳에서 눌러 앉을 거니?"

"그래요. 저 거긴 다신 가고 싶지도 않아요. 한번뿐인 인생인데 그깟 놈한테 눌려 살수는 없잖아요?"

"그래, 그래라. 나도 한 많은 사람이니 같이 형, 동생하며 살아보자!"

"부라보!!"

"부라보.....!!"

우리가 일어설 때 결국 그 술병은 바닥을 들어낸 뒤였다.

정류장으로 왔을 때 차는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긴 줄이 서 있었다.

보아하니 셋 모두 앉아가긴 틀린 거 같았다.

조금 있자 버스가 들어섰고 긴 줄은 차츰 차로 올랐다.

자리는 없었다.

우린 중간쯤에 서야 했다.

뒷줄이 계속 밀고 들어왔고, 조금씩 뒤로 밀리면서 결국엔 아침의 그 꼴이었다.

둘은 나를 버팀목으로 양쪽에 붙어 있었다.

차가 출발하자 안이 출렁이며 두 여인의 몸이 내게 달라붙었다.

비포장도로로 차가 얹히자 그건 더욱 심해졌다.

술이 오른 둘은 서로 건너보며 그게 재밌다며 웃기도 했다.

그런데 밑으로 내려온 그녀의 손이 슬쩍 내걸 쥐었다 놓는 거였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엄마의 손이나 눈이 그걸 확인이라도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때 내 앞에 앉았던 손님이 일어섰다.

나는 먼저 그녀의 얼굴을 봤다.

엄마를 앉게 해야지 않겠냐는 뜻이었다.

그러자 그녀가 같은 의향인 양 "형님 앉으세요!"라 말했다.

엄마가 앉았다.

엄마의 어깨에는 내 앞섶이 닿이게 됐다.

나는 그걸 은밀하게 비비고 있었다.

엄마도 그걸 아는 듯 했다.

그런데 내 뒤로 바짝 다가선 그녀가 내 목덜미에다 뜨거운 숨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온 손이 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지만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난처할까 두려웠다.

그렇게 은밀한 몸싸움을 하며 내려야 할 곳까지 왔다.

차에서 내리자 벌써 컴컴한 밤이 되어 있었다.

둘은 나란히 손을 잡고 밤길을 걸으며 노래를 합창했다.

기분들이 매우 좋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녀대로 없어진 거나 다름없었던 돈을 다시 챙겨서일 거고, 엄마는 엄마대로 그 돈을 보고서 또 다른 꿈을 한층 키웠을 것이었다.

물론 엄마의 그 꿈이란 아줌마와 외삼촌과의 일이다.

앞서 걷는 내 팔목을 잡아챘다.

엄마였다.

"이 머슴아가 의리 없게 여자들을 버려 두고서 혼자만 가려하네!"

"글쎄 말예요!"

둘이 손발이 착착 맞았다.

엄마가 팔짱을 꼈다.

그녀는 엄마 팔에다 팔짱을 끼고...

그녀들이 움직이는 대로 나는 끌려 다녀야 했다.

그러다 줄이 뚝 끊겼다.

그녀가 떨어져 나간 거였다.

엄마가 걸음을 멈췄다.

내 걸음도 멈췄다.

"호호.. 저 아짐 좀 봐? 대로에다 오줌을 싸대네!"

정말 그녀가 길 중앙에 앉아 바지를 까발리고 있었다.

"볼 테면 보라지? 이미 별 볼일, 별 못 볼일 다 본 몸이니.. 후훗.."

"넌 보지마! 눈 버린다. 히힛.."

그녀가 일어서자 엄마는 나를 잡고 뛰기 시작했다.

골려주자는 장난이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뒤에서 "형님! 윤수 총각!"이라 외치며 따라오던 목소리가 멎었다.

운동화와 고무신을 신은 우리와는 달리 하이힐을 신은 그녀가 우리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도 멈춰 섰다.

그리고 길 옆 숲에다 몸을 숨겼다.

기다렸다가 거길 통과하면 뒤로 다가가 놀래켜주자는 엄마의 작전인 것 같았다.

엄마의 손이 밑으로 들어와 내걸 확인했다.

"그래, 저런 아줌마보고 서면 못 쓰지!"

은근한 협박이었다.

나는 엄마의 마음속에도 질투라는 걸 키우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보니 하이힐까지 손에 든 것 같았다.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엄마는 그녀가 지나가자 불쑥 뛰어나가며 "꽝!!"이라 소리쳤다.

그녀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풀썩 앉았다.

그리고 "응응..!!"하며 울음까지 터트렸다.

"미안해. 동생!"

"너무 놀랬잖아요!"

엄마가 그녀를 일으키자 손에 들었던 하이힐을 그제야 신었다.

이후 우린 말없이 걸었다.

집에 도착하여 외할머니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할 때에야 그녀의 표정은 밝아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리와 외할머니 집은 서로 네, 내 것이 따로 없이 살아왔다.

밭일도 그렇고, 논일도 그렇고, 심지어는 돈도 내 것 네 것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인지 엄마가 오늘 채소 판 돈을 외삼촌에게 주고 있었다.

외삼촌은 그 돈을 받으며 이 돈이면 농약 값을 갚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녀가 커피를 타고 있을 때 나는 집으로 왔다.

수돗가에서 손발과 얼굴을 씻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불을 펴고 그 위에다 오늘 사들고 온 포장품을 얹어두었다.

그걸 뜯어보는 엄마의 표정이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부풀었다.

또한 아랫도리도 함께 부풀어올랐다.

그런데 엄마와 그녀가 함께 들어서는 것 같았다.

나는 얼른 그걸 벽장 속에다 숨겼다.

엄마가 방으로 들어섰다.

"너 외갓집에 좀 가 있을래?"

"왜요?"

"아줌마가 목욕을 하겠단다. 밖에 날이 쌀쌀하니 개울에서 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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