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어났니?"
"응!"
"왜 좀더 자지 않고.. 피곤할 텐데..?"
피곤이란 말에 얼굴이 달아오를 것 같았다.
지긋이 올려보고 있는 엄마에게 하나도 안 피곤하다며 팔에 알통을 채워 보였다.
엄마는 싱긋이 웃으며 나를 쳐다보다가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네 팬티 마음에 들든?"
"...................??"
"오래 전에 내게 줄려고 사 둔 건데 줄 틈이 없었어."
내가 불쑥 튀어나간 뜻은 따로 있었는데..
그런데 방에서 팬티를 내려 봤으면서도 그게 새 건지도 몰랐고, 엄마가 '줄 틈이 없었다'는 말에 마음이 찔려왔다.
언젠가(아마도 중학 시절였던 거 같다) 엄마가 내의를 사주었는데 너무 작은걸 사와서 내가 그걸 팽개쳐버린 일이 있었다.
그리고 내 옷은 스스로 사 입을 테니 다시는 신경 쓰지 말라고 고래고래 악을 부렸다.
정말 그 이후 엄마는 내 옷 따위를 사주는 일은 없었고, 둘 사이에 의례적인 일 이외에는 냉랭한 상태로 지냈던 것이다.
그러니 엄마가 줄 틈이 없었다는 말은 내가 엄마에게 그걸 받을 틈을 안 주었다가 맞을 것이다.
내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나는 시무룩하게 돌아서서 수돗가로 가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썼다.
물이 쏟아지며 턱으로 목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쏟아진 물이 코로 기어 들어가 목구멍이 컥컥거릴 때에야 나는 일어섰다.
"새벽부터 무슨 머리를 그렇게 감니? 새벽 기온이 제법 찬데 감기 들라!"
언제 왔는지 몰라도 뒤에 서있던 엄마가 수건을 내밀었다.
나는 수건을 받아들고 비실비실 방으로 들어왔다.
목을 타고 내려온 물이 넌닝을 지나 사타구니까지 적시는 거 같았다.
슬그머니 추리닝을 내려보았다.
하얀 팬티였는데 팬티 윗단에 물이 스며들어 있었다.
헌데 요즘은 내가 입지를 않는 삼각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다니면서 자꾸 고환 밑에 낭습이 생겨 사각으로 입기 시작한 게 요즘은 그게 훨씬 편하다는 걸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다시 삼각이라니..
그리고 어쩐지 이상하다 했는데 사이즈도 작아 꽉 끼어 있었다.
이를 어쩌나......?
옛날 그때처럼 못 입겠다고 팽개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 그렇게 작은 걸 사왔을까?
아--, 어쩌면 그건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쯤 사 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4∼5년은 그걸 사두고 기다렸다는 말이 된다.
엄마에게서 떠난 걸 총 합한다면 거의 10년이나 되는데..
그 긴 세월을 자식의 마음이 돌아서길 기다려온 엄마........!
가슴이 미어져 내렸다.
그 사랑을 어찌 다 갚는단 말인가.......?
무슨 재주로..........?
어떻게.............?
방금도 내 마음만 앞세워 뛰어나가지 않았던가........?
나는 방바닥에 누워 책을 펴 들었다.
가식적이더라도 엄마가 기뻐하는 일을 해 보이는 게 그 사랑에 보답하는 작은 길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자잘한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가슴에 이는 회한의 늪만 깊어져 갔다.
엄마가 밥상을 들고 마루를 올라서고 있었다.
나는 뛰어나가 그걸 받아들고 방안에다 놓았다.
엄마도 나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끼는 모양이었다.
엄마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오늘 뭐 할 거니? 올라오면 피곤할 테니 여기에서 책이나 봐! 더우면 선풍기 틀어놓고..."
엄마는 자기가 물어놓고, 그 답도 스스로 해버렸다.
어릴 적 그때는 일은 돕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린다고 짜증을 부려대더니..
거기엔 엄마만의 속절이 숨어있겠지만 나로선 다 헤아리기 힘들다.
얼마 안 지나면 군에 보내야 하는 아픈 마음이 있을 것이고, 이제야 마음의 문을 연 자식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일 수도 있을 것이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스런 마음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마지막 것은 나의 패륜적인 접근이 그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엄마는 그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릴 것이고, 필연적으로 불거질 멍에는 다 자신이 지고 가려할 게 뻔하다.
입안의 밥알이 모래알 같았다.
그런 줄도 모르는 엄마는 계속 내 숟갈 위에 반찬을 얹어주며 입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엄마의 표정은 자신은 밥을 안 먹어도 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는 표정 같았다.
나는 그 모래알 같은 밥을 꾸역꾸역 떠 넣어야 했다.
드디어 밥그릇이 비자 엄마는 더 갖다줄까 하고 물었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엄마가 밥상을 들고 밖으로 나갔을 때에야 나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추리닝 상의를 걸치고 밖으로 나가 동네를 한바퀴를 돌았다.
아무래도 소화가 제대로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어쩐지 속도 거북했다.
한 바퀴 땀을 흘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줌마와 외삼촌이 같이 와서 셋이 나란히 마루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엄마가 약사발을 내밀었다.
나는 그걸 꿀꺽 꿀꺽 삼키고 방으로 들어갔다.
마루에서 들어오는 커피 향에 숙모가 떠오르는 걸 막으려 책을 펴들었다.
"너는 오늘 나와 봤자 할 일이 없을 거 같으니 공부나 해!"
외삼촌은 오늘 논에 약을 칠 거라며 엄마와 둘이만 가도 되니 공여사도 집에서 쉬라고 했다.
실은 공여사와 가고 싶었을 거다.
엄마도 그렇게 붙여 보내고 싶은 눈치였으나, 외삼촌의 순수한 마음을 다치기라도 할까봐 선뜻 그러자고 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모두 우르르 몰려나가자 집안엔 성질 급한 매미 소리만 들렸다.
조금 있자 민우가 쪼르르 달려와 개울에 고기 잡으러 가자고 했다.
나는 지금 몸이 안 좋으니 다음에 가자고 했다.
그는 한참이나 마루에 앉아 있다가 시무룩하게 돌아갔다.
등을 깔고 누워 책을 펴들었으나 눈에 글자는 들어오지 않고, 점점 목청을 올려 가는 매미 소리만 읽혔다.
맴맴맴맴....................
하루 빨리 군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생기게 된 건 엄마와의 관계가 어쩐지 부자연스럽다는 증거이리라.
오늘 밤 엄마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내 마음을 자신의 가슴속에 품으려 할까?
솔직히 그건 뜨거운 두려움으로 나를 눌러왔다.
아아.. 맴맴맴맴....................
뜨거운 맴맴맴맴....................
그때였다.
"윤수 총각 어디 아프다며??"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손에는 컵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프긴요.. 꾀병이에요. 근데 민우는?"
"소하고 놀 거라며 소를 몰고 나갔어."
"허허.. 녀석 내게 단단히 토라진 거로구만. 고기 잡으러 가자고 하는 걸 몸이 좀 안 좋으니 다음에 가자고 했더니..."
"이거 마셔봐! 외할머니께서 마시게 하라더군."
"외할머니께서..?"
"총각이 어릴 때 배앓이를 자주 했다면서 이 매실이 최고래."
나는 허허 웃으며 그걸 마셔야했다.
나를 극진히도 생각하시는 외할머니의 사랑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건 그냥 매실즙 정도가 아닌 매실주였다.
제법 독했다.
나는 그걸 몇 번 나누어 꿀꺽꿀꺽 삼킨 뒤 컵을 건네주었다.
아줌마는 컵을 받아들고 그걸 매만지며 뭔가 주저주저 하고 있었다.
"혹시 무슨 근심이라도 계셔요?"
"실은 민우 문제인데.."
그 말을 하며 방으로 들어오는 거였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으나 그녀가 들어오자 내 마음이 불편했다.
거기엔 엄마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컸다.
내가 그녀에게 추근거린다고 생각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던 엄마였으니까.
"나는 사실 다들 따뜻하게 대해주니까 편해서 좋은데 민우의 공부가 걱정이야?"
어미로서 그 아니 그럴까?
우리 나라만큼 자식의 교육열이 높은 나라도 없다 한다.
내 엄마도 그렇다.
엄연히 고등교육까지 마치고 사회인이 되었건만 대학 안 나온 놈은 사람 대접 못 받는다고 이 나이에 대학갈 준비를 하라고 조르지 않았던가?
나는 그녀의 근심을 이해하고도 남았다.
"전에 다니던 학교는요?"
"아마 방학이 끝나고도 등교를 안 하면 자연히 퇴학 처리가 되겠지.."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모습 같았다.
벌써 눈에 눈물이 도는지 방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구부린 그녀의 블라우스 안으로 젖가슴 골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내 침이 마르는 건 자연 현상이었다.
그녀가 얼굴을 들자 정말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렇게 걱정 마세요. 졸업을 안 해도 검정고시라는 구제책도 있고, 그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을 나와 대학교수까지 하는 분도 있다 하더군요."
"그렇지만 이런 산골에 박혀 있어서야 뭘 할 수 있겠어.."
"차차 마음이 잡히면 시내로 나가야지요."
나는 그 말을 하고 외삼촌을 떠올렸다.
그녀가 떠나버린다면 가장 상처를 받을 이는 단연 외삼촌일 테니까.
그리고 그걸 부추긴 게 나인 줄 안다면 엄마도 나를 똑바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외삼촌 어때요?"하고 물으려 할 때였다.
"혹시 총각 담배 피우니?"
"엄마 몰래 한 대씩 피워요."
"엄마가 싫어 하나 보지?"
"그건 아니지만 아직 안 피는 줄 알거든요."
"효자네."
"뭘요.." 글쩍글쩍...
"그거 있음 하나 줄래?"
뜻밖이었다.
그녀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도 그렇고, 내게 그걸 달라는 것도 그랬다.
아까 방으로 들어온 거나 주저주저한 거는 담배가 목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말을 처음부터 꺼내자니 쑥스럽기도 하여 민우 얘기를 먼저 한 건지도 모른다는 내 생각이었다.
나는 그들이 떠난 뒤 저쪽 방에다 옮겨 둔 내 짐 속에서 담배를 꺼내 왔다.
그녀에게 한 개피 건네고 나도 하나 꺼내 물었다.
라이터를 켜서 그녀에게 붙여주고 나도 붙였다.
그녀는 그걸 들고 뒷문 쪽으로 갔다.
열린 문 너머 땅에다 재를 떨어내며 길게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나는 종이를 접어 재떨이를 만들고 그 속에다 재를 털었다.
"한참 괴로울 때 배운 짓이라 심사가 편치 못하면 자꾸 생각나.. 벌써 몇 일째 굶었네."
그러면서 넋두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런 말은 총각에게만 하는 말이니 옮기지 말아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문기둥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오그려 앉아 속절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시선은 늘 밖으로 가 있었다.
아마도 뒤에 난 잡풀들을 보는 듯 했다.
아니, 시선이 허공에 떠 있었는지도 모른다.
"총각 만한 나이에 한 남자를 만났지. 첫 만남이었는데 덜컹 애가 생기고 말았어. 뭐가 그리도 급했든지... 그 해 그 애를 뱃속에 품고 결혼을 했지. 다음 해에 애가 태어나고 우린 행복했지.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어... 그 치에게 여자가 생기고, 떼어내면 또 다른 여자가 생기고.. 그건 참을 수 있었어. 남자들이란 원래 그런 동물이니까.."
그러면서 나를 쳐다봤다.
"총각이 그렇다는 말은 아냐!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피식 웃고는 담배를 비벼 꺼서 내가 만들어둔 재떨이에다 넣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갔다.
내 배에선 방금 마신 매실주가 들어가 밥과 섞이는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리고 술기가 온 몸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이제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었다.
치마 자락이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에 나풀나풀거렸다.
"그런데 그 치가 사람을 때리기 시작하는 거야! 때론 묶어놓고... 거의 병적이었어.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피식..
구실이라면 남자 구실을 말하는 거 같았다.
그런 말까지 하는 걸 보면 내게 많은 신뢰감을 느끼는 모양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생각은 곧 바로 어쩌면 그녀와 섬씽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으로 옮겨갔다.
나풀거리는 치마 사이로 드러난 다리를 보았다.
뽀얀 피부가 매혹적이었다.
"그래서 이곳으로 피신해 온 거군요..?"
"피신? 그래 피신이지. 그러나 나는 그 치를 버린 걸로 생각할 거야! 그게 내 속이 편하니까.."
"이거 가져가서 피우세요!"
나는 담배갑 채로 밀었다.
그녀는 "고마워!"란 말을 하고는 치마 속에다 그걸 숨겼다.
내가 라이터까지 밀자 그것도 그 속에다 숨겼다.
그런데 이번엔 치마 윗단을 끌어내리며 그걸 집어넣었는데 팬티 끝이 살짝 보였다.
아마도 팬티 속에다 감추는 모양이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때였다.
민우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고 있었다.
"형! 큰일 났어. 소가 사라졌어요!!"
숨이 목에까지 차오르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뭐라고??"
나는 급히 뛰어나갔다.
그녀도 허겁지겁 뛰어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가 소를 놓아둔 장소로 뛰어 올라갔다.
그러노라고 치오르던 술기운이 싹 달아나 버렸다.
길을 따라 위아래를 오르락내리며 둘러보았지만 소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버린 모양이었다.
내 어릴 적에도 이런 일은 더러 있었다.
주로 소는 내 차지였는데 그런 일이 터지면 어른들이 올라가 소를 찾아오고 나는 밑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어두어지면 저절로 내려오거나 목이 말라 물을 먹으러 내려오기 때문이었다.
나는 민우를 그 길목에 세워두며 말했다.
"넌 여기서 꼼짝 말고 지키고 있어! 이리로 내려올지도 모르니..."
"형 알았어."
"그리고 아줌마는 저쪽으로 들어가 봐요? 나는 이쪽으로 들어가 볼 테니.. 소에 방울이 달려 있으니 방울 소리가 들릴 거예요."
"혼자 무서워서 어떻게..?"
"그럼 아줌마가 여기 서 계시고, 민우 네가 저쪽으로 갈래?"
민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는 수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이쪽부터 들어가서 찾아보고 없으면 다시 저쪽으로 가 볼 수밖에..
나는 민우에게 다시 한번 헛짓 하지 말고 잘 지켜라고 당부했다.
올라오면서 걔 엄마의 추궁에 소를 놓아둔 채 매미를 잡았다는 얘길 했기 때문이다.
내가 들어가려 했던 산 속을 제법 헤맸지만 없었다.
되돌아 나왔을 때 민우의 얼굴은 울상이었다.
그녀의 얼굴도 잔뜩 굳어 있었다.
다시 저쪽 골짜기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뒤에 그녀가 따라오는 걸 봐 가며 숲을 해치며 한참이나 들어갔을 때였다.
방울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혹시 물소리일지도 몰라 제자리에 서서 귀를 모았다.
분명히 방울 소리였다.
그녀도 그 소리를 들은 듯 굳었던 표정을 폈다.
방울 소리를 향해 숲을 헤쳐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풀을 뜯고 있는 소를 발견했다.
송아지도 같이 있었다.
나는 소 줄부터 잡아챘다.
"휴..!"
그녀가 바닥에 털썩 앉아버렸다.
긴장이 풀리자 다리에 힘이 빠지는 모양이었다.
나는 나무에다 줄을 동여맸다.
그리고 나도 그 옆 조금 떨어져 앉았다.
"담배 가져 왔어요?"
그녀가 치마 속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내가 한 개피 빼어 물자 그녀도 손을 내밀었다.
나는 내 담배에다 불을 붙이고 답배갑과 라이터를 건네줬다.
그녀도 담배를 빼물고 불을 붙였다.
두 가닥의 긴 연기가 하늘을 향해 피어 올렸다.
"어떻게 그리 산을 잘 타지?"
따라오기 힘들었다는 말이었다.
"집이 여긴데요 뭘,,,"
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치마에는 갖가지 풀이며 가시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그녀도 그걸 본 듯 담배를 피며 그것들을 떼어냈다.
그리고 손에 든 담배와 라이터를 치마 속에다 다시 집어넣고 있었다.
그때에야 담배 맛을 음미했다.
혹시 그녀의 은밀한 음부 냄새가 나지나 않는지....?
앞섶이 불룩해 오는 거 같았다.
"이제 한숨 돌렸으니....!"
그녀가 바닥에다 담배를 비벼 끄고 일어서고 있었다.
나도 담배를 비벼 끄고 일어나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 옆에 소가 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짐짓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