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21)

4) 따옥따옥 따오기

단꿈에서 깨어났을 때 이불 한쪽이 비어 있었다.

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것 같은데 서둘러 빠져나간 걸 보면 엄마도 몹시 쑥스러운 밤이었던 모양이었다.

부엌에서 타닥타닥거리며 나무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밥을 짓는 모양이었다.

옆쪽 굴이 파진 이불 속을 더듬자 아직 체온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쪽으로 몸을 옮겼다.

너무나 포근했다.

엄마의 체향도 맡아졌다.

그렇게 엄마의 이불자락을 차고 누워 일어날까 말까 미적대고 있는데 부엌에서 흥얼거리는 엄마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그 '따오기'는 노랫말의 뜻과는 달리 엄마가 기분이 좋을 때 곧잘 흥얼대던 노래였다.

엄마의 기분이 괜찮다는 뜻이었다.

내 염려가 불식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불 밖으로 몸을 뺐다.

간밤 나를 재워주었던 이불자락들을 모두 개어 장롱 속에다 차곡차곡 쌓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고 추리닝이 던져져 들어왔다.

엄마였다.

"일어났구나! 잘 잤니?"

"응! 엄마도..?"

엄마는 싱긋 웃어 보이고는 문을 닫았다.

어릴 적처럼 의도적으로 "응!" 이라고 응석 배인 소리를 한 것은 나의 들뜬 기분 탓이었다.

추리닝은 따스했다.

아마도 솥뚜껑에 얹어 말린 모양이었다.

나는 그걸 걸치자마자 뛰어나갔다.

그리고 밤새 개구쟁이가 되어버린 것처럼 펄쩍펄쩍 뛰며 마당을 한바퀴 돌고 부엌으로 뛰어들어 솥바닥에 생선 토막을 굽고 있던 엄마를 덥석 안아버렸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 같구나! 얘, 고기 다 태우겠다!!"

엄마도 그런 내 모습이 싫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태운 생선이 더 맛있더라 뭐!!"

"얘가 점점...??"

나도 모르게 엄마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내 앞섶도 엄마의 엉덩이를 눌러댔던 모양이었다.

나는 슬며시 뒤로 물러났다.

결단코 의도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우발적으로 생긴 일이었다.

나는 마당 한켠에 있는 수돗가(山水를 끌어다 놓은)에서 꼭지를 양껏 틀어놓고 세수를 했다.

실없이 푸푸~ 소리도 크게 내면서 말이다.

그런다고 어젯밤의 들뜬 기분이 가라앉을 리 없었다.

마루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을 때 엄마가 조반상을 들고 올라섰다.

"아 이 구수한 냄새!"

나는 필요 이상의 오버액션을 하며 상에 얹힌 생선 토막을 맨 손으로 집어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의 행동은 예닐곱 어린애였다.

엄마도 나의 가식을 이해하는 듯 했다.

"어릴 때 그대로구나.. 가시는 골라 먹어야지!"

엄마는 가시를 고른 생선살을 내 숟갈 위에 얹어주었다.

그리고 "엄마는 이때가 가장 행복하단다!"란 말을 했다.

내가 그간 사춘기를 거치고, 더구나 객지생활을 시작하면서 엄마와의 간격이 소원해졌음을 몹시 아쉬워해 왔다는 뜻 같았다.

하긴 그간 학교 다닐 때도 방학을 집에서 거의 보내지 않았었다.

공부를 핑계 삼아 시내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거나 삼촌 집에서 사촌들과 지내곤 했다.

집에 와봐야 지긋지긋한 밭일만 기다리고 있었고, 친구 준철이도 나처럼 그네 형네 집에서 지내느라 오지 않았으므로 말동무 하나 없는 이곳에서 지내기가 싫었던 거다.

그러고 보면 나는 정말 불효자였다고 해야할 것이다.

기껏 두 달 남은 이 기간이라도 엄마가 기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조반상을 물리자마자 삽과 호미를 챙겨 소쿠리에 담았다.

엄마는 그 속에다 사발과 된장 한 움큼을 비닐 봉지에 싸서 넣었다.

어젯밤 내가 사발 고기를 잡겠다 했기 때문이었다.

엄마와 외삼촌이 일군 약초 밭은 폭포 옆의 비탈에 있었다.

길을 나서며 외갓집에 들렀을 때 외삼촌은 안 계셨다.

외할머니의 말씀이 시내에 농약 사러 나갔다는 거였다.

텐트가 있던 곳을 지나며 슬쩍 보았더니 텐트는 그 위쪽 주춧돌 자리에 올려져 있었고, 풀과 나뭇가지에 옷들이 주르르 널려 있었다.

아마도 어젯밤 소낙비에 된통을 당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 갔는지 텐트 안에도 안 보였다.

아무튼 그들이 아직 떠나지 않았다는 게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다.

이 산골에서 흔치 않은 구경거리가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스럽다는 말이다.

어젯밤 소낙비가 내리며 하늘을 걷어버려서인지 햇살이 제법 뜨거웠다.

밭은 집에서 제법 먼 곳이다.

집 주위에도 노는 논밭이 많지만 토양이 너무 물러 그 먼 산비탈에 밭을 만들었다 했다.

10여분 걸어서 밭에 다다라 그곳에다 들고 온 소쿠리를 내려놓고는 사발을 들고 폭포로 내려갔다.

그런데 거기에 여자와 아들 모자가 멱을 감고 있었다.

여자는 옷을 다 입은 채였으나 아들 녀석은 달랑 팬티 차림이었다.

서로 물장구를 치며 노는 모습이 꼭 도시의 풀장에서 보는 모습 같았다.

여자가 비록 옷을 입고 있었다지만 물에 다 젖어 몸의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나는 나무숲 뒤에 숨어 그들이 엄밀한 일을 벌이지나 않을까 지켜보았지만 결코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물장난에 지쳐 물가의 바위 위에 나란히 앉는 모습을 보고는 터벅터벅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내려갔다.

여자가 나를 확인하고 몸에 붙은 옷을 들어 몸의 윤곽을 감추고 있었다.

그 녀석은 이방인인 나를 경계하는 눈초리였다.

"놀러 오신 모양이지요?"

나의 그 물음에 여자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그렇다고 말했다.

망원경으로 본 그 모습보다 여자는 훨씬 더 미인이었다.

몸매도 잘 빠졌고..

"저 아래 텐트가...?"

"네 맞아요. 그저께부터 왔어요. 여기 사시는 모양이지요?"

"네! 그저께부터 왔다면 어젯밤 소낙비를 그대로 맞으셨겠군요."

"바람이 부는 바람에..."

"며칠 더 머무실 거라면 우리 집 작은방에서 지내시면 어때요?"

"고맙기는 하지만.. 어찌 그렇게...!"

"물론 여긴 폐가도 세 채나 있어요."

나는 의도적인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

"보았겠지만... 폐가는 너무 지저분해요. 사람이 떠나자 산짐승이 사는 곳도 있고...."

"혹시 맨 첫 집...?"

"맞아요. 지금 어머니와 둘만 있지요. 나는 곧 군에 가야 하고요."

그녀는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나는 사발 위에 구멍 뚫린 비닐을 덮고 그 안에다 된장을 풀었다.

처음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던 녀석은 그 모습이 신기한지 옆에 바짝 다가와서 지켜보았다.

"너 고등학생이니?"

"아뇨. 중3이에요."

"곧 학교에 가야겠구나. 방학도 며칠 안 남았으니..."

"네..."

대답이 시원찮았다.

나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옷을 입은 채로 사발을 들고 들어가 물 속에다 그걸 놓고 나왔다.

"위에서 지켜보면 보일 거야! 물고기가 잔뜩 들어가면 날 불러. 알았지? 난 저 위에서 일하고 있을 테니까.."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여자에게 오늘 저녁 매운탕을 끓여 집으로 초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위로 올라 왔다.

벌써 밭 한 이랑을 다 맨 엄마는 수건으로 가린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다음 이랑에 들어서 있었다.

나는 삽을 들고 무너진 밭이랑을 고르며 부토를 했다.

금방 땀이 범벅이 되어 온몸을 적셨다.

엄마는 나날이 이 일을 해야 한다니 정말 끔찍했다.

군에서 제대하면 무슨 수를 써서든 엄마를 이곳에서 해방시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이랑이나 거쳤을까, 잠시 허리를 펴고 있는데 저 밑에서 그 아이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형! 고기 들었어요!"

"얼마나?"

"세어보지 않아서..."

보나마나 몇 마리 든 걸 보고 달려 왔을 거였다.

그러나 나는 삽을 꽂아두고 아래로 내려갔다.

벌써 짜증이 생기기 시작한 거였다.

나는 늘 그랬다.

시골에서 종일 뼈빠지게 일을 해봤자 공장에서 한 시간 일하는 거보다 못한 수입..

그걸 바라고 사는 농민이 한심스럽다고 느껴온 나였다.

일은 도시 일보다 열 배는 더 힘들고, 수입은 쥐꼬리의 한심한 작태..

그걸 부여안고 사는 엄마가 정말 밉도록 한심스러웠던 것이다.

밑으로 내려가 사발을 건지자 생각한대로 기껏 네 댓 마리가 들어 있었다.

고기를 건져내고 다시 된장을 풀어 넣어놓은 뒤 녀석에게 안이 새까맣게 변할 때까지 지켜보다가 비닐이 터질 정도가 되면 나를 부르라고 일었다.

그런데 바위 위에 옷이 주르르 널려 있고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내려오자 바위 뒤 어디쯤 숨은 모양이었다.

나는 모른 척 올라오다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그녀의 행방을 찾았다.

정말 내가 사라진 걸 알자 바위 뒤에서 여자가 나오는 게 보였다.

헌데 그녀는 달랑 팬티와 브레지어만 찬 상태였다.

다 큰 아들 앞에 저런 모습을 하고 있다니...

아들도 그 모습이 대수롭지 않은 듯 내가 놓고 온 사발만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긴 어릴 때부터 늘 그런 모습으로 지내왔다면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여겨지기도 했다.

아무튼 그 모습을 본 내가 태연히 엄마 옆으로 가 다시 삽을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나무 뒤에 등을 기대고 바지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저 앞 미끈하게 빠진 여체에 내 몸을 꽂는 상상을 하며 손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결국은 어젯밤 정성스럽게 내걸 닦아주던 엄마 손의 감촉을 떠올리고 있었다.

뿌연 액체가 허공을 갈랐다.

천륜의 이반자가 된 불량한 액체는 풀잎에 묻거나 땅에 떨어져 아무렇게나 흩어졌다.

다리를 흐느적거리며 밭에 올라섰을 때 엄마는 그늘 밑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또 한번 죄를 지은 나는 엄마 보기가 민망하여 곧바로 밭이랑으로 들어섰다.

"좀 잡혔대?"

"아뇨, 겨우 다섯 마리..."

"어젯밤 비까지 내렸는데 겨우..!"

"도시 것들이 와서 온통 물을 휘저어 놓았는데 고기가 다 숨었지..."

"하긴..."

엄마는 다시 수건을 머리에 매면서 밭이랑 속으로 들어왔다.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키 낮은 약초 밭을 끝내고 산마(山麻)가 심어진 곳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산마는 덤불이 길어 마치 오이를 키우듯 줄기가 타고 올라갈 마른나무를 세워두었다.

그 높이가 내 키를 넘어섰으므로 숲 속에 들어간 꼴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내 뒤까지 호미질을 해온 엄마가 "꽝!"하며 장난을 걸어왔다.

정말 나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와 폭포 물소리로 엄마가 다가오는 걸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나를 놀래켜놓고 순간적으로 넘어지는 내 몸을 엉겹결에 잡은 엄마도 함께 주저앉고 말았다.

"까꿍!"

"놀랬잖아!!"

"엄마가 놀래켜 놓고선..."

엉덩이가 찹찹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물이 질퍽했던 자리에 주저앉은 모양이었다.

엄마가 머리에 맨 수건을 풀어 내 뒤에 묻은 흙을 털어 냈다.

뒤돌아보니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헐렁한 몸빼 바지가 온통 흙투성이였다.

나는 수건을 뺏어들고 엄마의 뒤도 닦아주었다.

엉덩이에 흙투성이가 집중적으로 묻어 있었다.

수건을 쥔 손끝으로 엄마의 엉덩이 굴곡이 느껴져 왔다.

그러다 내 손은 흙을 닦아내는 게 아니라 그곳을 더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엄마도 그걸 알아차린 듯 했지만 가만히 서 있었다.

아마도 내가 민망해 할까봐서였을 것이다.

내 눈이 충혈되는 게 느껴졌다.

"이제 됐어!"하며 돌아서려는 엄마를 왈칵 안아 버렸다.

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얘가 점점 어린애가 되어 가네!"라 말했지만 내 손을 뜯어내지는 않았다.

마주 쥔 팔 안쪽에 물컹한 가슴살이 느껴졌다.

서로 반대편의 손바닥으로 그걸 감싸쥘 때까지도 엄마는 잠자코 있었다.

브레지어는 느껴지지 않았다.

손바닥 안에서 그 끝 돌기가 꿈틀대는 거 같았다.

"엄마...!"

"그래, 네가 오래 전부터 갖고 놀던 네 장난감이니까..."

나직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허락이라고 여기고 작게 조몰락조몰락 만졌다.

엄마의 입에서 탄식 비슷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걸 들었다.

나는 엄마의 목덜미에 숨소리를 토해냈다.

그리고 불룩해진 앞섶을 숨기지 않고 앞으로 밀며 손을 점점 아래로 내렸다.

배꼽쯤 다다랐을까?

엄마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엄마의 손에 순응해야 했다.

밀고 있었던 몸 끝도 스스로 물려야 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엄마는 측은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품에 안았다.

"엄마 미안해요!"

"괜찮아. 나는 네 어미잖아...."

"미안해요. 자꾸 버릇없는 모습 보여드려서..."

"이제 내려가자! 점심 먹어야지..."

나는 엄마를 따라 그곳에서 빠져 나왔다.

먼저 앞서가는 엄마를 놔두고 폭포로 내려갔을 때 그들은 넓적한 바위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렇게 잠이 든 모양이었고, 다행히 여자는 옷을 다 껴입은 상태였다.

사발을 건지자 고기가 너무 많이 들어 더러는 비닐 구멍으로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그들을 깨우지 않기 위하여 사발을 들고 그대로 내려왔다.

오후에 좀만 더 잡으면 될 듯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 고기를 마당가 물 항아리 속에다 부어 넣었다.

엄마는 그새 옷을 갈아입고선 내가 갈아입을 옷도 내어놓았다.

나는 먼저 세수부터 했다.

그러다 훌렁 윗도리를 벗고 엄마에게 등물을 좀 해달라고 말했다.

엄마의 손이 차디찬 물줄기와 함께 등을 쓸고 다녔다.

등줄기에 차가움과 뜨거움이 함께 기어다니는 느낌이었다.

어젯밤처럼 덜렁 바지를 벗겨버리지나 않을까 조바심도 일었다.

그것 또한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마음이었다.

그 중 솔직히 기대가 더 컸다.

그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엄마는 손바닥으로 등을 한번 내려치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허리를 펴면서 줄에 걸린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그 수건, 어젯밤 내 정액을 닦아주던 바로 그 수건이었다.

얼굴에 대고 컹컹거려 보았지만 그새 정액 냄새는 다 사라지고 비누 냄새만 났다.

엄마도 그걸로 얼굴을 닦았을까?

갈수록 나는 음흉한 상상을 즐겨가고 있었다.

마루에 내어놓은 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리고 새 옷을 껴입으려다가 멈추었다.

귀를 쫑긋 새운 내가 부엌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음흉하게도 나는 타이밍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가 부엌에서 상을 들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때에야 아랫도리를 벗어 내린 양 연기(이걸 오노액션이라고 한다지요?)를 했다,

그리고 그걸 마루로 휙 던져냈다,

마루에다 상을 내려놓으려던 엄마가 멈칫했다.

자칫 했으면 상에다 덮쳐버릴 뻔 했다.

엄마가 입술을 깨물며 "너 죽을래!"하는 표정을 했다.

나는 손을 들어 고의가 아니었다는 시늉을 했다(이 액션도 오노가 잘 한다지요?).

엄마는 상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

벗겨진 내 아랫도리를 다 봤다는 표현이었다.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앞을 가렸다.

그리고 일부러 손을 더듬거리며 옷을 껴 올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가 던져낸 바지(추리닝) 속에서 팬티를 꺼내며 방안을 힐끔 들여다봤다.

그때까지도 옷 속으로 덜 감춰진-일부러 미적대고 있었으므로- 내 물건은 양껏 팽창해 있었지만 이제 그걸 숨기지 않았다.

아니,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고 있었다가 맞을 것이다.

나는 또 한번 덤벙대는 몸짓을 해 보이고는 옷을 마저 올렸다.

밥상 앞에서 엄마는 굳은 표정이었다.

"잡아온 고기 봤어? 제법 엄지손가락 만한 고기도 들었더라고...!"

나는 그렇게 아양을 떨었지만 엄마의 굳은 표정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방금까지도 땡볕을 내리쬐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마도 또 소낙비가 쏟아질 조짐이었다.

"기어이 날씨가 해꼬지를 하려는가 보구나!"

오후엔 일을 다 했다는 말이었지만 엄마의 굳은 표정이 마치 날씨 탓이라는 시늉 같기도 했다.

밥그릇을 비우고 막 숟갈을 놓았을 때 하늘은 기어이 비를 떨구고 있었다.

엄마는 밥상을 부엌으로 꺼내자마자 마당으로 뛰어나가 줄에 늘린 빨래를 걷었다.

그때 외삼촌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손에 든 것은 아마도 아침에 사러 나갔다는 농약인 모양이었다.

"때 맞춰 당도했네!"

"빌어먹은 날씨! 이 놈의 변덕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아침엔 멀쩡하더니..."

엄마의 표정이 일순 밝아져서 외삼촌 앞으로 수건을 내밀었다.

"외삼촌 나 매운탕 거리 잡아 났어요!"

"오, 그래! 일단 집에다 이거 갖다 놓고 와서 너와 한잔하자.."

외삼촌은 이제 나를 술친구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엄마가 내 얼굴을 쳐다봤다.

"못 한다 하더니...?"하는 표정이었다.

"얘 나이가 얼만데..!"

외삼촌이 내 편을 들었다.

"윤수 지금 한약 먹는 중이란 말야!"

"괜찮아. 속(腸)도 봐줄 거야. 나 갔다오마!"

외삼촌은 마루 옆에 놓인 우산 하나를 펴들고 나갔다.

엄마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화난 표정은 아니었지만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왜 했느냐는 표정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둘 다 마루에 걸터앉아 처마 밑에 떨어지는 낙숫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침묵을 깨어준 건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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