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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3 휴가 (53/62)

00053  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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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차, 허지영

 허지영은 전날 김준과의 일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자신의 딸과 섹스를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일이 어제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편히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왜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내 딸이랑...하아...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

 어제 집에서 김준과 자신의 딸이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본 그녀는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딸과 섹스를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자신을 놔두고 다른 여자랑 섹스를, 그것도 자신의 집에서 섹스를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다가가 뺨을 때렸던 것이었다.

 ‘에휴, 이제 그하고도 딸하고도 끝이구나.’

 뺨을 때려서 김준을 쫓아낸 후, 그녀는 자신의 딸, 허예지를 한참동안 노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딸에게도 김준하고 똑같이 뺨을 한 대 때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엄마에게 뺨을 맞은 허예지는 두려움에 떨면서 한참을 흐느끼며 울다가 자신의 옷을 챙겨서 역시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이후, 두 사람은 지금까지 말 한마디를 나누지 않았다.  

 ‘보니까 안에다가 싼 것 같던데, 임신하면 어쩌지? 도대체 걔는 무슨 생각으로 내 딸이랑 섹스를 한 거지?’

 밤새 이 일에 대해서 고민해봤지만 딱히 해답이 나오지 않아 그녀는 미칠 지경이었다. 왜 하필이면 그가 자신이 없는 시간에 집으로 왔던 것인지 잠깐 자리를 비운 자신의 행동에 후회도 되었다.

 ‘일단 예지하고 대화를 나눠봐야 될 텐데...’ 

 오랜 고민 끝에 답을 내리지 못한 그녀는 가장 중요한 딸하고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우선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준하고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딸은 아니었다. 허예지는 그녀의 인생의 전부였다. 딸하고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었다.

 ‘밖에 나가지 않은 것 같은데...대화 해봐야겠어.’

 허예지는 어제부터 문을 닫고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지훈이가 그녀의 상태가 이상해서 방문을 두드려도 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혹시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허지영은 헐레벌떡 그녀의 방문 앞으로 이동했다.

 ‘제발...아무 일도 없기를...제발...’

 부정적인 생각이 한 번 들자, 그녀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안 좋은 생각들은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두드렸다.

 똑 똑

 충분히 소리가 들릴 수 있을 정도로 방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상적인 상태였으면, 그녀가 자고 있거나 일부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지금 허지영의 마음은 불안정했다. 그녀는 자신의 딸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하게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예지야! 무슨 일 있니!? 문 좀 열어봐! 예지야!!”

 하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소리쳐도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수록 허지영의 마음은 타들어만 갔다. 

 결국, 그녀는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가고자 결심했다. 안방을 한참을 뒤져서 열쇠를 찾아낸 그녀는 바로 허예지의 방문을 열었다. 

 “예지야!!”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침대에 쭈그리고 앉아서 흐느껴 울고 있는 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지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흐윽...예지야...흑.”

 허지영을 그런 딸을 안은 채 자신도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딸은 얼마나 오랜 시간 울었는지 두 눈이 퉁퉁 불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엄마에게 뺨을 맞고 자신의 방으로 온 그녀는 밤새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엄마는 그랑 섹스를 했으면서 자신은 왜 못하게 하는지 이해되지 않고, 화가 났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엄마는 단순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딸이랑 놀아난 게 화가 났던 게 아니라 자신을 걱정했기에 그랬던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다시는 그 남자 만나지 않을 게. 엄마가 잠깐 미쳤었나봐. 우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 응?”

 아무리 섹스가 좋다고 하더라도 가족보다는 아니었다. 허지영은 딸만 있다면 섹스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흐윽...나도 미안해. 그냥 엄마가 왜 그 남자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그랬던 건데...나도 모르게...흑.”

 “괜찮아.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엄마가 다 이해할게. 너는 잘못한 거 없어. 다 그 남자가 잘 못한 거야. 못된 놈, 어떻게 내 딸한테 그럴 수가 있어. 우리 다시는 그 사람 보지 말자. 오빠한테도 말해야겠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일의 원인은 전부 김준이었다. 처음에 허지영에게 접근했던 것도 김준이었고, 어제 갑자기 허예지한테 섹스에 대해서 알려주겠다고 한 것도 김준이었다. 그 섹스에 환장한 미친놈 때문에 한 가족이 파탄 날 뻔한 것이었다.

 “하지만...엄마는 그 남자 좋아하잖아...나는 괜찮으니까 엄마는 그냥 계속 만나.”

 “아니야, 엄마는 괜찮아. 우리 다시는 그 남자 이야기 하지 말자.”

 “실은 나, 그때 엄마랑 그 남자랑 하는 거 지켜보고 있었어.”

 “...응?”

 갑자기 허예지가 꺼낸 말에 허지영은 당황스러웠다. 지켜보고 있었다니, 엄마가 딸한테 다른 남자랑 섹스하는 모습을 들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궁금했어. 도대체 저게 뭐가 좋아서 저런 남자를 좋아하는 건지...” 

 “그래서...그 남자랑 섹스를 했던 거야?”

 “...응.”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허지영은 머리가 아파왔다. 두 손바닥이 만나야 소리가 나듯이 이 모든 일이 전부 김준 탓만은 아니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솔직히 자신이 먼저 유혹하듯이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이후에는 김준이 그녀를 유혹했지만 말이다. 즉, 이 일에는 자신의 책임도 상당하다는 뜻이었다.

 더군다나 예지가 섹스에 대해서 궁금증을 품은 것은 김준보다는 자신에게 있었다. 엄마가 뜬금없이 사랑에 빠져서 가족을 챙기지 않는데, 당연히 딸 입장에서는 궁금할 법했기 때문이다.

 “미안해, 그런 모습 보여줘서. 다시는 그런 모습 보이지 않을게.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서만 살아갈게.”

 “그래도 알았어. 엄마가 왜 그렇게 그 남자를 원했는지.”

 단 한 번의 경험이었지만 허예지에게 섹스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 경험을 통해서 그녀는 충분히 엄마가 그럴만했다고 생각했다. 

 “난 엄마 용서할 수 있어. 그러니까 엄마도 나 용서해줘. 우리 그렇게 다시 시작하자.”

 그녀가 허지영에게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했다. 이미 자신의 딸을 용서했던 그녀는 당연히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신...한 가지 부탁이 있어.”

 “...뭔데? 뭐든지 말해. 엄마가 다 들어줄게.”

 딸의 말에 허지영은 순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부탁이기에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한 느낌은 그대로 적중하고 말았다. 그녀의 부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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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김준

 김준은 낮에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의 친구인 동철의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동안 잠시 동철이의 일을 잊고 있었던 그는 소식을 듣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동철이의 소식을 듣자마자 그가 향한 곳은 병원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지훈이를 포함한 그와 동철이의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김지훈이 김준을 보며 말했다. 그의 표정이 썩 좋지 않은 것을 보니까 동철의 상태가 심각한 모양이다.

 “상태는 어때? 얼마나 심각한데?”

 “뭐, 생명의 지장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충격이 큰가봐. 그리고 병원비로 깨지는 돈까지 생각하면 죽으려고 할 거야.”

 현재 동철이는 안정을 취하고 잠에 든 상태였다. 생명이나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아서 당분간 입원이 필요한 상태였다. 외적으로는 항문파열과 크고 작은 화상 등을 온몸에 입은 상태였다. 

 “동철이 동영상이 인터넷에도 잔뜩 퍼졌다더라. 다 그년 짓이야. 동철이하고는 이제 끝이니까 동영상을 퍼뜨린 거라고.”

 “영상 확인하니까 교묘하게 편집해서 자기 얼굴은 다 가렸더라고. 쓰레기 같은 년.”

 “그 망할년을 진즉에 처리했어야 했는데.”

 동철이 이렇게 병원신세를 지게 된 이유는 바로 그녀 때문이었다. 동철이와 함께 다니는, 전에 건물에서 몰래 지켜봤던 김지영 때문이었다. 그녀는 동철이가 아파서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자, 찍어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릴 정도로 못된 여자였다. 

 “전에 몰래 그년이랑 동철이를 미행한 적이 있었는데...빌어먹을, 그때 말렸어야 했어.”

 “그럼 그년이 있는 곳을 안다는 거야?”

 “응, 근데 워낙 보안이 살벌해서.”

 “우리가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래,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동철이의 복수를 해주자.”

 지훈이는 동철이를 대신해서 그녀에게 복수하자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 역시 동철이의 복수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부자인 그녀를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건물에 몰래 잠입해서 그 모습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까?”

 “아까도 말했지만 보안이 살벌하다니까.”

 “그래도 너는 한 번 들어갔었잖아. 방법이 있을 거야.”

 “아마도 전보다 더 강화되었겠지.”

 “그리고 그년도 동철이가 없어서 당분간은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테고.” 

 “음...그러면 우리 중 한 명이 그년 눈에 들어가는 건 어때?”

 친구들 중 한 명이 아이디어 하나를 내놓았다. 그는 우리들 중 한 명이 그녀의 눈에 들어가서 그 건물로 이동한 뒤, 동철이의 동영상 원본을 지우고 도망가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건 불가능해. 차라리 납치를 하면 모를까.”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일단, 그녀의 눈에 들어가기도 어려울 것이고, 그녀에 눈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쉽게 도망쳐 나올 곳이 아니었다.

 “그래, 그럼 차라리 납치를 하자.”

 “야, 그러면 우리도 그년이랑 똑같이 되는 거야.”

 “뭐, 어때. 그년이 먼저 시작했는데.”

 친구들은 딱히 방법이 나오지 않자, 극단적인 얘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김준은 동철을 위해서 복수해주고 싶었지만 그 정도까지 가는 건 선을 넘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에게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가만, 납치 말고 이건 어때?”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떠오른 거야?”

 “그러니까...”

 그의 생각은 납치와 마찬가지로 불법이라 할 수는 있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의 친구들을 김준의 말에 살짝 의심이 생겼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정말 네 말처럼 될까?”

 “만약 안 된다면, 바로 플랜을 수정하면 되니까, 걱정마.”

 “그렇긴 하지만...이거 상당히 위험하잖아.”

 “동철이만 생각하자. 동철이만.”

 “그래, 동철이가 그동안 우리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그들은 김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위험한 방법이었지만 김준의 말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작전이었기 때문이다.

 “아까 동철이 녀석이 그러더라고.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그년한테 사과 한 마디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동철이한테 직접적으로 사과하는 건...조금 힘들지 않을까.”

 “그렇겠지...그러니까 우리가 이런 무리한 방법을 떠올린 거겠지...”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이 친구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그들은 스스로를 나무랐다.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뿐이야.”

 ”그래...한 번 해보자고.“

 그렇게 그들은 사람이라면 차마 해서는 안 될 김준의 계획밖에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그들이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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