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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2 휴가 (52/62)

00052  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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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에휴, 역시 섹스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닌 건가.” 

 김준이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방금 전까지 허지영네 집에서 그녀의 딸과 섹스를 했던 그는 그것을 허지영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에게 뺨을 한 대 맞고는 쫓겨나버렸다. 그녀의 딸하고 섹스했다는 것을 들켰다는 사실에 너무 당황해서 제대로 된 변명도 한 마디 못해보고 옷만 챙겨서 나온 것이다.

 “이제 여기는 다시는 못 오겠군.”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허지영 집에서 멀리 벗어났다. 당분간 친구, 김지훈의 집이기도 한 이곳에는 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는 좀 그만하고 쉬어야지.”

 그는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섹스 파트너를 잃었지만 아직 그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휴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클리닉에 돌아간다면, 하기 싫어도 섹스를 해야만 했기에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물론, 허지영과 허예지에 대한 미안함 마음은 지울 수 없었지만 말이다.

 "나중에라도 미안하다고 사과는 해야겠어."

 그렇게 두 모녀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품으면서 발걸음을 옮긴 그는 근처에서 간단히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김유림이 다니고 있는 학교로 갔다.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학교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자, 그녀가 그를 발견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를 보면 인상을 짓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그를 신뢰하고 있었기에 그를 향해 미소를 보였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어쩐 일은, 너 데리러 왔지. 학교에서는 별일 없었어?”

 “네, 애들이나 선생들이 저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거야 이미 익숙하니까요.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그녀의 표정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보니까 확실히 별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에서 그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녀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것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김준은 그런 그녀를 보며 그녀에게 부족한 관심을 자신이 채워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부터 며칠 동안은 우리 집에서 생활해야지?”

 “...그냥...찜질방에서 지내도 괜찮은데...”

 그녀는 오늘부터 김준의 집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그녀의 집은 아직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었고, 그녀의 아버지의 회사문제와 복잡한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기에 당분간 김준의 집에서 머물기로 했던 것이다. 다만, 그녀는 김준과 그의 가족에게 큰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미안해했다.

 “걱정하지마. 내 가족들, 다 좋은 사람들이니까.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김준은 그런 그녀를 달래며 간단히 저녁을 먹고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고개를 땅을 향해 푹 숙인 채 들어가기를 망설여했지만 김준이 반강제로 그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라서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이 있었다. 미리 그들에게 얘기를 해놨기에 그들은 유림이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아...안녕하세요...”

 김유림은 김준의 가족들의 태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이렇게까지 반겨주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던 그녀였기에 이런 태도는 상당히 낯설었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자신에게도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앞으로 당분간 하영이 방에서 생활할 거야. 괜찮지?”

 “오빠 부탁이라면 당연히 괜찮지.”

 김준은 자신의 가족들을 차례대로 유림이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는 김준 옆에 꼭 붙어서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가 너무 김준에게 달라붙어있자 동생, 누나, 이모 세 여자는 티 안 나게 김유림을 노려보는 듯했지만 김준이 있어서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김유림은 동생과 함께 방으로 이동했다. 김준은 간단히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똑 똑

 “누구세요?”

 “오빠, 나야.”

 김준이 휴식을 취하던 중에 누군가 그의 문에 노크를 했다. 그의 동생인 하영이었다.

 “들어와.”

 들어오라는 말에 그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잠그는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나 피곤한데...”

 하지만 김준은 오늘 찜질방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친구네 집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히잉, 오빠 조금 있으면 휴가 끝나잖아. 알바 때문에 다른 날은 시간 내기 어렵단 말이야.”

 그녀가 귀엽게 투정부리며 말했다. 김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침대 위로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헤헷, 역시 우리 오빠밖에 없다니까.”

 그녀는 그대로 뛰어들 듯이 김준에게 다가왔다. 오빠 바로 옆으로 온 그녀는 오빠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누웠다. 김준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바라보았다.

 “넌 내가 그렇게 좋아?”

 “응, 오빠랑 있으면 너무 좋아, 행복해.”

 “정확히 내가 좋은 거야, 나랑 섹스하는게 좋은 거야?”

 “무슨 질문이 그래?”

 그녀가 도끼눈을 뜨고 그를 노려봤다. 하지만 김준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그녀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는지, 단순히 섹스를 위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섹스가 어떤 건지 궁금해서였지만...지금은 그냥 오빠랑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 그치만...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녀의 말에 장난이 섞여있지 않았다. 그녀의 오빠를 향한 사랑은 진심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린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걱정마.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오빠를 향한 내 마음을 바로 접어달라고 하지는 말아줘. 최대한 노력해볼게.”

 고개를 돌린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김준이 그녀의 얼굴을 돌리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알았어. 고마워, 이런 오빠를 사랑해줘서.”

 김준이 그녀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그 역시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늘 동생으로만 사랑했을 뿐, 그 이상까지 사랑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나뿐인 동생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자신에게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키스해줄래?”

 김준이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울먹이던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 키스를 했다. 그녀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자 뜨거운 입김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키스로 이러한 기분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흥분되고 자극되는 것하고는 달랐다. 말로는, 글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섹스를 시작했다. 이전의 쾌락만을 느끼던 섹스와는 달리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은 하나가 되었다.

*

*

*

 -김준의 방, 김준

 격렬한 섹스를 나눈 두 사람은 뒷정리를 하고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중 김준이 그녀에게 말했다. 

 “어떤 거?”

 “누나 얘기인데, 해도 괜찮을까?”

 김준이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누나에 대해서였다. 그는 저번에 누나가 말했던 그 문제를 지금 해결하고자 했다. 

 “......”

 그녀는 누나라는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준은 그것을 말해도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요즘 누나가 임신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거 너도 알고 있지?”

 “...응.”

 “그때 누나하고 섹스 했던 것도 다 그것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응.”

 “다 알고 있으면서 왜 누나한테 그러는 거야?”

 김준의 질문에 그녀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고개와 몸을 홱 돌려버렸다. 

 “하영아. 누나 많이 힘들어한단 말이야. 누나는 우리한테 엄마나 다름없잖아.”

 “흥! 엄마랑 다름없는 사람이랑 섹스를 하는 건 말이 되고?”

 그녀의 말에 김준은 정곡을 찔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대로 밀릴 수는 없었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누나의 임신 문제도 잘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그건...누나가 아직 남자 경험이 없어서...누나는 자위도 별로 안 해봤잖아. 그래서 갑작스럽게 섹스를 할 경우에 놀랄 수도 있고, 또 너무 긴장하면 안 되니까 내가 도와줬던 거지.”

 그는 최대한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 그녀의 질투심이 강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심한 듯 보였다.

 “...클리닉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여기서는...다른 여자랑은 하지마.”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김준에게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오늘만 해도 벌써 다른 여자와 섹스를 했던 그였기에 참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여자랑 할 거야?”

 김준이 변명을 하려고 하자, 그녀가 고개를 홱 돌려서 그를 노려봤다. 그녀의 살기가 섞여있는 눈빛에 김준은 말을 이어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녀의 말을 승낙할 수 없었던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변명을 이어갔다.

 “우리처럼 돈이 없다고 임신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면...괜찮지 않을까?”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지만 김준은 그녀에게 인간적인 이야기를 꺼내며 변명을 했다. 김준의 말에 그녀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정말로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친구들이나 학교 선배, 친한 언니들만 하더라도 임신은 생각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다는 오빠의 말에 어찌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누나도 마찬가지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임신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어. 실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갑자기 생긴 능력이야. 가끔씩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하고 싶어.” 

 그녀의 반응에 김준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어쩌다가 나온 말이었지만 정말로 한 번은 생각해볼만한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알았어. 오빠가 그렇다면...허락해줄게.”

 “정말? 그럼 누나랑 한 번 더 해도 괜찮을까?”

 “언니랑 또?”

 “응, 딱 한 번만 더 부탁을 해서.”

 “...알았어.”

 다행히 그녀는 김준과 누나의 섹스를 허락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하고의 섹스역시 허락을 해주었다. 김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다시 끌어당겨 껴안았다.

 “고마워.”

 “대신...보여줄 수 있어?”

 “...응?”

 하지만 그녀는 거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이다음 그녀가 한 말은 김준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차마 상상도 못했다.

 “오빠랑 언니가 섹스하는 모습. 바로 내 앞에서. 갑자기 궁금해졌어. 오빠가 다른 사람하고는 어떻게 섹스 하는지.”

 “저, 정말...이야?”

 “응, 어차피 언니랑 섹스 해야 되는 거라면, 보고 싶어. 오빠가 누나랑 어떻게 하는지.”

 그녀의 말은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 번 김준에게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김준은 당혹스러워서 등 뒤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그녀의 단호한 모습에 거절하지는 못했다.

 “하지만...직접 보면 더 질투가 날 텐데, 괜찮겠어?”

 “괜찮아. 정 질투나면 언니랑 섹스 끝나고 나랑도 해주면 되지.”

 “그, 그게 무슨 말이야. 꼭 그렇게까지 해야되겠어?”

 “다른 사람은 안 되겠지만 언니랑은 상관없잖아. 어차피 언니랑 하는 건 사랑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임신 때문에 하는 거니까.”

 그녀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김준은 할 말을 잃었다.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에 일단 그는 알겠다고 말했다. 김준의 승낙에 그녀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그에게 안겼다. 김준은 자신에게 안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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