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4 휴가 =========================================================================
-7일차, 김준
전날 동생과의 첫 섹스를 하게 된 김준은 걱정거리 하나를 덜어서 그런지 다음날까지도 컨디션이 좋았다. 이런 날에는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약속도 없었고, 딱히 만날 사람도, 할 것도 없었지만 그냥 돌아다니면서 영화나 연극도 보고, 쇼핑도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분 좋게 밖에서 이것저것 즐기던 김준은 아는 사람 한 명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김유림이었다.
“유림아~!”
멀리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빠르게 걸어가는 그녀를 불러세웠다. 하지만 그녀는 김준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인지, 못 들은 척 하는 것인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걸어갔다.
‘가만, 그러고 보니까 지금 이 시간이면 학교 갈 시간인데...’
생각해보니까 그녀는 지금 이곳에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한참 학교에서 수업들을 시간인데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것일까. 김준은 불안한 마음으로 멀어져가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돌려세웠다. 그러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녀의 우는 모습에 깜짝 놀란 김준은 그녀의 양 어깨를 붙잡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눈에서 눈물만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혹시 애들이 또 괴롭힌 거야? 아니면 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괜찮으니까 아저씨한테 말해줘, 아저씨가 도와줄게.”
차분하게 그녀를 달래야했지만 그녀의 눈물에 김준은 흥분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그 상태로 한참을 울었다. 그녀가 계속해서 울자, 두 사람의 주변에는 어느새 많은 사람이 몰려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사람이 별로 없는 공원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무슨 일인데 그래? 괜찮으니까 천천히 얘기해봐.”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김준이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녀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도 이제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말해야지 아저씨가 도와줄 거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묵묵부답이었다. 김준은 답답했지만 최대한 그녀를 달래면서 그녀의 입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흐윽...아저씨...”
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김준은 자세를 낮춰서 그녀와 눈을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저...흑...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무슨 일 있었어? 처음부터 천천히 말해줘.”
그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조금 전보다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일단 도망쳐 나오긴 했는데...흐흑...어디로 가야될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자신이 도망쳤다고 말하고 있었다. 김준은 그녀와 아버지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매일 그녀는 폭행하고는 했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아버지의 폭행에 못 견디고 가출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매번 가출을 할 때마다 아버지한테 잡혔다고 했던 그녀였는데, 이번에도 잡힐까봐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혹시 갈데가 없어서 그런 거면 아저씨네 집 가자. 아저씨네 집 가면, 아저씨 여동생이랑 누나도 있고, 작은 이모도 있으니까 걱정없이 지낼 수 있을 거야.”
김준은 그녀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말했다. 가출 청소년들의 가장 큰 문제는 머물 수 있는 장소와 돈이었다. 자신의 집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여자가 3명이나 있으니까 그녀가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요, 그럴 수는 없어요...흐윽...죄송해요...그리고 고마워요...흑.”
하지만 그녀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혹시 너무 부담스러웠던 제안이었을까. 김준은 다시 한 번 그녀를 설득하기 위한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 그녀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가, 가봐야겠어요! 미안해요. 먼저 가볼게요.”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서 걸려온 번호를 확인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김준의 손을 뿌리치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김준은 그녀를 따라갈까 생각했다가 어차피 경호원 한 명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지금 불안한 상태의 그녀를 붙잡아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에휴, 아직 한 가지 걱정이 남아있었구나.’
컨디션이 매우 좋았던 오늘이었는데, 김유림을 만나고 나자 그는 다시 우울한 상태가 되었다. 그녀의 상태가 매우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기에 일단 기다리자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가자 그의 누나가 마침 밖을 나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는 누나와 섹스를 나눈 이후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했었다. 지금 이 기회에 대화를 해보고자 했다.
“저기...준아?”
그가 누나에게 말을 걸기 위해 다가가자, 누나가 그에게 말을 먼저 걸어줬다. 그녀 역시 김준과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응, 누나. 무슨 일 있어?”
“아니...그, 그게...”
그녀는 김준을 불러놓고서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김준은 아무래도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임신과 섹스에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저번 일 때문에 그런 거야?”
“...응.”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그게...혹시 한 번 더...해볼 수는 없을까?”
그녀의 입에서 전혀 예상 밖의 말이 나왔다. 한 번 더 해보자니, 그녀는 김준과 섹스를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정말? 괜찮겠어?”
“조금이라도 많이 경험해보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혹시 바쁘면 안 해도 괜찮아.”
“바쁘기는, 누나가 하고 싶다는데 동생이 얼마든지 해줘야지. 시간되는 날에 말해줘.”
“응, 알았어. 고마워, 준아.”
김준은 동생하고의 섹스도 좋았지만 누나하고의 섹스도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했다. 특히 누나의 그곳은 매우 작아서 꽉 조이는 느낌이 예술이었다. 마치 자신의 성기를 빨아들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기에 김준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누나도 만족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준아.”
누나와 약속을 하고 방으로 올라가려던 김준을 다시 그녀가 불러 세웠다. 아직 할 말이 남은 것일까. 김준은 뒤로 돌아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하영이 말인데.”
“아, 걱정마. 내가 잘 말해서 이제 그런데 안다닌다고 약속했어.”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동생, 하영이에 대해서 말했다. 김준은 어제 동생과 만나서 해결했기에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그녀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구나. 그건 잘된 일이네.”
“혹시 하영이한테 다른 일이라도 있는 거야?”
“그게 하영이가 요즘에 나를 이상하게 대하는 것 같아서...”
“하영이가?”
그녀의 고민은 최준의 예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최근에 동생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급격히 달라진 것에 대해서 걱정이 생겼다. 동생은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가 하면,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기도 하고, 이유 없이 까칠하게 굴기도 했다. 아무리 무슨 일이 있는지, 혹시나 자신이 잘못한 일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해도 대화조차 할 수가 없어서 너무 답답했던 것이다.
“으음...알았어. 내가 한 번 말해볼게.”
“정말? 고마워. 꼭 좀 부탁할게.”
최준은 동생이 그러는 이유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누나랑 섹스를 하는 것을 목격한 이후부터일 것이다.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동생이 누나에게 질투를 느끼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 가지 근심거리가 또 생겨버렸네. 그나저나 이 일은 또 어떻게 풀어야 될까.’
집에 돌아오자마자 퀘스트를 하나 더 받아버린 그였다. 머리가 복잡해진 그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그는 집에 나가기 전에는 좋았던 기분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생각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역시나 휴가는 집에 처박혀 컴퓨터나 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던 그는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오른 뉴스기사 하나를 보게 되었다. 중견기업 XX의 사장이 살해되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기사내용은 가십거리로는 최고의 내용이었다. XX의 사장이 집안에서 독극물이 들어있는 맥주를 마시고 죽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용의자로 외동딸이 지목된 것이었다.
‘어라? 어디서 많이 본 여자같은데...’
문제는 그의 딸이라고 얼굴에 모자이크 된 사진이 기사에 실려 있었는데 이상하게 김준의 낯에 익었던 것이었다. 모자이크 된 사진에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확실히 어디선가 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검색해보자. 분명히 네티즌들이 벌써 조사를 다 해놨을 거야.’
그는 네티즌 수사대의 힘을 믿고 모자이크 되지 않은 그녀의 사진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원본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유림!?’
원본 사진을 본 그는 입을 쩍 벌리고 한 동안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 여자의 정체는 그가 방금 전에 만났던 김유림이었다.
‘설마...그럴 리가 없어. 아무리 그래도 이런 짓을 할 애는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조금 전에 만났던 그녀는 굉장히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녀가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것일까. 김준은 침대에서 일어서서 방을 돌아다니며 고민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경호원!’
그는 그녀를 걱정해서 경호원을 24시간 붙여놓았었다. 아마 지금도 그녀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고, 그녀가 아버지를 살해할 때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당장 집 밖으로 나가서 경호원을 불렀다.
“무슨 일이시죠?”
“혹시 김유림 얘기 못 들으셨나요?”
“사실, 조금 전에 김유림 양을 만나셨을 때 말씀드릴까 고민했었습니다만 이미 뉴스로 크게 보도가 되었기에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자세한 내용까지 알고계시겠네요?”
“예, 뉴스에서 말하는 부분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김유림 양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유림을 담당하는 경호원은 다행히 어젯밤에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다고 한다. 원래는 집 안까지 살피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김유림네 집 근처에 수상한 사람이 대기하면서 주변을 살피다가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는 그녀의 집에 몰래 잠입해 상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경찰은 그녀를 용의자로 생각하던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녀의 아버지는 암살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상황을 녹화했다고 합니다. 수상한 사람의 얼굴뿐만 아니라 약을 타는 것과, 집 안에 들어가고 나오는 것까지 녹화가 되었다고 하니까 무사할 겁니다.”
그의 말에 김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지금 유림이는 어디있죠?”
“현재 해남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고 합니다.”
해남이라면 땅끝마을로 유명한 곳이었다. 무작정 도망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땅끝마을이라는 이름만 듣고 그곳으로 갔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저도 가봐야겠네요. 혹시 차 좀 이용할 수 있을까요?”
“예,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김준은 그녀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클리닉에서 이곳까지 타고 왔던 차를 타고 경호원들과 함께 해남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김준은 5시간 정도를 걸려서 해남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남에 도착한 그는 그녀가 찜질방에 있다는 말을 듣고는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아저씨!?”
“야! 너는 왜 애가...에휴, 아니다. 괜찮아? 어디 아픈 데는 없지?”
“아저씨가 여긴 어떻게...”
“네 소식 들었어.”
“아...”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눈에는 또 다시 눈물이 글썽거렸다.
“걱정마. 네가 그러지 않았다는 거 알고 있어.”
김준은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녀를 믿는다고,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말하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처음에 그녀는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거부했지만 그가 계속해서 자신을 믿는다고 말하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네가 하지 않았다는 증거도 있어. 너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실은 내가 경호원 한 명을 붙였었거든.”
김준은 그녀에게 더 이상 도망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가 고마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왜 자신을 이렇게까지 돕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약속했잖아. 내가 도와준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단순히 약속했으니까 라는 얼토당토 않는 말만 했다. 처음에는 그런 그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 그녀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땅끝마을 해남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