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29 휴가 (29/62)

00029  휴가  =========================================================================

                                                                  

 “말도 마. 그 여자 때문에 동철이가 당한 거 생각하면 치가 떨릴 정도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

 김준은 동철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이 역시 지훈이처럼 전화나 문자 등으로 나눌 대화가 아니었기에 동철이 그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에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거참, 얼른 말해봐. 답답하게 하지 말고.”

 “동철이 확실히 자고 있는 거 맞지?”

 처음부터 무리하게 달리던 동철은 잔뜩 취해 뻗어있는 상태였다. 사실, 그가 무리해서 달린 것도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이 일부로 그에게 술을 먹이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김준에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이 이야기가 동철에게는 불편한 이야기라는 뜻이었다.

 “무슨 이야기인데 이러는 거야?”

 “지금부터 해줄게. 잘 들어. 그러니까...”

 그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김준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게 더욱 놀라웠다.

 “말도 안 돼. 그럼 동철이가 그 일을 모두 겪었다는 거야?”

 “그렇다니까. 나도 처음에는 못 믿었어. 그런데 이놈이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해서 말해주더라고. 친구가 이렇게 당했는데,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참.”

 동철의 이야기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김준이 다녔던 학교에는 김지영이라는 유명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뛰어난 외모와 우수한 성적, 착하고 예의바른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학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집안도 나름 잘 사는 편이었던 그녀는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을 정도였다.

 동철 역시 그녀를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교양수업을 들으면서 우연찮게 그녀와 조를 이루게 된 그는 그녀의 친절하고 따뜻한 성격에 반하고 말았다. 하지만 남자들의 고백을 모두 거절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그녀였기에 섣불리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3개월 전, 동철은 그녀에게서 연락을 받게 되었다. 둘이서 술 한 잔 하자는 연락이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술을 먹자고 한다는 것은 이 세계에서는 반대로 여자가 남자를 어떻게 한 번 해보겠다는 말이었다. 동철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녀라면 무엇을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녀와의 만남으로 동철이 겪어야 될 수모는 참담했다. 그녀는 술에 잔뜩 취한 그를 강간했다. 아니, 강간의 수준을 넘어서서 그에게 온갖 치욕스러운 짓을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동철이 자신의 몸을 애무하게 하는 수준이었지만, 갈수록 강도가 높아졌다. 동철을 밧줄로 묶어놓고 채찍이나 손바닥으로 온몸을 때리기도 하고, 촛농을 떨어뜨려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했으며, 동철의 애널에 여성용 자위기구를 삽입하기도 했다. 동철은 괴로웠지만 그녀가 자신의 이런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두었기에 반항하지 못했다.

 그 이후, 동철은 그녀의 애완동물이 되었다.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동철을 찾았으며, 심지어 모텔이 아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동철을 성추행했다. 동철은 수치스럽고 괴로웠지만 남자라는 이유로 어디다가 말도 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끙끙 앓아왔다.

 “힘으로 제압하면 안 될까?”

 “나도 그렇게 말했었지. 그런데 너도 알잖아, 동철이 상황. 지금 감옥에 들어갔다가는 어린 동생들은 어떻게 하라고.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년이 동철이하고 한 번 관계할 때마다 돈까지 쥐어준다고 하더라고. 허, 참. 이건 뭐 창놈이 따로 없다니까.”

 동철은 현재 집에서 가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희귀병을 앓고 계셨기에 그가 가정을 이끌어 나가야만 했다. 그의 밑에 동생만 4명이나 되었기에, 그의 책임감은 막중했다. 섣불리 행동해서 감옥에 갔다가는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답답하게 혼자서 끌어안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만족할 만큼 취한 채 헤어져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김준은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유희진부터 지훈, 동철까지, 정말이지 6개월 사이에 자신의 주변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클리닉에 갇혀있다 보니까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휴가로 스트레스 풀기는커녕, 더 받고 있네.’

 편안하게 푹 쉬다가 클리닉을 복귀할 줄 알았던 김준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많다는 사실에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지만 마냥 피할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친한 사람들의 문제였다.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

*

*

 -휴가 3일차, 집

 아침 일찍 일어난 김준은 간단히 가족들과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간 그는 오랜만에 사람들과 부대끼며 밖을 돌아다녔다. 길거리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들도 사먹고, 이것저것 구경도 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혼자서 이것저것 하면서 돌아다니던 그는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서 한 쇼핑몰에 들어갔다. 빚 때문에 마음대로 지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취직기념으로 가족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던 그는 아버지와 누나의 선물을 구입한 후, 동생에게 줄 선물을 위해서 옷가게를 둘러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는 사람을 한 명 만나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