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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9 임신 클리닉 (19/62)

00019  임신 클리닉  =========================================================================

                                                                  

 이은지 실장을 따라서 먼저 들른 곳은 하급 능력자들이 있는 곳이었다.

 “클리닉에는 김준님을 포함해서 총79명의 능력자들이 있어요. 하급은 13명, 중급은 36명, 상급은 21명, 최상급은 9명으로 구성되어있죠. 김준님은 상급으로 구분되어있고요.”

 김준은 그녀가 말해준 내용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원래 등급이라는 것은 피라미드 형태로 되어있어서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 것의 수가 많기 마련이다. 헌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왜 하급보다 중급이라 상급이 더 많죠?”

 “하급은 특수한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면 잘 알겁니다.”

 김준이 이은지 실장을 따라서 어느 방에 들어가자 능력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김준은 그들의 특이점을 알 수 없었다. 그냥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남자들이었다.

 “뭐가 특이하다는 거죠?”

 “저기 저 분을 보세요.”

 이은지 실장이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이동했다. 그제야 김준은 이들의 특징을 알 수 있었다.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군요.”

 “예, 이분들은 장애가 있거나, 유전적으로 질환이 있습니다. 또는 신체적으로 지나치게 문제가 있거나, 정신병이 있는 사람도 있죠. 외모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사람도 포함되고요. 그것이 이들이 하급으로 분류된 이유입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선 김준은 다시 한 번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설명을 듣고 보니까, 처음 봤을 때하고는 다르게 그들의 특징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뚱뚱한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사람은 한쪽 팔이 없었다. 또 어떤 사람은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으며 한 사람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한 마디로 이들은 사회적으로 멸시받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건...너무 한 거 아닌가요? 이들은 사회적 약자지 무시 받을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의 상태를 확인한 김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람들의 등급을 나누는 것도 웃긴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하급을 받은 이 사람들이 불쌍해보였다.

 “어째서 저희가 이들을 무시한다는 거죠? 이들은 능력자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능력자로 대접하고 적절한 보상도 지급하고 있어요. 이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었는지 아십니까?”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김준을 나무랐다. 이들은 사회에서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능력이 생긴 지금은 클리닉에서 적절한 치료와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전보다 생활이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와서 보세요. 저 사람의 표정을.”

 그녀가 김준을 데리고 한 임신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임신을 위해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둥켜안은 채 섹스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휠체어에 앉아있었는데, 두다리를 모두 잃은 상태였다.

 “하핫...하앙...빨리 싸주세요! 하윽...아앙.”

 “허헉...나, 나올 것 같아요!”

 그들은 누군가 그곳에 들어온 줄도 모르고 섹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정. 사정 후, 남자의 표정은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어떻습니까?”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은지 실장이 김준에게 물었다. 김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분들은 모두 능력자입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엄청난 존재들이라고요. 우리는 이에 걸맞은 충분한 대접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문제는 당연히 감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등급을 매길 필요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조금 더 좋은 능력을 가진 남자에게 씨를 받고자 하는 것은 여자의 본능입니다. 하지만 등급이 없다면 이들은 이 안에서도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돈 많은 사람들만 임신을 하는 것 역시 문제이고요. 하급은 다른 등급에 비해서 낮은 액수로 이용 가능하니까요.”

 클리닉이 처음 설립되었을 때, 능력자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등급제 없이 일정한 액수를 지불하면 임의로 능력자가 지정되어서 임신을 시키고는 했다. 하지만 능력자의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구매자들은 보다 나은 능력자를 원하게 되었다. 때문에 등급제라는 것을 실시하게 된 것이었다.

 “인간이란 동물은 원래 이렇습니다. 생존 앞에서 도덕과 윤리는 사치일 뿐이죠.”

 그녀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둘은 그곳을 나왔다. 김준은 그곳을 나오면서 그들과 눈을 마주치는 게 두렵고 미안해 고개를 푹 숙인 채 그곳을 빠져나왔다.

 “계속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각 능력자들에게는 자신이 담당하게 될 여성이 배정됩니다. 그렇게 이틀 중 하루를 투자해서 3명을 상대하게 되죠. 하급 같은 경우에는 한 여자에 4명이 배정이 되고, 중급은 3명, 상급부터는 1대1로 이루어집니다.”

 “무슨 말이죠? 왜 그런 식으로 하는 건데요?”

 “아빠가 누군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녀의 말은 하급이나 중급은 4명 ,3명의 능력자들이 한 명의 여자를 돌아가면서 자궁에 정액을 투입한다는 말이었다. 이는 누구의 씨로 임신이 된 것인지 불확실하게 만들어서 능력자로 하여금 죄책감을 덜하게 만들고, 아이나 남편이 혹시나 나중에 아버지를 찾아오게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것이었다. 

 “그럼 상급은 왜 1대1이죠?”

 “상급은 다른 등급에 비해서 한 명을 임신시킬 시 받는 보상액수가 상당히 큽니다. 대부분 재벌집이나 연예인, 정치인 등 상류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분들은 여러 명에게 정액을 주입당하는 것보다는 괜찮은 한 명을 선호하시더군요.”

 상급 능력자들이 상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상류층이었다. 상급은 중급과 하급에 비해서 신체적으로나 외모, 지적으로 뛰어난 편이기에 상류층 사람들도 믿고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능력자들 입장에서는 상류층 여자를 임신시킨다는 묘한 쾌감이 있고, 그들과 사회에서 만날 일도 거의 없었기에 죄책감을 덜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제가 물건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네요.”

 “그래도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동안 김준은 저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인류와 국가를 위한 일이라, 그는 정말로 이것이 인류를 위한 일인지, 일부 사람들의 쾌락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은지 실장의 안내를 받으면서 임신실의 모든 곳을 돌았다. 김준은 대략적으로 어떻게 구성되고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중간에 중급과 상급 능력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질 수도 있는 기회가 생겨서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했다.

 “이제 점심 식사 후, 실습실로 가시면 됩니다. 이제 제 임무는 이게 끝이에요. 김준님이라면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이은지 실장은 김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났다. 혼자 남은 김준은 조금 더 임신실을 돌아보면서 능력자들과 대화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엄청난 피곤함이 몰려왔다. 

 ‘실습시간 전까지 잠이라도 자둬야겠어. 안 그러면 섹스고 뭐고, 죽을지도 몰라.’

 어제부터 한숨도 못잔 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은 잠이 우선이었다. 그는 바로 숙소로 이동해서 부족한 잠을 채우고자 했다.

*

*

*

 -실습실

 “죄송합니다, 잠을 자다가 조금 늦었네요.”

 김준이 헐레벌떡 실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잠깐 잔다는 것이 그대로 기절해버려서 무려 30분이나 늦어버린 것이었다. 그를 담당하는 경호원 두 명이 문을 따고 들어와서 그를 깨우지 않았으면 오늘 실습은 하마터면 못할 뻔했다.

 “이렇게 늦으시면 어떡해요. 손님이 한참동안 기다리셨잖아요. 얼른 사과하세요.”

 김준의 실습을 가르치게 될 간호사가 그에게 짜증을 냈다. 김준은 그녀의 말대로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사과를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말했다.

 “소개할게요. 저는 오윤지고, 이 분은 류선희라고 해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김준입니다.”

 오윤지라는 이름의 간호사가 자신과 앉아 있던 여자를 소개했다. 김준은 두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인사를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자, 그러면 바로 진행할게요. 두 분 다 샤워부터 해주시고 안으로 들어와 주세요.”

 실습은 바로 진행되었다. 김준은 샤워실로 들어가서 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속에 아무것도 안 입은 채로 샤워가운처럼 생긴 진료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그동안 들었었던 수업들하고는 다른 분위기에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류선희 역시 긴장을 하고 있었다. 올해 31살인 그녀는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혼이었다. 남자의 씨가 마른 세상에서 그녀는 임신을 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시댁이 문제였다.

 시댁에서는 가문을 이어줄 아이를 원했다. 그녀의 남편과 그녀는 아이가 없어도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었지만 결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시부모님의 설득 끝에 임신을 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문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돈이었다. 임신 클리닉을 이용하는데 드는 돈은 어마어마했다. 양쪽 집안 모두 엄청 잘 사는 편은 아니었던지라 돈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하급 능력자의 경우 1억 정도의 돈이 들었지만, 중급은 5억이 넘게 들어갔다. 하급 능력자의 씨를 받자니, 애의 상태가 걱정되었던 그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운 좋게도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클리닉에 아는 사람이 있었던 그녀의 시어머니가 그녀를 실습 대상자로 뽑힐 수 있도록 했던 것이었다. 실습 대상자는 딱 하루 동안 능력자의 파트너가 되는데, 그때 받은 정액을 통해서 임신을 하자는 것이 시어머니의 계획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클리닉에 오게 되었다. 이제 몇 분후면, 처음 보는 남자의 씨를 받게 될 운명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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