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23)

오덕신 망할놈.

아무런 능력도 연고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앞서 걷는 사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별빛을 담은 것 같은 커다란 눈에 오똑한 코와 앵두같은 입술. 

게다가 중학생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반칙이다 싶을 정도의 몸매. 이 정도라면 사텐 빠돌이 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게다가 누구나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밝은 성격은 사텐이란 케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런 밝은 아이를 따먹어야 한단 말이지. 어떤 빌어먹을 오덕신 덕분에 말이야. 그저 한숨만 늘어간다.

“하아..”

암울한 포스를 내뿜으며 터덜터덜 걷는 내가 신경쓰였는지 사텐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기, 토우마 오빠.”

“응?”

“무슨 일 있어? 안색이 안 좋아.”

아주 안 좋은 일이 있지. 너에게도 나에게도 말이야. 오덕신의 개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면상이 떠오르자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나는 급히 숨을 들이켜 급격히 치솟아 오르는 혈압을 안정시킨 후 빙그래 미소지었다.

“아니. 별 다른 일은 없었어.”

“…그래? 그럼 다행이고.”

잠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우리집[토우마집]앞에 도착해 있었

다. 기괴한 청소로봇들이 돌아다니는 이 기숙사는 애니에서 본 것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이곳이 하렘 마스터의 서식지란 말이지. 이 세계에서 나의 거주지가 될 곳이기도 하다. 현관을 통해 들어서자 남자치고는 제법 깨끗하게 정리된 환경이 눈에 쿡 들어박힌다. 

퀘퀘한 남자냄새가 베여있는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사텐이 한쪽 손을 번쩍 치켜들며 결정타를 가했다.

“예이~ 홀아비 냄세.”

쿠웅 ―!

여기는 토우마놈의 서식지가 확실하건만 사텐의 장난기어린 한마디는 토우마와 함께 나의 가슴도 커다랗게 %26#46903;어놓았다. 여기는 토우마의 방이지 내 방이 아니야! 비, 빌어먹을! 난 울지않아!

“에― 토우마 오빠도 데려다 줬으니까 나도 이만 돌아가볼까?”

아? 자, 잠깐! 아직 목표(?)도 수행하지 못했는데 가 버리면 어떻하라고. 나는 급히 사텐을 붙잡았다.

“잠깐만.”

“으응?”

의문어린 표정을 지은 사텐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큭, 귀, 귀엽다! 사텐의 귀여운 얼굴에 크리티컬을 맞은 내가 우물쭈물 하고 있자 사텐의 눈동자에 의문이 서린다. 그 기미를 눈치챈 나는 급조된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차라도 대접해줄게.”

“토우마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외간 남자의 방에 단둘이서?”

사텐이 예상 외로 강하게 거부의 의사를 표하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오덕신이란 놈이 사텐과 한 오빠의 관계로 설정해놔서 차 한잔 같이 마시는 정도는 괜찮을줄 알았다고!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데 갑작스래 사텐이 하얀 이를 들어내며 박장대소하는것이 아닌가!

“아하하하! 뭘 그렇게 당황하는거야? 오빠가 남자일리 없잖아?”

“..아, 그러셔?”

이 녀석.. 의외로 성격 나쁠지도.

어쨌거나 나는 머리에 나오려는 힘줄을 집어넣으며 사텐과 방안으로 들어왔다. 일단 찬장에 넣어져 있던 과자를 꺼내 담아주고 주전자에 물을 담았다.

‘하아.. 그나저나.’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어찌 어찌해서 사텐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데는 성공했다만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거냐? 물론 이상적인것은 사텐과 동의하에 거사를 치루는 것이다. 

앞으로 이 빌어먹을 세상에 토우마로써 살아가야 하는데 강제로 사텐을 어쩌기라도 했다간 앞으로의 행보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사텐이 동의해줄 가능성은 개미똥보다도 작았고, 거절당한 가능성은 대우주보다도 컸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미치겠네 정말.’

정리해보자. 내 소중한 존슨을 살리기 위해선 사텐과 거사를 치루는것만이 유일한 방책이다. 한달 내로 거사를 치루지 못하면 내 소중한 존슨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이고, 돌이 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사텐과 단둘이 있는 이런 절호의 찬스가 과연 다시 찾아올것인가도 미지수다. 어쩌면 한달이란 타임리미트 동안 이런 기회는 영영 다시 안 올지도 모른다. 

이 몸의 본주인인 토우마 녀석이라면 그 특유의 페로몬과 말빨로 한달의 기간내에 가뿐히 클리어 할 지도 모르겠다만 나라는 놈은 지극히 평범한, 연애라곤 해본적없는 소시민일 뿐이다. 한달이란 시간내로 사텐을 꼬시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리 저리 생각을 굴려봐도 결국은...

‘하는 수밖에 없는건가!’

결국 나는 존슨을 살리기 위해 발광하는 양심을 반쯤 죽여놓기로 마음먹었다.

하기로 결정하니 거실에서 TV를 보며 과자를 오독거리는 사텐이 묘하게 의식된다. 살짝 드러난 허벅지라든가, 잡티하나 없이 새하얀 목덜미 라던가, 보드라워 보이는 피부가 유난히 눈에 밟혔다. 17살. 팔팔한 청춘의 위력을 자랑하는 토우마의 육체가 멋도 모르고 반응한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의 과도한 긴장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묘한 흥분. 남자는 슬픈생물이다. 고작 하루만에 대한민국의 건아 오덕후는 자신의 양심을 잃어버렸고 성욕에 억눌렸다. 

네놈은 강간범이다! 

양심이 발광을 가볍게 씹어주며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TV를 보며 깔깔대고 있는 사텐에게 다가갔다. 사텐은 내가 자신에게 접근하는것을 뻔히 보면서도 전혀 경계심을 갖지 않는다. 나는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겠지. 

내가 옆으로 바싹 다가서자 사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문을 표했다.

“혹시 뭐 물어볼꺼 있.. 읍?”

의문을 표하려던 사텐의 말이 중간에 나오려다 들어갔다. 내가 사텐의 뒤로 돌아가며 그녀의 입을 한손으로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 팔로 가녀린 몸을 껴안자 사텐을 내게 너무도 쉽게 제압되고 말았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사텐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제압당한 이후에도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전혀 경계하지 않은 상태라 정말 너무도 쉽사리 사텐을 제압당했다. 

나는 굳어있는 사텐을 힘을 주어 일으키며 욕실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 아무리 반쯤 이성을 상실했다해도 바깥에서 훤히 보이는 대형 베란다 앞쪽에서 거사를 치룰 생각은 없었다. 색욕마인 토우마라면 모르지만 최소한 덕후는 방치플레이를 벌일 생각이 없다. 

“읍,읍!!”

욕실로 끌고가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경직되어 있던 사텐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상태라 발버둥이 거샜기만 애초에 사텐이 내 손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없었다. 원작의 토우마보다 더 강해진 힘에 사텐은 속절없이 욕실로 끌려가야했다. 

좋아. 강간범이든 뭐든 되어주지! 하지만 오덕신 네놈에겐 언젠가 복수하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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