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오빠 미안해요.
2013년 3월 30일 21:10.
“언니들, 예쁘지?”
“네…….”
슬그머니 수연에게 다가간 정혁은 수연의 옆에 앉으며 말을 건넸다. 멍한 눈빛으로 정혁을 돌아보던 수연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수연의 대답에 빙긋이 미소를 짓던 정혁은 가운위로 수연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올렸다.
“언니들이, 우리 수연이도 예뻐해 주면 좋을 텐데, 그치?”
“네……. 아…….”
대답과 동시에 등을 쓰다듬는 손길을 느낀 수연의 입에서 가벼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간지러운 듯 부드럽게 자신을 쓰다듬는 느낌이 수연의 온몸으로 번져오는 것 같았다.
정혁은 이미 윤정과 혜민이 버릇처럼 붙이는 단어를 캐치하고 있었다. 그녀들을 따르는 수연의 의존적인 성격도 쉽게 감추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빠가 아닌데…….’
찌르르 울려오는 쾌감에 한 구석에서 낯선 정혁의 손길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연은 윤정의 집에 살고 나서부터, 단 한 번도 누구의 말도, 누구의 부탁도, 누구의 손길도 거절해본 적이 없었다.
“기분 좋지?”
“네……. 아…….”
거짓말도 수연에게 허락된 것은 아니었다. 항상 느낌에 솔직해야했고, 숨기는 일도 없어야했다.
“우리 수연이, 너무 예쁘다. 인형 같아.”
“아…….”
수연의 등을 살살 쓸어 올리던 정혁은 서서히 수연의 등 뒤로 붙어 앉았다.
등을 쓰다듬던 손은 팔로, 어깨로 가슴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정혁의 입술이 머리칼을 파헤치며 목덜미를 스치자, 수연의 등골에 가볍게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이상해…….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아…….’
정혁의 손이 수연의 팔 바깥쪽으로 크게 둘러 수연의 가슴으로 향하자, 수연은 자신의 등 뒤에 앉아있는 정혁에게 갇혀있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상기된 얼굴로, 감긴 눈으로, 윤정과 혜민을 보며 간접적으로 느끼던 쾌감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윽고 정혁의 양손이 수연의 가슴을 한쪽씩 품더니, 부드럽게 쓸어 올리고, 가볍게 주무르기를 반복했다.
‘흐흐, 역시 반항 안하네? 그나저나 가슴 촉감 죽인다. 아, 씨발, 당장이라도 쑤셔 넣고 싶은데, 아직은 참아야지.’
정혁은 가벼운 성취감을 느끼며 수연의 쾌감을 높이는 것에만 집중했다. 정혁에게 내려진 상길의 지시는, 신호와 함께 수연에게 접근하여 최대한 부드럽게 자극할 것, 무조건 질질 싸게 만들 것, 오르가즘이 가능하다면 방해요소가 생길 때까지 몇 번이고 쉬지 않고 보낼 것 등이었다.
‘흐흐, 나도 바라는 바란 말이지.’
수연의 가슴이 정혁의 양손을 행복하게 했고, 품안에 빼곡히 들어온 수연의 등이 성욕을 부추겼다. 가운 아래로 드러나, 무릎을 살짝 세우고 이리 저리 조금씩 뒤틀어가며 쾌감과 싸우고 있는 수연의 다리가, 다리 끝에 보이는 귀여운 발이, 정혁의 시선을 더욱 자극했다.
수연의 반응에 안심한 정혁이 본격적으로 가운 안으로 손을 넣으며 수연의 유두를 건들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수연의 등과 어깨가 가볍게 떨려오기 시작했고, 다리는 양 무릎을 교차해가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듯 했다.
‘아, 오빠…….’
수연은 선우를 생각했다.
기분이 야릇해지면서부터 선우에게 안기고 싶다고, 선우가 자신을 만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수연이었다. 어째서인지, 등 뒤에 남자가 마치 선우인 것 같은 착각마저도 일었다.
그러는 사이 정혁의 손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가슴에서 배로 내려와 옆구리를 쓰다듬다가, 배꼽을 간질이고, 다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정혁의 손에 부드러운 음모가 느껴졌고, 조금 더 내려가 연하고 부드러운 살이 느껴졌다. 애틋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실 같은 틈도 느껴졌다.
“다리 좀 벌려줄래?”
귀에 속삭이는 정혁의 목소리에, 언제나 선우에게 그래왔던 것처럼 수연의 다리가 천천히 열렸다.
‘아, 씨발, 이 느낌, 환장하겠네.’
정혁의 손이 연한 피부를 느끼며 둔덕 아래로 부드럽게 파고들자, 수연의 다리가 조금 더 벌어졌다. 그리고 수연의 보지가, 촉촉하게 젖어있는 속살이, 소음순과 클리토리스가, 빈틈없이 닫혀있는 질구가 차례로 정혁의 손에 느껴졌다.
‘아까 봤더니 좆나 핑크핑크 하던데, 아, 꼽고 싶다. 꼽고 싶다. 좆나게 쑤셔보고 싶다.’
정혁의 손이 본격적으로 수연의 보지를 탐하기 시작했을 때, 정혁의 눈에 자세를 낮추고 수연의 다리 사이를 보고 있는 석현과 눈이 마주쳤다. 힐끗거리며 정혁의 진도를 확인하던 석현은, 수연이 이내 눈을 감아버리자 대놓고 보고 있던 중이었다.
정혁과 눈이 마주친 석현이 부럽다는 미소를 보내오자, 정혁도 소리 없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 벌써 갈 것 같아. 아……. 아…….’
급격하게 치솟아 오르는 수연의 쾌감은 등 뒤의 정혁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정혁은 상길이 보여주었던 약의 효과에 내심 감탄하며 수연의 애액을 이용해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윤정이 전해주는 쾌감에 정신없이 빠져있던 혜민의 눈에, 정혁에게 몸을 맡기고 있는 수연이 들어왔다.
가운의 앞섬이 다 풀어헤쳐진 채 드러난 가슴은 정혁의 왼손에 잡혀있었고, 허리까지 말려올라간 가운 사이로 다리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그리고 정혁의 오른손이 수연의 다리사이를 집요하게 탐하고 있었다.
“수연아…….”
자신도 모르게 윤정을 뿌리친 혜민이 놀라움이 담긴 목소리로 수연을 불렀다.
멀어져가던 이성의 끈이 돌아오는 느낌이었고,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다시 피어나는 느낌이었다. 희미해져있던 자제심이 다시 혜민을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하아……. 상길씨…….”
놀라는 혜민의 목소리에 멍한 눈으로 수연을 바라보던 윤정이 무겁게 숨을 몰아쉬며 뭔가를 말하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상길과 눈이 마주친 윤정은 하려던 말을 소리 없이 삼켰고, 이내 방향을 돌려 수연에게로 다가가려했다.
하지만 윤정은 말없이 자신을 막아서는 상길에 의해, 다시 멈춰서야했다. 윤정의 시선이 닿아있던 정혁은 윤정과 눈을 맞추며 전혀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듯이 미소까지 보여 왔다. 정혁의 양손도 수연의 가슴과 클리토리스는 자극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수연도 혜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정혁의 어깨에 뒷머리를 기댄 채 이미 휘감아 올라오기 시작한 오르가즘에 빠져있었다. 보일 듯 말 듯 벌어진 입술과 꼭 감은 채 떨고 있는 속눈썹에서 수연이 느끼고 있는 쾌감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평소라면 버럭 소리라도 질러 수연을 일으켜 세웠겠지만, 지금의 윤정에게는 무리였다. 윤정은 자신의 막아선 상길을 몽롱한 눈빛으로 마주보다가, 달뜬 호흡을 참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약속이…… 틀리잖아요.”
“미안합니다. 윤정씨. 술도 어지간히 마신데다가, 저희도 남자인지라 미인들을 앞에 두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네요.”
“하아……. 무슨 그런…….”
“이제 그만 내려가 주세요. 사진도 돌려주시고요. 지금 그만두시면 수연이에게 한 짓은 문제 삼지 않을게요.”
윤정이 제대로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혜민이 끼어들고 나섰다. 그러자 상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혜민에게로 돌아가며, 퉁명스러운 대답이 나왔다.
“싫다면요?”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나 참…….”
상길은 혜민의 얘기가 나오자마자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상길의 모습에 혜민이 다음 말을 잇기도 전에, 불쾌감이 가득 담긴 상길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점잖게 사진만 찍으려는 사람, 애초에 자극하고 꼬드긴 게 누군데 이래?”
“그게 무슨…….”
“컨셉 잡고 사진찍자고 했지. 누가 니들 부둥켜안고 연애질 하라고 했냐? 뭐야 니들, 레즈야?”
말의 끝부분에 가서는 언성도 높아지고 있었다.
상길의 말에 혜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레즈냐고 묻는 말에 반박할 말도 없었고, 살짝 높아진 언성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혜민의 표정을 느긋하게 살피던 상길은, 다시 표정을 풀고는 미소까지 지으며 달래듯 말을 이었다.
“혜민양, 반말해서 미안한데요. 다들 술도 먹었겠다. 두 분도 꼴리니까 저절로 몸이 움직인 거 아니겠어요? 수연양도 기분 좋으니까 가만히 있는 것일 테고. 우리도 꼴린다 이 말입니다. 우리도 무리하거나 사고치고 싶지는 않아요. 깔끔하게 한 번씩 싸고 점잖게 물러가겠습니다. 지금까지 기분 좋게 놀았으니, 한번 즐긴다 생각하면 서로 좋지 않겠어요?”
“자꾸 그런 말씀 하시면 경찰을…….”
상길의 말투가 존대로 바뀌긴 했지만, 이전의 신사적인 모습과는 쓰이는 단어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저속하고, 적나라했으며, 여전히 혜민에게 겁을 주고 있었다. 수연도 이미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정혁의 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바동거리고 있었지만, 뒤에서 힘주어 부둥켜 앉고 있는 정혁으로 인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 수연의 모습이 혜민의 시선을 스쳤고, 혜민은 상길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흘렸다. 그러자 상길은 또 다시 인상을 구기며 석현을 돌아보았다.
“니미, 씨발. 야, 안되겠다. 거기 자빠져 자고 있는 새끼부터 묶어.”
“예, 형님!”
기세등등하게 상길과 혜민 사이에서 오가는 말을 듣고 있던 석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잠들어 있는 선우에게로 향해 갔다. 혜민도 차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입을 벙긋거리며 선우에게로 달려들려는 참이었다.
“잠… 시만요.”
윤정이었다.
상길의 시선이 다시 윤정을 향했고, 시위하듯 선우에게 다가가던 석현도 윤정을 돌아보았다.
흐릿한 눈빛으로 상길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며 두어 번 머뭇거리는 듯 하던 윤정이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뭘 원하는 지 아니까… 내가 해줄게. 너희들 원하는 거……. 그러니까, 얘들은 손대지 마. 너희들이 손댈 애들이… 아니야.”
윤정이 조금 느릿하게, 하지만 충분히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살짝 둘러서 한 말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윤정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잠시 석현과 눈을 맞춘 상길은, 잠깐 생각해보는 척을 하다가, 이내 크게 인심이라도 쓴다는 듯이 대답을 꺼냈다.
“그래. 그 정도 성의를 보여준다면야, 우리도 조금은 양보해야겠지. 그런데 혼자서 우리 셋을 상대할 수 있을까 몰라?”
능글거리는 상길의 웃음, 혜민에게는 이제 그것마저도 위협이었다.
“언니, 무슨 말이에요…….”
혜민은 윤정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돌아보았다. 윤정은 그런 혜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미안,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다 내 잘못이야…….”
읊조리듯 귀에 대고 속삭이는 윤정의 말을 혜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가온 것은 윤정이었지만, 받아준 것은 자신이었기에. 윤정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수연이랑 오빠 데리고… 오빠 방에 가 있어. 여기는 걱정 말고. 알겠지? 그렇게 해.”
혜민은 그래선 안 된다고, 여기 남아선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윤정을 설득하고 싶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나는 방법이 없었다. 잠들어있는 선우마저도 위협하는 저들이, 도저히 혜민의 생각대로 물러서 줄 것 같지가 않았다.
“언니…….”
“응, 나는 걱정하지 마. 내가 아까 말했잖아. 섹스하고 싶다고. 잘됐지 뭐. 오빠랑 수연이 데리고 내려가 있으면, 실컷 즐기고 나서 언니가 연락할게. 기다리다가 지루하면 먼저 자도 되고.”
윤정은 웃고 있었다. 말도 또박또박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윤정이 짓는 미소의 의미를, 애쓰는 이유를, 혜민은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윤정의 눈을 마주보며 생각을 정리하던 혜민은 다시 한 번 윤정을 가볍게 안았다가 떨어지면서 조그맣게 속삭였다.
“미안해요, 언니. 언니를 혼자 남겨둘 수는 없어요.”
살짝 흔들리는 윤정의 눈빛을 느꼈지만, 이내 결심을 굳힌 혜민이 다시 상길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들 말대로 할게요. 대신에 조건이 있어요.”
“조건?”
상길은 마치 결과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짧게 되묻는 상길의 말에, 혜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
“꼭 콘돔을 써주셔야 해요. 위험한 시기니까, 부탁드릴게요.”
“그야, 당연하지. 우리도 그 정도 매너는 있다고?”
혜민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상길의 말에, 일단은 안심이라고 생각했다. 괜한 고집이라도 부린다면 정말로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 가지 더 있어요. 선우 오빠를… 오빠 방으로 옮겨주세요. 오빠 앞에서… 그럴 수는 없어요.”
“그것도 들어주지. 당연한 부탁이야. 우리 입장에서도 거슬리고.”
이번에도 웃으며 대답하는 상길의 바라보던 혜민이, 이번에는 수연을 향해 말했다.
“수연아, 너도 오빠랑 같이 내려가 있어.”
“혜민 언니…….”
수연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수연은 지금 상황이, 어쩌면 자신의 책임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정혁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니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거라고.
짓궂었던 윤정에 비해 항상 자신을 챙겨주던 혜민이었다. 항상 기대고 의지하기만 했던 자신이었다.
그런 언니들을 두고 자신만 달아난다는 것은 내키지가 않았다. 혼자 내려간 뒤에, 집으로 돌아가 윤정과 혜민을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언니……, 저도 언니들이랑 같이 있을래요…….”
“허, 빨리 결정을 봐줬으면 하는데? 우리가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수연이 혜민을 올려다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고, 그런 수연과 혜민을 번갈아 지켜보던 상길이 으름장을 놓듯이 재촉하고 나섰다.
혜민은 속이 상했다.
한 번도 자신의 말에 토를 단 적이 없는 수연이 왜 하필 지금에 와서 때를 쓰는지, 왜 수연에게서 좀처럼 듣기 힘든 그녀의 주장을 지금 들어야하는지.
하지만 재촉하는 상길의 앞에서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혜민은 다시 한 번 수연을 설득할까 하다가, 수연의 눈에서 보이는 진심을 느끼고는 말을 삼켰다.
“알겠어요. 오빠만… 옮겨주세요. 대신에 걱정되니까, 제가 잠시 따라갔다 올게요.”
“그건 안 돼.”
“왜죠?”
“우리들 중 둘은 여기서 이 아가씨들을 지켜야할 테고, 그럼 내가 작가 양반을 등에 업고 혜민씨가 내 뒤를 따라오겠다는 말인데, 혜민씨가 이 문 밖에 나가서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겠어. 안 그래?”
상길은 빈틈이 없었다.
혜민이 가늘게 품었던 다른 가능성마저, 상길의 말에 도로 삼켜야 했다.
“알겠어요. 대신에 꼭 안전하게 옮겨주세요.”
“그건 약속하지. 그런데 나도 조건이 있어.”
“무슨……?”
“한참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던 중이었는데, 내가 자리를 비우고 오는 동안 멀뚱멀뚱 거리면 어색하지 않겠어? 내가 다녀오는 동안 여기 있는 석현이랑 정현이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주면서 분위기 달구고 있으라구. 알겠어?”
혜민은 철저하게 자신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상길이 얄미웠다. 하지만 딱히 이제는 반박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알겠어요.”
“좋아. 내 그럼 금방 다녀오도록 하지. 너희들도 여기서 아가씨들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 알지?”
“예, 형님~.”
즐거워 보이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석현과 상길은 잠시 눈빛을 교환했고, 이윽고 상길은 석현의 도움을 받아 선우를 들쳐 업기 시작했다.
여전히 상기된 뺨으로, 그러나 미안함으로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던 윤정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다가와 혜민을 끌어안았다. 그제야 정혁에게서 풀려난 수연도 일어나 혜민에게 다가왔다.
“미안해, 혜민아…….”
“아니에요. 언니 잘못이 아니에요.”
“언니, 잘못했어요… 저 때문에…….”
“아니야, 네 잘 못이 아니야.”
혜민은 다가오는 수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길의 등에 업혀나가는 선우를 보았다.
가슴이 아팠다.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그에게 전할 수 없다는 현실이.
한편으론 그가 이 일을 영원히 모르게 되길 바라면서.
혜민은 마음속으로 말했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오빠,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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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도 많이달리고 기다리기도 힘들어들 하시는 것 같아 한편 더 올려드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외식을 하고 늦게 오는 바람에 뒤는게 올립니다. 죄송하고요, 재밌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면 내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