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장. Ecstasy (7/10)

7장. Ecstasy

2013년 3월 30일 20:20.

살짝 취한 것처럼 보였지만 수연은 자연스럽게 포즈를 소화하고 있었다. 포즈도 평소의 그녀처럼 네츄럴한 자세나 애교스러운, 또는 귀여운 포즈들이었다.

수연의 앞에서 연속해서 셔터를 눌러대던 상길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수연씨, 수연씨는 프로니까, 조금 더 과감하게 가볼까요? 진짜 누드모델처럼.”

“진짜 누드모델……?”

수연의 대답은 마치 혼잣말을 하는 듯한 중얼거림이었다.

처음 윤정의 모델이 되기 시작했을 때, 수연은 매우 기뻐했었다.

유명한 모델이 된다거나, 전문적인 배움을 통해 패션모델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진짜 모델이 되기에는 키가 부족하기도 했으나, 신체조건이 허락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녀가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수연이 기뻐했던 이유는 자신이 윤정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것 때문이었다.

사실 수연은 이런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았다. 적당히 야한 사진을 찍는 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사진을 찍는 것도 너무나 익숙한 일이었다.

물론 오늘처럼, 거의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수연을 사진 속에 담는 것은 항상 윤정이었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것은 수연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수연은 언제인가부터, 윤정에게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이 행복했다. 예쁜 옷을 입어 윤정에게 칭찬받는 것이 행복했고, 옷을 벗으면 몸이 예쁘다고 칭찬받는 것이 행복했다.

그래서 수연은 노력했다. 더 예뻐지려고, 더 칭찬받고 싶어서, 더욱 사랑받고 싶어서.

알몸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기는 했지만 상관없었다. 윤정의 성적 성향이 세상의 기준과 다르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연에게 있어 윤정은, 혜민과 더불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기둥이었고, 지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우가 한 식구가 되었다.

처음으로 남자를 알게 해준 사람이었고, 수연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남자였다.

그런 그에게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이 행복했다. 예쁜 옷을 입어 칭찬받는 것이 행복했고, 손이 예쁘다고, 발이 예쁘다고, 얼굴이 예쁘다고, 가슴이 예쁘다고 칭찬받는 것이 행복했다.

심지어 다리 사이의 부끄러운 곳이 예쁘다는 말조차 행복했다.

그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가 기분 좋아지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가끔 남몰래 혜민을 질투하며, 더욱 관심 받으려 노력했고, 자신을 바라봐주는 것이 행복했다.

윤정의 짓궂은 장난으로 시작된 자위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요구는, 평범한 성행위의 기준이 없었던 수연에게는 처음으로 선우의 시선을 받은 사건이었고, 시작이었다.

이후로도 선우는 종종 수연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했고, 예쁘다고 칭찬해주고는 했었다. 언제나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선우의 칭찬은 언제나 수연을 행복하게 했다.

언제부턴가, 수연의 부끄러운 모습은 선우에게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애교중의 하나가 되어있었다.

“자, 수연씨? 눈앞에 남자친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여보세요.”

상길의 목소리와 함께, 수연의 시선이 잠들어있는 선우를 향했다.

‘남자친구……?’

수연에게 남자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선우밖에 없었다.

수연에게 선우는 가족이었다. 선우는 아빠였고, 윤정은 엄마였으며, 혜민은 언니였다. 때때로 인터넷 등을 보며 남자친구의 존재를 생각했을 때에도, 수연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선우밖에 없었다. 수연에게 선우는 가족이었고, 아빠였으며, 남자친구였다.

수연은 왠지 선우가 자신의 머리를, 자신의 등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스르륵.

초점이 흐려진 눈빛으로 천천히 바닥에 앉은 수연의 다리가 조금씩 좌우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귀여운 음모 아래로 입을 다물고 있던 세로선도 조금씩, 아주 살짝,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카메라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길의 울대가 크게 한번 움직였고, 어째서인지 석현과 정혁은 더 이상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숨을 죽이고, 조금 더 가까이 수연에게로 움직이며, 그녀의 다리사이로 향한 눈빛에 빛을 더할 뿐이었다.

‘아, 안 돼. 수연아.’

수연을 바라보고 있던 혜민의 심장이 더욱 두근거렸지만, 어째서인지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실 낫처럼 가늘어진 혜민의 이성은 지금의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상길 일행이 이 자리에 있는 것만을 제외하면, 지금 수연의 모습은 혜민에게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집에서 넷이 함께 편한 술자리를 가질 때면, 윤정은 어김없이 수연에게 짓궂은 장난을 시키고는 했었다. 지금 상길 일행만 이곳에 없다면, 오늘은 술과 함께 긴장감이 풀어진 나른한 밤의 어느 날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수연의 다리는 천천히, 그러나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갈라진 둔덕도 조금 더 벌어지고, 조금 더 발그레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연은 평소의 어느 날처럼 고개를 살짝 숙이고, 몽롱한 눈빛은 반쯤 감긴 채로, 자신의 양손을 다리 사이로 가져가고 있었다.

‘아, 수연아. 그러지마. 지금은 아니야…….’

혜민의 안타까운 외침은 마음속에서 울려 퍼질 뿐, 수연에게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윽고 수연은 한눈에 수줍음이 느껴지는 모습으로, 양손으로 자신의 둔덕을 지그시 누르며 살포시 좌우로 벌리기 시작했다.

“씨, 씨발…….”

다 같이 놀라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석현의 말이 튀어나왔지만, 어째서인지 그 말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그 말이 들린 사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벌어진 수연의 속살은 마치 이슬이 맺힌 듯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수연의 오른손 손가락이 아주 살짝 그것을 훔치며 조심스럽게 클리토리스에 바르고 있었다.

부드러운 눈빛으로 수연을 바라보고 있는 윤정도, 혼란스러움에 말문이 막혀버린 혜민도, 그리고 잠시 셔터를 누르던 손가락이 멈춰있는 상길도, 미세하게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한 석현과 정혁도…….

잠시 동안 거실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지만, 아무도 그 어색함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수연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고, 수연의 어깨가 불규칙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손가락으로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한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찰칵.

묘한 정적 속에, 상길의 셔터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수연씨, 수고했어요.”

정말 우습게도, 수연의 행동이 더 격해지기 전에 잘라낸 것은 상길이었다. 어쩐지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사진기에서 얼굴을 뗀 상길은 고개를 들어 정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멍해져있던 정혁은 상길의 눈치를 몇 번이나 받고서야 그의 지시를 따를 수가 있었다.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아쉬운 듯이 다시 입을 다문 정혁은, 목욕가운을 들고 천천히 다가와 수연의 몸을 가려주었다.

그제야 고개를 든 수연이 멍한 눈빛으로 상길을 올려다보았고, 상길은 그런 수연을 관찰하듯 지그시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말을 꺼냈다.

“휴, 잠시 쉬었다 할까요? 저희는 잠시 담배한대 피고 올 테니, 그동안 혜민씨 준비해주세요.”

2013년 3월 30일 20:40.

“후, 형님 애들 약발도 제대로 받은 거 같은데, 그냥 지금 해치워버리죠? 꼴려서 자지가 터져버릴 지경입니다.”

상길을 따라 밖에 나오자마자 한 모금을 깊게 마시고 뱉은 석현이 상길에게 말했다. 옆에서 연신 담배를 빨아대고 있는 정혁의 눈빛도 석현과 비슷한 마음 같았다.

상길은 뜸을 들이며 바깥의 풍경을 향해 몇 차례 연기를 뿜다가, 이윽고 석현과 정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말고, 사진 찍고 있는 나도 몸살 나겠는 건 마찬가지야. 아무리 약을 빨았어도, 아직 솜털도 안 가신 년이 그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하마터면 나도 그때 바지 내릴 뻔했다. 재들 약 먹은 지 얼마나 됐지?”

“1시간 20분정도 되었습니다, 형님.”

석현이 시계를 보며 대답했다.

“그래? 약기운이 제대로 다 돌기 시작할 때가 되긴 했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보자. 일단 우리끼리 합의부터 봐야지?”

“합의요?”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자빠뜨리려면 일단 나눠야할 거 아냐? 어떻게 할래?”

“음, 뭐 어차피 밤새도록 돌릴 건데, 일단 처음은 나이순으로 한번 가죠.”

“오케이.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라.”

상길은 시간을 오래 끌기 싫었는지, 실내를 슬쩍 돌아보더니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혜민은 내키지 않았지만, 이제와 자신만 뺄 수는 없었다.

상길 일행이 자리를 비운 사이 수연에게도 뭔가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윤정이 장난스럽게 입을 맞춰오는 바람에 뜻대로 할 수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상길 일행이 들어왔고, 상길이 혜민에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왠지 머뭇거리면 자신만 이상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혜민은 속내를 감추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어서고는, 한쪽으로 비켜서서 옷을 벗었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으면 예쁜 속옷을 고를 걸 그랬나.’

평범해 보이는 아이보리색 브라와 팬티가 드러나면서, 혜민에게는 지금까지 고민하던 것과는 다른 생각도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흰색 플레어스커트에 맞추기 위해 신었던 살색 밴드스타킹도 수연과 함께 집에 오자마자 벗어버린 탓에 남아있지 않았다.

“혜민씨는 나이에 비해 상당히 풋풋한 느낌이 있네요.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상길이 의례적인 멘트와 함께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지만, 팬티와 브라만을 입고 상길의 앞에 선 혜민은 역시 자연스럽지가 못했다. 술기운도 상당히 있었고 이해할 수 없는 야릇한 흥분감도 있었지만, 어쩐지 혜민으로서는 비키니 촬영때와 같은 느낌을 가질 수가 없었다.

거의 10분여에 걸쳐 앞의 둘과 비슷한 양의 사진을 찍었지만, 대체로 혜민의 포즈는 대동소이했다. 약간 비스듬하게 서서 시선을 아래로 떨군다거나, 일상적인 느낌으로 창밖을 바라본다거나.

잠시 후, 더 이상 취할 행동에 한계를 느낀 혜민은 상길의 언질 없이도 브라를 벗었다. 속으로 수없이 망설인 그녀였지만, 왠지 상길에게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후, 혜민씨 봤을 때에는 치마정장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벗을수록 오히려 소녀틱해지는 분위기, 아주 좋습니다. 계속할게요?”

혜민은 가슴과 유두가 드러나면서 더욱 부끄러웠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인지 양손을 들어 가슴을 가리는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가슴을 가리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았고, 그렇다고 뻣뻣하게 서 있자니 양손과 양팔의 위치는 점점 어색해졌다.

게다가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어쩐지 팬티를 내리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혜민이었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서야,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윤정을 잠시 바라보던 혜민은 떨리는 손끝으로 팬티를 내리기 시작했다.

혜민의 움직임에 따라 귀엽게 생긴 배꼽이 몇 차례 찡그림을 반복하고, 골반에 걸쳐진 팬티라인이 점점 내려가면서 둔덕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매끈한 아랫배에 이어진 매끈한 둔덕이었다.

그저 매끈하고, 밋밋했다.

거웃으로 가려진 곳 한 점 없이, 도톰한 둔덕의 곡선이 그대로 보였다.

세로로 갈라지는 선이 시작하는 곳부터, 가느다란 주름 한 가닥조차 감추며 앙다물고 있는 깊은 음영까지.

하얗고, 깨끗했다.

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혜민을 바라본 상길이 감탄하듯 말했다.

“와, 예쁩니다. 왁싱 같지는 않은데?”

“저는 원래 이래요. 얼른 찍어주세요…….”

어쩌면 예상범위 안에 있던 상길의 반응에 혜민이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흐렸다. 빨리 이 시간이 끝나길 바라면서.

하지만 상길은 셔터를 누르기 전에 윤정을 돌아보며 물었다.

“윤정씨, 혜민씨 정말 예쁘죠?”

“그으럼요. 저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이랍니다.”

윤정은 상길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윽한 눈빛으로 혜민을 바라보면서 대답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상길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혜민에게는 꽤나 길었던 5분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스럽게도 수연 때와 같이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후.”

상길이 가볍게 숨을 내쉬며 카메라를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석현이 목욕가운을 가져왔다.

이제야 끝났다는 생각에 서둘러 윤정의 곁으로 가려고, 이제 다 같이 침실로 들어가 옷을 입으려 했던 혜민을 상길이 말렸다.

“잠시 만요. 혜민씨.”

“네?”

혜민을 멈춰 세운 상길은 다시 윤정을 돌아보았다.

“윤정씨, 이번에는 두 분을 같이 찍어 드릴게요. 가운은 벗지 않아도 됩니다.”

“둘이 같이?”

윤정이 의문을 표하며 흐릿한 눈으로 상길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상길이 자못 흐뭇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답해주었다.

“네. 두 분이 워낙 사이도 좋으시고 하니까요. 다만 평범한 사진은 재미가 없으니까. 살짝 컨셉을 잡아 볼게요.”

“아니에요. 사진은 이제 됐어요.”

혜민은 가운을 벗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조금 안심하긴 했지만, 사양의 말을 먼저 꺼냈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마음 속 깊은 곳의 불안함이 가시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윤정도, 수연도, 심지어 자신도, 아무리 생각해도 평상시와 같지 않았다. 꽤 많은 술을 마셨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었다. 묘하게 들떠있었고, 자꾸만 분위기에 휘말리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던 윤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동작이 조금 컸던 탓에 윤정의 가슴이 가볍게 출렁거렸다. 속이 비치지는 않았지만 가운 아래 솟아있는 그녀의 유두도 선명하게 보였다.

“찍자, 혜민아, 응? 이왕 다 찍은 거, 너랑 러브러브한 사진도 남기고 싶어~.”

“네?”

발음도 흐려지고, 평소 윤정의 말투도 아니었지만, 윤정의 뺨은 기분 좋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혜민이 미처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혜민의 등 뒤로 다가와 부드럽게 감싸 안기 시작했다.

“아, 언니…….”

“좋습니다. 찍을게요?”

상길은 짤막한 신호와 함께 다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고, 혜민은 당황할 사이도 없이 윤정에 이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윤정이 뒤에서 안는 자세에 이어, 윤정의 손길이 부드럽게 혜민의 목덜미를 훑는 자세가 이어졌다. 혜민이 윤정 쪽으로 고개를 반쯤 돌리고, 윤정이 혜민을 살짝 내려다보는.

윤정의 리드로 인해 혜민은 어색해할 틈도 없었다.

게다가 윤정의 손길이 가볍게 목덜미를 쓰다듬었을 뿐인데, 마치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이 혜민의 등골을 훑었다.

‘아, 왜 이러지. 오늘 너무 이상해.’

막연한 생각이 혜민의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내 사라져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혜민을 바라보는 윤정의 눈빛은 끈적했고, 혜민도 윤정의 눈빛에 동화되어가는 기분이었다.

“아주 좋아요. 조금 더 로맨틱하게, 세상에 드러낼 수 없는 두 여자의 은밀한 에로스를 담는 분위기로 가볼게요.”

이어지는 상길의 멘트는 적나라하리만치 직설적이었지만, 그 순간 윤정도, 혜민조차도, 상길의 말에 담긴 의미와 의도를 짐작할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상길의 그런 말이, 억눌려왔던 윤정의 마음을 폭발시키고야 말았다.

판단력과 자제력을 반쯤은 끊어 내버린 술에 의해, 그리고 이해할 수 없이 전신을 휘감고 있는 야릇한 기분에 의해.

‘아……. 언니…….’

혜민은 소리를 입 밖에 낼 수도 없었다.

내려앉은 긴 속눈썹 안에 반쯤은 감춰진 윤정의 눈동자가 천천히 다가왔고, 윤정의 입술이 혜민의 입술을 부드럽게 덮어버렸다. 순간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던 혜민에게도, 너무나 부드럽고 촉촉하게, 그리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키스였다.

촬영을 위한 피사체라는 생각도 잊혀지는 듯 했다. 사진기를 들고 있는 상길뿐 아니라 석현과 정혁이라는 커다란 덩치의 사내들이 둘이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도 아득히 멀어지는 것 같았다.

수백 번 수천 번을 버릇처럼 그래왔듯이, 혜민의 입술을 부드럽게 핥는 윤정의 혀를 느낀 혜민의 입술이 가볍게 열렸다. 그와 동시에 윤정의 혀가 혜민의 입술을 침범했고, 혜민의 혀가 수줍게 맞이했다.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주저앉고 싶어지는 짜릿한 키스였다.

그 키스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이제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언니…….’

키스와 함께 윤정의 손이 부드럽게 자신의 가슴을 쓸어올려도, 혜민은 막을 수가 없었다. 윤정의 손길이 가운 위에서 혜민의 유두를 가볍게 스쳤을 때에는 온몸에 전율마저 일었다.

셔터 소리가 이어지고 있는지, 누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가늠할 길이 없었다. 혜민의 눈은 이미 감겨진 상태였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윤정의 키스와 손길뿐이었다.

‘아, 언니……. 제발…….’

혜민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윤정의 손이 혜민의 가운 속을 파고들어도, 혜민은 그것을 말릴 수가 없었다.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는 피부의 모든 세포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감각들을 온몸에 실어 나르는 기분이었다.

‘아…….’

이윽고 혜민의 가운 속을 더듬던 윤정의 손길은 혜민의 다리 사이로 향하고 있었다. 마치 소복이 쌓인 먼지를 조심스레 쓸어 모으듯이, 조금씩, 천천히.

윤정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손길이었다.

어느새 다시 풀어헤쳐진 혜민의 가운 앞섬이 힘없이 열리기 시작했고, 보일 듯 말 듯 가늘게 흔들리는 앞섬의 틈 사이로 윤정의 손길이 혜민의 다리 사이에 도착했을 때였다.

언제부턴가 카메라를 내리고 그런 윤정과 혜민을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던 상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걸렸다.’

확신이 선 상길은 정혁에게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맞추었고, 상길과 시선을 맞춘 정혁은 몽롱한 눈빛으로 윤정과 혜민을 바라보고 있는 수연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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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혹시 기다리기 힘드신가요?

8시 전까지 재미있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면 한편 더 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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