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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쏟아진 물 (5/10)

5장. 쏟아진 물

3월 30일 토요일 07:00.

선우는 핸드폰 알람 소리를 들으며 게슴츠레한 눈을 떴다. 창밖에서는 이미 환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알람은 7시를 알리고 있었다.

‘아, 괜히 따라왔나.’

장거리 운전에 반주까지 한잔 들어가니, 어제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어버린 선우였다. 워낙에 장거리 이동이 없는 따분한 생활에 익숙해져있어서인지, 선우에게 부산행은 생각 밖으로 피곤했다.

무슨 촬영을 3:3 쌍쌍파티 식으로 간다기에 보호자 노릇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생각은, 쓸데없이 비현실적인 걱정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도 들었다. 야한 글을 한 번 써보겠다고 사이트에 기웃거리면서 거의 상상에 가까운 원초적인 내용들을 봐 버릇했더니 비현실적인 망상이 늘어난 기분이었다.

하긴, 사진사들이 밥 먹고 하는 일이 그것일 텐데, 예쁜 여자들이 눈앞에서 살랑거린다고 무리하게 사고를 칠 리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타지라고는 해도 꼴랑 부산이고, 보다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해외도 자주 나갈 텐데 말이다.

게다가 숙소도 따로 쓰고 있고, 철저하게 일과 휴식의 공간이 분리되어있는, 말 그대로 창작속의 상상이 아닌 진짜 현실을 눈으로 보게 되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상길 일행을 처음 봤을 때의 찜찜함은 그때뿐이었고, 실제 이곳에서 촬영에 임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저 일에 열중하고 모델을 배려하는 생업의 현장만 봤을 뿐이었다. 뭐, 이 바닥도 넓은 것은 아닐 테니, 평판이라도 나빠지게 되면 먹고사는데도 지장이 있을 테고.

‘역시 따라오는 게 아니었어.’

선우는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비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3월 30일 토요일 12:00.

식사 후 9시 무렵 출발한 일행들은 어제에 이은 촬영을 계속했다.

오전 내내 계절에 맞는, 또는 다가올 계절의 신상들에 대한 촬영이 이어졌고 분위기는 대체로 어제와 비슷했다. 수연은 여전히 능숙했고, 혜민 역시 어제보다는 조금 익숙해 진 것 같았다.

점심을 해결한 후에는 예정대로 수영복 촬영을 할 차례였다. 날씨도 좋았고 시간도 기온이 가장 높을 때를 골랐지만, 역시 시기상으로 20도가 채 되지 않는 온도에 바람도 제법 불고 있었다. 하지만 수연은 이정도면 충분하다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고, 혜민은 날씨보다는 노출이 더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장소는 아직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어느 해수욕장이었다.

비수기였음에도 간간히 바다 구경하는 행인들이 없지는 않았다.

적당히 외지면서도 만족스러운 배경이 있는 곳, 그런 장소를 찾는 것도 꽤나 큰일이었다.

따로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역시나 수영복은 비키니였다. 그것도 열다섯 벌에 가까운 상당한 양이었다.

머뭇거리는 혜민을 두고 수연이 앞장을 서기 시작했고, 이윽고 전혀 어색한 분위기 없이 촬영이 시작되자 슬금슬금 혜민도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것도 선우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원래가 괜찮은 몸매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야외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그것도 수연의 옆에서 촬영을 하는데도 별로 꿀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수연보다 살짝 작은 키에서 나오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가 색다른 맵시를 연출하는 느낌이었다.

의상에 따라 상의 위로 도드라지는 가슴골도, 하의 주변으로 선우가 보기에는 조금 민망하게 느껴지는 삼각라인도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포즈에 따라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수연과 더불어 혜민도 점차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윤정에 의해, 가끔은 상길에 의해, 때로는 애교스러운, 때로는 성숙한, 때로는 과감한 포즈도 요구되었지만 점차 자연스럽게 소화해나가는 것 같았다.

지켜보는 선우 입장에선 그들도 남자인지라, 어느 정도의 장난까지는 예상했었고 짓궂은 호기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그러나 그런 선우의 예상을 꾸짖기라도 하는 냥, 상길 일행의 태도는 너무나 정중했고, 약간의 실례도 저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없어하는 혜민에게 자신감을 보태주려는 듯이,

“와, 피부 톤도 너무 예쁘시고, 비율이랑 라인이 너무 좋으셔서 보정이 따로 필요 없겠는데요?”

“이거 버릴 사진이 별로 없을 것 같아 찍는 것보다 나중에 사진 고르는 일이 더 어려울 것 같아 걱정입니다.”

등의 칭찬을 연발했는데, 그마저도 너무 정중해서 딱딱해 보일 지경이었다.

오히려 그런 그녀들을 보고 있자니, 아랫도리가 뻐근해져오는 것은 선우였다. 마치 그간의 금욕생활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한지 너무 오래되긴 했나보네. 역시 괜히 왔어.’

이틀째 이어지는 촬영이 어느덧 지루해진 선우는 아침에 들었던 생각을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있었다.

3월 30일 토요일 16:00.

촬영을 마무리하고 여러 물건들을 챙기며 철수 준비가 끝났을 무렵에는 이미 거의 다 해가 기울어져있었다.

“자자, 이틀에 걸친 강행군으로 다들 고생하셨구요. 숙소로 돌아가 조금 쉬시다가 6시까지 저희 방으로 모여주시면 됩니다. 마무리 겸 간단한 회식을 하도록 할게요.”

윤정이 꽤나 만족한 표정으로 숙소 앞에서 해산을 지시했고, 의례적인 인사와 함께 상길 일행은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온 상길은 구석에 보관해놓았던 가방을 들어 올리며 석현과 정혁을 불러 세웠다.

“자, 지금부터가 중요한 건 알고 있지? 이제부터 내 말 잘들어라잉?”

석현과 정혁이 모이는 것을 보며 말문을 연 상길은 가방에서 검은 비닐에 쌓인 물건을 꺼냈다. 이윽고 검은 비닐 안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 중 하나를 열어 정혁에게 내밀었다.

“너는 술자리가 적당히 무르익으면 이걸 그 선우라는 놈한테 먹여. 아무나해도 되지만 네가 제일 어리니까 경계심이 덜하기도 할 테고 너도 뭔가 보탬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

“이게 뭔데요?”

“수면제야. 그 자식이 멀쩡히 눈 뜨고 있으면 거사가 되겠어? 괜히 티 나게 알약 째 주지 말고 잘 쪼개면 물에 잘 녹으니까 알아서 먹여라.”

“크큭. 넵.”

“그리고 석현이.”

“네?”

상길은 석현과 잠시 눈빛을 맞추다가, 이내 작은 병을 꺼내들고 그 안에서 알약 두 개를 꺼내서 넘겨주었다.

“너는 정혁이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대충 상황을 보다가, 남자 놈이 꾸벅꾸벅 조는 것 같다 싶으면 이걸 여자들한테 먹여. 골로 보내고 싶지는 않으니까 다 먹일 필요는 없고, 한 명당 반씩 쪼개서 먹이면 될 거야. 마찬가지로 물이나 술에도 잘 녹으니까 참고하고.”

“이건 뭔데요?”

“몰라도 된다.”

“형님 혹시? 이거 최음제 같은 겁니까?”

“쯔쯔 모질라기는, 그딴 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냐? 아무튼 자세히 알 건 없고, 그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살살 꼬드기는 맛도 있어야 하니까. 반씩만 먹이면 충분할거야. 나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져온 건데, 어제 그년들 하는 짓 보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제? 아, 레즈요?”

“그래 인마. 걔들이 진짜 레즈면, 니들 말처럼 걸레가 아닐 수도 있잖아. 뭐, 깨끗한 년들이면 우리야 나쁠 거 없지만, 기집들 끼리 그러고 노는데 우리 꼬임에 잘 넘어오겠어?”

“낄낄, 하기는. 레즈 년들이니 남자 경험은 별로 없을 수도 있겠네요.”

석현은 상길의 말대로 더 이상은 물어볼 생각이 없는 듯, 히죽거리며 알약을 챙겼다.

그런 석현을 지켜보던 상길이 이번에는 다른 비닐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거 한 알씩 받아라.”

“이건 뭔데요?”

“흐흐.”

상길은 이번에도 반사적으로 물어오는 석현에게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뜸을 들였다.

“비아그라야. 원래 정혁이 나이 정도면 이거 반쪽이면 뽕을 뽑고도 남지만, 이렇게 공을 들였는데 오늘 한두 번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지 않겠냐? 뭐, 니들 몸이니까 알아서들 먹어라. 참고로 난 한 알 다 먹는다. 큭큭.”

“와, 준비성. 형님, 정말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아싸~.”

상길의 말에 석현이 잽싸게 알약을 챙기며 오버액션을 보였다. 곁에 있던 정혁도 과장된 표현을 하며 한 알을 집어 들었다.

“낄낄. 너무 일찍부터 먹어서 고생들 하지 말고. 한 시간 정도 전에 먹으면 되는 거 알고 있지? 정혁이가 주는 거 받아먹고 선우 놈이 졸기 시작하면 그때쯤 먹으면 될 거다.”

“예 써!”

3월 30일 토요일 18:00.

“우와! 생각보다 정말 푸짐한데요?”

선우까지 이미 앉아있는 자리에 상길 일행이 다가와 앉으며 석현이 너스레를 떨었다.

딱히 부자연스러울 것은 없었다. 석현의 말대로, 윤정과 혜민이 함께 준비한 상에는 회를 비롯한 해산물들을 포함해 각종 먹거리들이 상당히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간단한 아침 점심으로 인해 다들 시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가보기에도 자연스러운 회식 겸 저녁식사의 자리였고, 더군다나 남자가 넷이나 있었던 탓에 접시들은 금방금방 비워졌다.

여자들도 촬영이 끝났다는 해방감인지, 아니면 어제 남자들만 마신 술이 부러웠던 것인지, 분위기는 상당히 화기애애했다. 평소 입이 짧은 혜민과 수연도 싱싱한 해산물에 감탄하며 돌아가는 건배에 술도 넙죽넙죽 잘 받아 마시는 분위기였다.

유독 선우에게 술잔이 몰리는 분위기가 없지는 않았지만, 상길 일행을 제외한 유일한 남자였고, 선우가 평소 술을 못 마시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 어색할 것 없는 일이었다.

7시가 지나자 배는 얼추 채워지고, 음식보다는 술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바뀌어갔다. 상길이 한번 건배를 주도하면 윤정이 이어받아 술잔을 권하는 형태가 자주 반복되었다.

다들 얼큰하게 취해가고, 어느새 거리감 없이 친근감을 표현하는 석현과 정혁에 의해 선우까지 형님아우에 동참할 무렵이었다.

8시가 채 되기도 전에, 선우는 자꾸 눈이 감기는 것을 느꼈다.

“오빠? 졸려요?”

“어, 좀 그러네.”

맞은편에 앉아있던 혜민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어왔지만, 괜찮다는 대답도 그때뿐이었다.

무거워진 머리를 뒤에 있던 소파에 잠깐 기대는가 싶더니, 스르르 감긴 눈은 더 이상 띄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3월 31일 일요일 12:00.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에 간신히 눈을 뜬 선우는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전화를 받았다. 체크아웃을 알리는 직원의 목소리가 귀가 아닌 머리로 울려오는 것 같았다.

멍한 정신으로 수화기를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우의 방이었다.

‘어제 술을 먹다가……., 내가 취했나?’

어떻게 방으로 돌아온 것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술을 마시다가 필름이 끊겨 본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그렇게까지 마셨던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피곤했던 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추태를 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라 난처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 그건 그거고, 핸드폰을 찾아 윤정의 번호를 눌렀다.

“어, 난데. 미안. 지금 일어났다. 체크아웃 하라는데?”

“응, 오빠. 나도 전화 받았어. 내가 2시간 더 있다 간다고 얘기했거든. 응, 우리도 지금 일어나서.”

“그래? 그럼 내가 그리로 갈까?”

“아냐 오빠. 올라올 필요는 없고. 천천히 쉬면서 준비하고 있어. 우리가 내려갈게.”

“그 사람들은?”

“응, 그건 잘 모르겠네? 아무튼 오빠, 우리 옷도 입어야하고, 치울 것도 좀 있으니까 올라오면 안 된다? 우리가 내려가면서 연락할게.”

선우는 어제 본인이 많이 취했는지, 몇 가지 더 묻고 싶었지만 윤정이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리는 바람에 그럴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 일어났다더니, 윤정의 목소리도 어딘가 가라앉아있는 분위기였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그렇게 내외하는 사이였나?’

선우는 굳이 올라오지 말라고 강조하는 윤정의 말에 의아함을 느꼈다. 옷을 갈아입는 것 정도야 수십 번도 더 본 사이가 아니던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일단 찌뿌둥한 몸을 씻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3월 31일 일요일 13:00.

윤정이 말해놨다고는 하지만, 왠지 눈치가 보였던 선우는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의 짐을 차로 옮겨놓았다. 오가는 길에 상길 일행의 방을 들러보았지만, 그 방은 이미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자기들끼리 벌써 출발 한 건가?’

볼일이야 다 끝났으니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조금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술자리에서 형님 아우 해가며 친한 척 할 때는 언제고.

프론트에서 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잠깐 바람을 쐬다가, 다시 차로 향했을 때였다. 2시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았을 무렵에 윤정과 혜민, 그리고 수연이 나란히 나타났다.

“왔어? 차에 있어.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응, 오빠. 다녀와.”

그리 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장거리 이동을 염두에 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인사를 받는 윤정의 태도가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 시선을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혜민과 수연은 한마디 말도 없이 살짝 고개를 숙인채로 나를 지나쳐 차로 향했다. 평소대로라면, 혜민은 나보다 먼저 안부를 물어왔을 것이고, 수연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달려왔을 텐데.

‘피곤해서?’

선우는 눈을 뜨고서부터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의아함이 점점 더 짙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지만, 당장에 따져 물을 말도 딱히 없었다.

‘설마 내가 어제 뭔가 실수한 것은 아니겠지.’

선우는 찜찜함을 뒤로하고 일단 화장실로 향했다. 궁금한 것은 올라가면서 천천히 물어보겠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왠지 그녀들의 방에 가보고 싶어졌다. 정말로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을 수도 있고, 가보면 뭔가 기억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슬그머니 올라가 본 그녀들의 방에는 다행히 아직 직원들의 출입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꽤 뒷마무리에 신경을 쓴 듯,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선우의 의아함을 더욱 부추겼다.

마치 급하게 환기를 하려했다는 듯이 곳곳의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열려 있었고, 침대는 시트까지 모두 벗겨져 한곳에 치워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선우는 조금 전 마주친 그녀들이, 셋 다 방금 샤워를 한 듯이 머리까지 젖은 채로 나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급해서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나올 정도였는데, 청소를 이렇게까지?’

선우가 풀리지 않는 의아함으로 소파 근처를 지날 때였다.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는 털들이 눈에 뜨였다.

누가 치운 것 같지는 않았고, 떨어지고 나서도 이리저리 밀린 듯이, 몇 가닥은 그저 너저분하게, 몇 가닥은 아예 소파 여기저기에 눌어붙어있었다. 얼추 봐도 십여 가닥은 되는 듯, 어쩌다 자연스레 떨어지거나 흘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집어올린 선우는, 곧 그것이 남자의 성기에서 떨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두근.

두근두근.

‘설마.’

선우는 가볍게 심장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에이, 설마.’

한편으로는 헛웃음도 나왔다. 자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한심해서.

하지만 선우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침대 시트, 그냥 내버려두면 직원들이 알아서 치울 것을, 왜 굳이 걷어서 둘둘 말아놓았을까.

둘둘 말린 시트가 올려져 있는 침대로 가까이 가자, 희미하게, 그리고 은은하게, 비릿한 냄새가 풍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방안 전체를 맴돌고 있는 뭔가 불쾌하면서도 끈적한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급하게 환기시키려 하는 것처럼 보였던 창문들이 다시 한 번 선우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창문을 열어도 환기가 잘 될 리가 없었다. 밖의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흐렸고, 오히려 습한 기운만 더하고 있을 뿐.

두근두근.

선우의 손은 자신도 모르게, 둘둘 말려있는 시트를 펼쳐보고 있었다. 조금씩, 다시 조금씩.

그리고 시트가 펼쳐짐에 따라, 잘못 느낀 냄새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짙어지는 냄새들과 함께, 그 안에 담겨져 있던 것들이 조금씩 선우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방 군데군데 얼룩져 있는 자국들, 그 중 몇 군데는 몇 번에 걸쳐 겹쳐진 얼룩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선명했고, 한눈에 정체를 가늠할 수 있는 털들과 머리카락들이 주인의 성별을 가리지 않고 군데군데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드문드문 허옇게 말라붙어있는 자국들, 시트사이로 구깃구깃 뭉쳐져 있는 수건들…….

선우의 머릿속은 이제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수건을 들어 올리고 있는 손도 무엇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선우는 기계처럼, 천천히, 뭉쳐져 있는 수건들 중 한 장을 들어올려, 서서히 펴 보았다.

그리고 선우의 코에는 확 풍겨오는 냄새가, 선우의 눈에는 이미 딱딱하고 허옇게 굳어져 눌어붙어있는 무언가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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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소설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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