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장. 누군가가 보고 있다 (4/10)

4장. 누군가가 보고 있다

3월 29일 금요일 07:00.

“야! 이 수연! 쓸데없는 짐은 챙기지 말라고 했지!”

“흐잉, 네…….”

“도대체 그딴 오리 튜브는 어디에서 난거야?”

“며칠 전에 신이 나서는 인터넷에서 사던데요? 수영하러 갈 거라고.”

“맙소사. 이 날씨에 대체 어떻게 수영을 하겠다는 거야? 제정신이야?”

“수영복 촬영도 한다 길래 혹시나 해서…….”

아침부터 세 여자의 목소리가 뒤엉키며 집안이 어수선했다.

어쩌다 가끔, 어쩌면 때때로, 선우에게는 익숙한 모습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어제까지 미리 준비를 한다고 한 것인데도, 아침이 되자 이 모양이다.

어쨌든 오늘은 금요일이었다. 약속시간은 다가왔고, 이제는 출발해야했다.

3월 29일 금요일 09:30.

이른 시간에 출발한 탓에, 선우들은 약속장소에서 상길 일행을 만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차는 선우 일행이 1대, 상길 일행이 1대로 충분했다. 두 대의 차는 1시간을 못미처서 교통체증을 벗어났고,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완전히 진입할 수 있었다.

“아흐, 이제 슬슬 시작하는 겁니까? 그동안 기다리느라 몸이 근질근질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형님.”

운전하는 상길의 옆 조수석에 앉아있는 석현이 자못 흥분되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상길은 제법 속도를 내고 있는 선우의 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그대로 두며 대답했다.

“아직 부산까지도 서너 시간은 더 가야 해.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일 그르치지 말고 침착해라.”

“당연하죠! 무려 2주에 가깝게 좆물을 안 내보냈더니 아랫도리가 폭발할 지경이네. 야, 정혁아. 너 아까 걔들 봤냐? 하도 별의별 상상을 다 해서 그런지 씨발 보기만 해도 꼴리더라.”

“쩔던데요? 씨발 스타킹까지 그렇게 종류별로 신고 온 거 보니 그건 완전 우리들 제발 따먹어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던데? 킥킥.”

석현의 질문에 답하는 정혁도 어느새 그들의 말투에 많이 동화되어 있었다. 게다가 드디어 출발 길에 올라서인지, 목소리도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정혁의 말처럼 세 여자의 옷차림 또한 많이 가벼워져 있었다. 날씨도 많이 풀려있었고, 목적지가 부산임을 감안한 옷차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평소에도 단정한 옷차림을 고수하는 혜민이는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 플레어스커트에 검은색 스타킹을 신었다. 셋 중에 가장 단정한 옷차림이었다.

문제는 치마 길이가 조금 짧다는 것과 밴드스타킹과 가터벨트를 착용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혜민이 불편을 걱정했지만, 옷을 많이 갈아입다보면 오히려 팬티스타킹보다 편할 수 있다는 윤정의 말에 선택한 일이었다.

수연은 커다란 미키마우스 그림이 있는 티셔츠에 멜빵이 달려있는 옅은 갈색 치마, 살색 스타킹을 신어, 누가 보기에도 봄나들이 가는 복장이었고, 윤정은 베이지색 레이스 소재의 원피스에 커피색 스타킹이었다. 수연은 치마가 짧긴 했지만 야하다기보다는 귀여운 쪽에 가까운 복장이었고, 윤정도 치마가 짧은 것을 빼고는 비교적 점잖은 옷이었다.

“야, 됐고. 정혁아. 뒷좌석에 아디다스 가방 있지? 그거 좀 앞으로 넘겨봐. 석현이한테.”

“예? 아, 이거요?”

몇 마디 더 이어지던 석현과 정혁의 수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상길이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말했다.

상길의 얘기에 자신의 옆자리에 자리 잡고 있던 가방들 중 하나를 집어든 정혁이 석현에게로 넘겼다.

“석현아, 그거 열어봐. 꽤 고가 장비니까 조심하고.”

“예? 이게 뭡니까 형님?”

석현이 열어본 가방 안에는 소형 전자제품처럼 생긴 물건들이 꽤 많이 들어있었다.

“처음 보냐? 무선 CCTV야. 쟤들 입장에선 몰카겠지만.”

“오……. 꽤 비싸 보이는데요?”

“자식, 보는 눈은 있네.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허접쓰레기랑은 질적으로 다른 놈들이지. 인생 즐겁게 살다보면 그런 것도 다 필요해지는 법이야.”

“새로 산 것 같지는 않은데요?”

“당연하지. 내가 지금까지 꽤 애용하던 물건들이다. 큭큭.”

상길의 시선은 정면을 향해 있었지만, 석현의 반응이 마음에 드는 듯한 미소를 흘렸다.

“혹시 이걸로 그동안 뭘 보셨는지도 말씀해주시면…….”

“자식, 별 걸 다 묻네. 처음에는 처제네 집에 설치해볼까 하고 산 건데, 생각보다 장난 아니더라고? 걸리면 그냥 모른 척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설치하고 보니 감쪽같기도 하고 지금까지 걸린 적도 없고 말이지. 그래서 몇 세트 더 샀지.”

“이야~. 형님 처음 뵈었을 때부터 포스가 남다르긴 했지만, 진짜로 존경합니다. 꽤 큰 투자 같은데.”

“그렇긴 한데, 내 또래들 노래방 다니고 룸 다니고 안마방 다니고 하는 돈 생각하면 그게 그거야. 나도 직접 해보고 알았지만 오히려 그게 훨씬 더 화끈하다. 낄낄. 내 앞에서 형부~ 이러면서 얌전떠는 처제 보지에서 좆물 흐르는 거 보는 거랑 사이트에서 얼굴도 모르는 여자 사진 보는 거랑 같을 거 같아?”

“절대로 아니죠! 그럼 처제는 지겹게 보셨겠습니다, 형님?”

“말이라고 하냐? 그거 때문에 처제가 다른 남자 끌어들여 빠구리 뛰는 장면도 보게 되고……. 뭐, 됐고. 혹시 너도 하게 되면 너무 맛들이진 말아라.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진리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것도 조심해야하고.”

“흐흐, 예. 명심하겠습니다.”

“아무튼, 윤정이 년한테 듣기로는 펜션에 방을 세 개를 잡아놨다고 하거든? 6인실 하나, 4인실 하나, 2인실 하나.”

“예? 뭐 하러 그렇게 많이?”

“나도 물어봤지. 4인실은 우리가 셋이 같이 쓸 거고, 2인실은 저 작가양반이 쓸 거 같애.”

“지랄, 그냥 우리랑 같이 쓰면 되는 거지, 돈 아깝게.”

상길은 석현의 말을 듣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모지란 놈, 그걸 보고도 그런 말을 하네. 마, 우리한텐 잘 된 거지.”

“예?”

“가서 첫날은 얌전히 사진만 찍을 거 아냐? 뭐 눈요기는 되겠다만, 그걸로 지루해서 어떻게 버티려고.”

“그러면 혹시 이게?”

“그래 임마. 도착하면 어쩐지 나는 사진기 들고 따라다니기 바쁠 거 같다 이 말이지.”

“음.”

“그러니까 네가, 조명 좀 만지는 척 깔짝거리다가 정혁이랑 교대해놓고 잽싸게 설치하고 오라는 말이야. 설치하는 법은 별로 어렵지도 않고, 도착하는 대로 내가 알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겠어?”

“아하! 예, 저만 믿으십쇼. 낄낄.”

“정혁이를 시킬까했는데 아무래도 정혁이 보단 네가 낫지 않겠냐? 믿고 맡긴다. 꽤 큰 방인 것 같은데, 몰카는 포인트가 중요하다는 거 잊지 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포인트 잘 잡아서 4개만 설치하고 와라.”

“오케이! 알겠습니다!”

화색이 되어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석현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촬영하러 다 외출하고 나면 방을 잠그고 가지 않을까요? 그건 어떻게?”

“마! 정혁이 닮아 가냐? 그 정도는 네가 알아서 해야지!”

“흐흐, 그럼 제가 할까요?”

이번에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뒤에서 듣고만 있던 정혁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석현이 눈썹을 묘하게 구부리며 정혁을 돌아보았다.

“어쭈? 야, 설마 내가 너만 못할까봐? 걱정하지마라. 내가 포인트 기가 막히게 잡아서 설치하고 올 라니까.”

3월 29일 금요일 15:00.

선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일정은 넉넉하지 않았다. 부산까지 이동하여 촬영하는 것은 타이트하게 시간을 쪼개 써도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일행들은 식사 때를 한참이나 지나서야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고, 여행답지 않은 간단한 점심 후에야 숙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방은 상길이 알고 있던 것과 같이 3개였고, 각각 6인실 4인실 2인실이었다.

선우가 쓸 방은 커플용인 것처럼 보이며 조금 작은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혼자 자기엔 충분해 보였다.

상길 일행이 쓰기로 한 방은 4~6인용으로 더블 침대와 싱글 침대가 각각 1개씩 놓여 있었다. 딱 보기에도 자녀가 딸린 가족용으로 준비된 방임을 알 수 있었고 공간도 남자 셋이 쓰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넓어보였다.

윤정을 비롯한 여자 셋이 쓰기로 한 방은 6~8인용이었는데, 거실처럼 꾸며진 꽤 넓은 공간에 파티션으로 나누어진 공간도 넉넉한데다가 복층 구조였다. 침대는 1층에 킹사이즈와 싱글이 복층에 더블이 각각 1개씩 놓여 있었다.

구조물도 상당히 호화스러웠고, 여자 셋이 쓰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감이 있었지만, 혹시 모를 실내 촬영을 위해 윤정이 직접 사진을 보고 골랐다는 말에 다들 수긍하는 눈치였다.

일행들은 모두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바쁘게 움직였다. 조명도 중요하지만 자연광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윤정의 재촉 때문이었다.

수연과 혜민이 입을 옷들과 조명, 옷을 갈아입을 때 필요한 칸막이 식 간이 탈의실 등, 이동할 때 같이 움직이는 짐들도 제법 되었다. 심지어 빈손으로 갈 수 없었던 선우도 적당히 도와야할 정도였다. 짐꾼을 대동하는 것에 의아했던 것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했다.

수연은 십여 벌이 넘는 옷을 갈아입어가며 꽤 능숙하게 사진을 찍었다. 집에서 윤정의 주문에 의해 몇 번인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밖에 나와 직접 보는 것은 선우에게도 처음이었다.

확실히 프로인 것인지, 수연은 평소 성격을 도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능숙했다. 윤정은 곁에서 주로 분위기나 포즈 같은 것을 주문했고, 상길은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선우가 얼핏 듣기로, 최대한 많이 찍어놓고 그 중에서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혜민은 세벌 정도를 찍었는데, 혜민이 입는 옷을 보니 왜 그녀를 데려왔는지 윤정의 의중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는 선우가 보기에도 수연이 입는 옷과는 느낌과 어울림이 달랐고, 소화하기에도 혜민이 나아보였다.

하지만 말이 세벌이지, 찍는 양은 혜민도 만만치 않았다. 확실히 수연에 비해 포즈도 어색했고, 윤정의 주문을 잘 소화해내지 못하는 통에 더 그렇기도 했다.

촬영 중에 석현과 정혁이 자꾸 교대로 자리를 비우는 것이 눈에 띄었지만, 이미 모델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라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석현과 정혁이 간혹 자리를 비우는 것을 제외하고는, 상길 역시도 상당히 촬영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이쪽 분야를 잘 모르는 선우에게는 프로처럼 보였고, 촬영에 임하는 자세도 진지해 보였다.

가끔가다 촬영 각도가 애매하여 노출이 우려된다 싶을 때에는 그가 먼저 나서서 수연과 혜민을 배려하는 신사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3월 29일 금요일 19:00.

촬영은 숙소로 돌아와서도 계속되었다.

선우는 펜션에서 무슨 촬영이냐며 의아해했지만, 쇼핑몰 특성상 스튜디오 촬영이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쓸 일이 더 많을 수도 있다며 윤정이 고집을 부렸다.

몇몇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배경이 되는 것 같았고, 배경이 마땅치 않을 때에는 주로 흰색이나 회색 등의 넓은 천을 배경으로 설치하여 촬영이 이루어졌다.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일행들은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여행이냐? 중노동이지.”

“왜? 뭐 하러 3일씩이나 다녀 오냐고 할 땐 언제고?”

생각과는 다른 일정에 선우가 불만을 드러내자 윤정이 박장대소를 하며 맞장구치기도 했다.

여자들은 불필요하게 얼굴이나 몸이 부으면 내일 일정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저녁도 무척이나 가볍게 먹었다. 남자들까지도 그럴 필요 있겠냐는 상길의 권유에 남자 4명만 적당히 반주를 걸쳤을 뿐이었다.

3월 29일 금요일 22:00.

“오, 나온다. 나온다. 제가 문제없을 거라고 했죠?”

“혹시 하는 걱정을 좀 하긴 했는데. 자식, 잘했다.”

“오, 생각보다 화질이 죽이는데요?”

자신들의 숙소에서 상길의 노트북 앞에 모인 석현과 상길, 그리고 정혁이 연이어 말을 주고받았다. 노트북 화면에는 정혁의 말대로 상당히 선명한 화질의 화면 4개가 나누어 표시되고 있었다.

“이거 소리는 안나오나보죠?”

“그게 아쉽긴 한데, 소리까지 되면 용량이 너무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

“음, 네.”

“그런데 이게 어디어디죠?”

상길과 석현의 문답을 들으며 화면을 주시하던 정혁이 석현에게 물었다.

“이건 제일 큰 침대, 이건 욕실, 이건 거실, 이거는 파티션으로 구분된 거실 옆인데, 1번에 나오는 큰 침대 근처다. 오, 그년들 나온다!”

석현의 설명이 이어지는 와중에, 그의 말대로 거실 쪽 화면에 그녀들이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석현의 조작에 의해 그 화면이 전체화면으로 확대되었다.

윤정은 나타나자마자 소파위로 무너지듯 주저앉았고, 뒤따라 나타난 혜민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 옆에 앉았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둘은 뭔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고, 강행군에 가까운 일정 탓인지 꽤 피곤해 보였다.

“야야, 맥주들 마시면서 느긋하게 봐야지? 정혁아, 맥주 사온 거 세팅해라.”

살짝 물러선 자세로 석현과 정혁을 지켜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던 상길이 여유 있게 말했다. 그러더니 석현이 보고 있는 노트북을 말없이 들어 올려 정면에 보이는 대형 TV 근처로 가져갔다. 갑자기 빼앗긴 노트북에 의아해하던 석현도, 상길의 행동을 보고는 기대에 찬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혁이 캔 맥주 하나씩을 돌리는 동안 상길이 능숙한 동작으로 TV에 연결하자, 노트북 화면이 그대로 TV속에 옮겨졌다. CCTV화면이 작은 노트북 화면에서 커다란 TV로 옮겨지자, 4개로 나눠진 화면도 충분히 커보였고, 그중 하나를 전체화면으로 바꿔도 만족스러운 화질을 보여주었다.

“어떠냐.”

“대박, 비싼 거라더니 화질 작살이네요, 진짜.”

상길이 편안한 자세로 앉으며 자랑하듯 말하자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정혁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시던 맥주를 억지로 삼키며 석현이 소리쳤다.

“벗는다!”

석현이 말한 대로였다.

침대 옆 파티션 안쪽 공간을 잡고 있던 화면에서 수연이 나타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잽싸게 TV앞으로 달려간 정혁이 화면을 키웠고, 상길은 시선을 TV에서 떼지 않으며 느긋하게 맥주 캔을 기울이고 있었다.

꿀꺽.

세 남자는 맥주를 삼키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숨을 죽이며 화면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는 등장하자마자 티셔츠를 벗은 수연이 레이스가 장식된 흰색 브라를 드러내고 있었고, 이어서 빠른 속도로 치마를 걷어내고 있었다. 반복된 촬영 덕에 출발할 때랑은 다른 복장이었다.

“석현 형님, 나이스입니다.”

“흐흐흐. 실내를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옷을 갈아입는다면 바로 저기다 싶었지. 어떠냐. 이 형님의 솜씨가.”

정혁과 석현을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TV를 커다랗게 채운 수연은 흰색 브라와 팬티, 그리고 살색 스타킹에 가터벨트만 착용한 채로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씨발……. 몸매 진짜 죽이네.”

“아, 진짜 지금 당장 달려가서 꼽아버리고 싶다.”

정혁과 한마디씩을 더 주고받은 석현은 어느새 자신의 바지춤을 주무르고 있었다. 평소 이정도로 자극받을 그가 아니었지만, 하루 종일 그녀들을 보며 했던 상상과 지금의 묘한 분위가 맞물려 흥분을 돋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옷 정리를 끝낸 수연이 가터벨트를 풀고 침대에 앉아 스타킹을 내렸다.

이어서 다시 일어나 익숙한 동작으로 브라를 걷어내자 소담하게 생긴 수연의 가슴과 유두가 드러났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팬티를 내리자 역삼각형으로 다듬어진 까만 음모가 드러났고, 그 아래로 깔끔하게 제모 되어 귀엽게 드러나 있는 도끼자국이 보였다.

옷을 다 벗자 화면에서 사라진 수연이 이번에는 거실 쪽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윤정과 혜민 사이에서 몇 마디 하는가 싶더니, 다시 화면에서 사라졌다.

“야! 욕실, 욕실!”

석현의 외침과 동시에, 정혁에 의해 다시 욕실의 화면이 커졌다.

“야, 봤냐? 재 가슴도 상당한데?”

“네, 선이 가늘어서 몰랐는데 가슴도 장난 아닌데요? 그런데 보지 털을 다듬은 거 같던데…….”

“내일 수영복도 찍는다며. 면도는 아닌 거 같고, 레이저 제모인가 그거 아니야?”

“아, 맞네요. 근데 저년 보지 털까지 다듬고 원나잇 좆나 하고 다니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낄낄, 새끼. 지도 주면 낼름 처먹을 거면서.”

“흐흐흐. 형님은 무슨 그런 당연한 말씀을.”

석현과 정혁이 낄낄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는 동안, 석현의 예상대로 욕실의 화면에 수연이 나타났다. 둘이 다시 화면에 집중하자, 묵묵히 화면을 보며 맥주를 마시던 상길이 한마디 던졌다.

“새끼들, 그렇게 좋냐? 잘하면 내일 되기도 전에 싸겠다?”

상길의 말이 재밌다는 듯이 몇 차례 박장대소가 이어졌다.

수연이 욕실에서 나오자, 소파에 앉아 혜민과 대화를 나누던 윤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필이면 위치가 카메라 근처였는지 상당히 클로즈업 된 상태였다.

자리에서 일어선 윤정은 침대까지 가지도 않고, 거실에서 그대로 훌훌 옷을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오, 씨발, 대박! 저 가슴 봐라. 저거 물건인데?”

“와, 솔까 야동에서도 저런 가슴은 못 본 거 같은데…….”

“내가 저년 볼 때마다 벗은 거 한 번 보고 싶어 근질거리는 줄 알았는데. 근데 저 년도 보지 털 정리했네? 이년들 알고 보면 다 개걸레들 아니야?”

“낄낄, 그럼 저런 얼굴 저런 몸매로 아다이길 바라셨습니까? 얘들이 10대도 아니고.”

“그런가? 큭큭.”

옷을 벗어던진 윤정은 바로 욕실로 이동했다. 세 남자는 이제 TV화면을 보는 것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그동안 상상하고 궁금해 했던 그녀들의 벗은 몸을 먼저 TV로 지켜보는 것은 상길의 말대로 상당한 자극과 재미를 주고 있었다.

윤정이 욕실에 들어간 후, 수연은 머리에 수건만 두른 채 알몸으로 서서 혜민과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수분을 촉촉이 머금은 수연의 알몸은 이제 윤기마저 흐르는 듯 보였고, 남자들은 샤워중인 윤정과 알몸으로 서있는 수연을 번갈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윽고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던 수연과 혜민이 나란히 침대가 있는 파티션으로 이동했다. 혜민은 화장을 지우는 것처럼 보였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수연은 엉금엉금 침대로 기어 올라가 이불을 덮고 누웠다.

“바로 자나본데요?”

“피곤하겠지. 부산까지 온데다 사진을 수백 장을 찍었는데. 그래도 전야제 치고는 구경 잘했다. 형님, 내일 꼭 자빠뜨리는 거죠? 저는 이거보고 다시 한 번 결심했슴다. 이년들 꼭 담그기로.”

상길은 자신을 돌아보며 묻는 석현에게 주름살 짙은 눈웃음을 보여주었다.

“못 먹으면 지금 죽어라 용쓰고 있는 우리 셋 아랫도리가 너무 불쌍하지 않겠냐?”

상길의 말대로, 대충 바지만 벗어던진 남자 셋의 팬티는 흉측할 정도로 솟아 있었다. 상길의 말을 듣고 남자 셋의 아랫도리를 번갈아 살피던 석현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형님. 형님만 믿습니다. 낄낄.”

남자들의 수다가 오가는 사이, 윤정이 욕실에서 나가는가 싶더니, 조금 전 수연이 탈의하던 장소에서 혜민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몇 번의 동작으로 겉옷이 흘러내렸고, 검은색 브라와 팬티, 검은색 밴드스타킹만 남았다. 혜민이 입은 검은색 속옷들은 희고 매끄러운 피부와 대칭을 이루며 묘하게 선정인 모습이었다.

“오, 재봐라. 룩 죽이는데?”

“그러게요? 아, 저년 보니까 소설 생각난다. 진짜 빽보지겠죠?”

정혁의 질문에 석현의 대답이 이어질 필요도 없었다.

혜민의 손에 걷혀진 브라 안쪽에서 모양 좋게 솟은 가슴과 유두가 드러나고, 이어서 살짝 허리가 숙여지더니, 그대로 팬티가 내려갔다.

“오…….”

“진짜다.”

“야, 화면 키워봐.”

느긋하게 지켜보던 상길의 말에 정혁이 혜민이 나오는 화면을 전체화면으로 돌렸다.

“진짜로 왁싱 같은 거랑은 다르네.”

“그냥 화면상으로 봐도 왁싱이랑은 비교가 안 되는데요? 이거 완전 애기보지네.”

“아, 씨발 년들. 세 년 나란히 눕혀서 시원하게 벌려놓고 보고 싶네. 아, 씨발.”

“우와, 형님, 굿 아이디어! 저도 보고 싶어요. 큭큭.”

“내일까지만 참자.”

“네. 낄낄.”

지금까지 비교적 말수가 적던 상길이 입을 열면서 다시 남자들의 수다가 이어졌다.

화면에서는 욕실에 들어간 혜민이 샤워를 시작했고, 윤정은 침대 주변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더 나올 것이 없다고 판단한 남자들은 그제야 미뤄뒀던 맥주 캔을 비우기 시작했고, 느긋하게 화면속의 윤정과 혜민을 감상했다.

윤정이 속옷도 입지 않은 채로 헐렁한 원피스 형태의 잠옷을 입어 남자들을 실망시킬 때 쯤, 샤워를 마친 혜민이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혜민까지도 잠옷으로 갈아입자, 더 이상 볼 것이 없다고 판단한 정혁이 다 마신 맥주 캔을 찌그러뜨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님들 저 먼저 씻겠습니다.”

정혁이 자리에서 일어선 후, 그의 예상대로 화면에서는 더 이상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피곤했던 수연은 이미 잠에 빠진 것 같았고, 한 10분정도 몇 차례 혜민이 왔다 갔다 하는 일상적인 모습이 잡힐 뿐이었다.

상길과 석현은 그런 화면을 간간히 지켜보며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화면 속의 불이 꺼지고, 취침 등이 켜졌을 때였다.

갑자기 상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년들, 지금 뭐하는 거야?”

“예?”

상길의 말에 시선을 돌려 화면을 바라본 석현의 눈도 덩달아 동그랗게 커졌다.

혜민이 잠옷차림으로 취침 등을 켜고 침대에 걸터앉자, 누워있던 윤정이 상체를 일으키며 혜민에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현대신 석현이 침대를 잡아 놓은 화면을 키웠다.

“저거, 장난치는 거야?”

“글쎄요. 그냥 뽀뽀 같지는 않은데…….”

석현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상길은 눈썹을 찡그렸다.

“뽀뽀? 장난해? 지금 혀 돌아가고 있는 거 안보여?”

“네,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석현은 여전히 대답을 애매하게 흐리며 화면을 주시할 뿐이었다.

그때 정혁이 욕실에서 나오며 너스레를 떨었다.

“후~. 시원하다. 형님들 씻으시죠.”

“야, 시끄럽고, 너도 이리로 와.”

화면 속에서는 이미 부드럽게 키스하던 윤정의 손길에 이끌려 혜민이 눕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도 키스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어서 혜민의 잠옷을 풀어헤친 윤정이 소복하게 드러난 혜민의 가슴과 유두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년들, 레즈였어?”

상길의 입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정혁은 할 말을 잊은 듯 입만 벙긋거릴 뿐이었다. 상상도 못하던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화면에, 석현도 멍하게 화면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윤정과 혜민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러워보였고, 매우 오래된 연인처럼 어색함이 없었다. 누가 보아도, 오늘 충동적으로 생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세 남자가 멍하게 화면만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혜민을 다시 알몸으로 만들어버린 윤정의 얼굴이 천천히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동작으로 혜민의 다리를 들어 양쪽으로 활짝 벌렸고, 그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비록 고정되어있는 CCTV화면에는 혜민의 허벅지와 윤정의 뒤통수로 인해 혜민의 벌어진 다리사이가 보이진 않았지만, 윤정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년들 봐라? 자매같이 함께 사는 사이라고 하더니, 정체가 이거였어?”

할 말을 잃었는지 석현과 정혁은 여전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상길만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화면을 주시한 채로 묘한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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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소설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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