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9/72)

'처 이제 저를 보내 주세요.언니가 걱정해요."

유리코는 마사오에게 안기면서 힘없이 눈을 깜빡이며 애원학듯

이 말했다

. 언니라면 시마하라 유키 씨?'

마사오는 확인이라도 하듯 유리코에게 물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월류 꽃꽂이 계의 대표가 된 시마하라 유키. 그 우아하고

기품 있는 시마하라 유키의 동생을 지금 범했다고 생각하자, 마사

오는 시마하라 유키까지 같이 범한 듯한 기분이 들어 가슴이 뿌듯

해졌다

아니, 꿈이 아니라 유리코를 통해 매스컴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그 귀부인과도 당당하게 대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사오

의 가슴은 다시 뜨거워졌다.

꽃 "부탁이에요. 제발 집에 보내 주세요 마사오 씨.'

슬픈 그늘을 띤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유리코가 다시 말했다.

뭐.서두를 건 없잖아.실험해 보고 싶은 게 한 가지 남았거든

마사오는 뺨은 일그러져 있었다.

예,실험이라고요?대체 뭐죠?

다시 공포심이 생기는지 유리코의 표정이 점차 창백해져 간다.

사실 그 실험이라는 건 애초의 각본엔 없던 것이었다. 단지 이대

로 유리코를 보내면 다시는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

각이 든 것이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늘 공상 속에서만 해오던 일을

실행함으로써 유리코를 단단히 잡아 둬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었

'네게 관장을 한번 시켜 보고 싶어."

'관,관장. ...?'

유리코는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마사오의 눈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래, 관장. 어릴 때 관장 해본 적 없어?'

유리코는 순간 얼어붙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난 예전부터 너같은 미인에게 관장을 한번 시켜 보고 싶은 꿈

을 가지고 있었어. 아름다운 여자가 관장을 당해 미칠 듯한 수치심

속에서 울상을 지으며 배설을 한다.어때,재밌을 것 같지 않나?"

유리코는 마사오의 입가를 공포에 얼어붙은 눈으로 바라보며 입

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사오 씨,그,그런 짓을....... 당신,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얘

기예요?

'그럼, 제정신이고 말고. 이제 너는 내 여자야. 무엇을 하컨 내

마음이야,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으면 순순히 말 들으라고.

마사오는 그렇게 말하며 공포의 전율로 몸을 뒤로 빼려는 유리

코를 와락 끌어당겼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사오는 유리코를 벽에 붙여 엉덩방아를 찧게 하듯 앉히고 무

릎을 꺾게 해서 가느다란 발목을 포개어 다른 로프로 묶었다

지금 가서 관장기를 사올 테니까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는 거

야. 알았지?'

그리고 다시 유리코의 원피스 끈을 가지고 왔다

'자 재갈을 물려야겠다.아 하고 입을 벌려.'

그러나 유리코는 목을 푹 숙이고 오열만하고 있었다

시키는 대로 안 할 거야?너는 이제 네 여자야.'

너는 내 억자야, 하고 말할 때마다 마사오의 마음은 묘하게 떨렸

그렇다, 나는 이 상류계급 규수의 첫 번째 남자가 되었다. 더 이

상 쾌락 후의 허무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의 인생은 지금부터 장밋

빛으로 빛날지도 모른다 마사오는 갑자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

다.

앞으로 유리코를 사육해서 마조히즘의 기쁨을 감지할 때까지 연

마해 간다 그 과정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마사오는 몸을 부르르 떨

었다. 또 앞으로 먹고사는 데도 걱정 없을 것이다 이 여자를 미끼

로 편하게 먹고사는 것이다. 게으른 인간에게 있어서는 가장 편하

게 세상을 사는 방법이다 게다가 호리구치보다 앞질러 유리코를

범했다는 기분이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했다

그 부르조아 바보 같은 자식, 부모에게 받은 돈으로 고급 술집이

나 들락거리고 여자들이나 건드리는 주제에 나한테 그렇게 잘난

체를 해? 마사오는 사실 호리구치나 이와다네 그룹을 이전부터 혐

오하고 있었다.

그 플레이보이가 진실한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고백한 시마

하라 유리코를 선수를 쳐서 내 것으로 만들었다. 아아, 얼마나 통

쾌한가. 지금까지 가슴에 막혔던 것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듯한 기

분이 들었다

유리코의 작게 벌린 입속으로 마사오는 재갈을 물리고 양손을

묶었던 로프 끝을 책상다리에 묶었다

이제 홀릴 눈물도 말라 버린 것일까, 재갈 물린 얼굴을 푹 숙이

고 있는 유리코를 내려다보며 마사오는 처녀를 빼앗은 직후에 관

장을 당하는 여자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 얼마나 가련할까? 그

러나 마사오에게 있어서 그 가련함은 바로 가학적인 기쁨이었다

얌전하게 있어.관장기를 사가지고 올 테니까 "

마사오는 얼어붙은 유리코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춘 후 밖으로 나

가 문 밖으로 열쇠를 잠갔다.

밖으로 나간 마사오는 상점가 네온 아래를 걸으며 잠시 후에 있

을 광경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렇다. 유리코가 배설하기 위

한 아기변기도 사야지.

관장 같은 건 자기가 한 경험도, 남에게 시켜 본 경험도 없다.

그런데 왜 그걸 유리코에게 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가. 마사오는 스

스로 생각해도 이상했다

요컨대 유리코를 치욕의 극치로 빠뜨려 아무리 기품이 높은 명

문가의 여자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냄새나고 더러운 것을 뱃속

에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일종의 가학심리이리라

결코 유리코가 미워서 그런 음란한 방법으로 괴롭히는 것은 아

니다 밉기는커녕 나는 이제 유리코에게 빠져있다. 남자를 매혹시

키지 않을 수 없는 유리코의 미모와 몸매에 대한 나의 정념, 그 사

랑과 증오를 유리코의 미를 파괴함으로써 자기만의 것으로 하는

욕구의 표현...... 마사오는 대층 이런 식으로 자신의 머릿속에 든

상념을 정리하기로 했다

어쨌든 저 미모의 아가씨에게 관장이라고 하는 추악한 고문을

함으로써 완전한 내 여자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마쳤을 때 작은

약국이 마사오의 눈앞에 나타났다

가게 안은 텅 비어있었고 마흔 전후의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만

이 텔레비전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관장기를 달라고 하면 이 남자

가 묘한 얼굴을 짓지 않을까 하고 망설임을 느꼈지만, 머뭇거릴 시

간이 없었다. 아파트에 갇혀있는 유리코가 지금쯤 필사적으로 포

박을 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실례합니다.관장기 있으면.....

'예 관장기?관장기 말입니까?'

약국 주인은 어둔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선반

위를 뒤졌다 이거면 되겠습니까?"

그는 유리 케이스 위에 관장기를 몇 개 늘어놓았다

'아니,이런 것말고 유리로 된 것은.......'

마사오가 머뭇거리자 주인은 다시 선반 위에서 상자에 든 유리

관장기를 꺼내 유리 케이스 위에 놓았다

원래 이것말고 이리가토르(관장, 질 세척용의 의료기구)라는

것도 있는데, 우리 집에는 이 유리 관장기밖에 없습니다.

아뇨, 이걸로 됐습니다."

마사오가 값을 지불하자 주인은 관장기를 포장하면서 말했다

,요즘은 이상한 손님이 관장기를 사러 와서 말입니다. 변비를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애인과의 플레이용으로 사는 겁니다. 일부

러 그런 손님들을 위해서 이리가토르를 주문한 적이 있지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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