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마사오는 유리코가 준 수표로 기아를 해결할 수 있었
다. 그뿐 아니라 밤이 되면 아파트 주변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오뎅
을 안주로 해서 술을 마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이불을 쓰고 누우면 그날 밤 유
리코의 서정적인 눈동자, 우한 볼,그리고 꽃무늬 자수가 든 순
백의 원피스 -그런 것들이 불건강하고 나태한 나날을 보내고 있
는 마사오의 뇌리에 환각처럼 떠올랐다.
그날 밤 유리코에게 돈을 받은 것이 결코 치욕스럽게 여겨지지
는 않았다. 그저 심성이 착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잡지에서 본 결박된 누드 걸의 얼굴에 유리코의 얼굴
이 겹쳐 자꾸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 기품있고 아름다운 유리코가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나
제가 티어 아름다운 볼을 수치심으로 빨갛게 물들이며 꽁꽁 묶인
채 신음하며 흐느킨디-그런 유리코의 자태가 열병처럼 마사오
의 공상 속에 뜨겁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공상의 즐거움
속에서 마사오는 무의식 속에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
다음주 일요일, 마사오는 억행가방 한 개를 들고 동경 역에 서
있었다. 음습한 동경 생활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낙향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심신이 모두 지칠 대로 지친 마사오는 허탈한 표
정으로 역구내의 군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문득 화려한 광경이 마사오의 눈앞에 전개되었다. 결
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 가는 커플을 배응하러 나온 사람들 같았
다. 아니, 배응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화려
한 정장 차림의 아가씨들이 한 무리가 되어 즐겁게 담소하고 있었
다
그 가운데서 한층 더 눈에 띄도록 아름다운 아가씨-화사한주
홍빛 바탕에 하얀 소국이 흩어진 무늬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
가 유리코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마사오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것
같았다.
빛이 나듯 아름다운 유리코의 투명한 옆얼굴을 마사오는 덥수룩
하게 자란 수염을 만지면서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름답다 이것이 정녕 아름다움이라는 것인가! 아, 이렇게 손
도 닿지 못할 미를 무참하게 찢어 발길 수 있다면... .! 마사오는
예의 공상에 빠져들다가 발작적으로 터무니없는 것을 생각해 냈
다.
공상을 현실로 실현시켜 보는 것이다! 마사오는 이판사판이라
고 생각하다가도 그런 꿈 같은 일이 가능할까, 하며 세차게 머리를
저었다.
마사오의 갈광질펑은 계속되었다.저 높은 산의 꽃을 가루가 되
도록 짓이긴다... . 그런 범죄를 생각하다니 내가 미쳤군. 그러나
이대로 살아 봤자 쾌락의 그림자도 잡을 수 있지 않을 것 같은
데...... 내 인생에 무슨 미련이라도 남았는가?
순간, 뇌리를 강하게 스치고 가는 생각이 있었다. 오랫동안 원했
지만 이룰 수 없었던 쾌락. 극히 일순이라도 좋다. 그 쾌락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내 생명 따위는 누구에게라도 줘 버릴 수 있다! 마사
오의 피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아가씨들의 무리가 택시승강장 쪽을 향헤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 이미 마음을 결정한 마사오는 유리코의 옆으로 다가갔다
'어머 마사오 씨 아니세요."
유리코의 기품있는 볼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호리구치가 큰일 났습니다.저의 집에 놀러왔다가 그만 졸도를
해버렸습니다."
마사오는 유리코의 친구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낮은 목소리로 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