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 여투호 女鬪虎.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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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녀 (妖女) - 9. 무 협 

원저자진경룡  번역,각색천연자석

9. 여투호 女鬪虎.

 돌연...숨 막히는 긴장감이 사방을 짓누르고 있었다.

 불마전으로 돌아가려던 려화 일행이 발걸음을 멈췄다. 

 “......!”

 “......”

 싸늘한...그러면서도 표독한 눈길이 면사여인...불마전주 려화에게로 꽂혔다.

 오들오들...려화의 등 뒤로...혹은 려화의 치마 자락을 붙잡고 소녀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몸을 떨었다.

 뒤쪽의 요화궁 여인들...특히 ‘금화단’ 여 무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 듯 눈을 

질끈 감는다.

 약간 붉은 기운이 감도는 머릿결...오만한 듯 한 송이 화사한 장미꽃인 양

폭발적인 유혹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얼굴...게다가 늘씬하면서 나긋나긋한 

몸매...전신에 서리는 위엄과 기세...

 바로 역대 요화궁주 중 손꼽는 강함과 드센 성격을 자랑하는 요화신모 

그녀였던 것이다.

 “......”

 “......!”

 려화...그녀는 품 안의 소녀를 뒤쪽의 가장 연장이며 자신의 시녀장이기도 한 

소녀에게 넘겨주고 얼른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춘다.

 “궁주님을 뵈옵니다...미처 예를 차리지 못했사옵니다...”

 “......”

 가히 악령마존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는 극상이라 할 정도의 예의다.

 하지만 요화신모...그녀의 두 눈에서는 더더욱 푸른 불꽃이 타오른다.

 마치 그녀의 두 눈이 시퍼런 불길을 내 뿜는 듯 했다,

 “본 궁주의 영역에서...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

 “그 말이 사실인 듯 하군 그래...”

 “그...그것은...”

 “...유감스럽게도...말이야...”

 려화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요화궁주의 싸늘한 시선이 낭패가 된 

불마전의 시녀들의 훑었다.

 그리고, 이어...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

 “짜자작!”

 “커흑!...”

 “꺅!”

 “윽!...”

 벼락치듯 다가온 요화궁주의 신형... 

 어느 틈에 휘둘러졌는지...멍 하니 떨고 있던 요화궁 소속의 시녀들 십 여 

명이 핏물을 내 뿜으며 나뒹굴었다.

 털썩털썩 쓰러진 요화궁 시녀들은 곧 몸을 일으켰는데 양 볼에 퍼런 

손자국이 나있었고, 입가에는 핏줄기가 내 비치고 있었다.

 그러나...요화궁주의 매서운 손은 멈추지 않았다.

 “퍼퍼퍼퍼퍽!”

 “으윽!”

 “악!”

 “......”

 이번에는 요화궁 금화단 무사들...귀신처럼 접근해 휘둘러진 손속에 푹 푹 

옥수숫대가 쓰러지듯 나뒹굴었다.

 “으...우욱!”

 어지간한...금화단 단장...그녀 역시 몸을 구부려 뱃속의 내용물을 토해내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누구 허락을 받고 이런 일을 저질렀지”

 “...으...궁주님...”

 턱...이 곳에 쓰러진 요화궁 여인들 중 최 상급자라 할 한 궁장미녀의 턱에 

발끝을 걸치고 쳐들며 궁주가 물었다.

 바로 이번의 일을 벌인 주동자라고 할 수 있는 여자...

 요화궁주는 대단히 격노해 있는 상황이다.

 그녀 자신이 암투나 경쟁을 위해 머리 쓰는 일을 하는 데에 조예가 없지는

않지만 이런 식의 서툰 방식은 요화궁주는 절대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요화궁 시녀들에게 그녀 자신이 어느 정도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었지만...이번의 일이 이렇게 결말이 난 이상 오히려 자신은 손해를 

보고 불마전주...려화는 상당한 이득을 보게 된 터이다.

 결국 다혈질에 흑백이 분명한 성품의 요화궁주...요화궁 시녀들은 전전

긍긍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퍽!”

 “꺄흑!”

 발길질...그 것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기계가 움직이는 것처럼...정확하고 빈틈이 없는데다가 여성의 

‘우아함’이 전혀 손상됨이 없었다.

 마치 무용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황홀한 발질...그러나, 당하고 있는 입장

에서는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64식 미리환영각법 (六十四式 迷里幻影脚法)’

 요화궁 특유의 ‘각법’으로 다리 전체의 모양을 좋게 하고 날씬하게 하는 

효용이 있는 것이다.

 요화궁 제자라면 누구나 익힐 만큼 널리 알려진 것...그러나 요화궁주가 

직접 펼치니 그 위력이 놀라울 정도로 가공하다.     

 “투퍼퍼퍼퍽!”

 “......!”

 비명도 못지른 채 나가떨어지는 여인...

 지나치다 할 정도의 손속...그만큼 요화궁주가 분노해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요화궁주는 약한 이를 괴롭히는 방식의 일처리를 별달리 좋아하지

않았다.

 “건방진 것들 !...어찌된 것들이 시키지도 않은 짓을...”

 “궁주님! 죄 죄송...컥!”

 멀리 나가 떨어졌던 궁장미녀가 울컥! 피가 섞인 체액을 토해냈다.

 요화궁주가 상당히 손대중은 했지만 ‘(퇴법발차기)’에 당해 내부 장기가 

엉망이 된 상태...푸들푸들 떠는 그녀를 향해 요화궁주가 환상처럼 신형을 

움직였다.

 다시 휘둘러진 손...흡사 쭉 뻗친 난초의 꽃잎처럼 매서우면서도 부드러운 

재주였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그러면서 무시 못 할 힘을 담고 있는 손속...

   

 바로 요화궁주가 자랑하는 독문절기 ‘벽력난화수(霹靂蘭花手)’였던 것이다.

 요화궁주의 일수가 다가오자 여인은 질끈 눈을 감았다.

 상당한 수준의 내경이 실려 있는 저 일수를 맞으면 상당한 부상을 입게 

되리라...

 사실, 요화궁주는 그 오만하고 드센 성격과 아랫사람을 종종 심하게 

구타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물론 뒤끝이 없는 화통한 성격으로도 유명하긴 했지만 말이다.

 요화궁주의 이런 성격을 잘 아는 그녀로서는 이번에 얻어맞고 끝내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그 때...아련한 느낌을 주는 부드러운 힘이 그녀를 감싸며 기분 좋은 기류가

그녀의 몸에 흘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얼핏 눈을 떠 보았다.

 “......!”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금빛과 검붉은 묵기류를 흘리고 있는 면사녀...뜻밖에도 불마전주가 자신을

감싸주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뜻밖의 일이라 놀라움조차 재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건방진!”

 “......”

 차갑고 날카로운 일갈...요화궁주가 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래도 살살 툭툭 던지듯 쳐 내던 손속이 잔인한 살기와 

엄청난 힘을 품고 휘둘러졌다.

 마치 벼락이 치는 듯한...그러면서 한 가닥 이었던 난초의 잎이 수십 수백

가닥으로 불어나기 시작한다.

 “퍼퍼퍼퍼펑!”

 “쿠르릉!”

 무시무시한 굉음에 땅이 흔들릴 지경이다.

 뽀얀 먼지와 함께 뒤엉켜 있는 기류...잠시 후...소란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자 황홀한 금빛 ‘강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불마요미’ ‘려화’와 몸 전체로 

노을빛 기류를 뿜어내고 있는 요화궁주의 모습이 보였다.

 특히 요화궁주의 양 손은 파지직! 가벼운 전류를 흘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갈! 네 년이 어디서 감히!”

 “궁주님...손대중은 하셨사오나 저 아이는 지금 상당한 부상을 입고 

있사옵니다.

 자칫...위험에 빠지지나 않을런지...해서 손을 썻사오니...용서를...“

 려화는 뒤쪽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까의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이 오히려 도화선이 된 것일까...

 우르르릉! 벼락불처럼 파지직! 거리는 기운이 요화궁주의 전신으로 퍼져 

가기 시작했다. 

 옛 패도적인 도가문파 ‘벽력문’의 심득이 첨가된 가공한 내공법문...

‘요화천류공’이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다.

 “허억!...저, 저 여자가...!”

 “으음...저 드센 여자가 기어코 일을 내긴 내려는 모양인 게야...”

 커다란 술병을 주고받으며 흥미 있게 구경을 하고 있는 원로고수 ‘흑백무상’

그들이 갈수록 재미있게 되었다는 듯 눈을 빛냈다.

  “찌익!...질겅질겅...”

 “......!”

 “......”

 갑자기 들려 온 소리에 흑백무상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거령마존(巨嶺魔尊)’ ‘왕산(王山)’...

 천생의 ‘신력 (神力)’을 타고 난 장로급 마왕인 그도 흥미진진한 눈길로 

사방이 확 트인 요화궁 전각 지붕에 앉아 아래를 내려보고 있었다.

 술은 아쉽게도 없었지만 큼지막한 육포를 씹으면서 말이다.

 “어이! 나 좀 봄세!”

 “......!”

 “그 참...맛있어() 뵈는군...”

 “......”

 ‘흑백무상’...이른바 ‘죽음의 이 인조’...그들이 입맛을 쩝! 다시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시선은 정확히 자신의 수중에 들린 암소의 넓적다리 살을 정성들여

말려 제조한 쫄깃한 '육포'를 향해 있었다.

 (젠장! 또 냐...)

 거령마존의 눈망울에 비통과 체념의 빛이 스쳤다.

 ‘살기(殺氣)’를 담은 엄청난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휘둘러지는 손은 엄청난 파괴력을 듬뿍 담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얼기설기

연결되어 하나의 그물처럼 보일정도였다.

 ‘천라지망(天羅之網)’

 도무지 빠져나갈 틈이 엿보이지 않았다.

 “......”

 그러나...환영처럼...금빛과 묵기류를 흘리며 ‘려화’의 신형은 그 엄청난 

공세의 틈으로 쏙쏙 빠져나가고 있었다.

 절정의 신법...마치 낙엽이 바람결에 살랑거리듯 가볍고 부드러운 움직임

이다.

 “공격을 멈춰 주십시오...‘천녀(賤女)’,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계집이!...”

 너무도 침착한 목소리였다.

 더구나, 듣기 좋았고 맑았으며 한 줄기 여유로움 마저 담고 있었다.

 분기탱천! 

 요화궁주가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격노했다.

 “네년이...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오냐! 여기서 죽여주마!”

 “......!”

 얼핏 황홀한 빛 속에 감추어져 있었지만 려화의 신형이 잠시 멈칫 놀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수밖에...콰르릉! 요화궁주의 양 손에서 푸른 번개가 천둥소리를 내며

번쩍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잔상을 수 없이 남기며 요화궁주가 달려들었다.

 쉬익! 무시무시한 속도...려화...그녀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맹수 앞에

놓여진 가련한 초식동물 같아 보였다.

 바로 그 때...려화의 양 손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위 위에 진한 향기를 내 뿜고 있는 난초 잎...

 거센 풍상에도 견뎌내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난초 잎처럼...

 려화의 손 움직임은 화사하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꽈르릉!“

 “......!”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꿈꾸는 듯 몽롱한 기분...

 한 없이 밑으로, 밑으로 추락하는 듯 나른하기 까지 했다.

 아득함...그렇게 정신의 한 자락을 놓아버렸다.

 피 화살을 왈칵! 뿜으며 튕겨진 것은 붉은 노을빛에 휩싸인 아름다운 여인...

 곧이어 금빛과 묵기류에 휩싸인 면사녀가 환영처럼 따라잡으며 여인의 몸을

받아 들었다.

 탁탁탁! 몇 걸음을 세차게 내 디디며 충격을 완화했다.

 터억! 단단한 바닥에 여러 개의 발자국을 남기고서야 멈춰선 면사녀는 얼른

품 안의 여인...요화궁주의 기색을 살폈다.

 얼떨떨...주위에 둘러선 모든 이들과 구경하던 ‘군마’들...그들이 경악으로 

물든 얼굴로 바라보는 가운데...탁탁탁! 솜씨 있게 몇 개인가의 혈도를 점하고

황금빛 기류가 넘실대는 양 손을 요화궁주의 단전에 가져다 대었다.

 “대...대체...자네...보았나 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네만...”

 푸들푸들...허연 수염에 백의...얼핏 청수한 인상의 학자처럼 보이는 노인...

‘백무상’이 ‘흑무상’에게 물었다.

 “보...보긴 보았네만...아...아닐 게야! 마...말도 안 되지...암...!”

 자신이 본 것을 의심하는 말투...흑백무상...둘은 경악과 의혹어린 시선으로

재차 아래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향기로운 술과 쫄깃한 육포를 나누면서 말이었다.

 꿈뻑, 꿈뻑...거령마존...그 역시 눈을 비비며 고개를 가로 젓고 있었다.

 아직 충격에 빠진 모습...마치 못 볼 것을 본 듯 경악한 얼굴이었다.

 멀리 요화궁 여인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금빛 광채에 물들어있는 

‘려화’와 요화궁주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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