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부 (9/18)

9부 

오전에 부장한테 깨진 탓인지 이대리는 점심부터 소주 타령이었다. 그래서 일 끝나고 한잔 하자고 보채는 그의 제안을 거부하기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다음으로 미루자며 그를 달랬다. 회사 정문에 유리로 된 큰 자동문이 열리자 차가워진 바람이 얼굴로 불어왔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 이제는 코트를 입어도 차가운 바람이 몸 안을 파고 드는 기분이었다.

“으아~ 춥다.”

회사에서 몇걸음 나오질 않았는데 춥다는 소리가 습관처럼 흘러나왔다. 오늘 입은 가을 코트가 유난히 얇은 것이라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아침에 연희가 두껍게 입고 가라는 충고를 무시한게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담배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코트 옷깃을 여미고는 형형색색 네온사인으로 둘러 쌓인 거리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약속장소가 번화가라 그런지 주위에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들과 1차를 마치고 연락 달라는 이른바 ‘아가씨‘들이 먼저 반겨 주웠다. 나는 전단지를 공손히 사양한 채 구석에서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찾았다. 오랜만 온 곳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방향을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ooo이자카야...”

목적지를 지도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나는 지도를 확대해 내가 있는 곳과 술집의 위치를 천천히 대조해 보았다. 골목길 지나가 몇 걸음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주황색 간판이 보였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많이 추우시죠? 여기...이쪽으로 앉으세요.”

나는 주인의 주문에 따라 난로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막 가게 문을 열었는지 오늘은 내가 첫 소님인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도 보지 않고, 따듯한 사케 한잔을 주문했다. 

“어떻게....혼자 오셨나요?”

 “아..아뇨.. 조금 있다가 한사람 더 올겁니다.”

나는 술이 나올 때까지 스마트폰으로 신문기사를 검색했다. 연애기사부터 공연 소식까지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지듯 올라왔지만, 눈길이 가는 것은 별로 찾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주인이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잔 술을 내 앞에 가져다 놓았다. 오랜만에 맡는 따듯한 술 향기가 좋았다.

딸랑딸랑 술을 입에도 대기 전에 가게 문 앞에 달려 있는 작은 종이 울렸다. 

“형님 먼저 와있었네요.”

 “김원장이 늦은 거야.”

나는 멋쩍하는 그를 환하게 맞아주었다. 김석현 원장....성은씨의 남편이었다.

 ***

신혼 여행 한 달하고도 보름쯤 지날 즈음 그에게 첫 연락이 왔다. [한빛 학원원장 김석현] 잠시 잊고 지난 그 이름이 스마트폰 액정에 뜨자 순간 입술이 마짝 마르기 시작했다. 전화를 하다니....아니 솔직히 전화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어떻게 해야 될지 감도 오지 않았다. 

울리는 전화기를 앞에 두고 잠시 고민에 빠졌고, 한동안 울리던 벨은 이내 조용해졌다. 고의적으로 처음 전화는 받지 않은 셈 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에게 다시 전화가 왔고, 일단은 전화를 받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걱정과 달리(?) 그가 전화한 이유는 무척 간단했다. 일상적인 안부전화랄까? 건강하냐는 등, 전에 마셨던 술이 뭐였는지 기억하냐는 등 간단한 질문과 안부였고, 그런식으로 몇일 동안 카톡과 몇 번의 전화가 이어졌다

 한동안 연락을 주고 받다보니 김원장은 생각보다 살가운 친구라는 것이 느껴졌다. 뭐랄까? 후배인 이대리는 친동생 같이 편하고 들러붙는 스타일이라면, 김원장은 마치 친한 군대후임 같이 선임을 살뜰히 챙기는 친구였다.

경계심이 풀리고, 어쩌다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회사 앞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 때 술 한잔 들어가고, 대화도 잘 통하다 보니 가끔씩 만나 술자리를 갖기로 약속도 해버렸다. 경계심 많은 내가 다른 사람과 스스럼 없이 술 마시는 약속도 잡다니....내 스스로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여러번 약속들이 이루어졌고, 신혼여행에서 있었던 기억들은 점차 옅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가끔씩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수다를 떠는 술 친구가 되어버렸다.

“회사일은 좀 진척은 있으세요?”

김원장이 술 한잔을 입안에 털어 넣은 뒤 말을 건냈다.

“뭐..진척은 있지... 소소한 일도 계속있고....”

 “에이...그게 진척이 있는 사람 말투예요? 왜요? 주변에서 누가 뭐라고 하나요?”

나도 술을 들이키며 그를 바라봤다.

“....뭐....그런 건 아니고...그냥 좋아... 얼마전에는 전략팀 쪽에 박부장이랑 나랑 사장, 그리고 임이사 넷이서 룸을 빌려서 술도 한잔 했고...”

 “이야....대단하신데요....큰회사 중역들은 뭐 강남에서 알아주는....아니 무슨 근사한 요정 같은 곳에서 드시나요?”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 봤다.

“요정은 아니고 무슨 개인 술집이라고 해야되나? 한옥 같은데서 마시긴 했는데.... 여자는 술만 따르고 일체 그런 것도 없고..

“그런 것이라뇨?”

 “뭘....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몰라?”

 “형님....제가 뭘 어쨌다고....”

나는 어느새 빈 그의 잔을 다시 채웠다. 얼마 마신 것 같지 않은데 세워보면 벌써 3병이 넘은 상태였다.

“그런데...그게 다야...내가 조급한 건지...사장이 느긋한 건지...뭐 어디로 보낸 다던가, 회사 일 얘기 하는 거 하나 없이 그냥 옛날 얘기, 마누라 얘기 하면 끝이야, 그리고 아무 것도 없어.”

말이 끊나자 마자 다시 한잔 털어 넣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조급하진 않았다. 사장이 나를 좋게 봤을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지만, 설령 나의 착각이라 하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민 되시겠네요...”

 “뭘....고민까지요...”

나와 그의 잔이 다시 부딪혔다. 바로 술잔을 기울이는 그를 나는 물끄럼히 바라봤다. 

“참! 성은씨는 외동딸이라고 했지?”

 “네...그것도 보통 외동딸이 아니죠....장인어른이 늦게 결혼하셔서 생긴 딸이라 얼마나 챙기시는지...”

 “그래...그럼.....성은씨는 동생은 없나? 친척이나 뭐...친한 동생이라던가....”

그는 곰곰이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친척동생은 없고, 오빠가 1명, 사촌언니가 3명있더라고요...왜요?”

그는 나를 바라보며 되 물었다. 그러고 보니 연희나 성은씨 이야기를 꺼낸 적이 별로 없었다.

“...아니...연희는 이제 막 군대간 친척 동생이 있거든....”

 “아.......한참 어린 처남이 있으시네요. 형님...형수님 젊으니 처남도 어리다고 자랑하는 건가요?”

 “그..그런게 아니라 얼마 전에 제사가 있어서, 거기에 참석을 했는데...연희 작은 아버지가 그러시더라...자기 아들 그러니깐 그 처남이 다음 주에 휴가를 나온다고 그러는 거야...그러니깐...뭐....그냥 갑자기 그 생각이 나더라고....”

그는 이해가 되질 않는 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기계적으로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그 친구가....아니 처남이 왜? 뭔가 잘못했나요?

“아......아니....”

나는 젓가락으로 안주를 휘저으며 대답했다. 그의 시선이 정수리에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에이...그 친구...형님한테 뭐 밉보일 짓을 했구만...”

 “처남이 나한테 밉보일게 뭐가 있다고....참내...”

 “그렇게 말하니 더 수상한데요? 형님 얼굴에 다 써있는데요 뭘”

나는 그를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 지었다.

“....사실....처남이 잘 못한게 아니지....그가 젊어서 잘못 되어진거지....”

나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형님 저 오그라 듭니다. 젊음이 잘못된 거라뇨? 왜그러세요? 갑자기 젊은 형수님이랑 처남 때문에 서러우세요?”

그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고, 나는 말없이 술잔을 채웠다.

 ***

“자~ 형님, 여기 하우스맥주가 끝내줍니다. 어서요.”

2차 후 집에 갈려는 나를 김원장은 입가심(?)하자는 핑계로 끝끝내 보내주지 않았다. 나는 딱 한 잔만이라는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받아낸 후 그가 원하는 하우스 맥주집으로 향했다. 2차때에도 제법 마신 터라 정신이 알딸딸했다. 아니 솔직히 제대로 걷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문에 들어서자 마자 그곳 사장이 김원장을 알아봤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맥주와 안주를 시켰고, 보통 호프집보다 조금 더 노랗고, 거품이 풍성한 새하얀 맥주 2잔이 테이블에 놓였다. 그는 건배를 제의했다.

“자....형님....우리의....건강을 위하여...”

 “무슨...건강...노친내도 아니고,,,”

나는 그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멋쩍은 지 다시 잔을 들었다.

“자...그럼...음....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나는 말없이 잔을 부딪힌 후 맥주잔을 반이나 비웠다. 

“거봐요..형님....여기 맥주가 다르죠?”

 “......그래.....그래”

사실은 “그래? 맥주 맛이 다른 집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다만 그의 입에서 나온 ‘행복’이란 단어는 요즘 나에게 과음을 부르는 최고의 안주거리였기 때문에 맥주을 참을수 없었을 뿐이었다. 여전히 회사에서 이대리는 밤에 뭘했기에 눈이 퀭하냐는 둥 놀려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녀와 함께 사랑을 나눌수록 뭔가 빠져 나올 수 없는 구멍속으로 굴러가는 느낌 때문이었다.

불현듯 그녀 안에서 분출 후 빠져 나올때면 항상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단어가 생각났다. 

‘결핍’ 

그 두 글자는 행운으로 가득 찼다고 믿었던 내 인생을 좀벌레처럼 갉아 먹고 있었다. 기분좋게 취해 나를 바라보는 그 녀석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울화가 치밀었다. 지가 하고 싶은데로 사는 놈이 내 기분을 알기라도 할까? 나는 내려 놓은 잔을 바라보며 말을 건냈다.

“너...있잖아...참 수상한 새끼야...알아?”

 “.....형님?”

나의 거친 말에 그는 기분이 상했는지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렇잖아...사실....신혼여행 간지...한달 반만에 뜬금 없이 연락해서는....술이나 마시고...”

 “...인연이지 않습니까? 인연....”

그는 잔을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인연? 술김이었는지 아님 시비를 걸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녀셕의 저의가 궁금했다. 인연이라니....

“그래...그것도 인정! 오케이! 인정! 그런데 뜬금없이 연락해서 어? 왜 갑자기 본전 생각나서 그래?”

말이 제대로 나오 질 않았다. 술이 취해 혀가 90도 정도는 돌아간 것 같았다. 

“본전이라뇨.....무슨말씀을....그냥......저는...”

 “그냥.....뭐....”

 “........”

 “거봐....넌 이상한 놈이야... 알지?”

 “......제가 이상한 놈이긴 하죠.....”

그는 다시 맥주잔에 입을 가져다 대었고, 나는 머리가 갑자기 어지러워 이마를 손으로 집었다. 사물이 조금씩 일그러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넌...딱...처남같은 놈이야...알아? 처남... 지 꼴리는 데로 하고, 하고 싶은 대로 막하는....“

나는 습관적으로 맥주잔에 입을 대었지만 마시진 못했다. 김원장은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처남이...뭘 어쨌길래요?”

 “내가 아까 처남 얘기 했지? 연희 사촌동생....... 응? 그래...처남은....그놈 지....누나나 탐하고.....딱 그런........”

말을 뱉은 후 순간적으로 후회가 밀려왔지만, 취해서 그런지 조금 지나니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그의 눈이 반짝이는 것이 느껴졌다.

“처남이.....형수와 어떻게 하기라도 했나요?”

 “하진 않았지...아니...했지...그래 했어...”

나는 계속 횡설수설 중이었다

“혹시 바람을....?”

김원장은 재밌다는 듯이 나의 표정을 살폈다. 어지러움이 계속되자 나는 관자놀이를 눌러대며 말을 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런 것도..아니야....다만.....”

 “다만.......”

그는 나의 말을 재촉했지만, 이제 정상적인 대화를 이끄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했다.

 "다만....난.......그 표정을 잊지 못하겠어...처남과 있을 때 그 때 연희의 표정을.....“

 “봤어요?....어떻게? 아니 그걸 내비 뒀어요?”

 “우연히....본...거야..아니 아니...그건 구라고...그래! 훔쳐봤지..그래 훔쳐본거지...”

나는 감겨지는 눈꺼풀에 힘을 준채 그를 바라봤다. 

“풉...큭큭...”

뭔가 잘못봤나? 일그러져 보이는 그의 얼굴이 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입을 막은채 웃는 모습을 숨겼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제서야 그는 막았던 자신의 입에 손을 떼었다.

“죄..큭.죄송합니다...큭.....”

젠장...웃긴가보지? 나는 아직 거의 마시지 못한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이제는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더 이상 관심없었다.

“형님.....제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뭐....뭘..무슨 이야기 하는 겠다는거야.“

 “그러니깐요....아까 말씀 하셨던 그 표정 그러니깐 연희씨..........아마 그거랑 비슷한 이야기일 거예요”

한 없이 멀어지는 정신을 아슬아슬하게 부여 잡으며, 나는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고개가 떨궈지기 시작했다. 

“아이코. 형님....취하셨습니다. 이만 들어가시죠...”

테이블에 이마를 박기 직전 그가 나의 팔을 잡았다.

“뭐야...하던 이야기는 마져해야지...”

 “많이 취하셨어요. 담에 제가 말씀드릴께요...”

그가 나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자 나는 고집스럽게 앉고는 잔을 들었다.

“아니...이 잔은 마시고 갈꺼야.”

 “그럼 이 잔만 마시고 택시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나의 손은 맥주잔을 꼭 쥔채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오늘 평소보다 점심에 좀 과하게 먹어서 그런지 아까부터 졸음이 계속 밀려왔다. 나는 기지개를 펴며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젠장 아직 퇴근시간이 조금 남았다. 그럼 커피라도 한잔 더 마실까? 나는 탕비실로 향했다. 그 때 손에 쥔 스마트폰이 부르르 떨어댔다. 카톡이 온 것 같았다.

- 형님! 그날 잘 들어가셨죠?“

카톡의 주인공은 김원장이었다. 술 마신건 엊그제였지만, 연락은 오늘 온 것이었다. 몇일 후 안부를 묻는 그의 카톡에 왠지 잠시 망설였다. 그 날 괜한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아 맘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 그날 너무 마셨네. 김원장도 잘들어갔지?

- 그럼요^^ 집이 지척인대요.

- 나 때문에 수고가 많았다.

- 수고는요.

탕비실로 가던길을 멈추고 열심히 답장을 보내고 있는 찰나, 옆에서 최주임이 나를 불렀다.

“유과장님, 물건 왔답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물건이 왔다고? 내일 온다는 거래처 서류인가? 카톡으로 김원장에게 담에 술이나 한잔하자는 짧막한 답장을 보내고, 급히 복도로 나갔다. 그곳에는 퀵서비스 기사가 조그만 택배상자를 들고 서있었다.

“유재혁씨세요?”

택배기사는 나를 보고 대뜸 물었다.

“네...맞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 온 것이죠?”

 “글쎄요...학원 원장이라는 사람이 보낸건데...”

학원 원장이라는 말에 김원장이 떠올랐다. 뭘 보냈다는 거지? 나는 어쨌든 물건을 받고 자리로 향했다. 그 안에는 에어캡으로 조심스럽게 포장한 물품들이 있었고,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에어캡을 찢듯이 벗겨냈다. 내용물은 평범한 탁상용 스카치 테입과 장식품용 시계, USB메모리 스틱이었다. 

“이게...무슨...조합이지? 잘못보낸건가?”

아무 생각 없이 USB를 쳐다 보았다. 최근 것 같지 않게 크기도 성인 손가락만하고 투박하게 생겨 아무리 봐도 새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러고보니 그건 다른 물건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물건들을 살피며 김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렸고, 잠시 후 [회의중이니 잠시 후 전화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뭐야.....참....일이나 하자”

나는 커피마실 생각도 잊은채 다시 물건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일에 집중하려고 책상위 모니터를 응시했다. 하지만 책상위에 올려진 USB쪽으로 계속 시선이 갔다. 

“이건...뭘까?”

혹시나 무슨 혹은 수상한(?) 파일이 있을까 싶어 개인 노트북에 USB를 연결했다. 연결된 USB 안에는 워드로 제작된 문서파일 한 개, 그리고 동영상 파일 여러개가 들어있었다. 동영상 파일....직감적으로 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이건 무슨 동영상이지?”

나는 주변을 살피고 우선 용량이 꽤 큰 동영상 파일을 클릭했다. 잠시 후 동영상플레이어가 작동되었다

"뭐....뭐야!!!"

동영상이 화면을 가득 매우자 나는 황급히 노트북을 닫아 버릴수 빆에 없었다. 동영상 화면 속.....그 안에 성은씨의 모습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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