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마치 펑하고 터지는 폭죽처럼 연희와 처남은 순식간에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처남은 다급히 바지를 올리고, 연희는 손으로 몸을 가리는데 급급했다. 그리고 이내 방문 열리고 사람 그림자가 안방에 비췄다. 그는 울고 있었다.
“흑흑...엄마...”
문을 연 주인공은 다름아닌 8살짜리 고모네 막내 아들이었다. 아직 응석쟁이는 막내는 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없자 울음이 터진 것 같았다.
“........엄마? 어엄마~”
안방에 연희의 모습을 확인한 아이는 더욱 크게 울어댔다.
“어...어......진...진호야...”
연희는 올라간 티셔츠를 재빨리 내리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처남은 어쩔 줄 몰라하며 베란다 근처 구석에서 바지를 정리했다. 그가 조금더 가까이 오면 내 모습이 보일것 만 같았다.
그리고 순간 번쩍하며 정신이 들었다.
?!!그렇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지. 이러다 걸리면 나도 빼도 박도 못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인지한 셈이다
내가 처한 상황이 머릿속에서 조금씩 정리되자 나도 재빨리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거실로 나와 주위를 둘러 본 후 조용히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한 빠르게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최대한 소리나지 않게 현관문을 돌렸다. 마음이 다급해 신발을 신을 갸를더 없이 그냥 한 손에 든채 맨발로 집안을 빠져 나왔다
***
나는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하나 물었다. 이제는 어둠이 완전히 내려, 거리에 놓인 전등들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나는 티셔츠 아랫부분을 올려 이마의 흐르는 땀을 닦았다. 등이고 겨드랑이고 아직도 땀이 흥건한 상태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녁식사를 마치고, 공원을 걷거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은 나에게 연신 눈치를 줬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길게 한모금 흡입했다.
“무..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재보니 안방에서 대략 30분즘 있었던 것 같았다. 30분.....예상치 못한 강렬한 경험에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다시한번 손으로 쓸었다. 처남과 아내의 정사장면을 목격할 뻔 한 것이다. 처남의 애절함 아내의 흥분된 모습 게다가 이 모든 것이 하필 결혼한 오늘 발생된 것이라는 것에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찼다.
“젠장..젠장....젠장......!!”
나는 생각이 정리 되지 않아 다시 담배를 한가치 더 입에 물었다. 그리고 그 때 옆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여보세요?”
-“으..응 조카사위 어디야?”
약간 취기가 오른 여자의 목소리와 시끄러운 주변 음악소리, 다름아닌 연희의 고모였다.
-“아...네...저기 노래방 근...근처예요. 갑지기 중요한 전화가 와서....”
-“결혼날 뭐가 바빠? 얼른와”
-“네! 금방 갈께요. 죄송해요.”
-“그래. 연희도 금방 우리 애들도 데리고 온다고 하니깐 빨리와.”
-“연희가요?”
-“막둥이가 엄마를 없다고 운다잖아. 어쨌든 얼른와”
나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구겼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노래방으로 향했다.
****
폭삭폭삭
걸을때마다 발이 잠기듯 퍼지는 곱고 햐얀 모래를 느끼며, 나는 저멀리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높고 푸른 하늘 그아래 펼쳐진 에레랄드 빛 바다, 마치 하늘이 두 개인 것 같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침에 한차례 스콜이 지나가고, 이제는 뜨거운 태양이 내려 쬣지만, 바람이 불어 덥지 않았다. 나는 칵테일을 양손에 들고서 해변에서 누워있는 연희에게 다가갔다.
근처에 다다르자 연희는 비치체어에 앉은 채 어떤 남자 2명과 이야기를 나누눈 것 같았다. 푸에트리코인처럼 보이는 두명은 마이애미나 화와이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처럼 윗도리를 탈의한 채 아내에게 작업을 보내는 중이었다.
연희의 곤란한 표정은 이내 내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자 밝게 변했다. 손을 흔들며 나에게 얼른 오라고 재촉까지 했다. 사내 2명은 나를 확인하고는 손을 들고 인사를 건낸 뒤 내가 오는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뭐야? 또?”
나는 연희에게 칵테일을 건내며 물었다.
“그러게.....참....”
연희는 쑥쓰러운듯 빨대를 입에 물고 칵테일을 쭈욱하고 빨아들였다. 이곳에 온지 3일이었지만 벌써 몇 명째인지 모를 정도였다.
“거참...비키니를 입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왜? 입지마? 비키니?”
“.....아니...그건 아니지만....”
비키니가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신혼여행을 계획 했을 때 가급적 사람들이 잘모르는 곳으로 목적지를 정하길 원했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치여사는데 그곳에서도 사람들 구경하며 보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한 곳이 남태평양의 한 외딴 섬, 비행기도 2번이가 같아타야 되는 번거로운 곳이었지만, 여긴 정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이라는 여행사 직원의 설득에 우리는 그곳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그곳은 세계 각국에서 우리와 같은 목적으로 온 여행객들이 가득했고, 토속 식당은 예약하지 않으면 잡을 수 도 없었다. 결국 한국 사람만 잘 모르는 세계 유명 관광지로 온 셈이었다.
이곳은 주로 남미와 유럽사람들이 많고, 동양사람들은 정말로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인지 날씬하고 동양적 여성인 아내가 해변가에 자리를 잡고 누울라치면 세계각국의 싱글들이 한번씩 연희에게 말은 건냈다.
“지금이 어떤 시댄데....동양여자 처음보나?”
나는 투덜거리며 칵테일 빨대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한번에 반 정도 칵테일을 들이켰다. 연희를 나를 보며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만 동양인이라서 그런가? 내가 매력적인가 보지? ㅎㅎ"
“매력은 개뿔?”
내가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연희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입고 있던 얇은 비치웨어를 살짝 밖으로 흘렸다. 아내의 희고 큰 젖가슴 위에 아슬하게 덮여 있는 주홍색 비키니가 들어났다. 마치 우유를 뿌려놓은 듯한 희고 맑은 모습이었다. 내 옆에 있던 콧수염 중년 남성이 연희를 힐 끗보자 나는 다시 연희의 앞섭을 덮었다. 연희는 즐겁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치~ 자기 화내지마. 우리 그냥 즐기자. 응?”
연희는 기분이 좋은 지 다시 자리에 누웠다. 나는 해변가 큰 파라솔 아래에서 바다를 보며, 칵테일을 홀짝였다. 저멀리에서는 큰 호화보트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처남은 잘 복귀했나?”
나도 모르게 생각을 내 뱉었다. 무심코 한말이었다.
“으...응?? 그...글쎄”
연희는 살짝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일요일에 들어간다고 했으니깐.....용돈 좀 챙겨줄껄...그치?”
“뭘...그런걸...”
나는 연희를 보며 말을 건냈다. 그러나 연희는 선글라스를 쓰며, 말을 흐렸다.
“용돈이라...하긴....휴가 나온 군인이 돈이 제일 많다고 그랬지....”
그날 저녁 처남은 연희와 함께 노래방에 오질 않았다. 나중에 집에 돌아 갔을때에도 처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날 복귀를 해야되니 집에서 쉬겠다고 작은 아버지께 말한 뒤 집에 먼저 갔다고 했다.
친척들은 뒤늦게 신혼 첫날밤이니 자리를 비켜주겠다고 했다. 참으로 대단한 배려였다. 그러게 찾아온 둘만의 시간. 연희도 딱히 특별한 점은 없었다. 피곤하다고 먼저 씻고 잔 것을 제외하면 평소와 다름없었다. 내가 만일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면, 그녀의 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거실 소파에 앉아 마시던 맥주를 틀이키며, 정말 전혀 모르고 지날 수도 있어겠다 라고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날 그리고 그 다음날도 우리는 24시간 중 그 1시간을 쏙 뺀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도착해 맞이한 로맨틱한 첫날 밤. 마음에 동요도 없었다. 그날 내가 봤던 그 모습들.... 마치 꿈을 꾼 것 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옆에 누워있는 연희를 바라보자, 미동이 없다. 자는 건가? 이 여자...그 동안 내가 알던 연희가 맞을까? 천국과 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나는 그녀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
이곳의 노을은 특별하다. 붉은 태양에 물든 바다는 너무나 아름답게 변하고, 하늘의 가장 구석 진 곳에서부터 별들이 반짝여, 낮의 끝과 밤의 시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첫날 도착해 그렇게 활홀한 노을을 경험한 이래로 이틀 연속 오후만 되면 비가 내렸다. 이곳에 삼일 째인 오늘 어김없이 그것도 세차게 비가 내렸다.
우리는 리조트 프런트 앞 의자에 앉아 비가 오는 것을 바라봤다. 크고 어두운 구름이 마치 바다에 빠질 것 처럼 낮게 깔려 있었다.
“오빠 오늘도 비 내리네.. 첫날에 사진이라도 많이 찍을껄.”
연희는 실망하자, 기운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뭐 앞으로 좀더 시간이 있으니 하루는 비가 오지 않겠지.”
그때 리조트 앞에 차가 멈추고 리조트 직원과 한쌍의 남녀 커플이 내렸다. 동양인 커플이었다. 그 들은 비를 비해 서둘러 프런트 쪽으로 왔다. 언틋 보기에 30대 중반, 아니면 초반의 모습들이었다. 둘중 여자가 우리를 먼저 알아봤다.
“어? 오빠. 여기에는 동양인 있네.”
“정말? 오랜만이네...”
남자는 비에 젖은 가방을 털며 조심스럽게 우리를 바라봤다. 설마 한국사람일꺼라는 생각을 못했는지 눈치없게 큰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쳐다보자 우리도 신기한 듯 그들을 바라봤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내가 먼저 말을 건내자, 그 들은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리고 반갑다는 듯이 재빨리 다가와 악수를 건냈다.
“타지에서 같은 말을 쓰는 사람만나니 정말 반갑네요.”
여지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왠지 그말에 100% 공감이 되었다.
“아~ 저...저희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그 둘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냈다.
“저희도요. 이곳으로는 신혼여행 왔어요. 얼마전에....”
“아...그러세요....저희는 신혼은 아니고, 아내가 방학, 아니 휴가를 맞아서 놀러왔어요. 저는 일 때려치고.”
남자는 시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프런트에 접수하는 것도 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옷도 젖어있는 상황이었고, 짐을 가지고 있는 상태로 대화를 이어갈 수는 없어 보였다.
우리도 이곳에 어느정도 익숙해지니 심심했던 터라 초면이었지만, 함께 저녁을 먹기를 제안했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안을 받아줫꼬, 우리는 리조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가 머무는 리조트는 5개의 개별 객실이 있고, 그 객실들 한가운데 프런트가 있었다. 그리고 프런트를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칵테일 바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은 테이블이 5개정도 되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다.
잠시 후 우리는 동그란 식탁에 둘러 앉아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자의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라고 했다. 얼마전 학교가 방학을 해서 남편과 함께 보름짜리 여행을 떠난 것이라는 말도 덫붙였다. 그리고 남자는 고등학교 교사였지만, 얼마전 때려치고 학원을 차린다며, 지금 현재은 내부 공사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계속 옆에 섬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리조트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온통 개미떼라서... 결국 그쪽 직원이 이 쪽 리조트도 같은 주인이 같다고 해서 여기로 가라고 하더군요”
“아 저기 옆쪽 섬에서 오신 거군요. 그 쪽은 어때요?”
“여기랑 비슷하죠."
남자는 맥주를 홀짝이며 대답했다. 맥주병 주변에 이슬이 테이블에 동그란 흔적을 남겼다.
"그 쪽도 동양인이 얼마 없었나봐요?"
"어떻게 아셨죠?"
"프런트에 도착해서 우리를 보고 너무 반가워 하셔서..."
남자는 순간을 떠올리며 크게 웃어댔다.
"그곳은 농담아니라 정말 다 중남미 사람들 뿐이예요. 거긴 서양사람도 별로 없어요.”
“그래요... 여긴 그나마 반반이예요.”
나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이름이 성은라고 했다. 그녀는 키가 연희 만했지만, 더 마르고 작은 얼굴에 쌍커풀 없는 전형적인 동양인 얼굴이었다. 분위기만 봐서는 매우 얌전하고 여성스러워 보였다.
나름 동양적인 매력을 간직한 성은씨를 보고있자니 그 쪽에서도 남자들이 치근덕 거렸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초면에 실례가 될 것 같아 망설였다.
“여기 남자들...다 늑대같이 정말 치근덕 거리죠?”
연희가 나의 맘을 대변하듯 말을 툭 건냈다. 그러자 그 커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딱 한번, 아니 두번 있었어요...사실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경험이죠....”
여자는 쑥쓰러운듯 시선을 돌렸고, 남자는 말을 이어갔다.
“성은이가 워낙 조용하고 말이 없어서, 뭐 직업이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부끄러워 하더라고요. 남자들이 치근덕 거리니깐..”
“.......내가......뭘........그 쪽 남자들 솔직히 덩치도 너무 크고 무섭잖아.”
“그래...하긴.....전부다 씨름 선수들 같더만..ㅋㅋ.”
남자는 재밌다는 듯이 킥킥거렸다.
“그럼 언제쯤 돌아가세요? 한국에는?”
“다음주 수요일즘? 중간에 경유하는 일본에서 하룻밤 더 잘 수도 있고요. 그럼 연희씨네는요?”
“저희는 이번주 일요일, 그러니깐 내일 모레 아침에 출발해요.”
“어이코, 얼마 않남았네요.”
남자는 아쉽다는 듯 연희를 바라봤다.
“내일 뭐하세요? 저희는 내일 섬 뒤편으로 가볼려고요, 조그마한 시장이 있다고 그래서...”
“저희도 들었어요. 현지 음식들을 한 곳에서 맛볼수 있다고 그래서..."
“그럼 내일 저희랑 같이 가실래요?”
“그럼 좋죠."
"그럼 내일 점심에 숙소로 첮아봡깄습니다”
“그래요...”)
남자는 흔쾌히 대답했고, 나 또한 둘만 있어서 무료했던 터라 기뻤다.
“오늘 아침까지도 개미 덕분에 기분이 상했는데, 이거 개미한테 고마워 해야겠네요.”
남자는 즐거운 듯 맥주를 들이켰다.
***
다음 날 연희는 아침부터 미열이 있었다. 감기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었다.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가서 햇빛에 쬐면 더욱 악화 될까 걱정되었다. 이곳에는 약도 없으니 말이다.
나는 건넛편 숙소에 있는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후에 함께 바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오히려 연희의 안부를 물으며, 푹 쉬라고 위로를 건냈다. 숙소에 도착하자 연희가 나를 바라봤다.
“오빠. 갔다올래? 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아냐. 정말 괜찮아. 자기 아프면 타이레놀 밖에 없는데 더 큰일이지 뭐.”
“그래도....”
“신경쓰지말고, 좀더 자. 있다가 깨워줄게.”
연희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고, 나는 침대옆 소파에 앉아 한국에서 챙겨온 책을 읽었다. 오래전 고등학교때 잀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였다. 세월이 너무 흘러 책 옆면이 노랗게 변했지만, 그 책을 처음 읽었던 추억은 여전히 행간에 고이 간직해져 있었다. 나는 맥주를 홀짝이며, 고등학교 그 시설로 돌아가 책장을 넘겼다.
***
똑똑똑...
방을 두들기는 노크소리,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잠 들어 버린것 같았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난 시간, 나도 연희도 점심을 거른채 잠을 자고 있었다.
똑똑똑 다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저희예요. 계세요?”
"아..네...있어요...“
나는 서둘러 방문을 열었다. 밖에 비가 오는 지 그들은 젖어있었다. 남자가 자신의 손에 든 봉투를 내 앞에 들이밀었다.
“이거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튀김이라는데, 맛이 독특해서 좀 사왔어요. 드셔보세요.”
“아..네 감사합니다...”
점심을 굶은 터라 고소한 냄세가 코 끝을 자극했다. 연희도 냄새를 맡은 듯 부스스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남자가 먼저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몸은 좀 어떠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괜...괜찮습니다.”
연희는 화들짝 놀래며,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나도 연희에게 다가갔다. 다행이 이제 열은 없었다.
“그러지 말고, 나가서 저 쪽 바(Bar)로 가죠, 거기서 맥주도 마시고, 사온 이것도 같이 먹고요.”
“그..그럴까요? 그럼 저희는 들어가서 옷 좀 갈아입고 올께요.”
남자는 고개로 인사를 건내고, 방으로 돌어갔다. 연희는 잠에서 깨자마자 창문을 바라봤다.
“뭐야...오늘도 비오네....”
“그러게...낮부터 컴컴하더니만....”
연희는 실망한 표정으로 밖을 쳐다봤다.
“그치진 않겠지?”
“모르지...자기야, 얼른 준비해. 배고프다.”
나는 침대에 올라가 연희의 양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