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현강씨가 고른 거예요?]
“응?”
퇴근 시간에 맞춰 걸려온 세희의 전화에 주문한 속옷이라고 해야 할 그것이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넘 야해.]
“센스 본다며.”
[그래도 그렇지..]
“야하긴 뭐가 야하냐? 다 벗고 찍으면서.”
[벗는 것보다 이게 더 야하죠. 와.. 이게 스타킹이야 축구골대 망이야.. 어머.. 구두도 있네.]
“응. 마음에 들어?”
[넘 예뻐요. 큭큭.. 근데.. 거의 끈이다. 이건 좀 넘하다.]
“브래지어? 그게 그래보여도 와이어 있는 제품이래.”
[와이어가 있음 뭐해! 오픈 브래지어는 아랫입술만 있는 건데.. 이건 오히려 더 업 시켜서 유두가 더 튀어나와 보인단 말예요.]
“옆에 아무도 없어?”
[저 차안이에요.]
“벌서 퇴근해?”
[아뇨. 지금 미팅 있어서 이동하려고요.]
“이 시간에?”
[매일 이런데요 뭐. 와!.. 이 티 팬티 넘 야해.. 가터벨트랑 일체형이네..그래도 색깔은 검정색으로 잘 했네요.]
“훌렁 벗고 다니는 게 누군데! 자꾸 야하다고 할래?”
[차라리 다 벗는 게 덜 야하겠어요.]
“됐고.. 내일 몇 시에, 어디서 볼 거야? 약속 잡았어?”
[네. 8시에 종로에서요.]
“종로? 종로 어디?”
[톡에 찍어드릴게요. 그리고 7시 30분까지 오세요.]
“다른 건?”
[뭘 그리 많이 준비하시려고.. 넘 기대하는 거 아니에요!? 신경질나게스리..]
“내가 뭘.....”
[하여튼 한 눈만 팔아 봐! 진짜 국물도 없는 줄 알아!!]
“한눈 팔 면?”
[진짜 팔아 봐요! 어떻게 되나..]
“크크. 내일 보자고.”
[네.]
전화가 끝나고 곧바로 톡 알람음이 울렸다.
톡 친구들은 많은데 쓸데없는 게임 어쩌고 하는 것 외에 유일하게 내게 톡을 보내는 사람은 세희뿐이었다. 사실 이 톡이란 것도 세희에 의해서 깔게 되었고 21세기에 사는 사람이 맞냐는 조롱도 세희에게 처음으로 받아봤었다. 친구들 놈들 주에 톡을 하는 놈은 많았지만 굳이 내게 권하는 놈은 하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여자 친구를 만나거나 어울리는 그룹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문자와 달리 여러 가지 부과 기능은 정말로 편하게 귀여운 그림까지 집어넣으며 사용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정장?
추리닝?
캐주얼한 면바지에 면 티셔츠?
이 고민은 퇴근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더 짙어졌다. 세희만을 만난다면 가볍게 퇴근 복장으로 마무리하면 되겠지만 처음 보는 그 여자까지 있는 모임에서 다 구겨진 이 양복은 영 아닌 듯 보여 졌지만 그렇다고 집에 다녀올 시간은 충분치 않다는 것이 계속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고민을 더 할 것도 없이 입고 있는 구겨진 양복 그대로 종로로 향하게 된다.
생각보다도 훨씬 늦게 끝난 업무와 종로의 말도 못할 교통 체증이 한 몫 거들어 결국 약속시간인 7시 30분을 훌쩍 넘은 8시 10분이 돼서야 톡에 찍힌 그곳에 도착하게 된다.
7시 30분이 거의 다 됐을 때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하는데 그녀는 그 언니란 사람과 벌써 신나게 얘길 나누는지 늦게 와도 상관없다고 웃으며 얘길 해줬다. 다행이란 생각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그녀가 너무 즐거운 듯 얘길 해서가 아니라 분명 8시에 만난다던 무서워 미뤘다던 그 언니란 사람을 날 제외하고도 만나 웃고 즐기는 모습에 그랬다.
톡으로 거의 도착이란 문자를 보냈더니 딸랑 사진 한 장이 전송 대온다.
이미 전투준비를 마친 얼굴을 상당부분 머리카락으로 가린, 그러나 분명 세희의 사랑스런 모습과 함께 잘해봐야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섹기가 얼굴에 벤 여자가 함께 사진에 담겨 있었다. 세희를 누구보다도 더 가까이 찍다보니 본능적으로 음란함을 발산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게 최근이었다. 그건 사진찍을때의 버릇인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나 턱을 치켜세우고 눈을 아래로 깔 때와 같은 한정적인 부분이었는데 이 여자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본능적인 섹기가 묻어 있었다.
세희처럼 도도하거나 품격있는 섹시함이 아닌..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세희와 첫 통화 때 들은 룸식 주점에 도착한 난 톡으로 찍어준 방 번호를 찾아 기대한 티를 최대한 벗기 위해 잠시 심호흡을 한 후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룸이 비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듯 맥주병이 마른안주들로 보이는 흔적들과 함께 빈 두병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인 어떠한 물건들도 찾을 수 없었다. 난 핸드폰을 꺼내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곧 톡을 실행한다.
혹시나 자리를 옮긴 건 아닌지, 세희가 어떤 메시지를 남긴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세희와의 대화창을 찾아 열어 봤지만 마찬가지로 어떤 흔적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희의 재발신 통화버튼을 황급히 눌렀다.
불안함이 머릿속을 점점 더 채워갔고 아닐 거라는 위로를 스스로 하게 된다. 너무 안일했고 너무 태평했다. 그 언니란 사람을 너무 쉽게 믿은 세희에게 분명 주의를 줘야 했었다. 마음 한구석에 그 언니란 사람이 혼자 일리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음에도 이제 겨우 사람을 다시 믿기 시작했고 기대기 시작한 세희에게 불신감을 심어줄 어떤 말도 하지 못한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연결음만이 계속 귓가에 맴돌 뿐 세희의 목소린 들려오질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건 핸드폰이 꺼져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난 연결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통화버튼을 눌렀지만 들려오는 건 통화 종결음 뿐이었다. 그래도 그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실종신고라도 해야 할지 심한 갈등을 느끼며 테이블 위에 놓은 음식들에 그리 멀리가진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주점을 뛰어나와 두리번거려 보지만 이 넓은 종로에서 그것도 이 많은 인파 중에 세희를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도저히 보이질 않았다.
그때.. 핸드폰에 화면이 바뀌었다.
“여보세요! 세희야!!!!”
[현강....뚜~~~ 뚜~~~]
금세 끊어진 핸드폰에 다시 한 번 통화버튼을 누르는데 연결음이 아닌 통화중이란 여성의 녹음 음성이 대신 들려왔다. 끊고 다시 전화를 거는 내 손바닥엔 땀방울까지 맺히기 시작했고, 머리까지 어지러워 백짓장처럼 아무 생각조차 할 수 없이 계속 통화버튼만 연거푸 누르게 된다.
이런 일엔 경험조차 없는 나다. 아니 있을 리 없는 사건이었고 말도 안 되는 현실임에도 내 머릿속엔 세희의 고통스러워하는 장면만이 계속 떠오르게 된다.
그 언니란 여자와.. 그리고 분명 동행일 낯선 남자는 세희를 가만히 두질 않을 것이다. 사진을 같이 찍자는 미끼로 꾀어내 술에 뭔가를 탔을 게 분명했고 인사불성이 된 세희를 온갖 지저분한 행동으로 더럽히고 능욕할게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그 갱뱅이라는 걸 할 놈일지도 모른다.
‘신고를.. 신고를 해야 한다. 119,, 아니.. 11..’
[띠리리링링~~ 띠리리링~]
“여..여보세요! 세희야.”
[띠리링.. 띠리링..]
스마트 폰에 익숙지 않은 난 갑자기 결려왔다 끊어진 핸드폰에 무작정 통화버튼의 위치를 누르고 볼에 가져다 대는데 거의 동시에 내 바로 귀 앞에 위치한 핸드폰에서 전화벨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해본 적 없는 영상통화란게 한번 걸려왔다 끊어지는 수신 방법이 익숙할 리 없었고 현 상황에서 그런걸 확인할 겨를도 내겐 없었다.
멍청하게 이해를 못하고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난 황급히 연결 버튼을 누르게 된다.
보여진 화면엔 세희의 아름다운 얼굴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휴~. 뭐야.. 사람 걱정하게 만들고 집에 간 거냐? 야! 놀랐잖아!”
[으..음....]
“뭔 술을 그리 많이 마신겨? 그 언니란 사람은?”
[유ㅔ;히ㅚ]
“뭐?? 잠깐 여기 너무 시끄럽다. 아!. 이어폰이....”
난 가방에 들어있는 이어폰을 꺼내 핸드폰에 꽂고는 사람들의 인적이 뜸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 화면을 주시하며 입을 다시 열었다.
“어디야? 집이야?”
[크크크크..]
세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닌 음산한 남자의 목소리가 소름끼치게 내 귀에 전해졌다.
부스럭거리는 잡음과 함께 이리저리 움직여지는 핸드폰의 영상. 그리고 곧 화면을 가득 메웠던 세희의 얼굴이 점점 작아지며 세희의 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준 그 옷을 입고.. 세희는 침대로 보이는 곳에 누워있었다.
“누구야?! 너 누구냐고!”
[누구게~]
“무..뭐?! 이 새끼가! 세희야!! 세희야!!”
[으음.. 현강씨?..]
[자자.. 정신 좀 차려봐 이년아. 네 새 서방이 부르잖아.]
남자의 목소리로 난 금세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아니.. 어지럽게 흔들리는 화면 속에 보인 엄청난 배와 더러운 낯짝으로 그 놈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게 되었다.
“마대리 이 새끼! 너 뒈질래!! 지금 어디야! 어디..”
[쉿~~~~. 깨긴 깼는데 이년이 지금 수면제를 탄 술을 마셔서 정신이 없다고, 소량이니까 조금 있으면 완전히 정신 차리겠지만.. 그전에 우선 할 일은 해야지.]
“너 이새꺄! 세희 몸에 손 하나 까딱만 해봐! 사회에서 아주 매장을 시켜 버릴 라니까!”
[뭐? 매장? 크크크!. 매장을 시키든 송장을 시키든 마음대로 하시고, 우선 난 이년의 몸이나 오랜만에 맛 좀 보자고. 오~.. 역시 이년 가슴은 끝내주네. 요즘은 취향이 바뀐 건가. 이런 야시시한 속옷도 입고 다니고.. 크크. 아! 맞다. 아까 그 창녀 년하고 대화할 때 보니까 현강이란 놈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고 했었지? 이것도 현강씨, 네가 사준 거라고 하던데.. 크크큭..이거 어쩌나.. 내가 먼저 맛을 봐서.. 후룹륵~~]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잠시 나더니 이내 침대 옆 작은 장 같은 곳에 핸드폰을 세워뒀는지 세희의 몸이 잘 나오도록 앵글에 잡고는 그대로 세희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기 시작한 마대리 새끼다.
내가 밤새 고른 오픈형 브래지어로 겨우 가슴 밑 언저리만을 받쳐 올린 형태의.. 그래서 누운 상태인데도 가슴이 봉긋하게 솟아올라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세희의 새하얀 동그란 가슴을 우악스럽게 잡고는 이빨까지 세워 마대리 놈이 빨고 깨물기 시작한다.
“야이~~!! 개새끼야!!!!”
내 안중에 이미 지나가는 행인들 따윈 없었다.
골목 안을 크게 울린 내 목소리에 골목 밖 큰 도로의 사람들도 놀라 그 자리에 서서 날 쳐다봤지만 난 욕지거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시발새끼야! 안 떨어져!! 야! 이 개새끼야!”
[쩝쩝~.. 후루룩.. 쩝~.. 우움..진짜 맛깔스럽네.. 혹시 너도 이년 가슴을 맛 좀 봤냐? 젖꼭지도 적당히 있고 유륜이 좀 작지만 그게 더 빨 맛이 난단 말이지. 크크크. 이 출렁이는 거 봐라.]
[으음..... 현..강씨....음~~]
“세희야!! 정신차려봐!!”
[오!.. 빨딱 섰네.. 이년 봐라.. 나랑 있을 땐 그렇게 빼더니.. 너 능력 좀 되나 보다.]
“이...이 개......”
[구경 잘 하셔. 이런 구경 돈 주고도 못 보니까. 보자.. 이년 보지도 진짜 오랜만인데 곧바로 집어넣으면 아쉽지. 우선 맛 좀 보고..]
주먹을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짧은 손톱인데도 손바닥에 상처를 내며 피를 흘리게 했다.
마대리 새끼는 말을 끝내고도 세희의 작고 도톰한 유두를 이빨을 세워 깨물고는 비틀길 반복했고 세희가 얼굴을 들썩이며 미간을 찡그리는 모습과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두꺼비 같은 징그럽게 생긴 긴 혀를 입 밖으로 낼름거리며 세희의 유두를 핥아대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여 배꼽으로, 더 아래로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내 외침이 더 이상 소용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난 얼어붙은 송장처럼 그 골목에서 핸드폰으로 생중계 되는 강간의 영상에 대고 더 욕을 해대며 협박 아닌 협박을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내 협박에 마대리 새낀 더 흥분을 느끼는 놈처럼 보였다.
[으~~..현..강씨...음..]
[쩝쩝~~]
가려진 허벅지 위로 고개를 든 마대리 새끼가 팔목으로 입을 닦고는 비릿하고 지저분한 미소를 띠우며 날 쳐다본다.
[현강씨.. 골목인가? 어두워서 표정이 잘 안 보이는데.. 혹시 울어?]
“너..넌 꼭 죽여 버린다.. 진짜..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죽여 버린다... 기다려.. 진짜.. 진짜로...”
[미친 놈.. 오늘 이년 아주 작살내고 나면 어쩔 건데? 진짜 살인이라도 하게? 아니 이런 년한테 네 인생 걸어봤자 소용없다는 걸 가르쳐주는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이년이 졸라 잘하긴 하는데. 섹스 파트너 좋네!. 너도 그냥 즐겨라.]
[아~~~]
세희의 허리가 화면 속에서 크게 들썩거렸다.
내게 조롱을 하며 말을 하는 도중에도 손을 세희의 허벅지 사이에 넣고는 손가락질을 하는 걸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크게 젖혀진 세희의 얼굴은 그로인해 입도 같이 벌려지며 길고 안타까운 탄성이 새어나온다.
[역시.. 이 년 반응 하나는 진짜 죽이네.. 옛날에도 싫다고 울고불고 하면서도 꽂아주면 질질 싸더니.. 물론 약의 도움을 좀 받긴 했지만..크크.. 아!.. 그래도 위안 삼으라고 한 가지 얘기 해줄게 현강씨. 아까 돈 주고 산 창녀한테 얘기하는데 너 사랑한데.]
“....무..뭐?”
[오늘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단다..크크크.. 이 미친년이 지가 연예인 줄 아나.. 뭐?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니까 은퇴를 해? 누구 마음대로!? 이 년이 사랑을 해? 네까짓 게?!!!]
[학~..아..아파.. ㅎ..강씨.. 그..만....아학~]
[이 년 보소... 진짜 딴 놈하곤 한 번도 안했나 보네..]
“그만.. 그만 해..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그만...”
[......]
“지..금이라면 신고도 안할게. 아니.. 이번일은 없었던 거야. 그냥... 세희도 모를 테니까.. 비밀로 할 테니까 그만..하라고!”
[허~.. 혹시 너도 이년 사랑 하냐? 에이~ 설마.. 이제 만난 지 두 달? 아니지 세달 됐다며.. 사랑은 개뿔...]
“사랑해.. 세희를 사랑한다고! 이 씨발새끼야!! 그러니까 그만 두라고..”
[.......]
“야!! 손가락 빼라고!!!”
[진짠가 보네.. 그럼 무릎 꿇고 빌어 새끼야. 그럼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조용히 사라져줄지 아냐?]
“......”
[무릎 꿇고, 저번에 건방지게 굴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형님한테 막말한 거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라고 한 번 말해봐라.]
“....저번에 건방지게.”
[무릎 꿇고 이 새끼야!]
“....”
‘털썩....’
“저번에.. 건방지게 굴어서.. 막말한 거..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형님.. 제발.. 한 번만...”
[키키키키킥킥킥.. 크크..]
“......”
[새끼.. 말 잘 듣네..]
“....”
[좋아.. 그럼 내가 딱 한번만 싸고 그냥 돌..‘따르르릉~ 따르르릉~’ 아! 씨발 중요한때 전화냐.. 현강아 쫌만 기둘려봐라.]
“.....”
내 자신의 무력함에 치를 떨게 된다.
골목 안에서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난 무릎을 펼 생각조차 못한 채 제발 이대로 마대리 새끼가 돌아가 주길 기도할 뿐이었다. 아니.. 이 새끼의 목을 어떻게 비틀어버려야 할지.. 복수를 떠올리며 화면에 비춰지고 있는 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게 되었다.
허벅지를 벌린 채 누워 있는 세희의 아래에서 접힌 배를 주체 못하고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마대리 놈의 낄낄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난 세희가 제발 일어나지 말길 기도했다. 꿈으로 끝나길.. 세희가 다시 새장에 갇히지 말기를 바라며 이 상황조차 모르고 넘어가길 말이다.
그러나 마대리의 제안에 넘어간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 질 깨닫게 해주는 놈의 통화 내용이 내 귀에 전해졌다.
[예 형님~, 문자 보내드리겠습니다. 예! 아쉬우셨죠? 크크~ 그때 짜증나게 질질 짜서 못한 거 오늘 다 풀어보자고요. 네? 몇 명이냐면.. 보자... 형님까지 해서 네명이네요. 예... 걱정 마십쇼. 그때처럼은 안 끝날 겁니다. 오늘 오는 동생놈 중에 약가지고 온다는 새끼가 있어서요. 무슨 약이겠습니까..크크~. 하하하하하. 걱정 말라니까요. 신고 못해요.]
“무..뭐?”
[웃차.. 지금 먼저 맛 좀 보고요 형님.. 이 년은 저도 하도 오랜만이라서..으윽.. 윽..]
[으음~..윽.....]
[먼 넘의 구멍이 이리 좁냐.. 으윽... 와~ 형님 옛날보다 더 죽이는데요. 아!.. 형님은 그때 이 년이 울고불고 해서 못하셨지? 크크크크]
“이....이 개새끼야!!!”
[....아!. 잠시 만요 형님. 아직도 그러고 있냐?..으윽..헉..헉]
“넌 진짜 죽인다!!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넌 죽여 버린다고 이 새끼야!!”
[예~~ 그러세요. 헉..아뇨. 어떤 미친 개새끼가 짖어서요. 네네. 헉.. 전부 1시간정도 후에..하하하.. 원래 제거 아닙니까. 먼저 맛 좀 봐야죠. 킥킥.. 네. 빨리 오세요. 어...]
[현..강씨.. 아~~..!!!!!]
[우리 예쁜이 이제 깼어요?]
[악! 꺄악!!! 비켜!! 비.. 악!!]
세희가 겨우 정신을 차리곤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는 마대리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몇 번이나 반복해서 확인을 한다. 믿기지 않는 모습에 경악을 하더니 거칠게 반항을 하며 필사적으로 마대리 놈을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는데..
밀쳐내기엔 마대리란 놈의 몸은 너무나 거대했고 무거워보였다. 필사적으로 반항을 하며 몸부림을 쳐보지만 눌린 마대리의 배만으로도 세희는 꼼짝도 못하곤 팔로만 마대리의 머리를 밀어댈 뿐이었다.
[가만히 있어 이년아!]
[현강씨!!. 현강..악!!.. 하지 마!! 그만.. 악!]
[이년이 그래도!..크크.. 내가 준비 좀 했지!..]
[아악!!]
극렬히 저항하는 세희의 한 팔을 어렵게 잡은 마대린 생전 처음 보는 수갑이란 물건을 채우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마대리의 행동과 그 물건에 한쪽 팔을 너무도 쉽게 내준 세흰 나머지 팔만은 필사적으로 빼며 더 극렬히 저항을 시작했고 얼마나 필사적인지 마대리의 육중한 몸에서 빠져나와 도망치려는 듯 침대 위에서 빠르게 기어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오히려 그 저항은 너무도 나약하게 제압을 당해 마대리에게 좋은 형태를 만들어주게 되었다.
두 팔을 뒤로 향해 등 뒤에서 수갑이 채워진 세희의 모습은 오히려 엎드린 형태로 팔마저 완전히 제압당해 더 이상의 저항은커녕 움직임조차 봉쇄당한 꼴이 돼버렸다.
[헉헉.. 이 년이 힘빼게 하네..]
[현강..씨.. 현강...악!]
마대리가 바닥에서 새우처럼 누워있는 세희를 강제로 들어 허벅지는 침대의 옆에 닿도록, 그리고 배는 침대 위에 깔게 엎드리도록 눕히곤 엉덩이를 심하게 일그러트리며 잡아댔다. 두 팔마저 뒤로 묶여 엎드린 채 허우적거리는 세희의 뒤에서 바짝 배를 대고 다가가는 마대리는 혀를 날름거리며 입술을 적시곤 목젖을 크게 요동치며 사슴을 잡아먹을 준비가 다 된 하이에나처럼 미소까지 지었다.
[그래 맘대로 해!.. 당신 물건이.. 현강씨랑 비교나 되는 줄 알아!]
[무..뭐? 이년이 미쳤나..]
[남자도 아닌 새끼! 젓가락 같은 걸로 백날 쑤셔 봐! 내가 느낄 거 같아! 차라리 현강씨 손가락이 더 좋다고!]
[이..이년이..그래 그 입에서 어디 악 소리 날 때까지 박아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보자.]
[읍...윽.....]
[헉!.헉~ 이년아 좋아 죽겠지! 내 자지를 오랜만에 느끼니까 어때?! 보짓물을 질질 흘릴 거 같지 않냐!]
[미친놈.. 병신 새끼.. ]
세희의 얼굴이 그대로 휴대폰 화면에 보여졌다. 내가 보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듯.. 애타게 날 찾다가 저항까지 막혀버리자 이젠 마대리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뒤에서 거칠게 허리를 흔들어 대는 마대리의 몸짓에도 입술을 깨물며 고통 섞인 신음소리조차 허락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에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피눈물로 변해 느껴지는 듯 했다.
[이..년이 왜 보짓 물이 안 나와..]
[....]
[크크.. 그래..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이럴 줄 알고 젤도 준비해 왔지.]
마대리가 침대 위에 있던 작은 가방에서 투명한 튜브를 꺼내 손에 범벅이 되도록 짜내선 그대로 세희의 엉덩이 속에 문지르기 시작했고 그 행동도 성에 안차는지 아예 세희의 봉긋하고 동그란 엉덩이 골 사이에 쏟아 붇기 시작했다.
“야이 새..”
[헉!..혀..현강씨..]
내 외침에 세희는 당황하며 놀란 듯 엉뚱한 곳에서 날 찾듯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핸드폰이 놓여있는,, 핸드폰에 비쳐진 어둑한 내 얼굴을 확인하게 되었다.
내 얼굴을 확인한 그녀는 갑자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변한 얼굴로 겨우 참았던 눈물을 옆으로 엎드린 상태였기에 볼이 아닌 코와 오른쪽 눈을 통해 하나로 만들어 소리 없이 흘리기 시작했다.
[꺼..꺼주세요.. 제발.. 마대리님.. 핸드폰을..꺼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으윽..흑~.. 진자.. 죽이네..그렇지 이렇게 나긋나긋 나오셔야 빨리 끝난다는 걸 왜 모르시나.. 그럼 현강씬 상상하면서 딸딸이나 치세요. 대신 우리들이 졸라 박아 줄 테니까. 아따 맛 좋네~ 뚜~~뚜~~]
“이.. 개새끼.. 넌 진짜 죽여....”
핸드폰이 꺼지기 직전에 세희는 눈을 감았다.
입속에 악다물어 터진 입술에서 세어 들어온 비릿한 피 내음이 전해질 때 내 머릿속에 번뜩하고 스친 기억의 조각이 떠올랐다.
어플..
그녀가 내게 자신을 지켜달라며 깔아줬던 위치 조회어플의 존재를 왜 바보처럼.. 멍청이처럼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걸까?..
‘후다다닥’
“헉헉..헉.. 여기 더럽게 뚱뚱한 새끼랑 예쁜 여자 들어왔죠!?”
“예? 누..누구세요? 경찰?”
어처구니없게도 어플에 찍힌 그녀의 위치는 불과 300m도 안 되는 거리의 모텔이었다. 아니.. 당연히 술집에서 그렇게 빨리 벗긴 모습을 핸드폰 속에 보여줬다는 건 이 거리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헉....제가 경찰로 보이십니까? 그 여자 남편입니다.”
“....”
“몇 번 방입니까!? 키 주세요.”
“못 봤어요.”
“장난해요? 밖에서 다 지켜보고 신고할까 하다가 들어온 건데!”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나가서 나올때까지 기다리세요.”
“이 사람이... 경찰 불러요? 간통으로 신고해서.. 아저씨.. 좋게 좋게.. 넘어가자고요. 잠깐만요.”
난 지갑을 꺼내 들어있는 현금을 몽땅 꺼내 작은 유리문 속으로 디밀어 넣었다. 오늘을 위해 찾은 꽤 되는 현금에 남자의 모습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지는 게 확연히 눈에 보였다.
“경찰 오면 시끄럽고 더 귀찮잖아요. 조용히 해결하려고 생각 끝에 혼자 들어온 거니까.. 좀 도와주세요.”
“이러면 안 되는데.. 대신 뭐 부스면 안 돼요!”
“걱정 마세요.”
주인이 보조키로 보이는 꾸러미를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매직으로 302라고 적힌 작은 키를 내게 건네줬다. 사실 경찰에 신고하려 했던 나였지만 뛰어오는 도중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만약에.. 마대리 저 새끼가 전부를 다 분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경찰에게 얘길 하며 세희의 치명적인 약점인 노출사진까지도 다 까발린다면 정말로 세희는 선의의.. 아니..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결론에 난 고민 같지도 않은 고민을 끝내곤 무작정 모텔 안으로 들어왔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낸 후 문고리에 키를 꽂고는 소리 없이 문을 열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내 시야에 흔들고 있는 더러운 마대리의 엉덩이가 먼저 들어왔다. 침대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아까 핸드폰으로 봤던 그대로 세희를 침대에 걸쳐 엎드리게 한 채 아직도 박아대고 있었다.
세희는 여전히 미동조차.. 신음소리조차 흘리지 않은채 이젠 모든 걸 체념한 듯 저항이란 단어를 잊은 듯 보였다.
‘우당탕..’
[찰칵!! 찰칵!!]
“무..뭐야! 어!”
‘빠악!’
“악!..으그...윽..”
손에 끔찍한 전율이 느껴졌다.
“너.. 이 새끼.. 감히..”
“세희야.. 괜찮아?”
“....”
“세희야!”
“....왜...,, 왔어요..여긴 어떻게 알고...”
난 그 찰나에 생각해낸 최소한의 증거 확보라는 의미로 몇 번이나 계획한 사진을 찍는 동시에 눈물 자국이 선명한 세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계획이고 뭐고 결국 더 이상 참질 못했다. 애써 찍은 사진기.. 세희를 위해 18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산 사진기로 당황하며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는 마대리 놈의 얼굴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있는 힘을 다해 후려 갈겼다.
“가요.. 내가 원해서 이런 건데.. 왜 여기까지 왔어요!”
“...”
“몰랐어요? 저 이런 여자잖아요. 그만 가라고요!”
“너... 진짜 바보냐? 아니! 내가 바보 같아!?”
“가라고요!”
세희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는 듯 보였으나 그것조차 내게 숨기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 쳐 죽일... 새끼.”
난 팔을 뒤로해 묶인 채 주저앉아 애처롭게 고개를 돌려 눈물을 숨기는 세희의 모습에 참고 참았던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텔레비전이 놓여 있는 낮은 단상에 등을 기대고 머리에서 쏟아지는 피를 손으로 겨우 막으며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마대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내 시야에 침대에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검은색 가방이 들어왔다.
청 테이프, 또 하나의 수갑, 작은 약통과 그리고 시퍼렇게 날이 선 과일 깎는 단도가 시야에 들어왔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난 그 단도를 손에 들고 벌떡 일어나 그 번뜩임에 눈에 휘둥그레진 마대리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저 비계덩이라가 몇 겹의 방어막을 두르고 있을 저 놈의 배때기에 이 작은 단도를 세워 꽂아 넣으려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몇 걸음을 더 옮기던 내 모습에 등이 막혀 더 이상 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도 발을 바둥거리는 놈의 다리 사이에 지저분한 누런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도 거의 동시였다.
“개새끼.. 생긴 대로 노는구나. 오늘 너 죽고.. 나도 죽자...”
“아..안 돼.. 혀...현강 이 친구야.... 이러지 말라고.. 어차피 저런 년 하나 때문에 이럴 필..필요 없잖아.”
“저런..년??”
더 이상의 말도 필요 없는 놈이었고, 팔을 들어 모션을 취할 필요도 없었다.
너무도 커다랗기에 아무 곳이나 찔러도 치명적일 저 새끼의 배때기엔 커다란 모션도, 도움닫기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곧장 품으로 달려들며 그대로 칼날을 향하면 될 거란 생각에,, 난 살을 비집고 들어갈 이 날카로운 금속제의 끔찍한 감촉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정확히 칼 손잡이 끝에 왼 손을 덧대어 가장 깊숙이 찔러 넣으려 달려들기 시작했다.
“현..현강씨!!”
“아악!!!”
세희의 방해로 엉뚱한 단상에 칼이 꽂혔다.
칼끝이 정확히 저 놈의 배를 향해 달려가던 모습을 나와 마대리만이 본 것이 아님을 내 허리를 필사적으로 잡아 막은 세희의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상체기 하나 나지 않은 놈의 지저분한 배때기와 달리 난 있는 힘을 다해 쥐었던 칼이 딱딱한 바닥에 막혀 미끄러지며 손가락 안쪽 네 마디에서 피를 엄청나게 흘리게 되었다.
“으아..아악..”
피를 보고 패닉에 빠진 건 내가 아닌 마대리였다. 울고불고 쌩쇼를 하며 자신의 말짱한 배를 더듬어 살피는 놈의 모습에 놓쳤던 칼을 다시 들려는데..
“현.....”
“...”
“다..다쳤어요? 어디 봐요!.. 아..... 이..이게 뭐에요. 왜...”
“...괜찮으니까.. 이거 놔.”
내 손을 잡고는 손에 잡힌 시트를 피범벅이 되도록 동여매던 세희가 내 뿌리침까지 억지로 막으며 더 힘을 준다. 아릿한 칼에 베인 상처가 욱신거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이거 놔! 이 새끼는 내가...”
“하지 마요.. 그것보다.. 병원에.. 우선 병원부터 가요.. 피.. 많이 나요..”
세희가 눈물을 숨기지도 못하고 내 손을 더 꽉 쥐기 시작한다.
자신이 당한 일보다 내가 당한 상처에 더 놀라고 당황하며 옷도 입지 않은 채 내 손을 잡고는 모텔방을 뛰어나가려 한다.
바보처럼 손에 난 상처가 대수라고.. 애써 눈물을 숨기던 모습까지도 드러내며 피 범벅이 된 자신의 몸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날 강제로 데려가려 풀린 다리에 있는 힘을 다 주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