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12)

“휴.. 목말라요.”

“그래?.. 커피라도 마실래?”

“네.”

그녀의 부탁에 담은 사진을 확인하며 옷을 건넸고, 옷을 입은 세희와 함께 우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의 커피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이미 스타킹은 다 벗어버린 후였기에 맨살위로 그 야한 원피스만을 입은 세희의 모습에 난 재킷을 같이 건네줬다. 

3층의 커피전문점은 4층까지 같이 사용하는 곳이었기에 나와 세희는 사람이 좀 있는 3층이 아닌 4층으로 이동해 커피와 아이스티를 두고 마주 앉았다. 목이 마르다며 커피보다는 아이스티를 시켜 달라는 세희의 부탁이었다.

“현강씨..”

“후루루~.. 응?”

“저 때문에 잠도 못자고.. 몸 상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다크서클도 내려왔는데..”

“나보다.. 넌 괜찮은 거야? 하루에 잠은 몇 시간 자는데?”

“전 괜찮아요. 익숙해지기도 했고..”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냐?”

“저 감동했어요.”

“응?”

“엄마 같아..”

“뭐?.. 참나..” 

“큭큭..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진짜 현강씨 때문에 하루하루가 즐거워.. 매일 현강씨하고 만날 시간만 기다려지고..우리 이번 주말엔 야외로 나가요!”

“주말?...”

“네! 우리도 풀숲에서 자연을 풍경으로 한컷찍어요.”

“.....나 차 없잖아.”

“제가 있잖아요.”

“......”

“왜요? 싫어요?”

“존심이란게 있는데.. 됐어. 렌트할 테니까 가자!.”

“그런 게 어디 있어.. 당신께 내거고 내께 내꺼지!”

“.....허.”

“우리.....”

“..?”

“살림 합칠래요?”

“...풋!!..켁켁..켁.. 뭐라고?”

“어차피 제 오피스텔이 딱 중간에 있는데.. 같이 살면 더 좋잖아요.”

“됐거든.. 너 너무 앞서는거 아니냐? 갑자기 무슨 오버래....”

“그렇게....싫어요?”

“싫은 게 아니고.. 생각을 좀 해보라고 그러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네 회사 입장은 어떻게 하려고?”

“그건 걱정 안 해도 되는데.. 제 집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됐거든.. 급하면 체하더라. 그리고!!..”

“..?”

하루하루를 겨우 참아내고 있는 내가 동거라도 시작한다면 세희를 덮칠 게 분명했다. 물론 세희가 그걸 원한다면 나야 환영이겠지만 세희에게 그런 낌새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꼭 소꿉장난 하듯 보여주고 봐주기만을 바라는 아이처럼 세희는 딱 거기까지 만을 원하는 듯 보였다.

몇 번이나 여러 자세로 세희를 덮치는 생각을 해봤지만 결국 사진으로만 참아야만 했다. 그 날 내게 고백하듯 말을 했던 세희였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도망치듯 집으로 향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세희란 여잘 알면 알수록 너무도 여리고 가냘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그녀의 성정체성이 남들과 좀 다를 뿐 더 어찌 보면 보통의 사람들보다도 더 섬세하고 상처받기 쉽다는 걸 점점 더 알 수 있었기에 난 지루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근데요.”

“응?”

“현강씬.. 저 안고 싶다는 생각 안 해봤어요? 볼 거 안볼 거 다 봤는데.. 혹시 바이에요?”

“...바이? 그건 또 뭐야?”

“그럴 리는 없으려나?.. 하긴..”

“바이가 뭔데?”

“아니에요. 그럼 왜?”

“제가 함 달라고 하면 줄 거야?”

“네???”

“솔직히 나도 남잔데 안 땡기겠냐? 네가 보통정도만 되도 발가벗고 포즈까지 취하는 걸 매번 보는데.. 몇 번이나 참았는데.. 하물며 이런 몸매에 이런 가슴..에... 얼굴은...에휴~”

“...강제로.. 할 생각은 안 해봤어요?”

“.....참나.”

“아뇨.. 그러라고 그러는 건 아니고.. 저도 당하는 건 진짜 싫어요.”

“그러니까.. 정말 하고 싶을때되면.. 그때 신호를 보내라고.. 겪어보니까 말도 제대로 못하는 거 같으니까 간단히 신호만 보내면 내가 알아서 리드 할 테니까 말이야.”

“큭큭... 어떤 신호요?”

“그거야 뭐.. 내가 그런 것까지 가르쳐줘야 하나? 지금 사진 찍어 주는 것도 인내심의 밑바닥을 긁고 있는 놈인데.”

“큭.. 괜히 미안해지네..”

“괜히?”

“예??”

“나도 댓글에 달린 글들처럼 진짜 짐승으로 변해 봐? 괜히 미안해진다고? 사람 잔뜩 흥분시켜놓고 매번 그냥 가는 네가 할 말은 아니지!”

“..댓글?? 어떤 댓글?”

“있잖아! 그런 것들,,, 어떻게 널 괴롭힐지.. 아니지.. 즐겁게 해 줄지 적어놓은 댓글들, 욕도 난무하고.. 실감나게 묘사까지 상세히 적어놨던..”

“그건 약관데..”

“약과?”

“쪽지는 더 적나라해요. 절 개 같이 엎드리게 해선 신고 있던 팬티스타킹을 찢어버리고 앞에든.. 뒤에든 들어가는 대로 쑤셔준다고... 어떤 사람은 사정을 하고도 연거푸 할 수 있다고.. 제 입에서 그만이라는 소리가 나와도 결코 끝내지 않을 거라고.. 또 어떤 사람은 친구랑 꼭 한번만 같이 만나달라고.. 오르가즘의 끝이 뭔 질 보여주겠다던데요. 차례로 제 거기에 집어넣고 펌핑을 한다고.. 펌핑을 하다가 사정을 할 거 같음 교대하고, 또 교대하고.. 당하는 여잔 두 명의 그 자....물건 때문에 끝나지 않는 오르가즘으로 질질.. 싼다고 했던가... 저보고 한 번만 만나주면 여자로서의 즐거움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던데. 물론 그 장면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남길 거라고.. 제가 어떤 여자인지 깨닫게 해준다고., 또 어떤 사람은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3박 4일로 동해부터 남해까지 가장 좋은 러브호텔들만 돌아다니며 갖가지 테마를 주제로.. 하루는 줄로 절 묶어두고 SM이란 것도 해보고, 다른 하나는 제 취향을 존중해서 누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테마 모텔에서도 묵고 거기서..”

“그만!.. 그만 얘기해.. 진짜 날 피 말려 죽일 작정이냐?”

“네?....풋~큭큭..하하하하하하하”

“웃지마라. 열불 나니까!”

“이런 얘기 들으면.. 흥분돼요?”

“흥분?! 그런데.. 솔직히 배신감도 들고. 짜증도 같이 난다.”

“예?? 왜요?”

“진짜 몰라서 물어? 그런 쪽지들 받고 좋아했지? 흥분했을 거 아니야..”

“안 돼요?”

“.....”

“싫어요?”

“싫지.. 솔직히 약속만 아니었으면 다시는 사진 올리지 말라고, 내 앞에서만 벗으라고 하고 싶은걸.”

“피~.. 그건 약속이 틀리잖아요.”

“그 놈의 약속은.. 알고 있습니다요!. 그래서 뭐라고 안하잖아.”

“아!!.”

“왜?”

“오늘 일 얘기 하자고 만난 건데..”

“...그러게.”

“샘플은 정말 좋았어요. 도안이 딜레이가 좀 돼서 걱정했는데 샘플보고 부장급 이상들이 전부 한 번에 오케이 하던데요. 직접 디자인 하신 거 맞죠?”

“혼자 했나.. 한 대리랑 같이 한 거지.”

“그래도 주 아이디어는 현강씨 머리에서 나왔다고 들었는데. 아니에요?”

“아이디어만.. 아!! 넌 뭐 하러 과장한테 없는 얘길 하냐!?”

“뭐가요?”

“우리 의심하잖아!. 내가 디자인에 남다른 소질이 있다는 말은 왜 해? 뭐? 끈기있게 오케이 싸인 날때까지 메일을 수십 통을 보냈다고? 내가??”

“그럼 안 돼요? 그래서 전담 미팅요원으로 낙점 됐잖아요! 피~.. 내조 좀 한 거 가지고 디게 뭐라 해...”

“내조??”

요즘 세희와 나누는 대화는 이런 식이다. 

점점 더 내 삶에 파고드는 그녀의 모습에 어느새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그렇기에 나온 동거 얘기에 더 정색하게 됐다. 연예 상대로서, 그리고 여자 친구로서 세희는 100점 만점에 10000000점 이상의 여자임은 확실했다. 하지만 내 배우자로서는... 

사실 그녀의 마력에 휘둘려 사진을 찍고 흥분을 하면서 난 더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더 스스럼없이 대할수록, 그리고 더 친근하게 내게 말 할수록 나 그녀와의 거리를 더 재게 된다. 그녀를 만나기전 난 당연히 일반적인 결혼생활을 그려왔고, 결코 보수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던 섹스란 것에서도 심한 갈등을 느끼게 된 것도 사실이었기에 더 고민에 빠진다.

과연 내가 이 세희란 여자를 평생 사랑할 수 있을 것인지.. 그녀가 하는 이 노출플레이란 것들을 몸으론 받아들여 같이 공존하고 동조하며 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만 과연 그것이 내 본심인지조차 확실치 않았기에 그랬다.

아직도 난 세희의 사진을 보고 자지를 주무르며 흥분에 감탄하는 남자들의 시선이 싫고 징그러웠다.

그 후로 내가 찍은 사진은 내 카메라 안에서만 존재했고 결코 사이트에 올린 적 없었지만,, 사진을 찍은 날마다 그녀가 내가 사진을 올리길 기다리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해와 질투에 상처 받을지 모른다며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손수 알려준 세희였지만 아직도 난 사진을 올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이중생활을 잘도 하네.”

“그거야 뭐!.. 여자란 게 원래 요~~물이라잖아요.”

“..”

“근데요.”

“응?”

“남이 제 사진 보는 게 싫죠?”

“...아니야.”

“아니에요?”

“그냥.. 질투가 전혀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그래도 네가 좋아하잖아. 관심 받고 남자들이 흥분하는 거 보면 자극 된다며.”

“...네.”

“왜? 사진 안 올려서 섭섭해?”

“예??..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고..”

“나 한 테만 보여주고 싶은 거 아니야? 그래서 아무 말도 안한 거 아니야?”

“마..맞아요. 뭐.. 현강씨만 봐주면 되는 건데...”

그녀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그녀는 내게 너무 잘하는 동시에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자세한 그녀의 심경까지는 헤아릴 수 없었지만 아마도 그녀도 나와 같을 것이다. 내가 그녀의 나신을 남이 보는 걸 싫어하면서도 섣불리 강요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습을 보다 많은 남성들이 봐주며 흥분해주길 바라는 본연의 음란함에도 나란 새로 생긴 존재로 인해 섣불리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 그것이 우리 둘 사이에 흐르는 마지막 어색함이라 느껴졌다.

물론 섹스란 동물적인 가장 큰 행동을 제외하고 말이다.

“혹시 옛날이 그리워?”

“....?”

“사진 찍히는 거 말고.. 남자 두세 명이랑 같이 한 방에서 뒹굴면서... 사이트에서 후기담 보니까 잊지 못할 정도라고 하던데. 너도 그런 거야?”

“아니에요! 정말 그런 거 별로...”

“싫어? 혹시 섹스는 싫다는 거?”

“....네. 지금은요...”

“......”

“현강씨...”

“응.”

“이것만 믿어주세요. 비록 남자들과 한 침대에서 뒹군 것도 사실이고,, 할 수 있는 음란한 짓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노출증이란 것과 섹스 중독은 다르다는 것 만요.”

“그럼 넌 노출증이다? 그것도 병인가?”

“병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 하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쓰리섬을 즐기는 부부들도 중독에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한다면, 그게 단순히 성적 취향이나 개개인의 개성에서 오는 합의된 행위가 아니라면 말이에요.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들도 병일까요?”

“병이지 않나?”

“그게 병이라면...어떤 나라에선 합법으로 인정해서 결혼까지 허락할 수 있을까요? 법이란 게 사람들의 이해타산과 함께 사회성을 띠며 존재하는 건데 그걸 인정하는 나라들의 사람들은 그럼 전부 정신병에 걸린 민족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렇게 얘기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거야..”

역시나 많이 배우고 많이 공부한 여자였다.

가끔 대화중에 반문조차 어려운 말들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세희의 모습에 어느새 나도 동조하게 되는 건 아닌지.. 아니 세뇌 되는 기분이다.

“말이 삼천포로 빠졌는데.. 전 결코 자발적으로 그런 섹스를 하자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럼? 그 마스.......”

“네!. 현강씨 앞에선 솔직해지자고 약속했으니 말하지만.”

“약속?”

“... 저 혼자.. 제 스스로에게 약속했어요.”

“...”

“물론 좋을 때도 있었어요. 제 몸도 보통의 여성이고 성적 쾌감도 즐길 줄 아는.. 정상적인 육첸데.. 그리고 거의 전문가 수준인 그들 앞에서 어떻게 몸이 반응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에고... 또 삐치는 거 아니죠?”

“삐지긴 누가 삐진다고 그래!? 자꾸 매도하지 마. 나 속 넓은 남자야! 여자 과거 가지고 꼬투리 잡고 징징거리는 그런 놈.. 내가 더 경멸해!”

“퍽이나...피~”

“진짜!”

“큭큭.. 하여튼.. 그땐 마대리한테 푹 빠져있었으니까요. 웃긴 얘기겠지만.. 마대리가 제 첫 남자였어요. 물론 학창 시절에 남친도 사귀긴 했지만 야간 알바에 새벽 알바까지 하다 보니 그런 건 꿈도 못 꿨고,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제가 너무 팅긴다고 여긴 건지 자연스럽게 멀어지더라고요. 몸 멀어지면 마음도 떠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거 같아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 돼지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그땐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30대 중반에 몸무게도 85kg인가 나간다고.. 지금처럼은 아니었는데...”

“그 키에 85kg이면.. 키가 160은 되나? 아니!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맘씨 좋아보이지도 않던데.. 뭐가 모질라서 그런 놈을 만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네.. 특히 너처럼 예쁘...에휴~.”

“저 예쁘죠?”

“이럴 줄 알았어.....내가 말 실수했다.”

“치!~. 이래봬도 소라에서 저 한 번만 보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특히 입술하고 턱을 노출했을 땐 쪽지가 평소의 두 배는 더 왔다고요! 피~”

“그러니까! 왜 그런 놈을 만났냐고!?”

“몰라요. 사실 사람들이 예쁘다,, 예쁘다 해주니까 자신감이 업이 돼서 이렇게 뻔뻔해질 수 있는 거지. 평범하지 않아요? 학창시절에도 나보다 더 날씬하고 예쁜 애들이 널렸던데..”

“여자들하고 남자들 보는 눈이 다른가? 난 너무 마른 것보단 이렇게 볼륨감 좋고 탄력 있는 몸매가 좋던데.. 댓글들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이 더 많잖아.”

“.....”

“뭐.. 개개인의 취향이니까.”

“근데요..”

“응?”

“현강씨...도.....”

“,...?”

“자위해요?”

“...........”

“...”(세희가 날 빤히 쳐다보기 시작한다. 호기심이 충만한 아이처럼 내 얼굴을 쳐다보던 세희가 살짝 눈을 내려 테이블에 가려있는 내 사타구니를 쳐다봤다.)

“그럼.”

“제.. 사진 보면서요?”

“.....응.”

“......”

“왜?”

“정말.. 못 참겠으면.. 얘기하세요.”

“싫다며... 섹스하는건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됐다고 하지 않았나?”

“....”

“괜히 욕심 부렸다가 잃기 싫으니까.. 됐어. 정말로 마음이 열렸을 때 얘기 해. 그땐 지금까지 참았던 모든 욕정으로 욕망의 덩어리가 널 덮칠지도 모르지만..”

“풋..큭크크크크.”

“농담인 줄 아네..”

“맞다!...”

“..?”

“저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또 뭐?”

“전부터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용기가 안 나서 계속 미뤘거든요. 현강씨 있으니까 이제 만나 볼래요.”

“누군데? 남...자??”

“음....”

“남자면.. 혼자 만나라.. 난 들러리 되기 싫으니까.”

“왜요?..”

“왜긴. 몰라서 물어?”

“저 지켜주신다면서요.”

“...”

“혹시..”

“응?”

“물건에 자신 없어요?”

“...”

“전 괜찮은데.. 저 넘 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거기도 남들보다 작은 편이고..”

“남자야?”

“셋이서 즐겨도 괜찮을 거 같은데.. 전 경험도 있잖아요.”

“그래! 너 잘났다.....”

난 무의식중에 세희를 노려보게 되었다. 아직 세희의 보질 보기만 했을 뿐 단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내게 첫 경험을 남과 공유하라니.. 세희의 말을 들으며 노려보던 시선을 감추려 애써 숨기려 노력해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싫어요?”

“까놓고 얘기해서?”

“네!”

“아직은 싫어..”

“아직?”

“당신이 그런걸 좋아한다면 어쩔 수없이 따라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싫다고.. 아직 제대로 당신하고 섹스.... 하여튼 싫어.”

“진지하게 얘기할 땐 왜 절 당신이라고 불러요?”

“내가 언제?”

“...치매다.”

“....”

“2대 1로 하는 걸 한번 맛보면 3대 1로 하고 싶고, 그러다가 결국 갱뱅도 하게 된다던데..”

“갱뱅?”

“있어요. 여자 한명에 남자가 떼거리로 달려드는..”

“참나.. 그게 무슨 맛이냐? 그걸 하는 여자는 먼 보지가 여러 개야?”

“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왜요! 입도 있고 손도 있고, 거기도 있고,, 거기 뒤에도 있고..”

“...너도 해봤어?”

“갱뱅까진.. 아니요. 전 마사지하고 쓰리만 해봤어요.”

이런 부끄러울 수 있는 과거를 세희는 거리낌 없이 내게 얘길 한다. 그녀의 지난 과거일 뿐이었고, 현재가 가장 중요할거라며 대범한척 애를 써보지만 역시나 씁쓸함을 감추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마사지랑 초대랑 뭐가 달라? 어차피 전문 마사지사한테 가서 받는 것도 아니잖아.”

“많이 틀리죠! 마사지는 단순히 마사지만 받을 때도 있는 거고 애당초 초대의 목적은 쓰리섬을 하기 위한 건데.. 마사지 겸 초대라고 하면 같은 말이긴 하지만.”

“그래서.. 많이 해봤나?”

“어떨 거 같아요?”

“......글쎄.”

“마대리.. 그 인간이 그런걸 정말 좋아해서.. 뭐 취향이니까 좋아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약점으로 삼을 줄은 누가 알았나.. 그리고 내가 하자고 했나? 하기 싫다는 사람한테 애원하고,, 화내고.. 참나.. 그 인간 생각할수록 괘씸하네.”

“그런 사람인 줄 진짜 몰랐고?”

“그럼요!

“그래서? 보디가드 있으니까 부담 없이 그 남자를 만난다는 거야? 그런데 나보고 같이 가자고?”

“네!.”

“네에??”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시간 괜찮죠?”

“...몰라. 그날 나 당직일지 몰라.”

“벌써 김과장님한테 전화 해놨는데.”

“뭐?!”

“이번 주 금요일에 혹시 미팅 괜찮으시냐고.”

“누구 마음대로..넌 일 안해? 금요일이 제일 바쁘다며.”

“좀 천천히 달리려고요. 톱니바퀴도 아니고.”

“그러다 진급에 영향 갈 텐데..”

“영향 가라죠! 요즘엔 그냥 대리일 때가 좋았다는 생각도 해요. 그럼 현강씨랑 매일 저녁마다 사진 찍고 놀 수 있을 텐데.. 까짓것 팀장 자리 내놓죠 뭐!”

“허...”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무섭다.. 몰라. 안 들어! 싫어!”

“에이~. 그러지 말고요. 응~~?”

세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내 옆자리로 옮겨 앉아선 내 팔짱을 꼭 끼고는 가슴을 비벼댄다. 애교까지 부리며 그 놈을 만나고 싶은 거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이거 왜 이래.. 징그러.”

“아잉~”

“...뭔데?”

“그날 입을 옷 좀 사줘요.”

“옷?”

“음~. 옷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구.. 사진 찍을 때 입을 속옷? 가터? 하여튼 그런것좀요.”

“내가 왜? 매일 스타킹만 신잖아. 그거 신어.”

“더 예쁘고 섹시하게 보이고 싶다고요. 네~~~!!”

“아! 몰라! 짜증나게.. 그런걸 내가 왜 사냐?!”

“그 언니보다 더 예쁘게 나와야 된단 말예요!”

“....언니?”

“헛!.”

“....언니라니? 그날 만나는 게 여자야?”

“...치. 들켰다. 에이~ 김새게..”

“누군데?”

“있어요. 저랑 같이 왕성하게 사진 올리는 언니.. 메신저로 가끔 대화도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마음이 잘 맞는다고 해야 하나? 오래전부터 잘 알던 언니 같아서 한번 같이 저녁먹자고 얘기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좀 그렇잖아요. 그런데 현강씨 얘기 했더니 같이 찍자고...”

“뭘 찍어? 그 여잔 남편이나 남친 없데?”

“없어요. 매일 셀카만 찍고.. 저랑 앵글이 거의 비슷해서 얘기하다가 얼마나 웃었는데. 혼자 사진 찍을 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큭큭.”

“....”

“와~ 여자라니까 암말 안하는 거 봐.”

“아..니야.”

“한눈만 팔아 봐!. 확!!”

“어떤 여잔데?”

“예뻐요. 맞다. 잠만요.”

세희가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내게 불쑥 핸드폰을 내밀었다. 세희의 말대로 몸매는 날씬하고 예뻐 보였다. 세희에 비해선 많이 모자란 편이었지만 세희란 여잘 이렇게 가까이에서 접하질 않았다면 충분히 호감이 가는 몸매의 소유자였다. 가슴이 좀 작은 게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그만큼 날씬해 보이는 몸매로 대범하게도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공공장소에서의 노출에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찻집이나 음식점으로 보이는 장소에 뒤엔 음식이나 차를 먹는 사람들이 분명 있는데도 치마를 들치고 보지를 훤히 드러내기도 했고, 아예 진정한 하의 실종을 보여주며 털도 없는 민둥산이 보지를 벌리는 모습까지도 담겨 있었다.

“허...”

“멋지죠?”

“멋져? 이 여자 정신 나간....미안.”

“딴 맘 먹지 마세요! 이혼한지 2년 된 언닌데.. 저처럼 상처도 많은 거 같아요. 함부로 들이대지 말고!”

“내가 누구한테 들이댄다고. 그리고 들이대면 누가 가장 먼저겠냐고!”

“그날.. 현강씨가 고른 옷보고 결정할게요.”

“...뭘?”

“그걸 입고.. 음.. 그 언니랑 현강씨랑 잼난 놀이를 할 건지.. 말건지..”

“노..놀이?”

“큭크크~. 지금 꼴렸죠!”

“아니야!..”

“진짜?”

“...”

“언니가 작다고 실망하는 거 아닌지 몰라.”

“누..누가 작아! 나 대물이라..”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다말고 커피전문점 안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다행히 사람들이 거의 없는 위층이기에 다행이었지 창피할 뻔했다는 생각에 얼굴을 붉히게 되는데 세희는 배꼽을 잡고 겨우 웃음을 참고 앉아 있었다.

“참나..”

“큭큭.. 센스를 보겠어요. 어떤 옷을 보낼지!”

“...”

세희와 헤어지자마자 난 컴퓨터 앞에 자리 잡고 몇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란제리’란 단어로 시작해 섹시 속옷, 이벤트 속옷, 성인용품까지 밤새는 줄도 모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세희의 매력적인 가슴과 잘록한 허리, 볼륨감 좋은 골반과 긴 다리를 더 돋보이게 할 여러 가지를 찾기 위에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이게 되는데 생각처럼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겨우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을 땐 이미 날이 밝은 후였기에 난 주문부터 하곤 대충 씻고 회사에 나가게 되었다. 오늘은 당직인데 어떻게 그 긴 시간을 견딜지 골머리를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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