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도착한 난 여운처럼 남겨진 흥분에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녀를 알고 싶다는 원초적인 호기심에 결국 아까 노트북으로 봤던 사이트의 주소를 검색해 가입까지 했다.
성인 사이트야 몇 번이나 가입을 해봤지만 어떠한 결제도 없는 이 사이트란 곳은 초반의 인상과는 달리 엄청나게 큰 규모의 변태성이 가득한 장소임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된 나였다.
세희 일보다 별의별 사진들을 먼저 클릭하며 찾아보던 난 이곳에서 이뤄지는 초대남이나 쓰리섬, 갱뱅이란 낯선 단어들에 놀라 검색까지 하며 뜻을 파악하기에 나섰고, 그나마 익숙한 스와핑은 여기선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 이곳에 소속된 세희란 여자도 단순히 노출증 환자가 아니란 말인가?.....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여...여보세요?”
[저에요. 그렇게 와서 미안해서.. 굿 나이트 인사하려고요.]
“...네.”
[....왜..목소리가 안 좋아요?]
“아닙니다.”
[혹시.. 실망했어요?]
“실망이라뇨?”
[...그냥요.]
“아니에요.”
[....]
“그런 거 아니에요. 피곤해서 그래요.”
[죄송해요.]
“죄송은요. 이만 주무세요. 저도 자야죠.”
[네........]
“...”
[저..저기요.]
“예?”
[혹시..... 이번 주 일요일 저녁에 약속 있으세요?]
“...아뇨.”
[그럼..]
“예. 연락주세요.”
전화를 끊고 아까 기억해뒀던 세희란 여자의 아이디인 ‘노출악녀’의 사진을 사이트에서 아예 처음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적나라하게 벗어재끼진 않았지만 그 수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과감해졌고 파격적인 변신이 뚜렷이 보이는 사진들의 변화에 마우스의 클릭 질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완전한 나신으로 보지를 다 드러낸 상태에서도 스타킹을 신고 있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포즈나 클로즈업되는 신체의 부위가 대범해지고 파격적인 모습임은 어느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난 댓글들까지 관찰하듯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봤고, 그녀가 왜 야외노출까지도 감행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그 댓글들에 의해서 엿볼 수 있었다.
사람의 욕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걸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댓글들의 향연에 어느새 사이트 속의 노출악녀도 선명히 물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 유두를 살짝 가린 가슴과 몸에 달라붙은 옷들만을 올리던 사진은 급속히 발전해 수영복과도 같은 팬티만을 남기고 사진에 나타났었고, 댓글들의 쇄도하는 요구에 결국 그 마지막 팬티마저도 벗어 젓겨 완벽한 알몸으로 수줍게 나타난 어색한 포즈를 취하더니 그 모습도 곧 익숙해진 듯 가랑이를 벌리고 깨끗한 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최근의 사진엔 의도된 연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턱과 입술까지 노출시켜 표정을 더해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다는 걸 확인하며 그녀의 완전한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려 봤다.
우월감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를 그녀의 모습과 그리고 잘 알지는 못해도 직장 및 나이, 본명까지도 알고 있는 나였기에 수없이 댓글을 달아 호감을 사려 하는 남자들에게서 우월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자만심에서 나온 우월감은 당연히 길게 가질 못했다.
이 사이트가 어떤 곳인 질 더 자세히 알게 될수록 처음이었다는 그녀의 말이 진실성이 내제되어 있는 질 고민하게 되었고 난잡하기까지 한 여러 남자들의 품에 안긴 여자들의 사진을 접할수록 회의적인 감정이 커져갔다.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잘 왜 다른 남자와 함께 공유를 하는 것인지.. 혹시나 사랑이라는 잘 싸여진 포장지로 덮어 버리곤 단순히 정당하게 바람을 피우기 위한 핑계는 아닌지 의심까지 갔다.
[띠리리~]
“여보세요.”
또 핸드폰이 울린다.
조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걸려온 번호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전화를 받는다.
[제가.. 무슨 잘 못 했어요?]
“..아니요.”
[그런데.. 왜?...]
“뭐가요?”
[화.. 나신 거 맞죠?]
“화가 날게 뭐가 있습니까?”
[...]
“피곤해서 그런 겁니다. 세희씨도 피곤할 텐데 이만 주무세요.”
[.....네... 주무세요.]
“.........잠깐만요.”
[네?]
“오늘도 사진.. 올리셨나요?”
[오늘은 현강씨가 찍었잖아요..]
“아..”
[무슨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도 되요?”
[네..알고 싶어요.]
“이런 댓글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세요?”
[댓글이요?]
“아까 봤던 사이트에 가입했습니다. 사진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봤고요.”
[...]
“점잖은 댓글도 있지만,, 저질스럽다 못해 아예 창녀 취급하는 댓글들도 많은데.. 아까 말씀하셨던 대로 이런 걸로 흥분해서 자우..ㅣ.......흥분하시는 건가요?”
[그게.. 현강씨한테 중요한가요? 아니.. 제 일이잖아요. 그것 때문에 화난 것처럼 전화를 그렇게 끊으신 거예요?]
한 텀을 쉬고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온 세희의 더 가라앉은 듯 쳐진 목소리인데도 내 귀엔 더 잘 들리는 듯 했다.
세희의 말이 백번 맞았다.
사실상 난 관전자일 뿐이었고, 이제 막 고용된 보디가드일 뿐이었다.
세희의 입장에서 보면 주제넘은 참견이었고 주제넘은 감정 이입일 뿐일지도 몰랐다.
“그냥.. 궁금해서요.”
[제가 그런 여자라면요.. 절 창녀 취급하고 걸레처럼 짓밟는 댓글에도 흥분하는 여자라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현강씨도 절 마음대로 하고 싶으신 건가요? 욕정을 느끼면 제가 어떻든 그냥 치마 벗기고 삽....입부터 할.. 그럴 건가요? ]
“아니요..”
[그럼요?]
“......”
[역시...]
“.....”
[현강씨도 똑같군요.... 뚜~~~~~~~~~~]
통화 종결음을 뒤로하고 찹찹한 마음을 다잡게 된다.
한번 즐기고 말 여자로 여기기엔 세희는 너무도 매력적이었고 단 두 번의 만남에 난 이미 그녀의 마력에 빠져버렸다. 더 이상 이 여자와 엮이기엔 난 너무 평범했고, 결과가 뻔해 보였기에 그렇게 끊어진 핸드폰을 책상위에 내려놓고 컴퓨터를 끄게 된다.
“너 소라라고 아냐?”
“풋!~..켁켁.. 무..뭐?”
“몰라?”
“그걸 왜 몰라 새끼야. 소라 아오이를 모르는 남자 새끼도 있냐?”
“그 소라 말고 새끼야.”
“그럼?”
“있잖아.. 상상 그 이상의 머시기..”
“...갑자기 생뚱맞게 거긴 왜?”
“알아? 몰라?”
“안다. 넌 몰랐냐?”
“난 이번에 알게 됐네..”
“큭큭.. 거기 졸라 재밌어. 한번 빠지면 한동안 손을 놓질 못하지...고럼~”
“오래 된 곳이냐?”
“응. 고전이라고 해야 되나? 큭큭.”
“너도.. 초대남인가 뭔가 하는 거 가봤냐?”
“미친놈.. 그거 다 쑈야. 정말 그런 게 있겠냐? 그냥 자작으로 글 올리고 사진 올리는 거지.”
“후기라고 올라온 사진 보면 진짜 같던데..”
“뭐.. 가끔 있긴한거 같은데.. 나도 소실 적에 졸라 쪽지 보내봤는데 단 한 번도 이뤄진 적 없더라.”
“....그래?”
“갑자기 왜 그런 걸 묻냐?...너!!”
“...?”
“혹시 갔다 왔냐? 진짜야??!! 야! 말해봐! 진짜로?”
“아니야.”
“아니긴.. 야! 우리가 어떤 사이냐! 불알친구 아니냐! 불알친구! 나도 진짜 해보고 싶다고!!”
“미친놈.. 그냥 신기해서 물어본 거야.”
“씹새야! 내가 너랑 몇 년 친군데 구라냐!. 불알친구가 구멍친구가 되는 거고 구멍친구가 샌드위치 친구가 되는 거 아니냐고!.”
“...너 이런 놈이었냐?”
“뭘 빼고 그래? 소라까지 들먹인 놈이 누군데.. 아 씹새야! 진짜 나도 같이 좀 놀자고!!”
타고난 말 빨로 여자 친구가 끊이질 않던 천하의 난봉꾼 같은 놈이 애원까지 하는 친구 놈의 모습에 헛기침 같은 한숨 섞인 웃음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야아~~ 좋은 건 나눠먹는게 친구 아이가!!!”
“헛소리 하고 자빠졌네.. 니 여친이나 나눠 드세요! 새끼야........ 근데.. 거기 나오는 여자들 말이야..“
“에휴... 뭐!?”
“자기 사진 찍어서 올리는 여자들 말이야.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진들 올리는 걸까?”
“무슨 생각은 무슨 생각이야. 즐기고 싶은 거지.. 남자 친구랑 졸라 하다가 빠굴의 참맛을 깨닫고는 다른 놈 것도 맛보고 싶어진 거거나, 솔로 된지 얼마 안돼서 남자 품이 그리워 꼬시려고 사진 올린 거 아니겠냐?”
“그렇지?”
“그럼 뭐가 있겠냐. 솔직히..”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링~~]
“여보세요?”
그녀로부터 이 주 만에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누구야?”
“쉿!”
“쉿?? 누군데?!”
“여보세요?.. 여보세요!!”
[청량리역인데.. 지금 와 주실 수 있어요?]
그녀의 가라앉은 목소린 울먹였는지 심하게 젖어있었다.
[현강씨.. 지금 좀.. 와주세요.]
친구를 버리고 청량리역에 도착해 핸드폰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의 얘기대로 백화점에 있는 구석진 주차장으로 그녀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다가 어둠을 더 짙게 머금고 있는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은 동그란 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번들거리는 하이힐의 반짝임만이 작은 빛을 바라며 무릎을 세워 고개를 그 무릎에 파묻고 있는 여자의 형체는 분명 세희였다.
“괜찮아요?”
“..”
심하게 구멍 난 스타킹과..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긴 머릿결과 허벅지에 의해 짓눌린 유방이 고스란히 스타킹만 신고 있는 알몸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난 양복 상의를 벗어 그녀를 감싸줬고, 일으켜 세우려는데 그녀가 내 얼굴에 안심을 한 듯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 않아 버렸다.
‘철퍼덕.’
“철퍼덕??”
“....”
그녀의 스타킹은 완전히 젖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도 익숙한 비릿한 냄새가 내 코에 느껴졌다.
“흑..으앙~~~”
--계속--
요즘 일이 많아 행복하기도, 힘들기도 합니다.
중/하가 될지 곧바로 하가 될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시간 나는대로 적어 올리겠습니다.
모두 복받으시고 행복하세요.
중 - 공존
“좀 진정이 되세요?”
“....네.”
“옷은...”
“제 차에... 있어요.”
나와 세희는 여전히 주차장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빠지며 동시에 괄약근까지 풀어버린건지 내 앞에서 소변을 보게 된 이 상황이 보지를 훤히 드러냈던 그 순간보다 훨씬 창피한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질 않았기에 그녀와 함께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만 더 계세요..”
“예?”
“그런데 차는 어디 있어요?”
“저기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요.”
“키 주세요. 차번호가 뭐에요? 차종은?”
“bmv...5432이요.”
“....네.”
세희를 혼자 남겨두는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난 쇼핑부터 계획하게 된다. 내 말에 당황한 표정의 세희가 날 붙잡으려 했지만 그보다 더 빨리 뛰어간 나였다.
난 2층의 여성복 매장에서 식겁스럽고 황당한 가격표를 확인하곤 혀를 차게 되었다.
내 사각 팬티만한 스커트 하나가 공이 6개가 넘는 숫자가 적혀 있었고, 런닝셔츠만큼이나 후질 근해 보이는 블라우스도 공이 6개나 붙어 있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난 폭탄 세일이란 흰색으로 적힌 작은 간판을 발견하곤 그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뭐가 폭탄세일인지 모를 4~5만원이라는 가격에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이것보다 싼 걸 찾아 돌아다닐 자신도 없었기에 화려한 백화점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판대위에 놓여있는 바지를 집어 들었다. 막상 집어 든 바지가 레깅스란 낯선 물건이란 걸 알게 된 건 그 크기 때문이었다.
이게 4만원의 가치가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점원의 이상한 눈빛에 난 주저하길 포기하곤 계산을 했고, 서둘러 그곳을 도망 나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녀의 차를 찾긴 쉬웠다.
여성 전용 주차공간에 주차된 흰색 BMV 앞에서 무선 키를 누르자 경쾌한 소리를 내며 라이트가 번쩍였다.
‘끼~~익’
“세희..씨??”
“...”
“세희씨.”
“여기 있어요.”
처음에 숨어 있던 구석이 아닌 비상구 계단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잠시 두리번거려 인기척을 확인하곤 쏜살같이 뒷좌석으로 달려와 올라탔다. 결국 운전은 내 몫이 돼 버렸다.
룸미러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이미 심하게 찢어진 스타킹은 벗어버린 듯 내 양복 재킷만을 걸친 채 불안한 듯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고만 있었다.
“이거라도 입어요.”
“네??....고..마워요.”
난 무심한 듯 손을 뒤로 옮겨 조수석에 올려놨던 작은 흰색 물건을 그녀에게 건넸고 그녀는 그 레깅스를 들고는 차밖이 아닌 날 빤히 쳐다봤고, 역시나 난 무심한 표정으로 운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어둔 조명 안에서도 뒷좌석에서 옆으로 누워 레깅스를 입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섹시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기에 내 훔쳐보기는 멈출 수가 없었다.
“사..고 나요.”
“네?....”
“....정말.. 고마워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그게..”
“무슨 일인데요?”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는 그녀의 표정엔 방금 전의 일이 다시 떠올랐는지 크게 놀란 사람처럼 사색 빛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기에 난 안심부터 시키려 화제를 바꾸려 말을 돌렸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
“무슨 일 인진 모르겠지만 저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게.. 최소한 보디가드로 생각을 한번 이상은 했다는 게 되잖아요.”
“누가....”
“아니에요? 절 보고 안심해선 오줌까지 지려놓고는..”
“현강씨!!!”
“깜짝이야.”
“무..무섭고 옷을 다 뺏겨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뺏겨요? 누구한테요?”
“그....”
그녀의 얼굴이 다시 사색이 되어버렸다.
“휴... 집이 어디에요? 모셔다 드릴게요.”
“예?? 집이요”
“예,”
“제 오피스텔이요?”
“그럼 제 집으로 가실래요?”
“...”
“집이 어디신데요?”
“우선.. 현강씨 집으로 가요.. 전..그리고 운전해서 집에 갈게요.”
“....그러시던가.”
“...”
“.....”
“무슨 남자가.. 그리 잘 삐쳐요?”
“누가 삐졌다고 그럽니까? 진짜 오랜만에 불알친구랑 술 한 잔 하던 것도 다 젖혀두고 왔구먼..”
“..미안해요.”
“됐습니다.. 별일은 없었던 거죠?”
“.....네.”
“그...놈인지 년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인간 하고는 상종을 하지 마세요.”
“,,,”
“그럼 여기서 내릴게요. 집에 가세요.”
“네??”
“어차피 저희 집에 갔다가 오피로 운전해서 가신다면서요. 그럼 여기서부터 운전해서 가시라고요. 번거롭게 제 집까지 가지 마시고요.”
“....”
“그럼 전 이만..”
“내..내일 저녁에 시간 되세요?”
“예??”
“내일..”
“잠자는 시간 외에는 일만 한다면서요. 시간이 되요? 오늘 버리고 온 그 친구 놈하고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요,,”
“...”
“다음에 시간 나면 그때 뵙죠.”
“내일까지가.. 제 휴가에요.”
“휴가요?”
“...네.”
“그 친구 놈도 내일 모레에 내려가는데.. 직장이 울산이라 이사 간 지 오년이 넘었거든요.”
“.....어디서 만나요?”
“네?”
“어디서 만나시냐고요.”
“사거리 닭갈비집이요.”
“....갈비요?”
“네!”
“낮에는.. 일하시죠.”
“네!”
“저도 나갈래요.”
“갑자기 무슨...”
“그럼 들어가세요. 저.. 집에 가서 씻고 싶어요.”
“...”
날 강제로 내리게 한 세희는 문이 아닌 차안에서 운전석으로 옮겨 타 인사조차 없이 그대로 차를 운전해 떠나버렸다.
배은망덕도 이정도면 대역 죄인이 따로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기가 찬 나머지 멍한 표정으로 자리를 뜬 BMV의 꽁무니를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쳐다봤다.
허탈함까지 느껴지는 공허한 도로가에서 더 씁쓸함을 느끼며 황당함보다는 세희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화를 억지로 누르며 집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빈 택시의 밝혀진 탑등을 몇 개나 지나보내고 나서야 택시에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