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8/84)

“ 그건 계속 고민중이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갈 수도 없고... ”

“ 서울과 경기도 인근 농촌에 문 닫은 학교를 인수하는 건 어떤가요? 

주위의 토지도 좀 더 매입하고 인수해서 리모델링도 좀 하고...”

“ 예전 학교는 주로 산아래에 있으니 산을 같이 사면 큰 문제는 없잖아요. 

숲속의 정원 같은 캠퍼스를 만드는 거지요.”

“ 전원 기숙사 생활도 가능하게 하면 더 좋잖아요.”

“ 한울타리 재단의 운영자금은 하늘에서 마구 떨어지는 줄 아니? 적당한 땅이 그렇게 안 나타난다.”

수현과 수정의 대화를 듣던 부친 한기호가 말했다. 

“ 며칠전 육사 동기회에 나갔다가 들은 이야기인데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에 오래된 요양병원이 하나 있는데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것 같더라. 

군부대 근처라 사람들 접근이 별로라 땅값도 저렴하고......

요양병원과 그 주변 임야를 사면 가능할 듯 싶어 재단사무국장에게 알아보라고는 했다. 

아주 한적해서 시골마을이라더라.” 

“ 잘 되었네요. 요즘 학생들이 너무 도시 생활만 해서 정서가 메마른데....

군부대 근처면 어때요? 군인들 힘든것도 옆에서 직접 지켜 봐야 분단 현실이 실감나지요.”

“ 나도 그 생각이다. 다른 행정상의 걸림돌은 없더라. 

다행이 그 지역 군수가 대학교를 유치하는 걸 평소에 생각해 왔다니......”

얼마 후 정산대학교 제 2 캠퍼스 부지는 매입하고 오래 되어 칙칙한 요양병원만 덩그라니 있던 그 터엔 건물과 조형물, 조경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나이 든 노인들만 있던 시골 마을의 군부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대한방송. 오후 뉴스를 준비중인 장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 누나 저녁에 시간 괜찮지?”

“ 그래 오늘은 일찍 마쳐. 무슨 일 있니?”

“ 그럼 퇴근하고 6시에 30분에 전에 만났던 레스토랑에서 만나. 

의원님 모시고 내가 그리로 갈 테니...”

“ 알았다. 나중에 보자.”

장미가 퇴근 후 장성과 약속한 레스토랑에 들어서다가 눈이 크게 떠졌다.

창가 자리에 동생과 함께 세 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한수현과 쌍둥이 보좌관들이었다. 

식당 안은 이미 북새통이었다.

세미인들과 같이 사진을 찍자는 학생들부터 사인을 해 달라는 아이들, 악수를 청하는 어른들까지 한차례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장미가 한참을 그 장면을 바라 보다가 그리로 걸음을 옮겼다.

“ 안녕하세요? 장성이 누나 백장미입니다.”

“ 아, 어서 오세요. 한수현입니다. 이 쪽은 제 보좌관들인 이희주, 희경이고요.”

“ 동생을 맡겨 놓고 한 번 인사도 못 드리고....”

“ 별말씀을요. 동생분 덕에 우리 사무실이 환해졌어요. 

여의도 보좌관들 중 가장 젊고 미남자라서요. 

제가 고마워해야지요. 업무 능력도 탁월해요.”

일행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 저녁을 마쳤다. 

디저트로 나온 커피를 들면서 수현이 말을 꺼냈다.

“ 이렇게 찾아 온 건 다름이 아니라 백장성비서에게 들으니 선친께서 사기로 부도를 냈다고 들어서요. 

그걸 나름대로 알아 봤거든요.”

“ 그랬군요. 중국으로 도주했다길래 저희들은 포기했어요.”

“ 제가 나름대로 중국측 관계자를 통해 추적해서 얼마 전에 잡았어요. 

며칠 전에 국내 송환되었고요. 

경찰 수사에서 장미씨 선친에게 사기 친 그 돈 묻어 둔 장소도 알아내서....돈을 찾았어요.”

“ 예? 그게 정말인가요? ”

“ 그럼요. 며칠 있으면 경찰에서 연락 올 거예요. 

그 사기꾼이 그 동안 중국 도피 자금으로 일부는 써 버려서 나머지 부분만 유가족들이 찾을 수 있을 거랍니다.”

“ 상속재산이니 법에 따라 그 돈으로 선친이 남긴 은행빚 갚고도 3,40억 정도는 아마 남을 듯 합니다. 

그 소식 알려 드리려고 뵙자고 한 거예요.”

“ 감사합니다. 

어머니 병원비도 그렇고 동생 취직도 고마운 일인데 아버지 문제까지....해결해 주시다니...” 

“ 별말씀을요. 국록을 먹는 입장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남을 돕는거랍니다. 남을 해치는 것이 가장 추한 것이고요.”

“ 동생이 아까 아무런 언질이 없어서....”

“ 누나. 아까는 나도 얼덜떨해서 제대로 얘기도 못하겠더라. 

그래서 그냥 서로 인사도 나누고 저녁도 먹자고 내가 의원님에게 부탁드린거야.”

“ 누나도 참 미인이시군요. 시댁에 들렀더니 칭찬이 자자했어요. 

향후 대한방송의 대표주자로 키울 거라고 기대가 대단하더군요.”

“ 과찬의 말씀을요.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 오늘 즐거웠어요. 우리 종종 만나요”

“ 알겠습니다. 의원님.”

수현 일행이 자리에서 떠나자 장미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자신이 모셔야 할 주인님을 이렇게 처음으로 만나다니....

“ 누나 뭐해? 우리 의원님한테 반한 거야?”

“ 으응, 그래. 반했다 왜?”

“ 그건 곤란한데.....나도 반했는데 누나까지 그럼 남매끼리 전쟁난다.”

“ 진짜 꿈만 같다. 이렇게 해결이 되다니....”

“ 그러게. 의원님은 내가 비서되고 난 후 아버지 일 알아봤다고 했지만 그게 아니야. 

희주 보좌관님 얘기 들으니 고참이 보냈던 메일 받고 몇 년 동안 계속 이 일을 계속 알아 봤대. 

그래서 그 사기꾼 잡은 것이지”

“ 하긴 중국이 얼마나 넓은데 그렇게 짧은 시일에 쉽게 잡힐까 의아심은 가졌다.”

“ 우리 남매에게 부담감 주기 싫어 일부러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한거야.”

“ 돌아 가신 아버지가 누나하고 나한테 귀인을 보낸 건지도...”

장성의 말을 들으며 장미의 머릿속에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이 수현의 개가 되어 네발로 기는 장면이......

그 장면 속 장미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고 즐거워 보였다.. 

‘ 주인님 나의 주인님.’

희주가 모는 차량 안. 

“ 뭔 생각을 그렇게 해.”

“ 아, 희경님. 백장미요...”

“ 그래 이름처럼 참 이쁘더라. 

같은 여자가 봐도 설레는데 남자들은 아주 넘어가겠더라.”

“ 대한방송사에서는 아주 난리래요. 

백장미를 바라 보는 남자들이 주위에 아예 진을 친다고.....

성격도 아주 싹싹하고 업무 능력도 탁월하고요.”

“ 남매가 아주 씩씩해 다행이다. 그런 힘든 일을 겪고도....”

“ 그런데 백장미 어디서 본 듯 해서 ...그걸 생각했어요. 분명 안면이 있는데...”

혜림의 품에서 낮잠이 든 수현이 기분 좋게 눈을 떴다. 

언제 보아도 좋은 혜림의 화려하고 단정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수현은 반한 듯 한참을 쳐다 보았다.

“ 그만 쳐다봐라. 얼굴 뚫어지겠다. ”

“ 주인님 깨셨어요? ”

“ 네 년이 그렇게 열심히 쏘아 보는데 어찌 잠을 자겠나? ”

“ 아 죄송해요. 주인님 보고 있으면 너무 좋아서 그만....”

“ 네 년도 병이다. 누가 보면 죽고 못사는 서방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 모르지요 전생에 주인님이 하늘같은 제 서방님이었는지도요.”

“ 발을 핥아라.”

“ 감사합니다. 천한 똥개에게 귀한 풋워십을 허락해 주셔서요.”

수현이 정성을 들여 게걸스럽게 혜림의 하얀 발을 핥았다.

한참 후 둘은 샤워를 하고 간단히 늦은 점심을 먹었다.

“ 보건복지부 장관 말이다. 아무래도 청문회 통과 어렵겠지?”

“ 청와대 고집도 참 ...웬만해야 여당에서 편들지요. 

어디서 그런 말귀도 못알아듣는 덜떨어진 비리 투성이 사이비 교수 나부랭이를 후보라고 내려 보내니....”

“ 그러게 말이다. 말려도 안듣더라. 대선때 나름 역할을 한 공신이라 보은해야한다면서.

여당의 청문회 의원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니....일단 중도사퇴쪽으로 건의를 했다.”

“ 잘하셨어요.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야당에게 공격거리 만들어 주느라 참 욕보시더군요.”

“ 그래서 말이다. 다음 후보 물색해 보라길래......한수정 교수를 단수 후보로 올렸다.”

“ 예? 언니를요. 갑자기...왜...”

“ 갑자기는 아니다.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꼽은 최고의 우선순위 후보다. 

의사고 대학교수고 무엇보다 한울타리 재단 상임이사로 보건복지쪽 능력이 출중하다고......

업무상 만나본 고위 공무원이나 간부들도 다들 엄지손가락을 들더라.”

“ 언니는 지금도 정신없이 바쁠텐데....과연 가능할까요?

이미 저하고 오빠가 정치판에 들어와 있어 남들 눈에도 모양새가....”

“ 그런 건 있지. 

네 년은 선거로 진입했고 오빠는 배째라 사건의 피해자로 보상성격도 있어 덜하지만 언니는 그런 게 없으니. 

게다가 언니는 이강국 중수부장이 남편이니 남들 눈총이 더하겠지....”

“ 그런 걸 감수할 만큼 적임자가 없는가요?”

“ 그래. 청와대 인사 검증 해 보면 1차 기준인 청렴도나 도덕성에서 대부분 걸려든다. 

2차 경력이나 능력까지 고려하면 대부분 거의 낙제점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이 나라 지식층이나 기득권이 썩은 것이다.”

“ 걱정이군요. 그럼 언니 카드를 밀어붙이겠군요.”

“ 청와대도 야당에 발목 잡힐 후보는 부담스럽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네 년 덕에 여당이 압승했으니 세인들의 그 정도 시샘들은 감수해야지. 

언니에게 조만간 연락 갈 것 같더라. 미리 마음의 준비 하고 있으라고 전해라.”

“ 언니도 올케도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기는 해요. 

그런데 워낙 우리 집안에 대해 질시를 하는 쪽도 있어서...”

“ 정면돌파해야지. 여론도 잘 살펴가면서.... 

그리고 네 년의 두 번째 개는 희주에게 정보를 보냈으니 알아서 거두어라.”

“ 화란만큼 말 잘 들어야 할 텐데....”

“ 말 잘 들을거다. 이미 네 년 팬이니...”

“ 그런가요? 어떨지 아주 궁금해요.”

수현을 바라 보는 혜림의 눈빛이 복잡해진다.

' 내가 점점 한수현에게 주인이 아닌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을 전혀 모르는구나.' 

정산대학교 교정. 장성이 운전한 차량에서 수현과 희주 자매가 내렸다. 

장성이 온 뒤로 희주 자매와 수현은 장성 앞에서는 상호 존대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 캠퍼스는 언제나 좋아. 이십대로 돌아가는 기분이니”

“ 애 엄마 염장 질러요? 세 분은 아직 이십대 맞잖아요. 누가 보면 삼십대로 오해하겠네.”

“ 그렇네요. 하도 여의도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니 잠깐씩 헷갈려요.”

“ 직업병이군요. 장성 비서는 아직 실감이 안 나겠지만....”

“ 저기 학생식당에 가서 점심 드세요 전 언니하고 교수 식당에서 같이 먹을테니까... ”

“ 우리만 가면 밥 주나요? 학생도 교직원도 아닌데...”

“ 염려 마세요. 세 분 학교에서 은근 유명하거든요. ”

“ 저리로 가요. 밥 안 주면 의원님 팔면 되지요.”

수현이 교수 식당에 들어가자 수정이 화란과 같이 앉아 얘기를 하고 있었다.

“ 오랜만이네요. 화란 교수님.”

“ 한의원님 오신다고 해서 한교수님과 같이 점심 먹자고 했습니다.”

“ 그래 어쩐 일이냐? 바쁜데 학교까지...”

“ 언니도 참, 나도 정산대학교 등기이사거든. 이사가 학교에도 한 번씩 들러야지”

“ 아이고 그러세요. 개교기념일 행사에도 안 오던 사람이 누구더라...”

“ 그 땐 임시국회 일정과 겹쳐서 그런 것이고....”

세명이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 올케 언니는? ”

“ 아, 지금 외출 중이야. 철학 저서 출판 문제로...”

“ 인문학 책이 잘 안팔리지. 특히 철학은....”

“ 그래. 이번에 장교수가 현대인들을 위한 철학을 준비했어. 

정치를 비롯한 다방면의 다양한 케이스를 먼저 제시하고 그 문제에서 겪는 심리상태를 

동서양의 철학으로 설명하는 건데...아주 흥미롭더라” 

“ 언니 연구는? 그 면역 체계 연구 오래되었잖아? ”

“ 아직 멀었어. 이제 겨우 중간 단계 논문 발표했는데....”

“ 그럼 그건 좀 천천히 하고....언니 입각 준비해야겠어” 

“ 갑자기 뭔 입각? 누가 또 그만두는데?....”

“ 지금 청문회 중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곧 사퇴할 거야. 그 자리에 언니가 아마 후보로 지명되지 싶어.”

“ 엄마 말씀처럼 우리 집안이 다 해 먹는다는 소리 나올라. 난 사양할란다.”

“ 왜? 언니 보건복지부에서도 장관 후보로 최적임자로 민다던데....”

“ 그래요 한교수님. 때론 세상의 질시나 시샘을 무시해야 할 때도 있어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그런 편견을 깨부수는 것도 용기예요.”

“ 이교수님 말씀이 맞아. 

언니가 그런 편견이나 질시를 이겨 내고 더 나은 정책으로 모두에게 인정받으면 그게 오히려 나은 거야. 

그래야 올케도 그런 기회를 잡을 수도 있고...” 

“ 그건 그렇다만....재단 일도 그렇고...좀 생각을 해 보자. 

언제까지 결정을 하면 되는거니? ”

“ 재단 일은 제2 캠퍼스 공사말고는 급한 건 이제 정리되었잖아. 

한 이틀 정도 후면 아마 후보자로 지명하겠단 연락 갈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 언니.”

“ 그것 때문에 일부러 온 거니.?”

“ 겸사 겸사. 이교수님도 볼 겸해서....”

수현의 말을 들은 화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화란의 교수실.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화란이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었다.

“ 대낮에 교수실에서 네 년 보니 새롭네. 몸매가 아주 예술이야.”

“ 감사합니다. 주인님.”

“ 잘 관리해라. 네 년 잘난 몸뚱아리는 누구 건지 잘 알지.?”

“ 주인님의 소유물입니다. ”

“ 그래, 이거 받아라. 로얄 비누다.”

“ 이 귀한 것을....천한 개년에게...”

“ 비너스님이 쌍둥이 낳았다고 보내주신거다. 

자주 보내 주시니 네년에게도 나눠주마”

“ 비너스님께서 주인님을 눈여겨 보신다는 것이 소문만은 아니었군요. 

로얄비누는 로얄레벨에서도 직계만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 이번엔 쌍둥이 몫으로 많이 보내 오셨다. 

그건 그렇고 네 년이 야당의 중진인 하성호 의원 후원한다며? ”

“ 예 큰오빠 친구인데 우리집안과 오랜 인연이 있어서 후원한 지 오래 됩니다.”

“ 잘되었다. 하성호 의원과 통화 한 번 해라. 

야당에서 한수정 교수 장관 후보로 밀어주는게 어떻냐고 넌지시 언급해 봐라. 

네 년 지인들 중 한포럼 멤버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하면 무슨 소리인지 알 거다.”

“ 한수정 교수의 입각을 야당에서 반대하면 앞으로 한포럼 멤버들의 야당행은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겠지요.”

“ 그래, 특정인에 대한 출신 성분이 반대 사유가 된다면.....

나와 관련된 사람들은 앞으로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지니까....

그걸 이번 기회에 바로 잡자는 것이다.” 

“ 알겠습니다. 그럼 전 언제나 한사모나 한포럼에 가입할 수 있을지...”

“ 당분간 그대로 지내라. 천천히 해도 된다. 

천억비너스 몸매 보고 있으니 좋으네.”

“ 주인님도 참. 주인님 몸매가 더 좋아요. 

출산 후에는 더 윤기가 흐르는게 제가 모실 때마다 스킨십 하면 아주 미칠 것 같습니다.” 

“ 그러냐? 빈말이라도 듣기 좋구나. 

안 그래도 조만간 누구 하나 거둬야 하는데 워낙 인물이 좋더구나. 사내라면 모두 반할만큼.....”

“ 백장미 말씀이군요.장미 거두더라도 저를 외면하지는 말아 주세요. 주인님...."

" 말 잘 듣는 개는 언제나 귀여움 받는다.걱정마라.”

야당 당사. 중진 회의.

“ 그러니까 하성호 의원 말은 한수정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우리가 밀어주자 이겁니까? ”

“ 그렇습니다. 이미 청와대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 그렇게 되면 그 집안이 당정청에 모두 있는....

여당에 한수현, 청와대에 한수인, 정부에는 한수정....

거기다가 한수정의 남편은 중수부장이니.....”

“ 너무 독식한다고 우려나 비판이 쏟아질 수도 있습니다.”

“ 청와대도 그런 문제로 막판까지 고민했는데.....밀어부칠 것 같답니다. 

인사 정보 심사 결과 특급이랍니다.”

“ 이미 보건복지부에서도 한수정이 오는 게 제일 낫다로 내부 결론이 난 상태고.....

자질 안 되는 다른 인물 오면 내부 통솔도 힘든 분위기랍니다.”

“ 한수현의원의 언니라는 이유로 한수정을 반대하면.....

앞으로 한수현이 조직한 21한포럼 인사들은 우리당과는 점점 멀어질 겁니다.”

“ 거 참, 인물로만 본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는데.....한포럼 인사들 영입도 고려하면 더더욱...”

“ 후보자로 지명되면 우리당도 환영의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최적의 적임자라면서요.”

“ 적임자인 건 사실이잖아요. 언론도 별 다른 비판을 못할 겁니다. 

한수현이나 한수인은 배우자가 보수 언론 집안이고 사학재단이라 그거라도 잡고 비판할 건덕지라도 있지....”

“ 그러게요. 한교수의 남편인 중수부장 이강국이 강원도 태백 탄광촌 광부의 큰아들이라는 건 이미 국민들 상식이니.....

한수정 교수는 그런 가난한 집안의 맏며느리 노릇에 잘 난 오빠와 여동생 사이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내색도 못하고....”

“ 어린 시동생들, 시누이 모두 대학교 공부 다 시켰다고 하더군요. 

그러느라고 겨우 2,3년 전에 아파트 대출금 다 갚았고요. 

시동생 둘은 신혼집이 워낙 좁아서 한교수 친정 별채에서 생활했다고 하더군요. ” 

“ 거기다 정산대학교 교수하면서 한울타리 재단의 실질적인 운영을 하고 있잖아요. 

올케인 장인영 교수도 같이 하지만 장교수는 친정인 성산여대에도 신경 쓰느라 사실상 한수정교수가 책임자인 셈이니...”

“ 그럼 우리당은 별다른 이의 제기 없는 걸로 공식 논평 냅시다. 

청문회에서도 억지 트집 잡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검증하고요.”

“ 이리저리 알아 봤는데 트집 잡을 것도 없답니다. 

누가 봐도 보건복지부의 수장으로 적임자랍니다.” 

얼마 후 한수정은 고위 공직자 후보에 대한 국회의 청문회 사상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장미가 퇴근 후 상기된 표정으로 차를 몰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몇 달을 가슴 조리며 기다리던 주인의 호출. 

경기도 양평의 별장으로 가는 장미의 가슴은 마구 뛰었다. 

불타는 금요일을 기대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장미는 수현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무너지듯 끓어 앉았다.

“ 천한 개년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 그래. 오래 기다리게 했구나.”

“ 아닙니다. 개년은 주인이 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숙명입니다.”

“ 벗거라. 네 년 주인앞이니 마음껏 본성에 충실해도 된다.”

“ 감사합니다. 주인님.”

장미의 티하나 없는 황홀한 알몸이 드러나고 네 발로 엎드린 자세가 되자 수현이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며 개목줄을 채웠다. 

장미의 화사한 얼굴은 기쁨에 달아 오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부드럽지만 강인한 분, 이 백장미의 자랑스런 주인님...’

수현이 잡아 끄는대로 기어가는 장미의 보지엔 어느새 맑은이슬이 흘러내렸다.

다음날 아침. 

새벽같이 잠을 깬 장미는 조심스레 수현의 품을 벗어나 샤워를 하고 부엌에 나가 가벼운 아침 식사를 준비하였다. 

두볼엔 홍조를 띠며 요리를 하는 장미의 모습은 새색시가 신랑을 위하는 것 같았다.

‘ 화란 언니 말이 맞았어. 열사내보다 낫다더니.... 지난 밤엔 정말...’

식탁에 놓인 음식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장미는 침실로 들어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침대위의 수현의 발을 핥았다.

“ 잘 잤느냐? 불편하진 않았고.....”

“ 예 주인님.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깊은 잠을 이루었습니다.”

“ 다행이구나. 골든 준비하거라.”

“ 감사합니다. 주인님”

장미가 입을 벌리고 자리를 잡자 수현이 두 다리를 벌리더니 아침 방뇨를 시작했다. 

장미는 한방울이라도 흘릴새라 열심히 받아 마셨다. 

수현이 그런 장미를 보더니 중간에 두 번 정도 멈췄다가 다시 방뇨를 하였다.

“ 천한 개년에게 성수를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 씻고 나올테니 같이 식사를 하도록 하자.”

수현과 장미가 아침 식사를 마친 이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수현을 바라보는 장미의 표정은 애틋하기만 했다.

“ 그렇게 좋으냐? 얼굴 닳아 없어지겠다.” 

“ 너무 행복합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

“ 혹 사내가 필요하면 말하거라. 아님 네 년이 연애를 하든지...”

“ 그런 거 필요없습니다. 전 주인님만 있으면....” 

“ 화란하고 같은 말을 하는구나. 둘이 서로 아는 사이 맞지? ”

“ 예 주인님. 미국에서 같이 교육 받았습니다.”

“ 그래. 백장성 비서 일도 그렇고 네 년은 아마 나와 인연이 깊은 모양이구나. 

네 년 자료 보고 알았다. 

전에 식당에서 처음 봤을 때 안면이 있다고 느낀 게 맞더구나. 

펨돔여왕이 있던 페티시업소....”

“ 예 거기서 일했습니다. 그 다음엔 텐프로 술집이라고 불리는 엘프라는 곳에서....”

“ 다 안다. 그 동안 고생이 참 많았더구나. 이거 받거라” 

“ 이게 뭡니까? ”

“ 양도성 예금증서다. 30억이다.”

“ 이렇게 큰 돈을 왜....주시는지? ”

“ 시어머님에게 들었다. 네 년이 앞으로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 예 주인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 그럴려면 주위에 능력 있고 믿을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그게 앞으로 네년의 가장 크나 큰 힘이 된다. 

시간을 두고 남모르게 선행도 베풀고 해야 하고....거기에 필요한 자금이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지원할테니 한 번 해 보거라.”

“ 주인님...저도 돈은 쓸만큼....있습니다.” 

“ 네 년 정도면 방송계에 있으려면 많은 유혹이 따를 것이다. 

졸부들이나 권력 있는 것들의 스폰서 제안도 받을 것이고... 

그럴 여지를 아예 없애려고 이 돈을 주는 것이다.”

“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주인님”

“ 흔들리면 그 순간 네 년은 내게서 버림 받는다. 

혹 네 년의 과거 일로 못된 짓을 하려는 인간이 있으면 내게 말해야 한다.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미국에 있을 때도 화란에게 어려운 사정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화란이 아주 섭섭해 하더라.” 

“ 아버지 그렇게 되고 세상이 어떻다는 걸 실감했거든요. 

친척도 친구도 모두 등돌리고....사귀던 남자도 떠나 갔고....

그래서 화란 언니에게도 아무말 안했어요.”

“ 앞으로 나한테는 말해야 한다. 

네년에게 생기는 어려운 일들을 도와 줄 그 정도의 능력은 되니까.....

방송계에도 네 년 인맥을 만들어 가거라.”

“ 주인님도 돈이 많이 필요하실텐데....한울타리, 한포럼을 이끌고 유지하시려면...”

“ 염려 말거라. 우리 집안이 돈방석을 창고에 쌓아 놓고 금송아지를 방방마다 키우고 사는 집 아니냐? 

그런 집 막내딸이다. 시댁도 못 사는 편은 아니라 남편 돈도 다 내 돈처럼 쓴다.” 

“ 회장님 말씀으로는 쌍둥이 분유 살 돈도 없어 할머니가 키우신다고....”

“ 분유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야지. 손자 재롱 보는 댓가로...”

“ 그럼 전 주인님에게 재롱 피우는 댓가로 이 돈 받겠습니다.”

“ 그래. 네 년은 아주 이쁜 짓 많이 하거라. 조금 있다 가평으로 가자. 

우리 비서관들은 어제 나를 여기 내려 놓고 모두 가평으로 갔다. 

장성 비서도 거기서 자고 지금쯤 농사일 한다고 바쁠거다. 

오늘은 변호사 삼총사도 화란과 같이 오기로 했으니 너도 같이 가서 인사도 하고....

이젠 모두 한식구다.”

“ 주인님 은혜가 하늘 같습니다.”

수현이 장미와 가평에 도착하니 다른 일행들은 모두 열심히 농사일을 하는 중이었다.

수현이 장미를 아이들에게 인사시키자 모두들 눈이 둥그레졌다. 

말로만 듣던 아나운서를 직접 보는 아이들은 신기해 하고 장미의 뛰어난 외모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장미가 사다준 학용품을 들고는 모두들 기뻐하며 난리들이었다. 

곧 있으니 점심 시간에 맞춰 어른들도 들에서 돌아왔다.

“ 수현씨 이제 왔어요? ”

“ 모두들 수고가 많아요. 화란 교수가 제일 힘들어보이네요.”

“ 어휴, 말도 마세요. 그림 그리는 게 훨씬 쉬워요. ”

“ 장성 비서는 할 만해요?”

“ 그럼요 아프리카에서도 몇 년을 버텼는데요.....까딱 없어요. 누나 이제 왔어? ”

“ 그래, 장성아. 표정보니 할만한가 보다.”

오누이들의 얘기 끝에 박신부와 유보살이 천천히 걸어왔다. 

“ 장미야, 인사드려. 박신부님과 유보살님이셔.”

“ 처음 뵙겠습니다. 백장미입니다.”

“ 오 어서 와요. 듣던대로 아주 아름다운 아가씨네요.”

“ 그러게. 백비서가 누나 자랑 할 만 하구만.”

“ 제가 언제요.신부님도 참....” 

“ 인석아. 어제밤에 그랬잖아. 남 주기 아까운 누나라고...”

“ 그거야 당연하지요. 사내들의 시커먼 속을 보면....”

“ 그럼 너도 장가 못 가겠다. 시커먼 속이니...오누이끼리 살래? ”

박신부와 장성의 얘기를 들으며 일행은 한바탕 웃었다. 

이젠 제법 농사일에 익숙한 농부 티가 나는 변호사 삼총사들과 장미의 인사를 끝으로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 

막걸리를 곁들인 왁자지껄한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나서 모두들 시원한 그늘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때 화란이 장미를 데리고 뒷산을 산책했다. 

“ 어제밤 주인님 모셨니? ”

“ 응. 어제가 첫날밤이었어. 영원히 잊지 못할....”

“ 말투나 얼굴색 보니 좋았나 보다.”

“ 언니 말이 맞았어. 사내 열보다 훨씬 좋았어...아주 황홀했어.”

“ 그럼 주인님으로 계속 모실거니? 너도 한편으로는 사내 주인 원했잖아? ”

“ 내가 언제....난 주인님만 바라 보고 살 거야. 사내는 필요없어.”

“ 방송국에 근무하면 유혹도 많을텐데....”

“ 남자라면 나도 겪을만큼 겪어봤어. 페티시클럽, 텐프로에서.....

주인님을 능가할 사내를 만난다는 건 그것도 유부남이 아닌 사내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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