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화 (45/84)

네명이 앉아 희주가 자판기에서 뽑아 온 캔커피를 들고 난 후 수현이 물었다.

“ 언니, 새언니 무슨 일이예요? ”

“ 아가씨가 여긴 어쩐 일로....희주.희경 보좌관까지...”

“ 변호사 삼총사들과 근방에 약속이 있어서요. 시간이 남아 갤러리에 잠깐 들렀어요.”

“ 그랬군요. 우린 학교 업무 때문에 왔어요.”

“ 그게 무슨....그 화가가 학교랑 무슨 관계가....”

“ 수현아. 우리가 인수한 정산대학교가 예능 쪽이 좀 약해. 미술쪽은 더더욱 약해서.... 

미리내 이를 교수로 초빙하려고 온 거야. 

올케네 친정의 성산여대도 출장교수로 초빙할 수 있으면 좋다고 해서 같이 온 거고....”

“ 그랬군요. 근데 아까 그 무례한 장면은 뭔가요? ”

“ 봤구나...원래 예술하는 사람들 중에 괴짜가 좀 있다고 이해하렴....별거 아니야.”

“ 두 분이 누구라는 걸 그 쪽이 전혀 모르는 건가요?‘

“ 아니 알기는 아는데....평소 성격이 좀 괴팍하고 안하무인이라더구나...”

“ 미국 생활 그만 두고 한국에 정착한다고 소문 나서 대학에서 스카웃 제의가 많다 보니 더하겠지. 

오늘 하는 걸 보니 이미 갈 곳을 정해 놓고 우리를 만난듯한 느낌도 들고....”

“ 꼭 필요한 사람인가요?”

“ 미술계에선 골든주라고 봐야지. 향후 몇 년은 한국 화단의 중심일 듯 하고...”

“ 이렇게 방학에도 쉬지 못하고 학교 일에 애쓰는 줄 몰랐어요. 남아 도는 게 교수라고 들어서요.”

“ 학과마다 편차가 심해. 입으로 강의만 하는 학과야 교수가 남아 도는게 사실이지.”

“ 제가 한 번 알아 볼게요.”

“ 너무 신경 쓸 거 없다. 나라 일도 바쁠텐데....보궐 선거 유세도 해야 한다면서? ”

“ 그거야 늘 하던 일이잖아요....”

수정과 인영이 돌아 가자 희주가 물었다.

“ 어쩔 생각이야? ”

“ 뭘 어째요? 개는 개처럼 다뤄야지요...지금 몇 시예요?”

“ 6시 10분전....”

“ 근데 아직도 그 년은 코빼기도 안 보여요. 조형물 앞을 계속 지켜 보고 있는데....”

“ 그렇네. 저 년 어떻게 교육 받은 거야? 10분 전에는 주인 마중 나와야 하는데...”

“ 제정신이 아닌 거지요. 여기 저기서 마구 치켜 주며 스카웃 제의하니...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망각하고.....

오늘은 주인과의 약속도 잊어 먹었어요.”

둘이서 얘기를 하던 중 희경이 돌아왔다. 

희경이 갤러리에 있는 조직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상세히 전해 들은 바는 수현의 예상대로였다.

수정과 인영이 사흘 연속 약속을 정하고 찾아왔지만 첫날은 명함만 받고 돌려 보내고 

이튿날은 다른 손님과 얘기 중이라며 돌려 보내고 오늘도 한시간 넘게 기다리게 한 후 만나서 그런 모욕을 안겨 준 것이었다. 

정작 그 시간 미리내 이는 관장실에서 느긋하게 놀고 있었다고 희경이 말하자 수현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시간은 벌써 6시 30분이었다. 

수현이 희주 자매에게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가자고 독촉했고 희주가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오는 새 

수현은 희경과 조형물 앞에서 몇 분을 더 기다렸지만 그림자도 접근하지 않았다. 

수현이 갤러리 직원을 불러 봉투를 하나 주더니 관장실에 갖다 주라고 했다. 

가슴에 달려 있던 하이힐 모양의 브로치를 떼더니 줄에 걸어 조형물에 걸쳐 놓았다.

그리고는 전화를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들려 오는 소리.

“ 예 미리내 이입니다. 주인님”

“ 지금 어디냐? ”

“ 약속 장소입니다 주인님.”

“ 그래? 오래 기다렸겠구나. 곧 분수대앞 조형물 앞으로 가마”

수현이 전화를 끊고 차에 오르고 창문을 열고 내다 보자 갤러리의 문이 열리며 미리내 이가 허겁지겁 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곤 비상등을 켠 차량 앞으로 다가왔다. 

희경이 그런 미리내 이를 쳐다 보더니 고개짓으로 수현이 걸어 놓은 브로치를 보라고 하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미리내 이가 조형물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 보았다. 

버림 받은 교만한 개의 처량한 모습이었다. 

첫 만남에서 자신의 주인에게 거짓말까지 한 개에게 온정을 베풀 주인은 없었다. 

“ 희주님, 희경님. 오늘 일 그대로 보고 하세요.”

“ 그럼 저 년은 폐기되거나 매장되거나.....심할 경우 죽을수도....”

“ 최종 결론은 제 의견을 듣고 내리잖아요. 두 분은 일단 동행한 참관자 자격으로 보고해 주세요...”

“ 그러지. 인수 거부의 이유는 교육 불량, 가장 큰 문제점은 예의 없음과 거짓말로 하지...”

“ 저 년 교육한 조교사에게도 불이익이 가지요? ”

“ 그럼, 감찰팀에서 내려가 사정 없이 물고를 내지. 다시는 겪기 싫은 고통의 시간이 기다릴 걸....”

“ 제 의견의 마지막 제출 시한이 72시간 삼일이지요? ” 

“ 그래, 그 사흘이 저 년에게는 죽음보다 괴로운 시간이 될 걸....”

“ 어쩔 셈이냐? 그대로 인수 거부 하면....”

“ 글쎄요. 일단 좀 생각해 보고요. 그 문제는 그만 잊고 삼총사 만나러 가요. 오늘은 제가 쏠게요.”

미리내 이는 떨리는 손으로 하이힐 모양의 브로치를 집어 들었다.

브로치 아래에는 한 장의 메모장이 놓여 있었다. 아주 곱게 쓴 여자의 글씨였다.

“ 교만에 목이 굳은, 입으로 거짓을 말하는, 예의도 모르는 개는 누가 거둘까?”

그 때 갤러리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 아까 다크 사파이어 한 분이 다녀갔습니다. 조직에는 아마 주인이 아닌 동행한 참관인들이 현장보고를 올릴 모양입니다.”

“ 그럼.....주인님은 언제 보고를....” 

“ 사흘이내입니다. 그 기간안에 보고를 하지 않아도 미리내님은 인수거부대상이 됩니다. ” 

“ 알고 있어. 주인에게 인수거부되면 재교육이 가장 양호한 조치고.....

대부분은 용도폐기나 사회적 매장, 죽음이 기다리지. 내가 미쳤었나 봐. 오늘 뭔 짓을 한 거야.”

“ 왜 그런 실수를.....”

“ 그러게. 다크사파이어 레벨을 둘이나 비서로 거느린 로얄에서도 주시하는 골든 레벨의 아름다운 여주인님이라길래 난 복받았구나 했는데..... 

지난 며칠 각 대학교 스카웃 제의 받으니 넋이 나갔나 봐. 아까 여교수 두 분에게 한 무례한 짓을 주인님께서 보지는 않았겠지? ”

“ 유감스럽게도 다 보셨답니다. 

그걸 보고 다크 사파이어 한 분은 교수님 두 분을 모시고 나갔고 다른 한 분은 저한테 와서 상황 파악 해 갔으니까요.”

“ 그럼 난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 없다고 봐야 하는건가? 

미리내 이 아니 이화란의 삶은 이렇게 끝나는건가? ”

“ 일단 주인님의 선처를 기다려야지요. ”

“ 전화를 드릴까? ”

“ 그건 금지된 일입니다. 

주인이 전화를 하면 받을 의무만 있을 뿐....먼저 찾아가지도 못합니다. ”

“ 알고 있어. 하지만 어떻게 사흘을 이렇게 기다려. 지옥같은 시간일 텐데....”

“ 그게 잘못한 개가 감수할 숙명의 형벌입니다.” 

“ 여기 주인님 메모를 봐. 용서를 하실까? ”

“ 일단 cctv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단서가 있잖습니까? 

차량도 보았고 그 하이힐 모양의 브로치를 단 분이 누군지부터 알아 내고 사흘간 할 건 다 해봐야 합니다.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잖습니까? ”

“ 그래. 할 건 다 해보고 나서 관용을 기대해 보는 게 낫겠지.”

미리내 이가 자신의 생사를 건 cctv확인 작업을 하는 동안 수현 일행은 야외에서 변호사삼총사와 여름밤의 집단데이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참관인 보고를 한 희주와 희경이도 그런 수현의 내심을 알겠다는 듯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날 늦은 아침. 간밤에 늦게 잠이 든 수현의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브런치를 준비중이던 지훈이 전화기를 들고 발신자를 확인했다.

“ 예 처형 접니다. 아직 자고 있어요...미리내요? 예, 일어나면 전화 드리라고 전할게요....”

“ 지훈씨 누구야?”

“ 깼어요? 처형인데 급한 일이라고.....”

“ 그래? 개년이 급하긴 급했나 보군....”

“ 무슨 일 있었나요? ”

“ 별일 아냐. 제 무덤 파는 버릇 없는 개년이 하나 있어. 주제도 모르고....”

“ 일어나세요. 꿀물 한 잔 하고...브런치 들어요.”

“ 그래 지훈씨 고마워.”

둘이서 식탁에 앉아 가벼운 브런치를 하고 있을 때 전화가 또 울렸다.

“ 새언니, 아침부터....”

“ 아가씨. 어제 뭔 일 있었어요?”

“ 아뇨. 무슨 일이라도....”

“ 그게.....좀 전에 미리내 이가 전화가 왔어요. 큰아가씨하고도 얘기 되었다고 하더군요. 

아주 정중하게 어제 일 사과하고 직접 만나 학교일 상의하자고....”

“ 그런데 그걸 왜 제게 알려요? ”

“ 미리내 이가 아가씨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고 꼭 전해 달래요.직접 만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면서요....”

“ 어제 잘못이 뒤늦게 후회된 모양이지요...”

“ 아가씨가 중간에서 뭔 일을 한 듯 한데요...어제와는 태도가 너무 달라서요”

“ 아니예요. 학교 일은 언니와 의논해 같이 상의하세요.”

수현이 전화를 끊고는 지훈에게 어제 일을 대략 언급했다.

지훈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 한순간 미친 모양이네요. 그런 뻔한 거짓말까지 생각없이 하다니....”

“ 그래. 그래서 아예 반쯤 죽여 놓고 받아줄 지 여부를 결정하려고....”

“ 안 받아 주면 아마 조직에서 죽일 겁니다. 재교육 대상이 되기도 힘든 정도네요.”

“ 그렇겠지? 나도 어젠 너무 어이가 없더라고....”

“ 아마 남은 시간동안 결사적으로 매달릴 겁니다. 

직접 전화도 못하고 찾아 오지도 못하니.... 처형과 처남댁에게 무릎이라도 꿇을 겁니다.”

“ 자기 주인이 나라는 걸 알았으면 알아서 기겠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정보가 수두룩하게 나오니....”

“ 주인이 가장 원하는 걸 하려면 ...자기 가진 것 다 포기하겠지요. 사회적 기부가 다음 수순이겠군요....”

“ 아마도....그 거짓말 하는 잔머리로 암만 생각해 봐야 다른 수가 없잖아요.”

브런치를 겸한 식사 후 수현이 국회 사무실로 나갔다. 

희주 자매와 얘기 도중 뉴스 속보가 흘러 나왔다. 

“ 그 동안 국내 대학 미술계의 스카웃 대상 1호이던 미리내 이가 마침내 강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정산대학교측은 다음 학기부터 미리내 이 화백이 현대미술 강좌를 맡게 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타대학의 출장 강의는 성산여대 한 곳만으로 한정한다고 합니다. 이로써 예능계가 취약한 정산대학교측의.....”

뉴스를 보던 희주 자매도 그냥 쓴웃음을 지었다. 

“ cctv가 저 년 살렸구만. 어제 밤에 cctv 보고 대책 마련한다고 얼마나 피가 말랐을까?

좋지도 않은 대가리 굴리느라 힘들었겠다.”

“ 그러게 말이다. 내일 모레 또 뉴스 나올걸. 

자신이 몸담을 대학교 한울타리재단 취지에 따라 재산 기부하고 재능도 기부한다고 할 거다...”

희주 자매의 말을 듣는 수현은 빙그레 웃으며 한마디 하였다. 

“ 설마 그렇기야 하겠어요? ” 

“ 못된 개는 원래 매맞고 개목줄 차고 처마에서 비도 맞는 법이지.”

“ 거기다가 자기 밥그릇도 다 뺏기고...저 년이 딱 그 짝이네....멍청한 년..”

“ 나중에 방학되면 가평에도 보내야겠어요. 애들 미술 교육 좀 시키게요...”

“ 그거 좋은 생각이다. 시골이라 변변한 학원도 없는데...”

수현의 말에 희주 자매는 고개를 끄떡였다.

다음 날, 미리내 이가 방송에 등장했다. 

훌륭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되어 고맙다는 것과 자기가 가진 전체 현금재산을 대학재단측에 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강단에 등장하는 초임 교수 미리내 이 아니 이화란의 신선한 발언은 방학중임에도 대학가에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화란은 미칠 것 같았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주인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cctv를 확인하여 주인이 수현임을 알게 된 화란은 용서를 받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였다. 

수정과 인영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오직 주인의 발밑에서 기는 것만을 생각했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자신을 잘못 길들인 죄로 스티븐은 이미 사흘째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하루 서너 시간만 자면서 

감찰팀에서 보낸 억센 흑인들에게 매를 맞고 있었다. 

화란은 그런 스티븐을 보며 목이 메었다. 자신이 어린아들을 버리고 이혼을 하면서까지 사랑한 남자였었다. 

그런 그가 자신 때문에 죽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용서 받지 못하면 곧 저렇게 죽을 운명이라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개는 자살도 못하는 존재임을 자살을 하게 되면 남은 가족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화란은 잘 알고 있었다.

‘ 아, 주인님. 제발 한번만 용서를....’

이제 화란에게 남은 시간은 한시간이었다. 

그 시간안에 수현이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거나 인수 거부 의향을 밝히면 밖에서 대기 중인 조직원이 곧 저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이다. 

그 때 화란의 전화가 울렸다.

“ 예. 저를 받아 주신다고 보고를 하셨다고요? 감사합니다.”

저승 문 앞에서 살아난 심정으로 전화를 끊은 화란은 자신도 모르게 멀리 보이는 국회를 바라 보며 꿇어 앉았다.

“ 주인님 이 은혜 잊지 않고 앞으로 절대 충성을 복종을 다하겠습니다.”

화란의 눈에서 감격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제국 호텔. 옥상 레스토랑. 야경이 훤히 보이는 룸에서 화란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몸매를 드러내는 원피스와 섹시한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모습은 발군이었다. 

몸에 걸친 귀금속과 장신구들도 세련된 멋을 풍기고 있었다.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수현이었다. 

화란은 수현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 일어나거라. 오늘은 늦지 않았네.”

“ 앞으로는 그런 일 절대 없을 것입니다.”

“ 믿어보지. 그리고 사석에서는 한의원이라고 불러라.”

“ 예 한의원님 ”

화란은 수현의 맞은 편에 앉아 조심스럽게 자신이 모실 주인님을 살폈다.

그런 화란을 보며 수현은 싱긋이 웃었다.

“ 왜? 생각보다 못생겼으면 버리고 도망이라도 가려고...”

“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너무 좋아서요.이렇게 아름다운 분을 모시게 되어...”

“ 뭐가 좋아? 네 년 가진 재산 모두 바치고 애걸복걸하게 만들었는데...”

“ 그거야 제가 잘못했고 자진해서 한 일이잖아요. 돈 같은 건 제게 별 의미 없습니다.”

“ 그래도 불만이 있을텐데....”

“ 만약에 의원님께서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그랬다면.....그리고 의원님이 매우 가난했다면....

못된 주인이 재산 갈취하는구나 했겠지만....”

“ 그게 아니었다 이건가?”

“ 의원님 집안이 실질적으로 한국 최고 갑부라는 걸 알아요. 

현역 최연소 기부 천사 의원이시고 세비도 모두 지역구의 어려운 노인들과 아동들에게 후원하는 것도요. 

그런 분의 개라면 당연히 주인의 뜻에 따르는 것이 도리라고 봅니다. 

오히려 주인님 덕분에 제가 화려한 강단 데뷔가 되어 첫수업도 하기 전 대학가의 명물이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 지금이라도 내 개가 되기 싫다면 원하는대로 해 주마. 

네 년은 좆 큰 사내에게 환장해 아들도 버리고 이혼한 년 아니냐? 

좆 큰 사내를 주인으로 모시는 것이 좋을텐데...내가 그리 해 주마.”

“ 이혼은 전남편과 정략 결혼이라 너무 애정 없는 결혼 생활에 지쳐서 그런 것입니다. 

아들이 눈에 밟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해 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전 이미 한의원님의 개입니다. 

주인님들께서는 사내 좆이야 얼마든지 필요하면 구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 그래도 사내 좆 필요 없다는 말은 안하네. 조직에 좆 큰 사내야 많지 특히 조교사들 중엔...

교육과정에서 조교사들에게 충분히 길들여졌으니....성욕은 더하겠지? ” 

“ 개보지 달린 암캐년의 숙명이지요. 주인님께서 잘 콘트롤 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 그래. 나도 보지 달린 동물이니 이해는 하지.자, 오늘은 첫만남이니 아주 맛있는 저녁을 먹자.”

수현은 화란과 저녁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그러니까 교육 과정에서 밤이 되면 너무 심심해 대학때 전공이던 그림을 그린 것이 미국 화단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건가? ”

“ 예, 저도 깜짝 놀랐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돈많은 부자집 외동딸이 취미 삼아 재능도 없는 미술대학 왔다고 비아냥만 들었었거든요...

그래서 학생땐 실기보다 이론 위주로 공부했었고요.”

“ 학생때는 그런 비아냥을 받으니 자신도 모르게 주눅 든 것도 있었을 테지. 

교육 과정에서 잠재된 재능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니....

네 년이 그런 케이스인 모양이로구나. 그래, 대학 교수 노릇은 제대로 할 것 같으냐? ” 

“ 이론이야 워낙에 학창 시절에 다 정립해 놓았었고 이번에 다시 공부해서 자신 있어요.

실기도 이젠 자신 있게 하니 학생들 눈높이 정도는 될 듯 합니다.”

“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다른 대학 교수,학생들이 청강이나 도강을 올 정도로 명강의를 하는 실기능력도 탁월한 교수가 되어야 한다. 

명심해라. 난 명품개를 갖고 싶은 것이지 어중이떠중이 들개는 안 키운다.”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인님 마음에 들도록 죽을 힘을 다하겠습니다.”

“ 그래, 정산대학교와 성산여대의 미술학과가 약하다고 들었다. 

네 년 능력으로 한 번 최고학과로 만들어 봐라. 어려운 일 있으면 한수정 교수와 장인영 교수에게 말하고....”

“ 두 분이 절 동생처럼 잘 대해 주세요. 

주인님과 관계를 묻길래 그냥 제가 평소에 존경하던 분이라고 그래서 그 분의 집안에서 운영하는 학교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 잘했다. 그 날 갤러리에서 네 년 하던 짓거리는 어느 누구를 상대로도 다시는 하지 마라.

주인의 얼굴에 먹칠 하는 일이다.“

“ 예 명심하겠습니다.”

“ 네 년도 알겠지만 나도 주인님을 모시고 있다. 

그 분 앞에서 난 언제나 절대 복종과 진실만을 얘기한다. 

그 분이 내게 죽으라고 하면 이유도 묻지 않고 난 그냥 죽을 것이다. 

나도 네게 그런 정도의 주인이 되고 싶다.”

“ 주인님이 모시는 그 분은 조직에서 전설로 불리더군요. 

로얄의 10년 사랑을 뿌리치고 자신의 사랑을 쫓아 스스로 개가 된 보기 드문 천재에다 최고의 미모를 소유한 탁월한 능력자라고요.

그런 분이 후계자로 택한 주인님을 모시게 되어 전 크나큰 행운입니다.”

“ 개년 아부는 잘하는구나. 기회가 되면 내가 모시는 분을 뵙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 그리고 이것....받아주세요. 갤러리 조형물에 걸어 놓고 가신 브로치입니다. ”

“ 고맙게 받으마. 아주 잘 만들었더구나.”

“ 주인님은 하이힐로 잔인하게 뱀을 짓밟는 것이지요. 그 뱀은 저고요. 언제나 뱀처럼 땅바닥을 기는 천한 개로 주인님을 섬기겠습니다.”

“ 그러기를 기대하마. 잘못하면 사정없이 매질이 기다린다는 점 잊지마라.

오늘은 특별히 첫날이니 네 년 소원 하나는 들어주마. 말해 보거라.” 

“ 오늘 밤 모시고 싶습니다. 주인님..”

“ 알았다. 내가 나가고 10분 후에 오너라. 이 호텔 2009호실이다.”

“ 감사합니다. 주인님.” 

2009호실. 화란이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 

수현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란은 재빨리 하이힐을 벗고는 무릎을 꿇고 기어가기 시작했다.

수현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자 하이힐을 신은 발이 그대로 화란의 머리를 밟아 눌렀다. 

뾰족한 힐굽이 파고들며 머리가 아파왔다. 

“ 짖어라. 이 방이 떠나가도록...”

“ 멍멍멍 멍멍멍 멍멍멍”

“ 네 년 존재를 말해봐라.”

“ 전 한수현 주인님께서 키우는 비천한 개입니다.절대 복종과 순종만이 있는 더러운 천박한 개일 뿐입니다.”

“ 하지 못하는 일은...?”

“ 없습니다. 무엇이든 복종할 겁니다.”

“ 수캐나 수퇘지 좆 빨라고 하면?....”

“ 절대 복종합니다. 제 용도는 주인님이 정하시는 것입니다.”

“ 옷벗고 기본자세 취하거라.”

“ 예 주인님.”

화란이 일어나 옷을 벗고 기본 자세를 취했다. 

네 발로 엎드려 주인을 향해 자신의 구멍들을 모두 내보이는 자세. 

어느새 화란의 개보지에는 주인의 손길에 대한 기대감에 씹물이 흘러 내렸다.

수현은 그런 화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혜림이 보는 자신의 모습도 아마 저럴것이라 생각하니 혜림이 더욱 그리워졌다. 

“ 좋은 몸을 가졌구나. 글래머형이라 스팽질 할 맛이 나겠는데...”

“ 감사합니다. 주인님이 원하시는대로...하흑...”

“ 개년, 벌써 발정나면 어쩌라고 그러냐? 오늘 밤은 유난히 길 것 같은데...”

수현이 말을 끝내고는 탁자위의 개목줄을 들고 화란의 목을 채워갔다. 

부드럽고 따뜻한 수현의 손길에 화란의 가슴이 벅차 올랐다.

“ 마차 교육까지 받았다니....어디 한 번 타볼까? 얼마나 튼튼한지...” 

수현이 화란의 등에 올라타 개목줄을 끌어 당기며 엉덩이를 후려 갈기자 화란은 네발로 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의 첫날밤은 깊어 가고 있었다. 

이른 아침. 수현이 눈을 뜨자 침대 아래 바닥엔 화란이 개목줄을 한 채 손발을 오무리고 쪼그리고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온 몸엔 채찍 자욱과 손바닥 자욱이었다. 개보지와 똥구멍에 씹물이 말라 붙어 있었다. 

지난 밤 수현은 화란을 마음껏 학대했다. 

채찍으로 개보지를 후려 갈겨 종국엔 씹물이 오줌처럼 흘러 나오게 만들었고 거대한 딜도로 똥구멍을 너덜하게 만든 것은 물론 

화란의 개보지엔 자신의 손을 이용한 피스팅으로 자궁안마까지 하여 화란을 미치게 만들었다. 

쾌락의 극치에 이른 화란이 눈을 뒤집으며 목이 굳어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수현은 화란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시켜 주었다. 

수현이 화장실로 걸어 가자 어느새 눈을 뜬 화란이 따라 기어왔다. 

“ 주인님.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

“ 그래. 네 년도 잘 잤느냐? ” 

“ 예 주인님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되었습니다. 아주 황홀했습니다.”

“ 그래? 사내 좆보다 낫더냐? ”

“ 물론입니다. 앞으로 전 주인님만 보고 살 겁니다.”

“ 그럼 다행이고....골든 준비하거라.”

“ 예 주인님.” 

화란이 화장실 바닥에 개처럼 네 발로 누워 쳐다 보자 수현이 그 자리에 선 채로 방뇨를 시작했다. 

그런 수현의 오줌을 화란은 생명수처럼 기쁘게 받아 마셨다. 

단 하루밤만에 화란은 이미 수현에게 절대 굴종하는 충성스런 개가 되어 있었다.

‘ 아 주인님, 이런 분의 개라면 얼마든지....미천한 내 생명조차도...’ 

대한일보 사옥 회장실. 

국장급 이상 주요 간부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 회장님. 대성공입니다. 신문사 방송사 순환 근무 직원 모집에 엄청나게 몰려 들고 있습니다. 

2년 순환제라고 공지했는데 예년보다 훨씬 나은 인재들이 마구 몰려 옵니다.”

“ 그렇습니다. 방송과 신문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칸막이를 없앤 획기적이고 오랜 관행을 타파한 거라고 호평 일색입니다.”

“ 해외 유학파들이 더욱 순환근무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회장님 아이디어가 정말 대박 친 겁니다.”

간부들의 찬사에 윤정인 회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지원자들 자기 소개서 보니 한수현 의원을 언급한 경우가 많더군요. 

한의원을 롤모델로 하고 싶다며 그 시댁의 신문 방송사에서 사회 생활을 하고 싶다고 .....”

“ 대학생을 비롯한 한사모 회원들도 많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이미 정치적 아이콘이더군요..”

“ 이번 보궐선거가 기대됩니다. 과연 어찌될런지...”

윤정인 회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이번 순환 근무제 모집 아이디어는 한수현의원이 낸 겁니다. 

특히 아나운서, 기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선호할 거라고 하면서요.”

“ 그랬군요. 회장님 며느리 정말 대단합니다.”

“ 몸이 두 개라도 바쁜 와중에 언제 시댁의 일까지....챙기는지...”

“ 이젠 잘 뽑아 잘 교육 시키세요. 솔직히 우리 회사 기자들이나 아나운서들이 타사에 비해 낫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 

우리 며느리가 그런 꼴 용납 못한답니다. 특히 생방송 중 국제부기자들이 외국인과 인터뷰 하면서 통역 대동하는 건 꼴불견이라고 하더군요.”

“ 그건 맞지요. 한의원이나 그 보좌관들처럼 몇 개의 외국어는 못하더라도 명색이 국제부 기자인데 외국어를 그렇게 못하면 문제지요.”

“ 염려 마십시오. 이번엔 미모에 재능에 성품까지 두루 갖춘 인재들 수두룩합니다. ”

간부들의 말을 들으며 윤정인은 생각에 잠겼다. 

며칠 전 신문사에 잠깐 들린 막내 지훈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며느리는 정치보다는 육아와 살림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정인의 말에 지훈이 웃으며 자신은 최초의 대통령의 부군이 되고 싶다고 농담삼아 한 말이 떠올랐다.

‘ 그래 어쩌면 가능할지도....이미 정치적 영향력은 대선 주자들을 능가하니....’

널찍한 침대 위에 수현은 개처럼 엎드려 있었다. 

목에는 개목줄을 차고 입에는 개뼈다귀 모양의 개그를 문 수현의 등뒤에는 시커먼 수캐가 헐떡거리며 좆질을 하고 있었다.

팔등신의 늘씬한 몸매는 쾌락에 젖어 달아 올랐고 개보지에는 쉴 새 없이 씹물이 흘러 내렸다. 

수캐 벤이 수현의 옆구리를 앞발로 움켜 쥐고는 수현의 엉덩이 사이로 쉴 새 없이 피스톤질을 하자 수현은 이미 몇 번이나 절정에 까무러쳤다.

그런 수현의 눈은 침대를 모두 비추는 커다란 거울을 보고 있었다. 

자신이 개와 교미하는 것을 보며 헐떡이는 것이 수현의 또 다른 성향이 된지도 한참 되었다.

개뼈다귀를 문 수현의 입에서는 침이 흘러 내렸고 두 눈은 이미 풀려 열락으로 가득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며 수현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나는 개야. 수캐의 좆질에 환장하는 좆물을 받으며 기뻐하는 난 벤의 ......암캐야.’

벤은 이제 몸을 돌려 엉덩이를 맞대는 체위로 수현을 잡아 끌었다. 

수캐가 야합하며 암캐를 끌고 다니다 사정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 벤과 교미를 할 때 늘 있는 일이었다. 

수현은 그렇게 수캐에게 교미한 채 굴복하며 끌려 다니는 것이 좋았다. 

수캐의 강한 힘에 굴복하는 암컷의 모습은 언제나 행복한 느낌이었다. 

한참 후 벤이 사정을 하고 좆을 빼내자 수현은 그 좆을 물고 빨아 청소해 주었다. 

온 몸이 날아 가는 나른한 느낌에 한참을 숨을 고르고 누워 있었다. 

수현이 타이트한 여름용 투피스를 입고 의원실에 도착하자 희주가 다가왔다.

“ 야당 소식 들었어?”

“ 아뇨. 무슨 일이 있나요?”

“ 저 쪽에서 기어이 악수를 두나 봐. 정강무 전의원을 공천한다고....”

“ 뭐라고요? 그 배째라 사건때 민정수석을 공천해요. 뇌물 받고 감옥 갔다 온 사람을..” 

“ 지난 달에 복권 되었어.”

“ 아무리 그래도 미쳤군요. 지역구가 서울인데 야당이 그런 무리수를....”

“ 서울이 아니고....호남에서 출마한대...”

수현이 입술을 깨물며 뭔가를 생각했다. 

“ 호남이면 전남 광양이겠군요. 그 사람 고향이 거기라고 들었어요.”

“ 그래 맞아. 서울에서 출세한 3선 의원이 고향의 발전을 위해 금의환향 하는 것이지. 

뇌물은 정치를 하다 보니 불가피 했다고 변명 늘어 놓겠지...”

“ 우리당의 대응은요? ”

“ 마땅한 방법이 없어. 그 쪽은 워낙 야당의 텃밭이라....여당 후보로 나가길 모두 기피하는 판국이라...” 

“ 한포럼에서 적임자 한 번 알아봐 주세요. 그 쪽 연고자로요.”

“ 어쩌려고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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