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수현의 베이스 캠프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열흘 이상 제대로 쉬지도 자지도 못한 수현이 귀가하고 나서 욕실에서 나와 방안에서 쓰러진 것이었다.
수현 언니인 수정이 급히 조치를 하고 링갤을 놓은 뒤 숙면을 취하며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모두의 걱정이 늘어졌다.
희주는 비상 사태라 할 수 없이 유럽 순방중인 혜림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혜림이 짧게 한마디했다.
" 수현의 현재 상황을 사진,동영상으로 홈페이지에 올려라"
희주가 링갤을 맞고 정신 없이 잠 든 수현의 현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주위의 침울한 표정들도 같이 올렸다.
얼마 후 인터넷은 발칵 뒤집어졌다.
수현이 지쳐 쓰러진 사실이 일파만파 번져갔다.
여당은 비상이 걸렸고 야당은 쾌재를 불렀다.
수현은 다음 날 아침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변호사 삼총사들은 새벽부터 지역구인 영등포에 가서 선거를 지휘했다.
수정과 인영도 선거사무원들 먹거리를 가져가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남아 있는 희경과 희주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희주가 조용히 혜림에게 알리고 그 조치대로 했다고 하자 수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수현의 머리엔 혜림의 말이 떠올랐다. 쓸모 없는 개는 가차없이 버린다는 말.
그런 혜림 앞에서 자신은 죽을 힘을 다해 모시겠다고 했는데 벌써 쓰러진다는 건 주인에 대한 배신이었다.
억지로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기운을 차렸다.
그 때 희주가 전화를 가져와 수현에게 주었다. 혜림이었다.
수현이 무릎을 꿇고 전화를 받았다.
" 예 주인님. 접니다."
" 일어났구나. 많이 힘드냐? "
" 아닙니다 푹 자고 나서 이제 괜찮습니다."
" 그래? 다행이구나. 명심해라 똥개는 주인의 허락 없이는 아플 자유도 없다는 것을"
" 예 주인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 내 오른팔로 끝까지 살아 남아라. 내 발밑에서 오래도록 기고 싶다면. 죽을 힘을 다하거라 알겠냐? 똥개"
" 예 명심하겠습니다 주인님.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수현이 말했다.
" 영등포에 잠깐 들러 안심시킨 후 예정된 일정대로 움직여요."
" 괜찮겠어? 그 몸으로..."
" 한결 좋아졌어요. 더 이상 주인님 걱정 끼쳐 드릴 수는 없어요."
" 역시 똥개에게는 주인의 한마디가 효과 만점이구만.안 그래 ? 똥개"
" 맞습니다. 전 주인님의 똥개라 죽어도 명령을 수행해야 합니다 수도권 전승을 이뤄야 합니다."
" 혜림님이 멍청한 네 년을 애지중지하는 이유가 이거로구나. 그래 같이 해보자"
" 고맙습니다 희주님, 희경님 "
수현이 희주 자매와 선거사무소에 나타나자 선거 관계자들은 환성을 올렸다.
이미 방송 관계자들이 속보로 타전한 수현의 일거수일투족은 보궐선거의 핫이슈였다.
여론 조사 결과가 공표되지 못하는 일명 깜깜이 기간이 도래했다.
여야는 총력전으로 한여름 더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수현이 쓰러진 사실을 자작극이라는 야당의 억지주장도 나왔다.
수현은 참모들과 의논하여 그 동안의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므로서 야당의 자작극 논란을 일축시켰다.
수현의 홈피를 통해 방송에 알려진 일정은 한마디로 살인적이었다.
일정표를 본 후 건장한 청년이라도 그 정도로 혹사하면 쓰러진다는 의사들의 충고와 조언이 이어졌지만 수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걱정이 된 수현의 모친이 단골 한의사를 보내 와 아침 저녁으로 온 몸에 침과 뜸을 떠 가면서까지 수현은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곁에서 수현을 보는 지훈은 안스러운 마음에 수척해져 갔다.
다행히도 지역구에서는 변호사 삼총사들이 수현의 빈자리를 많이 메꿔 줬지만 다른 지역이 문제였다.
수현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수도권 전지역이 오차 범위의 대접전임을....
여야 지도부가 느끼는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고지를 앞둔 처절한 백병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선거전이었다.
선거 운동 종료 사흘전.
서울을 떠나 영남과 호남으로 지원 유세를 떠났다.
포항과 부산 그리고 광주와 전주, 군산으로 이어지는 먼 길이었다.
수현 진영에게는 오히려 다행인 것이 이동 시간 동안
수현이 차안에서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의사인 언니 수정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같이 동승하였다.
포항의 죽도 시장과 부산의 해운대에서 수현은 예상외의 환대를 받았다.
늘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지역의 선거에서 젊고 참신한 수현은 신선한 바람이었다.
억센 경상도 아지매들의 응원을 뒤로 하고 호남으로 향했다.
광주의 충장로, 전주의 한옥마을, 군산의 부두가에서도 수현은 당차고 소신 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수현의 부친이 신군부에 핍박 받은 사실을 아는 지역민들도 대놓고 함부로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한 번 더 이번 선거를 생각해 보는 표정들이 많았다.
그리고 도착한 충청의 유세장에서는 영등포 못지 않은 환호를 받았다.
지역의 출마자들은 그런 반응을 보고는 고무되는 표정이었다.
충청의 박빙의 승부가 조금씩 추가 기우는 것이 느껴졌다.
유성 온천에서 1박을 한 수현은 한결 몸이 회복되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36시간.
그 중 8시간을 충청에서 쏟아 붓고 서울로 돌아와 자신의 지역구를 향했다.
지역구 유세를 하고 당직자들을 격려하고는 선거사무소로 들어가 잠깐 눈을 부쳤다.
이젠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쏟아 부어야 할 시간이었다.
전 선거운동원들이 남은 24시간을 샅샅히 훝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달라고 한 수현이 인근 수도권으로 지원 유세를 떠났다.
그렇게 보름간의 필사적인 선거 기간이 끝나고 선거 운동을 종료를 알리는 자정이 되었을 때
수현은 옆에 있던 지훈의 품에 쓰러져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자신을 바라 보며 울먹거리는 지훈의 표정이 수현이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었다.
수현이 눈을 뜨자 걱정스러운 모습의 지훈이 보였다.
“ 일어났어요? 수현님”
“ 지금 몇시? ”
“ 오후 5시예요. 17시간을 계속 잔 거지요.”
“ 뭐라고? 깨우지 않고. 투표 마감 시간은요?”
“ 8시까지예요. 일어나 씻고 뭐 좀 먹고 투표하러 가요. 밖에 방송팀들 눈 빠지게 기다려요.”
“ 알았어요.잠시만요.”
수현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나오자 기다리던 방송팀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 한후보님, 몸은 괜찮습니까?”
“ 예 많이 잤더니 좋아졌어요.”
“ 선거에 대한 예상은요?‘
“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 기대합니다.”
“ 일부에서는 현실 정치를 무시한 공약이라는 ...”
“ 그렇지요. 현실 정치가 좋았다면 제가 뭐하러 정치한다고 나오겠어요?
그냥 많은 연봉 받으며 편하게 직장 생활 하지요...오늘은 이만해요 투표하고 좀 쉬고 싶어요.”
“수현씨 갑시다.”
지훈의 차를 타고 인근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수현이 선거사무소로 들어가 그 동안 수고한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투표 결과를 기다리던 도중 당직자들과 선거 기간 이용한 인근 식당에 들러 저녁을 마친 수현이 선거사무소에 앉아 조용히 선거 결과를 기다렸다.
8시 투표가 마감되는 시간. 뉴스 자막이 떴다.
예상의석수 한마음당 15석, 새민주당 3석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사무소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곧 이어 지역구별로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예상되는 최다 득표는 수현의 영등포 지역이었다.
그리고 영남과 호남은 예상대로 여야의 텃밭임을 확인해 주었다.
여당으로서는 그나마 호남에서 예상보다 많은 득표가 기대되는 것이 위안거리였다.
충청은 여당의 우세로 바뀌었고 수도권은 여당의 백중우세였다.
오차 범위내 선거 지역이 몇군데 되어 마지막까지 결과를 모른다는 소리에 수현의 안색이 바뀌고 고개가 숙여졌다.
‘그렇게 기를 쓰고 필사적으로 했는데도 몇군데는 장담을 하기 어렵다니.
나는 이대로 주인님에게 버림 받는 것인가? 아 주인님.’
옆에서 그런 수현을 보는 희주도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 혜림님 성격에 전승 못하면 아마 가차없이 버릴텐데....개년 불쌓해서 어쩌냐.’
그렇게 몇 시간의 피가 마르는 시간이 흘러갔다.
밤 11시를 넘어서자 16곳의 당선자가 확정되었다.
여당 13. 야당 3이었다.
남은 지역은 인천과 부천이었다.
전통적으로 야당의 강세 지역. 지방선거, 대선 모두 야당이 이긴 곳이었다.
두 곳의 치열한 개표는 초박빙이었다.
여당이 조금 앞서 가지만 살얼음판이었다.
12시가 넘어가 새로 2시로 접어들 시간 서서히 표차가 나며 당락이 갈렸다.
여당 후보의 승리였다.
불과 몇백표 차이로 여당이 보궐선거 사상 최초로 수도권과 중부권 전승을 한 것이었다.
수현의 핏기 없던 얼굴이 화색이 돌았다.
‘ 다행이다. 주인님 발 밑에서 다시 똥개처럼 길 수 있게 되어....주인님 뵙고 싶습니다.’
수현의 모습을 보던 희주는 나지막히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수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 축하해 똥개 69호. 개보지 젖어 들었냐?”
희주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수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승리의 함성과 함께 한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그 시각 유럽을 순방중인 혜림도 속보를 보고 있었다.
"한수현, 아니 똥개 69호 해냈구나.
앞으로 내가 네 년에게 어떤 개같은 아니 개보다 못한 일들을 요구할지 짐작도 못하겠지.
후후, 기대해도 좋아. 천박한 더러운 똥개.....
마르스님에게 맺힌 한까지 네 년에게 다 풀테니..."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선거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 중진들의 잇따른 정계 은퇴와 지도부 총사퇴, 비대위 구성이 숨쉴 틈도 없이 이루어졌다.
승리한 여당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선의원일수록 야당 지도부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새로 당선된 18명의 의원들이 방송이나 언론에 나와 자신의 포부를 밝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선거 내내 최대의 화제를 일으킨 수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현뿐 아니라 유명세를 탄 희주 자매, 변호사 삼총사들도 언론 노출을 기피했고
수현의 행방을 물어도 그저 지친 몸을 힐링하는 중이라고만 했다.
희주 자매는 지역구에서 선거 뒷마무리를 하고 틈틈이 국회에 들러 의원실 입주 준비를 하고 있었고
훈남 변호사 삼총사들도 로펌으로 복귀해 업무에 충실할 뿐 방송,언론의 요구에는 일체 응하지 않았다.
다만 로펌에는 훈남 삼총사들에게 사건을 의뢰하려는 의뢰인들이 부쩍 늘었다.
혜림이 차를 몰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늘씬한 몸에 더욱 어울리는 캐주럴 웨어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세련된 헤어스타일을 자랑하며
고급외제차를 모는 혜림의 모습은 패션잡지의 모델같았다.
혜림이 도착한 곳은 가평의 고아원이었다.
이미 안면이 있는 아이들과 박신부, 유보살의 환대를 받은 혜림은 가져 온 아이들 간식거리를 내려 놓고는 뒷산으로 향했다.
기와별장에 이른 혜림이 조용히 대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대문을 다시 잠궜다.
마루에 수현이 누워 있었다.
시원한 반바지, 반팔 차림을 하고 누워 있는 수현을 본 혜림이 쓴웃음을 짓더니 마루로 향했다.
인기척을 느낀 수현이 고개를 돌리더니 재빨리 일어섰다.
그리고는 맨발로 뛰어 내려가 마당에 꿇어 엎드렸다.
“ 주인님을 뵙습니다.”
“ 팔자가 늘어졌구나. 요즘은 개새끼가 있는 곳에 주인이 오는 모양이구나.”
“ 송구합니다. 여긴 어쩐 일이신지...”
“ 일어나거라 희주에게 물어서 왔다.”
마루에 편하게 앉은 혜림이 수현을 꼭 끌어안아 주었다.
“ 고생많았다. 그 동안의 노고는 희주에게 자세히 전해 들었다.”
“ 아닙니다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아서.....”
“ 아니다 청와대에서 분석도 그렇고 나도 두세명은 당선되기 어려울 거라 봤는데.....잘 해 주었다. ”
“ 과찬이십니다. ”
“ 우리가 왜 여당에서 시작해야 하는 건 알고 있겠지? ”
“ 예. 여당이 더 큰 기득권 옹호세력이고 그만큼 부패해 있기 때문입니다.”
“ 그래. 그 부패한 정당을 서서히 개혁해 나가야 한다.
나는 청와대에서 개혁하고 뒤에서 힘을 보태 주마. 그럼 야당도 따라 오게 되어 있다.”
“ 야당까지도 말입니까? ”
“ 물론이다. 큰소가 가면 작은 소는 따르게 된다. 김성혁은 어떻더냐? ”
“ 3선 의원답게 노련했습니다. 사전에 그렇게 공부를 했음에도 솔직히 버거운 상대였습니다.”
“ 혹 선거 과정에서 앙금이 남았다면 다 버리거라. 나중에 같이 가야 할 사람이니....”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김성혁은 네 년의 화려한 정치 데뷔를 위해 스스로 희생한 사람이다.
희경이 전해 준 자료를 보고 사전에 100퍼센트 지는 선거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감수했지...”
“ 그 말씀은 김후보가 우리와 같은 배를 탄 사람이라는 뜻인가요? ”
“ 3년전부터 김후보는 나와 뜻을 같이 하는 내가 야당에 심어 놓은 검은새치다.
몇 년 후에 그가 이끄는 세력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검은새치라면?
김후보가 평소에는 야당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우리에게 힘을 실어 주며 합류하는 것이 목적이겠군요.”
“ 그래. 여당은 희주가 야당은 희경이가 책임 지고 관리중이다.
일단 그리만 알고 있어라. 점심 먹고 올라가자.
서울 가서 네게 전해 줄 것도 있고....바쁘다.”
“ 무엇을 주신다는 건지...?”
“ 빌린 것 말이다. 회사 합병하고 내가 그랬지.
특별성과금은 내가 알아서 관리해서 준다고 기억하느냐?”
“ 거기에 대한 보상은 이미 스탁옵션으로 충분히 받았습니다.
퇴직 후 아직 정산하지 못했지만 꽤 됩니다.
앞으로 3년간은 임원에 준하는 대우도 회사에서 받을테니 돈은 궁하지 않습니다. ”
“ 그것과는 별도의 것이다 그 동안 내가 좀 불려 놓았으니 이제 돌려줘야지.
정치 하려면 돈이 있어야지. 네 년 성격에 돈 가지고 정치할리는 없겠지만 필요악이니 내가 좀 도와 줘야지”
“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주인님도 돈이 필요하실텐데...”
“ 왜? 내가 그렇게 돈이 없어 보이느냐? 네 집안에 비하면 돈이 없지만 궁하지 않게 정치할 정도는 있다.”
“ 그게 무슨...그런 뜻이 아니라....”
“ 걱정마라. 네 집안이 퍼시픽 개발과 금융의 주요 주주로서 한국 최고의 주식 부자라는 건 비밀 유지할 테니...”
“ 알고 계셨습니까? 그건 부모님 것이지 제 건 아닌데...”
“ 그렇겠지. 조만간 그 회사 미국 시장에 공개되어 상장될 예정이다
상장 후 기존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은 가히 천문학적일 것이다. 어차피 다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 그렇군요. 그럼 이젠 서울로 가시지요. 저도 쉴만큼 쉬었으니까요.”
“ 잘했다. 방송에 노출되었으면 야당의 화풀이나 된다. 현명한 처신이었다.”
수현이 가평을 떠나 서울에 들러 혜림과 은행에 들렀다.
그리고는 비밀금고를 신설하여 혜림의 비밀금고에서 무기명채권을 자신의 비밀금고로 옮겼다.
수현이 생각한 금액보다 혜림이 가진 건 엄청났고 그 중 상당히 많은 금액이 그렇게 수현의 수중에 들어왔다.
여당 당사.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서 있는 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15명의 선량들이
그 동안의 격전의 피로도 무색하게 환하게 웃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15명의 중앙에는 수현이 서 있었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 당선자들은 모두 수현에게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표현했다.
그들은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수현과의 우의를 계속 쌓아갈 생각이었다.
수현의 지적인 화사한 얼굴과 늘씬한 몸을 바라보는 당관계자들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 축하합니다. 앞으로 존경 받는 국회 활동을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특별히 한수현의원은 미디어 출연이 많은 당의 부대변인을 맡기기로 했으니 한층 진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당 대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카메라가 터졌다. 기자들은 연신 특보를 날리고 있었다.
" 이제 얼마 후면 국정감사기간입니다.
정신 없겠지만 여러분들도 나름 준비를 해 주십시오."
당선자를 위한 의원들의 축하 인사가 뒤를 이었다. 곧 이어 공식 만찬이 벌어졌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수현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수진이었다. 말없이 전화를 받는 수현.
이미 수현은 수진에게 자신은 더 이상 라이벌의 가치가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여보세요?"
" 왜? 수진님 소리는 아니 나오냐?
네 년보다 한참 어린 희주 자매에게도 님자 소리 잘만 하더니..."
" 죄송합니다 수진님. 근데 무슨 일이신지...?"
" 기억력이 형편 없구나. 전에 파티 행사 앞두고 머물렀던 별장에서 했던 말 기억하지? "
" 예 기억합니다."
" 지금 이리로 기어와라. 혜림님에게 허락 받았다.
완전한 똥개로 길들여졌는지 확인도 해 달라고 하시더구나."
" 지금 말입니까? 예 알겠습니다. 수진님."
수현은 급한 일이 있다고 핑계 대고는 만찬장을 나왔다.
그리고 수진의 별장으로 차를 몰았다.
'완전한 똥개인지 확인을 한다고,?
주인님이 수진님에게 그렇게 말씀 했다고.?
나는 아직도 주인님에게 그 정도로 덜 길들여진 것으로 보이는가?
아 주인님....죄송합니다.불민한 저때문에...'
수진의 별장 앞에 도착한 수현에게 수진이 보낸 문자가 도착했다.
" 즉시 개처럼 문앞에서 대기하도록"
문자를 확인한 수현은 망설임없이 옷을 벗고는 차에서 내려 알몸으로 땅바닥을 기었다.
주위에 감시 카메라가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자 대문이 열리며 누군가 걸어 나왔다.
수현은 고개를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렇게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사람은 수진이었다.
그녀의 늘씬한 몸에 어울리는 각선미와 즐겨 신는 화려한 하이힐이 그녀가 수진임을 증명했다.
잠시 후 하이힐 높이에 뭔가가 보였다. 사슬이 달린 개목줄....
" 어때 마음에 들어? 우리집 개새끼가 차던 것인데...똥개년 목에 좀 큰가? 어디..."
수진이 몸을 굽혀 수현의 목에 개목줄을 걸었다.
목이 조일 정도로 조정하더니 채웠다.
그리고는 자물쇠까지 걸어 잠구었다.
열쇠는 수진이 발찌에 거는 것이 보였다.
" 똥개는 개목줄 차면 씹물 흐른다던데...어디 볼까?"
수진이 수현의 보지를 회초리로 찌르기 시작했다.
" 아직 질질 흐르지는 않네.
이래서 혜림님이 아직 진정한 똥개가 아니라고 했구나.
오늘 밤 내가 진정한 똥개로 거듭나게 마지막 작업을 해 주마.
기대해라 한수현 아니 똥개 69호."
수진이 리더줄을 잡아 당기자 수현은 네 발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아, 그 때 수진님이 키우는 그레이트 덴과 교미시킨다고 했는데...수진님 똥을 먹이로 준다고 했고...'
수현의 보지에는 기대감으로 씹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런 수현의 모습을 보며 수진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 왜 기대되냐? 우리집 개새끼 좆도 크고...내 똥맛도 좋을 테니...기대해라 이 똥개야..."
수진이 끄는대로 기어 가던 수현 앞에 커다란 동물이 보였다.
대현견 중 가장 크다는 그레이트 덴이었다.
“ 자, 오늘 밤 똥개 서방이 될 수캐다. 한 번 신나게 교미해 봐라.”
수진의 말이 떨어지자 수현은 수캐의 다리 사이로 기어 들어거 벌겋게 달아 오른 좆을 물었다.
그런 수현의 보지는 이미 홍수가 흘렀다.
이미 수현은 수진이 앞에 있는 사실마저 망각했다.
그저 달아 오른 몸을 달래 줄 커다란 좆이 필요할 뿐.
이윽고 수캐의 좆이 수현의 탐스런 엉덩이를 뚫고는 개보지를 쑤셔 박았다.
수현의 입에서 쾌락의 신음소리와 함께 개소리가 흘러 나왔다.
“ 멍멍멍 멍멍”
“ 더 크게 짖어 똥개야. 내가 키우는 수캐가 더러운 개보지를 쑤셔 주는데 ...고마워 해야지.”
“ 하흑...멍멍멍 멍멍”
한참을 그렇게 수캐가 수현을 후배위 자세로 박아 대더니 몸을 반대로 돌렸다.
그리고는 수현의 개보지에 좆을 박은 채로 마당을 끌고 다녔다.
커다란 개좆에 보지가 박힌 채로 수현은 질질 끌려 다녔다.
“ 꼴좋구나. 이건 뭐 완전 발정난 똥개새끼네. 수캐좆에 환장한....”
“ 하흑....하학....음....제발....더해주세요 수진님...전 똥개....입니...다. 하흥”
“ 기대해라 그 수캐 말고도 스미스가 보낸 수캐가 아직 몇 마리 더 대기중이다. 밤새 한 번 교미 해 봐라.”
“ 감사...합니다...하흑...카흐흥...”
달이 유난히 밝은 여름밤 수현은 그렇게 철저하게 개가 되어 울부짖었다.
다음 날 아침. 수현이 눈을 뜨자 자신의 몸은 마당의 개집 앞에 누워 있었다.
주위에는 개의 배설물들이 널려 있었다.
밤새 몇 마리나 되는 수캐에게 시달렸는지 모른다.
새벽에 겨우 잠든 수현이 따가운 여름볕에 눈을 떴지만 움직이기 힘들었다.
자신의 목에 채워진 개목줄은 마당에 박힌 말뚝에 아주 짧게 매어져 있어 겨우 목만 약간 움직일 수 있었다.
배고픔과 굶주림이 수현을 덮쳤으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태양빛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파리떼들이 수현의 몸에 달라 붙었다.
영락 없는 마당에 묶인 개의 모습이었다.
수현이 그렇게 배고픔과 목마름에 시달리는 것을 수진은 시원한 거실에서 바라 보고 있었다.
‘ 완전한 똥개로구만.
눈빛도 이젠 굴종의 빛을 띄고 있고...
마지막은 역시 스스로 확인하는 게 낫겠지.’
수진이 밖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자 누군가 수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뚝에 박힌 수현의 목줄을 풀었다.
수현이 일어나자 뭔가를 내밀었다.
개밥그릇에는 똥과 오줌이 그득하였다.
“ 수진님이 주시는 먹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먹거라”
“ 감사합니다 수진님....천한 똥개에게 귀한 먹이를 주셔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현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광경을 본 수진은 조용히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예 저예요. 확인했어요 완전히 똥개가 되었군요 축하드려요...혜림님”
수현이 국회 등원을 한창 준비할 때 여의도 정가에서는 한가지 소문이 나돌았다.
한수현 의원 집안이 천문학적인 주식부자이며 곧 미국 시장에 상장되면 배당금만 해도 조단위라는 소문이었다.
의원들은 누군가 수현을 시샘하며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다고 했으나 소문은 가라앉지 않고
여의도 증권가의 확실한 소식통이라는 점점 더 구체적인 사실을 추가해 가며 퍼져갔다.
수현의 집.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였다. 수현 모친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 내가 인생 말년에 아주 유명인이 되는구나.
아들은 민정수석에 딸은 국회의원에....
방송에서 인터뷰 하자고 난리인데....계속 거절하고 있다.”
“ 원 장모님도....인터뷰 하시면 되지요.
기자한테 그러세요.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아직 며느리, 딸, 사위 둘 네 명이 더 남아 있사옵니다 하세요...”
“ 그럴까? 누가 욕하면 어쩌누? 저 집안 혼자 다 해 먹는다고...”
“ 그게겁나세요? 어머님.”
“ 그래 며늘아가 그런 게 겁나지.”
가족들의 실없는 농담을 듣고 흐뭇하게 웃던 수현의 부친 한기호가 입을 열었다.
“ 남의 입에는 좋은 일로만 오르내리면 되지. 그래, 장서방은 언제로 혼인 날짜 잡았는가?”
“ 예 아버님, 수현씨 첫 정기 국회 끝난 후 12월 10일 일요일로 잡았습니다.
정기 국회는 꼭 참석해야 하니 할 수 없습니다.”
“ 그래? 잘했네. 장서방 그럼 신혼집은 어디로?”
“ 예 수현씨 지역구인 갤러리아 펠리스로 했습니다 마침 적당한 집이 있어서요.”
“ 그래? 거기 너무 초호화판이라고 소문 난 곳 아닌가?”
“ 입주 초기엔 워낙 그런 말이 있었지만...소문보다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곳보다 오히려 시세는 낮아요...정치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안전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수현씨 모르게 계약했습니다.”
“ 서민 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대한일보 회장 막내며느리가 어쩌고 하면서 또 다른 구설 어차피 따릅니다.
그냥 적당하다고 보이네요.”
“ 그러냐? 수정이 네가 그렇다면....뭐 그렇게 하든지”
“ 무엇보다 수영장 시설이 훌륭했어요. 수현씨가 수영을 하는 걸 좋아하니....그걸 감안했습니다.”
“ 그건 그렇게 정리하고....오늘 미국 처남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호의 말에 모두들 시선이 집중되었다.
“ 퍼시픽 개발이 9월에 상장된다고 하더라.
배당금 발생할테니 송금 받을 계좌 보내라고...”
“ 음 그럼....공개시장은 벌써 결정났군요.”
“ 오히려 늦은 거지. 월가 파워 게임에 밀려 몇 년을 눈치를 봤으니...”
“ 잘 되었네요. 배당금은 얼마로 예상하시던가요?”
“ 처남 말로는 최소로 잡아도 한국 돈으로 아마 조단위가 넘을 거라고.....”
수현의 부친의 말이 떨어지자 가족들은 모두 침묵을 했다.
“ 뉴스에 나겠군요 이 정도면 9시 헤드라인 첫꼭지감이예요.”
“ 그리고 주주 구성이 변화가 있더구나.
광호 지분이 22,우리가 24,처남이 20퍼센트고...글로리아 서가 17프로, 사라루빈스타인이 17프로라는구나..”
수현이 말을 받았다.
“ 아폴론 투자, 시티은행 지분이 개인투자자에게로 넘어 왔군요.
광호와 삼촌이 가진 주주 지분도 일부분 두 명의 개인투자자에게 넘어 갔고요.
이건 초기 투자 당시 저들끼리는 미리 약정된 거라고 봐야 해요.”
“ 예 맞습니다. 개인투자자가 기관에게 이면으로 익명 투자한 거라고 보입니다.
뭐 문제가 될 건덕지는 없습니다. 악의적 인수 합병이 아니면요...”
“ 그나저나 그 정도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라....엄청나군요.”
“ 처남 말로는 둘 다 젊은 아가씨인데....광호랑 아는 사이 같다더구나.”
“ 배당금 들어오면 어쩌시려고요?엄청난 돈인데...”
“ 글쎄다. 1조면 만원짜리가 몇 장이냐? 쌓아 놓으면 백두산 높이는 되냐?”
“ 원 아버님도...설마요. 남산 높이는 될려나요? ”
” 배당금 들어오면 재단법인 설립할 거다.
전문가들도 모시고 해서 본격적인 후원 사업을 해보려는데...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
“ 법인 이름은 정하셨나요? ‘
“ 그럼....한울타리 어떠냐?”
“ 좋으네요. 한울타리.....”
“ 그래? 그 이름으로 장서방이 재단 법인 설립 좀 해주게나.
사무실 소재지는 우리 빌딩으로 일단 하고....
재단 이사들은 우리 가족들 모두 등록하도록 해. 장서방도 넣고.
나중에 주소 이전해도.... 그래도 상관없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