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84)

“ 오늘 많은 걸 배웁니다. 수현님에게 부끄럽군요. 

전 오늘날까지 남을 위해 희생한 게 아무 것도 없이 혼자 잘 난 맛에 살았거든요.”

“ 제가 정치하려고 들면 상대당에서는 제가 고아원을 후원하기 위해 

취득하고 소유한 이 땅에 대해 분명히 물고 늘어질 거예요. 

그들 눈에는 취득의 동기보다는 현재 얼마짜리인지가 더 중요하고 그걸로 시비거리가 될 거니까요.”

“ 그렇겠군요. 전법은 역시....”

“ 정면돌파지요. 조금도 부끄러울 게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치부한 게 전혀 없어요.” 

“ 제가 알기로는 지금도 다달이 고아원에 적지 않은 후원금을 기부하신다고...”

“ 가급적 정부 지원을 안 받으려고요. 

정부 지원은 형편이 안 좋은 다른 그늘진 곳에 그 돈을 지원해야지요. 

아버지 명의로 해서 가족들이 모아 고아원에 드려요. 

이 고아원은 제가 주로 책임지고 다른 가족들은 양로원이나 실버타운에 기부를 주로 하세요. 

그래서 집안에 돈이 없어 결혼 예물은 금반지 하나로 끝.....”

“ 하하, 누가 들으면 진짜인 줄 알겠네요. 

경단위의 주식을 가진 한국 최고의 거부 집안에서 돈이 없다니요. 

금반지도 과분하지요 구리 반지라도 전 고마울 뿐입니다. 

제가 무슨 복이 있어 수현님 같은 분과 맺어지는지...

앞으로 제소득도 수현님 하는 일에 보태십시오.”

“ 그건 ....팬티 값인가요? 아주 비싸게 팔게 되는군요.”

“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 하나밖에 없는 아주 금값보다 비싼 팬티군요.”

지훈이 수현의 앞에 무릎 꿇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 

“ 제게 수현님을 받들어 모실 기회를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 알았어요. 이제 그만 내려가요 고추 따야지요.”

수현과 지훈이 내려 오자 이미 고추밭에선 작업이 한창이었다.

새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서는 햇빛에 건조하는 작업은 7,8월 계속 되는 고된 일이었다.

수현은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이 고추를 따는 것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해마다 휴가철이면 직장 동료나 친구들 몇을 데려와 일을 도와 주고는 했는데. 

올해는 선거 출마로 그거조차도 하지 못해 더욱 마음이 쓰였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몇 시간이 흘렀다. 

집에서 놀고 있던 가장 막내가 고추밭으로 달려 왔다. 

그리고는 수현에게 전화기를 건냈다.

“ 큰언니. 자꾸 전화 와서 받았는데 언니 바꿔 달래. 

고추밭에 갔다고 했는데도...급한 일이라면서 ...그래서 내가 가져 왔어.”

“ 그래, 더운데 수고했어.”

수현이 전화기를 들고는 번호를 확인했으나 모르는 곳이었다.

“ 한수현입니다 어디십니까?”

“ 아, 한수현 이사, 지금 어딥니까? ”

“ 지금 가평 고추밭에서 고추 따는 중입니다. 어디신가요? ”

“ 고추를 딴다고요? 여기는 서울 한마음당입니다. 전 사무총장이고요.”

“ 아, 총장님이시군요. 어쩐 일이십니까?”

“ 오늘 경합지역 후보자 면접이 있어요. 

면접의원들이 전략 공천후보인 한수현씨도 따로 일정 잡을 것 없이

오늘 시간 되면 보자는 의견이 갑자기 나와서요. 

그래서 전화 드렸는데....가능할까요?”

“ 예? 오늘중에요. 지금 가평에서 고추 따는 차림인데도 괜찮은가요?”

“ 잠시만요....제가 다른 분들과 상의 후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수현이 전화를 끊자 박신부와 유보살이 다가 오더니 물었다

“ 서울 가 봐야 되는 것 아니냐?”

“ 고추 따는 차림이라고 했는데....오라고 하겠어요?”

“ 수현씨, 아닙니다. 아마 서울 가야할 것 같습니다.”

“ 예? 지훈씨.그건 왜 그런...”

“ 내일 아침 여당 대표가 청와대에 정례적으로 들어 가는 날입니다

오늘 중으로 아마 보궐 선거 후보자 문제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 그럼 어서 준비 해라. 면접인데 옷차림이 그래서 어디...”

잠시 후 수현의 전화가 다시 울렸다.

“ 예,괜찮으니 오라고요. 6시까지 당사 9층 최고위원회의실로요.알았습니다.”

고추를 따던 아이들이 어느새 수현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 수현아 이만 정리하고 가 봐라.”

“ 그래 큰언니 면접 잘 보고 꼭 선거에 이겨야 해”

아이들의 응원을 뒤로 하고 수현과 지훈이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소지품을 챙겨 차의 시동을 걸었을 때 유보살이 다가오더니 포도를 큰 상자 가득 건냈다. 

“ 집에 가서 부모님 드려라. 늘 고맙다고 전해 주고.”

“ 알았어요 그만 들어 가세요.”

“ 잠깐만, 그리고 이건 면접 본다는 그 면접관들 드려라.”

그러면서 작은 상자에 포도를 담아 주었다.

“ 아끼지 말고 애들하고 챙겨 드세요. 

두 분이 건강해야 저도 애들 걱정 안하고 마음 놓고 일해요. ‘

“ 그래 알았다. 장변호사, 운전 조심하고.”

“ 예, 선거 전에 수현씨와 일정 맞춰 한 번 더 들리겠습니다.” 

지훈이 부리나케 차를 몰아 서울에 도착하니 이미 5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6시까지는 도착이 촉박한 듯 하여 수현이 휴대폰을 들고는 사무총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경합 지역 후보자 면접이 지연되어 20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고 했다.

지훈이 차를 몰고 여의도 여당 당사에 도착하여 9층에 도착한 시간은 6시 15분이었다.

수현 옆에 선 지훈은 포도가 담긴 상자를 들고 따르고 있었다.

그 때 문이 열리더니 사무총장이 나왔다.

“ 총장님, 저 한수현입니다.”

“ 정말 고추 따다가 온 모양이군요. 자 안으로...”

“ 총장님, 잠시만요.이거 받으세요.”

“ 뭔가? 이건 포도 아닌가?”

“ 예 우리들이 오늘 직접 딴 포도입니다 

장시간 면접에 지쳤을 텐데.....이거 드시면서 수현씨 면접 보시라고...”

“ 자넨 누군가? 가만....대한일보 회장 여사의 막내 아들 아닌가?”

“ 예 알아보시는군요. 제가 한수현 정혼자라서요”

“ 그래? 소문이 사실이로구만. 

알겠네 이건 잘 봐 달라는 뇌물로 간주하고 잘 먹겠네.”

사무총장이 지훈이 건낸 포도상자를 들고 수현과 들어 가자 

지훈은 맥이 풀리는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렇게 새로운 출발로의 한걸음이 시작되었다.

지훈이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수현이 들어간 방에선 연신 웃음 소리가 들려 나왔다. 

후보자 선정을 위한 면접은 어차피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 동안 수현이 방송, 언론에서 보여준 모습은 진영논리로 공격을 하고 말고 할 성질의 것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청와대에서 사전에 건네 받은 수현의 정보는 이렇다 할 흠결이 없었다. 

가평 고아원 후원을 위한 대규모 토지 구입 문제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사무총장에게 고추밭에서 일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면접위원들은 

오히려 파티에서 본 수현의 모습과는 다른 매력을 풍길 거라 생각되어 수현을 오라고 한 것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끌던 중 여당 황찬주 대표가 수현에게 물었다.

" 한수현 이사, 아니지 이젠 후보자로 불러야지. 

한후보, 내가 오늘 휴일에 후보자 면접 본다니까 우리 마누라, 딸이 눈쌀을 치푸리더군. 

그런데 한후보가 우리 당 후보로 면접 본다고 하자 아주 반가워 하더군. 

이유를 물어 보니 그렇게 이뻐 보인다더군. 혹 비결이라도 있나?"

" 특별한 비결은 없고....가식이 없는 게 이유라고 봅니다."

" 호. 그래요? 그게 눈에 보이는가요?"

" 여자들은 가식인지 위선인지 잘 파악합니다. 육감이 발달해 있어서요."

" 참고 해야겠군요. 그럼 여성유권자들이 정치하는 남자들 가식도 안다고 봐야 하는군요."

" 그럼요. 제가 모시던 서혜림 대표는 뉴스에 잠깐 나오는 것 보면서도 가식인지 아닌지 다 알더군요."

그 때 최고위원 중 가장 정치 경력이 오래 된 노정객이 말했다.

" 내가 정치판에 거의 반백년을 있었지만 한후보처럼 고추 따다가 청바지 차림으로 오는 후보자는 처음이네. 

근데 너무 보기 좋았어. 꾸밈 없고 당당하고. 자기 주관 뚜렷하고 소신 있고......

향수 냄새 풀풀 풍기는 된장통들보다는 몇 배나 훌륭해."

" 선배님도...인색하게 겨우 몇 배가 뭡니까? 

이왕이면 몇 백배라고 하시죠?"

" 음 그런가? 인심썼다. 그래 몇 백배......

거기다가 어린 나이에 그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가면서 고아원 후원이라니.....

거기서 자라는 애들이 키운 싱싱한 유기농 포도는 가슴 뭉클한 최고의 선물이었네.......

얼마나 좋은가? 나이 먹은 사람들은 당이 떨어지면 기운 없는데 그 때는 포도가 가장 효과 좋지. 

맛있게 잘 먹었고 이 포도를 따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전해주겠나. "

" 다음 달 선거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해 두게. 회사에 사직서도 제출하고...

내가 내일 아침에 청와대에 들어 가면 아마 오전 중 속보로 자네 이름이 방송에 뜰 걸세."

" 알겠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오늘 면접은 이것으로 마치고....그만 나가도록 하지'

황대표의 말에 따라 모두들 밖으로 나갔고 초조하게 기다리던 지훈이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 안녕하십니까? 지난 달 대한일보 창립 기념식에서 뵙고 이렇게 뵙는군요."

" 아 그래 장변호사. 여긴 왠일인가?"

" 아, 선배님. 장군이 한후보 정혼자입니다."

" 그래? 벌써 외조하는 건가? "

" 시간이 늦었는데 괜찮으시다면 제가 저녁 대접 해 드리고 싶습니다."

" 음. 아닐세. 공연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네. 다른 후보자들의 눈도 있는데..."

" 그렇군요. 그럼 제가 다음 기회에 어르신들 한 번 모시겠습니다. 

밖에서 들으니 연신 웃으시던데 우리 한수현 후보는 어떻습니까? 합격입니까?"

" 예끼 이 사람, 팔불출 다 되었구만 그래. 당연히 합격일세. 

자네 좋은 와이프 얻었네. 어머님이 흐뭇해 하시겠더구만."

" 과찬이십니다."

그렇게 길고 긴 휴일이 끝났다. 집으로 돌아 오는 수현의 곁에서 지훈은 밝은 표정이었다.

" 수현씨, 저녁 먹어야지요?"

" 오피스텔 가서 시켜 먹어요. 좀 씻고 쉬고 싶어요."

" 그러지요."

수현의 집에 도착하자 지훈은 옷을 모두 벗고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수현을 그런 그를 보더니 욕실로 걸어가 샤워를 한 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왔다.

지훈이 뒤를 이어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와 다시 엎드렸다.

수현이 알몸의 지훈을 불렀다.

" 이리 와 봐요. 자 여기...."

수현이 건내는 비닐 팩 안에는 하루 종일 입은 수현의 검은색 팬티가 들어 있었다.

지훈이 떨리는 손으로 받으려고 하자 수현이 물었다.

" 이 팬티를 받는 순간부터 내 영역 표시가 된 지훈씨는 어떤 존재인지 아시지요?"

" 예, 전 그 팬티보다 못한 물건이고 종속물입니다. 

수현님의 팬티 냄새나 맡고 발정하는 개일 뿐입니다. "

" 후회 안하실 건가요? 

개보지 냄새,암내 나는 팬티 한장의 댓가로 지훈씨는 평생 내 발 아래에서 기어야 해요."

" 그럴 겁니다. 수현님."

" 좋아요 앞으로는 둘이 있을 땐 반말은 기본이고 머슴처럼 대할 거예요. 괜찮지요?"

" 노예나 개처럼 대해도 됩니다. 수현님."

" 그래. 원하는대로 해 줄 테니.....앞으로 기대하도록....자 풋 워십 해 봐,"

수현의 말이 떨어지자 지훈은 수현의 매끈한 발등에 입을 맞추더니 혀로 핥아갔다.

혜림의 집. 핸섬한 얼굴의 발가벗은 한 사내가 두 손이 묶이고 까치발을 한 채 매달려 있었다. 

그런 사내를 향해 타이트한 가죽옷을 입은 혜림이 가차없이 채찍질을 하고 있었다.

“ 이런 미친 새끼. 뭐라? 내 정치 후계자 자리를 마음대로 탐을 내? ”

“ 잘못했습니다. 혜림님.”

“ 아가리 닥쳐라.”

혜림의 인정사정 없는 매질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사내는 이를 악물고 다리에 경련이 나도록 힘을 주며 고통을 삼켰다.

“ 강주호. 대단한 착각을 하나 본데 내가 거둔 개들 중에 네 놈보다 못한 개는 없어. 

네 놈은 개보다도 못한 그냥 살아 숨쉬고 있는 로봇이야. 

그런 주제에 내 정치 영역의 개들을 알려 달라고 망발을 늘어 놓다니....죽을려고 환장했구나.” 

“ 잘못했습니다. 전 다만......혜림님의 정치 행보에 도움을 드리려는 충심에서...”

“ 로봇이면 로봇답게 움직여라 .입력한대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말이다.”

혜림이 그런 사내의 불알과 성기를 하이힐로 걷어 차기 시작했다.

“ 아악....혜림님...제발 용서를.....”

“ 앞으로 두 번 다시 주제 넘는 생각을 못하게 매주지”

혜림이 거실로 나가 촛농이 담겨 있는 커다란 그릇을 들고 오더니 

사내의 피가 흐르는 몸에 그대로 골고루 뿌려 버렸다. 

“ 제발 용서를....아악....”

“ 아직 멀었어. 다음은 바늘로 그 잘난 좆대가리 찔러 주마. 

앞으로 최소한 한달 이상은 네 놈 사내 구실도 못하게....”

바늘을 들고 다가서는 혜림의 새파란 눈빛 앞에 사색이 된 사내가 온 몸을 떨었으나 

혜림의 흰손은 그대로 귀두를 사정없이 찔러갔다. 

“ 아학....혜림님.....제...발....용서를...”

모진 고통 끝에 풀려난 사내가 처참한 모습으로 혜림의 앞으로 기어왔다.

“ 한번만 용서를 해 주십시오.혜림님.”

“ 내가 도와 준 논문으로 하버드 최우수 졸업 논문 소리 듣고 그 반반한 낯짝으로 재벌가 딸 유혹하여 

결혼하고 금배지까지 달고 인재영입위원장 감투 쓰더니 눈에 뵈는 게 없더냐? 

근데 어쩌지? 내 눈에는 내가 기르는 개들보다 여전히 못해 보이는데...

그래서 네 놈에게 주인님 소리도 못하게 하는 것이고....”

“ ........”

“ 명심해라. 네 놈이 최선을 다하면 그나마 나중에는 내 개로 거둘 것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엔 

그냥 가차없이 버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장시켜 버린다는 것을....”

“ 명심하겠습니다. 혜림님.”

“ 앞으로는 이희주 명령에 따라 움직이도록....그만 물러가거라.”

“ 예 혜림님....”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한 사내를 뒤로 남기고 혜림이 옷을 벗고는 욕실로 향했다. 

잠시 후 땀에 젖은 몸을 씻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사람들의 머리를 터지게 하는 소식들이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을 오르내렸다. 

에스그룹 이재호와 다물 금융의 김광호의 불붙은 설전을 기사화 한 이후 연일 메가톤급 분석 소식들이 해외와 국내에서 날아 들었다.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경제 상식이 진일보하고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주식시장은 광호의 호언대로 외국자본이 연일 주식을 사들이며 상승하는 서머랠리가 시작되었다.

정치판도 마구 흔들렸다. 

휴가를 마친 정치판은 먼저 청와대 인사 개편이 있었다. 

며칠 전까지 여의도의 얼음 여제였던 서혜림이 신설되는 청와대 금융투자 수석으로 임명되었다. 

사퇴한 경제 수석은 공석으로 두어 혜림이 사실상 경제파트를 총괄하게 되었다.

보궐 선거를 앞 둔 여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보궐 선거의 판세를 좌지우지할 관심지역에 

정치 초보인 여의도의 장미 한수현을 전략 공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수현을 필두로 수도권에는 정치 신인이 전체 후보자의 절반을 넘어서는 

여당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개혁 공천이었다. 

여당의 젊은 후보자들이 나오는 곳은 모두 야당 우세 지역이었고 

특히 영등포지역구는 야당 지지율 7할이 넘는 지역이라 

여당이 안되도 그만이라는 식의 버리는 패라는 분석이 야당 지지 성향의 직업 정치 평론가들에게서 흘러 나왔다. 

반면 야당은 내심 적지 않게 당황하였다. 

온건파들이 영입을 외치던 인물 한수현을 여당에게 빼앗기고 

공천 개혁도 여당의 몫이 되는 여론이 일어나자 온건파들이 강경파를 공격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강경파들은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최선의 카드로 3선의 거물을 영등포에 전략 공천하며 맞섰다. 

영등포 뿐만 아니라 당내 중진들을 여당의 개혁 공천 후보자에게 맞서게 하며

정권 심판이라는 야당의 오래된 전략을 들고 나왔다.

여당과 야당은 각기 자신들의 텃밭인 영남 2곳과 호남3곳에서 승리한다는 전제하에 

충청권 3곳과 수도권 10곳의 이른바 중부지방 13곳에서의 맞대결 구도로 당력을 몰아 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판세를 결정적으로 가름할 사건이 인터넷매채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야당 지지세력인 진보 언론이 어느 독자의 구체적인 제보를 들어 

현장 답사와 관계자 인터뷰 형식으로 제작한 30분짜리 동영상이었는데 천사들의 큰언니라는 제목이었다.

특히 스마트폰 주사용자인 2,30대에게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여의도 야당인 민주당 선거전략실. 선거대책위원장이 얼굴이 굳어진 채 말문을 열었다. 

“ 모두들 천사들의 큰언니라는 동영상 보셨지요. 

바보 아니면 그게 누군지 다 알겠더이다. 

벌써 영등포 지역의 지지율은 여야 역전된 지 오래고 

수도권은 백중세로 충청은 백중 우세로 상황이 2,3일만에 바뀌었습니다. 

기획실장, 여론 조사 결과 발표하세요.”

“ 예 말씀하신대로 영등포 지역은 일주일 사이에 40프로에 해당하던 부동층의 대부분이 

여당 한수현에게로 표가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고 우리의 전통적인 지지층에서도 이탈이 생겨....

현재 6대 4 정도로 열세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절대 우세 지역은 거의 없고 우세나 벡중우세가 대부분이라....

잘못하면 반타작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충청은 아직 백중 우세 정도이지만 .....지금 수도권 분위기를 뒤집지 않으면 이곳도 위험합니다. ”

“ 잘 들으셨지요? 상황이 이 정도입니다. 

그만큼 한수현을 그 오빠에게 공개 사과를 하더라도 영입 해야 한다고 했는데 

운동권 논리로 강변하며 애써 무시하더니....이제 어쩔 겁니까? 대책 내놔 보세요.”

“ 그 동영상 제작업체가 저 쪽의 사주를 받은 거 아닙니까?”

“ 우리가 알아 봤는데 절대 아닙니다. 

제보를 한 사람은 우리당 당원인 그 동네 대형마트 사장이고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촬영한 프로듀서와 팀장은 전에 우리당 홍보팀장을 한 전력이 있는 야당지지자입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만난 그들은 촬영팀에게 보수언론이 왜 이런 문제를 자기들이 지지하는 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이용하지 않는지 되묻더랍니다. 

더구나 한수현은 이미 대한일보 장지훈과 결혼을 하기로 했는데도 

이상하리만큼 대한일보에서도 침묵하는 게 불가사의 하다고들 했다고 하더군요.” 

“ 한수현을 기득권 후보로 몰아 가는 건 어떻습니까? 

아무리 그런 일을 해 봐야 결국 서민들에게 빼앗아 간 것 중 일부를 내놓은 것에 불과하고 

보수언론 집안의 막내 며느리다는 식의...”

“ 물타기를 하자고요? 역시 우리당 마인드는 발목잡기가 주특기로군요. 

그게 통하는 상대가 아니니 문제 아닙니까? 한수현 후보 공약집 읽어 봤습니까?”

“ 아뇨 아직...무슨 문제라도...”

“ 아직 공식화 된 건 아니고 초안인데 어렵게 입수했어요. 

거기 보면 이런 구절이 나와요. 읽어 볼게요. 

국회의원은 20대 초선이든 40대 중진이든 70대 다선이든 세비가 다 같다. 

법률을 많이 만들고 국회에 등원율이 높은 의원과 그렇지 못한 의원의 처우도 같다. 

이런 현상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정치 개혁은 이러한 불합리를 시정하고 특권을 내려 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어떻습니까? 이게 기득권 논리입니까?”

“ 다음 구절도 있네요. 

지역구 경조사 챙기기가 지역구 관리라는 잘못된 정치 관행은 버려야 한다. 

그렇게 나가는 비용으로 의원들은 차라리 지역내 지역아동센터나 경로당을 지원해야 함이 옳다고 본다. 

당선되면 그렇게 지원하고자 한다....”

“ 또 있군요. 의원 비서관을 가족으로 두는 건 또 다른 부정,비리의 우려가 있다 

전혀 모르는 남으로 해야 한다. 

나의 잘못을 가족이라고 감싸 주는 그런 비서관으로 무슨 선진 정치가 가능하겠는가? 

음 다음 구절엔 당선되면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세비는 전부 기부하겠다 ....자, 한 번 반론 해 보세요.” 

“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합니다 

한수현이 후원하는 그 고아원 토지는 현재 땅값이 엄청 오른 상태라고 하던데....투기로 몰아가지요.”

“ 답답한 양반 또 계시네. 그 토지 등기부 등본이나 떼어 보고 그런 말씀 하십니까? 

근저당권자와 저당권자가 수십명이고 그들은 모두 현재 그 고아원 관계자나 그 곳 생활자이더이다. 

그럼 그 인물들이 전부 동의해야 한수현이 매매를 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 그럼 ...영리 추구가 목적이 되지 못한다는...”

“ 그렇지요. 한수현이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저당권자에서 말소되는 그 고아원 출신자들에게 평소에 그러더랍니다. 

자신이 토지의 소유자지만 자신은 토지에 대해 세금이나 내는 사람이고 

실질적인 주인들은 그 토지에서 자라고 사는 사람들이라고요. 

자신이 대를 이어서 그렇게 하도록 할 테니 그들에게도 대를 이어서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영원한 뿌리로 고향으로 생각하라고요.”

“ 이 정도면 끌어 내릴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요...사생활은 어떻습니까?”

“ 깨끗합니다. 대학, 직장 샅샅이 뒤집어도 나오는 게 없어요.

여의도의 장미, 최연소 이사 기록이 말해 주듯 자기 관리 철저합니다. 

대한일보 그 언론계의 철혈 여장부가 막내 며느리감을 그냥 아무나 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오히려 상대인 우리당 3선 중진이 더 문제 많지요.”

“ 그럼 이대로 포기하자는 겁니까? 방법을 찾아야지요 누구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고요.”

의원들이 옥신각신하기 시작하자 장내는 금방 난장판이 되었다.

그 때 선거대책위원장이 묵묵히 듣고만 있던 상임고문에게 말했다.

“ 아니 선배님은 왜 한마디도 없으십니까? 정치판의 제갈량 아닙니까?”

침묵하던 상임고문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좌중의 눈과 귀가 그리로 쏠렸다.

“ 더 큰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 그게 무슨....혹 들으신 거라도...?”

“ 어제 오랜 친구인 퇴직한 언론사 임원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보수언론에서 아마 그 동영상을 입증하는 특집기사와 방송을 내 보낼지도 모른답니다.

“ 그럼 제보자가 의문을 품었던 사실이....”

“ 현실이 되는 거지요. 그 다음이 더 문제인데....”

“ 또 뭡니까? 더욱 나쁜 거겠군요 선배님 말씀의 특징 아닙니까?설상가상식 논법.... ”

“ 허허 그랬던가? 여당에서는 한수현을 지역구에 거의 내보내지 않는 선거를 구상 중이랍니다.”

“ 그 무슨 ...그럼 한수현이 자기 지역구에서 선거 운동 안 하고 어딜....혹시...?”

“ 예 짐작대로 수도권 유세 현장에 여당 고위직들과 지원 유세 돈답니다. 

여당의 목표는 수도권 전승이랍니다.”

순간 장내는 얼음장처럼 싸늘히 굳어 버렸다.

야당의 전패. 이건 현재 청와대의 주인이 야당 시절에 여당을 상대로 세웠던 선거의 여왕 당시의 재현이 아닌가? 

그 때는 여당이 전패였고 야당은 늘 이겼다. 

한국 정치판에서 야당이 수도권보선에서 전패하는 경우는 상상이 되지 않는 그림이다.

“ 저 선배님....설마 그 정도 파괴력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충분히요. 우리당 지지세력이라고 여겼던 젊은 층들이 대거 한수현에게 동조하면

우리당 후보의 전멸은 시간 문제입니다. 

당장 여러분들도 한수현 공약에 대해 반발하는 근거가 없지 않습니까? 

젊은 유권자들은 더 하겠지요...”

“ 아니 그럼 이대로 당해야 합니까? 

선거의 여왕도 아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그 새파란 젊은 년한테...”

“ 아니지요. 그 새파란 년이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는 더 골치 아픈 년이 있어요.”

“ 그게 누구입니까? ”

“ 얼마 전 청와대 금융투자 수석에 임명된 서혜림.....전 한수현 직장 상관이지요.

이게 그냥 우연이라고만 보십니까?” 

“ 선배님 말씀은....결국...”

“ 그렇지요. 한수현 뒤에 서혜림이 있고 

그 서혜림은 현재 짧은 시간임에도 청와대의 막강 실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독대 시간은 이미 비서실장, 안보실장을 합친 것보다 많고요.”

“ 어느 정도의 능력이기에...”

“ 천재 중의 천재랍니다. 

사람을 만나면 누구든지 설득가능할 정도의 박학한 지식과 매력적인 미모, 엄청난 재산에 카리스마를 가진....

거기다 7개국어를 능숙히 구사하기 때문에 외국 귀빈 영접시 대통령 통역도 가능하다니....

이젠 청와대의 진정한 실력자라고 봐야 합니다. 

아까 내가 말한 언론사 친구 말에 의하면 여당에 한수현을 추천하며 

신의 한수임을 자신한 인물이 서혜림이라고 합니다. 

그걸 청와대에서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고 하더군요.”

“ 한수현 하나만으로도 벅찬데....서혜림까지...”

“ 정확히는 그 둘을 이용해 정국을 반전시킨 사람이 과연 누구냐는 거지요. 

그 인물을 못 찾아내면 우리당은 앞으로도 힘들 겁니다.l”

“ 혹 청와대에서....픽업 한 건 아닌지...”

“ 전혀 아니랍니다. 서혜림 출근한 첫 날에 대통령은 아주 낯설어 하더랍니다. 

그건 결국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라는 의미지요.“

“ 갈수록 태산이군요. 

한수현이 선거판마다 나타나 유세하면 우리측 당원들도 일단은 그리로 갈 것 같습니다. 

전패가 우려만은 아니겠군요.”

여의도 한마음당 대표실. 

당의 최고위원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다과를 나누고 있었다. 

“ 황대표, 이번 선거는 충분히 해 볼 만 하겠지요?”

“ 물론입니다. 이 여세를 몰아 가면 승율 7할도 가능합니다.”

“ 13곳 중 9곳 이상을요?”

“ 예, 당의 전략팀에 따르면 한수현 후보가 본격적인 지원 유세만 해 준다면 전승도 가능 하다고 합디다.”

“ 설마요. 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수도권 전승은 한 번도 없던 일입니다.”

“ 이번에 신기록 한 번 세워 봅시다. 

삼복 더위에 그 정도 결과는 나와야 늙은 마누라에게 밤에 핀잔 안 듣지요.”

“ 그런데 어찌 된 게 우리 최고위원들 안사람들은 모두 한수현의 팬일까요? 

집에 가면 한수현 일과부터 물어 보니 이건 뭐...”

“ 저도 그렇습니다 도대체 뭐가 그리 이뻐 보이길래...

우리 딸은 아예 한후보 사인이 들어간 사진 한 장 받아 달라고 졸라대더군요.‘

“ 야당은 초상집 분위기라더군요. 발 벗고 나서 한후보를 영입한 황대표 공이 정말 큽니다 ”

“ 과찬의 말씀을요. 그런데 한후보는 지금 뭐합니까?”

“ 후보 등록일 이전엔 당사에도 지역구에도 얼씬도 안한답니다. 

우리당 사무처 직원들이 영등포 시장 근처에 선거사무실 개소 준비하고 한후보 출마를 알리는 중이고요.”

“ 지원 유세는 어떻게 한답니까? 나서 준답니까?‘

“ 난색을 표하더니....어려운 지역구에는 지원 가능하다고 합디다. 

단 그 지역의 후보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서요.”

“ 한후보가 그런 면에선 순진하군요 

다른 지역 후보자야 다들 어렵다고들 난리칠 게 뻔한데...

설사 우세하더라도 그 우세를 굳히려면 한후보 지원이 있으면 좋으니..아니 그렇습니까?”

“ 그렇지요 그러다가 정작 자신의 지역구에서 선거할 시간이 없으면 어쩝니까?‘

“ 염려마세요. 천사들의 큰언니 2부도 곧 방송됩니다. 

1부를 제작한 업체에서 네티즌들의 요청에 따라 좀 더 자세히 다룬답니다. 

한후보의 학교 친구도 나오는데...그 중에는 이수진 텔런트도 있답니다.“

“ 그렇군요. 그럼 한후보의 시댁이 되는 대한일보는....그냥 수수방관인가요?”

“ 예, 한후보가 강력히 요청했답니다. 자신에 대해 옹호하는 편파적인 기사, 방송 등은 절대 하지 말라고.”

“ 그래요? 대한일보의 여장부가 그냥 가만 물러서진 않을 텐데..”

“ 웬걸요. 웃으면서 그냥 물러섰답니다. 

하긴 한후보가 그 집 막내아들하고 결혼하려는데 한후보가 말한 신랑 예물이 금반지 하나였답니다. 

자신의 오빠 언니도 그렇게 결혼했다면서요.”

“ 한후보 집안이 그렇게 어려웠던가요?”

“ 우리가 알아 본 바에 따르면 지금은 아니지만 

한후보 부친이 신군부 정권 탈취에 반대하다가 강제 예편 당하고 고생이 많았답니다. 

부친은 고향인 용인에 가서 농사 짓고 한후보 모친은 여동생과 영등포시장에서 식당을 해 애들을 키웠구요. 

오빠 언니인 한수인 한수정이 국립대 법대, 의대를 나왔고 

용인에 개발 바람이 일면서 땅이 올라 그나마 경제적으로 좀 나아졌고....

남의 집 비어 있는 본채 관리하면서 별채에서 더부살이 하다가 

그 집을 사서 지금까지 수십년을 한 집에서 살고 있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