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63)

겨울이 다가왔고 나는 병장을 달았다. 군대에선 더이상 눈치볼 사람이 없었다. 몇명되지도 않는

고참들은 나와 호봉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기때문에 내가 병장을 달자, 거의 동기마냥 친하게

지냈다. 아무래도 짬밥안돼던 같은 이등병 시절, 같이 맞고 욕먹으며 함께 시련을 이겨내온것

때문에 동기처럼 대우해주는것 같았다. 분대장에다가 병장까지 달고 눈치볼사람도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군대일보다 밖에일이 점점 더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편지가 한 주가 멀다하고 도착

했지만 나는 답장을 하는둥 마는둥 군대일에만 더 전념했다. 

그렇게 밖의일을 신경쓰지않으려고 하다보니 다행이 마음도 편해지고 여유도 생기기 시작했다.

끝도없는 교육훈련의 연속인 병기본 주가 끝나고 격주로 찾아오는 황금같은 토요일이 찾아왔

다. 토요일은 2주에 한번씩만 휴일로 인정됐기 때문에 더욱 달콤한 휴일이었다. 아침식사가 

끝나자마자 소대에서 다른중대와 축구시합을 위한 강제징집(?)이 시작되었다. 군생활의 꽃인 

축구...군생활에 이것마저 없으면 차라리 전쟁을 하는게 나을정도로 군생활은 무료할것이다. 

그래서인지 주말에 연병장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 이다. 주말에 축구한번 하려면 금요일 일과가 

끝나자마자 지휘통제실에 연병장을 예약해야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다른중대에서 모든 시간을 

예약해버리기 때문에 주말내내 손가락만 빨아야하는것이다. 

12월달이라 바람이 상당히 차가웠지만 축구를 위해 전원 공수반바지로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

입는중 축구를 하기싫은데도 인원을위해 강제로 징집된 후임들이 울상을 짓자 피식 웃음이 나왔

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왜 저렇게 축구를 싫어하는지 이해가 안갔다. 

"박병장님~ 축구화 최고 에이급으로 가져왔습니다~"

"오야~ 땡큐~"

내가 옷을 갈아입는동안 먼저 준비를 맞친 분대 후임이 가장 상태가 좋은 보급용 축구화를 

대령했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이등병땐 축구한다고하면 고참이 신을 축구화를 찾기위해 

중대를 뒤지느라 난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후임들이 알아서 갖다주니 짬밥을 먹었다는게 새삼

실감이 났다. 

잠시후에 타중대와의 불꽃튀는 축구가 시작되었다. 나는 타중대 멤버중에 신교대 동기를 발견

하고는 피식 웃었다.

"뭐고~ 니 짬밥좀 뭇다고 그실력으로 축구하러나왔나?"

"시끄러이새꺄~ 내가 너한테 군대축구의 전술이 뭔지 알켜줄께."

"문디...치아라."

예전에 짬밥이 안틋㎢?맨날 수비만 했었는데, 내 동기도 이제 짬밥좀 먹었다고 스타팅멤버

로 나온것이었다. 이윽고 축구가 시작되었고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하게되었다. 하지만 금방뺏

겨버리고 말았다. 상대팀이 공을 잡자, 갑짜기 우리진영으로 전부 우르르 몰려오더니 어이없게

한골을 득점했다. 

"야이문디야~ 죄다몰려와놓고는 개뿔이 전술이고~"

"인해전술이야~"

동기의 말에 황당해서 웃고있는데, 행정병이 연병장에서 뛰어오더니 급하게 나를 찾았다.

"박선호병장님~ 행정반에서 찾습니다~"

"아 와찾는데~ 안쨈?내 이 껨 꼭 이기야한다~ 내 죽었다케라~"

"안求求?..당직사관이 직접 부르는데말입니다..."

당직사관이 직접 나를 찾는다는말에 어쩔 수 없이 알겠다며 중대로 향했다. 내 대타로 축구에

미친 행보관이 직접 뛴다는말을 전해들은 우리중대축구팀은 오늘 라면내기는 끝장이라며 피를

토했다. 행정반으로 들어가니 우리 부소대장이 당직사관이었다. 

"박선호..."

"병장 박선호..."

"어떻게된거야?"

"어떤거 말씀이십니까?"

"지금 너찾아온 면회객이 있는데...여자친구라고 하거든?"

"예."

난 아무생각없이 선자누나가 면회를 왔구나하고 생각하다가, 뭔가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하고

순간 뜨끔했다.

'헉...혹시...친누난거 걸린거 아이가...' 

나는 내 병영생활기록을 모두 알고있을 부소대장이 내 여자친구라고 알고있는 선자누나가 사실

은 내 친누나인걸 들킨건가하고 생각하자, 등골이 오싹해지며 어떤 변명을 해야할지 난감해했

다. 

"야 근데 왜 면회자주오던 여자친구랑 이름이 다르냐?"

"예!?......앗!...죄송합니다. 잘못들었습니다?......"

난 순간적으로 당황해 말실수까지했다. 선자누나가 아니면 그럼 누굴까. 순영인가하고 생각했

다. 하지만 위병소에서 알려준 이름은 내가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난 도무지 누군지 알수가

없었다. 

"너 이자식 밖에일로 힘들다 힘들다 하더니...애인이 몇명이야이거..." 

"아..아입니더...여자친구 한명뿐입니더......그람 혹시...저보다 좀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

아입니까?"

"몰라임마 내가 어떻게알어~ 이새끼 유부녀까지 꼬시고 다니는거 아니야?"

"아...아입니더!......"

"아무튼 너한테 면회왔다니까 옷갈아입고가서 확인해. 아니면 돌아오고."

"예...아...부소대장님. 면회객 맞으면 면회외박 신청해도 되겠습니까?"

"...... 힘들다던시끼가 여자잡아먹을생각은...확인하고 맞으면 나가. 그리고 넌 앞으로 

내앞에서 사는게 힘드네~휴가 나가기가 싫네~하면 죽는다잉?"

"예..."

난 설마 순영이가 다른이름을 쓰고 온건가하고 궁금한 마음에 후딱 옷을 갈아입고 면회실로 

뛰어들어가 누군가 하고 두리번거리며 찾아봤다. 

"!?......니가 여기 왠일이고...?"

가명의 주인공은 선미였다. 순영이나 선자누나일줄 알았는데 선미가 혼자올줄은 생각도 못했

다. 

"와? 내는 오빠보러오면 안돼나?"

"아니...그기 아이고...학교는...?"

"오빠야 내 수능보고 방학했다 아이가! 내 편지 읽기는 하나!?"

"다...당연한거 아이가...시험 잘봤나?"

"오빠야는 내 오랜만에보고도 학교이야기뿐이가?"

"아니...걱정되서 그란다아이가..."

"걱정말그라 내 꼭 오빠랑 같은학교갈끼다."

"..."

"와...싫나?"

"니...와 여자친구라?노...?"

앙증맞은 바닐라색 패딩에 내가 미치고 환장하는 짝 달라붙는 곤색청바지. 면회실에서 선미가

내눈에 제일 빛나보였다. 더이상 여고생의 모습이 아닌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대학생처럼 

보였다. 내가 자리에 앉아 주위를 쓱 둘러보니, 남자란 남자는 다 선미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장난으로그란기다..."

"장난칠게 따로있지 내 그것때문에 얼매나 놀랬는아나?"

"와 놀래는데?"

"그게...군대에선 거짓말하면 안쨈?아이가..."

"오빠야...니 혹시 애인있나?..."

선미가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야는...뭐라카노...근데 우예 이래 일찍왔노?"

아직 아침 9시였다. 선미가 아무리 일찍일어나서 새벽버스를 타고왔다고해도, 서울터미널에서

다시 경인선기차를 타고 오는시간이 있기때문에 지금시간에 도착한다는것은 무리였다.

"실은...내 오빠야볼라꼬 거짓말하고 나왔다..."

"뭔소리고...무슨거짓말?"

"내 어제 엄마한테 친구들이랑 여행간다카고 미리 와가...여와서 혼자 방잡고 오늘 일찍온기다..."

그소리를 듣고 난 펄쩍뛰었다.

"니 미z나!? 여자가 우데 혼자 여관방에서 잠을자노?"

"내 오빠일찍보고싶어가 그랬다 아이가..."

"니 그라면 오빠야가 좋아할줄 알았나! 니 정신이 있나없나?"

"..."

너무 화가나 선미를 다그쳤다. 혼자 낯선 이곳에와서 여자가 혼자 여관에서 잠을잤다는것에

화가나지 않을 수 없었다. 군부대 지역은 여자에 환장한 군바리가 많기때문에 너무도 위험했

기때문이다. 나는 선미를 걱정하는 마음에 소리를쳤지만, 선미는 좋아할 줄 알았던 내가 예

상과 다르게 화를내자 당황해 했다. 나를 보기위해 잔뜩 꾸미고 준비한 선미가 내 성화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내가 너무했나 싶어서 다시 부드러운말로 타일렀다.

"선미야...사랑하는동생이 그래 위험한짓을하는데 걱정안할 오빠야가 세상에 우데있노...화내

서 미안하다..."

"아이다...내...오빠맘도 모르고..."

"아이다...오빠야가 미안하다...그래도 오빠보고싶다꼬 온 아한테...기분풀어라...다음부턴

혼자 그라지말그레이...알겠제?"

"웅...안그랄께..."

"그래......근데 오늘따라 선미 와이리 이쁘노~ 오빠 반했다 아이가."

"참말이가? 내 괘안나?"

"오야. 니 오늘 최고로 이쁘데이."

거의 울듯했던 선미를 토닥여주고 이쁘다고 하니까 금방 표정이 밝아지며 미소를 지었다. 새하

얀 치아가 들어나며 보조개가 살짝 파이는 선미의 미소는 정말 100만불짜리 황금미소였다. 선

미의 미소를 보자 달려들어 안아주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 

"근데 선미야...와 어제부터 왔노?"

"내 오빠 일찍만나가 같이 밖에 나갈라꼬 일찍왔지."

"외출할라꼬? 그람 오늘와도 됐는데 와 어제왔노?"

"내 엄마한테 여행간다고했다 아이가..."

"아~그람 내만나고 어데 들를때 있나?" 

"..."

선미가 갑자기 말을 잇지못했다. 난 이해가 안갔다. 아침일찍부터 면회오려고 미리와서 잠을

잤다는것까진 이해가 갔는데, 왜 금요일날 왔는지 이해가 안갔다. 토요일날왔어도 일요일 하루

종일 외출이나 면회가 가능했기때문이다. 

"내......오빠랑 외박할라꼬..."

"!?..."

이번엔 내가 말문이 막혔다. 선미는 아주 작정을 하고 나와 외박을하기위해 엄마한테 거짓말

까지하고 온것이다. 그것도 한두시간이라도 더 많이보고싶어서 어제 여관에서 잠까지자고 아침

면회가능시간이 되자마자 온것이다. 난 선자누나와 엄마를 능가하는 선미의 치밀함에 놀랬다.

"선미야...외박까지 할필요 있나...?"

"오야...내 그동안 오빠야 보고싶은거 참느라 죽는줄 알았다. 내 이번에 오빠볼라꼬 작정하고

온기다..."

"에이...오빠야 돈또 없는데 우예 외박을하노..."

"괘안타. 내 선자언니한테 받은용돈 오빠만날때 쓸라꼬 모았다."

"......"

갑자기 선자누나얼굴이 떠올랐다. 더이상 일을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더이상 선자누나를 배신

하고싶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몸을 섞어온 여자들이야 이미 업질러진 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선미까지 건들고 싶지는 않았다. 선미가 나를 남자로 좋아하는건 알았지만 이렇게 까지

치밀하게 준비하고 온 선미를 보니 기가막혔다. 난쳐했다. 정말 난처한 상황이었다. 내가 아무

리 이를 악물고 자제한다고 해도, 이미 나는 나를 믿지못했기때문에 외박만큼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미야...오늘은 그냥 오빠야랑 놀고...집으로 들어가그라...일찍왔으니까 하루종일 놀 수 

있다 아이가..."

"싫다~ 내 오빠야랑 이틀동안 놀고싶어가 어제부터 왔다 아이가..."

"그건 알지만서도......아...오빠가 요즘 부대에 바쁜일이 있어가그란다..."

"거짓말 마라. 군인들 일요일 아무것또 안하고 쉬는거 내 다 안다."

"아이다...내 진짜 일이 있어가 그란다..."

"...?"

선미는 내가 거부할것을 생각도 못했는지 얼이빠진표정으로 말없이 나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난 선미의 그런반응을 예상했다. 전에는 자기한테 사랑한다 말하고 키스하고, 비록 용수선배

의 방해로 실패했지만 몸을 섞으려고 한 사이였는데, 내가 지금 이렇게 반응하니 선미가 당

황할만도 했다. 하지만 정말 외박만큼은 피하고싶은게 내 마음이었다. 선희누나야 결혼해서

알콩달콩 잘 살고있기때문에 내가 달라들고싶어도 그럴 틈이 없었지만, 선미만큼은 정말 오빠

동생으로서 남고싶었다. 정말 더이상 선자누나와 엄마의 마음을 배신하고싶지 않았다.

난 선미의 시선을 피했다. 뭐라 말할 자격도 없었고 쥐구멍에라도 쳐박히고 싶었다. 이윽고

선미의 큰 눈에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흐를듯 촉촉한 물기가 고였다.

"오빠야..."

"오야..."

"내 사랑한다는말 거짓말이었나..."

"..."

"와 말못하노...? 맞다는뜻이가..."

"선미야..."

"..."

"선미야...오빠가 전에말한거 기억안나나..."

"..." 

결국 선미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나는 당황해서 더이상 면회실에 있으면 안돼겠다고 생

각했다. 이 이상 면회실에서 할수있는 대화가 아니었다. 혹시라도 여동생과 오빠의 갈수록

비정상적인 대화가 남들에게 들릴까봐 서둘러 선미를 데리고 면회실에서 나왔다. 면회실을 나

오니 겨울바람이 너무도 차가웠다. 선미는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고있었다. 

"서...선미야...여기서 잠깐만 기다리레이...오빠야 금방 외박증 받아올께..."

나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선미를 몇X 밖에있는 의자에 앉히고 잽싸게 행정반으로 뛰어가서

외박신청을하고 지통실에 보고한뒤 외박증을 들고 선미가 있는곳으로 다시 뛰어왔다. 선미가

앉아있는 주변은 정말 가관이었다. 고단새 몇X에서 나온 군바리들이 선미 주변에 포진해서 자리

를 잡고 앉은것이다. 왠 이쁜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혼자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눈요기 거리였던

것이다. 나는 선미한테 다가가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게 느껴졌다. 내가 선미한테 다가가자

선미근처에서 몇X에서 사온간식을 먹던 병사들이 저마다 나를보며 수근거렸다. 아침부터 지를

찾아온 여자를 울렸다는것이다. 잽싸게 선미를 데리고 부대 밖으로 나갔다. 

시내에 도착한 후 방을 잡기위해 아무 생각없이 작은엄마의 여관으로갔다. 

"박일병왔구나?"

"오야...방하나도..."

"근데 옆에 아가씨는 누구야? 이쁘게생겼네?"

"..."

"하여튼 인기도 많아~"

작은엄마의 한마디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난 작은엄마한테 눈짓으로 조용히하라고 신호

를 보내고 선미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선미는 눈물은 멈췄지만 날 전혀 보려고하질 않았다.

난 또 다시 가슴이 무거워 지는것을 느꼈다. 마치 꼭 전에 선자누나가 왔을때랑 상황이 너무 

비슷했다. 어떻게 달래야할까 생각해봐도 달리 할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

"......"

오빠가 동생의 그런 마음을 제지하는것이 원래가 맞는 행동이었지만, 이상하게 죄인된 심정으로 한참동안 선미의 

눈치만 슬금슬금 봤다. 선미는 이제좀 진정이 된듯했지만 여전히 초점이 없는 멍한 표정으로

어딘지 모를곳을 응시하고있었다. 이 난국을 어떻게 타게해야할까...

-꼬르륵...

"......"

정적을깨고 선자의 뱃속에서 배고픔을 알리는신호가 주책맞게 울렸다. 갑자기들린 소리에 선미

를 힐끔 쳐다봤더니, 선미는 자신의 꼬르륵소리에 움찔하며 부끄러운듯 내눈치를 보고있었다.

그러자 동시에 눈이 마주친것이다. 

"...?"

"푸핫하하하~~"

나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울적해하던 선미가 느닷없이 정적을 깨고 울려퍼진 그 소리에 부끄러워

하며 내 눈치를 보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게느껴지던지, 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갑자기 

크게 웃자, 선미도 그제서야 살며시 웃으며 수줍어했다. 헤쳐갈길없던 난국을 선미의 꼬르륵

소리가 길을 터준것이다. 

"선미야... 밥 안뭇나?"

"응...내...오빠야랑...같이 먹을라?지..."

"그람 밥 먹으로가자."

선미를 데리고 나오면서 어느정도 안도의 한숨을 쉴수 있었다. 선미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

다. 선미가 내손길을 느끼더니 순간 움찔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난 선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선미야...우리 지금은...다른건 생각말고...재미있게 놀자...알았제...?"

"...오빠야...오빠 고기좋아하제...?"

"아이다...고기묵을돈이 우데있노..."

"괘안타. 내 오빠야먹고싶은거 꼭 사주고싶었다..."

"맞나..."

썩 밝은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좀 풀어졌는지 선미발걸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외박을 나올때마다 가게되는 고깃집으로 가니 사장님이 이번엔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햇빛이

잘드는 좋은자리에 선미와 마주앉아 주문을하고 선미를 가만히 바라봤다. 선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든지, 나를 보다가도 나와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살짝돌렸다. 

"와? 오빠보기가 부끄럽나?"

"아이...그게 아이라..."

"그람 와 내를 그래 훔쳐보듯 보노...?"

"모...모른다..."

"선미야...오빠 똑바로봐바라."

"..."

"퍼뜩..."

선미가 못이기는척 수줍은건지 부담스러운건지 알수없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선미야...니는 있다가이가...오빠야가 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줄 아나? 니도 오빠야 사랑하제?"

"응...내 오빠야 마이 사랑한다..."

난 굳이 '사랑하는 동생'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괜히 그런말을해서 나를 남자로 사랑하고 

기대하는 선미의 마음을 꺽어서 모처럼 선미와의 외박을 망쳐버리고싶지 않았다. 잠시후 주문

했던 삼겹살이 나왔다. 선미는 묵묵히 고기를 굽기시작했고, 가장 잘 익혀진 고기를 내 접시에

놓아주고는 자신은 밥하고 김치만 허겁지겁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팠는 모양이었다. 

지금은 누나들이 열심히 돈을 벌고있기때문에 그나마 예전보단 집안 형편이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있을정도로 생활이 핀것은 아니었다. 내가 어서 제대하고 학교를

졸업해서 돈을 벌어야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될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선미도 지금 눈앞의 고기가

몹시 먹고싶을텐데 나를 생각해서 한점도 안먹고있었다. 나는 그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밥숫

갈을 뜨고싶은 마음이 없었다.

나보다 어린 선미도, 자기보다 나를 더 아끼고 생각해주는데...내가 선미한테 해준것은 무엇

이었을까? 단순히 욕정때문에 선미한테 사랑한다고 하고 선미의 몸을 탐하려고 했다. 여자로서

사랑하는마음도 없으면서, 어린 선미의 마음을 발칵 뒤집어놨다. 그 이후로도 변변히 챙겨주는

것 없이, 어쩌다가본 선미의 매혹적인 모습에 발정이나서 번번히 선미를 탐하려고했었다. 선미

는 그런 내마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몸을 허락하려고 했다. 

지금 선미를 바라보며 다시한번 생각해봤다. 내가 정말 선미를 어떻게 생각하는것인지. 선미를

여자로서 사랑하는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금기따위는 신경쓰이지 않게된 나의 의식때문에 동생

인 선미의 몸을 탐하려고 하는것인지...

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는 사랑은 선자누나였다. 비록 선자누나와도 육정으로 시작된

사랑이지만, 선자누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내마음속에 순전히 사랑하는

여자로서 존재하는 사람은 선자누나 하나뿐이다. 그렇기에 더이상 선미에게 다갈 수 없었다.

어떻게해도도 한사람의 마음에 두사람이 깊이 담길 순 없는법이었다. 내가 이제 선미에게 해

줄수있는것은, 선미의 가슴속에 자라고있는 나를향한 사랑의 싹을 아프지않게 잘라주는것 

뿐이었다. 선미만큼은 사랑하는 동생으로 남아야 선미가 상쳐를 받지 않을것이다. 더이상 누나

와 엄마가 배신감에 치를 떠는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다.

"오빠야..."

"...응? 오야..."

"와 안묵노...? 맛없나? 하나도 안먹었네?"

고기를 올려주던 선미가 내가 전혀 먹고있지 않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이다...묵을께..."

그제서야 수저를 들고 여지껏 선미가 놓아준 고기를 입에 넣었다. 고기를 천천히 씹고있는데

코끝이 찡해졌다. 나랑 사랑해주는 모두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야...와그리 못먹노..."

선미는 내가 제대로 못먹는모습을 보고는 내 옆으로와서 앉았다. 그리고는 상추에 삼겹살,

마늘,고추,밥을 잔뜩 싸서는 내입에 넣어줬다. 

"아고야 한입에 쏙들어간다~ 이제 잘묵네."

큰 쌈이 내입에 한번에 들어가 내가 우물우물씹자, 선지가 그제서야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보

였다. 

"내가 싸주니 맛있나 오빠야?"

입속에 음식물이 가득차 대답을할수가 없었다. 대신 고개를 끄떡거리며 씨익 웃었다. 선미는 

자기가 싸준 쌈을 내가 다 씹어 삼킬동안 계속 바라보고있었다?

"평생 이래해줬으면 좋겠는데..."

"..?"

갑자기 선미가 내게 입맞춤을 했다. 방금 선미가 한말이 무슨뜻인가하고 생각할 찰라였다.

느닷없는 선미의 행동에 난 가만히 입술을 내주고 있었다. 선미는 더 대담하게 혀를 집어넣고

는 음식물을 삼킨지 몇초 지나지도 않은 내 입속을 휘저으며 내 혀를 맛봤다. 

내 눈의 동공이 확대대는것이 느껴졌다. 선미는 키스를 하는내내 눈을 똑바로 뜨고 내눈울

보고있었다. 잠시간의 키스가 끝나고 선미는 다시 웃으며 내게줄 쌈을 싸고있었다. 너무도 순

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한동안 멍하니 있을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알던 수줍음많은 선미가 아니

었다. 

"내가 싸준쌈이라 내가 묵어도 맛있네~"

충격으로 순간 시공이 정지한것같이 느껴지다가 선미가 중얼거리는 말이 들렸다. 그리고 머릿

속에서 그 말이 천천히 해석되었다. 내입속에서 자신의 싸준 쌈을 맛보고는 맛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것이었다. 

"자 오빠야. 아~ 해바라."

선미는 내 입장은 전혀 아랑곳 하지않고 어느새 다시 쌈을 싸서 먹여주려고했다. 내 머리는 

지금 이상황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몸은 어느새 선미의 온순한 양인 마냥 다시 입을

벌리고 받아먹었다. 

고깃집에서 밥을먹는 내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수가 없었다. 마치 뇌

가 사고를 정지해버린것 같았다. 밥을 다먹고 나와서는 역시 술을 사들고 여관으로 향했다.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군복을 입은채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선자누나나 엄마와 있었다면 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즐겼겠지만, 지금 난 선자누나를 위해 선미를 지켜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애초에 내속의 악마가 모습을 들어낼 빌미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깨끗하게 씻고나오니, 이번엔 선미가 총총 걸음으로 화장실로 갔다. 내가 입고있는 팬티가 사

각팬티였기때문에 반바지처럼 팬티랑 런닝만 입고 이불을 깔고 그 속으로 들어가 티비를 봤다.

그런데 티비를 보면서 난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내 눈은 분명 티비를 보고있었는데, 티비소리

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마치 미군채널AFKN을 보는것 마냥, 티비에서 뭐라고하는지 하나도 알

아먹을 수가없었다. 내귀는 이미 선미가 씻고있는 화장실로 향하고있었던 것이다. 난 집중을

잘했다. 그래서 공부도 한번 손에 잡으면 책밖에 눈에 보이지 않았다. 책을 소리내어 읽지

않아도, 집중하며 읽으면 책의 내용이 눈과 귀로 들어왔었다. 그렇게 엄청난 집중력을 자랑하

는 내가, 선미의 씻는소리에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피가 서서

히 한쪽으로 쏠리는것도 느껴졌다. 

'안돼...안쨈?박선호...이래되면 니 진짜 막장인기라! 안쨈?박선호 참아라!..."

점점 달궈지는 내 몸을 달래려고 술을 찾았다. 술과 안주거리가 담겨있는 봉지가 화장실 옆에

놓여있는것을 보고 후다닥 가서는 소주를 꺼냈다. 근데 거기서 내 눈은 한곳을 향한채 멈춰

버렸다. 나의 시선은 화장실 바로앞에 가지런히 벗겨져있는, 선미가 방금까지 입던 속옷에 꽂

혀버렸다. 자지가 발딱 서버렸고, 심장은 요동치며 숨이 거칠어졌다. 어느새 씹에 미친악마가

내어깨에 사뿐이 내려와서는 내 귀에대고 속삭였다. 

'냄새를 맡아봐...짜릿한 저 냄새를...아무도 거부못할 꽃잎의 향기를...'

한손엔 소주병이...그리고 다른한손은 선미의 팬티로 향했다. 그리고 그대로 그자리에서 쪼그

리고 앉아 팬티를 살며시 코에 가져갔다. 선미의 알수없는 누렇고 하얀 흔적이 묻은것이 보였

다. 선미의 팬티에서 내 본능을 일깨우는 자극적인 향기가 코를타고 내 모든 중추신경을 자극

했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유혹의 향기를 들이마셨다.

'맛을 봐...니 씨앗을 기다리며 유혹하는 그 자극적인 맛을...'

입이 벌어지면서 욕망의 액체가 잔뜩 흘러내리는 악마의 혀가 서서히 팬티에 묻은 선미의 흔

적으로 향했다. 내 오감은 혀끝에 집중되었다. 심장을 포함한 전신에서 맥박이 크게 뛰었다. 

알콜은 한방울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미 술에 취한듯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짜릿해...!!!'

갑자기 화장실 문고리가 돌아가는소리가 들렸다. 난 소스라치게 놀라며 선미의 팬티를 떨어뜨

리고 이불을 향해 점프했다. 

"...? 오빠야 모하노?"

"아...! 내 술가져갈라카다가......다 씻었나?"

"오야. 내 금방 옷입고 나올께."

화장실문을 열다가 내가 후다닥 거리는것을 본선미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다가,

이내 나의 대답을 듣고는 속옷을 가지고 다시 화장실 문을 닫았다. 

"후아......"

순식간에 벌어진일에 아직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혹시나 내가 선미가 문여는소리를 못듣고

그 모습을 선미에게 들켜버렸다면, 이성을 잃고 선미를 덥쳤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소주병을 이빨로 까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똘똘이도 놀랐는지 단숨에 죽어버렸지만, 심장은 

아직도 쿵쾅거리며 뛰었다. 

몸은 진정 되었지만, 욕정은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그동안 운동한다고 자위행위도 안하고

있었다. 오늘 완전 선미한테 잘못걸린것 같았다. 작은엄마한테가서 쑤시고 올까 생각했다가 그

것도 선자누나를 배신하는거란 생각에 그냥 술로 풀기로했다. 안주없이 다시 병나발을 불며 벌

컥벌컥 소주를 들이켰다. 

그 사이, 화장실에서 선미가 나왔다. 짧은 흰색 반바지와 반팔티를 입고 나왔다. 선미의 매끈

한 허벅지가 여과없이 내눈을 관통했다. 방금 씻고나와서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은 피부...

"오빠야. 그새 혼자마시고있나?"

"아...내 오랜만에 술을보니 좀 땡기가 그랬다...어여와 앉그라."

선미는 술과 안주가 들어있는 봉지를 가져와서 내앞에 앉았다. 과자봉지를 넓게 뜯어 펼쳐놓

고 종이컵 2개를 꺼내 소주를 조금씩 따랐다. 나발을 불어 얼마남지않은 소주병을 뺏어가더니,

소주가 담긴 종이컵을 주었다.

"오빠야 짠하자."

"오야..."

그것으로 시작되었다. 웃고 떠들며 마시고, 그렇게 나도 모르게 태풍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가고있었다. 살며시 다시 모습을 들어낸 악마가, 태풍의 정점인 쾌락의 눈으로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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