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14)

승규와 찬이엄마는 발렌타인을 마셨다...

나는 양주를 원래 못마신다...

처음 양주를 접했을때 심한 필름 끊임과 늦은 해독작용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가끔 접대차 룸싸롱을 가더라도 술집여종원에게 먹이거나 몰래 버리게 하기도 하였다...

나는 오로지 소주와 맥주를 즐기는 그런 녀석이었다...

[캬~아~누님 정말 맛있습니다~ㅎㅎ]

[희준군은 이좋은걸 왜 못마신데? 그래도 내가 희준군 줄려고 특별히 챙긴건데....]

[죄송합니다....]

찬이엄마한테 정말 미안했다....

[그럼 맥주에 조금만 타서 마셔봐! 내 정성을 봐서라도 조금은 마셔야지 안그래~]

[아~ 누님! 이좋은 술을 맥주에 왜 말아요!안깝게시리!]

승규가 이런 나를 못마땅히 여겼다...

[그럼 한잔만 그렇게 마시겠습니다....]

찬이엄마가 직접 제조해 주었다....

[쭈욱~들이켜봐요!]

꿀떡~꿀떡~

[크으~좋긴 좋으네요 ㅎㅎ]

[정말 맛있지~호호]

[안주도 자아~]

찬이엄마가 과일 안주도 손수 챙겨 먹여주었다...

폭탄주 맛은 당연히 좋았다....

하지만 이렇게 몇잔 마시면 나는 또 필름이 끊길수도 있어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2시간여....

폭탄주로 5잔과 맥주 6병가량을 마시게 되었다...

어지럽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취하지 않을려고 무지 애를 썼다...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승규야...지금 몇시 됐냐...?]

[12시 좀 넘었는데!]

[12시?]

큰일났다...

예림이한테 문자 주기로 했는데 아직 안보낸 것이다...

나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보았다...

문자가 무려 6개....

다 예림이 문자다....

>>오빠 왜 연락 안줘?지금 어디야?<<

>>지금 집도 아니고 회사에서는 일찍 퇴근했다는데 어디냐구? 늦더라도 꼭 연락줘!안자고 기다린다!!<<

나는 안절부절 못했다...

뭐라 말하지??

[예림이..?]

찬이엄마가 물어 보았다....

[저녀석 저러는거 보니 예림씨 맞네요! 남자녀석이 꽉 잡혀가지고는!]

[뭐래?]

찬이엄마가 조심스런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찬이엄마도 걱정이 되었나보다....

몰래 자기 가게로 오라고 했는데 들키면 찬이엄마나 나나 좋을게 없다는건 뻔한 일이다...

[승규야 니가 예림이한테 전화해줘라!]

[내가?왜?]

[그럼 지금 내가 전화하면 예림이는 어디에 있느냐고 꼬치꼬치 물어볼거 아냐!그리고 술마시고 있더라도 누구하고 마시고 있냐고도 물어볼테구...]

[내가 총대 메라구? 야! 그건 아닌거 같다!그냥 나하고 술마시는 중이라고 말하면 되지!안그래?]

[그러면 그동안 왜 연락을 안줬냐고 하면!예림이가 더 이상하게 생각할거 아니야!]

[그래...희준군 말이 맞네...승규군이 잘 둘러대 주면 좋겠는데..]

찬이엄마도 승규한테 부탁어조로 말하였다...

찬이엄마까지 이러니 승규도 어쩔수가 없었다...

[뭐라고 전화해...?]

[그러니까....그래! 이게 좋겠다! 너와 둘이 미령씨 일로 같이 술마시다 내가 먼저 뻗었다고 그래!그래서 걱정되서 니가 전화해 주는 거라구!]

[그러다 예림씨가 데리러 온다고 하면?]

[그러면 니가 그냥 너희 집으로 막 데리고 가는 중이라고 둘러대면 되잖아!]

[이자식 선수네!]

[지금 빨리 전화해줘!]

[알았어...]

[야!여기서 전화하게?나가서 전화해야지!]

[아 자식 귀찮게 하네...]

[잘 말해라!]

승규가 전화통화하러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이렇게 된줄 몰랐네요...]

[12시밖에 안됐는데 뭘그리 놀래가지고 그래?]

[예림이한테 한번 찍히면 풀어주는데 오래가서요..]

[이해가 간다~]

[여기 가게는 몇시에 문닫아요?]

[새벽1시]

[곧 문 닫아야겠네요!]

[그러게...]

[아저씨한테는 연락왔어요?]

[응!오늘도 못 올라온대!]

[그럼 집에는 어떻게 가시게요?술드셔서 차도 못 끌고 가실텐데...택시타고 들어가세요!]

[귀찮아! 난그냥 여기 뒷방에서 잘래~]

뒷방?

먼저번에 가게에 조그마한 방이 하나있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너 내일 예림씨한테 죽었다 ㅋ]

승규가 들어왔다...

[왜?예림이 많이 화났냐?뭐라 말했는데?]

[뭐... 그냥 니가 말하는데로 전했지!]

[정말로?]

[그런데 안믿는 눈치인거 같던데!]

[왜?]

[아니...나하고 술마시더라도 그런적 없었는데 그렇게 자기한테 연락도 못할 정도냐구...]

[아이씨...그러기도 하겠네..혹시 뭘로 의심하는건 아니고?]

[그건 나도 모르지!내일 니가 잘 둘러댈수 밖에!]

[알았다...여하튼 난 너희 집에서 잔거다!!그렇게 알어!]

다음에 예림이와 승규를 같이 만나더라도 들키지 않기를 바래야만했다...

[승규야 우리 일어나자!]

[집에 가자구?]

[응! 가게 문닫을 시간이야!]

[그래? 난 좀더 마시고 싶은데...]

승규가 아쉬워했다...

[그럼 가게 문닫고 우리끼리 더 마시면 되잖아!안그래?]

찬이엄마가 승규말이 그랬는지 나한테 의향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많이 취해 있었다...

아무래도 양주가 섞인 폭탄주때문인거 같았다..

[제가 너무 많이 취해서요..그리고 처음 가게에 왔는데 이러는것도 아닌거 같구요..]

찬이 엄마는 괜찮다고 여러번 말했지만 나는 끝내 거절하였다...

[승규 일어나!그리고 찬이어머님도 가게 문닫고 저와 같이 집에 가요!제가 바래다 드릴테니!]

[난 여기서 잔다니깐!]

[집놔두고 왜 여기서 주무십니까! 습관됩니다! 그냥 집에 가세요!]

나는 아쉬워하는 승규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고 우리가 먹던 술들을 정리해 주었다...

퍽~

술에 많이 취했나보다...

들고 있던 맥주병을 그만 바닥에 떨어트리고 만 것이다...

[안다쳤어?]

찬이 엄마는 걱정이 됐는지 가게 정리하던 중 나한테 급히 뛰어왔다...

[아...미안합니다...손에서 병이 미끄러져서...]

[희준군 정말 많이 취했네...! 다친데 없지?]

[네...]

가게는 대충 치우고 집에 가기 싫다는 찬이엄마를 억지로 데리고 나왔다...

[승규는 따로 택시타고 가라!]

[왜? 다같이 가면 되지!]

[찬이어머니집 들렸다가 너희집 갈려면 한참 돌아야 하잖아! 너는 그냥 여기서 따로 택시 잡고 가!]

승규는 같이 가고 싶어했다...

아무래도 찬이엄마 때문인거 같았다...

[서울 00동이요!]

택시 잡는데 시간이 꽤 걸렸었다...

[승규야 나 먼저 간다!내일 통화하자! 미안하다!]

나는 찬이엄마와 택시 뒷좌석에 같이 탔다...

떠나는 우리 택시를 보고 승규는 버림받은 외톨이 마냥 한참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택시안이 덥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까 먹은 술기운이 더더욱 올라왔다...

졸립기도 하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잠시 잠을 청하였다...

[희준군 아직도 많이 취해?]

[네..그러네요...]

[정말 양주를 못먹는구나...그렇게 불편하게 자지말고 내 무릅위에 머리를 기대고 자요!어서!]

찬이엄마가 나를 뉘워서 자기 무릅위로 내머리를 앉혔다..

참 포근하면서 편안했다...

내볼은 찬이엄마의 짧은 치마 끝과 스타킹 사이에 있었다...

스타킹의 촉감과 그안의 찬이엄마 살곁이 같이 느껴졌다...

택시의 조용한 흔들감과 함께 나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희준군 집에 다왔어!일어나봐...]

나는 찬이엄마 아파트 입구까지 오는동안 계속 자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깊이 잠들어 썼나봐요...]

[술은 깬거야?]

[네..아까보다는...]

찬이엄마와 나는 일단 택시에서 내렸다...

[우리집에 가서 좀 있다가 갈래?]

[아닙니다...저는 집에 가야죠!많이 늦었는데..]

[그럼 집앞까지만 바래다 주라...]

나는 찬이엄마를 동입구까지 바래다 주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여기는 예림이 엄마와 같은 동이기도 했다...

늦은 시간이다보니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심히 들어 가세요!]

[....]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

[그럼 다음에 뵐께요!]

웁....

찬희엄마가 갑자기 나한테 키스를 하였다....

[고마워...]

나는 순간 굳어 버리고 말았다...

[다음에 가게에 또 놀러와~]

그러고는 엘리베이터로 급히 뛰어갔다...

뭐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가는거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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