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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권
1장 靑海 菩陀庵
중원 삼대호중의 하나인 청해호....
호수의 깊이가 크기가 바다처럼 깊고 푸르다 하여 청해(靑海)라 이름 붙여진
커다란 호수 가운데 하나의 바위산이 우뚝 솟아 있다..
천해의 절경가운데 솟아오른 바위산은 어찌보면 천해의 요새이기도 하다.
높이의 삼분의 이가 풀한포기 없는 바위 절벽이여서 보통사람들은
감히 접근조차 하기 힘들어 보인다..
위쪽의 삼분의 일은 아주 울창한 수림으로 덮여 있어서 안쪽의 상황은
전혀 파악할수 없게 되어있다. 이런 천연의 요새 속에 이천년 전에
하나의 암자가 세워졌다.
보타성니(菩陀聖尼)!
이천년전 전 중원을 피로 물들인 대혈마 지극마황(地極魔皇)을 청해로
유인하여 동귀어진 함으로써 중원을 구한 성니(聖尼)였다.
중원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진 그녀를 위해서 여승들이
이곳 청해의 바위산에 암자를 세웠다. 비록 그 규모는 소림사에 비해
미미하나 소림사와 더불어 중원의 정신적인 지주역활을 해왔다.
유령천사종(幽靈天邪宗)!
아름다운 청해호가 서서히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갈 무렵...
세개의 인형이 호수 주위에 나타났다.
천수검후(千手劍后) 빙화정(氷花精)..
사자천후(獅子天后) 당숙빈(唐叔賓)..
그리고 소년 연운비(聯雲飛)였다...
일주일전 이부산(夷駙山)에서 만난 그들이 드디어 목적지인
청해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까지 오는동안 당숙빈은 자신의 내력을 완전히 회복했다.
그리고 연운비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한것이 많았지만
감히 질문을 할수가 없었다.
그녀로서는 철혈무가의 장주인 철혈무제(鐵血武帝) 연남천(聯楠天)과 비취여제(翡翠女帝) 수옥경(水玉璟) 사이에는 아들이 없었다는 걸로 알고있었다.
당숙빈은 연운비라는 소년의 얼굴이 오히려 자신이 알고있는 누군가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숙빈은 여기까지 오면서 운비와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소년의 총명함에 많이 놀랐다.
어찌 산속에서 홀로 자란 소년이 역사부터 어려운 의학에 까지 많은 지식을 담고 있는가에
대해 감탄을 금할수가 없었다.
운비도 산속에서 자라면서 가끔 산을 지나치는 사람들외에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눈 사람은
어머니와 화정을 제외하면 당숙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운비는 일주일내내 계속해서
당숙빈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해호에 당도한 그들은 잠시동안 절경을 감상했다. 붉게물든 호수와 그주위의 풍경에
그들은 넋을 잃고 바라봤다. 특히 태어나 처음보는 넓은 호수를 바라보는 운비의
가슴은 무엇인가가 자신의 가슴속을 가득 메우는 듯했다. 높은 산과는 또다른 느낌의
호수가 소년의 가슴속에 커다란 영상으로 자리잡았다. 막연히 자신의 앞으로의 삶이
그러했으면 하고.....
"..어머..벌써 해가 기울었네..."
"운비가 있어서 오늘 보타암에 다다르기는 힘들것 같은데..."
잠시동안의 침묵을 빙화정이 깨트리면서 먼저 말을 했다.
"그래..그럼 여기서 하룻밤 묵고 내일 아침 일찍 산에 오르는 것이 좋을것 같은데.."
"그럼 잠자리를 준비해야겠네.."
둘은 운비를 남겨두고 먹을것과 장작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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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앞도 분간할수 없는 안개가 호수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이곳 청해호는 일년중 이백일 이상이 안개가 끼는 곳이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는
거의 해를 볼수가 없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운비일행은 더이상 지체할수가 없다. 한시라도 빨리 보타암의 관음신모에게
서찰을 전하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를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빙화정과 냉숙빈은 양쪽에서 운비의 겨드랑이로 해서 서로의 손을 잡았다.그리고는
세차게 지면을 박차고 솟아올랐다.
십여장을 솟구쳐 오르자 안개위로 아침햇살이 그들을 맞이하였다.
그들은 속도를 더욱 붙여서 단숨에 호수를 가로질러 바우산 입구에 내려앉았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그들은 다시한번 지면을 박차고 올랐다..
연이어 이어지는 경공술에 소년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찌 이렇게 사람의 몸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을수 있는가에 대해서....
다섯번 정도를 바위산에 발을 내딪고 그들은 어느새 숲속에 도착해 있었다.
"휴우...이제 조금만 가면 보타암에 닿겠는걸.."
"그래..조금만 더가면 이곳을 지키는 스님들을 만날수 있겠는걸.."
이때 사방 나무뒤에서 네명의 스님들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면 스님들은 모두 비구승이란것을
알수 있다.헐렁한 회색 승포를 걸쳤지만 그들의 가슴 언저리가 모두 봉긋히 솟아올라 있었다.
"시주들은 뉘시길래 이렇게 험한 산중을 찾아 오셨읍니까?"
그들중 나이가 제법들어 보이는 스님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예..저의 이름은 빙화정이고 관음신모님을 뵈려고 왔읍니다."
"아니...설마 천수검후(千手劍后) 빙화정(氷花精)시주란 말씀이십니까.."
여승의 안색이 놀라움으로 변했다.
"네..그렇습니다.."
"하하..시주 반갑습니다..나를 기억 하시는지요..."
중년 여승이 한발더 앞으로 나서며 말을 건넸다.
빙화정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자신의 뇌리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법명이 있었다.
"...설마..망아스님이신지..."
"맞습니다..화정시주.."
"벌써 우리가 만난지도 이십년이 흘렀군요.."
"그때 시주가 저의 암자에 와서 몇달을 지내셨지요.."
"하하..어쩜 스님께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으십니다."
"전..세상살이에 이렇게...."
"..별 말씀을....."
사실 빙화정은 젊은 시절 관음신모의 심법을 배우기 위해 석달간을
이곳 보타암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 그때 이미 망아사태는 중년의 나이였는데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모습과 별반 달라진게 없으니 못알아 볼수 밖에
없었다.
"근데...이곳엔 어쩐일로 오셨는지..."
"네..아주 중요한 서찰을 가지고 왔는데 관음신모님께선 계신지.."
"음...신모님께선 해남에 가셨는데 보름후에나 오실겁니다.."
"그동안 불편하시겠지만 여기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 어떻겠읍니까.."
'이런...일각이 급한 시점인데 그렇다고 해남을 갈수도 없고..'
화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당숙빈에게 물었다.
"숙빈아..보름동안 여기서 기다려야 할것 같은데..."
"그래..여기서 해남까지 십일이면 갈수 있지만 길이 엇갈리수도 있으니 여기서
기다리는게 나을것 같다.."
"그럼...망아스님 보름동안 여기에서 신세를 져야겠읍니다."
"네..그렇게 하시지요. 그럼 저를 따라 오시지요.."
"너희들은 계속 여기를 지키도록 해라.."
망아라는 비구승은 나머지 여승들에게 몇마디를 더 전달한 다음 앞장섰다.
한참을 숲을 헤치고 나가자 그들앞에 조그마한 사찰이 나타났다.
서너개의 법당과 여러채의 건물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사찰이었다.
"불편하시더라도 시주들께서는 저곳 법랑채를 함께 쓰셔야 겠읍니다."
망아스님은 그들은 사찰의 제일 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안내했다.
"아닙니다..스님 오히려 저희가 죄송합니다.."
"조용한 암자에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망아스님은 그들을 안내를 마친다음 그들에게 식사시간과 건물들의 위치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는 그녀는 처마에 걸린 종을 친다음 잠시 기다렸다.
잠시후에 각각의 거처에서 여승들이 나왔다. 대략 서른명 정도의 인원이었다.
아마도 그녀들에게 운비일행에 대해서 설명하는듯 했다.
일다경후 스님들은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망아스님은 화정에게 다가와서..
"그럼 여기 계시는 동안 편히 생활하십시요..시주..."
"감사합니다..망아스님.."
망아스님은 그들에게 합장을 한다음 걸음을 옮겼다.
망아스님이 돌아가자 세명은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사찰특유의 향내음이 그들의 코로 스며들었다.
간단히 자신들의 짐을 정리하고 빙화정과 당숙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운비야 우리는 씻고 올테니 잠시 여기 있도록 해라.."
"심심하다면 근처를 산책해도 괜찮다.."
그녀들은 옷가지를 챙겨 방문을 나섰다.
혼자남은 운비는 천천히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산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자신이 천기뇌황(千驥雷皇) 백리담(百里潭) 할아버지를 만남으로서
갑작스레 모든것이 변한것만 같았다. 집을 떠나온지 보름이 넘었다. 운비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님께서는 이번에도 귀한 서적을 많이 구하셨는지?'
'사천성에는 고서가 많이 있다는데..'
'이번일이 끝나면 그동안 못읽었던 책들이나 실컷 읽어야지..'
운비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심심했던지...
"산책이나 할까 이곳은 사찰이니까 이곳에도 서고는 있겠지.."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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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온 소년은 숲속으로 이어진 조그만 돌길을 따라 걸어갔다.
시원한 미풍이 소년의 머리결을 날리게 했다.
한참을 걸어가던 소년의 앞에 조그만 연마장이 보였다.
"...이...얍!"
"..쉬..이익.."
기합소리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소년의 귀에 들렸다.
아마도 스님들이 이곳에서 무예를 연마하는 것 같았다.
소년은 호기심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싶었다. 그들에게 방해가
안될 정도로 다가간 소년은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여덟명의 스님들이 제각각 다른 모양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다리를 약간 벌린 자세에서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스님...
계속해서 앞뒤로 기합을 지르면서 공중돌기를 하는 스님..
다리를 완전히 벌린 상태에서 합장한 자세를 취한 스님...
허리를 뒤로 반쯤 젖힌채 팔을 활짝 벌린 스님...
.............................
소년의 눈에는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한 스님들이 신비하게 보였다.
자신도 그러한 자세를 따라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운비는 그자리에서 자신의 다리를 완전히 벌리려고 해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삼분의 이쯤 벌어지자 더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더이상 벌리려고 하자 오히려 고통한 더할 뿐이었다.
운비는 피식 실웃음을 짖고는 다시 스님들의 연공 장면을 보았다.
이번에는 스님들의 표정이 자신의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저 스님들의
연공장면에만 신경이 쓰였지만 한참을 보고 있자 스님들의 생김새에게도 자연히
눈길이 갔다.
파르라니 갂은 머리가 땀에 젖어 햇살에 반짝이는 것이 소년의 눈을 조금은 눈부시게 했다.
스님들이 연공에 힘쓰는 표정들이 너무나도 진지해 보였다. 그리고 아름다워 보였다.
아직 여자들을 많이 보지못한 운비지만 그녀들의 얼굴이 자신의 눈에는 한없이 아름답게
비쳐졌다.
소년의 눈길이 조금씩 아래로 이동했다.
약간은 헐렁한 듯한 승복이였지만 땀에 젖어 스님들의 몸에 붙어 있었다. 특히 돌출된 부분은
더욱 몸에 달라붙어 그녀들의 신체구조를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 소년의 안색이 조금은 달아올랐다.
아직까지 소년의 머리속에는 그냥 열심히 수련하는 스님들로 보였는데 몸에 붙은 가사가 여승들의
몸매를 드러나게 하자 그제서야 소년은 자신이 와있는 곳이 비구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성한 장소에서 생각해서는 안될것이지만 소년은 눈은 좀처럼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특히 허리를 뒤로 반쯤 젖힌 스님의 가슴언저리에서 소년의 눈이 한참을 머물렀다.
허리를 반쯤 젖힌 상태여서 당연히 가슴이 옆으로 퍼져야 겠지만 그 크기때문인지 다른 스님들보다
유난히 앞으로 도드라져 보였다. 땀에 젖은 부위는 그렇지 않은 승복의 부분과 대비되어서
짙은 색을 뛰었다.
이번에는 소년의 눈이 옆으로 이동했다. 자신을 향해서 허리를 숙인채 팔을 앞으로 내민 스님의
승복앞자락이 약간은 느슨해져서 박속같이 새하얀 가슴언저리살을 내보이고 있었다.
도톰하게 부풀은 가슴언저리 살이 조금씩 떨리는 것 처럼 보였다.
운비의 머리속은 차츰 이상한 생각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다리를 완전히 벌린 스님의 승포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소년의 눈에 마치 승포자락속의 비밀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어렴풋이 경험한 소년의 기억속에 자리한 그곳을 소년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소년의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젖은 승복바지의 안을 들여다 볼수는 없었다.
소년의 눈이 다음 스님으로 이동할려는 찰나..
"..음..음..시주 여기계셨군요.."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소년의 몸이 경직되었다. 마치 도둑질을 하던 사람이 누군가의
인기척에 놀라는 것처럼....
"스님들의 연공 장면을 보고 계셨군요..."
그제서야 운비는 뒤를 돌아보면서 간신히 대답했다.
"..ㄴ..네.."
대답과 함께 소년의 고개가 들리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스님을 보았다.
운비의 앞에선 스님은 바로 망아스님이였다.
"시주께서는 무공연마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망아스님의 질문에 소년은 한참을 있다가 대답했다.
"아..아닙니다..그냥 산책나왔다가 소리가 들리길래..."
"..사실 전 서고가 어디있나 궁금해서...."
"네..그렇군요..서고는 시주께서 묵으시는 방의 맞은편 왼쪽 건물입니다."
"산중이라서 별로 많은 서적이 있지는 않습니다만..여기서 지내시는 보름동안
읽어 볼만한 서적은 몇권이 있읍니다.."
"감사합니다..스님.."
"그럼..저는 이만.."
운비는 합장을 하고는 얼른 그곳을 벗어나고자 걸음을 옮겼다.
잠시전 자신의 생각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운비의 걸음은 보통때보다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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