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리슐리외 추기경님, 자리를 옮기시지요. 추기경님께서는 대내외적으로 적들이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호위도 없이 무방비하게 돌아다니시면 위험합니다."
"상관없네. 가끔씩은 이렇게 편안히 서민들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 나의 낙인 걸."
"후우~ 그런 서민들이 리슐리외 추기경님을 해하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추기경님이 국왕폐하께 반하여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오해하고 있으니까요."
"후후, 그러기위해선 악역이지. 내가 욕을 얻어먹을수록 국왕폐하께서는 그만큼 돋보이실거야. 그러니 그 방법이 거칠고 나빠보여도 어쩔 수 없는게지...어차피 내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리슐리외 추기경님..."
로슈포르는 그런 중년의 사제, 아니 리슐리외 추기경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후우...알겠습니다. 그럼 저라도 추기경님의 술친구가 되어드리지요."
로슈포르는 결국 한숨을 내쉰 뒤,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술집에서 위험하게 계속 술을 들이키려는 상관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혹시 여성분과 술을 들이키셨나요?"
그는 여성의 향취가 남아있는 술잔과 자리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렇다네. 무척 귀여운 아이였지."
"!"
여자에겐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던 추기경이었는데, 그의 부드러운 미소를 본 로슈포르는 깜짝 놀랐다.
순간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가 싶은 의문도 들었다.
"언젠가 또 인연이 된다면 꼭 보고 싶은 아이였다네."
리슐리외 추기경은 여전히 기분좋은 듯한 미소를 그려보이며 말했다.
한편, 아라미스와 함께 술집을 나와 길을 걷고 있던 달타냥은, 사제를 만난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되어 있었다.
중년 사제의 위로가 그녀의 마음을 많이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히 좋은 분이었어.)
후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나고 싶을 정도로 인상이 깊었던 남성이었다.
(어쩌면 나 저런 댄디하고 자상한 중년과 마음이 잘 맞을지도..?)
달타냥은 소중하고 기분좋은 만남을 가졌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데, 아라미스를 바라보자, 그녀는 아직도표정을 단단히 굳히고 있었다.
"아라미스?"
달타냥은 아직도 긴장하고 있는 아라미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대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달타냥의 물음에 아라미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당연히 있지. 너 아까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어?"
"아뇨. 대체 그 분이 누군데 그렇게 긴장하는거예요?"
달타냥의 되물음에 아라미스는 그가 바로 자신들의 적인 리슐리외 추기경임을 알려주었다.
"그 사람이 바로 우리들의 적인 리슐리외 추기경이야. 그가 네게 무슨 말을 해주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말하는 건 전부 거짓말이니 믿어선 안돼."
"그런...!"
아라미스의 단호한 말에 달타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설마 자신을 위로해주던 사람이 바로 그 악명높은 리슐리외 추기경이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하, 하지만, 아라미스...그 분은 진심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분 같았는걸요. 우리처럼 국왕님을 중심으로 절대왕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달타냥은 리슐리외 추기경을 옹호하며 말했다.
그에 아라미스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바보야. 그 왕이란 바로 추기경 자신을 뜻하는거겠지. 그는 루이 13세 전하에 대한 충성심이 없어.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 절대 그의 겉모습만 보고 모든 걸 속단해선 안돼. 달타냥."
"...."
달타냥은 아라미스의 말에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리슐리외 추기경에 대한 소문들은 달타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정 모르겠다면 그냥 우리는 우리의 할 일에 충실하면 돼. 우리의 임무는 국왕 폐하를 호위하고 그 가족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 추기경이 그런 위험거리가 된다면 검을 빼들면 돼."
아라미스는 혼란스러워 하는 달타냥을 정리해주며 말했다.
(아라미스의 말이 맞아. 리슐리외 추기경이 국왕 폐하께 해가 된다면 나의 검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거야.)
"네, 알았어요. 아라미스."
달타냥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아라미스와 달타냥은 그 후 비를 맞으면서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은 근처의 골목길을 통해 아라미스의 집으로 향했다.
달타냥이 술이 고파 유흥가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라미스의 집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은 먼저 몸을 녹힐 필요가 있었다.
"그만 젖은 옷을 벗도록 하자."
아라미스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자 수건을 꺼내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말했다.
"자, 받아."
그녀는 그러면서 달타냥에게도 수건을 건네주었다.
달타냥의 하얀 드레스는 비에 흠뻑 젖어 후줄근해져 있었고, 물기가 뭉쳐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달타냥은 아라미스에게 수건을 건네받자 우선적으로 머리와 옷의 물기를 닦았다.
-부르르
비를 많이 맞아서인지 한기가 몸 속을 침투해와 몸이 저절로 떨려왔다.
달타냥은 물기를 닦다말고 몸을 부르르 떨며 추워했다.
그 모습이 매우 애처로워보여 아라미스는 동정심이 생겼다.
"불쌍하게도..."
달타냥은 아라미스가 다가와 비에 젖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아라미스..?"
아라미스의 눈을 보자 그 안엔 동정심이 가득 들이차 있었다.
-두근 두근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이 너무나 포근해서 달타냥은 미묘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라미스...왜 이래요...?"
달타냥은 기분이 이상해져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손을 들어 아라미스의 손을 걷어내려 했지만 그녀의 그윽한 눈을 바라보자 그럴 수가 없었다.
"미안해. 달타냥. 포르토스 녀석이 좀 둔감해서 그렇지, 그 녀석은 그렇게 나쁜 녀석이 아니야."
"..."
그런 건 잘 알고 있었다.
"남자들 특유의 둔감함이 문제인거지 의도적으로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려고 한 게 아니니까 네가 이해해주길 바래."
"네..."
아라미스의 말에 달타냥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할 때가 많아. 그그들은 폭력적이고 자존심만 센데다, 둔감하고, 섬세하지도 못하지. 정말 그런 걸 볼 때마다 여자로서 얼마나 화가 나는지 몰라."
"...."
달타냥은 아무 말없이 아라미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여자가 된 후로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그녀는 남자인데 그런 것에 납득을 하게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우습게도 느껴졌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잘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달타냥, 내가 널 위로해줄께. 여자는 여자가 더 잘 아는 법이니까."
아라미스는 부드럽게 뺨을 쓰다듬던 손을 턱으로 가져다대며 말했다.
"에에? 아라미스...?"
달타냥은 놀란 눈으로 아라미스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후훗~♥"
-쭈웁~
순간 부드러운 아라미스의 입술이 입을 덮쳐왔다.
(아...!)
달타냥은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느꼈음에도 아무것도 못하고 입술을 빼앗기고 말았다.
-쪼옥, 쪼옥~
감미로운 키스였다.
너무나 기분좋아지는 키스라서 분노와 실망감으로 엉망이 되어있던 달타냥의 마음이 놀라움과 기쁨으로 뒤흔들렸다.
-낼름 낼름
키스에 열중을 하게 된 달타냥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어 아라미스의 혀를 받아들였다.
"하아, 하아....아라미스..."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기분좋은 키스.
둘은 자기 자신도 잃고 입술을 핥고 혀를 빨면서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후우~"
그렇게 길고 달콤한 키스를 나눈 두 사람은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만족감을 표하였다.
"달타냥, 이제 옷 좀 벗어볼래?"
"하지만..."
"부탁해."
"..."
아라미스의 말에 달타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섬 주섬 드레스를 벗어갔다. 도저히 그녀의 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아름다워. 달타냥. 꼭 신혼 첫날의 신부 같아."
신부의 드레스를 닮은 흰 옷을 벗으며 침대에 누운 달타냥의 모습을 본 아라미스가 중얼거렸다.
드레스를 벗은 달타냥의 모습은 뇌쇄적이었다.
아라미스는 순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화끈~!
반면 아라미스의 뜨거운 눈길을 본 달타냥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달타냥, 난 부치라고 해서 남자역할을 대신하는 여성이야."
아라미스는 자신도 옷을 벗으면서 말했다.
"부치?"
"그래. 우리 세계에선 흔히 그렇게 남자역을 하는 여자를 부치라고 하지. 내가 남장을 자주 하는 이유는 그런 이유이기도 해."
부치.
모르는 단어였다.
하지만 레즈비언의 세계에는 부치와 팸이라 해서 남자 역할을 하는 사람과 여자역할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듯 했다.
"내가 여자만이 알려줄 수 있는 쾌감을 알려줄께."
아라미스는 미소를 띄우더니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달타냥의 아랫쪽 털을 간지르기 시작했다. 알몸이 되어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달타냥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아, 보지 마요...거긴...!”
달타냥은 부드럽게 음모를 쓰다듬는 아라미스의 손길이 간지러워 몸을 움추리며 말했다.
여성에게 알몸을 무방비하게 보인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아직 어리게 느껴지는 가슴의 크기, 음모가 조금 나있는 음부의 부끄러운 모습이 여실히 노출되고 있었다.
"아아~~!"
아라미스의 손가락으로 애무 되어지자 사랑스러운 허덕임이 흘러나왔다.
점점 이상한 기분이 되어 갔다.
(어떻게 한담. 나, 뭐야...)
하복부의 안쪽으로부터 뜨거운 것이 넘쳐 나오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음부에서 뜨거운 애액이 넘쳐 나오는 기미가 느껴졌다.
"하아...하아....아라미스..."
아라미스가 물기를 띤 눈동자로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입술에 키스를 해왔다.
-쭈웁, 쪼옥, 낼름
녹을 것 같이 단 입술을 붙여서 놓지를 않았다.
아라미스는 입술을 붙이자 적극적으로 혀를 얽어 달타냥의 타액을 맛보려고 했다.
"아라미스..."
녹을 것 같이 달콤한 목소리로 달타냥이 아라미스의 이름을 불렀다.
아라미스는 시간을 듬뿍 사용해서 애무를 했다.
-스윽 스윽~
전신을 천천히 애무해 나가는 아라미스의 손길은 너무나 자상했다.
그녀는 입술과 혀를 이용해서도 애무를 했다.
피부에 닿을까 말까 할 정도로 애무는 저절로 정신을 피부 끝에 집중하게 만들어서 온 몸의 감각을 일깨워갔다.
"하아...하아..."
성감의 원천인 유두나 허리, 목덜미와 대퇴부까지 천천히 음미하듯 오랫동안 머물러 주는 행위는 짜릿했다.
전신을 밀착시켜 성감대를 애무하면서 깨워주는 행위는 남자에게선 얻을 수 없는 신선함을 선사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