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37)

"스읍~ 하아~"

그녀의 오르락 내리락 숨을 토하는 가슴이 너무 아름다웠다.

군살이 없는 배와 함께 봉긋 솟은 젖가슴은 아름답게 여물어 풍성한 크기를 자랑했다.

"그..그렇게 빤히 쳐다보지는 말아줄래?"

달타냥의 음흉한 시선을 느꼈는지 미네르바는 다시금 가슴을 손으로 가리면서 말했다.

언제나 쿨한 모습만 보이는 그녀가 볼을 살짝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네? 아, 죄송합니다."

"달타냥, 너의 시선은 왠지 여자아이의 몸에 흥미를 보이는 사내아이의 것 같아서 부끄럽군..."

-뜨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느낌에 달타냥은 흠칫 놀랐다.

미네르바는 살짝 얼굴을 붉힌 상태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왠지 너라면 허락해줘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런 내가 이상한가?"

달타냥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후, 아니긴. 그나저나 참 아쉽군. 달타냥, 네가 남자였다면 좋았을텐데. 아니면 네게 오라버니가 있던가. 널 보면 충분히 괜찮을 것 같거든? 그럼 난 이 일을 관두고 기꺼이 너의 집안의 신부가 될텐데 말야."

"!"

예상치 못한 미네르바의 고백에 달타냥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게다가 너 정도의 실력있고 가능성이 있는 남자가 딱 내 취향이거든. 게다가 귀엽고 말야. 네가 여자인 것이 너무 아쉬워."

"미네르바 대장님...."

달타냥은 미네르바가 자신을 그렇게 높게 평가해주고 있는 점에 놀랐다.

"아하하, 미안. 나도 참 무슨 말을 하는거람. 너랑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편해져서 그런 것 같아. 정말 미안하군, 달타냥."

미네르바는 황급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래서 예비 총사대는 지낼만한가? 불편한 점은 없고?"

그녀는 말을 돌리느라 자신을 향해 다가온 달타냥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 했다.

"달타냥...?"

뒤늦게 접근을 깨달은 미네르바는 당황한 듯 달타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다가서는 달타냥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꼈다.

"아...!"

달타냥의 시선을 본 미네르바는 꼼짝도 하지 못하다가 자신보다 키가 작은 소녀에게 손을 붙잡혀야 했다.

"미네르바 대장님..."

달타냥은 알 수 없는 충동을 느껴 한손으론 손을 잡은 채로, 다른 한손으로 미네르바의 뺨을 쓰다듬었다.

"...."

미네르바는 달타냥의 손길에 흠칫거리다 그녀의 손길이 조심스럽고 부드럽자 몸의 긴장을 풀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 명은 서로의 눈을 멍하니 응시하다 자신들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심장이 폭발할 듯 떨려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달타냥은 눈을 감자 천천히 미네르바의 입술을 향해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왠지 지금 타이밍에서 그래줘야 할 것 같았다.

-스윽~

둘의 입술은 천천히 거리를 좁혀갔다.

서로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콤한 한숨이 느껴졌다.

"하아...하아..."

그리고 서로의 촉촉한 입술이 마주치려 할 순간.

-똑똑!

누군가 야속하게도 문에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흠칫!

(핫!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달타냥은 자신이 미네르바의 손을 힘껏 움켜준 채로 그녀의 입술을 훔치려 한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

미네르바는 놀람과 부끄러움 그리고 아쉬움으로 뒤범벅된 얼굴로 시선을 피한 채 뺨을 살짝 붉혔다.

-두근 두근

평소의 얼음으로 만든 것 같은 싸늘한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라 달타냥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달깍!

"실례합니다."

그때 노크를 한 장본인이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온 이는 견습 총사 에밀레앙이었다.

"달타냥? 포르토스님께서 마중오셨어. 어서 정문 앞으로 가봐."  

"아...응..."

달타냥은 아쉬운 듯 대답하며 미네르바를 뒤돌아보았다.

"...."

미네르바는 여전히 그녀의 시선을 피한 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달타냥은 아쉬움을 뒤로 한채 그곳을 나와야 했다.

"달타냥, 혹시 포르토스님과 사귀는거야?"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녀를 뒤따라온 에밀레앙이 궁금한 듯 물어왔다.

"에엑? 에이, 설마~."

달타냥은 당황해서 황급히 부정했다.

그녀는 "남자" 였다.

어떻게 남자가 남자와 사귈 수 있단 말인가.

(몸은 여자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말이야...)

달타냥은 복잡한 마음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힘들었다.

가슴속엔 아직도 유방을 가린 채 부끄러워하던 미네르바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래?"

달타냥의 부정에 에밀레앙은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달타냥. 후에 시간이 있으면 나랑 같이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

에밀레앙은 볼을 살짝 붉히며 물어보았다.

달타냥은 참 눈치없게도 그러자고 대답했다.

에밀레앙을 좋은 친구 정도로만 생각하는 그녀는 소년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고 별 생각없이 허락을 했다.

"그, 그래...? 알았어. 내가 좋은 곳을 한번 알아볼께."

미소년은 달타냥의 대답을 들은 것이 기쁜지 뛸듯이 좋아했다.

"?"

그런 에밀레앙이 이상하게 느껴진 달타냥이었지만, 어지간히 눈치 없는 성격 탓에 크게 마음에 두진 않았다.

에밀레앙은 정문 근처에서 헤어졌다.

"그럼 내일보자. 달타냥. 같이 놀러가기로 한 거 잊지마~!"

소년는 헤어지기 전 달타냥에게 기대해도 좋다며 즐거운 얼굴로 달려갔다.

"후우~!"

에밀레앙과 헤어져 포르토스가 기다리고 있을 정문으로 향하며 달타냥은 복잡한 심정에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머리 속엔 에밀레앙과의 약속은 금세 잊혀졌다..

그녀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약혼녀인 미네르바에 대한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아~ 내일부터 미네르바 대장님을 어떻게 보지?)

갑작스런 충동에 그녀에게 키스를 할 뻔한 걸 생각하며 달타냥은 울상을 지었다.

언제나 강하고 쿨한 모습을 보여주던 미네르바가 그렇게 나약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놀라웠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녀와 사이가 서먹하게 된 것은 최악이었다. 

(정말이지 빨리 남자로 돌아가야지 안 그러면 미쳐버릴 것 같아.)

달타냥은 여자의 몸에 남자의 정신을 가진 현재 상태가 너무나 불안했다.

하루라도 빨리 남자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미네르바에게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여어, 달타냥!"

그렇게 정신없이 길을 걸은 탓에 달타냥은 어느 새 포르토스가 기다리고 있는 정문 앞에 서있었다.

"어서와. 이제 볼 일은 다 끝낸거야?  오늘 일은 힘들지 않았고?"

남의 속도 모르고 포르토스는 반가운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는 달타냥의 어깨를 와락 안아 자신의 품에 안아주었다.

-끄덕

달타냥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날 따라오도록 해. 빨리 집을 보러 가자."

포르토스의 안내를 받은 달타냥은 총사대 본부 근처에 있는 집을 소개받았다.

"이곳은 전에 내가 신세를 진 적이 있는 보나시외라는 분의 집이야. 이 주변에서 가장 가격이 싸면서도 총사대 본부와도 가깝지."

"...."

달타냥은 자신을 위해 하루종일 발품을 한 것 같은 포르토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의 망토는 먼지로 더럽혀져 있었고, 신발도 약간 헤진 것이 평소 멋내기를 좋아하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발품을 했는지를 둔감한 그녀라도 눈치챌 수 있었다.

"...고마워요. 포르토스. 정말 여러가지로요."

달타냥은 한없는 호의를 보내주는 포르토스가 고마워져서 말했다.

파리로 와서 의지할데 없는 그녀에게 단연 도움을 많이 주는 사람은 포르토스였다.

순결을 빼앗아간 나쁜 사람이지만 그것만 아니라면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같은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자연스레 관심이 갈 정도로 말이다. 

"뭘 이정도 가지고."

포르토스는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달타냥을 위해서라면 심장이라도 꺼내줄 정도로 헌신적이었다.

-두근!

달타냥은그런 걸 느꼈기에 고마움과 설렘을 느꼈다.

 미네르바 때문에 방금 전까지 가슴 떨려했는데, 이젠 포르토스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려하자 그런 변덕스러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하아...어쩌지...)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자기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복잡한 마음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때, 마음에 들어?"

포르토스는 방을 가르키며 물었다.

둔감하긴 달타냥 저리가라할 정도였다.

(내가 자기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도 알지 못하구...바보...)

괜히 심통이 난 달타냥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게 집이 싫어서인 줄로만 안 포르토스는 당황해서 말했다.

"왜 그래?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드는 점이라도 있어? 하긴 조금 방이 좁긴 하지만 이건 2개가 하나 가격이라 종복인 프랑슈와 같이 살기엔 딱 좋을 것 같았는데..."

어쩔 줄 몰라 버벅이며 애써 설명하는 그의 모습이 귀여워서 달타냥은 실소하고 말았다.

"풋~!"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우스웠다.

그의 모습에 가슴 한 켠이 따스해졌다.

"그런게 아니에요. 포르토스."

"그럼 가격때문이야?"

"그런 게 아니래두요."

달타냥은 포르토스의 가슴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고는 대답했다.

살짝 눈물을 글썽이며 도리질하는 달타냥때문에 포르토스는 어쩔 줄 모르고 주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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