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37)

동료들은 군계일학의 솜씨를 선보이는 달타냥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미 달타냥은 견습 총사의 실력을 상회하고 있었다.

미네르바 역시 그런 달타냥을 칭찬하다가 혹시 오빠나 남동생이 있는지 물어봤다.

"달타냥, 혹시 집안에 오라버니나 남동생이 있어? 혹시 있다면 좀 알려줘."

"엑, 왜요?"

달타냥은 궁금해져서 물었다.

"실은 옛날에 너의 아버지와 내 아버지께선 서로 아들과 딸을 낳으면 결혼시키겠다고 약속을 하셨거든. 물론 술김에 하신 약속이지만 난 그걸 지킬 생각이야. 아버지도 아직까지 생각이 있으신 듯 하고."

"에에!?"

"하지만 난 나보다 약한 사람은 싫어. 나의 약혼자가 되려면 나보다 강해야 할거야."

"..."

달타냥은 우연찮게 미네르바가 자신의 약혼녀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녀에게 진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어떻게 자신이 실은 남자이며, 그녀의 약혼자라는 걸 밝힐 수가 있을까.

 아니 그보다 그녀보다 강해야 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강해야 하는지도 궁금했다.

(설마 미네르바는 평생 결혼을 안 할 생각인가?) 

그런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후우...하지만 정말 최악이네. 나는 여자가 된 것도 모잘라 벌써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는데...설마 이렇게 약혼녀라는 사람까지 만나게 되다니...)

남자가 아니게 된 것도 부끄러운데, 남자에게 안겨서 벌써 순결까지 잃어버린 걸 알면 얼마나 비웃을까.

"하아..."

하루라면 빨리 라스푸틴을 만나서 남자로 돌아가야겠단 생각이 들어졌다.

하지만 파리로 왔음에도 라스푸틴의 행방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정말이지 어디를 가야 라스푸틴을 만날 수 있는거야?)

결국 달타냥은 전전긍긍하다가 그렇게 하루를 보내야 했다.

예비 총사대에서의 하루를 무사히 마친 달타냥은 밖으로 나오려다 어떤 여성 견습 총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포르토스를 보게 되었다.

"...."

그 모습을 목격하게 된 달타냥은 왠지 모르게 불쾌함을 느꼈다.

(뭐지..? 이 기분은...?)

-욱씬!

달타냥은 가슴이 따끔거리는 아픔을 느꼈고,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도 맛봤다.

알 수 없는 불쾌함이었다.

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그토록 얄미울 수가 없었다.

달타냥은 화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그게 질투라는 걸 아직 어린 그녀는 알 길이 없었다.

(나만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으면서.)

그녀는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다.

달타냥은 화가 나고 토라져서 예쁜 얼굴이 구겨졌다.

"아, 달타냥!"

그럴 때 포르토스가 달타냥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포르토스와 대화를 나누던 여자 견습 총사는 살짝 고개를 숙인 뒤 손을 흔들고 가버렸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기다리다 지쳐죽는 줄 알았어."

"몰라요."

냉기를 풀풀 뿌리는 그녀를 보며 포르토스는 그녀를 달랬다.

"실은 널 찾다가 잠시 네게 있었던 일을 물어보게 되었어. 너 오늘 연습동안에 대단히 활약을 했다고 하더군."

"...!"

달타냥은 포르토스의 칭찬에 그가 방금 전까지 자신의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음을 깨달았다.

"네가 미네르바 대장과 맞먹는 실력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라."

자신의 얘기를 하느라 즐거웠다는 그의 말에 달타냥의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포르토스의 말에 슬펐다 기뻤다 하는 자신이 바보 같았지만 그녀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어이, 분위기가 좋은데 끼어들어 미안한데 우리 그만 저녁 먹으러 가면 안될까?"

"아라미스!"

그때 어느새 다가왔는지 아라미스와 아토스가 그들의 곁에 서서 농을 던졌다.

"아주 둘만의 세계에 빠져서 주변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구나."

-화끈~!

아라미스의 비웃음에 달타냥은 얼굴을 붉혀야했다.

"누..누가요...!"

달타냥은 서둘러 변명을 해보았지만 부끄러움에 볼이 빨개졌다.

"풋~!"

아라미스는 그런 달타냥의 모습이 귀여워 실소를 했지만 '그래 그래' 하며 일단 달래줬다.

"그나저나 달타냥. 이제 그만 새로운 숙소를 찾아봐야 하지 않아?"

아토스가 아직까지 처음 파리에 왔을 때 구한 임시 숙소를 쓰고 있는 달타냥을 보며 물어보았다.

프랑슈란 종까지 새로 생긴 탓에 현재의 비좁은 임시 숙소에서 살기는 힘들었다

"네, 그래서 안 그래도 알아보았는데 현재 견습 총사대 기숙사는 인원이 다 차서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렇군. 어서 숙소를 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고생을 하게 될거야."

파리에서 생활을 하려면 숙소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했다.

청소나 세탁, 식사는 종복인 프랑슈가 대신 해준다고 해도 잠을 편히 잘 수 없다면 안 그래도 중노동인 총사대일을 하기 힘들 터였다. 

"그럼 내가 좋은 곳을 아는데. 따라올래?"

아라미스가 자신의 숙소 근처에 빈방이 생겼다며 추천을 해왔다.

"어이, 아라미스. 그곳은 좀 그렇지 않아? 애들 교육상 그리 좋지 못하다구."

포르토스는 그런 아라미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

달타냥은 왜 그리 포르토스가 반대하는지 알지 못해 의아해했다.

"그렇다고 네 녀석 근처에 방을 잡아줬다간 장래가 밝은 어린아이가 짐승에게 매일 같이 덮침을 당하고 말 껄?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할거야?"

"으윽..."

아라미스의 반론에 포르토스는 신음성을 내었다.

안 그래도 지은 죄가 있는 포르토스는 얼굴을 붉혔다.

오늘 아침에도 달타냥을 덮칠 뻔하다가 미수로 그치지 않았던가.

그는 달타냥이 근처에 있으면 충동을 참을 자신이 없었다.

그 정도로 달타냥이 귀여웠기에.

(이..임신이라고...!?)

달타냥은 전혀 고려치 못한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보니 자신이 지금 여자가 되어 있었다.

임신의 위험성은 언제나 고려해야 했다.

(그런...정말 나 아기를 낳을 수 있는거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달타냥은 더욱 불안했다.

"그럼 내가 방을 구해주는 걸로 알고 달타냥을 데려가겠어. 이의없지?"

"아아."

아라미스의 말에 아토스와 포르토스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언제나 가던 단골술집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방을 구하면 오라고 하며 가버렸다.

"달타냥, 날 따라오도록 해."

아라미스는 달타냥을 데리고서 자신의 숙소 근처로 갔다.

그녀의 집은 파리의 뒷골목에 있었다.

그리고 아라미스가 소개해준 곳은 확실히 파리치고는 무척이나 집 값이 쌌다.

하지만 한낮임에도 여성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절대 좋은 곳은 아니었다.

"아아앙~♥"

"하아...하아...조, 좋아..."

"좀 더...좀 더...!"

숨 넘어갈 듯 헐떡이는 여성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남자들이 헉헉 거리며 열심히 요분질을 하는 소리가 벽 너머에서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살과 살이 부딪치며 나는 철썩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었다.

"아라미스 여기는..?"

달타냥은 뭔가 꺠달은 듯 불안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아무리봐도 이곳은 남성이 와서 성욕을 해결하는 곳 같았다.

"응, 맞아.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여기는 파리의 윤락가야."

"에에...?!"

달타냥은 너무 놀라서 소리쳤다.

"원래 내 꿈은 원래 총사가 아닌 성직자였거든. 그래서 난 이곳에서 교리를 설파하는 아르바이트를 겸하고 있어."

"성직자요? 아라미스가요?"

"응, 왜? 못 믿겠어?"

"아니 그게..."

뭐라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달타냥은 주저했다.

그런 소녀가 귀여운 듯 아라미스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아라미스!"

바로 그때 한 여성이 문을 열고 뛰쳐 들어왔다.

-와락!

그 여성은 그대로 달려와 아라미스에게 안겼는데, 같은 여자인 아라미스에게 진한 키스를 하는 것이 아닌가.

"에에?!"

그 모습에 너무 놀란 달타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이리 늦게 왔어요. 아라미스.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어요."

귀족 영애로 보이는 여인은 더이상 참을 수 없는지 다시 키스를 하며 애교를 부렸다.

(뭐..뭐하는 짓이야. 이게..?)

달타냥은 이해가 가질 않아 벙찐 표정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무엇이 좋은지 여인은 좀 더 진한 키스를 해왔고, 아라미스는 난처한 표정을 잠시 지었지만 곧 부드럽게 키스를 해주었다.

"지켜보는 애가 있잖아?"

"보라고 그래요...."

여인은 아라미스의 앞섬을 벗겨서 올렸다.

아라미스의 상의의 단추를 끌려지자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드러났다.

둘은 그렇게 서로 키스를 하면서 서로의 옷을 벗겨갔다.

"아라미스...?"

달타냥은 너무 놀라서 아라미스를 바라봤다.

아라미스는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미안 미안. 실은 나의 설교는 몸과 더불어 하는 거라서 말야. 이 여인은 나의 중요한 신도야. 난 여자만 설교하거든."

"에에?!"

아라미스의 터무니없는 말에 달타냥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몸으로 하는 설교라니 그게 대체 뭐야---달타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거기다 여자만 설교한다니 아라미스가 수녀가 된다면 그 수녀원은 백합의 화원이 될 것이 분명했다.

"조금만 거기서 기다리면서 지켜보고 있어. 곧 끝내고 상대해줄께." 

아라미스와 귀족 여인은 더욱 깊은 키스를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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