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네! 어디 한번 덤벼보게나!"
양손잡이라 하나 오른손이 더 익숙한 그로선 왼손으로 검을 들어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상대에게 얕보일 순 없는 노릇이라 아토스는 빈틈을 보이지 않고 매끄럽게 검을 꺼내들었다.
(...!)
달타냥 역시 상대의 몸놀림을 통해 만만치 않은 강적임을 깨달았다.
하긴 그러니까 총사대 중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삼총사의 맏이가 된 것일 터.
"그럼, 갑니다. 하압!!"
짧은 기합성과 함께 앞으로 돌진한 달타냥은 신속하게 검을 뿌렸다.
5살부터 아버지꼐 엄격하게 배워온 총사대 검술이 빛을 발했다.
탄탄한 기본기와 자세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공격은 비록 여성의 몸이지만 완벽하게 시연이 되었다.
"!!"
설마 상대가 정식 총사대 검술을 쓸 줄 몰랐던 아토스는 순간 당황했다.
-챙! 챙!
하지만 곧 검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리고 검을 맞부딪치면 맞부딪칠수록 달타냥에 대한 호감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실력이 대단하군. 아라미스도 나이에 비해 성취가 빨라 검귀라 불릴 정도지만, 이 아이도 그에 못지 않아....게다가 내가 오른손을 다친 걸 알고 나의 사각으로는 공격을 해오지 않고 있어.)
의당 사투에 있어 상대의 약점을 잡아 공격하는 것은 당연한 일었다.
부상을 입었다고 그걸 공략해오는 상대를 비난할 순 없는 법이다.
하지만 상대는 처음의 무례한 언동과는 달리,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땐 상당히 예의바르고 정도가 무엇인지 잘 아는 듯 했다.
(호오~)
그런 것은 다른 삼총사들도 느꼈는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정당당하게 검을 주고 받으려는 달타냥의 태도가 가감없이 그들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비겁하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이는군.)
(비록 아토스가 상처를 입었다곤 하나, 그와 호각으로 싸우다니 어린 녀석이 대단한걸?)
포르토스와 아라미스는 정정당당한 대결을 펼치는 달타냥을 보며 아토스와 비슷한 호감을 느꼈다.
오해로 인해 대결을 하게 되었으나, 이 정도 인재에게 상처입히는 건 서로에게 안 좋은 일이 될 듯 싶었다.
(아토스에게 호의를 보였으니 혹시라도 아토스에게 이기게 된다고 하더라도 적당히 혼내주는 수준에서 그쳐야겠군.)
둘은 서로 말은 하지 않았으나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포르토스와 아라미스는 둘다 너무나 아름답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 달타냥에게 호감을 느꼈다.
"하압! 얏!"
눈 앞의 미소년은 그야말로 대단한 실력을 갖춘 일류 검사였다.
어떻게 그 정도의 나이에 그런 실력을 감추고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였다.
소위 천재라 불리는 부류가 그러할까.
하지만 탄탄하게 쌓여있는 기본기를 보아선 단순히 그냥 천재라 보기에도 힘들었다.
기본기에 고급기술까지, 경험만 더 쌓인다면 자신들 삼총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한 소년이었다.
(그런데 정말 소년이 맞는건가?)
아라미스는 소년치고는 너무 아름답고 가슴도 살짝 부풀어 올라있는 달타냥을 보고 의문을 가졌다.
땀이 살짝 배어있는 미소년의 얼굴은 상쾌해 보일 정도로 밝았다.
그러다 아라미스는 소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상대가 목젖이 없는 것을 보고는 뭔가를 깨달았다.
(아하, 그렇군. 그렇게 된 것이었어.)
아리미스는 피식 흥미로운 미소를 그려보였다.
아토스와 달타냥은 서로를 향해 날쌔게 검을 휘둘렀다.
열 십자로 맞닿은 칼에서는 차가운 금속성과 함께 불꽃이 튀어 올랐다.
-채챙!
달타냥과 아토스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서로를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던 포르토스와 아라미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근위대야! 근위대가 오고 있어! 두 사람 모두 빨리 검을 집어넣어!"
아토스와 달타냥, 두 사람은 황급히 검을 거두었지만 이미 한 떼의 근위 호위대가 주사크 대장을 선두로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흐흐, 총사님들께서는 결투가 국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텐데?"
주크는 비꼬는 듯한 말투로 삼총사에게 말했다.
"...."
그의 말처럼 추기경인 리슐리외는 수도 파리 내에서의 결투를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근위대와 총사대가 서로 목숨을 건 결투를 너무 자주 일으켜서 문제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사크 대장도 알다시피 무사들은 어쩔 수 없이 결투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 있지 않습니까? 한번만 양해해 주시오. 우리도 호위대가 결투를 할 때 못 본 척 해주겠소."
아토스는 아니꼽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었지만 또다시 말썽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아무리 관대한 트레빌 총사대장이라 하더라도 용서를 해준지 몇 시간도 채지나지 않았는데 또 말썽을 일으킨 그들을 봐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토스는 정중한 태도로 주사크에게 부탁을, 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추기경님의 명령에 따라 결투를 한 자는 체포해야만 한다네. 자, 좋은 말로 할 떄 순순히 따라오게."
주사크는 어제 저녁의 일로 삼총사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 삼총사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넘어가기는 틀렸다고 생각했다.
"빨리 따라오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체포해 가겠다."
"강제로? 흥! 할 수 있다면 어디 한 번 해보시지."
아라미스는 화가 나서 검을 빼들며 소리쳤다.
포르토스 역시 이제 일이 글렀다고 생각했는지 멋지게 검을 뺴들었다.
삼총사와 근위대는 검을 뺴들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근위대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삼총사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어쩌지? 저놈들은 열다섯이고, 이쪽은 셋인데 아토스마저 부상당한 상태잖아."
아라미스는 낮은 목소리로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 순간, 달타냥도 검을 빼어 들며 삼총사의 곁으로 다가왔다.
"왜 셋 뿐입니까? 저까지 네 명이죠. 비록 지금은 총사가 아니지만 언제가는 저도 총사가 될 사람입니다."
"젊은이가 용기가 대단하군. 좋아. 기꺼이 자네를 우리 편으로 맞이하지."
네 사람은 근위대를 향해 질풍같이 달려들었다.
삼총사와 달타냥의 검술 실력은 뛰어났지만 근위대도 리슐리외 추기경을 호위하는 검사들! 날고 기는 검사들이 모인 그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챙! 챙!
싸움은 점점 치열해져 갔고, 칼 부딪히는 소리와 함성이 주변을 흔들었다.
달타냥은 난생 처음 겪어보는 실전이었다.
여태껏 아버지와 연습으로 칼을 주고받았을 뿐, 이렇게 다수 대 다수로 검을 맞붙는 경험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차피 싸울 거라면 거물을 상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근위대의 대장인 주사크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하압!"
"흥, 어디서 젖비린내나는 꼬맹이가!"
주사크는 순간 놀랐으나 그는 삼총사 못지 않게 강한 뛰어난 검객이었다.
그는 곧 자신의 검을 들고 달타냥과 검을 섞었다.
-챙! 챙!
그의 검은 아토스 못지 않게 빠르고 강했다.
둘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사납게 공격하며 빈틈을 노렸다.
(이 남자, 강해!)
달타냥은 주사크를 쉽게 처치 못하자 속으로 혀를 찼다.
뭔가 다른 수가 필요할 것 같았다.
(쉽게 결판이 나지 않겠는 걸. 뭔가 다른 수가 없을까?)
그녀는 총사를 얕보는 근위대를 한번 혼내주고 싶었다.
그래서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곧 어떤 이미지를 생각했다.
(아아, 맞아. 그 수를 한번 사용해보자.)
달타냥은 주사크의 주위를 빙글 빙글 돌면서 빈틈을 노렸다.
"으응? 뭐..뭐지..?"
주사크는 정신없이 자신의 주위를 빙글 빙글 도는 달타냥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달타냥은 왼쪽으로 찔렀다가 달아나고, 다시 오른쪽으로 찔렀다가 달아나는 등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크윽!"
주사크는 너무나 당황스런 움직임을 보이는 달타냥에게 휘말려 우왕좌왕했다.
전혀 생소한 움직임이자 공격이었다.
"하앗!"
오른 쪽을 찌리려고 하다가 왼쪽을 찌르며 주사크를 혼란시킨 달타냥은 날카롭게 횡으로 검을 날렸다.
그 이상한 움직임은 무앙에서 그녀가 당한 지배인의 몸놀림이었다.
몸 주위를 돌면서 공격해오는 그 움직임은 생소하고 매우 위협적이라 달타냥도 무척이나 애를 먹었었다.
-서걱!
주사크는 검을 마구 휘두르면서 달타냥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결국 어깨에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크으으...."
주사크는 신음성을 흘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달타냥은 적의 대장을 물리쳤다는 기쁨에 환호하다가, 첫 난전의 두려움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맞아! 우리 편은 어떻게 되었지?)
달타냥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라미스는 벌써 세 명을 쓰러뜨리고 다른 사람을 상대하고 있었고, 포르토스 역시 여유롭게 근위대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토스는 부상을 당한데다 다수에게 공격을 받고 있어 위태로웠다.
힘겹게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아토스를 보자 달타냥은 곧바로 아토스에게 달려가 그 대신 근위대를 상대했다.
주사크를 쓰러뜨린 달타냥의 검술을 일반 근위대원이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달타냥은 또 다시 상대 주위를 빙빙 돌며 허점을 찌르는 공격으로 상대를 압박해 들어갔다.
"달타냥! 그놈은 내 상대였으니 자네가 쓰러뜨리면 안되네. 다시 나에게 돌려주게."
아토스는 부상을 당해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큰 소리로 외쳤다.
"알겠습니다!"
달타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상대는 이내 비틀거리며 발이 꼬이기 시작했다.
"자, 여기 갑니다. 잘 받으세요!"
잠시 호흡을 골라 기운을 회복한 아토스는 비틀거리는 상대에게 검을 찔러갔다.
그는 한 칼에 상대를 찔러 넘어뜨렸다.
달타냥과 아토스는 서로 마주보며 빙긋 미소를 그려보인 다음, 아라미스와 포르토스에게 다가갔다.
아라미스는 이미 자신의 상대를 다 쓰러진 뒤였고, 포르토스 역시 상당수의 근위대원들을 무찔렀다. 오직 한 명의 근위대원만이 남아 가슴과 다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악착같이 싸우고 있었다.
정말 삼총사의 명성에 어울리는 강함이었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 너 혼자 남았다. 이제 그만 항복해. "
근위대원은 총사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말없이 검을 휘둘렀다.
"...."
아직 젊어보이는 얼굴임에도 그는 주사크와 맞먹을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줄리앙, 이제 그만 검을 거둬라. 상대는 모두 멀쩡하지만 우리는 너 혼자만 남았다. 그만 검을 거둬."
쓰러져있던 주사크는 미청년에게 명령했다.
그는 혼자 남은 그 근위대원이 다치는 걸 원치 않는 듯 했다.
"큭..!"
그제야 줄리앙이라 불린 근위대원은 검을 거두었다.
그는 분한 듯 이를 악물더니 적에게 검을 빼앗기긴 싫은지 자신의 검을 무릎에 대고 부러뜨러 두 동강을 냈다. 그러더니 멀리 풀밭에 던져버렸다.
"흠, 적이지만 정말 훌륭한 모습이군."
삼총사와 달타냥은 혼자 남은 근위대원의 용맹한 행동에 감동받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부상당한 사람들이 수도원에서 안전하게 치료를 받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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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와 달타냥은 4배나 되는 적을 물리친 기쁨에 기뻐서 어깨동무를 하며 술집을 찾았다.
승리의 기쁨에 취한 그들은 의기투합해서 그 승리를 축하하고자 했다.
달타냥은 적의 대장을 이기고, 그 유명한 삼총사와 함꼐 어깨동무를 한다는 사실에 크게 흥분했다.
"아직 총사는 아니지만, 제가 총사가 될 가능성은 충분해보이죠?"
"그래, 자네 솜씨 훌륭하던걸?"
달타냥의 말을 들은 삼총사는 크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 용기있는 행동과 의리를 아는 마음, 자네는 이미 총사나 다름없네."
아토스는 의리있는 행동을 하는 달타냥이 매우 마음에 든 듯 했다.
네 사람은 모두 기쁜 얼굴로 술집에 들어가며 웃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크게 취하고 싶었다.
"하하하하!!"
그들은 정말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셨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달타냥은 아직 술을 마시기엔 어렸지만, 사나이라면 술을 마실 줄 알아야 한다는 포르토스의 말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퍼마셨다.
(즐거워...정말 기분 최고야...!)
달타냥은 난생처음으로 포도주를 마음껏 마셨다. 너무나 맛있었고, 또한 즐거웠다. 삼총사들은 모두 친절했고 유쾌했다.
달타냥은 유쾌한 분위기에 취해서 마음껏 웃었고, 아라미스가 여성이라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뭐야, 몰랐던거야? 정말이지 포르토스처럼 둔감하군."
아라미스는 자신의 가슴을 살짝 드러내며 말했다.
그녀는 너무 큰 가슴 탓에 검을 휘두르기 힘들다며 불평을 하며 그때문에 가슴을 보호대로 단단히 조여대느라 숨쉬기 불편하다고 투덜거렸다.
-화끈!
아라미스의 자신의 풍만한 가슴이 드러나자 그 대담한 행동에 달타냥은 얼굴을 붉혔다.
아라미스는 아직 18살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유방을 가지고 있었다.
"이 봐, 아라미스. 어린애를 너무 약올리지 말라구."
포르토스는 그런 아라미스를 책망하며 달타냥에게 술을 건넸다.
"저 밝히는 여자는 신경쓰지마. 아라마스는 순진한 사람을 보면 꼭 저렇게 약올리길 좋아하거든? 아직 어린 주제에 몸만 건방지게 풍만해서 나도 자주 약올린다구."
"아, 네..."
22살의 술고래인 포르토스는 자신과 성격이 잘 맞는 것 같은 달타냥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듯 했다.
그는 단순명쾌한 성격이라 같은 성격을 가진 달타냥에게 매우 친절했다.
달타냥도 그런 포르토스가 형 같이 느껴져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자, 마셔! 마시라구!"
"네!"
달타냥은 처음 맛보는 술임에도 무척이나 맛좋게 느껴졌다. 그래서 포르토스가 권하는대로 마구 마셨다.
아주 필름이 끊기도록 말이다.
"스읍, 하아~"
포르토스는 거볍게 심호흡을 했다.
차가운 밤공기가 폐에 들어가서 시원했다.
달콤한 술기운이 숨과 함께 토해져나왔다.
"음냐, 음냐..."
그의 등에는 술에 취해 골아떨어진 달타냥이 엎혀있었다.
처음 술을 마셔본다는 미소년을 데리고서 말술을 먹인 것이 바로 그였다.
그래서 결국 그는 완전히 뻗어버린 달타냥을 책임질 의무가 생겨났고 이렇게 소년을 데리고서 자신의 숙소로 가게 되었다.
"음냐, 음냐...더 이상은 못 마시겠어요..."
"하하, 녀석. 완전히 뻗어버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