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37)

바니걸 복장이라고 했던가.

찰싹 달라붙는 검은 색 레깅스에, 사타구니에 먹혀들어가는 속옷같은 검은 색 겉옷.

특히 허리를 숙일 때마다 드러나는 짧은 가슴골 등은 일을 할 때마다 자꾸 신경이 쓰였다.

바로 하루 전까지 남자였던 그녀였는지라, 알몸을 남에게 보이는 것처럼 유난히 강조된 가슴골은 술이나 음식을 내려놓은 때마다 손으로 가려야만 했다.

-꿀꺽!

어려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달타냥의 유방을 본 남자들의 목에서 침이 절로 삼켜졌다.

(하아...다른 사람들은 잘만 일하고 있는데...나만 이상한 걸까?)

달타냥은 징그럽게 자신을 훔쳐보는 남자들에게서 시선을 떼서, 주위에서 열심히 일하는 다른 바니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노골적인 손님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잘만 일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옷은 너무 불편해.)

달타냥은 또다시 자신의 엉덩이 사이로 먹혀들어간 옷을 손가락으로 끄집어내며 생각했다.

가슴도 가슴이지만 엉덩이가 크고 탱탱해져서 자꾸 옷이 그 안으로 말려들어가는 것이 짜증났다.

기분도 찝찝했고 기분이 야릇해져 한숨이 절로 나왔다.

뭐 그런 것치고는 일은 잘만 했지만 말이다.

"헤에, 달타냥. 정말 일 잘하네? 전에 이런 일을 좀 해봤나 본데?"

처음치고는 달타냥이 일을 무척 잘해서 마틸다는 기특하다는 듯 칭찬해주었다.

바니걸 옷은 익숙해지면 편하지만, 처음 입어보면 면적이 적은데다 자꾸 조여와서 신경이 많이 분산되는 옷이다.

그런데 달타냥은 불편해하면서도 행동에는 머뭇거림이 없이 일을 잘했다.

"아..네..."

달타냥은 마틸다의 말에 기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일을 잘한다는 그녀의 칭찬은 기뻤지만 현재 그녀는 남자들의 추행에는 난처해하고 있었다.

"저기..마틸다...손님들이 계속 엉덩이를 만지고, 가슴을 쓰다듬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

신참인 그녀를 보며 음흉한 웃음을 띈 손님들이(특히 남자들) 심한 장난을 쳐서 기분나빴다.

팁이라며 가슴 사이로 돈을 집어넣는다던가, 손을 잡는다던가,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음란한 칭찬을 해대니 그걸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난처했다.

"후후, 그래?"

순진하게 얼굴을 붉히며 난처해하는 달타냥을 보며 마틸다는 장난스런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웃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니. 그정도 서비스는 이곳에선 당연한건데."

"아..그래요..?"

달타냥은 당연하다는 마틸다의 말에 낙담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른 생각도 언듯 들었다.

(하긴 이러니까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하는 거겠지.)

또한 하루만 일해도 되고 말이다.

(그럼 어쩔 수 없네...)

달타냥은 그래서 수치스러웠지만 꾸욱 참기로 했다.

하루만 참으면 다 잘 될 거라 생각하며 말이다.

"그리고 아직 이 정도 가지고 놀라기엔 아직 일러. 달타냥. '진짜 일'은 조금 후부터 시작되니까 말야."

혀로 입술을 살짝 핥으며 야릇한 표정을 잠시 지어보인 마틸다가 말했다.

(진짜 일?)

그녀의 알 수 없는 말에 달타냥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곧 손님들이 단체로 몰려들어 일이 바빠지는 바람에, 그런 의문을 물을 수는 없었다.

xxx

정말이지 그 술집, '블랑 라핀(흰 토끼)'는 다운타운 중에서도 무척 크고 바쁜 곳이었다. 

르 슈크레(달콤한 설탕)란 술로 엄청 유명했고, 음식솜씨도 뛰어나서 뒷골목 중에선 손님이 가장 많이 몰렸다.

무엇보다 바니걸이라는 거의 반나체나 다름없는 여성들이 봉사를 하는 것이 유명해서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그덕분에 스물명 가량이나 되는 바니걸들은 손님들의 희롱을 감내해가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우와~ 정말이지 엄청 바쁜 곳이구나..오히려 하루 일당이 적어보일 정도로 힘들어.)

이러니 하루만에 때려치는 아이들이 생기겠지---그렇게 생각하며 달타냥은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일이 끝날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어이, 신참! 멍하니 있지마. 지금 널 지명한 손님이 있어! 어서 13번 테이블로 가봐!"

"네, 알았어요!"

지명이란 원하는 바니걸을 골라서 서빙이나 봉사를 시키는 서비스였다.

달타냥은 그 말을 듣자, 하던 일을 빨리 마치고 바로 13번 테이블로 뛰어갔다.

-스윽, 스윽~! 

-툭! 툭!

또다시 지나가는 그녀의 엉덩이를 만져대는 남자들이 있었지만 달타냥은 이를 악물고 그냥 참아냈다.

선배들도 다 참는 걸 오늘 처음 들어온 그녀가 폭발하면 안되었으니 말이다.

"부르셨습니까, 손님? 지명받아서 온 신참 달타냥이라고 합니다."

달타냥은 자신을 지명했다는 테이블로 와서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그 탓에 땀에 살짝 젖은 가슴골이 노출되었지만 달타냥은 이전처럼 개의치 않았다.

그저 잠깐의 부끄러움만 참으면 된다고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렇게 하면 일은 금새 끝나고 팁도 받을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슴을 가리며 부끄러워하면 더 희롱을 당하게 돼. 그러니 조금만 참자.)

온몸이 수치심에 붉게 물들었지만 달타냥은 꾸욱 참았다. 최대한 아닌척 담담하게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이번만큼은 통하지를 않았다.

"하하하, 이것 봐. 내 말이 맞지? 이 년 역시 오늘 낮에 발가벗고 공개노출형을 당한 그 꼬마년이야."

"어라? 정말이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달타냥은 그 목소리가 바로 네네의 호통을 듣고 줄행랑을 쳤던 남자들의 목소리란 걸 알았다.

"크하하, 설마 이런 곳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네네 년이 이런 곳을 소개시켜줬나보지?"

"뭐야 그럼, 겉으로는 보호해주는 척하면서 이런 곳에 팔아넘긴거란 말이야?"

"그렇다니까. 네네 그 년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까고 있는 거래두."

세 남자들은 킬킬 웃으며 달타냥의 은인인 네네를 욕해댔다.

네네를 위선자라 욕하며 말이다.

-으득!

달타냥은 그런 남자들에게 무척이나 화가 났지만 폭발할 순 없었다.

엄연히 상대는 손님.

그녀는 지금 그들에게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낱 바니걸일 뿐이었다.

"그,그럼 손님...? 어떤 것을 가져올까요...?"

달타냥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주문을 물어보았다.

온몸이 분노로 부들 부들 떨려오고 혈관이 빠직 솟아올라 주먹부터 날리고 싶었지만 그녀는 인내심을 가지고 겨우 참아냈다. 

"헤헤, 다른 건 필요없고 일단 그 거추장스러운 옷부터 벗지 그래?"

"크크크, 맞아 맞아. 그 토끼복장은 나름 불타오르지만 그래도 난 그 야한 가슴을 주물럭거려보고 싶었다구."

남자들은 군침을 흘리며 말했다.

"아앗?!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달타냥은 술에 취한 남자들이 그녀의 팔을 붙들고 옷을 벗기려고 하자, 몸부림을 치며 바둥거렸다.

우악스런 손에 붙들린 그녀는 마치 사내들의 품에 안기듯이 되어서 거친 손놀림에 희롱당해야 했다.

"가만히 있어!"

"젠장, 바니걸이면 바니걸 답게 행동하라구."

남자들은 바둥거리는 그녀를 더욱 강하게 붙들어매며 소리쳤다.

(으윽, 안돼, 그곳은...!)

옷감이 먹혀들어간 엉덩이에도, 가슴의 골짜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가슴 틈새에도, 심지어는 간신히 가려져 있던 사타구니의 갈라진 틈에도 남자들의 거친 손길이 느껴졌다.

여자가 된 뒤로 매우 민감해진 육체가 그 손길에 느껴서 짜릿 짜릿 저려왔다.

"크헤헤, 정말 군침도는 몸이구만. 마구 핥고 싶어지는 몸이야."

"유두도 아직 엷은 핑크색인거 봐. 경험이 거의 없는 아이야. 어쩌면 처녀일지도 몰라."

남자들은 사타구니에 먹혀들어간 가랑이부위를 더욱 잡아댕기며 비벼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