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저기 다운타운의 번화가라면 그런 일자리는 많다만..."
네네는 그 말을 듣곤 설명을 해주며 뒷말을 흐렸다.
"그래요? 그럼 지금 당장이라도 가볼께요."
하지만 눈치가 없는 달타냥은 네네의 설명을 듣자 주저하지않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자, 잠깐만, 꼬마야!"
그런 그녀를 네네가 황급히 제지하였지만, 달타냥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후우, 정말이지 성질도 급한 아이구나."
그러면서 네네는 심히 걱정스런 표정으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곳은 성인 전용 술집투성이고, 암흑가와 연관되어있어 질이 나쁘기로 유명한데,..과연 저 아이, 괜찮을까..."
네네의 말을 들은 달타냥은 곧바로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그곳엔 네네의 말처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들이 많았다.
벽에 붙은 수많은 전단지들.
그곳엔 그녀처럼 시골에서 갓 올라와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문들이 친절하게 적혀있었다.
(헤에, 하루만 일해도 되는 곳이라니...엄청 좋은 곳이구나.)
달타냥은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른 뒤, 면접을 보러 가보았다.
오직 여성만이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하루만 일해도 좋고, 하루일당도 높아보여서 갈 길이 바쁜 그녀에겐 딱 맞는 조건을 가진 곳이었다.
(여자가 되어 모든 게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좋은 점도 있구나.)
그녀는 너무나 쉽게 예상보다 좋은 조건을 가진 일자리를 찾게 되자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보면 여자도 나쁘지는 않은 걸?)
면접을 보러가자 그곳에는 자신을 지배인이라 소개한 대머리의 중년사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흐음~."
달타냥의 아래 위를 유심히 훑어보던 그는 곧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힐끔.
시선이 왠지 끈적거리고 징그러웠지만 달타냥은 그러려니하고 꾸욱 참았다.
괜히 밉보였다간 일을 못하게 될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좋소. 계약합시다. 오늘 밤부터 일할거니까 그리 알도록 하시오. 이건 선불이요."
그는 계약에 따른 선불이라며 바로 돈을 꺼내주었다.
(선불이라고? 그리고 이렇게나 많이...?)
달타냥은 시작부터 묵직한 돈주머니를 받게되자 깜짝 놀랐다.
(이 정도 돈이라면 당장에라도 부러진 칼을 고칠 수 있겠는데?)
그녀는 너무나 기뻐서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싸인을 하는 바보짓을 하고 말았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지도 모르고 말이다.
-씨익!
그리고 그걸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지배자도 못 보는 실수도 저지르고 말았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고서 말이다.
"그럼 이걸로 계약이 성립된 걸로 알겠소. 그리고 일이 시작되기 전까지 어디가서 좋은 음식도 먹고 옷도 좀 사입도록 하시오. 일을 하다보면 저녁을 먹기 힘들테니 말이오. "
그는 식사를 든든히 하고 오라며 맞은 편에 있는 고급레스토랑을 소개시켜줬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달타냥은 쉽게 돈을 벌게 되자 기뻐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리고 그 길로 바로 대장간에 가서 부러진 칼을 맡기고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거하게 식사를 하였다.
(난 정말 행운아야. 우연찮게 이런 좋은 일자리를 찾게 되다니.)
그녀는 모든 것이 쉽게 풀리자 기분이 좋아져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문에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악의 수렁텅이에 빠졌는지. 그리고 가게에서부터 그녀를 몰래 뒤따르는 은밀한 감시자의 눈을 말이다.
xxx
밤이 되어 가게로 돌아온 달타냥은,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탈의실로 향했다.
탈의실 근처에는 건장해보이는 거한 두 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저들은 걱정할 것이 없소. 그들은 손님 중 누군가 옷갈아입는 걸 훔쳐보지 못 하도록 지키고 서있는 것 뿐이니."
그런 것치곤 문 앞을 감시하는 느낌이 강했지만 달타냥은 그러려니 했다.
"이곳에서 이 복장으로 갈아입도록 하시오."
그는 검은 색으로 된 작은 옷을 주며 말햇다.
"그리고 다 갈아입었으면 간단한 설명 뒤 바로 일을 시작할테니 그렇게 아시오. 그럼 나는 이만."
그에게서 갈아입을 옷을 전해받은 달타냥은 거한들을 지나 탈의실로 들어갔다.
"어머나, 처음보는 얼굴인데. 신참인가 보네?"
"..."
그곳에는 발랄해보이는 여인과 어딘가 어두워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 하나가 먼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아, 네. 만나서 반가워요. 달타냥이라고 합니다."
달타냥은 거의 다 벗은 거나 다름없는 여인들의 모습에 크게 당황하였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고 그래?"
깔깔 기분좋게 웃어댄, 활기차 보이는 여성은 달타냥의 어깨를 친근하게 툭툭치며 말했다.
"내 이름은 마틸다야. 이쪽은 너처럼 들어온지 얼마 안된 신참, 안리라고 하고."
마틸다라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달타냥보다 4~5살 더 많아보였다.
달타냥은 마틸다를 마주 볼 수 없어서 얼굴을 돌렸다.
아직 여성의 알몸에 면역력이 없는 그녀는, 다 벗은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사과처럼 벌개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할 수 밖에 없었다.
"후후~."
마틸다는 그런 달타냥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신참을 약올리는 걸 즐긴다고나 할까.
그녀는 더욱 달타냥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하며 속삭였다.
"너 정말 귀엽구나? 어떻게 이런 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이 언니가 이것 저것 많.이. 귀여워해줄께~♥"
-화끈!
귓가를 혀로 핥듯이 말하는 마틸다때문에 달타냥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얼굴에 열기가 몰려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호호호~ 그럼 어서 옷을 갈아입도록 해. 조금 입는 방법이 까다로우니까 모르면 물어보고."
마틸다는 그런 귀여운 모습의 달타냥을 약올리며 말했다.
(우우...왠지 폭풍같은 사람인 걸?)
앗 하는 순간 휩쓸릴 것 같이 활기찬 여인이었다.
달타냥은 너무 친근한 척 하는 마틸다를 어려워하며 옷을 갈아입었다.
"...!"
건네받은 옷은 마탈다의 설명과는 달리 그리 입기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쉬워서 문제랄까. 마치 속옷처럼 보이는 그 옷은 피부를 가리는 부위가 너무 적어서 매우 부끄러웠다.
"바니걸 복장이란 거야. 토끼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옷이지."
토끼의 긴 귀까지 구현한 복장이었다.
검은 색의 망사 스타킹에, 검은 색의 에나멜 느낌의 원피스.
달타냥은 처음 보는 모양의 옷에 매우 큰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이 옷...너무 부끄러워...정말 이런 옷을 입어야 하는거야..?)
하지만 마틸다와 안리라고 하는 여인들은 이미 그 옷을 입은 상태였다.
그래서 달타냥은 어쩔 수 없이 그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여성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다는 것이 무척이나 생소하고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인식했다.
(아우우....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부끄러워...검사인 내가 왜 이런 모습을...)
아무리 돈을 벌기 위해서라지만, 여자의 옷을, 그것도 다 벗은 거나 다름없는 복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정말 잘 어울리네. 달타냥. 너무 이뻐."
마틸다는 그런 달타냥의 모습에 무척 기뻐했지만 말이다.
"..."
안리는 그런 달타냥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며 슬픈 눈이 되어보였다.
"...저 먼저 갈께요...."
우울해보이는 얼굴을 더욱 어둡게 흐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탈의실 밖으로 나갔다.
"...?"
달타냥은 그런 안리가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곧 마틸다에게 붙들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자, 이제 일을 하러 가보도록 하자.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니 이 언니가 하나 하나 잘 가르쳐줄께~♩"
흥에 겨워하는 마틸다의 손에 이끌린 달타냥은, 곧 조건이 너무 좋은, 알 수 없는 주점의 일을 하기 위해 끌려갔다.
주점에서의 첫날.
달타냥은 마틸다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일을 했다.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달타냥은 고향에 있는 퍼브에서 일을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서빙을 꽤 잘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정말 난감한 일은 따로 있었다.
(우우...이 옷 너무 몸에 달라붙어서 움직이기가 불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