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됬던간에 나와 현진이와 주희는 짐을 들고 2번 버스에 올라탔다. 학부모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1번 버스보다 2번 버스가 좀 더 컸다.
"맨 끝자리가 비었는데 맨 끝자리로 갈까?"
"그럴까?"
"기왕이면 셋이서 나란히 앉는 게 좋겠지."
우리는 사이좋게 맨 끝자리를 향해 갔고 잠시 후, 버스 기사님이 타고 그 다음으로 정 선생님이 탔다. 그리고 정 선생님의 뒤로 한 익숙한 여학생의 모습이…… 엥?!
""부장님?!""
동시에 소리치고 마는 나와 현진이.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지만 우린 정 선생님의 뒤로 탄 부장님에게서 시선을 땔 수 없었다. 어째서 부장님이 여기에?!
"두 사람, 시끄럽다. 선생님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냐! 그러고도 힘을 숭상하며 예절을 중시하고 신성한 검을 다루는 검도부원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큭!""
부장님에게서 강렬한 기세가 흘러나와 우리는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부장님과 관계없는 주변 학생들마저 부장님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압력에 눌려 소란스러웠던 버스 내부에 금세 침묵의 공간이 형성됬다.
"……여기서 나를 처음보는 후배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몇 번 얼굴을 마주쳤던 적이 있는 후배도 있을 것이다. 반갑다는 인사부터 하도록 하지! 나는 교내 검도부 부장인 너희의 3학년 선배, 박수정이라고 한다!"
모두의 시선이 부장님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그 중에서 멀뚱멀뚱하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사람은 전혀 없었고, 대부분이 부장님의 말을 들어야한다는, 부장님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냥 보고 귀를 열고 있는 것이다. 나도 당황스러웠지. 이 정도로 대단한 '왕'의 자질을 타고난 '인간'은 본 적이 없으니까.
"너희가 어떤 사정으로 2달 빨리 수학여행을 가게 되어서, 인솔하실 선생님들이 부족하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3학년 중에 너희를 인솔할 학생을 선별했고 바로 내가 뽑혔다. 그런 이유에서 2박 3일, 수학여행 내내 너희가 학생으로서 예의를 저버리거나, 잘못을 저지르거나, 함부로 자리를 이탈하는 등, 학생의 본분을 저버리는 행동을 했을 시, 바로 내가 즉결 처벌한다!"
……헐, 이건 큰일이다!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이 멈춰지지가 않는다. 나는 이를 악물며 떨리는 몸을 추스르려 애써 노력하고, 고개를 돌려 현진이를 보았다. 과연, 현진이도 나랑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했다. 안면은 시체처럼 새하얗게 질렸고, 이빨은 딱딱 부딪치며 양 손을 기도하듯이 꼭 쥐고, 두려움으로 이미 눈동자는 지진처럼 흔들렸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 부장님과 만나는 것은 부실만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2박 3일 내내 부장님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고? 지금 장난하냐 학교오오오!
그동안 병원 신세를 져서 부장님의 특례로 쉬는 것을 용서해주셔서 무척 편했는데…… 그러고보니 내가 요즘 너무 부실에 가질 않았었다. 젠장, 난 죽었다!!
"그 처벌이 어떨 지 궁금하다면 부원인 저 두 사람에게…… 물어보도록. 저 떨림이 멈춰질 때 쯤에 말이다. 그리고 유지호, 최근 부실에 오지 않았더군. 수학여행 틈틈히 그동안 실력이 녹슬지 않았는지 확인해주지. 그리고 수학여행이 끝나면 특훈이다. ……그럼 선생님, 말씀하시죠."
"그, 그래……."
그 뒤로 부장님이 자리에 앉고 선생님이 뭐라고 말씀하시며 버스가 출발하는 진동이 느껴졌지만 그 진동은 몸의 진동 때문에 별로 느껴지지 못했고,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방금 전에 부장님의 말씀하신 특훈이다.
"……현진아, 나 죽을까?"
"……넌 저승까지 쫒아오는 부장님이 보고 싶냐?"
응,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부장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 인간인데 참 대단한 인간이지?
"아하하, 그건 그렇네. 저승에서 죽을 정도의 특훈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이승에서 죽기 직전의 특훈을 받는 게 낫겠지?"
"응, 그럴거야…… 괜찮아. 최근 조금씩 수행의 강도가 낮아지고 있으니까."
"그러면 다행이지만…… '그 때'를 100에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
참고로 '그 때'란, 우리가 부장님을 진심으로 무서워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다. 어느 날, 검도부에 입부해 우리를 제외하고 여러 신입부원들이 검도부에서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검도를 하고 있었다. 아마 검도부에 입부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을 것이다. 한 선배가 우리에게 1:1 대련 지도를 해준다면서 어떤 남자애를 끌고갔다. 그 남자애의 몸은 꽤나 연약했고, 남자애보다는 여자애로 착각할 정도로 계집애같은 애였다.
그 남자애는 싫다고 했지만 선배가 몸을 단련시켜준다며 억지로 끌고와 결국 대련을 했다. 그리고 남자애는 선배에게 대련이 아니라 그냥 폭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심하게 얻어맞고 울부짖다가 그만 선배의 실수로 뼈가 부러지고 그 애는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선배는 설마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듯이 당황했고, 다급히 엠플런스를 불러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그 이후로 우리 검도부에 불행은 시작되었다. 그 소식이 바로 부장님의 귀에 들리고 만 것이다.
부장님은 그야말로 꼭지가 돌아버렸고, 검도부원들을 전원 집결시켰다. 그리고 신입부원을 괴롭힌 선배도, 그걸 보고도 아무도 나서지 않은 우리의 썩어빠진 정신상태를 고쳐주겠다고 외쳤다. 지옥의 시작이었다.
그 때의 그 일은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 아무튼, 정신을 차려보니 상당수가 기절해 있었다. 세상에, 마왕족인 내가 기절할 정도라니…… 그나마 내가 가장 일찍 일어난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조리 쓰러져 정말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유유하게 서있는 이, 누구보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뿌리며 마치 초식동물들을 사냥한 맹수, 아니, 마족들도 차마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흉폭하고 강하다는 마수의 최강종, 신마수(神魔獸)처럼 고고하게 서 있는 이가 바로 우리 부장님이셨다.
나는…… 그때, 진심으로 부장님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도 그건 변함이 없지만.
참고로 말하자면 그 선배가 남자애를 그렇게 괴롭힌 이유는, 곱상하게 생긴 외모가 마치 어제 날 차버린 애인을 은근히 닮았다는 이유였다. 그 말을 듣고 우리 검도부원은 단단히 단합해 의기투합하여 직접 그 선배에게 멍석말이를 해주었다. 물론 다치치 않을 정도로만, 부장님에게 걸리지 않도록 몰래.
"60…… 정도일까?"
"5분의 3이라, 그나마 괜찮네. 저번처럼 기절하진 않겠구나."
"하지만…… 그동안 훈련을 받지 않았으니까, 좀 더 강할지도."
"역시 죽을까봐."
"잠깐만, 지호야! 너 왜 그래? 대체 그 특훈이라는 게 뭐길레 평소의 네 모습을 잃어버리고 만거야?! 정신차려! 그리고 죽지 마!"
주희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며 외친다. 하지만 주희야, 난…… 무섭다, 진심으로, 마왕족인 나마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저 최강의 인간 여자가!
나도 아직 저 여자의 진정한 정체를 몰라, 첩자를 붙여두려고 하면 다 들켜! 나도 미행을 하다가 들켜서 맞고 꼴사납게 튀었어! 그래서 나는 저 미지의 영역에 존재하는 저 여자가 너무 무서워! 내가 이현진 주변의 여자애는 다 건드릴 생각을 해도 차마 부장님만큼은 건드릴 생각을 못해!
"크흑……."
"눈물을 흘릴 정도야!?"
"주희야, 넌 몰라…… 내 마음을."
"모르긴 왜 몰라! 너랑 난 주말마다…… 흠흠."
하마터면 비밀을 밝힐 뻔 한 주희다. 내가 재빨리 고개를 젓자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지만 옆에 있는 현진이에게 들킬 뻔 해서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다행이 부장님의 말 때문에 지금 그런 걸 들을 정신도 없을 것 같지만.
……나도 솔직히 평소의 평정심과 비교하면 놀랄 정도로 흐트러져있다. 억지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자꾸 과거의 그 트라우마가 떠올라 미칠 것 같다. 수학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모조리 사라졌고, 내가 수학여행 때 품었던 계획을 수정…… 아니, 그냥 뒤로 미루고 싶을 정도로 나는 풀 죽어 있었다.
……왜! 왜 많고 많은 3학년 중에 부장님인건데! 저렇게 부장님 같은 여자는 왜 인간인건데! 하다못해 용사나 비일상을 아는 인긴아니 마족이라면 이해라도 해! 그런데 일반인이잖아! 그냥 평범한 검도 도장집 딸이잖아! 그런데 왜야, 왜 저런 여자가 태어난건데! 이건 완전…… 완전히 반칙이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마음 속에 눈물을 재료로 바다를 이루면서 버스의 진동에 몸을 맡겨 그냥 죽은 시체처럼 조용히 수학여행지를 향해 떠났다. 제발 이게 꿈이기만을 빌면서.
정신을 차리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명언에 따라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즐기며 살다 가자는 생각에 기운을 되찾은 나는 어느 덧, 우리의 수학여행지인 구룡산(九龍山)에 도착하자 곧바로 두려움에 지처 잠든 현진이와 그냥 잠든 주희를 깨우고 밖으로 나갔다.
상쾌한 미풍이 불어오며 녹음이 우거진 산의 풍경을 감상하는 나. 산에는 오랜만에 와봐서 그런지 감회가 새록새록하다.
우리가 탄 2번 버스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부모들이 탄 1번 버스가 뒤따라 2번 버스 뒤에 정차했다. 곧 2번 버스에서 학부모들이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무척 눈에 띄는 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중년인들로 가득한 인파에서 유독 도드라지게 눈에 띄는 두 명의 미모의 소유자들인 바로 현진이네 누님과 내 학부모 대행인 메이드복의 서규수였다. 많이 친해졌는지 서규수와 현진이네 누님은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치며 맞장구도 쳐주고, 꺄아꺄아~하며 어린애처럼 방방 뛰거나 하고 있다.
나머지 눈에 띄는 한 사람은 바로 가장 맨 뒤편에서 세상의 온갖 절망이란 절망은 다 맛본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희네 아버지였다. 우리는 그걸 보고 당초 목표였던 현진이네 누님과 친해지기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표정만으로 확신에 가까운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주희야, 가서 위로해 주는 게 좋지 않겠어?"
"괜찮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기 아버지랑 마주치기 싫은지 얼른 멀찌감치 떨어지는 주희였다. 나와 현진이는 안쓰럽게 딸에게 버림 받은 주희네 아버지를 쳐다보다가 우리도 주희를 따라갔다. 솔직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얼굴이다.
"자, 이 쪽으로 와서 5줄씩 열을 맞춰라! 숙소를 향해 간다!"
부장님의 명령에 재빨리 숙련된 군인처럼 오와 열을 맞춰 부장님의 인솔 하에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그 와중에 정 선생님이 부장님에게 밀려나 우울한 분위기를 풍긴 것은 여담이다.
"학부모 여러분들은 저를 따라와 주세요~!"
학부모들을 인솔하는 것은 양호 선생님이셨다. 양호 선생님이 박수를 치자 어른들은 양호 선생님의 말을 듣고 양호 선생님과 함께 학생들의 뒤를 따라갔다.
한 10분 정도 위를 향해 계속 걷자 좋게 말하면 제법 고풍스러워보이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촌스러운 건물이 떡하니 세워져있었다. 호텔이나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건 그냥, 어디에서나 잘 보이는 민박집을 한층한층 쌓아올린 듯한 참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신개념 숙소다.
……지금 우리보고 저곳에 들어가라는겨?
"숙소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녀석도 있을 것이지만 보기보다는…… 으음…… 쾌적하고 깨끗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보기보다는'이 뭡니까 '보기보다는'이…… 부장님도 말하기 애매한지 말끝을 흐린다. 부장님도 저 숙소의 문제점을 잘 알고 계시는구나. 하지만 인솔 교사의 보좌로 있어서 차마 안좋다는 말을 꺼내기는 뭐한지 힘껏 없는 칭찬을 만들어내는 중이시다. 부장님도 참 고생하신다.
"잠깐만요. 안전성은 보장되어 있는건가요? 청결 상태는요? 방이 좁지는 않나요? 이런 곳에서 밥을 먹었다간 위생 문제로 식중독에 걸리면 누가 책임지나요? 학교에서 인가요?"
뒤따라온 학부모 무리에서 안경을 쓰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깐깐해보이는 마른 중년의 여인이 손을 들고 양호 선생님을 향해 물었다. 양호 선생님은 안심이 되는 웃음을 빙긋 지어주시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저래보여도 이 산을 찾아주시는 여행객 분들에게 명소라 알려져 있답니다. 게다가 작년, 제작년에도 수학여행으로 이곳을 찾아온 적 있었지만 식중독에 걸린 학생은 전혀 없었고 학생들 중에서 이곳에 불평을 가진 아이는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흥! 못 믿겠어요. 척 봐도 벌레나 쥐같은 더러운 게 튀어나올 것 같은 저런 장소에서 저와 제 아이가 머물다니, 소름이 돋아서 참을 수가 없네요! 이런 곳에서 머물 바에야 차라리 저와 제 아이는 따로 자겠어요!"
우와, 양호 선생님의 '필살! 엔젤 스마일'이 통하지 않는다. 같은 여자라서 효과가 반감된건다. 학생들도 저 숙소에 불평을 가진 이가 제법 있을텐데도 진상을 피우는 중년 여인을 향해 '저 여자는 뭐야? 누구 엄마야?'라는 듯이 곱지 못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으으……."
내 왼쪽에 있는 애에게서 신음이 들린다.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숙여 되도록 여인과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여학생…… 반장을 보고 눈치챘다. 저 여자, 반장의 어머니였군. 기가 쌘 어머니와 늘 풀 죽어 지내는 소심한 딸이라…… 참 교육도 잘하는 짓이다. 저 여자, 전형적인 잘못된 부모다.
"저기…… 아무 문제도 없고, 선생님들도 그렇게 말하는 데 여기서 소란을 피우는 것보다는 일단 들어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하?"
오, 누님 나이스! 현진이네 누님이 더 따지려고 곤란한 표정의 양호 선생님에게 달려드려는 중년녀의 앞을 막아서며 타이르듯이 말했다. 하지만 저 중년녀는 오히려 눈초리가 더더욱 치솟아올라 도깨비 눈으로 착각할 정도로 무섭게 느껴졌다.
"당신 뭐야. 보아하니 나이도 어려보이는 데 어른 말씀하시는 데 어딜 끼어들어!"
헐, 지금 저 년이 뭐라고 했냐? 감히 지금 누가 누구보고…… 뭐가 어째?
"우웃! 딱히 어린 나이는 아닌데…… 그리고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
"보아하니 부모가 올 수 없어서 학부모 대신으로 온 것 같은데…… 넌 네 동생이 걱정되지도 않니? 저런 비위생적인 곳에서 잘못되거나 병이라도 얻으면 어떻게 할건데, 우리 딸 병원비나 병원에 있느라 사라진 시간을 전부 갚아주기라고 할거야?!"
"우우……."
저 년의 기에 눌려 꼼짝 못하는 누님의 모습은 참으로 어른의 모습 답지않게 귀여웠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행이 어떻게든 누님에게 잘보이려 애쓰는 사람이 나타나 나와 막 앞으로 나서려는 현진이를 막을 수 있었다.
"당신이 뭔데 나서? 저 애 남편이라도 돼?"
"나, 남편…… 나, 남편이라니, 그런…… 으흠흠."
1초만에 함락.
"아, 아빠아……."
주희가 자기 아버지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고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는다.
"흥, 잘하는 짓이네. 애들 수학여행에 애인끼리 여행 왔어? 불건전해! 교사는 뭐하는거야? 학부모 동참 수학여행이라길래 기대했는데…… 혹시 여길 신혼여행지로 착각한 거 아냐? 게다가 나이 차를 보니 당신, 꽤 돈이 많나봐? 왜, 원조교재라고 하다가 실수를 저질러서 책임이라도 지게 된거야? 호호, 저 계집애는 돈 벌었네."
"거, 거참! 이 아줌마가 말이 너무 심하잖아!"
"저기, 광후 씨."
주희 아버지가 화를 내며 으르렁거리자 재빨리 누님이 앞으로 나서서 주희 아버지를 막아섰다.
"세, 세영 씨! 안심하십시요, 저 한국말도 제대로 못 말아듣는 아줌마 따위는 금방……."
"일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좀 빠지세요."
"세, 세, 세, 세영 씨?"
"규수 씨. 저 좀 도와줘요."
"네,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여자끼리의 대화에 남자가 끼는 것만큼 멋없는 일은 없습니다. 좀 빠져주시죠."
"자, 잠깐. 세영 씨! 세영 씨이이이이이이!"
규수의 방어와 주변 학부모들의 도움으로 뒤로 밀려나는 주희 아버지. 이미 주희는 몸을 돌려 자기 아버지를 보려고 하질 않는다. 이젠 주희가 불쌍하게 느껴진다.
"저기,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오해? 제가 남들 오해할 정도로 눈이 낮을 줄 아세요? 아까 전에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찍으시던데 계속 찍지 왜 여기 계세요?"
말투 하나하나가 명백한 시비조다. 원래 되도록이면 끼어들려고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끼어들어야 할 것 같다.
"저, 광후 씨와는 그냥 이웃 사이에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어머? 저게 그냥 이웃 사이라고요? 호호, 안 믿겨지는데요? 아까 저 남자의 행동으로 보아 꽤 '각별한' 사이 같던데."
"하아, 믿어지지 않는다면 가르쳐드릴게요. 저, 한 아이의 엄마에요! 그런데 다른 남자랑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다니, 말이 되나요?"
"……지, 지금 뭐라고요? 어머니? 한 아이의 어머니라고요? 호호, 그렇게 변명할 말이 부족했어요? 척봐도 20살 좀 넘은 것 같은데, 그런데 아이가 17살이라고요? 10살도 되기 전에 임신이라도 하셨나보죠?"
"저, 올해로 XX살이에요. 여기요, 주민등록증."
"……거짓말!!"
누님이 지갑을 꺼내 주민등록증 앞자리를 보여주자 비명을 지르는 여자. 같은 여자로서 충격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말도 안돼…… 나랑 겨우 3살 차이라고…… 저 외모가?"
상당히 충격을 받고 뒷걸음질치는 여자, 그 사이로 재빨리 나와 현진이가 끼어들었다. 현진이는 자기 어머니를, 나는 저 여자를 상대하기로 이미 나가기 전에 결정했다.
"자자, 진정하시죠."
확 뒷산에 파묻어버리기 전에.
"너, 넌 누구니?"
"저요? 저 분 아이의 친구에요. 그리고 감정이 격해지신 것 같은데, 자녀와 자녀 친구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으신가요? 이런 곳에서 소란을 피우면 괜히 자녀가 더 부끄러워지니 이쯤에서 그만 두시죠? ……(소근)여기가 당신 집 안방인 줄 알아? 망할 아줌씨야."
"뭐, 뭐가 어째!"
짝!
뺨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 이런~ 그만 마음 속의 말이 나오고 말았다. 얼얼한 뺨 위에 손을 올리고 은근히 웃음을 지으며 그 빌어먹을 년을 보자 그 년도 자기가 한 행동에 놀랐는지 깜짝 놀라 당황하고 있었다. 큭큭, 쌤통이다. 망신이나 한 번 당해보시지!
"지금 학생에게 무슨 짓인가요!"
양호 선생님이 엔젤 스마일을 지우시고 보기 드물게 화를 내시며 그 년에게 따졌다. 그 년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나를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저, 저 애가 먼저 날 욕했어! 난 잘못 없어! 진짜야!"
큭큭큭, 어이, 아줌씨. 당신이 진상 피울 때부터 사람들의 마음이 돌아갔다는 것을 알았어야지. 모두의 냉랭한 시선을 받은 그녀는 자신이 핀치에 몰렸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를 악물며 여기서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미, 미안하다. 그만 나도 모르게……."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그나마 상황 판단력은 있는지 빠르게 나에게 잘못을 구하는 여자다. 뭐,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 '착한 학생'의 연기를 계속해야겠지? 그래서 잘못을 받고 그렇게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내 뺨 한 대로 복잡해진 사태가 풀어졌으니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거겠지.
"괜찮니? 지호야."
"전 괜찮아요, 누님. 나참, 요즘에도 저런 진상 아줌마가 다 있네요."
"그렇네…… 혹시 상처 나지 않았는지 좀 보자."
"아이참, 괜찮다니까요?"
나는 손을 내저으며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시는 누님께 활기차게 말했지만 그래도 누님은 여전히 미안하다는 듯 울듯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아주셨다.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난 연상 취향인가봐. 누님이 잡아주시는 이 손이 정말 부드럽고 따뜻해서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헤실헤실 웃었다.
꼬집.
"으악!"
"어머, 왜 그러니?"
"옆구리가…… 최주희,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뭘?"
틀림없이 내 옆구리살을 힘껏 꼬집었을 두 손가락은 누님이 눈치채기 전에 얼른 빼내고 내가 의문을 담아 노려보자 어깨를 으쓱하며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주장하는 뻔뻔한 표정으로 말했다. 으이그, 저 연기 실력…… 암튼 여자는 누님만 빼면 다 요물이야.
"고맙다, 지호야…… 날 위해서 뺨까지 맞아가며 나서주다니."
"흠, 어흠! 흠흠!"
갑자기 우리 사이에 나서서 헛기침을 하시는 주희 아버지. 척봐도 '나도 당신을 위해 나섰는데 왜 나는 칭찬을 해주지 않고 나중에서야 나타난 저 애만 칭찬을 해주는 겁니까?'라고 눈치있는 사람이면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마음을 표정에 나타내며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누님에겐 그런 쪽의 눈치가 유독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목 아프세요? 목캔디 하나 있는데 드릴까요?"
"아, 아닙니다. 됬습니다. 하아~"
나도 나섰으니까 칭찬해달라고 말하기에는 남자로서 체면이 서질 않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억울해서 답답하다는 심경을 담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주희 아버지. 하지만 주희 아버지를 신경쓰는 사람은 여기에 없었다.
"도련님, 이제 슬슬 숙소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렇네요. 광후 씨도 쭈그려앉아 흙장난 그만두고 같이 가죠."
"넵!"
어두운 오오라가 누님의 말 한마디에 초롱초롱 빛나는 오오라로 바뀌는 주희 아버지다. 호오~ 이거 꽤 재밌군. 주희 아버지를 나중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누님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정보를 뇌 속에 입수하고 다른 학부모들과 학생들과 함께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숙소에 들어가던 중에 우연히 부장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부장님을 지나치는 도중에 부장님이 갑자기 내 어깨를 토닥여주며 몰래 내 귓가에 소근소근 말했다.
"방금 그 모습은 남자답고 멋졌다. 하지만 어른에게 욕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걸 들으셨군요. 아무도 듣지 못할거라고 예상했고 부장님보다 가까이 있었던 사람도 듣지 못한 그 작은 말소리를 들으신 거군요. 정말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괴물 같은 청력이십니다.
정말 부장님이란 사람의 끝을 모르겠다.
정 선생님은 숙소 1층에 있는 계산대의 아줌마와 대화를 나누더니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학생들은 4층, 학부모님들은 5층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머물 방들의 키는 양호 선생님이 가지고 계시니 양호 선생님에게 받으시면 되고, 너희들의 머물 방들의 키는 내가 가지고 있으니 날 따라 4층으로 가면 된다."
누님과 최광후, 그리고 서규수는 양호 선생님을 따라 5층으로 향했고 그 뒤를 따라서 우린 정 선생님과 부장님과 함께 4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자 왼쪽과 오른쪽으로 또 나뉘었는데, 거기서 정 선생님은 왼쪽으로, 부장님은 오른쪽으로 갔다.
"남자는 나와 함께 왼쪽으로 가고, 여자는 여기, 박수정 학생과 함께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그럼 박수정 학생, 잘 부탁하네."
"예."
부장님은 정 선생님에게 키를 여러개 받고 여학생들을 인도하며 떠났다. 떠나는 주희에게 나중에 보자고 인사하고 우린 2인 1조씩 짝을 지어 정 선생님이 주시는 키를 받았다. 나는 물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현진이와 한 조가 되었다.
406호실, 우리가 받은 방의 번호였고 키의 번호였다. 나는 406호실을 찾고 키를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밖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제법 넓고 깔끔하게 꾸며진 방 내부의 인테리어를 보며 적지 않게 감탄했다.
"여기 제법 좋은데?"
"그러게, 이 정도면 중학교 수학여행 때마다 머물렀던 숙소보다 좋은데?"
우리는 얼른 짐을 풀었고, 짐을 꺼내놓고 방 안을 구경했다. 방구석에는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이불이 곱게 게어져있고,
벽에 걸려진 선반이나 TV도 있었다. TV를 틀어보니 화면이 나왔는데 화질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나쁘지도 않고, 볼만한 정도다.
"지호야! 밖 좀 봐봐. 이거 멋진걸?"
현진이의 부름에 나도 현진이가 보고 있는 창 밖을 보니 확실히 멋졌다. 푸르른 녹음과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는 봉우리들이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멋진 경관을 만들어내었다.
"확실히 괜찮네. 나중에 저녁 때 황혼을 보면서 술 한잔 마시면 딱이겠는걸?"
"그러게…… 가만, 술?"
현진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획~ 하고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돌려 입을 벌리며 나를 바라보자 나는 얘가 뭘 그리 놀라고 있는지 의아해하며 바깥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얼른 내 짐 속에 옷과 수건으로 철저하게 감춰진 술병을 꺼내 현진이에게 보여주었다.
"수학여행에 술이 빠져서는 안되겠지?"
"야, 너 들키면 어쩌려고 해! 게다가 우리는 미성년자야, 술을 마실 때가 아직 안됬다고! 게다가 정 선생님도, 부장님도 계시는 데 술을 마시겠다고? 들키면 우린 그대로 끝장이야! 그걸 알면서도 술을 가져온 너야말로 진정한 용사라 칭할 수 있겠지. 그런데 어디다가 숨길까?"
과연 이 녀석은 용사의 후손이라 할 만 하다. 학생들의 바른 생활을 중요시하는 학생 체벌 전문의 정 선생님이 계시고, 더구나 부장님에게 들키면 어떻게 될 지 알면서도, 학부모들…… 특히 누님께 들키면 어떻게 될 지 알면서도…… 오히려 그 스릴을 즐기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이 녀석의 용기에 나는 엄지손가락을 들여올려주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으음, 역시 이불 속에 감추는 게 좋겠지? 이불은 밤이 되기 전에는 펼치지 않을거고, 신경쓰는 사람도 없잖아."
"좋아, 그럼 이불 속에 숨기자. 그보다, 공범은 정해뒀어?"
호오, 이 녀석…… 제법이군. 벌써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있어!
"훗, 물론이다. 결코 이 비밀을 말하지 않을만한 녀석들을 정해뒀지. 나중에 몰래 찾아가 은근슬쩍 말하고 모일 예정이다. 큭큭큭, 최대한 공범을 모아야 나중에 들키면 돌아오는 죗값도 낮아질 테니까."
"역시 훌륭해! 과연 유지호, 내가 인정한 친구다워! 후후후."
"별말씀을, 크크크."
"우후후후후후."
"큭큭큭큭큭큭."
우리는 손을 맞잡고 기분 좋게 웃음을 지었다. 지금 여기에 '금단의 술마시기 동맹'이 체결되었다.
그 다음은 별로 자세하게 설명할 것도 없었다.
다시 집합한 우리는 정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일정을 듣고, 숙소에서 주는 점심 식사를 먹은 뒤 등산했다가 내려오고, 저녁을 먹었다.
……이렇게 무척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 일부러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뭐, 도중에 여고생처럼 신나게 올라가다 너무 텐션이 올랐는지 누님이 다리를 약간 삐끗하고, 억지로 자신이 업고 올라가겠다는 주희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하고 너무 들떴다고 자책하며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
아래까지 바래다주겠다는 주희 아버지였지만 자기 때문에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면서 거절하고 때마침 여기까지 올랐는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주희나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아직 팔팔한 현진이랑은 다르게, 지쳐서 금방 쓰러질 것 같이 땀을 흘리던 내가 누님을 모시고 내려가기로 했다. 그때 본 주희 아버지의 눈빛은…… 그야말로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으로 날 쏘아보고 있었다.
원망할 거라면 자신의 쓸데없이 튼튼한 몸을 저주하라!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쁜 마음으로 누님과 같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나저나 마족인데 왜 이렇게 체력이 약하냐고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할 수 없어! 난 약골인걸! 내가 형님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이유는 방대한 마기(魔氣)의 위력이나 특성이나 기술 때문인 걸!
육체적인 면에서 보면 최하급 마족, 아니, 마물만도 못한 것이 바로 나다. 지금의 난 보통의 평범한 인간 고교생급의 육체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뭐, 마기를 움직여 신체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삼족오의 대장이 눈 앞에 있는데 마기를 움직이는 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무사히 누님을 양호실까지 모시고, 누님의 감사 인사를 듣고 쉬다가 사람들이 내려오는 것을 맞이한 나였다. 음홧홧홧, 나를 승자라고 하지 않으면 누가 승자일 것인가!
등산길에서 돌아온 우리는 정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대로 지하에 있는 샤워실엔 저녁을 먹기 전에 여자들이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고, 저녁을 먹은 후엔 남자들이 씻기로 했다. 불평을 하는 남자애들도 있었지만 남자라면 여자들에 대한 배려심도 있어야 한다며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 자기 직전까지 자유시간이라는 말을 듣고, 나와 현진이는 눈을 빛냈다. 바로 지금이다!
나는 은밀하게 정 선생님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남자애들에게 접근했다. 그 남자애들은 전부 과거, 날 회장이라 모시고 따랐던 이현진 암살회의 회원들이었다. 비록 지금은 이유 암살회로 바꿔 나까지 합해 암살하려 하고 있지만 즐거운 수학여행까지 와서 힘을 빼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수학여행 하면 빠질 수 없는 '밤의 그것'이 있다. 하지 않겠는가?"
"콜."
끌여들이는 것은 무척 쉬웠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술에 대한 호기심에, 술을 마신 사람들 중에는 그 술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 남자애들은 하나가 되어 정 선생님 몰래 계획을 짰다.
잠시 후, 여자애들의 목욕이 끝나고 저녁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은밀하게 서규수를 불러냈다.
"설득한 여자아이들의 수는?"
"최주희, 그리고 반장이란 여자애와 그 외 4명의 여자아이, 총 6명을 설득했습니다."
"수고했다."
물론 남자애들만 모여도 재미 없다. 냄새나게 남자들만 모여서 술을 마시면 그것만큼 불쌍한 일도 없을 것이다. 역시 술을 마실 때에는 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난 서규수에게 목욕탕에 갔을 때, 은밀하게 끌여들일 수 있는 여자애가 있으면 죄다 끌어모으라고 했다. 게다가 이현진은 모르지만 최주희에게도 말해뒀다. 알고보니 최주희는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다. ……평소의 태도를 보아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미성년자일 때 술을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은근히 설득하자 받아들였다.
흐흐흐, 이걸로 주희도 타락의 길로 빠져들었군.
우리는 간단하고 재빠르게 밥을 먹어치우고 목욕탕에 들어가 누구보다 빠르게 몸을 씼고 밖으로 나갔다. 정 선생님은 피곤하다며 목욕탕에서 제법 오래 있을 예정이라는 좋은 정보까지 얻었다.
잠시 후, 내 방에 많은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이 모였다. 자유시간이라 어느 방에 사람들이 몰리든 문제될 건 없다. 단순히 한 방에 모여 노는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제군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내가 감춰뒀던 술병을 꺼냈다. 물론 1병만 있으면 시시하다. 때문에 나는 3병이나 가져왔다. 1병은 막걸리, 1병은 소주, 1병은 맥주로!
"이것이 바로 제군들을 천국으로 보내줄 천상의 음료다!"
"""오오오!"""
내 주변에 모인 애들의 감탄한다. 현진이도, 주희도 마찬가지다. 내가 꺼내든 3개의 술병을 보며 아이들의 눈빛은 마치 마음에 쏙 드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마시고 싶은가? 정녕 이 음료를 입 안에 넣어 어른의 맛을 알고 싶은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호기심 왕성한 고교생 답다.
"그런데, 아까 보니까 박 선배가 돌아다니고 있던데, 이거 들키면 큰일 아니야?"
한 여자애가 손을 들며 걱정스럽게 묻자 그만 반사적으로 나와 현진이의 몸이 움찔 떨렸다. 하지만 나는 금세 씨익 웃으며 낭보를 알려주었다.
"설마 내가 그런 것도 대비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하는가?"
"지호야, 설마…… 뭔가 대책이라도?"
"물론! 부장님께는 우리집 메이드인 규수 누나가 붙어있다. 그리고 '어른들의 대화'를 하고 있지. 바로 우리처럼!"
그렇다! 부장님께 들켰다간 우린 그냥 사망이다. 당연히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서규수를 이용했다. 서규수는 지금쯤 특제 음료수를 가지고 부장님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그 특제 음료수란 물론 술이다. 술이라고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향기가 좋고 보통의 주스랑 다를 바 없이 맛있는 술이지만.
후후, 술을 마신 부장님이 술을 마신 우리를 처벌할 수는 없을 거라는 치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진 계획이다. 흐흐, 이걸로 우리의 계획을 막을 사람은 없다!
"이현진 군, 이현진 군은 제군들에게 잔을 나눠주게!"
"OK!"
이현진은 내 말에 재빨리 내 짐에서 종이컵들을 꺼내 나눠주었다. 그리고 막걸리, 소주, 맥주, 각자 원하는대로 컵에 따르고 나도 내 종이컵에 소주를 따른 후, 종이컵을 힘차게 위로 들어올리며 외쳤다.
"수학여행의 밤을 위하여!"
"""위하여!"""
나는 바로 내 입 안에 컵에 담긴 맑고 투명한 액체를 들이마셨다.
향연의 시작이다!
술을 퍼담은 이후 30분, 거의 30명 가까이 모여 술을 얼마 안에 들여넣지 않았음에도 대부분 술에 취해 잠들어버렸다. 마계의 기술로 빚은 이 술의 도수가 너무 강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술에 탄 '약'이 알코올과 합쳐져 큰 효과를 발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모두가 잠들었다면 나에게는 좋은 일이다.
뭐, 처음에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다. 단순히 수학여행의 밤을 즐기려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대로 '술만 마시고 땡'은 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든 생각이 바로 이것이다.
만약 여기에 최소한 주희 이상의 실력자가 있었다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나 용사의 후손인 이현진마저 술의 위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뻗어버린 지금, 여기에서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은 나와 주희 뿐이다. 뭐, 주희의 눈도 흐리멍텅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바깥을 확인하고 주희의 곁에 다가와 주희의 허리를 잡고 받쳐주었다.
"주희야, 괜찮아?"
"으음, 이거 맛있는데…… 좀 어지럽네."
역시 주희 정도의 기(氣)를 품은 강자라면 수면제를 탄 마계의 기술로 빚은 술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신이 흐려진 지금, 그녀의 몸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주희야……."
"으응……? 읍!"
나는 곧장 주희의 입을 내 입으로 막았다. 곧장 치아 사이에 혀를 집어넣고 힘 없이 쓰러진 혀를 뱀처럼 휘감아 돌리며 약하게 주희의 혀를 빨면서 슬그머니 손을 들어 주희의 교복 안에 집어넣었다.
주희는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순간 저항하려고 했지만 곧 힘이 빠지고 내 키스를 받아들였다. 주희의 멍한 눈동자에 약하게 색욕이 담겼다.
"후에에~ 갑자기 무슨 짓이야아…… 주말에만 하기로 했자나……."
"미안해, 주희야. 하지만 네가 평소보다 더 귀엽게 보여서 참을 수가 없어."
"귀엽다고 해도…… 하나도 안 기쁘거드은……."
본능적으로 츤츤한 대사를 날리는 주희였지만 입꼬리가 풀려버린 것이 기뻐하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 나는 교복에 내 손가락이 꿈틀거리며 주희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지만 주희는 그런 것도 느끼지 못한 듯, 저항하지도 않고 헤실거리며 나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귀여워. 평소에도 귀엽지만 묘하게 무방비한 모습에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워. 오늘만, 오늘만…… 시간도 얼마 안 걸리니까, 할까?"
"하지마안…… 애들이 보는데에……."
"괜찮아. 다 잠들었어. 여기서 깨있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야. 주희야, 부탁이야. 응?"
"아이차암…… 어쩔 수 없네에…… 이번 만이야아……."
늘어지는 목소리로 허락을 한 주희의 입술에 다시 키스를 날리며 속으로 크게 웃었다.
그렇다! 내가 노린 것은 바로 이것! 반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주희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뭐, 사정상 빨리 끝내야겠지만 역시 수학여행의 스릴은 이 정도가 되지 않으면 마음에 차질 않는다.
주희의 교복 상의가 꼼지락거리며 다섯개의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움직이는 내 손가락의 형상이 보였고, 그 손가락을 통해 느껴지는 주희의 크지도, 작지도 않지만 충분히 물컹물컹하고 보드라워 평생 만지면서 놀고 싶은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주희의 치마 안에 들어가 팬티 속에 집어넣었다.
입술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술을 마셔서 홍조가 든 주희의 뺨에서부터 목 아래까지 혀를 내밀어 주욱 핡아내려갔다. 꺄르르 웃는 주희의 와이셔츠 단추를 가슴이 보일 정도로만 풀어놓고 브레지어를 위로 올리자 흥분했는지 단단하게 솟아있는 유두가 보였다. 씨익 웃으며 다시 목에서부터 쇄골을 타고, 가슴 주위에 얼굴을 원을 그리며 탐한 후, 메인 디쉬로 손으로 왼쪽 유방을 받히고 유두를 먹었다.
"아앙~ 간지러어~ 헤헤, 지호 아기 같아…… 아읏!"
모성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여성의 흉부, 주희의 것은 동양의 평균 여고생 수준이었지만 덜 익은 풋사과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름 맛있게 느껴졌다.
할짝 할짝 할짝, 쪼옥 쪼옥 쪼옥.
"앗, 응, 하응, 으으음……."
내 혀가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춰 움찔움찔 떨리는 주희의 육신, 한쪽 가슴만 맛보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느낀 난 곧바로 다른 가슴에도 입을 뻗어 혀로 핡으며 팬티 속에 콩을 만지작거리며 질 부위를 애정을 담아 쓰다듬어주자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후아아……."
음욕으로 물든 눈빛과 애타는 표정, 그리고 뜨거워진 육신은 내가 이 이상의 일을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매일 주말마다 만나서 정성스럽게 조교를 해주니 내가 살짝 만져주기만 해도 몸이 나 손길에 반응하고 있었다. 이건 무척 바람직한 일이므로 기뻐서 주희의 턱을 잡고 들어올려 눈을 맞췄다.
"이제 어떻게 해주길 원해?"
"해, 해줘."
"응?"
"장난치지 말고오…… 거기에, 거기에 네 것을…… 자지를 집어넣어줘."
후후, 이젠 그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천박한 단어를 꺼냈다. 조교사인 나로선 당장에 그녀를 쓰러뜨리고 마지막까지 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것이 슬슬 정 선생님이 오실 예상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내 것을 원해?"
"응응! 제발, 빨리 해줘!"
"하지만 여기서 그런 짓을 했다간 완전히 들켜버리고 말거야. 그래도 좋아?"
"우, 우욱! 이 심술쟁이…… 날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고서……."
주희가 눈물을 흘릴 듯이 원망스럽게 째려보자 살짝 몸을 떤 나는 주희에게 희망적인 말을 들려주었다.
"12시, 선생님까지 모두 잠들었을 때 밖으로 나와. 누군가에게 들키면 화장실 간다고 하고…… 그리고 남자 화장실, 맨 끝에서 2번째 칸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무슨 말인지 알겠지?"
끄덕.
얼굴을 발갛게 익히며 고개를 끄덕인 주희. 크큭, 아마 달궈진 육체를 12시까지 참으려면 꽤나 힘들거다. 하지만 이 정도도 참아주지 않으면 내가 조교하는 여인이라고 할 수 없다.
주희의 와이셔츠 단추를 채워주고, 주희를 어깨에 걸쳐 주희의 방에 데려가주고 돌아가…… 기 전에 서규수가 막고 있을 부장님께 가보았다. 부장님은 서규수가 따라주는 주스를 마시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하나도 취한 것 같지 않게 또렷한 눈빛이었다. 역시 부장님은 괴물이다. 내가 가져온 술 3병보다 더 센 도수인데도 멀쩡하다니…… 서규수는 부장님이 빨리 취하질 않으니 불안한 듯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쳇, 하는 수 없다. 부장님까지 취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부장님께서 취한 느낌이 전혀 나질 않으니 2번째 방법을 쓰는 수 밖에.
나는 방으로 얼른 들어가…… 톡톡 때려서 안 일어나면 신나게 두드려패서 일으키고 그들의 불평 불만따윈 선생님 오고있다는 말로 재빨리 묵살시키고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으음, 특히 현진이를 때릴 때가 가장 손맛이 좋았지? 그런데 나중에 현진이에게 '같은 방인데 굳이 깨울 필요 없지 않았어?'라는 질문에 '아!'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다.
12시 정각, 나는 슬그머니 이불을 치우고 현진이가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몸을 일으키고 밖으로 나갔다. 숙소 복도는 역시나 어두컴컴했으며, 인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공포감을 조성했다. 하지만 귀신보다 무서운 것을 다스리는 나로서는 스스럼없이 남자화장실로 걸어갈 수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화장실의 불은 켜져 있었다. 이 숙소의 화장실은 24시간으로 계속 켜져있는건가? 내가 의아해하며 남자화장실 끝에서 2번째 칸의 문을 열자 거기엔 의외의 손님이 있었다.
"먼저 와 있었구나?"
"아으으…… 견딜 수가 없어서……."
허벅지를 비비며 부끄러워하는 노란색 꽃무늬가 새겨진 분홍색 바탕의 잠옷 차림을 한 주희가 귀여워 주희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려 쓰다듬어준 뒤, 옷을 벗으라고 명령조로 말했다. 주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잠옷의 단추를 풀고 바지를 벗어 구석에 놓았다. 내 앞에서 부끄러워하던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서둘러 가슴을 가리는 브레지어를 풀고 팬티를 벗어버렸다.
"남자화장실에서, 그것도 외간 남자에게 알몸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네?"
"으으, 네, 네가 시킨 거잖아. 그리고 넌 내 알몸을 매주마다 보고 있으니까…… 게다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섹스 해주지 않을거면서……."
"하지만 새삼스럽게 생각하고 보니 놀랍잖아. 마음 속에 연모하는 이가 따로 있는데, 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다른 남자에게 망설임없이 섹스를 해달라고 재촉하다니……."
"으으으…… 나빠!"
주희가 내 말에 죄책감을 느끼는지 울먹거리며 내 가슴을 때렸으나 평소와 다르게 힘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평소 당당하게 행동하고 강인한 모습의 주희가 이 정도로 약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상당한 갭이 있어서 귀엽다. 그래서인지 주희를 향한 내 가학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문제다.
"할 수 없잖아…… 네가 날 이런 몸으로 만들어 버린 걸! 점점 내 몸이 네 전용으로 개발되어가고 있는걸!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널 원하게 되어버린 걸…… 이제와서 막을 수도 없잖아. 그리고, 네게 여러가지를 허락했지만 아직 여자의 중요한 부분은 포기하지 않았어!"
"하긴, 그 순결은 언젠가 현진이에게 줄 생각이겠지?"
"……그래, 이 것만큼은 절대로,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뭐, 이렇게나 내 몸을 갈구하는 몸으로 변해버렸는데도 아직 완전하게 함락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주희의 정신력, 혹은 현진이게 대한 사랑은 참으로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주희의 말에 괜히 질투심이 느껴졌지만 곧 그 정절마저 나에게 넘길테니 상관없다.
"알았어, 주희야. 네게 강요하지 않을게. 하지만…… 지금은 '여기까진' 나의 것이라고 인정하는거지?"
"아읏! 으, 응. 그래, 거기까진 네 꺼야. 지금의 난 네 전용의 애인이야. 그러니까 이 이상 괴롭히지 말아줘!"
더 이상 있다가는 아예 눈물을 흘릴 것 같아서 주희에게 가엾은 마음이 들어 나도 바지를 벗고 내 우람한 자지를 꺼내 주희에게 명령했다.
"몸을 돌리고 벽에 손을 올리고 엉덩이를 내밀어."
"아, 알았어."
드디어 시작된다는 마음에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며 몸을 돌려 벽에 손을 올리고 ┌ 자로 몸을 숙이고 엉덩이가 도드라지게 내밀어 어서 넣어달라는 듯이 기대감에 촉촉하게 젖어 눈물이 허벅지를 타고 다리에 흘러내릴 정도로 그녀는 나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나는 이 정도까지 타락해진, 아니, 타락해졌다기보단 나에게 조교된 주희의 몸에 큰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며 주희의 늘씬한 허리를 잡고 그대로 내 자지를 구멍에 맞춰 골반을 앞으로 내질렀다.
……몇 번이나 써서 넣어졌을 때 고통보다 쾌감을 먼저 느끼도록 단련된 주희의 항문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읍!"
너무도 큰 기쁨에 비명을 지르려는 주희의 입을 재빨리 막았다. 누군가 듣기라도 했다간 그 즉시 우리의 행위를 들켜버린다. 딱히 들켜도 문제는 없지만 일상이 복잡해지는 것은 귀찮아서 사양이다.
"조용,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어?"
"하, 하지만…… 엉덩이가…… 너무 기분이 좋은걸……."
"후, 이젠 주희도 완전히 여기가 길들여졌네. 더러운 곳이 배출되는 장소인데, 여기가 그렇게 좋아?"
"으응, 좋아. 항문 섹스가 이렇게 기분 좋은 줄 여태껏 몰랐어. 아아, 왜 진작에 이걸 하지 않았을까."
주희가 후회스러운 감정이 다분히 담긴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주희의 순결을 노릴 수 없다면 항문에라도 싸야겠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하지만 주희 같이 성경험도 거의 없는 여자애에게 항문은 거의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어서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항문을 개발해갔고 처음엔 손가락 하나, 그 다음은 둘, 그 다음은 셋, 그 다음은 이렇게 내 자지를 안에 넣으면 쾌감을 느껴서 장액이 흘러나올 정도로 주희는 항문 섹스의 즐거움을 알아버렸다.
그 이후로 주말에 나와 섹스하는 날이 오면 즉시 나에게 달려와 그 통통하고 튼실한 엉덩이를 내밀게 되었고, 항문이 조임이 좋아서 나도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항문에 자지를 넣을 때마다 그야말로 용이 승천이라도 할 기세로 계속 비명을 지른다는 것일까.
"하는 수 없네, 이거라도 입어 넣어서 막고 있어."
"으읍!"
나는 주희의 팬티를 잡아서 강제로 주희의 입 안에 넣었다. 불평하려는 기색이 보이자마자 곧바로 다시 자지를 뺏다가 강제로 집어넣자 주희의 몸이 떨리며 금새 그런 기색은 사라지고 허리를 움직여 요분질을 하자 그 리듬에 맞춰 나도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찌걱 찌걱 찌걱!
질척 질척 질척!
철썩 철썩 철썩!
"허억, 허억, 여, 역시 네 엉덩이 보지는 최고다! 쫀득쫀득한 감촉이 자지를 감싸와, 적당히 강하게 조여와서 금방이라도 쌀 것 같아. 허억, 허억, 기분 좋아? 주희야, 기분 좋아?"
"으읍! 으으읍! 으읍! 으으으읍! 으읍! 으읍! 으으읍!(하악, 좋아아, 하악, 기분 좋아, 하악, 하악, 아아앙~)"
팬티로 입을 막고 있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충 뭐라고 말하고 있는 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지금 행동으로 지금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허리를 잡던 손 중 한 손을 때어 주희의 가슴 위로 올려 우악스럽게 잡아 쥐었다.
"으으으으읍!(꺄아아아악!)"
내가 너무 강하게 쥐었는지 아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것에 신경쓰지 않고 내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서 마구 형태를 바꾸는 가슴의 땀에 젖어 달라붙는 촉감이 기분 좋아 원으로 주무르고, 검지와 엄지로 유두를 잡고 들리거나 비비는 등, 정교한 손가락 놀림으로 주희가 더더욱 쾌감에 젖게 만들었다.
찌걱 찌걱 찌걱!
질척 질척 질척!
철썩 철썩 철썩!
그러면서 물론 허리놀림을 멈추진 않았다. 내 자지가 뿌리까지 넣어져 주희의 엉덩이와 내 배가 부딪치며 살을 때리는 소리가 연신 울려퍼졌고 주희는 벽에 손을 올릴 힘도 떨어졌는지 손이 점점 벽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자아, 싸, 싼다! 주희야, 나 쌀 것 같으니까 싸도 되겠지?"
"으읍! 으으읍! 으읍! 으으으읍!(싸! 싸도 돼! 어서, 어서 싸줘!)"
여전히 뭐라고 하는 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상관없다. 허락을 하든 안하든 안에 쌀 생각이니까. 애초에 항문 섹스를 하고 난 후로는 장내사정 외에는 해본 적이 없었으니 상관 없겠지.
"자아, 싼다아앗!"
철썩! 울컥 울컥 울컥!
자지를 끝까지 장내에 집어넣고 그대로 몸이 부르르 떨리며 기분 좋게 주희의 장 안에 싸질렀다. 주희 역시 가버렸는지 몸이 부르르 떨리며 장에서나 질에서나 맑고 투명한 국물이 마구 흘러나와 마치 선 체로 오줌이라도 지린 것처럼 보였다.
뽕!
내가 자지를 항문에서 빼내자마자 주희의 몸이 변기 위에 쓰러지고 주르륵~ 잔뜩 풀려진 엉덩이에서 내 정액이 흘러내렸다. 나는 주희의 입에서 침으로 범벅이 된 팬티를 꺼내며 물었다.
"어땠어?"
"하아…… 하아……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너무 행복했어어……."
슬슬 순결한 것만 제외하면 조교가 거의 다 완료되어가고 있다. 차라리 몸이 처녀인 상태에서 계속 나에게 몸을 대주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한 번 더 해줄까?"
"더, 더 해줄꺼야?"
"뭐 어때? 내일 좀 피곤하긴 하겠지만 이제와서 그 뜨거워진 육체를 식히지 않으면 잠도 오지 못할 거잖아?"
"그, 그렇지만……."
"자아, 결정됬으면 즉시 실천하자고!"
"꺄앙!"
나는 다시 팬티를 입 안에 집어넣고 주희의 한쪽 다리를 들어 내 어깨 위에 올려놓고 다시 자지를 엉덩이에 대고 앞으로 강제로 밀어버렸다.
3번 정도를 전부 안에 싸지른 뒤, 새벽 2시 쯤 되어서야 간신히 주희는 풀려나고 누가 봐도 들키지 않도록 화장실을 청소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