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22)

<최주희 SIDE>

어떻게 시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어느 새 정신을 차리고보니 저녁이 되어 하교 시간이었다. 우리 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을 하든 안하든 그건 학생들의 선택이다. 이사장님은 자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나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언제라도 나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이다. 그 점은 이사장님께 정말 감사한다.

자, 그럼 해보자!

용기를 내어 떨리는 심정을 감추고, 슬그머니 현진이에게 같이 하교하자고 말을 걸어보려고 현진이에게 몸을 돌렸다. 현진이는 하교할 준비로 가방에 교과서를 넣고 있었다.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려는데, 갑자기 나와 현진이의 사이에 한 인영이 튀어나왔다.

"야, 이현진. 약속 잊지 않았지?"

"설마 내가 그걸 잊었겠냐? 안 잊었으니 걱정하지 마라."

두근!

순간 아파서 나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올려놓을 정도로 심장이 크게 뛰었다. 현진이에게 다가간 인영은 바로 지호였기 때문이다.

찰나에 떠오르는, 오늘 아침에 지호가 현진이를 향해 내뿜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몰래 미행했었던 일이 떠올랐다. 어떻게 지호가 내가 운 것을 알았는지 의아했었지만 곧 어젯밤에 답답한 심정을 풀기 위해서 지호와 전화를 했었던 것을 떠올렸다.

현진이에게 버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어 의지할만한 사람이 지호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를 했지만, 말 몇마디 하지 못하고 그냥 끊어버렸다. 아마 거기서 지호가 자신이 울었다는 것을 눈치 빠르게 짐작했다고 생각한 나는 괜히 전화했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벌어지는, 지호의 폭행.

평소의 지호라면 상상도 못할 행동에 놀라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곧 지호가 다시 현진이를 일으켜세워준 것을 보고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다고 생각해 더 지켜봤다.

현진이가 자신의 마음을 알았다고 했을 때, 나에게 선물을 사주겠다고 말을 듣자마자 어젯밤의 실망과 허무함, 현진이에 대한 원망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현진이가, 그 천연둔감남인 현진이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자신을 여자애로 봐준 것이다!

거기서 만족하고 떠났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다. 그러나 차마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인간의 가장 강한 감정이라고까지 여겨지는 '호기심'이라는 감정이, 그녀를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고 계속 지호와 현진이의 대화를 듣게 만들었다.

때문에 듣고 말았다. 들어서는 안되는 말을.

'별로, 4년째 짝사랑하고 있는 여자가 4년째 짝사랑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서 도와준 것 뿐이니까.'

경악! 혼돈! 파괴! 망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 심정이 딱 그거였다.

짝사랑, 지호가 날 좋아해? 여자 대 남자로? 그것도 4년째? 4년 전이면 중학교 1학년 때니까, 그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날 좋아했다는거야? 게다가 그걸 계속 숨기고, 난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 이게 말이 돼? 게다가 그 사실을 우리 반은 전부 다 알고, 다른 반 애들마저 알고 있다고? 근데 왜 난 몰랐지? 왜 현진이와 나만 몰랐던거지? 이거 왕따? 설마 나하고 현진이는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거야?!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호가 날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나 어떻게 해에에에에에에에에에! 나 이제 지호 얼굴 못 봐. 적어도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어!

내 정신이 정신세계에서 현실로 되돌아오자 이미 지호와 현진이는 어느 순간, 떠나 있었다.

"……집에 가자."

오늘은 뭔가 굉장히 지치는 날이다.

<최주희 SIDE OUT>

현진이와 함께 주희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와중에, 나는 현진이에게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며 깔끔하게 정리된 남자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그곳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바지가 벗어진 남자들을 의자로 삼아 앉아있는 여마인이 늘씬한 몸매를 강조하는 배꼽티와 매혹적인 허벅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고 다리를 꼬우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곳에 불러내고, 뭐하는 거야?"

"뭐라니요~ 당연히 남.자. 사.냥.이죠~! 죄다 조루들 뿐이라 제가 가기도 전에 싸버렸지만요. 덕분에 돈을 받고 새로운 옷을 사서 입을 수 있었는데 어때요, 제 옷? 어울려요?"

어울린다. 특히 저렇게 몸매를 강조하기 좋은 옷은 마치 몽마 서큐버스의 환생이라고 믿을 정도로 대담한 그녀에게 딱 알맞은 옷이었다. 게다가 옷 위로도 존재감을 과시하듯이 터프하게 옷을 찢을 것처럼 타이트한 가슴에 유실까지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더구나 방금 전까지 사정하고 있었던 건지 반바지 사이로 새하얀 액체가 흘러내려왔다.

다른 남자들의 정액이나, 맨 몸을 보는 것은 같은 남자로서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

"내가 내린 명령은 대체 언제쯤 수행할거지?"

"아잉, 봐주세요~ 기세 좋게 뛰쳐나간 것은 좋았지만 전 생각해보니 그 애의 집도, 학교도 몰랐다구요! 게다가 주인님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집도 몰라서 홧김에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들어오는 남자마자 화풀이를 하고 기억을 적당히 조작해서 보내고 있었는데 마침 주인님의 색마기가 느껴져서 얼른 메세지를 보낸 거니까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에휴, 뭐 이런 녀석이."

아무래도 이 녀석을 만든 건 내 실수인 것 같다. 뭐, 그래도 '그 방법'보다는 낫지만…….

"알았어. 그럼 지금 현진이가 밖에 나랑 같이 있으니까 몰래 따라오면 돼. 그리고 되도록 네 정체를 들키지 않는 선에서, 어디까지나 현진이가 네 유혹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마지막으로 주희에게는 상처 입히지 마. 알겠어?"

"호호호, 알겠습니다~ 츄릅. 드디어 팔팔한 남고생의 동정을…… 으흐흐흐."

완전 변태 아저씨구만.

"그럼 부탁한다. 이 녀석들은 제발 내 눈에서 좀 사라지게 하고."

"네에~"

여마인은 손을 흔들고,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여마인 외에는 생지옥이나 다름 없는 이 곳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이현진 SIDE>

"그럼 내일 보자. 그 선물은 꼭 주희에게 전해주고."

"오늘 정말 여러가지로 고맙다. 이 은혜는 잊지 않으마. ……나중에 나도 네가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지 달려가 도와줄테니까. 언제든지 불러줘."

"하하, 말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짜식……."

지호와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는 길. 그리고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득 어머니가 아침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맞다…… 퇴원 기념 축하 파티 하겠다고 물어보랬는데."

주희의 일 때문에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금 와서 말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할 수 없지 어머니에게는 미처 말을 못했다고 전해야겠다. 지호에게는 내일 물어보고.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렴~"

뭐지? 어머니의 목소리는 아니고, 그렇다고 소이의 목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소이가 성숙하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천재지변이 일어날 징조겠지만 소이일리가 없지. 그럼 어머니의 손님인가?

의아해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보인 것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이었다.

"헤에, 소이는 정말로 귀엽네에……. 이 작고 밋밋하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가슴도, 가는 허리나 얇은 다리, 그리고 이 복숭아처럼 귀여운 엉덩이는 질투가 날 정도로 예뻐~"

"후엣, 흐읏, 아흑! 시, 싫어, 그마안……."

언제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떤 일이 벌어져도 흔들리지 않고 어른스럽게 대처했던 어머니가 속옷을 남긴 모든 옷을 바닥에 벗어놓고 하의만 전부 벗기고 상의를 남겨둔 소이를 뒤집어 엉덩이를 혀로 할짝할짝 핡으며 다른 손으로는 소이의 음부를 여기저리 누비며 자극하며 놀고 있었다. 도저히 정숙했던 어머니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음란한 어조로 나의 어머니는 소이를 범하고 있었다.

소이도 늘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있던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 신음을 내지않으려 양손으로 입을 힘껏 막아내 참으며 괴롭다는 듯이 발을 버둥거리며 몸을 마구 비틀었지만, 그 몸부림에 힘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어머니의 손길에 계속 당하기만 하고 있었다.

"아줌마, 그만…… 괴로워."

"호호, 괜찮아. 처음이라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소이도 여자애니까, 이 아줌마가 차근차근 정성스럽게 알려줄게. 여자가 어떻게 해야 기분이 좋아지는지……."

너무 충격적인 광경에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려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나의 등 뒤로 푹신하고 탄력적인 둥근 물컹한 공 같은 것 두 개가 내 등을 꾸욱 누르며 두 손과 두 발이 마치 거미처럼 내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감쌌다.

"으윽, 뭐야!"

"호호호, 어때? 네 어머니가 네 여동생과 함께 저렇게 엃혀있는 백합AV를 실제로 본 감상은? 꼴릿해? 야한 기분이 들어? 즐거워? 지금 저 사이에 끼어들어 3P를 즐기고 싶니?"

"너, 너지! 저 둘을 이상하게 만든 것은…… 당장 그만두게 하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귀여운 도련님은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일까? 강간하기라도 할거나~ 그러면 오히려 무척이나 환영인데♡"

"무, 무슨 말을! 읍!"

당황해 반박하려 했지만 갑자기 내 얼굴이 옆으로 돌아가며 입이 무언가에 막혀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초콜릿이나 사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한 맛이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생명체를 통해 느껴졌다. 코에서 남성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여인의 향기를 맡으니 몸이 찌릿하고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고, 내 혀를 연채동물처럼 휘감는 생물이 여인의 혀라는 것을 눈치챘을 때 난 이미 움직일 기력도, 정신도 모두 흐트러지고 말았다.

할짝 할짝 할짝! 츄릅 츕 츄르릅! 하웁 쭈웁 낼름 낼름 낼름.

이것이…… 딥 키스? 처음으로 해보는 딥 키스의 맛은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혀에 맞춰 탐욕스럽게 집어 삼킬듯이 혀와 입술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영혼이 빠져나가 하늘로 붕 떠오르는 것처럼 전신에 탈력감이 느껴지고 혀 외에 모든 신경이 마비된 것처럼 털석하고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지금 내 몸 따위보다 입에서 느껴지는 쾌락을 더, 더 많이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내 입안에서 혀가 빠져나가며 더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에 애가 탔다.

"호호호, 이건 생각보다 더 멋진 남자네? 정말로 동정 맞아? 이거 상당히 기분 좋은데에……."

나는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만두냐고, 더 하고 싶다고, 더 혀를 엃히며 타액을 나누고 입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싶었다.

"더 하고 싶구나? 하지만 지금은 네 입보다 더 알아봐줬으면 하는 게 있지 않니?"

"큭!"

스윽하고 그녀가 내 다리 사이에 딱딱해진 그것을 만지자 또 다시 느껴지는 전율 때문에 몸이 떨렸다. 옷 위라서 그녀의 손이 자세히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한참 흥분하고 있었던 나에겐 더욱 큰 흥분을 불태우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지익, 스윽.

그녀는 능숙하게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팬티 사이에 드러난 구멍 위로 내 자지를 꺼냈다. 그러나 우람한 자지의 울긋불긋한 형태가 덜렁거리며 튀어나왔다.

"어머나, 멋져라. 아아, 동정 자지, 누구도 쓰지 않고 고이 저장해둔 순결한 동정 자지♩"

듣기만해도 싸버릴 것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그녀는 손으로 내 자지를 감싸안았다.

이것은!

등줄기가 벼락이라도 친 것처럼 몸이 덜컹거렸다. 난 자위를 한 적도 있고, 1번 뿐이었지만 주희에게 만져진 적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자지를 여자의 손으로 감쌓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떤 여인의 손이라도, 이 정도로 기분 좋은 손길은 있을 수 없다고.

매끈매끈한 피부, 따뜻한 온천에 몸을 푹 담갔을 때 같은 그런 온기,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게, 오직 내 자지를 사정시키기 위해서 자지를 집어삼켰다. 최고다, 이건 정말 최고의 자위 도구다!

자지가 흥분의 극에 달해 막 사정하기 직전, 갑자기 장난치는 것처럼 내 자지에서 그녀의 손길이 사라졌다. 이번엔 양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 애원하듯이 물었다.

"어…… 째서……."

"호호, 그야 물론 나도 널 사정시키고 싶은데, 손으로 탈동정을 하면 아깝지 않겠니? 너도 남자라면 말이야……."

그러면서 그녀는 다리를 쫙 벌려 모든 남자들의 이상향을, 모든 남자들이 궁금해하는 여자의 가장 비처를 자지의 귀두에 가까이했다.

"당연히 이 곳이 신경쓰이겠지?"

끄덕끄덕.

나에게 지금 바로 옆에서 어머니가 소이랑 함께 몸을 섞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극도의 흥분으로 두 눈이 충혈될 정도로 난생 처음보는 여인의 그곳을, 보지를 빤히 바라보았다. 보지는 이미 애액이라는 것으로 흥건히 젖어 방울방울 내 자지에 떨어지며 애액방울의 느낌에 미치도록 자지를 위로 올려 그녀의 보지 안에 넣어보고 싶었다.

그녀는 내 노골적인 시선에 부끄럽다는 듯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아, 줄곧 성숙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날 리드했던 그녀가 처음으로 보이는 여자애같은 반응이다. 굉장히 귀엽다.

"그, 그렇게 빤히 보면 나도 좀 부끄러운데…… 에잇♡"

그녀가 내 자지를 보지 사이에 비볐고, 난생 처음으로 느끼는 애액과 보지살과 보지 끝의 클리토리스까지 비벼지니 그냥 억제하던 정신을 개방시켜 바로 기분 좋은 사정감의 쾌락에 몸을 맡기고 싶었지만 쌀거면 반드시 보지 안에 싸고 싶다는 내 마음이, 내 정신력이 필사적으로 자지의 사정을 막아내었다.

"어서, 어서 빨리! 빨리 넣게 해줘! 빨리 자지, 안에 넣게 해줘! 어서, 이대로 싸버릴 것 같아!"

예의, 윤리, 도덕, 이제 내 머릿 속에 그따위 쓸모없는 것은 사라졌다. 떠오르는 것은 오직 저 보지에 자지를 넣고 싶다, 어서 여자와 섹스를 해서 동정을 깨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어머, 용사의 후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난폭한 말투, 하지만 나도 이제 참을 수 없으니까 넣을게♡ 자아, 동정 용사군, 아마 느낄 수 있을 때 실컷 느끼도록 해. 여자의 그곳을…… 남자로 태어난 행복을!!"

그녀가 소리지른 순간, 그녀의 엉덩이가 깊숙히 아래로 내려갔다.

"으으으으으으으아아아아앗!"

"그그그그그그그으으으으읏!"

푸욱, 하고 예정이 빗나가는 일 없이 나의 자지는 그녀의 조개처럼 벌어진 보지의 안으로 쑥하고 장애물 없이 깊게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걸로 신세계(新世界)를 체험했다.

축축하고 쫄깃한 살이 자지 전체를 감싸 강하게 밀착시켜 조였다. 질 속의 돌기가 주는 자극은 사람을 미치게 할 정도로 천국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시인도 이 기분을 시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그 쾌락에 마침내 그의 정신력이 무너지고,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억제가 풀리며 시원하게 오줌을 싸듯이 질내에 정액을 싸질렀다.

퓨웃! 퓨웃! 찌이익! 찌익! 찌이이익!

"아, 아아, 아아아……."

"우, 우웃, 우우욱……."

질내에 들어가자마자 한번 움직여보지도 못하고 나는 정액을 폭발시켰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마치 자지가 폭발이라도 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머리 속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충격적인, 단 한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깊고 강력한 쾌도난마 같은 쾌락이었다.

"하아, 하아, 굉장해에…… 성 테크닉도 없이 그냥 안에 들어가고오…… 안에 싼 것 만으로 가버렸어어…… 이 애 정말 대단해에……."

"후우, 후우, 하아, 하아."

찌익! 찌익! 찌익!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계속 조이며 자지를 빨아들이는 보지의 감촉을 즐기며, 나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여성의 풍만한 가슴을 쥐고 아플 정도로 힘껏 강하게 쥐었다. 그런데도 여성은 아픈 기색은 커넝 더 강하게 주물러달라는 듯 거대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쾌락에 차오르는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자궁에 들어오는 따뜻한 정액에 취했다.

"아, 이거 너무 위험해. 하지만 좋았어, 도련님. 반해버릴지도 모르겠는걸?"

찔컥.

"으윽……."

서서히 뿌리까지 보지 속에 깊숙하게 박혀있던 자지가 여성의 몸이 떠오르면서 서서히 그 형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성이 몸을 일으키자마자 내 자지는 철근 같던 강도를 잃고 고무처럼 흐물흐물해져 내 배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내구성인네. 하아, 모처럼 정말로 상성이 좋은 몸을 만났다 했더니 겨우 1번으로 끝인 반푼이라니이…… 역시 날 만족시켜주실 수 있는 분은 주인님 뿐인가?."

"큭!"

쾌감의 잔류를 느끼는 와중에, 귓가로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실망으로 가득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인 건지 깨달았다.

"내가…… 무슨 짓을……."

"호호호, 괜찮아. 도련님이 억지로 반항을 하려고 해도, 내가 이렇게 해서라도 협박을 했을거야."

딱!

여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어머니가 내 옆으로 나타나 내 머리를 들어 무릎배개를 해주고 소이가 스윽하고 하반신을 향해 네 발로 기어가 끈적끈적한 탁한 백색의 액체를 할짝하고 혀를 내밀어 한 입 베어먹는다.

"크윽, 소이야! 그만해, 그건 더러운 거……."

"호호호, 괜찮단다, 소이야. 소이도 언젠가 현진이에게 시집 갈꺼니까 신부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렴. 하나 하나가 현진이의 아기씨라고 생각하면 맛있어질거야."

"현진이…… 정자…… 맛있어."

연분홍빛으로 물든 얼굴로 할짝할짝하고 마치 고양이가 우유를 마시는 것처럼 교복 위로 흘러내린 정액이나 아직도 자지에 흘러내리는 정액을 남김없이 핡아내며 소이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말리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양 손을 잡고 있어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보다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우웁, 츄릅, 쭙, 쩌업, 쩝쩝."

"크윽, 으으윽!"

소이가 교복에 올려진 정액을 모두 마시고 이번엔 탄력을 잃은 자지로 목표를 고정시켰다. 자지를 향해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 혀로 정액을 닦아주자 간지러운 느낌과 쾌락을 느껴 허리를 뒤로 젖혔다. 어머니는 그런 내 얼굴을 쓰다듬어주며 아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음란한 말을 쏟아냈다.

"괜찮단다, 현진아. 소이도 언젠가 남자를 알게 될거고, 그 남자의 성기를 자신의 성기 안에 박혀 몸도 마음도 그 남자에게 복종하게 되겠지…… 소이도 여자인 이상 남자가 주는 쾌락을 알게 되어 우리 가족을 떠날 날이 오는 것은 필연이란다. 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남자보다 현진이처럼 듬직하고 멋진 남자에게 첫 경험을 주는 것이 낳다고 생각하는 게 이 엄마의 생각이란다. 보렴, 소이도 필사적으로 네 자지를 빳빳하게 만들려고 열심히 혀봉사를 하고 있잖니? 그러니 어서 자지를 크게 만들어 소이의 깊은 자궁 속에 넣어 소이의 몸도, 마음도 복종시키렴. 그것이 남자로 태어난 네 역할이란다. 알겠니?"

자지에 묻은 정액은 사라졌지만 대신 소이의 혀에 묻은 타액으로 침범벅이 되었다. 희미하게 열기가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는 눈빛이 은근 부담스럽다. 게다가 소이가 정성스럽게 봉사해도 조금도 올라가지 않는 내 자지 때문에 고자가 된 것처럼 불쾌한 느낌이다.

"킥킥, 꼬마아가씨는 모르겠지만, 남자가 한번 요 불알 주머니에 담긴 정액을 꺼내면 한동안 정신을 차리질 못한단다. 그러니까 꼬마아가씨가 봉사를 못해서 그런게 아니니 실망할 필요는 없어."

여성이 소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커지지 않는 자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이에게 친절하게 성교육을 시켜준다. 어머니는 '어쩜, 저렇게 정력이 약해서 어쩌려고…… 남편은 한 번 한 정도로 이러지 않았는데.'라며 아들의 자존심을 팍팍 깎아나간다. 이젠 아예 자존심이 뼈만 남을 지경이다.

달칵.

"아주머니, 현진아, 있어?"

바로 그때, 방문이 열리며 활기찬 목소리로 들어온 소녀는…… 결코 지금 이 광경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인물 1순위로 생각하는 인물.

어머니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깜짝 놀란다. 소이는 이제서야 고개를 숙이며 슬쩍 왼팔로 가슴을 가리고 오른손으로는 음부를 가린다. 난 굳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지금 마주친 이 상황은 정말로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상황 ……뭐야?"

주희가 지금 눈으로 보는 광경이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은 아마 우리 중에서도 없을…….

"난교 파티?"

있었다. 빌어먹을. 그보다 이 여자는 대체 누구야?

많은 분이 제 소설을 NTR소설로 착각하고 계시는데요, 이건 NTL, 주인공이 여자를 뺏기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여자를 뺏는 소설입니다. 동시에 다른 열혈 주인공 체질 고교생에게는 NTR소설이 되기도 하구요.

그런데 역풍 님의 댓글에 NTR소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그건 아마 제가 판도라의 상자에서 NTR 소설만 줄창 봤더니 저도 모르게 NTR소설처럼 써버렸나봅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주인공을 부각시켜 나중에 NTL을 하는 느낌이 더 크게 들게 하기 위해서이며, 이건 NTR소설이 아님을 밝히겠습니다.

하지만 NTR소설을 원하시는 분은 유지호가 아니라 이현진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될겁니다. 주인공이 유지호가 아니라요.

제 제목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열혈 주인공 체질 고교생'의 '친구'라는 것을 쓴 만큼, 이현진도, 유지호도 다 같은 주인공입니다.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유지호이지만, 이현진도 가짜 주인공 정도의 애정을 줄 생각이라는거죠.

그러니 오해하지 마셨으면 하는 생각에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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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사건은 터지지 않았다. 이건 정말로 의외였다.

지금은 어머니와 소이, 모두 주희가 직접 옷을 입혀주고 침대에 눕혔다. 어머니와 소이는 모두 잠들어 있다.

그 여성? 그 여성은 지금…… 온 몸이 묶여 머리에 혹을 달고 기절 중이다. 솔직히 아까 주희의 일격을 받고 뇌진탕을 일으키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운의 여신에게 보호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그 때의 주희는 마물 대습격이 있었던 그 날보다 더 굉장했지. '현진이의 동정은 내가 가져가고 싶었는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라고 집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샤우팅을 토해내며 그대로 허공을 3바퀴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내려찍기! 방심하고 있었는지 여성은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면서 쓰러지고, 주희는 신속하게 여성의 몸을 묶었다.

더구나 여성이 기절하자마자 어머니와 소이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걱정했지만 그냥 자고 있다고 주희가 말했다. 아아, 정말 다행이다. 두 사람은 아마 저 여성에게 정신을 조종 당했던 것 같다. 둘 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 그리고 나는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주희에게 추궁 받았다. 온 몸이 꽁꽁 묶여 공중에 매달아놓은 채로. 게다가 얼굴은 땅을 향해 있어 숨쉬기가 무진장 불편하다.

"저…… 하다못해 공중에 매달아놓는 건 좀 풀어주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는데……."

"뭐라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희의 살벌한 눈웃음 한방으로 내 간절한 부탁은 여지없이 간단하게 묵살되었다. 게다가 지은 죄도 있어 주희에게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이해는 해. 너도 남자인 이상 저렇게 가슴만 큰 아줌마라 해도 한참 젋고 혈기가 넘치는 나이대인 너로선 저렇게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데 참을 수가 없었겠지. 그래서 난 저 아줌마에게 한 방 먹여 기절시키는 것으로 너랑 천천히 마주보고 앉아 대화의 장을 나누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참을 수가 없는 이유는, 바로 네 어머니와 소이에게 까지 손을 댔다는거지. 빠득."

"잠깐! 다른 건 몰라도 그 오해만큼은 넘길 수 없다!"

"오해가 아니면 그 광경은 뭔데?"

"너, 너도 알잖아. 저 여자가 기절하자마자 두 사람도 같이 기절한 거! 두 사람은 저 여자에게 조종당하고 있었고 난 어쩔 수가 없었……."

"그럼 떨쳐버릴 수도 있었잖아. 왜 가만히 있었어? 두 사람이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저 여자랑 세, 섹스나 했다? 그것도 전혀 용서가 되질 않는데."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 뿐. 하지만 거꾸로 매달려 있어 고개를 숙일 수가 없어 말로만 사죄했다.

"난 지금 굉장히 화가 나 있어. 내가 널 좋아한다는 것을 들은 바로 그 날에 다른 여자랑 섹스를 한 것 때문이 아냐. 그런 마음이 조금은, 아니, 약간 많이 있지만, 그래도 넌 당한 쪽이고 남자니까, 게다가 저 여자도 보통이 아닌 느낌이 드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 또 어제 그렇게 어필을 했는데도 내 마음을 몰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 것도 아냐. 그건 이미 깔끔하게 지웠어. 내가 정말로 화가 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이와 네 어머니가 저 여자에게 조종당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했다는 점에서 나는 매우 화가 나 있다는거야. 너, 하다못해 어머니랑 소이를 제정신으로 돌려놓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약간의 행동이라도 해보려고 했어?"

"……."

주희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 주희의 말에 대답할 입은 내 입이 열 개라도 말할 수 없다. 주희의 말이 백 번 옳았고, 어머니와 소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처음 느껴보는 여자가 주는 쾌감에 미쳐 어머니와 소이의 사정을 뇌 속에서 없에버렸다.

하다못해 성검이라도 꺼내어 약간의 반항이라도 해봤어야 했다. 하지만 성검조차 꺼내지 못하고, 간단히 함락 당했다.

"변명할 기회를 줄게. 어디 한번 말해 봐."

"……정말로 미안하다."

"그게 끝?"

"응."

주희가 쌍쌈지를 키고 입꼬리를 내려 등 뒤로 아수라를 현신시켰다. 큰일이다. 주희가 진짜로 열 받았다. 조직의 특급 요원 셋이 달려들어 간신히 막았을 때 정도로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주희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이마에 식은 땀이 흐르고 등꼬리에 한기가 치솟는다.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 긴장으로 몸이 수축되는 느낌이었다.

비록 나는 주희가 줄 처벌을 두렵지만, 받아들일 생각으로 눈을 감고 기다렸다. 주희가 나에게 어떤 벌을 내리든 그건 내 잘못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으니까 억울함은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자 슬그머니 눈을 떠봤다. 그러자 여전히 화난 표정이지만 아까처럼 아수라가 비칠 정도로 무서운 기세는 확연하게 줄어든 주희가 손으로 이마를 짚고 크게 숨쉬기 연습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주희야?"

"닥쳐, 지금 나 건드리면 터질 것 같으니까."

조용히 입 다물었다. 조금씩 숨을 고르게 내쉬며 평정심을 되찾은 주희가 수도를 쳐 내 몸을 묶던 밧줄을 전부 잘라버렸다. 덕분에 몸에 자유를 되찾은 나는 곧바로 주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 좋아. 이 일은 나중에 따지자. 만약 어머니와 소이가 오늘 이 일을 기억하게 된다면 난 즉시 널 반 죽이고 기관을 통해 기억을 지울거고, 기억하지 못한다면 한 번 참아보겠어. 저 여자는 방금 전에 기관에 연락했으니 곧 데리러 올거야. 그러니까 지금 너와 나, 두 사람의 문제를 빼고 전부 끝났어."

나와 주희, 두 사람의 문제……?

주희의 말에 잠시 잊혀졌던, 오늘 아침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여기에 찾아온 이유는 마침내 결심했기 때문이야. 네게 거절 당할까봐서, 아니, 아마 확실히 거절 당하겠지만 난 지금 거절 당할 각오까지 품고 찾아왔어. 그럼, 넌 내 질문에 대답해주길 바래."

주희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큰 소리로 못 알아들을리가 없는 말을 꺼냈다.

"이현진, 나 널 좋아해! 오래 전부터, 아주 오래 전부터 널 좋아해왔어!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에.

……에에에에에에?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자, 잠깐 주희야! 너무 갑작스럽……."

"흥! 이제 날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내가 고백할 것도 눈치채지 못했단말야?"

"아, 아니. 생각은 해봤지만 난 아직 마음이 준비가 되지 않았고……."

"마음의 준비는 지금 해.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온 거니까."

찌릿하고 째려보는 주희. 고백을 한 여자애라고 생각할 수 없는 당당함이다. 우와, 멋있어.

"참고로 친구 사이부터 시작하자느니 하는 어이없는 말은 하지 말아줘. 우리가 친구가 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그럼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시간을 두고 고민한 뒤에 말하는 걸로……."

"난 있지!"

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미루려고 했는데, 갑자기 주희가 내 멱살을 쥐고 얼굴을 가까이 하고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로, 이를 악물면서 외쳤다.

"불안했어. 계속 불안했어! 네 곁에 언제나 나 말고 다른 미소녀나 미녀가 있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을 때부터, 네가 날 계속 사이좋은 친구로만 대하는 것이나, 네가 다른 미소녀를 대할 때와 날 대할 때에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서 불안감 때문에 밤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적도 많았어. 널 빼앗길까봐서, 소꿉친구 이상이 될 수 없을 것 같아서, 늘 너에게 다가가 고백하고 싶었어. 내가 널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원했어. 하지만 넌 언제나 날 소꿉친구 이상으로 대해주지 않았어. 언제나 그 강철 같은 둔감함으로 내 고백도 알아채지 못했어. 그게 얼마나 나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었는 지 아니!?"

주희의 피를 토하는 열변에 나는 침묵을 고수했다.

"물론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내 마음을 언제까지 알아차리지 못할 것 같아서 고백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 왜냐하면 네가 날 대할 때는 언제나 애정이 없었는 걸. 언제나 가족처럼 느껴지는 애정 밖에 없었는 걸! 그리고, 그리고…… 들었어. 지호랑 네가 했던 그 대화."

지호랑 내가 했던 대화? 지호랑 내가 주희에 대한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던가?

"'주희는 분명 예쁘고 스타일도 좋은 애이긴 한데, 걔는 그냥 평범한 소꿉친구이고, 누나 같아서 여차할 때 의지할 수 있지만 그것 뿐이야. 애초에 주희가 날 좋아한다는 가정 자체가 말이 안되고, 설사 주희가 정말로 날 좋아해서 고백한다고 해도 난 아마 거절할거야. 여태껏 주희를 친구로만 생각했었지, 여자로 생각한 적은 없었으니까.'라니……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딱 너 다운 말이야.

그 한글자 한글자가 계속 잊혀지지 않고 내 머릿 속에 맴돌았어. 그 날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학교에도 못 갔어. 널 보기 부끄러워서, 내가 네 말을 들었단 것을 눈치챌까봐서! 그래서 난 너에게 고백할 수가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말해줘야겠어. 지금 아니면 나는,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아!

이제 지쳤어. 나 이제 힘들어. 이 이상 너에 대한 일로 괴로워하는 것을 끝내고 싶어. 제발 부탁이야. YES나 NO나, 아무거나 말해줘. YES라면 너랑 연인이 될 수 있으니 난 정말로 기쁘게 받아들일거야. 하지만 NO라면 난 그냥 포기하고 네 소꿉친구로 있을게. 네 곁에 있다는 것으로 만족할게. 때론 네게 의지가 되는 누나 같은 사람으로, 때론 평소처럼 아침에 널 깨우러 와주고 밥 먹고 학교에 가는 소꿉 친구로 있어줄테니까…… 제발 지금 말해줘."

또르르, 주희의 눈가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렇게 우는 주희는, 이렇게 연약한 주희는, 이렇게까지 울먹이며 간절한 표정의 주희는 처음 본다.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주희의 마음을 받아줘야만 하나? 아니면 주희를 거절해야 하나?

주희의 마음을 받아준다면, 난 주희의 사랑을 잃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주희의 사랑에 보답할 자신이 없다. 아직도 난 주희에게 느끼는 감정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다.

주희의 마음을 거절한다면, 그래도 주희라면 평범하게 평소처럼 날 대해줄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입겠지만 주희라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지호도 있고…….

어떻게 해야하지? 솔직하게 말할까? 아님 거짓이라도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도록 주희에게 말해야 할까?

"괜찮아. 솔직한 네 마음을 그대로 말해줘. 허울 좋은 거짓된 사랑은 필요 없어. 그런 거짓된 사랑을 받고 사귄다면 아마 난 나중에 더욱 큰 마음의 상처를 입을거야. 차라리 진심을 말해줘. 네 진심을, 한치의 거짓 없는 나를 향한 네 마음을 듣고 싶어."

주희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부탁했다. 거짓말을 듣고 나중에 더 크게 상처를 입을 바에야, 차라리 지금 진심을 듣고 깔끔하게 차이는 것이 낫다고.

그래서 난 말했다.

"미안해…… YES냐, NO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면, 난 NO야."

결국 진심을 말하는 것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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