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3/18)

14.

영후는 하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는 이모의 방을 열어보았다. 얼마나 마신 걸까…. 말 그대로 너부러져 자고 있는 이모를 보니 가관이었다. 하진이는 졸리다면서 하품을 한 채 욕실로 들어가 씻고나와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오빠!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야? 난 잘래…, 너무 졸려….”

“아니, 가야지, 넌 얼른 자, 오빠가 불 끄고 갈게….”

“응, 오빠 나 잔다?”

“그래.”

영후는 하진이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난 후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 한 컵을 따라 마신다. 그리고 난 후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려다가 다시 한 번 이모의 방을 다시 열어본다. 태신은 엎어진 채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짧지 않은 치마였지만 몸부림 때문이었는지 말려 올라간 자리엔 희멀건 허벅지가 색다르게 보인다. 이불이라도 덮어줄 량으로 발을 들여 놓는데 때마침 돌아눕는 이모의 무릎이 세워지며 허벅지 안쪽까지 보여 버린다. 순간 멈칫! 해버린 영후가 뚫어지게 그곳을 응시한다. 잠시 바라보더니 그냥 시선을 거둔다. 이불을 덮어주고 돌아서는데 폰에서 ‘띠리링’ 하는 소리가 들려 열어보니 배터리가 다됐다는 소리였다. 한 번 더 이모를 돌아보고 스위치를 내리는데 이모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으으음…, 나… 이상하지…, 음냐…, 으음….”

잠꼬대임을 알고는 영후가 ‘피식’웃으며 전등스위치를 내렸다. 그때 다시 한 번 태신이 중얼거린다.

“으음… 외롭다고…, 나… 알지…? 언니?”

“그래서… 그런 거라고…, 그래서….”

아마도 현주와 했던 얘기를 리바이벌 하는가 보다. 이모도 술주정이 약간 있네…, 영후는 한 번 더 ‘피식’ 웃는다. 하진이 방의 불도 이미 꺼져있었다. 영후는 문고리를 잡아 문을 닫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그러다 멈추었다. 태신의 입에서 나온 말 때문이었다.

“난! 영후가… 좋다고… 알아…, 언니? 음냐…, 으음…, 그 자식이….”

무슨 소린가 싶어 귀를 기울여보지만 더 이상은 소리 내지 않는 태신이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서있던 영후가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폰이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집으로 돌아온 영후는 배터리를 갈아 낀 채 현주에게 톡할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이모의 그 말뜻을 헤아려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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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는 눈이 아팠다. 잠을 못 잤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육체는 정신이 지배한다. 일리가 있는 말인 것이 뭔가 걱정거리가 생기면 몸의 상태도 영 말이 아니다. 어제의 술 때문은 아니다. 하루가 무겁게 시작되고 있었다. 승호를 서둘러 깨우고 아침을 차려놓는다. 식탁에서 승호가 실실 웃는다.

“엄마 피곤해 보여….”

“응…, 그래? 잠을 별로 못 잤어.”

“근데 엄마! 하진이네 엄마 예쁘시지? 옛날에도 예뻤어?”

“예뻤지…, 많이….”

“그래서 하진이가 그렇게 예쁜가? 엄마도 하진이 예쁘지…, 응?”

“그래… 예쁘더라, 근데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남자들은 다 그렇게 여자 얼굴만 보니?”

“거의 절대적이지 뭐…ㅎㅎ”

“울 아들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엄만 실망인 걸….”

“뭘? 엄마도 잘 생긴 남자 좋아하면서…, 치….”

“내가?”

“그래…, 영후, 형 좋아하잖아!”

“얘가… 야! 얼른 밥이나 먹어!”

할 말 없어진 현주가 퉁명스럽게 승호에게 쏘아대고 방으로 들어와 화장대에 앉았다. 톡을 열어보았다. 읽지 않은 3개의 메시지가 그대로…, ‘하!’하고 얕은 한숨을 내쉰 현주가 서둘러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승호와 차를 타고 출발하려는데 톡이 울린다. 급히 차를 세우고 현주는 폰을 열었다.

[잘 잤어? 어제 배터리가 없어서 연락 못했어]

[밤길 조심했음]

[자기출근 중?]

일단 현주는 영후의 연락이 온 것에 안도했지만 흔한 변명인 것 같은 이유에 내심 불만족스러웠다. 서둘러 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승호가 현주를 놀리듯 깐족거린다.

“엄마 애인이지?ㅋㅋ”

“너 자꾸 엄마 놀릴 거야?”

“맞잖아, 근데 뭘….”

“그래, 맞다, 어쩔 건데?”

“에이… 형도 참… 아침부터 정성이다….”

“얘가 그래도….”

“알았어, 안 할게.”

“너! 오늘도 공부 열심히 해! 장난치지 말고….”

“네! 엄마도… 운전 조심….”

승호를 내려주고 잠시 차를 세운 현주가 태신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태신이니? 나야….”

“어엉… 언니? 아유우… 머리 아프다, 어제 너무 마셨나봐.”

“그래, 좀 과음했지… 괜찮아? 속은?”

“응, 언니 괜찮아.”

“어제… 하진이 몇 시에… 들어왔어?”

“아웅… 모르겠어, 아침에 보니까 와있던데 아마 영후가 데려다 줬나봐.”

“아이들 왔는지도 몰랐…어?”

“응, 언니… 그냥 잔 거 같애, 옷도 그냥 입은 채로….”

“그래? 너 어제 했던 말 기억…나니?”

“무슨 말? 난 하나도 모르겠어, 내가 뭐 실수했어? 언니한테?”

“아니…, 실수는 무슨… 그래, 태신아! 나중에 통화하자, 나 출근 중….”

“응, 언니, 알았어, 수고해.”

옷도 입은 채로 그냥 잤다는 태신의 말에 더 이상의 이상한 느낌은 없었다. 영후가 그냥 집으로 바로 갔다는 이야기겠지?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현주는 문득, 자신에게 무슨 편집증 같은 게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남자건 여자건 상대에게 가장 혐오(嫌惡)를주는 것! 그건 바로… 집착! 그걸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현주는 바로 영후에게 톡을 보낸다.

[응…, 그랬어요? 나 지금 출근 중…]

[잘 잤어요?]

[이따 저나할게]

[응, 알았음]

[보고 싶당]

[나도 그래, 울보야]

[ㅎㅎ 자기 파이팅]

[유 투ㅎㅎㅎ]

현주가 편안해진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액셀을 밟는다.

여자는 여자일 뿐 - 선생님  11부

승호는 하진이와 하진의 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수업이 끝나기만을 학수고대(鶴首苦待) 하고 있었다. 승호는 학교 수업이 다 끝나자마자 하진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의외로 문을 열어준 건 하진의 엄마인 태신이었다.

“어? 어…어머니! 집에 계셨어요?”

“오! 승호구나 하진이 아직 안 왔네.”

“네, 곧 오겠죠…, 근데 아프신 거 아니에요? 얼굴이 안 좋아 보이시는 게….”

“그래 보이니? 좀 안 좋기는 해…, 이상하네, 몸이….”

“제 걱정 마시고 누워 계세요.”

“그럴래? 미안하다 승호야.”

“괜찮아요, 어서 들어가세요.”

“그래…, 그럼…, 미안해.”

태신이 힘들어 보이는 얼굴과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승호는 뻘쭘하게 앉아 있다가 게임이나 하려고 폰을 드는데 톡이 울린다.

[오빠! 하진이]

[응, 어디야?]

[학교이긴 한데 나 좀 늦을 거 같아]

[왜?]

[친한 친구 생일이라서 걔네 집에 가야 돼]

[에이… 진작 말하지]

[좀 전에 얘기 들어서…]

[알았어, 그럼, 참! 집에 엄마계신데 아프신 거 같아]

[그래? 엄마랑 통화해볼게]

[응]

잠시 후,

[오빠, 엄마 약 좀 사다주고 가면 안 돼?]

[응, 알았어]

[미안, 오빠]

[아냐, 늦지 않게 와]

[엉]

승호는 태신의 방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자 살며시 문을 열었다. 폰을 손에 쥔 채 식은 땀을 흘리며 태신이 눈을 감고 있었다. 승호는 겁이 덜컥 나면서 황급히 태신에게로 다가가 흔들어 깨웠다.

“어머니! 많이 아프세요? 네?”

“으으응…, 하으음…, 승호야, 물수건 좀… 가져다줄래?”

“네? 아… 네, 잠시 만요.”

승호는 부리나케 수건에 찬물을 적셔다가 태신에게 주었다.

“약 사 올게요, 어떤 거 사오면 되요?”

“미안해…, 몸살 약 좀 부탁할게….”

“네, 빨리 갔다 올게요.”

“으응…, 미안해!”

태신은 승호가 건네주는 수건을 받아들었지만 그걸 드는 자체도 힘들어 보였다. 승호는 얼른 약국으로 뛰었다. 승호가 돌아왔을 때 태신의 이마와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승호는 물 컵과 쌍화탕 그리고 약 봉지를 들고 가져가서 태신의 머리맡 옆에 놓고는 이불을 살짝 젖히고는 태신의 목 뒤로 오른 팔을 넣어 살며시 일으켜 안았다. 약 봉지를 뜯어서 알약 두 알을 먼저 태신의 입에 넣어주고는 쌍화탕을 마시게 한 후 입가심을 위해 물 컵을 입에 가져다 대어주었다. 힘들게 약과 쌍화탕을 마시고 물을 들이킨 태신이 승호를 바라본다. 승호는 태신의 눈을 보자 어색함에 고개를 돌린다.

“승호야, 수건 좀….”

아직 사용하지 않은 물수건이 태신의 손 옆에 그냥 놓여있었다.

“네…, 알았어요.”

승호가 다시 태신을 이불 위에 살며시 눕힌 후 바쁘게 거실 주방으로 나가 수건을 찬물에 적셔 다시 가져왔다.

“아… 내 얼굴 좀 닦아줄래?”

“네? 아, 네….”

승호가 물수건으로 태신의 얼굴을 살살 눌러가며 땀을 닦아주었다. 목주위도 세심하게 닦아주더니 양팔도 소매를 걷어 올린 뒤 닦아준다.

“하아… 시원 하구나…, 고마워, 승호야.”

“뭘요, 그런데 병원 가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약 먹었으니까… 이제 괜찮아 지겠지….”

“발도… 닦아드릴까…요?”

“으음…, 그래 줄래?”

다시 새롭게 적셔진 물수건을 들고 승호가 태신의 옆에 앉았다. 태신은 치마를 두 손으로 여미고 무릎바로위에 치맛단을 고정시켰다. 거기까지만…이라고 말하는 듯… 승호는 드러나 보이는 태신의 발과 종아리를 눈으로 훔쳐본다. 엄마보다는 많이 말라 보이는 듯한 하진이 엄마였지만 승호의 눈엔 날씬하게 보이는 것이, 보기 좋은 다리였다. 승호가 태신의 발을 닦는다. 간지러운지 움찔하고 발가락이 움직였지만 두 사람 모두 개의치 않았다. 태신의 종아리를 닦기 위해 한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살짝 들어 올려 나름 세심하게 승호는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승호의 손이 어쩔 수없이 종아리를 주무르고 있는데 갑자기 태신이 ‘아…!’하고 뭔지 모를 탄식을 뱉는다. 물수건이 무릎근처에 다다르면서 태신이 단단히 잡고 있던 치맛단을 놓친다. 태신은 손을 다시 들어올리기가 힘들었다. 힘없이 떨어진다. 아픈데도, 몸에 열이 나는데도, 다리를 타고 흐르는 찌릿함은 무엇일까? 막 흥분이 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조금 이상할 뿐이었다. 약간의 야릇함?

“저기… 어, 어머니! 좀 더 해… 드릴… 까…요?”

“으음…, 시원해, 하아… 조금만…더 해줄래?”

“네.”

승호가 다시 수건에 물을 적셔온다.

“어디… 해드려요?”

“으응…, 다리….”

“네.”

다시 발바닥과 발등부터 닦아주던 승호의 손이 아까보단 좀 더 빠르게 무릎에 닿는다. 치맛단을 살짝 밀어 올리며 무릎 위로 수건이 놓인다. 태신이 아파서 그러는지 어쩐지 한껏 찌푸린 눈가에 힘이 들어가고 승호의 손길은 조금 더 무릎에서부터 멀어진다. 승호는 입을 꽉 닫고 있었다. 그러자니 콧구멍 사이로 뜨거운 김이 새어나온다. 조금 벌어진 걸까? 태신의 다리가 서로 무릎이 닿은 상태였는데 지금은 승호의 주먹 하나하고도 반이 들어갈 정도로 틈이 생겨났다. 슬쩍 태신의 얼굴을 돌아본 승호가 손을 조심스럽게 놀리며 이젠 허벅지를 닦아주고 있었다. 태신의 호흡이 빨라지는가 싶은데 비례해서 승호도 몸에 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여자와의 신체접촉은 엄마 외에는 전혀 없었던 승호는 뜻하지 않은 지금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몸의 한 곳이 갑작스레 아프게 부풀어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승호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온다.

“어…머…니? 좀 더….”

“흐응…, 그, 그래…줄…래?”

승호가 수건을 들고 일어섰다. 태신을 내려다보니 눈을 감고 있는 태신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보인다. 처음 있던 자리에서 거의 두 뼘이나 밀려올라간 치맛단이 그대로 멈추어진 상태로, 하얀 태신의 허벅지가 승호의 침샘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승호는 차가운 물에 수건을 담그며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았다. 벌게진 얼굴의 어리바리한 남학생하나가 보여 진다.

“후아아… 나 왜 이러지? 하진이 엄마를 보고 이상해지다니….”

세면대쪽으로 엉덩이를 밀어보았다. 세면기에 닿는 자신의 몸뚱이가 찌르르해지며 승호는 진저리를 친다.

“아으으… 커졌어, 아! 정말 너무 흥분 되… 후우후… 이제… 어떡하지?”

태신도 갈등하고 있었다. 스멀거리는 싫지 않은 이 느낌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몸이 아픈 건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감각에 밀려…

“그만 가라고 해야겠어, 이러다가는 내가 이상하게 되어버릴 것 같아.”

가만히 있다가는 현주언니 보기가 민망해지는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온갖 생각 때문이었는지 태신은 미처 치마를 여밀 생각은 하질 못했다. 승호가 들어오는 소리에 태신이 얼른 눈을 감았다.

“시원…하시죠?”

“으응….”

“좀 차갑지 않으세요?”

“어…엉…, 아니…, 괜찮아….”

승호는 태신의 옆에 양반다리로 주저앉더니 태신의 치마를 좀 더 밀어 올리고는 아예 처음부터 태신의 허벅지에 수건을 먼저 대어갔다. 슬슬 문지르며 승호는 태신의 얼굴을 살핀다. 태신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가까스로 진정시켰던 승호의 중심부가 다시 부풀어 오르면서 이번에는 태신의 치마를 좀 더 위로 밀었다. 이제 약 반 뼘 정도만 더 올라가면 태신의 그것도 볼 수도 있을 만큼…, 하지만 태신이 제지할까봐 승호는 얼른 태신에게 말을 걸어 주의를 분산시킨다.

“조…좋으세요? 어머니?”

“하아… 흐응…, 시원해! 좋…아!”

허벅지 안쪽에 수건을 대어가자 태신의 다리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태신이 약간 힘을 주며 버틴다.

“됐어! 이제… 하아… 되었어, 그…만….”

“가만 계세요, 아직 뜨거우세요, 몸이….”

승호가 힘을 주어 말하면서 기어이 태신의 다리를 벌려놓는다.

“하으응…, 그, 그만…해도… 돼에….”

태신이 몸을 트는 순간 승호의 눈에 박혀버린 하늘빛 속옷! 죽을 때까지 볼 수 없을 지도 모를 그…, 승호의 이성이 멈춰버린 순간이기도 한 그 순간! 승호의 손은 뇌의 명령이 없었음에도 손을 뻗었다. 하늘색 그곳으로…, 태신의 몸이 벌에 쏘인 듯 움찔하며 허리가 들린다. 정확했는가보다. 승호의 터치가…, 태신의 몸살에 의한 열기는 아예 비교가 되질 않았다. 태신의 팬티에 전해진 열기에는…, 승호의 손가락 끝에 걸리던 부드러운 살점의 느낌에 승호가 ‘흐흐윽!’외마디 신음과 함께 태신의 팬티 속 부드러운 살점을 엉겁결에 ‘꽈악’ 쥐었다. 태신의 입에선 놀라움과 짜릿함이 뒤엉킨 신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어허허헉!”

승호는 자지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튀어나옴을 느끼며 순간적 쾌감에 의도치 않은 행동이었다.

“허으윽!”

몽정(夢精)도 해보았고 자위(自爲)도 해보았다. 그런데 지금의 폭발은 전혀 예상치 못했고 막을 수도 없었다. 쪽팔림과 두려움의 교차! 승호가 당황스러움에 얼른 손을 거두었지만 태신의 순간적으로 벌어진 다리는 오므려지지 않는다. 승호가 죽을 죄를 지은 것 마냥 고개를 푹 숙인다. 마치 처분만을 기다리는 죄인의 모습임에 영락없었다. 태신에게서 무언가 꾸중이라도 나올법한데 아무런 말이 없음에 승호가 살며시 고개를 태신에게로 돌렸다. 태신은 손 등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승호는 태신이 너무 화가 나서 어이를 상실한 것으로 판단했다. 더럭 겁이 난 승호가 태신의 눈치를 보더니 풀죽은 목소리로 태신에게 말한 뒤 쏜살같이 일어나 방을 뛰쳐나간다.

“죄, 죄송해요.”

현관문 여닫는 소리를 들으며 태신은 ‘하아…’ 하고 긴 한숨을 내쉬고는 가만히 자신의 팬티에 손을 가져다 대어본다. 자신의 팬티는 이미 젖어 있었다. 내가 어쩌다 어린학생의 손길에도 이렇게 된 걸까? 자괴감(自壞感)이 밀려오면서 무척이나 마음이 심란해진다. 태신의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승호는 하진의 집에서 나오면서 한참을 뛰었다. 숨이 차서 더 이상 뛸 수 없을 만큼 뛰어온 승호는 한참을 멈추어선 숨을 고르며 자기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특히 왼 손을 더 본다. 그 느낌은 잊혀 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마…그건 여자의 보지일 거야’ 여자 보지를 만져보다니…, 그것도 하진이 엄마의…, 축축해버린 승호 자신의 팬티의 찝찝함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승호는 좀 더 진정이 되자 하진이 엄마의 보지를 직접 만져보지는 못했다라고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 녀석에게도 남자의 음흉한 본능이 있었음이리라. 그러다가 다시 걱정…,

‘이제 어쩌지? 아이~씨! 큰일났네…’

승호의 얼굴이 많이 어둡다. 승호의 폰이 울리자 깜짝 놀라며 전화를 받는데…, 영후 형이다.

“네, 네…, 혀엉!”

[뭐야? 임마! 왜 이렇게 더듬거려?]

“아…아…아니…에…요.”

[이 자식 이상하네…, 어디야? 하진이네 있냐?]

“아뇨…, 하…하진이… 친구네… 갔어요.”

[너 거기 간다고 그랬다며… 엄마한테….]

“네…, 그…그랬는…데요, 하진이가 친구 생일이라고….”

[친구네 갔다고? 넌 뭐해? 그럼….]

“아, 네…, 저도…친구…만나려고요.”

[그래? 집엔 언제쯤 가는데?]

“조금… 늦게….”

[늦는다고? 알았다, 집에…가면서 전화해라…꼭! 응?]

“네…, 저기…형!”

[왜?]

“저… 아, 아니에요.”

[자식이… 싱겁긴…, 끊는다.]

“네, 형!”

승호는 식은땀으로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차라리 형한테 얘기할까? 아냐 맞아 죽을 거야, 아…어떡하지? 하진이는 또 어떻게 보고…’

터덜터덜 걷는 승호의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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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현주의 집,

현관벨 소리가 오늘따라 정겹게 들린다.

“네! 누구세요?”

“아, 네…, 김 영후입니다.”

현주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문을 열어주었다. 훤칠해 보이는 영후가 살인적 미소를 지으며 현관 문 밖에 서 있었다. 서둘러 영후를 들어오게 하자 영후는 현관 안으로 들어와서는 현관문을 닫아걸자마자 바로 앞에 서 있던 현주를 그대로 포옹하고는 진하게 키스를 해준다.

“하아이… 자기… 흐음… 츠흐흡!”

“음… 후우움… 쯔읍!”

현주가 영후의 가슴을 밀며 눈을 살짝 흘긴다.

“하이… 짐승 같애….”

“흐흐… 맞어, 난 짐승이야….”

“들어와! 커피 줄까?”

“응, 줘!”

“오늘 공부 잘했어…요?”

“어허… 선생님! 공부얘긴 하지 말지?”

“응…, 알았어.”

“승호는 친구 만난다네, 늦는다던데? 전화 왔었어?”

“아니… 그런데요? 하진이는?”

“걘 어디 갔데, 친구생일이라고….”

“으응…, 그럼 승호가 언제쯤 올려나?”

“왜? 너무 빨리 올까봐?”

“아, 아니….”

“자기야! 우리 울보! 이리 와 봐.”

“잠간만… 커피 타갈게…, 자기 샤워할래?”

“그럴까?”

“하구 나와요.”

“아냐…, 샤워하면 속옷도 갈아입어야 되는데 이따 집에 가서 하지 뭐….”

“자기 꺼… 있어!”

“응?”

“자기 꺼 있으니까 샤워하구 나와요.”

영후는 현주가 그렇게 말하고 수줍게 웃는 것을 한참동안이나 사랑스럽게 바라보다 옷을 훌렁훌렁 벗고는 벌거벗은 채로 욕실로 들어간다. 현주는 그런 영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안방의 장롱 서랍에서 영후의 속옷을 꺼내 개어서 욕실 앞에 갖다 놓은 뒤 저녁을 위해 마트에서 사온 반찬거리를 싱크대위에 주섬주섬 올려놓는다. 며칠 전 마트에서 영후의 사이즈를 떠 올리며 그의 체형에 맞는 속옷 한 세트를 사 왔던 것이다. 현주는 영후의 속옷 세트를 욕실 문 아래에 놓고는 욕실 문을 힐끗 바라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잠시 후 영후가 욕실 문을 열고 나와 하체를 커다란 수건으로 가린 채 현주에게로 다가간다.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기에 잠시 쳐다보던 현주는 그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애써 무시하다가 영후가 뒤에서 허리를 감아오자 몸이 살짝 경직되어 간다.

“흐음…, 자기…야!”

하지만 대답 없이 영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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