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그 주간 토요일 오후,
영후는 이모와 통화하고 있었다.
“아니, 이모는 어디가 아파서 그래?”
[응…, 좀 안 좋아.]
“이모부는 언제 와?”
[현장 일이 그렇지 뭐, 언제 올라올지 아직 몰라.]
“하진인 공부 잘하지?”
[응, 그 애가 잘 가르쳐 주나봐.]
“승호, 그 놈이 공부는 좀 해.”
[영후야 오늘도 밤샘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이따 집에 와서 자.]
“이모야, 이제 그만 낮에 하는 일 하지…?”
[그래도 야간 일이 벌이가 좋잖아.]
“알았어, 이모, 이따가 갈게.”
[좀 있다 그 애 온다더라, 공부하러….]
“아, 그래? 알았어요, 다녀와요.”
[그래, 미안해….]
벌써 한 달이 넘어가는데 현주에게선 연락이 없다. 물론 여자니까 쉽게 연락하리라곤 생각 안했지만 너무 길어지는 게 영후는 초조했다. 물론 현주가 연락한다고 한건 아니었다. 다만 은희의 말을 믿어보고 있었다. 그사이 현주의 이혼소식도 있었고 해서 그냥 생각 없이 지냈었다. 나름대로 이혼으로 인해 속이 좀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상처가 좀 가라앉기를 기다려 주자는 것이 나름 현주를 생각해주는 영후의 마음이었다.
“차라리 내가 먼저 해 볼 걸 그랬나? 아냐…, 씨발…, 연락하지 말라 그랬잖아!”
은근히 부아가 나는 영후는 애꿎은 은희를 들먹이며 화를 삭힌다.
“에이… 은희 년 말만 믿다가 이게 뭐야, 씨발…, 은희나 오라고 할까? 에이…, 짜증나네.”
영후는 며칠 동안 참았던 욕정이 돋음을 느끼며 은희에게 전화를 걸어볼 심산으로 폰을 집어 드는데 벨이 울린다. 보니 승호였다.
[영후 형! 나에요, 승호!]
“음…, 그래…, 웬일이야?”
[형, 지금 집에 있어요?]
“그래…, 왜?”
[저기… 엄마가요, 형네 집 간다고 해서요.]
“뭐? 엄마가? 왜에…?”
[형 반찬 좀 해준다고….]
“갑자기 무슨 반찬이야?”
[내가 엄마한테 얘기했어요.]
“새끼 쓸 데 없이….”
[가도 되요?]
“아냐 오지 마! 피곤하다 지금….”
[그래요? 엄마 옷 입고 있는데….]
“넌 하진이네 간다며….”
[네, 형! 거기 갔다가 갈려고 했어요.]
“근데 네 엄마가 웬일로….”
[그냥 형 얘기 물어보기에….]
“내 얘기를 물어봐? 네 엄마가?”
[네….]
“몰라! 알아서 해! 나 존나 피곤하다, 지금….”
[그럼 갈게요, 형!]
“아! 몰라, 새꺄! 오든지 말든지… 끊어!”
[네, 형!]
영후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아! 씨발, 뭐야? 그렇게 튕기더니… 그냥 좋게 알았다고 할 껄 그랬나?”
“승호 새끼 안 오는 거 아냐? 오는 거냐고 물어볼까? 아냐… 그건 쪽팔린 거고….”
“에이…, 씨발 몰라! 오면 오고, 말면 마는 거지 뭐….”
담배 하나를 다시 불붙여 물면서 혼자 이래저래 중얼거리는 영후였다.
“그래…, 냉정하게 대하는 거야, 냉정하게…, 그런데 안 오면 어쩌지? 뭐 안 오면 포기하고 관두는 거지 뭐…, 어쩌겠어, 안 그래?”
초조해하는 자신이 괜스레 쪽팔리면서 마음이 갈팡질팡 정리가 안 되는 영후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이…, 이 씨발 놈은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
또다시 담배 한대를 집어 드는데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혀엉! 승호에요.”
“….”
심호흡을 두어 번 하고나서 최대한 심드렁한 억양으로 대답했다.
“들어 와….”
“안녕하세요? 형!”
“그래….”
“엄마! 들어 와….”
밖에다 대고 승호가 현주를 부른다. 영후는 소리 나지 않게 헛기침을 안으로 삼켰다. 현주가 민망하다는 표정과 행동으로 주춤대며 들어섰다.
“오랜…만이네….”
“…네….”
“형! 나, 가야 되는데….”
“어머! 승호야! 어, 어디?”
“오늘 공부하는 날이야, 하진이….”
“그럼…, 미리 얘길…, 했어야지?”
“왜에… 뭐 어때서…, 영후 형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 임마! 네가 없으면 엄마도 좀 그렇지 않겠냐?”
“아까 형한테 얘기했잖아요, 바로 간다고….”
“허험험… 그랬었…나? 아… 참…, 그랬지….”
어색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영후가 물끄러미 현주를 바라봤다. 현주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어색함이 역력하다.
“엄마! 형! 나간다, 그럼… 엄마, 형 맛있는 거 많이 해줘…, 응?”
“으응…, 그래…, 알았어, 그럼… 일찍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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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후의 집 안 거실은 생각보다 훨씬 깔끔한 실내였다. 오래된 연립의 지하주택이어서 눅눅하고 퀘퀘한 냄새가 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남자가 혼자 사는 집치고는 의외였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영후가 나름 깔끔한 성격인 것으로 추측되어 진다.
“들어오세요. 커피한 잔 타줄까요?”
“아, 아냐, 마… 마셨어.”
“그래요? 뭐 하러 괜한 일 하느라….”
“그동안… 잘…지냈…어?”
“선생님은요?”
“난… 그냥….”
“나도요.”
“정말 오랜만이지?”
“네…, 거의 한 달 넘은 거 같네요.”
“응….”
“불편하죠? 불편하시면 그냥 가셔도 되요, 전….”
“내가… 있는 게… 싫으니?”
“뭐…, 좋을 수만은 없죠….”
영후의 마음에 없는 소리였다.
“그… 그러니?”
“선생님도… 그러실 거잖아요.”
“글쎄…, 잘….”
“그냥 가세요. 안 보기로 했잖아요. 우리….”
“그…랬…지…, 그런데….”
“저 자야 되요, 저녁에 일 나가야 돼서….”
“그래? 그럼 어떻게…?”
“죄송해요.”
그러면서 영후는 거실에 있다가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좁은 부엌 겸 거실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현주는 어찌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나가자니 그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계속 서 있을 수도 없고…, 서지도, 앉지도 못한 채 원망스럽게 영후가 들어간 방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까닭 모를 눈물이 흐른다. 그것은 서러움으로 인한 눈물인지 아니면 자신의 비참함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다.
“나쁜 자식! 그래도 이렇게 왔는데… 자기를 위해서 온다고 온 건데…,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좀 체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젠 아예 쭈그리고 주저앉아서 무릎 위에 두 팔을 교차시켜 놓고 고개를 묻고 흐느끼면서 울고 있었다.
“흐흐흑…! 흐으흑!”
얼굴을 무릎위에 묻고 주저앉아 우는 현주의 울음소리에 영후가 살며시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동안 보고 있었다. 현주의 가늘게 떨리는 뒷모습은 나이 많은 여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여린 소녀처럼 보인다. 정말로 자기가 감싸주고 보호해 주지 않으면 안될 여린 여자처럼 보였다.
‘내가 너무 심하게 대했나?’
그러면서 영후는 한 발, 한 발 현주에게로 다가갔다.
“울지 말아요.”
“…흐흑!”
영후가 말했을 때 멈칫하던 현주는 그래도 통제가 안 되는지 다시 운다. 그리고 이번엔 ‘엉…, 엉…’ 소리까지 내면서 운다. 영후는 그런 현주의 모습을 한참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영후는 느꼈… 아니 확신했다.
‘이 여자도 날 좋아하고 있구나…, 은희의 말이 맞긴 맞았어, 단지 시간이 좀 더 걸렸을 뿐이지…’
잠시 동안 더 바라보던 영후가 움직임이 없이 쪼그리고 앉아 있는 현주에게 반 무릎으로 다가가 앉았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현주의 어깨위에 손을 얹었다. 현주는 가만히 있었다. 영후가 천천히 오른 팔로는 현주의 등 뒤로, 다른 왼 팔로는 다리 아래 오금 사이로 넣어서 그대로 현주를 번쩍 들어 안았다.
“흐으흣! 어멋!”
현주가 깜짝 놀란 듯 엉겁결에 영후의 목을 왼 손으로 감고 오른 손으로는 그의 오른 팔을 잡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잠시 둘은 그대로 정지…!
하지만 이어서 영후는 현주를 안아든 채로 성큼성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자신이 눕고 자는 침대에 털썩 앉았다. 물론 현주를 그대로 안은 채로…, 오른 팔로는 현주의 머리를 받쳐 들고 오금 밑으로 넣어 다리를 받치고 있던 왼 손을 빼내어 현주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머리 결을 정리해준다. 그리고는 가만히 눈을 맞춘다. 한동안 그렇게…, 현주의 얼굴은 눈물 자욱으로 범벅이 되어 화장까지도 얼룩이 져있는 모습이었다. 현주는 영후의 오른 팔에 의자한 채 약 30도 정도 기울어 눕혀진 상태에서 그의 품에 안긴 모습이 되었다.
“울지 마요.”
“….”
왼 손 엄지손가락으로 눈 밑에 번진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묻는다. 마치 우는 딸을 달래는 아빠처럼…, 현주는 영후를 마주보면서 다소 민망한 자세임에도 굳이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울면 미워져요.”
“….”
“오늘… 왜 왔어요?”
“….”
“말해줘요. 여기에… 왜?”
“뭐…뭐 좀… 해 주….”
어렵게 현주가 입을 떼는데 영후가 말을 막았다.
“거짓말 하지 않기….”
“아…! 영후…야!”
“정말 솔직하게 선생님 마음을 말해 줘….”
“하아…, 그래…, 보… 보고 싶.었.어!”
“내가?”
“으, 응….”
영후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었다.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엄지손가락으로 현주 눈 밑의 물기를 닦아주었다. 눈물을 닦아주던 손으로 귀를 만져주다가 부드럽게 얼굴 턱 선을 따라 내려온다. 그러더니 그 엄지손가락을 입술에 대었다.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무언가 망설이는 듯도 보이는 영후였다. 현주도 눈물을 멈추고 긴장된 얼굴로 영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현주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내려다보자 그녀의 하얀 치아가 고르게 보인다. 이번에는 그 치아에 검지(둘째손가락)를 대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윗입술을 또 들어보곤 하면서 그녀의 치아를 건드린다. 이빨을 닦아주듯 문지르던 손가락이 현주가 “아…!” 하고 숨을 뱉는 사이에 입안으로 쏙 들어갔다. 현주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영후가 눈을 끔벅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현주가 눈을 감는가 싶더니 그의 손가락을 물은 채 입을 닫았다. 그냥 그대로 있는가 싶더니 천천히 그의 손가락을 혀로 감아가며 살며시 빨아보는 그녀였다. 영후의 검지는 검지임에도 현주 자신의 중지만큼이나 크고 길었다. 그러는 동안에 영후의 오른 손은 그녀의 등 뒤로 돌아 오른쪽 귓밥을 만지작거리며 성감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현주는 부끄러운 표정이 역력했지만 영후의 손가락을 빨면서 자신의 몸이 서서히 뜨거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영후가 검지를 빼낸 후 이번에는 가운데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영후의 의도가 명확해지자 현주가 입을 벌려주었다. 그러면서 영후의 가운데손가락을 정성스럽게 현주는 빨았다. 현주는 느꼈다. 아래가…, 손가락을 빠는 것만으로 보지가 젖어가는 것을…, 그의 중지는 마치 그의 중심부의 그것과도 같다고 느끼면서…, 새끼손가락까지 마지막으로 입으로 넣어준 후 다시 가운데 손가락을 현주의 입 안으로 넣어주면서 영후는 현주에게 말한다.
“날 봐요….”
그의 눈을 쳐다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주가 그의 말에 따른다. 눈과 눈이 만나고 그러는 사이 영후가 현주는 내려다보면서 말한다. 현주의 입은 계속 오물거리며 손가락을…,
“이젠… 선생님이라고… 하기 싫어요.”
“…!”
현주의 눈이 커진다. 영후의 손가락을 고개를 틀어 뱉어내고 현주는…, 물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많이 떨리는 음성으로…,
“그, 그…럼?”
“몰라요, 그냥 선생님은 싫어….”
“그러지마…, 나 이상해져…, 영후야!”
“선생님 같지가 않아서 그래….”
“그러면…?”
“싫으면 싫다고… 해요.”
“하…아이… 이상해져…, 영후야! 하아아….”
“어떻게… 좋게 이상해?”
“하응…, 모르겠어, 날 쳐다보는 너도 이상하게 보이고….”
“어떻게 이상해…요?”
“모…몰라! 그냥 함부로 대하기 어려워… 왠지….”
“으음… 난! 함부로 하고 싶어…!”
“하아아…, 영후야! 잠간만… 으응?”
“입을 벌려요.”
“아…안 돼…, 잠시만… 흐응?”
“입을 벌려봐, 어서….”
낮은 목소리였지만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실어 영후가 말했다. 현주가 움찔하며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몸을 비틀어 영후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란 걸 모르진 않았다. 당연히 망설였지만 영후의 눈길에 눈을 감으며 그가 명령한 대로 입을 조금씩 벌려주는 현주였다.
“눈을 뜨고….”
다시 눈을 뜨는 현주는 다가온 영후의 얼굴이 너무나 두렵고 거대하게 보인다. 현주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댄 영후는 잠시 멈칫하더니 침을 모아 벌어진 현주의 입속으로 떨어트린다. 순식간에 영후의 침을 받아낸 현주가 마치 독약을 입에 넣은 듯 미간(眉間)에 잔뜩 힘을 주며 앓는 소리를 냈다.
“하아앙…, 크으흣! 크으음…, 커흐윽!”
“먹어줘요, 날 받아준다면….”
“으으음… 끄으흠….”
현주가 삼켰다.
“혀를 내밀어….”
“하앙….”
영후는 다시 침을 모은다. 다시 눈으로 강하게 말하자 현주는 부끄러운 듯 다시 입을 열어 혀를 끄집어내었다. 영후는 현주의 혀 위에 다시 침을 모아주고는 이내 현주의 머리를 빗어 넘겨주었다. 현주는 영후의 침을 받은 후 그의 눈을 잠시 쳐다본 후 이윽고 다시 삼켰다.
“이러고 싶었어.”
“아아…, 영후야! 하아아….”
“키스할 거예요, 받아줘.”
“영후야! 우리… 어쩌지? 하앙…, 난…모르겠어, 아…아…아….”
“키스를 받아줘, 현주…야!”
“허으읏! 여, 영후…야, 앙…, 하아아… 그러…지 마…, 하으응, 이…이상해!”
“싫으면 안 해도 돼!”
영후가 다시 그녀의 머리를 받쳐 올리며 자신의 품에 가까이 기대게 한 후 입술을 가져가자 현주가 도리질을 하며 피한다. 한동안 작은 실랑이가 이어졌지만 영후의 한마디에 현주의 도리질이 멈춘다.
“갖고 싶어! 몸이 아닌… 서 현주의 마음을….”
“….”
“그러니까… 받아줘요, 으응…?”
“내… 내가… 조, 좋아?”
“너무나!”
“난 나이도….”
“나한텐… 그냥 여자야, 사랑하고 싶은….”
“하아아… 어떡해….”
“솔직히 말해줘요, 내가 싫어?”
“….”
그러자 가만히 고개를 젓는 현주다.
“나는 당신… 서 현주가 너무, 너무…, 좋아!”
“난! 너무 두려워…, 세상의 눈이….”
“사랑해요, 이제 내 여자라고 말하고 싶어, 아… 그래도… 되요?…응?”
“하아앙… 모르겠어, 정말… 나… 어쩜 좋아….”
하지만 현주는 결국 영후의 깊고 깊은 키스를 받아주었다. 모르는 게 결코 아니란 건 그녀의 혀가 영후의 혀를 세게 감아 빨아대면서 알 수 있었다. 무려 10여분이 넘는 시간동안 서로의 혀가 엉키고 있었다. 혀가 얼얼해지면서 아쉬운 듯 떨어진 두 얼굴이 무슨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를 바라본다.
“가질 거야, 선생님을….”
“나… 또 무서워져…, 하아아….”
“왜? 저번처럼?”
“흐으응!”
고개까지 끄덕여가며 영후에게 열어주었던 아픈 육체를 상기시킨다.
“한 번 불러보고 싶어! 이름을….”
“아하아아… 나중에… 으흐응? 나중에…해에!”
그러나… 분명히 들었다. 현주는…
“현주…야!”
“….”
“현주야!”
“하아앙… 정말… 그러지…마…, 하아앙….”
영후의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젖어버린 그녀의 팬티를 만지며 다시 속삭인다.
“이렇게… 젖었잖아…요.”
“하으흑! 그, 그런…말… 아하아윽…! 이상해…, 하아아…, 너…무….”
영후는 더는 못 참겠는지 그녀를 안은 채 벌떡 일어나 그녀를 다시 침대에 눕힌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침대에 눕혀졌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그가 하는 대로…, 영후는 그녀의 밑으로 가서 그녀의 가느다란 발목을 잡았다. 앙증맞은 발로 보인다. 적어도 그의 눈엔…, 잠시 그녀의 발을 어루만지더니 입을 갖다 대고 전에 했듯이 발가락 하나하나를 빨았다. 정말 정성스럽게 그렇게 양쪽 발가락을 다 빨아주더니 이번에는 종아리를 혀로 핥으며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현주는 아까부터 젖은 보지에서 또 한 번의 울컥거림을 느낀다. 그녀의 몸은 예민했다. 몰랐던 감각들이 하나둘 깨어나고 있었다. 영후의 입과 혀가 그리고 그의 크고 굵은 손이 그녀의 무릎을 지날 때 현주의 몸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가 이를 악물려 참고 있는 것이 역력하게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어나오는 신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흐흑! 하아아앗! 어허허윽! 아으음… 흐으응…, 나…, 아응…, 몰라, 아앙!”
드디어 영후의 두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부드러운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사타구니에 이른다. 이미 그곳에서는 현주의 중심부로부터 흘러나온 애액들로 인해 습해져 있는 기운이 손끝에 전해진다. 현주의 떨림은 강도를 더해가고 영후가 사타구니 틈새에 손가락을 넣어 팬티를 살짝 들어 올렸을 때 현주는 화급히 다리를 오므리려 힘을 주었다. 물론 또 한 번의 ‘울컥’거림과 함께…, 하지만 영후의 제지로 무산된 다리 모으기가 성과 없이 끝나고, 그녀의 두 다리는 다시 양쪽으로 벌리어진다. 치마를 말아 올려 현주의 배위에 얹어놓고 분홍색팬티위로 입을 덮어가는 영후,
“흐허헉!…아흐으윽…! 하아앙…, 아아앙…, 나 죽어…, 어허어엉!….”
팬티위로 그녀의 속살들을 잘근잘근 씹었다. 영후의 입에서 나온 침이 팬티에 스며들면서 현주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허어엉…, 몰라…, 나… 어떡해! 아하아아앙…, 여…영…후야…, 아, 앙….”
영후도 참기 어려웠다. 그동안 참고 지낸 것도 힘들었지만 지금 눈앞에 열린 현주의 발갛게 벌려진 보지를 보면서 참는다는 건 남북통일보다도 어려운 것, 그는 누워 있는 현주의 옆에서 급하게 자신의 옷을 벗어던지며 눈을 보지에서 떼지 않았다. 경련(痙攣)인지 모를 떨림으로 영후를 재촉하는 현주의 모습에서 영후는 속으로 외친다.
“정말야… 죽어도 좋아!”
영후가 현주의 엉덩이에서 팬티를 벗겨낸다. 현주는 이제 울먹인다. 두려움과 기대어린 몸짓과 함께…, 몸을 덮어오는 영후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현주가 말했다.
“사…살…살… 해줘!”
“장담 못해!”
“제발! 흐응…, 영후야! 제, 제발….”
“날… 한 번 불러봐, 제자가 아닌…, 한 남자로 여긴다면…, 날 불러 봐요, 다르게… 으응?”
“아아앙…, 어떻게… 그래, 응? 영후야! 그러지 마…, 흐응?”
“싫으면 그만두고….”
영후의 자지가 살짝 그녀의 꽃잎에 닿았다. 현주가 급하게 그의 억센 어깨를 잡았다.
“제발….”
“말해 봐요, 어서!”
살짝 밀어 넣은 그의 자지에 음문이 벌어지려하자 현주가 다급하게 외쳤다.
“할께…, 하…할…께!”
“사랑해! 현주….”
한 번 더 ‘현주’라고 불렀다. 현주가 자신을 뭐라고 부를지를 기대하면서 영후가 현주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해 주었다. 현주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랑… 해!”
현주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 ‘사랑해!’라는 이 말에 영후는 항문을 조여 가며 물었다.
“누구를? 응…?”
괴로운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현주는 말한다. 정말로 모기만한 소리로 현주는…,
“자…기….”
분명히 들었건만 영후는 못 들은 척 자신의 굵은 귀두를 그녀의 가녀린 꽃잎 속으로 꽂아 넣으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누…구?”
“어… 어허어헉! 자기… 하으으흑! 자, 자기…이…, 허어엉….”
살이 나눠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오며 두려움을 느낀 현주가 비명과 함께 큰소리로 다시 말해주었다.
“흐윽! 나도… 사랑해….”
영후가 조여지는 현주의 질 수축을 느끼면서 단발적인 신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현주의 두 팔이 영후의 목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두 다리가 허공으로 들려진다. 이미 한껏 젖어있던 현주의 보지속이 새로운 주인을 맞은 탓인지, 아니면 한 번의 강렬했던 아픔과 쾌감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몸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너무나 먹고 싶었던 현주! 그녀를 부셔버리고 싶었던 충동! 그것을 억누르며 현주가 원하는 대로 살살, 영후의 자지는 부드럽게 현주의 보지에 들락거린다. 현주는 터져 나오는 신음과 비명소리는 영후에겐 그 어떤 흥분제보다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아하아아앙…허어엉! 하아앙…너무! 하으으응…너…너무! 크으흑!”
“좋아? 흐으응? 좋아?”
영후도 고조된 음성으로 물었다.
“아…파! 하아앙… 영후야앙…, 허으억! 아파아…아, 앙….”
“아프…기만?”
영후가 잠시 진퇴를 멈추고 현주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으응…, 아, 아니….”
박혀있는 자지를 물어주는 느낌에 황홀해진 영후가 넣은 채로 보지안쪽을 이리저리 휘저어본다. 물론 역시나 사알…살…,
“아…아…하아…아….”
“그럼? 아프지만은 않은 거지?”
“아흐읏! 흐으응!”
“아… 나도 너무 맛… 아니, 너무 좋아!”
영후는 현주에게 ‘현주가 맛있다’고 할 뻔했다. 처음보다 현주의 조임은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이런 여자랑 헤어지는 남자는 뭐지?’란 생각이 뜬금없이 들면서 다시 현주를 내려다보았다. 잔뜩 찌푸려진 미간(眉間)이 예쁘다. 벌어진 빠알간 입술이 섹시하다. 땀에 젖어 헝클어진 머리카락들이 사랑스러웠다. 영후가 엉덩이를 돌리며 치골을 부딪혀가자 현주는 더 높아지는 신음과 함께 손으로 영후의 엉덩이를 부여잡는다.
“아흐으윽! 하아앙…, 영…영후! 흐어어억! 사…랑…해!”
“후우욱! 얼마큼? 허엉?”
“하아앙! 마…많…이…하아앙…사랑…해… 아흐윽! 자…기…야~앙….”
갑자기 영후는 움직임을 멈췄다. 더 이상 움직였다가는 그녀의 질 속에서 폭발할 것 같아서였다. 현주의 ‘사랑해 자기야!’ 이 소리는 영후의 괄약근을 있는 그대로 조이게 만드는 말이었다. 최대한 참고 또 참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주의 엉덩이가 재촉하듯이 움직였다. 영후가 다급하게 현주를 불렀다.
“입 벌려줘! 얼른….”
“하앙….”
현주가 얼른 입을 벌려주었다. 영후가 거의 부딪치듯이 입술을 가져가 현주의 빨간 혀를 뽑을 듯이 빨아댔다.
“으음… 읍읍읍… 흐으흡! 으으응…흐읍!”
“쭈어업!”
소리 나게 입술을 떼어낸 영후가 현주의 머리칼을 정리해주며 사랑스럽게 속삭인다.
“나도… 사랑해…, 현주…야!”
“하아앙… 하으윽…! 거기가… 이상해…져…, 허어억!”
“어디가? 으응?”
“하아앙…거…거기이! 하아앙… 난! 몰라…, 자기야아앙….”
“난 모르겠어, 어딘지….”
영후가 다시 엉덩이를 세차게 밀어 넣었다. 현주의 곧추선 두 다리가 허공에서 부르르 떨리고 그녀의 두 손은 영후의 몸 여기저기를 닥치는 대로 끌어안고 뜨거운 입김을 영후의 목에 연신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현주가 “아흐허헉!” 소리와 함께 입을 ‘쩍’ 벌리더니 그대로 굳어버린다. 영후의 자지에 느껴지는 뜨거움! 현주는 애액을 폭발시킴과 동시에 강력한 울부짖음과 함께 영후를 붙잡았던 두 손을 떨어뜨리고는 그대로 침대로 떨어진다. 현주가 사정(射精)한 것이다.
“허어어엉…, 크어어헉!”
현주의 눈에 또 눈물이 고인다. 영후는 개의치 않고 아담한 현주의 가슴을 베어 물고 부드럽게 빨아주었다. 그리고는 이어서 그녀의 두 팔을 위로 들어 올리고 겨드랑이를 혀로 핥아주었다.
“흐으으응…, 아, 아… 하아아… 으으흐응….”
끊어지지 않는 신음소리가 한참을 이어지고 영후의 그것은 현주의 안에서 감미로운 쾌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간간히 이어지던 현주의 신음소리가 잦아지는가 싶을 때 영후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움직임, 아주 강하게 엉덩일 밀어 넣는다. 쳐 박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
“어… 어허어허억! 우우훅! 하으어헝….”
현주가 다시 눈을 번쩍 뜨며 영후를 안아간다. 이번에는 영후의 얼굴에서도 땀이 제법 많이 흐른다. 엉덩이를 쳐댈 때마다 한 방울 두 방울 현주의 얼굴에 튀면서 현주도 이… 새로운 자신의 육체의 주인을 꼭 껴안고 받아들인다. 영후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면서 현주의 애액이 흘러내려 묻은 항문이 그녀의 오물거리는 질과 비례해서 심하게 오물거린다. 영후가 미친 듯이 현주를 부른다.
“아아악! 현주야! 아윽…! 현주야!”
“아아앙…, 영…후! 하아앙… 자기…야, 아앙! 허어엉….”
영후가 더 들어갈 수도 없이 깊이 박혀 있던 엉덩이를 더욱 더 들이밀면서 짐승의 소리를 낸다.
“으허헉! 크흐으….”
현주는…,
“사랑…해에! 하아아앙…, 나… 죽어…허어엉….”
그녀의 양 손톱이 그의 등을 파고들었다. 한동안 엎어져있던 영후가 등이 따끔거림을 느끼며 가슴을 든다. 바라보던 두 사람이 미친 듯이 서로 입술을 부딪쳐간다. 영후가 현주의 질속에서 흉악한 그것을 꺼내자 주르륵하고 하얀 액체가 현주의 계곡사이로 흐른다. 하지만 현주도, 영후도 움직이지 않았다. 현주는 영후의 체취가 물씬한 침대와 베개에 얼굴을 돌리고 묻었다. 무엇보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었다. 어느 순간에 영후가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셔와 현주의 질과 몸 구석구석을 닦아줄 때도 잠든 듯이 가만히 있었다. 그런 현주를 보고 영후가 볼에 입을 맞추며 무안하지 않게 말했다.
“자나보네…,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내 울보!”
현주는 그의 말에 보지가 ‘찌르르’ 했지만 자고 있어야 했다. 적어도 지금은…,
영후는 자는 현주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 현주에게 맛있는 저녁을 해주고 싶어서였다. 벌써 해가 많이 기운 것이 곧 저녁이 될 모양이다.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트에 들어서는데 톡이 울린다. 하진이었다.
한편 하진의 집!
“승호오빠! 우리….”
“왜? 뭐?”
“놀러갈까?”
“지금? 어…어디?”
“걍… 아무데나…, 공부하기 싫다, 지금…, 오빤 어때?”
“그래도… 뭐 난 좋긴 하지만….”
“우리… 영화보자, 오빠! 응?”
“영화? 그럴까? 근데 너희 엄마랑 영후 형이 알면 어떻게 해?”
“엄만 모를 것이고…, 오빠한테는 내가 말하지, 뭐… ㅎㅎ.”
“괜찮을까…?”
“오빠가 나랑 놀러가자고 맨 날 그래놓고선… 피이!”
“아, 아냐…좋아! 가자, 우리… 뭐 볼까?”
“그냥… 한 번 가보자, 가서 고르지, 뭐….”
“으응…, 그런데 형네 집에 갔다 와야 돼….”
“왜?”
“거기 엄마 있거든…, 돈 좀 달래서 가야지….”
“엄마? 오빠 엄마가 영후오빠 네 집에는 왜?”
“응… 울 엄마가 옛날 영후 형 담임이었데, 그래서 형 혼자 있으니까 반찬 좀 해준다고 해서….”
“그래? 어머! 신기하다. 그런 인연도 다 있었네.”
“그치? 나도 신기해… 헤헤!”
“에이…, 내가 돈이 없어서 괜히 오빠 혼나는 거 아냐? '
“혼나긴… 걱정 마, 엄만 내 부탁 잘 들어주거든….”
“그래도….”
“나만 믿어….”
“그럼 가자 오빠….”
“응…, 옷 입어, 나가 있을게….”
“영후 오빠한텐 내가 톡 해 놓을게, 간다고….”
“그래…, 알써….”
[오빵! ]
[음…, 왜 하진아]
[나 오빠네 거의 다 왔는데]
[응? 왜? ]
[승호오빠랑 영화볼라구]
[영화? 근데]
[오빠네 엄마가 거기 있다며? ]
“나야!”
[응, 오빠, 갑자기 웬 전화야…?]
“어디라고?”
[곧 도착해 다 왔어….]
“야… 잠간 기다려…, 거기서… 엉?”
[왜?]
“글쎄… 잠간만 거기 있어 응? 아직 들어가지 마, 알았지?”
[오빠 밖에 있어…?]
“어? 으응…, 아니… 암튼 기다려!”
전화를 끊은 영후가 부리나케 집으로 뛰었다.
‘아니 이것들이! 갑자기 웬 영화는 보겠다고…,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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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아! 문 열렸는데?”
“그러게…, 오빤 밖인 것 같던데….”
“뭐 오겠지…, 들어가자 그냥….”
“그럴까?”
“혀엉! 엄마! 승호에요.”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엄마 신발은 분명히 현관에 놓여 있었다. 물론 영후 형 신발도 있는 것이 보였다. 둘의 신발을 보자 묘한 기분도 들었다. 영후 형은 원래 발이 크다고 소문이 나 있어서 보니 자신의 270mm 발보다도 훨씬 더 커 보였고 승호 자신이 알기에 엄마의 발은 대략 235mm 정도로 알고 있다.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두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보면서 묘한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엄마! 어딨어?”
하며 화장실 문을 두드려보았다. 그런데도 대답이 없다. 남은 건 영후 형의 방! 승호가 손잡이를 돌렸다. 침대위에 사람이 누워있는 게 보인다. 침대 주위가 어지럽게 옷들로 널려 있었다. 승호는 눈이 번쩍 떠진다. 여자 옷들이다. 그것도 브래지어와 팬티, 블라우스, 치마…, 엄마의 자주색 치마가 뒤집어진 채 너부러져 있었다. 뒤로 돌아누운 사람을 다시 보았다. 뒷모습이었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옆으로 누운 그 사람은 모를 리 없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홀딱 벗은 채로 누워 자고 있었던 것이다. 승호는 얼른 문을 닫았다.
“아무도 어, 없네…, 일단 나가서 형 기다리자, 하진아!”
“그래? 응…, 알써….”
“아이… 어… 엄만 갔나봐….”
“그래? 그럼 어떡하지?”
“글쎄….”
“저건… 여자 신발 아냐?”
“응? 그러네…, 여자 신발이네….”
“오빠네 엄마껀 아니지?”
“아, 아냐… 울 엄마 꺼….”
“나가자, 오빠!”
영후가 헐레벌떡 뛰어오니 하진이와 승호가 집 앞에 서 있었다.
“휴우… 후우, 후….”
숨을 몰아쉬며 힘든 표정으로 승호를 바라본다.
“언제 왔어?”
“지금 막요.”
하진이가 뭔가 말하려는 걸 승호가 팔을 살짝 치며 제지했다.
“어…, 그래…, 근데 갑자기 영화는 뭐야…?”
“엉, 오빠 내가 승호오빠한테 그러자고 했어. 오늘은 공부도 안 될 거 같고….”
“그래? 그럴 수 있지….”
“근데 승호오빠네 엄만 가셨어? 승호 오빠가 용돈 달라고 한다고 왔거덩….”
“어? 엉…, 가, 갔지…이…, 아까….”
“에이… 그럼 안 되겠다, 그치 오빠!”
“왜? 돈 없어서? 내가 줄게….”
“엉… 오빠 정말? 고마웡….”
“대신 일찍 와야 돼, 이따 집에 오빠 갈 거야….”
“응….”
“승호야 하진이 잘 데리고 놀아라….”
“네…, 형….”
승호가 영후의 눈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피 같은 돈 5만원를 하진이에게 쥐어 주고 둘의 등을 떠밀듯 보내야 했다.
“휴….”
영후가 한숨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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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는 말이 없다. 하진이가 두 번 물어야 한 번 대답하는 형국이다.
“오빠! 뭐야? 나랑 있는 거 싫어서 그래?”
“아…아냐…, 정말… 아냐…, 너무 조, 좋아, 진짜야!”
“근데 왜 말도 안하고, 날 보지도 않고…, 나 삐져도 좋아?”
“아, 알았어, 미안…, 미안해! 안 그럴게…, 응?”
“한 번만 더 그럼 나 갈 거야! 응?”
“응…, 알았어, 안 그래, 이젠….”
승호는 지금 머리가 복잡하다. 엄마가… 왜? 아빠랑 이혼하고 외로워서? 아님… 영후 형이 좋아서? 솔직히 형 같은 남자를 여자들이 좋아하는 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렇지만 엄마랑은 나이 차이도 그렇고…, 그럼…, 형이 엄말 좋아해서? 승호는 엄마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좋아한다. 영후 형도 너무 좋은 형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너무나 허전해지고 있음을 금할 길 없다. 막상 신촌의 영화관에 나오긴 했지만 보고 싶은 영화의 시간대가 잘 맞지 않아서 영화보기도 애매하여, 승호와 하진이는 그냥 길거리를 헤맨다. 신촌의 여기저기를 구경도 하며 떡볶이, 오뎅, 김밥도 사 먹어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허이고… 씨방새! 재미좋구먼…, 흐흐흐….”
소리 나는 곳을 보니 서너 명의 남자애들이 낄낄거리며 두 사람을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승호는 일순 긴장이 되었다.
“그냥 갈려고 했는데… 계집애가 너무 예뻐서 말이지… 흐흐….”
하진이가 승호의 뒤로 숨으면서 승호의 팔을 ‘꽈악’ 잡았다. 무서운지 말도 하지 못한다.
“왜 이러세요?”
승호가 제법 당당하게 말했다.
“왜 그러시긴요, 같이 놀자는 거지…, 낄낄낄….”
“우리는 바빠서 이만….”
승호가 하진이를 이끌고 돌아서려는데,
“거기 안 서? 씨발 새꺄!”
한 놈이 하진이를 잡아챈다. 그러자 승호의 눈에 불이 일었다.
“그거 안 놔? 이런 씨발! 얘가 누군지 알아?”
승호가 인상을 최대한 구기며 나름 위협(威脅)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허어어… 누구신데 이러시나, 겁나게…응?”
이죽거리는 놈의 면상을 주먹으로 날리는 상상을 하며 승호가 말했다.
“김 영후라고 아시는지….”
“김…영후?”
한 놈이 되묻더니 동료들을 돌아본다. 몇 번 들어본 이름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한국고 김 영후?”
“그… 그래….”
먹히는 듯하자 승호가 기가 오른 모습이다. 놈들이 조금 주춤거리는가 싶더니 무시하고 승호의 옆구리를 가격해 온다.
“네가 족보를 파는 건지 어쩐지 알게 뭐야? 새꺄!”
“아니에요, 우리 오빠에요. 영후오빠 동생이라고요, 내가….”
하진이가 놀라면서 소리를 지른다.
“좆까지 마, 씨발… 야! 이것들 잡아!”
나머지 두 놈이 달라붙는다. 승호는 있는 힘을 다해 하진이를 보호하려 그 녀석들과 맞섰다. 독하게 달려드는 승호의 기세 때문인지 녀석들도 주춤대고 있었다. 그때 승호의 주먹이 한 녀석의 코와 입을 동시에 가격하면서 녀석의 얼굴 위로 피가 튀었다. 승호도 날아오는 주먹에 맞아 눈언저리가 부어오른다. 정신이 없었다. 그때 한쪽에서 순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하진이가 몸짓으로 경찰을 부른다.
서대문 경찰서,
못생긴 형사 앞에 다섯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하진이가 차분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 녀석들은 쌍방 시비가 빚은 폭행이라며 우기고 있었다. 증거는 코피 터진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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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늦게 영후네 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현주는 경찰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네에? 뭐라고요?”
[….]
“네…, 곧 가죠…, 네….”
경찰서라니… 승호가 또! 망설이다 영후에게 전화를 넣었다. 대충 서대문경찰서 청소년 담당 형사에게 들은 대로 말해주곤 급하게 차를 몰았다. 영후도 현주의 전화를 받자마자 옷을 주워 입었다.
현주는 불안한 표정으로 담당 형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조금 늦게 도착한 영후가 그 옆으로 다가갔다. 하진이의 오빠임을 밝히고 자초지종을 들었다. 형사의 말에 의하면 그 패거리들이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고소하겠다는 얘기다. 정황상 말이 안 되지만 폭행으로 인하여 맞은 흔적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영후가 슬그머니 그 녀석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녀석들에게 몸을 숙이고 낮게 속삭였다.
“실례 좀 합시다. 어디 학교이신지?”
위압감을 느끼며 한 놈이 중얼거린다.
“대중고…인데…, 왜?”
“그러면… 눈들 깔어! 씨발 놈들아!”
영후가 눈알을 번득인다.
“잘 들어! 나! 김 영후라고 하는데… 혹시 아나?”
“….”
“대중고면 종태 새끼 있는데 맞지? 그 새끼랑 통화 좀 해야 하나…, 이 새낀 애덜 교육을 어떻게 시키기에… 이 씨발 새끼를…ㅉㅉㅉ….”
“저기… 잠간만…요.”
녀석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얼굴을 구긴다.
“진짜인지… 우리가 어떻게… 아나…요?”
“그건 차차 알게 될 거고…, 고소한다고? 한 번 나랑 해보겠다는 걸로 들어도 되나?”
“아…아니, 뭐… 꼭… 그런 건….”
“좋게 끝내지…, 우리끼리는 따로 앙금을 풀기로 하고… 어때?”
“뭐… 하긴 좋은 게 좋은 건 맞지…, 그렇지 않냐?”
녀석들이 고갤 끄덕인다. 형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몰려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지랄지랄 하던 놈들이 고소를 하지 않겠다니…,
현주의 집,
“승호야! 너 또….”
“뭘… 그 놈들이 먼저 그런 거라고….”
“불안해서 그러잖아, 엄만… 네가 나가서 사고 칠까봐….”
“뭘! 엄만 맨 날 나만 잘못했다고 그래!”
“잘못했잖아, 네가… 한 번 그랬으면 또 그러질 말아야지….”
“알았어, 알았다고….”
“얘가… 점점….”
“오늘 짜증나는 일이 있어서 그랬다고….”
“뭐가 그렇게 짜증나는데? 도대체?”
“다… 모두 다! 나도 그렇고…, 엄마도….”
“엄마가 왜?”
승호는 억울함에 글썽이며 엄마를 바라봤다.
“나! 엄마…, 봤어!”
“뭘… 뭘 봐? 보긴….”
“엄마… 자는 거….”
“뭐?”
“영후 형네 집에서 옷도 홀딱 다 벗고 알몸으로 자는 거… 봤다고…, 씨….”
현주의 눈자위가 ‘파르르’ 떨린다. 갑자기 손도 ‘덜덜’ 떨리고, 입술도 ‘덜덜’ 떨리면서 승호로부터 카운터펀치를 맞은 듯 힘없이 물었다.
“언…제?”
승호는 대답 없이 자신의 방문을 ‘쾅!’ 하고 닫고 들어가 버린다. 그 큰소리만큼이나 놀란 현주의 심장도 ‘쿵!’ 하고 떨어진다. 현주는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하염없이 승호의 방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현주는 몸을 떨어가며 한참을 그렇게 승호에 방문에 기대어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자는 여자일 뿐 - 선생님 09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