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찬물로 샤워를 하고서 영후는 침대에 알몸으로 올라가 누웠다. 185cm, 86kg의 크고 굵은 구릿빛 근육질의 그 몸을 큰 대자로 벌린 채 눈을 감았다. 예상대로 현주의 모습이 떠오른다.
“씨발….”
짜증이 밀려오자 그냥 욕이 나온다. 오물거리던 현주의 보지가 생생히 오버랩 되면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자지를 가만히 쥐어본다.
“아… 현주야!”
이름도 불러본다.
“큰일이네, 이거….”
영후는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는 현주의 모습으로 인해 스스로도 걱정스럽다. 현주의 톡 내용에 화가 나긴 했지만 영후는 참기로 했다. 아마도 현주의 입장에선 그렇게 나오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배꼽 한 번 맞췄다고 모든 게 하루아침에 이루어 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보지말자고? 뭐 씨발… 그렇게까지 말을 해야 하나….”
오후의 나른함,
이런저런 생각들로 뒤척이다 슬며시 졸음이 몰려와 얼핏 잠이 들었던 영후는 현관문 여닫는 소리에 들었다. 하지만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들어선 인영(人影)하나가 주춤거리며 영후의 옆에 다가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자기… 자요?”
“….”
“저… 왔어요, 피곤해요?”
“음…, 왔어?”
“아까 자기가 소리 질러서 무서웠어.”
“그러니까 왜 말을 빨리 안 해….”
“뭐 화난 일 있었어요?”
“응…, 아냐…, 조금….”
여인이었다. 그것도 중년의…, 그녀는 조심스럽게 영후의 기분을 살피더니 이내 웃음을 머금고 손으로 영후의 양물(陽物)을 살며시 잡았다.
“하아…, 자기 꺼 보고 싶었어, 왜 이렇게 연락이 없었어요? 나 버린 줄 알았어.”
“집엔 별 일 없어? 정석인 연락 왔어?”
“네…, 엊그제 왔어요. 잘 지내고 있데요.”
“그 새낀 좋겠다. 부모 잘 만나서 유학도 가고….”
“아이… 또 그 얘기….”
“뭐 맞잖아, 씨발….”
“자긴 정석이 얘기만 하면 화내더라?”
“알았어, 알았어.”
“자기야, 자기 꺼 먹어봐도 돼?”
“은희야….”
“아…, 아…, 네에….”
“내가… 누구지?”
“하아앙…, 내… 주인….”
“음…, 그래, 먹어봐….”
“응….”
은희는 크게 입을 벌리며 영후의 자지를 삼켜본다. 거의 한 달 만에 맛보는 잊을 수 없었던 그의 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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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는 정석의 엄마다. 그리고 정석이는 영후의 중학교 동창이다. 사실 정석이는 중학교 때부터 영후의 똘마니였다. 왜소한 체구에 몸이 허약한 정석이가 늘 걱정이던 은희는 어느 날 정석이가 집에 데려온 영후와 얘기를 하다가 또래보다 기골(氣骨)이 훨씬 장대하고 마치 형처럼 어른스러운 영후의 모습에, 게다가 아들의 중학교생활에 도움이 되겠다싶어 영후에게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이면서 정석이에게 남다른 신경을 좀 써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영후는 그러마고 했고 고마운 마음에 은희는 그 이후 영후가 올 때마다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밥을 해준다던지 심지어는 가끔 용돈도 몰래 쥐어주곤 했었다. 남편이 제법 잘 나가는 회사의 중견 간부라 제법 벌이도 상당하여서 그런 사소한 경제적인 부분은 은희에게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실제적으로 정석이는 엄마의 피를 더 많이 이어받은 것인지, 은희는 여자치고는 키도, 체격도 많이 작은 편이었다. 155cm가 채 될까 말까, 그리고 결코 45kg은 넘지 않을 것 같은 작고 아담하며, 날씬한 체구, 게다가 밝고 쾌활한 성격, 그런 은희의 부분들로 하여금 영후도 그녀에게 살갑게 대하는 편이었고, 가끔씩 가벼운 장난이나 스킨십도 많았었다. 이런 스킨십은 엄마와 아들의 스킨십과는 조금 다른 그런 거…, 예를 들면 허리를 만지면서,
“어우…, 어머니는 허리도 이렇게 날씬하세요?”
그러면,
“아잉…, 간지러워…, 하지마~아….”
하면서 허리를 틀면서 ‘호호’거리는…,
영후가 속된 말로 조금만 더 까져 있었어도 아마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영후는 나중에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거의 확신으로 굳어갔지만…, 그렇게 3년여를 알고 지내는 동안 둘은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은 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후가 졸업과 동시에 이사를 가면서 인연이 끊어졌는데 불과 6개월 여전 어느 토요일 밤에 우연히 길 가에서 마주친 것이었다.
계모임을 끝내고 뒤풀이로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맘껏 해소하고 나왔던 밤거리…, 술 취한 취객들이 어지럽게 들끓던 강남구 논현동에서였다. 대리운전을 호출하려고 폰을 꺼내드는데 앞에서 낯이 익은 사람하나가 얼핏 보이는 거였다. 쉽게 기억을 떠올린 은희가 반가운 나머지 크게 영후를 불렀다.
“어머! 영후 아니니?”
“네? 누구…, 어? 정석이 어머니….”
“그래…, 나야, 정석이 엄마…, 영후 맞구나….”
“네, 그런데 여긴 어떻게….”
“응…, 모임 끝나고 가려고 하던 중이야. 근데 여기서 뭐해? 이 시간에?”
“네…, 저 대리운전 해요, 이제 한 달 됐어요.”
“그러니? 어머나…, 그럼 내 차 좀 대리해 줄래?”
“그럴까요? 아직 거기 사시죠? 목동….”
“그래… 호호호! 정말 반갑네, 이런데서 보고….”
영후도 반가웠다. 그때 자기한테 잘해주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가끔씩 어깨를 쳐가며 재밌는 얘기를 하다가 실수로…, 어떨 땐 실수를 가장한 노림으로 은희의 가슴도 건드려보지 않았던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렸던 그때였었다.
“정석인 잘 있죠?”
차를 부드럽게 출발시키며 물었다. 은희는 뒷자리에 앉지 않고 조수석에 앉았다. 조금 짧아 보이는 치마가, 허벅지가 눈에 밟힌다.
“응…, 정석이는 유학 갔어, 미국으로….”
“아…, 네, 그렇구나. 자식…, 부모님을 잘 둬서…ㅎㅎ”
“영후야, 우리 올림픽 대로에서 옆으로 빠져서 한강고수부지에서 음료수 한 잔 마시고 갈까? 집에 일찍 가봐야 썰렁하거든…, 아무도 없어, 지금 집에는….”
“아버님은요?”
“응…, 우리 그이도 내일 쉬니까 낚시 간다고 오늘 아침부터 나갔어, 내일 온다고….”
“아, 네…, 그러세요, 그럼… 좀 쉬다 가시죠, 뭐….”
시간이 시간인 만큼 조금은 한적해 보이는 여의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애초에 얘기했던 음료수는 잊어버린 채 옛날 얘기하느라 두 사람은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여전히 고우세요, 어머니는….”
“에구구…, 내 나이가 몇인데 고와?”
“마흔 정도?”
“마흔 하고도 여섯이네요, 호호호!”
“정말 그렇겐 안보이거든요. 한… 삼십 중반?”
“어머! 뭐? 호호호… 비행기 엄청 태우는구나? 얘! 나 고소공포증 있어, 그러다 떨어지면 무서워….”
“진짜에요, 오죽하면 내가 아까 말 걸어볼 뻔 했거든요, ‘아가씨, 시간 있으시면 차 한 잔 하실래요?’ 하고요, 흐흐흐….”
“엄머머! 영후, 너 진짜 웃긴다. 호호호!”
영후의 오른 쪽 어깨를 치며 웃는 은희의 얼굴이 유달리 섹스러워 보인다.
“내가 10살만 더 먹었어도 어머니를 가만히 안 뒀을 텐데….”
“뭐어? 가만 안두면 어쩔 건데?”
“그건 비밀이에요. ㅋㅋ”
“아이잉…, 알려 줘어…, 응?”
은희의 손이 영후의 옆구리를 간지럽히며 코맹맹이 소리로 투정부리듯 장난을 친다.
“안돼요, 얘기하면 혼나요.”
“누구한테? 나한테?”
“네….”
“약속! 혼내지 않을게…, 응?”
“정말요?”
“응….”
“그럼 말해 봐요? 아…, 진짜 안 되는데….”
“아이잉…, 뭐야…, 뭐야…, 응?”
“달랑 들어서 납치 하죠…, 옛날 말로 말하면 보쌈한다고 하던가….”
“납치? 나를? 어디로?”
뚫어져라 쳐다보며 묻는 은희의 볼이 발그레 한 것이 영후의 세포를 자극하고 있었다. 같이 눈을 맞추던 영후가 정말 그럴 것처럼 정색하고 말했다. 영후의 눈이 은희를 쏘아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은희가 잠시 말없이 멍하니 영후를 보더니 말을 갑자기 더듬었다.
“그… 그, 리, 고?”
“그리고…, 이렇게… 하지요.”
영후는 말해놓고 은희의 얼굴을 잡아 왼쪽으로 돌려 자신을 쳐다보게 만들었다. 이 여자에게 영후는 왠지 처음부터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무던히도 참아 왔었다. 무려 3년 동안이나…, 은희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예전부터 이러고 싶었어요. 어머니는… 안 그랬어요?”
그리고는 은희를 계속 보고 있었다. 한참 만에 은희가 말을 하려고 입을 움직이는데 영후가 한 번 더 말했다.
“솔직하게….”
멈칫하더니 은희가 모기만한 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 그…래…, 그랬어!”
“왜?”
“잘 몰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정석이 중학교 때 영후 네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왠지 정석이 친구 같지 않았어, 뭐랄까…, 그냥 내가… 나 자신이 영후에게 기대고 싶었고, 안기고 싶었고…, 그냥 그랬었어…, 아이…, 창피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난 지금 그러고 싶은데….”
“영후야….”
순간, 다소 거칠게 은희의 입술을 덮어버렸다. “읍읍!”거리며 버둥대던 은희가 잠잠해지더니 팔로 영후의 목을 감으며 오히려 영후의 혀를 물어오는 은희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 사람의 턱밑으로 침일 흐를 때 아쉬운 듯 떨어진 그들은 또다시 한참동안 서로를 보고만 있었다. 영후가 시선을 고정시킨 채 손을 은희의 짧은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이미 흠뻑 젖어버린 그녀의 팬티의 앞섬을 지그시 누른다. 은희는 괴로운 건지 황홀한 건지 모를 애매한 표정으로 변해가면서 부끄럼 섞인 신음을 뱉어낸다.
“아흐응…, 하아앙…, 아아앙…, 영후야앙…, 아으응…, 아아…, 나빠, 정말… 하아아….”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중지로 음핵을 건드리다가 갑자기 그대로 밑으로 ‘쑤욱’하고 손가락 하나를 넣고 살짝 휘저어주자 은희의 엉덩이와 허리가 뒤틀리며 고개를 젖힌다.
“아앗! 흐으읏! 하응…, 아하앙…, 영후야…, 하아앙… 하지…마앙…, 허어흣!”
영후가 은희의 귀를 빨면서 속삭였다.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어머니를… 어머니의 모든 걸… 갖고 싶어! 아니 가질 거야! 으응?”
“하응 어, 어떡해…, 하아앙… 모, 몰라…나! 하아앙… 이상해져… 허어엉….”
그날 영후는 차에서 한 번, 그리고 은희의 집에서 다섯 번, 무려 여섯 번이나 은희를 죽였다 살려냈다. 울부짖던 은희는 그 날부터 영후의 욕정(欲情)의 노예로 변해버렸고, 도덕이니 윤리 따위는 이미 온 데 간 데 없었다. 더 이상 영후는 아들의 친구가 아니었다. 이제는…,
그 후로 둘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텔이든, 은희의 차에서든, 혹은 은희의 집에서든 만날 때마다 몇 번의 정사(情事)를 치렀고,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은 주종관계(主從關係)로 바뀌어져 있었다. 그리고 은희는 그것을 당연한 듯이 여겼고, 영후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그가 바라고 좋아하는 대로, 아무데서나 팬티를 벗으라면 벗었고, 옷을 벗으라면 벗었으며, 무릎을 꿇고 기어오라면 기어왔으며, 더 나아가 영후에게 존대까지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영후로부터 받은 흥분과 쾌락은 중년여인의 이성을 완전히 지배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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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무려 한 달이 넘어간 오래 만에 영후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가 바라는 대로 진하게 화장을 하고 온 은희의 빨간 입술이 크게 벌어지는가 싶더니 영후의 귀두를 힘겹게 삼키고 있었다. 정장 투피스차림의 귀티 나는 여인의 그 모습을 누군가 보았다면 말 그대로 미치고 환장할 수도 있는 그런 그림이었다. 격정적(激情的)인 정사(情事)로 후끈해진 방안의 열기가 창문을 열자 빠르게 빠져나간다. 영후는 담배를 하나물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웠다. 은희는 그런 영후의 가슴에 머리를 얹고 손가락으로 영후의 젖꼭지를 문지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역시 넌! 맛있어…, 은희야….”
“하아… 자기도 좋았어? 난 오늘도… 휴~ 죽는 줄 알았어.”
“은희야!”
“응? 네~에….”
“뭐하나 물어보려고….”
“응…, 말해 봐요.”
“내가… 너랑 처음 섹스하고 나서… 응?”
“응….”
“한 일주일 만에 또 만났었잖아…, 그치?”
“으응…, 근데 왜요?”
“솔직히 말해봐… 내가 연락 안했으면… 너도 나한테 연락 안했을까?”
“으음…, 아마 내가 먼저 했을 거예요, 자기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만들어?”
“응…, 자기한테 몸과 마음이 지배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래? 그게 어떤 건데?”
“자기를 내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안 그러려고 해도 안 되는 거….”
“자존심도 없이 그런다고?”
“푸훗! 자기는 이럴 땐 자기 나이 나온다니까… 후후…, 아마 처음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금방 연락하거나 만나진 못했을 거야…, 하지만 얼만 못가서 찾게 될 걸?”
“그럼 너 같으면 얼마나 참을 것 같은데?”
“음… 한 2주 정도…?”
“2주정도가 지나면 생각난다 이거지?”
“응…, 아마 그럴 거야, 보통 여자라면… 물론 개인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근데 자기랑 잔다면 모든 여자들이 다 나 같아질 걸?”
“그럴…까?”
“칫! 자기 여자 생겼구나? 그치?”
“아, 아냐, 네가 있는데 무슨….”
“괜찮아, 자기야! 나 질투 안 할 거야. 대신 가끔씩 나… 안아줘! 그러면 되요, 난….”
영후는 그렇게 말하는 은희를 ‘꼬옥’ 안아주며 부드럽게 입술을 빨았다.
“씻자, 그만….”
“자기야…, 오늘도 일 나가려고?”
“응….”
“그거 안하면 안 돼? 힘들잖아!”
“젊은 놈이 힘들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줘요, 응? 자기야! 내가 자기 생활비 좀 대주면 안 될까?”
“아이고… 홍 여사! 됐어, 필요하면 내가 말할게…, 응?”
“그래, 그럼…, 자기가 원하면 그렇게 해요, 자기 얼른 씻어요.”
그 날 은희를 보내고 영후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사실 영후는 은희에게 항상 미안했다. 그녀를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은희와 그러고 있노라면 뭐랄까…, 그녀는 남자의 지배욕이 꿈틀 대게 만드는 여자다. 작은 체구에 요염하고 귀엽게 생긴 은희는, 흥분이 고조되면 스스로 흐느끼면서 자신의 몸을 활짝 개방하여 자신을 지배하게끔 만드는, 그런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지배욕(支配欲)은 급상승하면서 수컷의 본능이랄까? 그런 것이 막 솟구쳐 스스로도 조절이 되지 않는 영후였다. 갖고 싶고, 자신의 큰 체구로 작은 체구의 여자를 짓누르고 싶은…, 자신의 건장한 가슴 밑에 깔려서 욕정을 갈구하는…, 더 나아가 자신만 바라보고, 자신만 의지하면서 자신에게만 모든 것을 열어주는 그런 여자…, 그건… 현주에게도 똑같았다. 적어도 영후에게 있어서는…
‘2주 정도라고? 뭐야? 너무 길잖아 씨발!’
‘그래, 좋다, 어디 한 번 기다려보지, 뭐!….’
은희와의 수차례에 걸친 격렬한 정사(情事)로 인해 영후는 이제 자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눈을 감자마자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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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특별한 일없이 또 한 주가 마무리 되어가던 금요일 저녁 현주의 집,
정말 오래 만에 대준이 집에 들어왔다. 현주나 승호는 물론 대준 자신도 얼마 만에 집에 돌아온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대준은 현주보기가 미안했지만 그렇다고 오지 않을 수도 없었다. 현주와 승호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었다. 특히 현주는 대준에겐 과분할지도 모를 그런 여자였다. 그런 여자를 배신하고 어찌 마음이 편했으랴, 대준은 현주의 생각대로 하고 싶었다. 그게 무엇이든…,
“여보….”
“말하세요.”
차가운 말투의 현주를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다.
“정말… 미안해, 내가 어쩌다….”
“결론만 얘기하세요.”
“그게 말이야…, 내가 앞으로….”
“당신 판단을 돕는 차원에서 말할게요.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어요. 그것 참작해서 얘기하세요.”
현주가 매정하게 대준의 말을 자르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말했다.
“정말… 그렇게 해야… 아니 할 거야? 승호도 있잖아!”
“승호는 내가 책임져요.”
“아니… 승호에게 뭐라고 해야 할 지 생각해 봤냐고….”
“걔도 이제 어린 애만은 아니에요. 잘 판단하겠죠….”
“그래서… 정말로 헤어지자는 얘기인가?”
“…네!”
“난 당신이 이해하면 돌아올 수 있는데….”
“아니, 이해 못해요. 그리고 당신은 지금도 그 아이와 같이 있으면서 정신 못 차리고 있고요.”
“음…, 그래…, 맞아! 사실 그 아이와 헤어지긴 솔직히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난 당신이 용서하거나 덮어준다면 가정을 지켜 나가고 싶은 생각이야…, 정… 당신이 안 된다면 더 이상 얘기하지 말도록 하지…, 어떻게 해줄까?”
“이혼…해요, 우리….”
현주가 말하곤 냉장고에서 물을 한 잔 따라서 마신다.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의 의미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무엇 때문에…,
“알았어, 승호랑은 따로 얘기해볼게.”
“승호는 절대 당신한테 안돼요, 그것만큼은 알고계세요.”
“승호가 원하면 그렇게 하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정리할 테니 연락 줘, 나 그만 갈게….”
집에 들어온 지 정확히 45분 만에 대준은 집을 나섰다. 아내에게 미안했지만 다시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지나와버린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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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는 승호를 앉혀놓고 그간의 얘기를 설명해 주었다. 의외로 덤덤한 승호를 보노라니 자신이 더 이상해 보인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결국? 넌… 뭘 아는 것처럼 말하네….”
“알고 있었어, 아빠 문제… 아빠 바람피우는 거….”
“알았…어? 언제부터?”
“좀 됐어…, 근데 엄만 어쩔 거야, 이제?”
“헤어지기로 했어, 아빠랑…, 넌 엄마랑 있을 거지?”
“엄만? 엄만 어쩔 생각인데….”
“난 당연히 너와같이 있을 거야….”
“아빤 뭐래?”
“네 뜻대로 한댔어.”
“나도… 엄마가 좋아, 그런데 엄마가 힘들까봐….”
“아냐…, 엄만 네가 있어서 힘이 생겨, 그러니까 딴 생각 하지 마, 응?”
“응,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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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하순의 바람은 차가웠다. 현주는 결국 정확히 결혼생활 17년 만에 돌싱(돌아온 싱글)이 되어버렸다. 시원, 섭섭하다는 게 이런 걸까? 승호도 엄마와 지내는 걸로 결론나면서 그들은 모자결손 가정으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늘도 피곤한 하루를 마친 현주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 내리려다 잠시 시트에 몸을 묻었다. 바람도, 풍경도 황량(荒凉)해 보인다. 남편과의 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업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 짜증나기는 하지만 각종 처리해야 하는 자질구레하한 일들, 무엇보다도 원활한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들 등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테지만, 현주는 요즘 들어 다시 몸이 무겁고 변비도 다시 생겨나고 여하튼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문득, 잊지는 못했지만 잊으려 했던 영후가 갑자기 떠오른다. 그 아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자신이 전에 보낸 매몰찬 톡 내용이 생각나자 미안하기도 했지만 거짓말처럼 소식을 끊어버린 영후가 한편으론 야속하기도 한 애매한 이중적 마음이었다. 그동안 승호에게도 전혀 물어보지 않았었다. 영후의 얘기는…,
벌써 한 달이 얼추 넘어간다. 지난 한 달은 그렇게 쉽게 보내온 것 같은데…, 오늘따라 왜? 정말 왜 이리도 그가 보고 싶은 걸까? 자신의 손임에도 마치 남의 손인 양 머뭇머뭇 거리다가 한참만에야 만져본다. 자신의 중심을…,
“아….”
현주는 눈을 감은 채 가운데 손가락에 힘을 더 주어본다.
“하아….”
자신의 허벅지를 벌려놓던 우악스런 영후의 그 큰 손과 그의 건장한 모습이 자꾸만, 자꾸만 떠오른다.
“아, 아….”
그의 입김이 목 언저리에 느껴지는 듯한 착각에 자신의 초라하고 비참한 모습에 서러움마저 느껴져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지금 당장 그가 정말 보고 싶었다. 영후가, 그가…,
다시 현주의 집,
“승호야! 엄만데 들어가도 돼?”
“응, 잠간만….”
“뭐해? 공부?”
“아니…, 뭐 정리 좀 하고 있었어.”
“뭔데? 그게….”
“아… 모임 경비 정리하는 중….”
“경비? 너희 모임에 돈도 걷니? 얼마씩?”
“아냐, 영후 형이 별도로 모아둔 거야….”
“영…후?”
“뭘 모른다는 투야, 엄만…, 영후 형! 알면서….”
“그… 그래…. 알지….”
“그 형이 나한테 정리하라고 했어.”
“응…, 그러니? 그 아인 잘 있는 다니?”
“누구?”
“영후!”
“몰라! 보긴 보는데 별로 얘기는 못했어.”
“아직도 혼자 살지?”
“응…, 그러니깐 내가 반찬 좀 해주라고 했잖아, 전에….”
“응, 네가 그러긴 했지….”
“그만 나가봐, 엄마 나 이거 해야 돼….”
“응? 으응…, 저기 승호야, 엄마랑….”
“뭐?”
“가볼까? 영후네…?”
“정말? 그럼 내가 형한테 물어볼게….”
“아, 아냐…, 그냥 하지 마….”
“뭐야, 엄마, 차라리 말을 하지 말던지….”
“그, 그럼… 가볼까? 혹시 싫어하지 않을까? 형이….”
“싫어하긴 왜 싫어해, 형이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형이…, 엄마… 좋대?”
“응…, 전에 그랬어.”
“정…말?”
“그렇다니까. 암튼 형한테 물어볼게….”
“그, 그래…, 엄마는 가서 잔다, 먼저….”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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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침실로 돌아온 현주는 화장대의 거울 앞에 앉았다. 갑자기 엄청난 후회가 밀려온다. 거울 속에는 초라해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왜 간다고 했지?’
‘어떡하지? 그가 혹시 싫다고 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캄캄한 방! 침대에 누워서 현주는 망설이는 손을 이끌어 중심에 대어간다. 습하게 느껴진다. 보지 언저리가…, 괜찮을 줄 알았다. 혼자 사는 것이…, 참아낼 줄 알았다. 끓어오르는 욕정(欲情)의 유혹(誘惑)을…, 자신의 계곡사이로 손을 넣어본다. 물기가 느껴지고 고개가 들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불러보았다. 그의 이름을…,
“하아…, 영…후…야…!”
여자는 여자일 뿐 - 선생님 07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