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량한건… 아니지?”
한참을 망설이다 현주는 물어보았다. 물론 승호가 속해있다던 교내 서클 애기였다.
“그럼요, 아니죠…, 불량한 거….”
“근데 왜 승호가 거기에 들어간 거야? 승호랑 어떻게 알게 됐어?”
“그게….”
승호는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어울려 영등포일대를 배회하고 있었다. 집과 학교, 학원밖에 모르던 승호는 친구 3명과 소위 말하는 일탈(逸脫)을 행하고 있었다. 모범적인 학생의 입장에서 그 일탈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 여기로 저기로 돌아다니며 놀다보니 어느덧 저녁 7시가 넘어가던 시간이었다. 온순하게만 보이는 녀석들은 타 학교의 노는 놈들 눈에 띄게 되고 으슥한 골목까지 끌려가게 되었고 한 눈에 봐도 한 가닥 하는 듯 보이는 상대들이었고, 그 수도 여섯 명이나 되기에 감히 대항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거기다 그들은 3학년이니 체격부터가 되질 않았다. 뭐 비슷한 조건이었어도 사정은 별반 다를 리 없었겠지만…, 네 녀석이 걷은 돈은 38,000원, 삥을 뜯기면서도 돈이 적다고 돌려가며 구타를 당하고 있었고 때리는 놈들은 온갖 욕설로 기를 죽이며 마치 장난감 가지고 놀듯 승호와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 씨발 새끼들… 돈도 안가지고 다녀?”
“너희들 내일까지 여기로 돈 가지고 나와, 알았어?”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어 망설이는 승호일행에게 크게 액션을 취해가며 때릴 듯 손을 들었다. 승호는 너무 무서웠다. 이런 일을 당하는 게 처음이었고 엄마가 알까봐 두려웠다. 학원도 빼먹고 놀러 다니다 이런 일을 당하니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거기다 또 돈을 가져오라니…,
“알았어, 몰랐어, 엉? 이런 씨발 놈들 대답 안 해?”
가장 무서워 보이는 한 명이 소리 지르자 네 녀석이 모두 움찔한다. 그때 승호의 친구 한명이 갑자기 소리치듯 누군가 부른다.
“어? 혀, 형! 영후 형!”
그 애가 쳐다본 곳, 바로 골목입구에 무심코 지나치다 허리를 젖히고 골목 안을 쳐다보던 한사람이 있었다. 10명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리자 시선 받던 한사람이 방향을 바꾸어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승호와 일행은 얼굴에 희색이 돌고 있었다. 영후가 누구인가? 전설적(傳說的)인 자기들의 선배가 아니던가…, 무수한 전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싸움하나는 일당백(一當百)이라던 그 선배…, 반대로 나머지 여섯 놈은 심상치 않은 영후의 포스에 일순 긴장하고 있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냐? 집에들 안가고….”
영후가 여섯 놈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마치 친동생들에게 말하듯 조용히 물어보는데 여섯 놈 중 리더로 보이는 한 녀석이 유창한 욕설을 내뱉으며 인상을 최대한 구기며 영후의 어깨를 잡아간다.
“뭐냐…? 이 씨방새는…, 엉?”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녀석은 저만치 나동구라진채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 광경에 나머지 놈들은 그냥 멍하니 순간 일어난 일을 스캔하고 있는 듯 움직임이 없었다.
“나? 한국고등학교 김 영후라고 하는데… 혹시 나… 아냐? 너희들…?”
날카로운 눈으로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묻는 영후를 보며 한두 놈이 끄덕이고 있었다.
“알았으면 잽싸게 사라지고 다신 우리 애들 건드리지 마라…, 엉? 수금한 거 다 내놓고….”
그 놈들이 부리나케 쓰러진 놈을 부축해들고 골목 밖으로 사라지자 바닥에 흩어진 돈을 주워 건네며 영후가 애정 어린 핀잔을 준다.
“너희들은 뭔데 이시 간까지 거리를 헤매?”
“죄송해요, 형!”
“근데 너희들은 나 아냐?”
“그럼요, 형 모르면 우리 학교 학생 아니죠.”
“개인적으로 모르잖아?”
“네…, 근데 아깐 너무 무서워서….”
“아… 이제… 됐고 떡볶이나 사라!”
“네, 가요, 형!”
승호는 영후가 무슨 영웅인 듯 보였다. 분식집에서 이런저런 애기들을 하면서 승호는 영후와 친해지고 싶었다.
“너희들 공부는 잘하냐?”
“재가 젤 잘해요.”
애들이 일제히 승호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 얼마나?”
“전교 5등 안에는 항상 들어요.”
“그으래? 너는 이름이 뭐냐?”
“네, 이 승호라고 하는데요.”
“너 어디 살아?”
“여의도….”
“너 하루 한 시간정도 시간 낼 수 있냐?”
“네? 왜요?”
“누구 한 명 공부 좀 가르쳐 줘라! 아주 예쁜 중 2여학생인데….”
그렇게 해서 영후의 이종사촌 여동생인 하진이의 공부를 봐주게 되었고 승호는 영후가 만든 서클에 특별 가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승호가 영후를 더욱 따르게 된 이유는 너무 예쁜 하진이와 잘 사귀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영후는 유일한 혈육(血肉)이 되어버린 이모의 그간의 보살핌에 이렇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었다. 이모네의 생활도 어려운편이어서 그나마 공부 좀 하는 하진이를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마음 씀씀이였다.
“응…, 그랬구나….”
얘기를 듣던 현주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도 난… 승호가 나쁜 일에 휘말리는 건 싫어서 그래….”
“네, 알겠어요,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제가 잘 살필게요.”
“그래, 그래주면 고맙지.”
“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왠지 집에 오는 시간이 좀 늦는 것 같더니만….”
“그건… 선생님이 조금 이해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 나쁜 일하는 것도 아닌데… 그러지, 뭐….”
“네, 그런데 선생님 왜 술을 드시고 계세요?”
“어? 으응… 그냥 좀 적적(寂寂)해서… 승호 땜에 걱정도 되고….”
“네에…, 저 그럼 승호랑 잠간 얘기 좀 할게요.”
“응…, 그래, 들어가 봐, 음료수 갖다 줄게….”
“네.”
승호는 책상 앞에 앉아 주눅 든 표정이었다.
“마! 뭘 그리 처져있어?”
“아 형! 엄마가 뭐래요?”
“잘 얘기했으니깐 걱정마라….”
“….”
“야! 근데 네 엄마가 나의 로망이라니…ㅎㅎㅎ”
“로망요?”
“옛날에 네 엄마가 엄청 예뻤거든…, 애들한테도 인기 짱이었지…. 물론 지금도 여전히 이쁘시지만…, 후후후!”
마치 그때의 일을 회상(回想)하는 양 영후가 눈을 지그시 감고 추억에 잠긴다. 어린 나이에도 남자란 동물적 본능이 발동해서, 어떡하면 치마 속을 들여다볼까 하고 애들과 연구하던 그 시절! 노력 끝에 한 번 정도는 볼 수 있었다. 새하얀 팬티의 그녀 치마 속을…, 그때 한 번의 기억이 오랫동안 영후의 자위행위를 지속시켜 주었었다.
“승호야!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유행하던 멘트를 흉내 내어 영후가 물었다.
“회사하구 계세요.”
“회사? 사장님이야?”
“네.”
“음…, 우리 쌤 결혼 잘하셨구나, 하긴 그때 이미 결혼해서 내가 실망 좀 했지만…ㅋㅋㅋ”
“근데, 형! 하진이랑 일요일 날 놀면 안돼요?”
“그러고 싶냐? 내가 말해줘?”
“네…, 아니… 뭐… 네!”
“이그…, 짜식… 예쁘냐? 하진이?”
“네…, 완전….”
“ㅎㅎㅎ 알았다,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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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까지 해서 먹이고 영후를 보낸 현주는 마음 한 켠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래…, 옛 스승의 아들을 그렇게 막 대하겠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도 영후는 아이들 중에 리더 격인 것 같았다. 심지어 가방을 들어 주는 아이도 있었으니까…, 초등학교 1학년이었었지만 또래 애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컸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그 이후로 거의 10여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영후는 정말 너무도 남자다워져 있었고, 마치 남편을 처음 만날 때 가졌던 알 수 없는 설렘 같은 것도 잠시 일었었다. 그러다 현주는 스스로 놀래며 자신을 나무랐다.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얼른 생각을 고쳐 잡으니 이제 남편 대준이 떠오른다. 잠시 잊고 있던 그의 얼굴에 짜증이 확 밀려옴을 어쩔 수가 없었다. 밖에선 승호가 샤워하고 나오는지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곤 이어서 아들의 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도 들린다. 현주는 승호의 방을 두드렸다.
“엄마야…, 들어가도 돼?”
“응…, 들어와 엄마!”
“샤워했어?”
“응.”
“그 애가 예쁘니?”
“누구? 하진이?”
“응, 하진이.”
“응, 예뻐….”
“엄마보다 좋아?”
“엄만 유치하게….”
“뭘… 궁금해서 그러지….”
“엄마만큼 좋아!”
절반의 성공이 이런 걸까? 섭섭하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 그런 마음…,
“영후는 어떠니? 학교에서….”
“인기 캡 짱이지, 그 형은….”
“왜?”
“그냥 모든 면에서 다….”
“그럼 여자애들한테도 인기 많겠네?”
“아… 당근!”
“그렇게 많아? 인기가?”
“다른 누나들이 학교 앞으로 찾아와, 많이….”
“많이? 그럼 바람둥이네, 뭐….”
“아냐, 그 형이 그랬어, 정식으로 사귀는 여자는 없다고, 찾아오는 여자들은 그냥 자기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거래….”
“피! 설마 그러려고….”
“진짜야….”
“아이고… 알았어, 공부 좀 하다가 자…, 그리고 승호야, 엄마랑 약속해, 절대 나쁜 짓은 안 돼! 응?”
“알았어! 영후형도 절대 그러지 말랬어, 이제 안 그럴 거야.”
“엄마 말보다 영후 말이 더 효과 있나 보네….”
“흐흐흐….”
“섭하다, 아들!”
승호의 어깨를 ‘툭’치며 한마디 하고선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니 어느덧 밤 10시가 가까워진다. 오늘도 남편 대준은 안 들어오겠지? 참 기가 막힌다. 그렇게 죽자 사자 자신을 쫓아다니던 그가 아니었던가, 혹시나 하고 스마트폰을 뒤져보아도 문자며 톡이며 남편에게서 온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근데 ‘톡’하나가 새로이 와있었다. 처음 보는 번호…
[선생님, 영후에요. 승호한테 번호 땄어요, 죄송요, 정말 반가웠어요, 다음에 한 번 뵈요, 밖에서…]
현주는 답을 해줄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잘 모르겠다, 그냥 덥석 답을 하면 왠지… 뭐지? 이 기분은…? 대신 영후의 번호를 저장해두고 거실의 불을 끈 채 소파에 몸을 묻었다.
정말 어찌해야할까? 이혼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이럴 때 누군가 있어 위로라도 받았으면 좋을 텐데…
여자는 여자일 뿐 - 선생님 02부
또 다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제 벌써 2학기다. 능숙함이 몸에 밴 현주였지만 일의 피곤함은 그것과는 무관한 듯싶었다. 가정이 평안하지 못하니 밖의 일도 온전치 않은 걸까?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두 주가 지난 금요일…, 새내기 선생도 두 명이 새로 왔고 개학 후 처음이라며 교직원 회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현주는 피곤했지만 오늘은 빠지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익숙한 코스…
1차 고기 집, 2차 호프 집, 3차 노래방, 스스로도 헛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학교 선생들에게는 다른 즐길 거리는 없는 걸까? 모두들 얼큰하게 취해 귀가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차가 있는 사람들은 대리기사를 부르기 시작했고 현주는 교장(敎長)이 불러준 대리기사의 전화를 받고 위치를 알려주었다. 회식 장소가 영등포니까 집까지는 금방 갈 수가 있는 거리였다. 그때 교장이 넌지시 다가와 하는 말이…,
“서 선생님! 우리끼리 한 잔 더할까요?”
“네? 어머! 교장 선생님! 많이 늦었어요, 집에 가셔야지요.”
“뭐… 내일 토요일이니까 쉬기도 하고….”
“아유…, 죄송해요, 제가 좀 힘들어서… 담에 하시죠, 교장 선생님….”
“흠흠… 그, 그럴 까요? 허…흐흠!”
무안한지 연신 헛기침을 해대며 비칠비칠 돌아서는 교장의 뒷모습에 짜증이 나는 걸 참았다. 대리를 호출한 차가 모두 5대였는데 대리기사가 3명만 와 있었고 두 명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다시 전화하려는데 저만치서 두 명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대리 부르셨나요?”
“네, 어디…?”
“저는… 여의도 입니다.”
“저는 역삼동….”
귀에 익은 소리에 현주가 돌아보니 거기에 영후가 서 있었다.
“아니… 너?”
영후가 얼른 손가락을 입에 세로로 가져다 대었다. “쉿!” 표시였다. 그리곤 같이 온 기사에게 뭐라 뭐라 하는 것 같더니 현주에게로 다가와 “가시죠, 손님!” 하는 것이었다.
현주를 보고 아마도 목적지를 바꾸었는가 보다. 현주는 얼떨결에 영후에게 차키를 건네고 앞서가는 영후를 따라갔다. 직원들과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어안이 벙벙한 채…, 영후가 차에 시동을 걸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현주가 말했다. 그녀는 자연스레 조수석이 아닌 조수석의 뒷좌석에 앉았다.
“넌! 학생인데 이런 거 해도 돼?”
“뭘요, 알바하는 건데요.”
“그래도… 이거 미성년자가 하는 거 아니잖아!”
“하하! 선생님, 제가 한 살 많은 거 모르셨구나, 저 법적 성인이거든요.”
“그러니?”
“와… 그나저나 대박이네요, 선생님을 다 모셔보고… 하하하!”
“그러게…, 나도 뜻밖이네, 그 철부지 같던 제자에게 목숨을 맡겨보고…, 호호호! 그런데 이 일한지 오래됐어?”
“아뇨, 한 3개월 조금 안됐어요.”
“지금 한창 중요할 때 아니니? 고 3이면?”
“저… 대학 안가요, 아니 못가요.”
“왜? 문제 있어?”
“그냥… 두루두루….”
뭔가 사연 있는 눈치기에 현주는 말을 접었다. 영후는 제법 운전을 잘 하는 것 같았다. 그때 승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 승호야! 엄마야!”
[….]
“그래 금방 가, 응….”
[….]
“키? 응, 있어 응… 알았어.”
[….]
“그래, 그럼… 자고 있어, 응, 응….”
“승호에요?”
“응…, 졸려서 먼저 잔다고….”
“네….”
서울교를 막 넘어가는데 올림픽대로의 가로등 불빛이 길게 이어진 게 눈에 보이는 현주였다. 저 길의 끝은 어디일까? 현주는 영후의 뒷모습을 잠시바라보다 조용히 불러본다.
“영후야.”
“네.”
“오두산 통일전망대… 가봤니?”
영후는 대답대신 룸 밀러로 보이는 현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거기엔 조명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현주의 얼굴이 있었다. 붉게 물들었다가 하얗게 눈부시기도 하는… 그리고 슬퍼 보이면서 빛나 보이기도 하는… 선생님의 눈동자…, 둘의 눈이 마주친 순간 영후가 대답했다.
“가보진 않았는데… 지금 가보고 싶으세요?”
“….”
“….”
“아, 아냐…, 그냥 집으로 가자….”
대답 없이 액셀을 밟는 영후를 바라보며 차창으로 시선을 돌린 현주는 집에서 멀어져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른 영후를 보며 말하려다 이내 시트에 몸을 맡긴 채 다시 시선을 밖으로 돌린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었다. 그저 마음이 복잡한데다가 대리기사가 아는 사람인 것이 조금 안심도 되고, 또 내일은 쉬는 날이기도 하고…, 그리고 승호도 자고 있으니 이럴 때 조금은 여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영후는 아까부터 차 안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여자의 냄새가 향기로웠다. 그 여자가 누구이던가? 그동안 삶에 치이느라 잊고 지냈었지만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해본 여자였다. 이 여자는…, 그냥 같이 있어 보고픈 마음이었다. 결코 싸구려 여자는 아니니까…, 여자라면 질릴 정도로 겪어본 영후였다. 그런데 이 여자는 틀리다. 모든 게…,
그날 십몇 년 만에 처음 봤을 때 심장이 덜컥한 것이 과언(誇言)이 아니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지만 그 고왔던 자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주 많이…
승호의 집에서 나와 이모네 집인 컴컴한 지하방으로 왔을 때 평소 적막(寂寞)하던 그곳이었지만 그날은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실로 오랜만에 영후는 자위를 해보았다. 쉽게 절정에 다다랐으며 그 순간 영후는 현주를 불렀었다.
“아… 선생님! 후욱! 선생… 아… 씨발…, 현주야!”
슬그머니 중심에 힘이 들어감을 느끼며 더욱 힘껏 액셀을 밟아보는 영후였다.
깜깜한 가운데 저 멀리 희미하게 오두산 전망대가 바라다 보이는 오두산 통일전망대 공영주차장 근처의 길 가…,
영후가 나지막이 말했다.
“선생님…!”
현주는 잠이 든 건지 어떤 건지 움직임이 없었다. 한참을 뒤돌아 바라보던 영후가 운전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밤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기지개를 켜던 영후가 현주가 타고 있는 차 뒷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왠지 모를 긴장감에 후우하고 한숨을 쉬고 난 후 손에 힘을 주었다. ‘딸각’하고 문이 열린다. 현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