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15)

#02

며칠 뒤,

한가로운 휴일이지만 집안엔 나와 이모 단 둘이다. 이모부는 직업상 변변한 휴일이 없다. 오히려 남들이 한가하게 쉬는 휴일이 그쪽 업계에서는 가장 바쁜 날이 아닐까.

어김없이 이모부는 회사에 출근을 했다. 이모 역시 몸이 무서운 탓에 외출도 못 하고 그저 방바닥만 뒹굴 뿐이다. 뭐, 나도 다르고 할 건 없었다.

- 띠리리리! -

그때, 조용하던 집안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왔다.

“아, 내가 받을게!”

거실에서 이모가 소리쳤다. 그리고 잠시동안 수다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지원아! 지원아! 잠깐만 나와봐!”

이모의 부름에 난 보던 책을 덮고 거실로 나왔다. 그러자 이모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있잖아. 너 지금 할 일 많니?”

“응? 아니, 왜?”

이모는 미안한 듯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저기, 이모 친구 있지? 전에 왔던.”

“아, 정민이 이모?”

“응. 정민이가 오늘 집에 가구배치를 새로 해야되는데 일해줄 사람이 없다고 도와달라고 하는데. 지금 이모두 이 모양이구, 이모부두 회사에 가버려서 사람이 없잖아. 그래서 네가 좀 도와줄 수 있을까 해서. 싫으면 굳이 안 가두 되구.”

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이모의 표정은 ‘부탁해!’ 라고 하고 있었다.

“아냐. 별로 할 일도 없는데. 내가 갈게. 어디로 가면 돼?”

내 대답에 이모가 뛸 듯이 기뻐했다.

“정말 그래줄래? 호호. 고마워, 지원아. 대신에 갔다오면 오늘 저녁은 이모표 정식 풀코스로 해줄게.”

“아, 됐어. 이모 힘들어.”

“헤헤. 땡큐, 땡큐.”

이모가 폴짝폴짝 뛰며 내 뺨에 뽀뽀를 해댔다.

결국 난 이모에게 받은 정민이 이모의 주소가 적힌 쪽지 한 장을 달랑 들고 정민이 이모의 집을 찾아가야 했다.

정민이 이모의 집은 우리집과는 제법 거리가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1시간이나 걸렸다.

장작 한 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정민이 이모의 집은 오피스텔이었다. 다행히 오피스텔이 지하철 역과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좋았다.

이모가 준 쪽지에 적힌대로 정민이 이모의 집을 찾아갔다. 10층 4호, 1004호이다.

- 딩동! 딩동! -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후,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민이 이모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아, 안녕하세요?”

“어라? 지원이구나? 재혁씨는?”

재혁이는 이모부의 이름이다. 아마 그녀는 이모부와 이모가 오는 줄 안 모양이다.

“이모부는 오늘 출근했어요.”

“엥? 일요일인데? 참 대단한 열성이야. 암튼 들어와. 휴우.”

정민이 이모가 이마에 가득 맺힌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집안이 온통 엉망이다. 넓은 거실에는 새로 산 듯 깔끔하게 포장된 가구들이 가득했고, 그 외에는 쓰레기와 묵은 먼지가 군데군데 뭉쳐있었다.

“후아. 집이 좀 지저분하지? 전에 있던 가구들 다 빼버렸더니 이 지경이네. 하하.”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지으며 정민이 이모가 말했다.

“뭐, 다 그렇죠. 근데 가구는 새로 산 거에요?”

“응. 전에 쓰던 건 낡아서 싹 다 바꿔버렸어. 호호.”

그녀는 자랑하듯 가구 중 하나의 포장을 벗기며 말했다.

“전부 옮기느라 힘들었겠어요.”

“아냐, 포장이사 불러서 올렸어. 전에 가구들은 전부 버렸구.”

포장이사? 그럼 일꾼들이 꽤 왔을텐데. 적어도 가구를 올렸으면 정리 좀 해주고 갈 것이지. 참, 책임감 없는 사람들 같으니.

“나쁜 사람들이네요. 기왕 올린 김에 조금만 더 고생해도 정리 좀 해주고 가지.”

내 말에 정민이 이모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냐. 일부러 그냥 보냈어. 정리해달라고 하려다 막상 가구를 빼고 나니까 엉망인 거야. 그래서 청소부터 하고 정리하려고. 근데 청소를 하려니까 꽤 만만치 않네. 후후.”

어깨를 으쓱하는 정민이 이모를 보며 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의외로 계획성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난 자켓을 벗어 깨끗한 한쪽 구석에 두고 팔을 걷어올렸다.

“그럼 뭐부터 하면 되요?”

“응. 청소부터 하면 돼. 내가 걸레질 할테니까 넌 빗자루로 좀 쓸어줄래?”

“예.”

그렇게 정민이 이모집의 대청소가 시작되었다.

정민이 이모의 집은 도대체가 여자 혼자 사는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지저분한 상태였다. 청소를 마칠 때가 되자 집에서 나온 쓰레기만도 50리터 쓰레기봉투 두 개가 꽉 차게 나왔다.

청소를 마치고 우리는 우선 침실 가구부터 정리했다.

침대를 조립하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올리면 정민이 이모가 연한 분홍색 하트무늬가 새겨진 커버를 씌웠다.

그러는 와중에 난 정민이 이모와 수시로 티격태격했다.

이게 먼저다, 저게 먼저다. 생각해보면 참 유치한 다툼이었지만 정민이 이모도 고집이 만만치 않아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엔 전부 내가 물러서야 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남들이 봤다면 아마도 신혼부부라고 해도 믿을 정도랄까?

침실 정리를 마치고 주방의 가구를 하고 바로 거실로 나왔다. 주방에는 그냥 식탁과 테이블만 옮기는 거라 그다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거실 정리를 하려고 하자 시계가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어머, 벌써 점심시간이네? 지원아, 배고프지?”

“네, 조금.”

“그럼 우리 중국집에서 뭐 좀 시켜먹을까? 내가 음식 솜씨가 아직 별로거든. 차마 너한테 뭘 만들어주기가 좀 그러네. 헤헤.”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어보이는 그녀. 내가 알았다고 하자 쪼르르 달려가 어느샌가 음식을 주문했다.

20여분 쯤 기다리자 음식들이 도착했다.

참 푸짐하게도 시켰다. 자장면 두 개에 탕수육, 군만두, 거기에 생전 첨보는 요리도 두 가지가 있었다. 도대체 이걸 두사람이 전부 먹을 수나 있을까? 라고 생각한 건 내 오산이었다.

정민이 이모는 야무지게도 앉은 자리에서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 많은 것들을 전부 비워버렸다. 정말 대단한 식성이 아닐 수 없다.

식사를 마치고 정민이 이모가 타온 홍차를 한잔하면서 잠시 휴식을 가진 우리는 다시 가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구는 거실가구가 가장 많았다. TV테이블부터, 테이블, 쇼파에 수납장까지. 하나하나 재배치하고 그 안에 물건들을 정리하기까지. 전부 완전히 마치자 시간이 벌써 저녁을 가리키고 있었다.

“후아. 이제 다 끝났네. 나머지는 나 혼자 천천히 정리하면 되니까 이 정도면 될 거야.”

정민이 이모가 이마에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이걸 우리 둘이 했다니. 내일이면 아마 몸살날 것 같아요.”

“그렇겠지? 아아, 몸살나면 안 되는데. 에휴.”

내 말에 정민이 이모가 자기 어깨를 치면서 대꾸했다.

“이제 좀 쉬자. 이리 와서 좀 앉아.”

그러더니 정민이 이모가 나를 쇼파로 끌어당겼다.

- 털썩 -

온몸에 힘이 빠진 난 그 힘에 끌려 힘없이 쇼파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검은 가죽으로 된 쇼파는 보기와 다르게 푹신하고 편했다. 덕분에 쉽게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끼며 난 쇼파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그러자 정민이 이모가 내 옆에 바짝 붙어앉으며 귓가에 대고 나직하게 물었다.

“어때? 편하지?”

“아, 네. 움직이기 싫을 정도로. 이대로 푹 쉬고 싶어요. 후.”

별 의미없이 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럼, 이렇게 좀 쉴까?”

정민이 이모가 더욱 내 옆에 달라붙으며 말했다. 그러자 난 조금 불편함을 느껴 고개를 들어 정민이 이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정민이 이모의 얼굴이 정면으로 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어이쿠!”

난 깜짝 놀라 뒤로 주춤 물러났다. 장난스레 미소를 지으며 날 빤히 바라보는 정민이 이모. 의외로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 꽤 괜찮았다. 뽀얀 피부엔 잡티 하나 없었다. 오히려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는 편이 더 나은 듯 했다.

내가 깜짝 놀라자 정민이 이모가 더 상체를 숙여 더욱 나를 향해 다가왔다. 다시 그녀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짜식! 놀래긴.”

그러며 내 이마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튀기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참, 황당한 여자인 것 같았다.

정민이 이모가 물러나자 난 다시 편하게 쇼파에 몸을 뉘었다.

잠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쇼파에 기대어 있었다. 그러자 이제 집에 가야겠단 생각이 들어 눈을 떠 몸을 일으켰다. 그때, 문득 난 정민이 이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찬찬히 뜯어보니 정민이 이모도 꽤나 미인인 것 같았다. 도무지 삼십대라고 보기 어려운 얼굴도 그렇고. 피부도 깨끗하다. 옆에서 보면 오똑한 콧날에서부터 도톰한 입술을 지나 매끄러운 목선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리고, 그리고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정민이 이모의 가슴으로 향하고 있었다.

봉긋 솟은 가슴 곡선, 그리고 그 정가운데 우뚝 선 작은 돌기.

돌기?

그러고 보니 처음 왔을 땐 경황이 없어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정민이 이모는 티셔츠 안에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땀에 흠뻑 젖은 티셔츠가 몸에 찰싹 달라붙어 마치 벗은 알몸을 보고 있는 듯 그녀의 몸매가 훤히 드러났다. 그때, “뭘봐, 짜샤?”

갑자기 정민이 이모가 몸을 일으키며 싸늘한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아뿔싸!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부끄러운 모습을 들켜버린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호호. 이 녀석! 응큼하게.”

갑자기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살짝 받쳐 올린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내가 다가왔다. 그러더니 그녀의 얼굴이 바로 내 눈앞까지 다가왔다.

“너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지?”

그러면서 내 귓가에 대고 나직하게 말했다. 따스한 입김이 나의 귀를 자극했다. 달콤한 듯 끈적한 목소리가 나의 신경을 자극했다. 청각을 따라 머리로 전해져 뉴런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된다.

“아, 아, 아, 네.”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분명 난 떨고 있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푸훗.”

그녀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왠지 그 웃음마저도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어때? 한번 만져볼래? 내 가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우선.. 한가지 공지를 해야겠군요..^^;

[연상시리즈]의 제목이 [연상녀시리즈]로 변경되었습니다..

어쩐지 보고 있자니 연상이란 단어가 뭔가 떠올린다는 의미의 연상으로 혼동되는 것 같아서..

확실하게 연상녀.. 로 바꿨습니다..^^

다음은.. 고마운 댓글을 달아주신 독자님들 소개시간~~~

[무우대리]님.. 은 처음 뵙는 군요.. 분명 [아이엄마]에선 뵌 적이 없는데..

수정전에 댓글 달아주신 분인가요? 시간이 꽤 되서 그런지 헷갈리는 군요..

암튼 반갑습니다..^^

[우당탕덜컥]님.. 감사합니다..^^

[마론크림]님.. 도 처음 뵙는 것 같은데.. [아이엄마]를 좋아하시는 군요..^^ 뭐, 하지만 [아이엄마]와 [연상녀시리즈]는 엄연히 다른 분야.. 근친과 연상녀이니까.. 모쪼록 둘 다 사랑해주세요~~^^ [스카베이더]님.. 제 글을 좋아해주시니.. 황송할 따름이네요..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요즘 조금 바빠서 작업을 잘 못해서 업 시간이 좀 걸렸네요..^^

확실히 리뉴얼, 리메이크보다 창작이 더 어렵고, 더딘 것 같군요.. ㅋㅋㅋ 암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

P.S

가끔 혼동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간만에..

CAUTION...

소설은 소설일 뿐..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정신 건강 및 사회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냥 소설을 읽는 걸로 만족하시길..

P.S2

본인이 소설을 쓰는 건 단지 대리만족을 위해서입니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들.. 그러니 부디 제 글을 읽는 걸로 만족하시고. 절대 따라하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만일 따라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그 책임은 본인이 지지 않습니다..

하긴.. 우리 횐님들 중에서 야설을 따라하실 만큼 어리석은 분들은 계시지 않으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V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