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의 사랑 -5- 미지정
그녀는 무릎을 세워 그의 엉덩이를 감았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느끼는 남자의 살결이 부드럽게 그녀와 마찰하였다
오랫만에 남자의 성기를 머금었던 그녀의 비경이 아직도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는 길게 한숨을 토해 내고는 그녀의 몸에서 내려와 그녀의 곁에 누웠다
그는 그녀에게 팔벼개를 해주며 그녀를 끌어 안았다
한쪽 다리를 그녀의 다리를 감고 그녀의 작은 알몸을 감싸 안았다
수많은 섹스를 해온 그였지만 오늘처럼 만족한적은 없었다
그는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면서 온몸으로 그녀를 안았다
연희도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쾌감을 느끼면서 그에게 안겼다
그는 다리로 그녀의 배에 묻은 정액을 문질렀다
미끌미끌한 정액의 느낌이 그녀의 배를 차갑게 했다
머리맡에 있는 화장지를 뜯어 그의 페니스에 묻은 정액을 닦아주었다
약간 허리를 들고 자신의 페니스를 닦아주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녀의 가슴에 매달린 유방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연희는 배에 묻은 정액을 닦아냈다
엉덩이에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그녀의 배를 타고 흘러 내린 정액이 침대 시트에 묻어 그녀의 엉덩이를 차갑게 했다
그는 그녀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비비면서
“좋았어?”
하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네 좋았어요….”
“응 나도 좋았어..연희..당신은 굉장한 여자야….이런 경험 처음이야…”
그는 만족한 듯 연희에게 말했다
그의 말은 어느새 반말로 돌아서 있었지만 연희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받아 들
였다
“저..그만 가봐야 겠어요…..”
그녀의 젖꼭지를 애무하고 있는 그의 손을 살며시 밀면서 일어서려고 하였다
“오늘 같이 자고 가면 안돼?”
그는 다리로 그녀의 하반신을 감으며 그녀를 끌어 당겼다
“안돼요…집에 가봐 야해요….”
그녀도 피곤했지만 인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이대로 잠들고 싶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남자의 포근한 품안을 떠나기 싫었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남자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졸음이 밀려왔다
그대로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아 하체를 감고 있는 그의 다리를 살며시 밀었다
가슴에 얹힌 그의 손을 잡고 밀어내었다
잠시 그대로 누워 있다가 이불 밖으로 빠져 나와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이 그녀의 몸을 기분 좋게 하였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그는 가벼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후훗…남자들이란….”
그녀는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그녀는 남편 생각이 났다
그녀의 남편도 그녀와 섹스를 하고 나면 곧바로 자버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녀가 옷을 입으며 부시럭 거리자 그가 눈을 떴다
“아…일어 났었어? 내가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야”
“이제 깼어요?”
“지금 몇시지?”
그녀는 팔목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2시 10분전 이예요…”
벌써 모텔에 들어온지 한시간 가까이 되었다
“응 그렇게 되었나?”
“집에 안갈꺼예요?”
그는 그녀의 옷 입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의 페니스가 축 늘어진 모습에 그녀는 웃음이 나왔다
조금 전 그녀의 몸 속에서 그녀를 열락의 도가니에 몰아 넣었던 위용은 사라졌다
그는 그것을 가릴 생각도 없이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있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당신 정말 너무 멋있는 여자야….”
하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를 하며 그녀를 돌려 세웠다
그는 그녀의 빨간 루즈가 묻어있는 그녀의 입술에 다시 한번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도 발을 세우고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키스에 응했다
그의 입술은 부드럽게 연희의 입술을 가득 덮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둔부를 가득 쥐며 끌어 당겼다
“씻으세요…..”
그가 입술을 떼자 그녀는 그의 작아진 페니스를 잡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꼈다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녀의 몸을 놓아주고 욕실로 들어가 대충 몸을 씻었다
연희는 그가 샤워를 끝낼 때까지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가 몸을 닦으면서 나왔다
그녀는 옷 입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침대의 이불을 정리했다
침대 밑에는 정액이 묻은 휴지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집어 휴지통에 넣고 이리저리 둘러 보았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그녀는 그가 옷을 다 입을 때까지 방안을 정리했다
모텔을 빠져 나오면서 연희는 야릇한 마음이 들었다
카운타를 지키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입가에 야릇한 웃음을 띈 그 남자의 눈길은 너도 별수 없는 여자 아니냐? 하는 그런
눈초리였다 기분이 나빴다
마치 무슨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텔을 나오자 밖은 몹시 추웠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또 만날수 있을까?”
하면서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글쎄요….”
“전화번호좀 알려줘….”
연희는 망설였다
그가 싫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
“응 ..지금 들어가는 중이야….”
“………..”
“알았어…바로 들어갈게…..”
하면서 그는 전화를 끊었다
“어디서 온 전화예요?”
“응 집에서 왔어….”
그가 약간 계면 쩍은 듯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그에게서 또 다른 것을 느꼈다
그에게 가정이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딴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럼 나는 뭐란 말인가?
나는 이남자의 뭐란 말인가? 세컨드? 아니면 애인? 정부?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결국 나는 또 다시 혼자였단 말인가?
그에게 나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피식 웃었다
가정이 있는 남자와 같이 여관에 들어가서 섹스를 나눈 것 뿐이다
아무런 사랑도 없이 그저 암컷과 수컷으로서 교미를 한 것이다
그녀는 오늘 만족했다
그는 그녀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었다
그와 한 몸이 되었을때는 잠깐동안 사랑의 기쁨도 느꼈었다
화장실 들어 갈 때와 나올 때의 심정은 정반대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지?’
그녀가 아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그가 물었다
“아..아니예요 그냥 집이 걱정이 되어서요…..”
“나중에 또 만날 수 있을까?”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미안해요….”
그녀는 두리번 거리며 지나가는 택시를 찾았다
“연희…..”
그는 아쉬운듯하면서 지갑을 꺼내 명함 한 장을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연희의 연락처를 알려주기 싫으면 이리로 전화해…..”
“알았어요…”
그녀는 그의 명함을 잠시 바라보다가 핸드빽 속에 넣었다
마침 지나가는 택시가 있어 그녀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올라탔다
“꼭 연락해…..”
“알았어요..안녕히 들어가세요…..”
그는 택시를 타고 가는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 그녀는 키를 꽂고 조심스럽게 돌렸다
딸그락 거리면서 현관문이 열렸다
“엄마?”
인수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응..아직 안잤니?”
“네..오늘은 무척 늦었네요….”
인수가 거실로 나왔다
“응..그래 왜 지금까지 안잤니?”
“엄마가 안 들어 오셨는데 걱정이 돼서요…..”
연희는 자기를 걱정하며 늦은 밤까지 자지 않고 있는 인수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미안하구나….그냥 자지 그랬어?”
“아니예요……. 오늘 재미 있었어요?”
그녀는 인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응 ..재미있게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구나….
“다행이네요….’
인수는 이렇게라도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지내는 것이 엄마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
되었다
엄마의 방에 들어가 엄마의 코트를 받아 들어 옷걸이에 걸어 놓았다
그때 인수는 엄마의 머리카락이 아직도 물기에 젖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
다
“엄마 머리가 많이 젖어 있어요…”
조금 전 모텔에서 샤워를 하면서 머리에 물이 묻은 채로 그대로 들어온 것이다
“그래?…….. 땀이….많이 흘렀던 모양이지?”
연희는 머리를 만지면서 어설프게 둘러댔다
평소의 엄마 답지 않게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말을 더듬거렸다
인수는 연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얼굴은 땀기가 전혀 없이 보송보송 하였다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온 얼굴치고는 화장한 얼굴이 너무 깨끗했다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늦게 들어 온 적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머리가 물에 젖어서 들어
온 적은 없었다
인수는 엄마에게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으나 그것이 다른
남자와 같이 섹스를 하고 왔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의 입에서 술 냄새가 느껴졌다
“그럼 주무세요…..”
인수는 연희의 방을 나서면서 엄마의 행동이 오늘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인수가 나가자 연희는 옷을 벗어 부치고는 그대로 침대에 누었다
온몸이 나른하였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아까 모텔에서 그와 누워 있을 때는 잠이 쏟아 졌는데 잘 시간을 놓치고 난후 그녀는
쉽게 잠이 들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가 준 명함 생각이 났다
그녀는 핸드빽을 열고 그의 명함을 찾았다
“영진 건설 주식회사 상무이사 김갑수” 라고 박힌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핸
드 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 지방에서 꽤 이름있는 건설 업체였다
그녀는 한참 들여다 보다가 다시 핸드빽 속에 넣고는 잠을 청했다
방으로 돌아온 인수는 곧 엄마가 샤워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임에서 늦게 들어 왔을 때 꼭 샤워를 하고 자는 엄마의 습관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의 방에서는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인수도 잠이 오지 않았다
며칠간 그는 엄마와의 꿈속에서 가진 정사를 생각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요즘은 자꾸 그 생각이 떠오를 때가 많았다
아침마다 불끈 솟아있는 성기를 주체 할수 없었다
가끔 자위를 하면서 성욕을 배출하기도 했으나 사정을 하고 나면 곧 이어 후회가 따랐
다
자위 할 때면 엄마의 나신이 떠올랐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언제나 떠오르는 엄마의 다리 사이에 역 삼각형으
로 퍼져있는 검은 숲을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었다
인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인수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공부를 할까 하다가 머리에 들어 올 것 같지 않았다
인수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는 인터넷 사이트를 뒤졌다
그곳에는 각종 포즈로 섹스를 하고 있는 야한 사진들이 수두룩 하였다
가끔 보아오는 그런 사진이었지만 일본 여자들의 누드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남자를 유혹하는 자세로 찍은 여자들의 사진은 한결같이 아름다웠다
오랫동안 인터넷을 뒤지면서 그림을 보다가 늦게야 인수는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연희는 일찍 일어났다
김갑수와 격렬한 정사를 나누고 난후 그녀는 오랫만에 깊은 잠이 들었었다
그녀는 누워서 간밤의 일을 생각했다
남편이외의 남자에게 몸을 허락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2년여 동안 혼자 잠을 걸치며 보냈던 긴긴밤이 너무나 서러웠다
그녀는 남편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혼자서 지낸 수많은 밤을 생각하면서 남편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인수에게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기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인수를 생각하면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을 것 같았다
어제 밤 인수가 자기의 머리카락이 젖은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걱정이 되었다
인수는 벌써 일어나 자기방을 정리 하고 있었다
연희는 인수의 아침을 바삐 준비했다
식탁 위에서 인수의 밥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는 한없는 행복을 느꼈다
“인수야…..”
“네?”
“이제 며칠 남았지?”
“일주일 남았어요….”
“아무리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도 생각 해야 해…..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
어가면서 공부해”
연희는 공부 보다는 인수의 건강이 더 걱정이 되었다
다행이 인수가 잔병치레 없이 잘 자라주어서 고마울 뿐이었다
인수가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서자
연희는 문득 인수에게 죄를 짓는 느낌이 들었다
“인수야….”
“네?”
연희는 인수를 불러 놓고 말없이 인수의 곁으로 가서 인수를 안아주었다
엄마의 머리에서 향긋한 샴푸냄새가 풍겼다
“엄마 갑자기 왜 그러세요?”
“인수야”
“네”
“엄마 너 없으면 못사는 거 알지?”
“엄마는 참 새삼스럽게 왜 그러세요? 나도 엄마 없으면 못산단 말이예요”
인수는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후 엄마는 더욱 인수를 의지하는 것 같았다
장례식 날 서럽게 울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인수도 작은 엄마의 어깨를 힘껏 안았다
인수를 보내고 집안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전화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연희? 어제 재미 많이 봤니?”
“정숙이구나”
“그래 요것아 그래 어제는 그 남자와 재미 많이 봤니?”
“재미는 뭐…그래 너하고 현주는 어떻게 했니?”
“응 그 남자들이 어찌나 추근대는지 떼어 놓고 오느라고 혼났어 그나 저나 네 파트너
는 하고는 어제 재미 많이 봤니? 설마 차 한잔만 마시고 헤어지지는 않았겠지?”
“아냐..그냥 차 한잔 마시고 헤어졌어….”
“거짓말 하지마…나중에 명자한테 물어보면 다 알아….”
“차 한잔하고 양주 한잔 더 마시고 그냥 헤어졌어”
“왜 그냥 헤어졌어….오랫만에 남자 회포를 풀지 그랬니? 그런다고 저 세상으로 떠난
인수아빠가 좋아할 줄 알았니? 그래 봐야 너만 손해야 혼자 살면서 어쩌면 그렇게 앞
뒤가 꼭 막혔니? 2년 정도 수절했으면 인수아빠한테 할 도리는 다 한거야”
연희는 그렇게 말하는 정숙이 고마웠다
그래도 자기 맘을 알아주는 친구는 정숙이 밖에 없었다
“그래 고마워 정숙아 그렇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어쩌겠니”
사실 그대로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거짓말을 했다
“그 사람 괜찮은 사람 같더라 아마 내 파트너 였으면 그냥 안 보냈을걸?”
사실 정숙은 말은 그렇게 해도 아직까지 다른 남자와 아직까지 외도를 한적이 없었다
친구 중에 명자만이 유독 남자편력이 심했다
그녀는 하루라도 남자가 없으면 못사는 여자였다
집을 나선 연희는 목욕탕으로 가서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고 양팔로 가슴을 안고 다
리를 쭉 펴고 눈을 감았다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면서 그녀의 기분을 더욱 상승시켰다
그녀는 눈을 감고 어제의 격렬했던 정사를 생각했다
오로지 남편만을 알고 살아온 그녀였다
다른 남자와 몸을 섞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큰 변화였다
그녀는 인수에게 비밀이 없었는데 어제의 일로 인수에게 비밀이 한 개 생겼다
만약에 인수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은 것을 알면 엄마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연희는 김갑수를 생각했다
그러자 자꾸 남편의 얼굴이 크로즈업 되었다
“여보 미안해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그렇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죽은 남편을 생각하자 그녀의 눈에 이슬이 고였다
연희는 미장원에 출근을 해서도 김갑수의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김갑수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남편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그러나 손님들이 오면서 바빠지기 시작하자 모든 것을 잊을 수가 있었다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자 그녀는 다시 적막감에 젖었다
다시 외로움이 밀려왔다
매너 좋은 김갑수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그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집에 들어 갔을까? 아니면 어제처럼 어디서 술을 한잔 마시고 있을까
그녀는 핸드빽 속에서 그의 명함을 꺼내 다이얼을 돌렸다
“여보세요”
어제 듣던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전데요….”
“누구십니까?……..”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못 알아 듣는 그가 야속했다
바로 어제 밤 자신과 한 몸이 되어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인가 싶었다
“저 연흰데요..”
“아….네 …안녕하세요?
그는 연희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 같았으나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말을 놓던 사람이 갑자기 경어를 쓰는 것이었다
연희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때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냐고 묻는 것 같았다
연희는 직감적으로 그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집에 있었던 것이다
부인이랑 같이 있는 것 같았다
누군데 이 밤에 전화 하느냐고 그의 부인이 묻는 말이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연희는 겁이 덜컥 나서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리곤 참지 못하고 그에게 전화를 한 것을 후회했다
심한 모멸감이 느껴졌다 김갑수가 그녀를 배신한 것 같았다
그는 역시 남의 남자였다
그녀는 신문지상이나 이웃에서 무수히 보아온 간통사건을 떠 올리자 몸을 부르르 떨었
다
김갑수와 자신이 쇠고랑을 차고 경찰서를 들락 거리는 모습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망연자실한 인수의 모습도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잠깐 동안이지만 동네 사람들의 수근거리는 모습도 떠올랐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그냥 서로 즐겼을 뿐인데 그는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남자 아닌가?
2년간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술기운에 서로의 육체를 즐겼을 뿐이었다
서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 달아오른 욕정을 해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어제 그 욕정을 해소 했음에도 불구하고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은 김갑수와 통
화를 하지 못한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으로 무수히 돌아올 밤을 또 혼자 보내야만 하는 자신이 과연 그 긴긴 밤을 참아 낼
수 있을까
연희는 다시 혼자가 됐다는 외로움에 몸을 떨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인수가 집으로 들어 왔다
“이제오니? 저녁은 먹었니?”
“네 아까 먹었어요…..”
“그래 피곤하지?”
“아니요…엄마가 피곤 하실텐데….”
인수가 씻으려고 욕실로 들어가자 연희는 잠옷으로 갈아 입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잠시 후 인수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연희의 곁에 앉았다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연희를 보자 인수는 며칠 전 꿈이 생각났다
인수는 약간 계면쩍은 얼굴로 엄마를 바라 보았다
그러자 꿈속에서 보았던 엄마의 얼굴이 아닌 것도 같았다
연희는 곁에 앉아 있는 인수가 든든했다
그녀의 머리에서 갑자기 며칠 전 인수의 팬티에서 자위의 흔적이 떠 올랐다
인수가 내 알몸을 생각 하면서 자위를 했을까?
그녀는 남자가 어떻게 자위를 하는지 몹시 궁금했지만 인수에게 그것을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날 밤 연희는 욕정에 몸부림 쳐야 했다
한번 허물어진 그녀의 육체는 걷잡을 수 없이 남자를 갈구했다
그렇다고 아무 남자나 만나서 자신의 욕정을 해소 할 수는 없었다
그 후 연희는 다시 김갑수 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가정과 부인이 있는 남자를 자주 만나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인수의 수능 성적이 발표되자 연희는 인수의 대학진로를 결정 해야만 했다
인수의 성적으로 보아 서울의 명문대도 갈수 있는 그런 점수였다
지방대학으로 가면 장학생으로 갈수 있었지만 담임선생님의 강력한 권유로 인수는 서
울에 있는 K 대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연희는 인수를 서울로 보내고 나면 혼자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인수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서울로 보내고 싶었지만 혼자되는 것이 싫었다
연희는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인수도 엄마가 몹시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연희는 인수를 위해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대학 근처의 하숙집을 구했다
미장원이 그런대로 되어서 두 식구가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많지는 않지만 연희가 워낙 알뜰해서 저축도 많이 하고 있었다
“엄마 아주 떠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인수가 입학식을 위해 서울로 떠나기 전날 연희와 인수는 저녁을 먹으면서 애틋한 모
자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토요일 마다 엄마 보러 내려 올께요”
연희는 괴로웠다 넓은 집에 자기 혼자 몇 년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자 외로움이 밀려
왔다
남편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사랑하는 아들마저 멀리 보내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이 너
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인수야 꼭 서울로 가야하겠니?”
벌써 대학의 입학 절차를 모두 마쳤지만 연희의 마음은 인수를 붙들고 싶은 심정이었
다
“이미 정해진 거잖아요…”
인수는 괴로워 하는 엄마가 안쓰러웠다
거실에는 인수의 가방과 보따리가 쌓여 있었다
“엄마…. 시간 나면 자주 오시면 되잖아요”
인수는 엄마를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난감했다
엄마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그녀지만 막상 내일이면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 보낸다고 생각하
자
하릴없이 눈물이 고이는 것이었다
방으로 돌아온 연희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인수도 자기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으나 엄마가 저렇게 슬퍼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
다
연희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도저히 이대로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연희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남겨둔 양주를 꺼냈다
그녀는 거실 소파앞에 앉아 양주를 홀짝 거리면서 마셨다
술이라도 마셔야 외로움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안에 누워 있던 인수는 엄마의 방문이 열리면서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들
었다
연희는 거푸 세 잔을 마셨다
가끔 남편이 보고싶을 때 연희는 이렇게 독한 양주를 몇잔 마시고 잠을 이룰 수 있었
다
“엄마가 또 술을 마시는 구나…..”
인수는 그대로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엄마는 거실등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홀로 소파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갑자기 엄마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왜 안자고 나오니?”
연희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엄마도 안 주무시는데 제가 어떻게 잠이 오겠어요?”
인수는 소파에 기대면서 연희곁에 앉았다
“술 한잔 안하면 잠이 안올것 같구나”
“엄마…”
인수는 엄마의 목을 끌어 안았다
“다 큰애가….왜 이러니?”
“엄마 죄송해요..엄마를 두고 떠나는 저도 마음이 편치 않아요….”
“우리아들 얼굴이나 좀 더 봐두자….”
인수는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았다
화장을 지운 연희의 얼굴이 창백하게 보였다
“인수야….”
“네?”
“가서 자라..내일 일찍 떠나야 하잖니…..”
“엄마하고 같이 가잖아요…..”
“그래도….일찍 자둬라…..”
“싫어요 엄마가 안 주무시면 저도 안 잘거예요….”
연희는 기특하다는 듯이 인수의 등을 토닥 거렸다
“인수야….”
“네?”
“오늘 엄마하고 같이 잘래?”
연희는 떠나보내는 아들과 함께 자고 싶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출장이 잦아 인수와 한방에서 같이 자기도 했지만 인수가 자라면
서 지금껏 각방을 쓰며 살아왔다
인수는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인수는 엄마와 같이 자면서 엄마를 위로 해 드리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인수와 같이 자본지도 꽤 오래 되었다 아마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한번
도 같이 자본적이 없지?”
“네 그런 것 같아요….”
“아빠 살아계실 때 가끔 네가 아빠와 엄마 중간에서 잔적도 많았지…..”
“그럼 그만 가서 잘까?”
“네 엄마 ..그만 일어나세요“
인수는 연희의 팔을 잡아주며 연희를 일으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