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지 않으려는 나혜를 핸드폰 하나를 호준명의로 새로 사서주고
서울 가서 꼭 전화 할테니까 걱정말고 올라가라고 달래서
청량리행 새마을호 열차 에 간신히 태워보낸 호준이 찾은곳은
동해시 를 한참벗어난곳에 위치한 해군 1 함대 사령부였다....
대한민국 해군의 전초기지 로써 대양해군을 지향 하는 제1함대 는
실질적으로 해군중에선 최전선에 위치한 함대로
1986년부터 시작된 'KDX-1계획'의 결과로 건조된 한국형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 을지문덕함,
을 운용하는 해군 최정예 부대 이기도 하다...
호준에겐 지나간 과거의 편린같은 ......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던 한 여자 에 대한 기억과 함께 묻혀버린
젊은날의 추억이 묻어 있는곳.
내 젊음 조국에 바친다는 구호아래 땀과 피와 눈물을 흘렸던
옛동료들이 있는곳.....UDT/SEAL 팀
호준은 정문 면회실 안내사병 에게
기억나는 몇명 동기생및 동료들의 이름을 차례로 나열했다.
대한민국 남자가 죽을때까지 결코 잊을수없다는 주민등록번호 와 군번 그리고
친했던 동료 전우들의 이름석자....
"필승!"
면회실 수병 의 경례소리에 출입구쪽을 돌아보니
낮익은 얼굴이 들어섰다.....
"이게 누구야~?"
"얌마 강하사...아니 지금은 상사 달았구만....."
"너 너 호준이?.....야 임마 너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애들한테 예기는 대충 들었다...너 외인부대 갔다면서?"
"글구 임마 그냥 상사 아니구 일등상사다 임마 일등상사 별 안보여? ㅋㅋㅋ"
구김살없는 환한 얼굴로 속사포 처럼 쏘아대는 옛 전우의 모습에 빙그레 웃음부터 나온다.
어슴프레 하게 기억나는 이름이었지만 얼굴을 보는순간 진해 해군사령부 근무시절부터 같이 근무했던 동기생
강성기 를 확인한 호준은
강성기를 통해 현재 이곳에서 자신의 옛 씰팀 동료들이 생각보다 꽤 많이 근무하고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현재 작전중이라서 모두 나가있는 상태라 얼굴을 볼수 없으며
강성기는 본부 인사계 로 내근중이라 누가 면회 왔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나올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로 겪은 이런저런 군대 예기와
호준이 참전했던 전쟁 에서의 전투경험 등을 한참 동안 나눈뒤에서야
비로소 호준은 진짜 묻고 싶었던 예기를 어렵사리 물을수 있었다....
"성기야.....혹시...예전에 나하구 같이 살았던....명희 소식 들어봤냐?...."
"제수 씨...?"
"어.."
"너 그럼 그동안 제수씨 하고도 한번도 연락 안하고 살은 거냐?"
"제수씨 임마 너 그렇게 떠나가고 나서 얼마후 에 아들 낳았잖어"
"그래.....?"
"어....그넘이 벌써 중학교 다닌다던가 그러더라.."
"처음엔 몰랐는데...그넘이 커갈수록 호준이 너랑 똑같애...."
"어떻게 지자식낳아서 키워는 여자한테 전화한통 안하구 사냐?"
"아무리 제수씨가 잘못했다고 그래도 그렇지..."
"너 도 진짜 참 모진놈이다...."
호준은 갑자기 둔기로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표정을 지었다....
"뭐?....명희 가 내애를 낳았단 말야 그럼?..."
"니 애 아니라구 아무리 우겨봐라 임마.....너랑 똑 같은걸....."
"그냥 주머니에 넣구 다니면 바로 주민등록증이다 짜식아...."
뜻밖의 소식에 호준은 정신없이 물었다....
"그러구 나서 시집 안갔어?"
"니 애 낳고 혼자 모진고생 해서 악착같이 키우더니 지금은 수환이...
그래 그넘 이름이 수환 이다...."
"수환이 뒷바라지 하느라 춘천 에 있는데....춘천에서 노래방 한다고 하더라..."
"우리애들도 시간나면 가끔씩 가서 매상좀 올려주고 오긴 하는데 꽤 힘든가 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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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간 동해발 청량리행 새마을호 에 몸을 싫은 나혜는 푹신한 새마을호 열차 좌석에 앉아
엉덩이 와 보지에 느껴지는 아릿한 고통의 흔적을 곱씹으며
이틀동안 있었던 일을 혼자 수없이 되새기고 있었다.......
호준과 의 짧은 만남과
아직도 푹신한 쿠숀의 열차좌석에 앉아도 욱신 거리고 아픈 엉덩이.....
그로인해 새롭게 눈을 뜨게된 지옥같은 쾌감과 호준을 주인님 이라고 부를때의 설레임,
그 모든것들이 그저 나혜에겐 꿈만 같았다.....
촉감좋은 스키니진을 내려다 보면서 어제 와 오늘사이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아랫도리 부터 스멀거리면서 올라오는 욕망이 자신을 주체할수 없게 만들고
생각하면 할수록 마치 개미지옥처럼 점점더 호준에게로 빠져드는 자신을 느꼈다.
호준을 생각하며 화장실로 들어간 나혜는
한손으로 상처난 엉덩이 와 발갛게 부풀어오른 보지를 쓰다듬으면서
한손으로는 클릿을 미친듯이 문지르고 보지속으로 손가락 하나를 넣어
휘저었다.....
호준의 가느다란 채찍에 맞아서 부어 올라있던 나혜의 보지가
손가락으로 자극을 받아 짜릿한 고통이 느껴지면서
나혜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내 뱉었다.....
"으음... 사랑해요~ 주인님!~"
눈앞이 하예지면서
달리는 새마을호 열차안 화장실에 폭풍같은 절정이 나혜의 온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화장실에서 나혜가 다시 자리에 앉을때쯤 새마을호 열차는
단종의 애닳픈 이야기 가 살아 숨쉬는 영월역을 통과하고 있었다.
창밖엔 주먹만큼이나 커다랗게 보이는 함박눈이 내린다.
부딪힐듯 다가와서 유리창에 부딫혀 산산히 부서지는 하얀눈을 보면서
나혜는 멍한 표정으로 맥없이 앉아 창문에 이마를 기대었다....
유리에 닿은 이마가 시려웠지만
스스로 느낄수가 없을만큼 나혜는 호준의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이틀전 만나서 어젯밤을 같이 보내고
이제 헤어진지 두어시간 흘렀는데
나혜는 벌써 호준이 미치도록 보고싶었다.
그의 발치에 업드려
그의 발등에 입맞추고 싶었고
그의 앞에서 앙살과 재롱을 부려 자신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웃게 만들고 싶었다.....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로 돌아가는 즉시
머리스타일부터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슬그머니 손을 뒤로돌려 고통의 여운이 남아있는 엉덩이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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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의 도시 춘천은
강원도의 일반적인 도시형태 그대로 무척 편안한 모습이었다....
도시라고는 하지만
서울같은 북적거림 도 일상에 찌들은 사람들의 바쁘고 무관심해 보이는
얼굴도 보이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여유롭고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
모처럼 만난 강성기와 지난밤을 홀딱새우며 마신 취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것만
아침에 눈뜨자마자 춘천을 향해 달려온 호준은
강성기가 알려준 주소와 약도 를 들고 눈앞에 보이는 건물에 걸린
간판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수준노래방'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그녀의 아들...아니 어쩌면 내 아들 일지도 모르는 아이의 이름이
수환 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이름과 수환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서 지은 상호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땅끝같은 저쪽 이름모를 곳에서
반은 미치고 반은 죽기싫어서 발악하는 심정으로
방아쇠를 당기며 지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동안
그녀는 여기서 이렇게 혼자서 하나의 생명을 키워 놓았다고 생각하니
뭔가 뜨거운것이 울컥 하고 치밀어 올랐다...
아직 노래방을 열기엔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지하로 내려가는 가게문은 꼭 닿혀 있었다....
호준은 하루종일 근처를 배회하면서 노래방간판불이 켜지길 기다렸다.
스나이퍼....즉 저격수 는 기다리는 사람 의 다른 이름이다.....
단 한발의 탄환 을 날리기 위해
끊임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사나이들.
정글이든....
폐허가된 건물의 처마밑 이든....
쪼그려 있건..엎드려 있건
같은 자세로 배변조차 행여 냄새로 발각될까봐 참아가면서
끝없이 트리거를 당길 기회만을 기다려야만 한다......
표적은 거의 대부분이 요인 이거나 고위급 장교 들이기때문에
결코 두번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완벽한 한방......
그 유일한 해법은 오로지 기회가 올때까지 끊임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림에 익숙한 호준에게도 지금의 이 기다림은 정말이지
지루했다.
가게 출입구 가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를 벗어나지 않고 기다리기를
몇시간째.....
수수한 옷차림에 긴 생머리를 머리뒤에서 가지런히 모아 묶은
포니테일을 한 여인이 건물 현관을 들어서더니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는 하나
호준으로선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는 얼굴......
전에 비해 나이탓인지 조금 풍만해 보이는듯 한 뒷모습 이지만
걸을때 마다 묘하게 엉덩이 허리 어깨 순으로 온몸을 거의 다 흔들며
걷는 특이한 걸음....명희 였다.
담배를 연거퍼 세대를 다 피운후에 조금 마음을 안정시키고
방금 명희가 들어선 가게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직 영업전이라서인지 카운터 가 비어 있었다....
잠시후 안쪽룸 의 문이 여닫는 소리가 들리더니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빗자루와 쓰레받기...쓰레기봉투 와 대걸래 를 한꺼번에 든
명희 가 무어라고 투덜거리면서 모습을 들어냈다.
" 어서오세요...."
"아직 영업 시작안했는데.....몇분이세요?"
문열자 마자 첫손님 이라 오늘 장사가 괜찮을 모양이다 고 생각한
명희 가 밝게 웃으며 이야기 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표정이 굳어 져 갔다.
"잘 지냈어.....?"
호준이 차마 명희의 눈을 바로 쳐다 보지 못하고
겨울용 코드 에 두손을 집어 넣은채 고개를 숙이면서 물었다....
코트속에 들어있는 두손바닥에 흥건하게 땀이 젖어들어 공연히
신경이 쓰였다....
명희가 무너져 내렸다....
오랜세월 고고히 버텨오던 장벽이 한줌의 미풍에 무너지듯 그렇게
명희는 무릎부터 허리...어깨 와 목 순으로 서서히 무너지며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처음엔 그냥 잔잔하게 시작한 울음이 지나간 세월의 서러움을
한꺼번에 떠올랐음인지 통곡으로 변했다.
신랑잡아먹은 여자...
그렇게 손가락질 받으며 동해라는 작은 도시에서 살수가 없어
호준 동료들의 도움으로 춘천으로 옮겨오고 나서
애비없는 자식으로 혼자 수환이를 낳아 악착같이 살며 살아온 세월.
철없던 시절 자신의 더러운욕망을 후회하면서
그리고 또 자학에 가까운 몸부림으로 살아온 세월의 아픔이
눈물속에 녹아서 함께 흘러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