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2)

에세머인 훈에게 초록은 한마디로 뜨거운 감자였다..

한 인터넷포탈사이트 채팅방에 '말 잘듣는 여자 쪽지주세요~' 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개설하고

낚시를 드리운 조사의 심정으로 기다리다가 만난 초록물고기라는 대화명을 쓰는 이 34살 의 인천사는 미시는

일단 훈의 집이 포항 이라는 지역적 제한도 있었지만

직업적으로 어느정도 시간적여유가 있어서 자유로운 그에게 무었보다 그를 힘들게 하는것은

도저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초록의 자유분방함에 있었다.

띠동갑 남편 과 함께 산다는 ....그래서 무척 욕구불만에 차 있다는것은 알겠지만

온라인에서 자신을 대할때 도무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식인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어떨때는 정말 말잘듣는 강아지 같다가도 어떨때보면

처음보는 사람처럼 자신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모습이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 이었다.

소라에서 같이 에셈클럽활동을 하면서 알게되어 요즘에 부쩍 친해진 '가올' 이란 친구 생각이 든것도 그때문이었다...

호프집을 경영한다는 암캐 를 온라인에서 만나 msn 메신저 화상채팅 으로 조교하던중

초보인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고 클럽내에서 유일하게 나이가 같은사람이라 친구 관계를 맺은 

요즘은 쿨링머신인가 뭔가로 대화명을 바꾸었다는 '가올'에게

조언을 구했을때

친절하게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온라인 을 통해 그가 조교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 보기도 했던터라 그에겐 어느정도 믿음이 갔다...

초록물고기 라는 여자는 어차피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종잡을수 없고

또한 지역상 초록이 사는곳과 가까운 곳에 사는 '가올'에게 소개해서 넘겨주어 버리는것이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이로울듯 싶었다.

어차피 훈으로썬 이제 에셈 을 접어야 할때가 온듯도 싶었다...

처음 호기심에 멋모르고 시작했지만

자신이 빠져들수록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일즈맨으로써의 직업적 가치관 이 흔들리게되어

그 결과가 눈에띄게 줄어드는 매상으로 나타나는것을 볼때마다

이젠 정말 접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었는데

이번을 기회로 '초록' 이를 '가올' 에게 소개하고 나면

자신은 이 세계에서 발을 빼리라고 마음 먹었다.

'호준' 과 헤어져 자신의 가게로 돌아온 초록은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림을 느끼며

심한 정신적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낮모르는 남자 앞에서 ... 그것도 처음보는 남자앞에서 옷을 벗고 몸을 다 드러낸것도 모자라

십년이 넘도록 살아온 남편에게조차 허락되지 않은곳을 유린당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으로 돌아와 인쇄물 을 들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하는 자신을

스스로도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방금전에 끝난일이 과연 진짜로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었는지조차 혼란스러울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고,

온몸이 산산히 부서져 내리는듯한 그 쾌락은 이제 스스로 도저히 빠져나올수 없는 구렁속으로

한발자욱 들어 서기 시작했음을 의미했고 초록스스로도 그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

초록은 일상처럼 되어버린 인터넷접속 이 조금씩 시쿤둥해 지기 시작할무렵 훈을 만났다.

어느 포탈사이트 채팅방에서 만나 알게된 사람이 처음엔 좀 그럴듯 하더니

점점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하나둘씩 접근해 오는 남자들이 늘어날수록 

그 모든것들이 장난치는것 처럼 시쿤둥 하게 느껴지고...

그랬던 그에게 S,M 을 한다며 접근해온 훈에게 살짝 호기심이 들었고

또한 포항 과 인천 이라는 거리감이

자신에게는 직접일어날수 있는일이 아니라 관조자 의 입장에서 단순히 지켜보기만 할수있다는

방심때문에 훈과 온라인으로 만나서 S,M 에 대해서 조금씩 듣고 그냥 그런세계도 있구나....

우리나라 에서도 그런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긴 있는가보다 하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

자신과는 다른세상에 살고있는듯한 훈은 초록에게 그냥 호기심을 채워주는 사람일뿐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다.

자연히 기분이 날때는 친한척하곤 했지만 어차피 다른세상사람인거 그냥 머리속에서 나오는대로

가리지않고 채팅창에 글을 바로바로 올려버렸더니 내게서 부담을 느낀듯 

누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기에

어차피 동류의 사람이라 인식하고 그러라고 하였다.

그런훈이 자신의 친구라고 엄청나게 자랑하며 소개시켜준사람이 오늘 만난 '쿨링머신' 이라는 대화명을 쓰는

'한호준' 이라는 사람 이었던 것이다....

운동을 한다고 하니 몸하나는 쓸만 하겠다고 ....그래서 최소한 남편같은 부실함 은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며

장난처럼 만나자고 했는데 

온라인 을 통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초록은 이상하게 조금씩 호준에게 끌려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아무리 까칠한 말을 내뱉어도 능글능글하게 무마하면서

오히려 그럴때마다 

적당한 유머 와 때로는 강한 카리스마 로 자신을 압도하는 호준에게 어느정도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고

하루라도 호준과 온라인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웬지 허전하여 생활에서 꼭 무언가 하나가 빠진듯했다.

초록도 한성깔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첨만난 대화방에서 초면이라 나이어린걸 알면서도 존대말 해준다고 했다가 갑자기 자판에 F5 키를 눌러

채팅방을 다시시작하기로 들어왔다 나가곤 하는말이 오랫만이네....잘 지냈어?...하고 갑자기

반말을 하기에 

"쿨링님 초면부터반말하지마세요....언제봤다고 반말이세요..상당히 기분 안좋네요"

했더니 능글능글하게 우리 구면이잖아요?... 라고 해서 피식웃게 만들었던.....

온라인에서 채팅해도 꽤 재미있을 사람으로 보여 심심풀이로 가끔씩 메신저로 대화하다가

지난번 그날따라 배란기 였었는지 한껏 달아오른 초록을 못본척 외면하는 남편에게 강한 반발심을 느껴

그래 딱 한번만 일탈이란걸 해보자....

불끄고 딱 한번만 그냥 바람핀다는게 어떤건지 경험이라 생각하고 딱 한번만 해보자 하고 생각하고

만나기로 했다가 미루어져서 오늘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처음 모텔이란곳을 들어가서 불끄고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초록은 그냥 이대로 일어서서 나가버릴까 아니야 여기까지 왔는데....를 수없이 머리속으로 

반복하면서 고민하고 있을때

호준이 문을열고 들어왔고

그때의 심정은 너무도 부끄러워서 그냥 벌떡일어서서 나가버리려고 했을때 갑자기 호준이 뒤에서 

말한마디 없이 부드럽게 안아왔고 ,부드럽지만 저항할수없도록 자신을 옭아메는 호준의 손길은

바로 행동으로 망설임 없이 이어져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났는지 모를정도로 

폭풍같은 퀘락을 맛보게 되었고 그 느낌은

너무도 강력하게 머리속에 깊숙하게 각인되어 버렸다.

만약 호준이 모텔에 들어와서 조금이라도 쭈볐거렸던가 뭔가 한마디라도 말을 했었다면

자신은 아마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뛰쳐 나갔으리라....

흙탕물이 튈까 조심하던 새운동화 에 한방울 흙탕물이 튀게되면 그냥 자포자기 심정으로

진흙탕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기왕 다른사람의 손길이 닿은내몸인데 거기서 더 나가던 덜나가던 무슨 차이냐 싶어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초록은 그순간부터 이미 호준이라는 숙련된 연주가에게 맏겨진

하나의 악기가 되었다....

평생 내보지 못할것만 같았던 아름다운 선율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토해내본 경험은

그렇게 쉽게 잊혀질수 있는것이 아니다.

호준과의 첫만남이후 몇일동안 초록은 마치 다른세상에서 살고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혼후 줄곳 남들쉴때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집안살림마저 엉망으로 만들며 오직 가게에만 매달려 있어야 했기에

그토록 지긋지긋하기만 하던 가게가 온라인으로 나마 그를 만날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바뀌어 버렸고,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조금이라도 일찍 나가고 싶고 조금이라도 늦게 퇴근하고 싶은 정겨운 곳 이 되어버렸다.

한가할때 호준과 있었던 그일을 생각하기만 해도 아래 가 축축히 젖어들어버리고

핸드폰문자로 몇가지 야한이야기만 주고 받아도 침대보가 젖을정도로 흥분되는 느낌은

삼십년넘도록 살아오는중에 처음 느껴보게 되는 감정이었다.

자신과의 첫만남을 끝내고 난뒤에 지은 호준의 표정을 초록은 잊을수가 없었다.

마치 맛있는 과자를 손에 쥐고난후의 어린아이 같은 표정.......

그 순수한 표정이 그가 결코 나쁜사람이 아니라는것을 말해주는듯 했고 

그표정이 생각나서 초록은 그를 꼭 빨리 다시 만나고 싶었다. 

첫만남이 있고나서 몇일후 

초록이는 어차피 혼자하는 자영업이라 손님없는 한가한 시간엔 여기저기 음악방송방이나 기웃거리며

남이만든 음악방송방에 게스트로 참여해서 신청곡이나 요청해서 듣는것보다는 나을것 같아서

직접 방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음악방송방을 만들고 직접마이크를 잡고 방송한다는게

셋팅서부터 자료수집까지 어려운점이 많아서 호준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호준이 혼쾌히 수락하여 이것저것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덕분에 초록은 자기만의 음악방송방을

가질수있게 되었다...

처음 음악방송방을 열어서 방송을 시작하는날 호준은 유일한 게스트 로 초록이 선곡해준 음악을

들어주었고 초록이 방송하는 멘트를 들어주었다...

초록은 호준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느꼈고 그만큼 그에게로 점점 더 빠져들어갔다.

방송을 하는동안 호준은 초록에게 이따끔씩 아주 황당한 그래서 도저히 답을 맞출수 없는 

수수께끼식의 문제를 내었고 그럴때마다 초록의 몸을 터치 한다는 명목으로 이것저것을

초록에게 요청했고 분위기상 초록으로 하여금 도저히 거부할수없게 만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