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 1 화 유학 (1/11)

아르미안의 세딸들 1부 

제 1 화 유학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도쿄이다. 주위에는 푸른 나무가 물이 올라서 진한 녹색의 잎을 선보이고 풀들은 겨울의 잠에서 벗어나 새순을 튀우고 있다. 저기 한 청년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씩씩하게 걷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은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10대 후반이었지만 키는 180cm는 되어 보였고 절세미남은 아니지만 웬지 호감이 가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에서는 항상 부드러운 빛을 보이고 흡입력이 있어 보이는 매력적인 눈이 특징이었다. 그는 게이오대 부근에 우후죽순 처럼 들어서 있는 오피스텔을 향해 들어가서 경비원에게 물었다. 

" 302호에 입주하기로 되어있는 마사오입니다"

50세 후반의  알콜에 절어서 얼굴에 주독이 올라와 있는 경비원은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힐긋 마사오를 쳐다 본후 아무 말없이 서랍을 뒤져서 열쇠를 하나 던졌다. 그는 세상만사가 

귀챦다는 듯이 새로운 입주자가 맞는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않고 방 열쇠를 주는 것이다.

마사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키를 받아들고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트를 탓다.

엘리베이트도 가관이었다. 온통 벽에는 낙서 투성이었고 칠한 지 최소한 7-8년은 되어 보였다.그는 6층에 내려서 606호로 들어갔다. 그는 이 오피스텔을 들어오면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방은 깨끗하고 벽지도 칠한지 얼마 되어보이지 않았다. 아마 전임자가 관리를 잘 해준 모양이었다. 그는 가방을 대충 던져둔후 창을 열고 바깥 경치를 구경하였다.

멀리 게이오대가 보이고 있고 웬지 도시에는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활기와 함께 또한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정액냄새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사오는 창을 내다보며 담배을 한 대 꺼내어서 깊게 들이 마셨다.

마사오는 구주 부근에 있는 가와바티 현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다가 게이오대에 시험을 치루어서 합격했다. 게이오대는 일본에서 사립으로는 최고의 명문으로 치는 곳으로 여자들은 

동경대 출신보다는 자유분방하고 명문거족과 부자들이 많이 다니는 게이오 대학생을 최고로 

선호했다. 오죽하면 유치원에서부터 게이오 이름이 붙는 '게이오 보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마사오는 현재 고아이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철학서, 평론, 수필등의 돈이 안되는 고차원적인 문학만 하다가 마사오가 고2때 평소 너무 많이 마시던 술 때문에 위암으로 돌아 가셨다.

아버지는 몰락한 일본 귀족가문의 후예로 지금은 없어졌지만 2차 대전전에는 대단한 위세를 떨쳤던 가문 출신이었다. 그는 몰락해 가는 가문을 바라보며 1960년대에 동경대학 재학시절

공산주의 청년운동에 혼신의 힘을 다해 치열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운동은 실패로 끝나고 동지들은 모두 배신해 사회에서 부와 명예를 추구하며 흩어졌다. 이런 모습에 실망한 그는 

시골로 낙향해서 신선처럼 술과 문학, 철학에 심취해 살다가 결국 생을 다 태우고 어린 아들만 두고 떠나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죽어 갈 때 마사오에게 다음과 같이 유언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삶은 너무 고고한 척 했던 것 같다. 인간의 삶이란 선과 악이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인데 주변 사람을 속물이라 생각해 고독하게 보내왔던 것 같다. 너는 

나와 같은 삶을 살지말고 자유롭게 살아라. 너의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그말이 마지막이었다. 비록 가장으로는 무능하였지만 좋은 아버지였고 능력있는 문필가였다.

그가 쓴 책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와 대학교수들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마사오는 고3때 진학을 신청할 때 주변에서 당연히 동경대를 신청할 것이라는 기대를 무너뜨리고 교풍이 자유로운 게이오를 선택한 것이다. 마사오는 어렸을 때부터 도내에서도 소문난 수재였다. 문학, 과학, 영어 경시대회에 우승한 적도 있고 비록 개인 독주회를 가진 적은 없지만 첼로를 다루는 능력도 뛰어나 음대 입학을 권유한 동경대 교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 그는 수학과에 응시해 장학생으로 입학허가를 받은 것이다. 고향을 떠나올 때 그는 재산을 다 정리해서 쿄토로 올라왔다. 하지만 아버지는 평생 돈에는 관심없는 사람이었기에 오피스텔 하나 구하기에도 빠듯했다. 비록 아버지가 쓴 책에서 꾸준히 인세는 나오지만 그것으로는 물가가 비싼 교토에서 생활하기에는 택도 없다.그래서 마사오는 학교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중의 문제. 우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도시를 향해 마사오는 큰 소리를 질렀다. 

"내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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