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26)

“무척이나 덥지 더구나 안개가 낀 날이라 그런데 한고은 판사님은 그런 옷차림으로 손에 활을 들고 화살을 등에 메고 산길을 걸으니 꼭 로빈훗에 나오는 마리안 같은데”

“이럴 줄 알고 내가 오늘은 짠~ 안~ 활과 화살을 준비해 왔지요”

박현정 검사의 말에 한고은 판사가 애교가 섞인 말로 대답했다.

“그럴 것이 아니라 저 계곡 물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면 왕지네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애교가 섞인 한고은 판사의 말에 박현정 검사는 계속 농담 섞인 말을 했다.

“응? 그럼 한고은 판사는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님?”

유지인 변호사가 박현정 검사의 말에 한고은 판사를 높이며 말했다.

“응? 갑자기 선녀는? 유지인 변호사님도 왕지네를 꼬셔보지 그래요?”

유지인 변호사의 말에 박현정 검사는 툭툭 튀는 말로 대답했다.

“나는 왕지네고 뭐고 이 안개가 자욱한 숲속을 다니는 것이 왜 그런지 싫어”

유지인 변호사는 정말 안개가 자욱한 무학산 숲속을 걸어 다니는 것이 무서운 것 같았다.

“그런데요 한고은 판사님은 그 활을 쏠 줄이나 아세요?”

박현정 검사가 한고은 판사를 보고 마치 따지듯이 물었다.

“어허~ 박현정 검사는? 감히 판사님을 보고 그러다가?”

유지인 변호사가 박현정 검사를 보고 무례하게 하지를 말라는 듯이 말했다.

“그러다가 뭐? 유지인 변호사님은 한고은 판사와 너무 붙어있어요 그러다가 언론에 노출이 되면?”

박현정 검사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유지인 변호사에게 말했다.

“응? 오늘 법조계의 판검사님들께서 왜 이러시나요? 자자 진정들 하시고 지금은 정말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고”

김미숙 경정이 여기까지 말을 했을 때 갑자기 부연 안개 속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 3명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니? 이 산속에 왜 저 애들이?”

박현정 검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겁도 없이 저 애들이 왜 산속에 다니지?”

유지인 변호사도 얼른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무언가 이상한 생각이 들면서 여학생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말없이 우리 곁으로 휙 지나갔다.

순간

차가운 바람 같은 느낌이 확 들면서 기분이 영 좋지를 않았다.

“아이고! 애들이 보통내기들이 아닌데 이 무서운 숲속을 겁도 없이 다니다니?”

한고은 판사가 모두 다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혹시? 요 근처에 있는 절에 갔다가 오는 것 아냐?”

유지인 변호사가 나름대로 추측을 하며 말했다.

바로 그때 또 다른 여자 하나가 나타났다.

얼굴이 창백하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모습이었다.

“엉? 이번에는 아줌마네”

담력이 큰 박현정 검사가 우리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여자를 보고 말했다.

“근처에 절이 있는가 봐요 애들과 아줌마가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보니까”

김미숙 경정이 경찰관 생활에 배어있는 느낌으로 우리를 보고 말했다.

점점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니 이번에는 할머니도 2명 걸어서 내려왔다.

“현준씨! 정말 이 산속에 절이 분명히 있는가 봐요”

유지인 변호사가 나를 보며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가 보네”

박현정 검사도 확신이 가는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갑자기 뿌연 안개 속에 저만치 앞에 절이 나타났다.

“응? 정말 절이 있네!”

“드디어 찾았네!”

“응? 이런 곳에 절이 있었다니?”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는 절인데”

박현정 유지인 한고은 김미숙 네 명의 여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갑자기 여러 명의 여자들이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서 내려오더니 그대로 산 아래로 내려갔다.

“오늘 무슨 날인가?”

“웬 산속에 있는 절에서 여자들이 계속 나오지?”

박현정 검사와 김미숙 경정이 중얼거렸다.

안개가 자욱한 절 마당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 놀랍게도 내가 꿈속에서 보았던 탑이 보였다.

“바로 저기인데”

나도 모르게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오는 순간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탑이 서 있는 마당에 잠시 그대로 서 있는데 뜻밖에 머리를 빡빡 깎은 중들이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서 왔다.

“안개가 자욱한 이곳에 명동파의 두목이 어쩐 일로 오셨소?”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중이 나를 보고 말했다.

“응? 네 놈은 바로 검은 매?”

나는 단번에 검은 매를 알아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흐흐흐 현준아! 오늘은 여자를 네 명이나 데려 왔구나!”

큰 지팡이를 짚고 있는 늙은 중이 음흉한 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응? 바로 네 놈은 왕지네?”

“오호! 단번에 나를 알아보다니 역시 현준이 너는 대단해!”

왕지네는 아주 자신감이 넘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머리를 빡빡 깎고 중이 되었어?”

김미숙 경정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왕지네 일당들을 보면서 물었다.

“별장주변에 경찰들이 수없이 깔려있어서 그냥 이곳을 벗어나기가 어렵더라고? 그래서 이 산속에 있는 절에 들어와 중들을 모두 없애고 우리가 이절의 주인이 되었지 어때 놀랐지?”

멧돼지라 불리는 사내놈이 김미숙 경정에게 그 동안의 일들을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왜 그런 사실을 우리에게 자세하게 다 이야기를 해 주는 거야?”

멧돼지의 말에 유지인 변호사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응 그것은 이제 너희 넷은 우리들의 차지가 되고 현준이는 우리 왕지네 형님께서 처치를 할 것이거든 그래서 자세하게 알려주는 거야”

검은 매가 유지인 변호사를 쳐다보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저 새끼들은 도무지 양심이 없어! 절의 중들을 모조리 다 죽이고 자기들이 가짜 중들 행세를 하고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총을 가지고 와서 저 새끼들을 모조리 다 쏴 죽이는 건데”

김미숙 경정이 큰 소리로 안타까워하면서 말했다.

“아니? 저년은 대한민국 경찰이 맞나? 감히 어디다가 총질을 한다고 그래? 이년아! 그건 직권남용이야?”

멧돼지가 김미숙 경정의 말에 항의를 하듯이 말했다.

“뭐 새끼야? 그냥 총으로 입 주둥이를 쏴 버리면 좋겠네! 여태껏 저런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서 있었어?”

박현정 검사가 멧돼지의 말에 화를 내며 큰 소리를 질렀다.

“야아! 저년 예쁘네! 저년부터 왕지네 형님이 먹어주셔야 하겠습니다.”

박현정 검사의 말에 검은 매가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며 말했다.

“야! 검은 매! 이제 너 끝장이다. 오늘은 내가 단단히 준비를 해 왔거든 그러니 그만 까불고 그 입 다물어라!”

지금까지 조용하게 왕지네 일당을 지켜보던 내가 카리스마가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러냐? 그럼 누구하고 먼저 붙으시려고?”

멧돼지가 내 말에 심기가 불편한지 얼른 싸우자는 뜻을 내비쳤다.

나는 멧돼지의 이런 말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고 내 옆에 서 있는 한고은 판사의 등 뒤로 가서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으흐흐흐 현준아! 왜? 우리가 무섭냐?”

나의 이런 모습에 왕지네는 비웃으며 말했다.

“형님! 현준이 저거 우리가 겁이 나니까 저년 뒤에 숨었습니다.”

다른 사내놈이 왕지네의 말에 아첨을 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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