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억만 장자가 되고 보니 영 한 동안 정신이 없었다.
얼마 후에는 전화가 오고 내 재산으로 등기가 된 공장을 빌려서 사업을 하겠다는 여자가 우리 사무실에 나타났다.
여자는 자기 딸과 함께 왔는데 자기 딸이 대학교에서 의류의상학을 전공했다는 말을 했다.
“사장님이 공장을 사용하시지 않을 것 같으면 저희가 임대를 해서 공장을 사용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 공장을 돌릴 일이 없는데 잘 된 것 같습니다.”
여자의 말에 내가 순순히 임대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딸과 함께 나를 찾아 온 여자에게 임대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장 부지를 사용하는데 허락을 해 주었다.
다음날부터 여자는 자기 딸과 함께 그 동안 사용을 하지 않았던 내 공장안을 새롭게 단장을 하고 공장을 돌릴 준비를 하였다. 뜻밖에 임대 사용료를 또 매달 받게 되자 나는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나? 하는 꿈같은 현실에 무척이나 마음이 들떴다.
여자는 자기 딸과 함께 내 공장을 임대하여 비단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공장 안에 있는 부속 건물인 기숙사에는 여자 근로자들이 들락거리고 비단을 짜는 직조기를 돌보는 남자 기술자들도 공장 안을 바쁘게 돌아 다녔다.
이러는 사이 내 아들 준수는 현정이라는 아가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한 동안 전처인 내 아내와 아들의 결혼식 때문에 분주하다가 결혼식이 끝나고 아들 준수가 자기 신부와 함께 신혼여행을 떠나자 비로소 한가한 시간이 돌아왔다.
이제 내 딸 영희만 대학교를 졸업시키고 결혼식을 올려서 시집을 보내면 모든 짐을 벗어버리게 된다.
물론 호적에 등재 된 내 아내인 수희의 아들 셋이 있고 수지가 낳은 아들 둘이 있지만 이런 일은 전혀 염려가 되지를 않았다. 그녀들의 뒤에는 현역 국회의원인 아버지가 있고 대학교 교수인 그녀들의 어머니가 있으니 자기들의 손자들을 얼마나 잘 키우고 입히겠느냐는 생각에 조금도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전처인 내 아내도 나를 보고 결혼을 하자는 이야기를 다시는 꺼내지를 않았다.
지난번에 둘이서 김현준이의 무덤 앞에서 성관계를 맺은 후에 다시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를 않았다.
모처럼 둘이서 조용하게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서로 숨김이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날 제 남편이 보는 앞에서 사장님과 그 짓을 하고 보니 남편을 볼 면목도 없고 그날 사장님이 저에게 한 행동은 뭇 사내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어요.”
“아주머니! 정말 잘 하신 결정입니다. 나도 그날 이후로 결혼까지 한다는 것은 너무 미안한 일이다 하고 생각이 되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어머! 무엇이 잘 되어요? 문제는 그 보다 더 큰일 생겼는데”
“어떤 큰 일이?”
“아 글쎄 내 딸 영희가 사장님을 좋아하고 있었지 뭐에요”
“네엣? 그건 절대로 안 되는 일인데”
“아니? 왜요? 내 딸도 이제는 스무 살인데”
“아니? 지금 농담을 할 때 입니까?
“아니? 그게 왜 농담이에요?”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런데 영희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저 짐작입니까? 아니면 고백을 했습니까?”
“그런 것은 아니고요 우리 영희가 쓴 일기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기에 영희가 사장님을 우리 집 앞에서 우연히 보고나서 좋아하게 되었다는 내용과 우리 엄마와 결혼을 하려는 그 아저씨가 너무나 밉다. 아저씨를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절대로 아저씨가 우리 엄마와 결혼을 해서는 안 된다. 뭐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것 참 나를 왜 좋아하나? 영희가?”
“좋아 할 만하지요 멋진 외모에 더구나 자기 아빠를 많이 닮은 사장님인데 왜 좋아하지 않겠어요?”
“아주머니! 영희가 나를 그냥 자기 아빠처럼만 좋아하게 하십시오.”
“아빠도 아닌데 어떻게 그러라고 해요?”
“이제부터 영희의 진짜 아빠처럼 잘 해주겠습니다. 그러면 영희도 마음을 돌이켜 다른 생각은 하지를 않을 겁니다.”
“그 놈의 계집애가 그런 생각을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내 아내는 갑작스런 영희의 행동에 무척이나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그 참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니 별일이 다 생기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혼자서 중얼 거렸다.
성형수술을 하고 6개월이 지나는 동안 그 간호사가 매일 얼굴에 주름이 생기지를 않은 영양제 주사라고 주사를 놓더니 이상하게 내 얼굴과 몸이 20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주사가 어떤 주사인지는 몰라도 현철이가 그 의사에게 돈을 많이 주니까 그 의사가 간호사에게 비싼 영양제 주사를 매일 놓으라고 한 것 같았다.
하아 이제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도 없고 영희가 자기 아빠인지도 모르고 나를 좋아한다고 달라붙으면 엄청나게 곤란한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죽은 김현준이를 진짜 자기 아빠라고 믿고 있는 내 딸 영희인데 지금 내가 아무리 네 아빠다 하고 설득을 해보야 안 믿을 것이고 참 난처한 일이 생겼다는 염려가 엄습해 왔다.
방에 걸린 거울에 내 얼굴을 비쳐보니 정말 옛날의 내 얼굴 모습은 간곳이 없고 완전한 김현준이의 30대 모습이다. 어디 얼굴에 주름 간곳이 한 군데도 없다. 그 동안 싱싱한 수희 수지 자매를 밤마다 차지를 하고 보니 새로운 청춘으로 거듭나고 실제 나이보다 엄청나게 젊어 보인다.
‘이러니 내 딸 영희가 진짜 자기 아빠인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하는 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내 딸 영희가 보는 앞에서 자기 엄마하고 내가 사랑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면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언제 영희와 전처인 내 아내를 데리고 노래방으로 가서 그런 광경을 연출하면 되겠다는 생각에서 내 전처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이러이러한 모습을 영희에게 보여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한다는 소리가 애 잡을 소리를 한다며 화를 버럭버럭 내었다. 내 아내의 본색이 드러나며 저런 성질 때문에 아직까지 남자도 없이 혼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도대체 나를 보고 어쩌란 말인가?’
나는 전처의 내 아내에게 마음속으로 반문을 하고 있었다.
이러는 가운데 또다시 엉뚱한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내 공장을 임대하여 비단을 짜고 있던 모녀가 하루 저녁에 조용히 나를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모녀를 찾아가는데 뜻밖에도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모텔 방이었다. 나는 이들 모녀가 왜 이런 곳에서 나를 만나자고 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모녀를 만났다.
“사장님! 이런 곳으로 오시라고 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먼저 엄마 되는 여자가 말을 꺼냈다.
“아 그래요? 무슨 중요한 일입니까?”
“차마 이런 부탁은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이 매우 어려워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고 생각을 하다가 사장님이시라면 우리 모녀의 청을 들어주시지 않을까 해서 부탁을 드립니다.”
아가씨는 한쪽에서 말없이 앉아있고 엄마 되는 여자가 계속 나하고 이야기를 했다.
“저희가 그 동안 열심히 비단을 짜서 새로운 사업으로 성공을 하려고 했지만 요즘 경기가 별로 좋지를 않아서 무척이나 힘이 듭니다. 더구나 이번 달에는 판매를 하던 통로도 갑자기 막히고 보니 직원들의 임금도 제대로 못 줄 위치입니다. 공장 건물이라도 우리 것이라면 은행에 담보대출을 해서 이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겠지만 그렇게 하지도 못할 처지이고 우리 집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꼼짝도 못하고 부도가 날 판 이에요 그러니 사장님께서 이번에 우리 모녀를 도와서 부도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부탁을 드리는 거예요”
“어떻게 도와 달라는 말입니까?”
나는 여자의 말에 이달 공장 임대료를 받지도 못할 처지에 놓이자 염려가 되는 마음으로 물었다.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장님의 과수원에 도로가 나면서 엄청난 보상을 받았다는 것을 저희 모녀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그 돈으로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하시고 사장님이 대표이사로 취임을 하시면 안 될까요?”
“아니? 나는 이런 사업을 잘 모르는데 무작정 뛰어들 수가 없습니다.”
나는 가망성도 없는 이런 일에 끼어들고 싶지를 않아서 여자의 말에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괜히 잘못 끼어들어다가는 돈만 홀랑 날리게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어요? 우리 미경이가 사장님께 몸으로 보증을 설 테니까 대표이사로 들어오시겠어요?”
내가 단호하게 거절을 하니 여자는 애가 달아서 뜻밖의 말을 끄집어내었다.
“네? 따님이 몸으로 보증을 서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는 영문을 몰라 여자에게 물었다.
“누가 그 많은 돈을 선뜻 저희 모녀에게 빌려 주겠어요? 이왕 부도가 날 것인데 이제 무엇을 망설이겠어요? 내 딸 미경이가 사장님에게 몸으로 보증을 설 테니까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여자는 이제 울상이 되어 나에게 애원을 하고 있었다.
이제야 이 여자가 왜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몸으로 보증을 선다는 것은 육체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으면 그 어떤 것보다 신뢰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돈을 빌려 주어도 믿을 수 있는 관계가 성립이 된다는 말이었다.
하긴 그렇다
서로가 남남인데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믿고 빌려주겠는가?
당연히 육체적으로 맺은 사람이라면 서로를 믿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잠시 깊은 혼란에 빠졌다.
불쌍하다고 동정으로 돈을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냉정하게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이리저리도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던 여자는 자기 딸에게 말했다.
“미경아! 이제 네가 알아서 해라!”
여자는 자기 딸에게 이런 말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여자의 딸이 내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는 이러면 안 됩니다 하고 말을 해야 하지만 이 말이 선뜻 나오지를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저 그녀의 행동에 놀라 멍하게 쳐다만 보고 있었다.
이제 스물 댓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어대니 나는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동정심이 가득히 찼다.
“미경씨라고 했나요? 이제 그만 울고 일어나요”
“사장님! 제 소원을 들어주시는 거지요?”
“그래요 내가 아무리 그렇지만 아가씨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만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아차!’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이 왈칵 났지만 이미 때가 늦은 후였다.
“사장님! 제가 평소에 사장님을 너무나 사모해 왔어요. 그래서 오늘 밤 사장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요!”
“아니? 아가씨! 웬 사랑을?”
나는 미경이의 이 말이 무엇인지 얼른 알아듣지를 못해 물었다.
“제가 사장님을 좋아하니까요”
그러더니 그냥 내 품에 파고들며 또 흐느껴 운다.
“이제 안 울어도 됩니다.”
그래도 미경이라는 아가씨는 내 품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이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다보니 처녀의 싱싱한 향기가 내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였다.